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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나는 삼촌이 되는 중! 튼튼한 나무 9
데이브 커즌스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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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마커스 오즈번)는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모든 것이 갖춰진 대도시 런던(보다 정확하게는 런던 바로 옆 동네인 하드에이커)에서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마을 슬로웰이란 곳으로 말이다. 물론 오즈의 의사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엄마가 그곳 교사로 가는 바람에 이사하게 된 오즈의 슬로웰에서의 첫 날이 이제 시작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열두 살 청소년기의 전학에 있어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오즈의 첫 날은 실수투성이.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고 꺼낸 것이 그만 여자 팬티였다. 그 가방은 오즈의 책가방이 아닌, 엄마와 누나의 속옷이 잔뜩 들어 있는 빨래가방이었던 것. 그것도 가장 껄렁하게 생긴 게리 앞에서 팬티를 꺼냈으니, 오즈의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이 눈에 훤하다.

 

게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여자아이 사진에 수염을 그렸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태권도로 주 챔피언을 지낸 전력이 있는 이소벨 스키너(오즈의 새 친구 라이언은 마피아 가족이라고 부를 정도다.). 결국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오즈는 첫날 하교하다가 이소벨을 만나게 되고, 이소벨의 무시무시한 개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엄마 차와 부딪힐 뻔 한다(이 사고로 엄마의 팔이 부러져, 엄마가 해야 할 작업의 조수로 이소벨이 등장한다.).

 

또한 오즈가 사귀게 된 친구 라이언은 비틀즈를 좋아하는 아주 올드하고, 영화 코스튬 플레이에 빠져 있는 괴상한 느낌의 친구인데. 과연 오즈의 새로운 생활이 괜찮을까?

 

 

청소년소설인 『열두 살 나는 삼촌이 되는 중!』은 크게 두 가지 축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여 겪게 되는 혼란과 적응의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고등학생 누나가 임신을 하게 됨으로 겪게 되는 가족의 혼란이다.

 

청소년기에는 사회적 관계에 민감하다. 다시 말해 친구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친구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가 청소년기의 정서적 특징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친구들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오즈의 불안이 소설 속에 잘 녹아 있다. 아울러 이런 불안과 혼란을 넘어 새로운 관계들을 맺고 적응하게 되는 멋진 과정들도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열두 살이라는 나이에 삼촌이 되는 황당한 사건을 통해, 오즈는 마치 태교를 하는 것과 같은 다소 판타지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소설 속에서 오즈와 곤조(태어나게 될 오즈의 조카, 오즈가 부르는 태명이다.)와의 대화 역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판타지적인 접근을 통해, 낙태문제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재미와 의미가 함께 잘 버물어져 있는 좋은 청소년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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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무비 스토리북 구스범스
R. L. 스타인 지음, 이원경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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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던 아빠의 죽음 이후 엄마의 고집에 의해 뉴욕을 떠나 인구가 고작 28,245명뿐인 후미진 시골 마을 매디슨으로 이사 온 잭은 시골 마을에 이사 온 것이 너무 싫다. 전 세계인이 흠모하는 대도시 뉴욕을 뒤로 하고, 이런 후진 시골 마을이라니. 하지만, 옆집에 미모의 또래 여자아이 헤나가 있음을 알고 매디슨이란 마을이 싫지만은 않은데, 과연 그럴까?

 

헤나의 아버지는 바로 수많은 괴물들을 등장시키는 호러 동화 『구스범스』시리즈의 작가 스타인이었다. 게다가 대단히 엽기적이고 괴팍하며 음침한 아저씨였으니. 과연 이런 이웃을 두고 잭의 새로운 생활이 안녕할 수 있을까?

 

사실, 잭의 새로운 삶이 안녕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바로 엽기적인 작가 스타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실제 삶 속으로 튀어 나온 것. 스타인의 원본 책이 펼쳐지면 그곳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튀어나오는데, 특히 희대의 악당 슬래피는 그 수많은 책들을 일부러 펼치고 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태워버림으로 평화롭던 작은 마을 매디슨은 악몽의 도시가 되어버리는데,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 책, 『구스범스 무비 스토리북』은 2015년 10월 미국에서 개봉하자마자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으며, 2016년 1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구스범스>의 공식 소설이다. 『구스범스』 시리즈는 전 세계 4억 2천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로서 전 세계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으로 많이 팔린 어린이 책이라고 한다. 100여권이 넘는 시리즈 책 가운데 수많은 괴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가운데 어떤 괴물을 영화 속에 등장시킬까 궁리하다 수많은 괴물들을 함께 등장시키기로 했단다. 수많은 괴물들이 나오는 만큼 스케일이 클 것이라 기대된다. 하지만, 반면, 너무 많은 괴물들이 등장하기에 하나하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괴물들이 그저 엑스트라에 그쳐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직 『구스범스』 시리즈를 읽어본 적은 없는데, 이 무비 스토리북을 통해, 『구스범스』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2014년부터 고릴라박스(비룡소)에서 번역 출간되기 시작하였는데, 『구스범스』 시리즈로 16권이 나와 있고, 『구스범스 호러특급』 시리즈로 2권이 출간된 상태임을 확인해 본다. 이들 책을 통해, R. L. 스타인이 선사하는 호러의 문을 두드려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우리들에게, 특히, 주요 독자층인 어린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무서움, 오싹함, 공포를 전해주려는 걸까? 아니다. 이러한 공포스러운 존재들을 대항하여 싸워 이겨내는 주인공들의 그 용기를 전해주려는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영웅을 통해서.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잭 역시 뛰어난 전사도 아니고, 특출한 스포츠맨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청소년에 불과하다. 게다가 매디슨에서 잭의 첫 친구가 되는 챔프 역시 그렇다. 아니, 챔프는 그 이름과 달리 겁쟁이다(챔프의 부모님은 모두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들이다. 그러니, 아들 역시 그런 뛰어난 운동신경을 이어받아 챔피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름을 챔프라 지었지만, 챔프는 모태 겁쟁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겁쟁이와 평범한 소년, 그리고 기괴한 아빠를 둔 평범한 소녀 헤나의 활약으로 매디슨 마을은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러니, 작가는 말한다. 우리 아이들 역시 겁나고 공포스러운 괴물 같은 세상을 향해 스스로 맞섬으로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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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 비룡소 걸작선 9
캐런 폭스리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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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엄마를 잃은 오필리아는 언니, 그리고 아빠와 함께 낯선 도시로 왔습니다. 검 전문가인 아빠가 그곳 도시의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제 그곳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오필리아는 3층의 <놀라운 소년> 벽화의 한 쪽에 문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문의 열쇠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년이 갇혀 있었는데, 소년은 자신은 세상을 집어 삼키려는 겨울 여왕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내기 위해 마법사들에게 선택받은 소년이라고 밝힙니다. 겨울 여왕과 맞서 세상을 구할 사람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사람에게 마법의 검을 전해주기 위해 선택된 소년 마법사라는 거죠. 하지만, 겨울 여왕의 죄수가 되어 이곳에서 303년 동안을 기다렸다는 겁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오필리아는 결코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필리아는 아동 과학협회의 회원으로서 과학적 사고 아니면 믿지 않는 똑똑한 아이거든요. 그런 그녀에게 소녀는 자신의 방문을 열 열쇠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는데, 과연 오필리아에게는 어떤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소년에게서 검을 받아 겨울 여왕과 맞서 세상을 구할 사람은 또 누구일까요?

 

이 판타지 소년소설은 박물관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공간이 박물관이라는 작은 곳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 같지 않네요. 오히려 스케일이 큰 영화를 보는 느낌도 갖게 됩니다.

 

이야기는 선과 악의 대립구도를 보여줍니다. 세상을 얼려버리려는 겨울 여왕이 악이라면 이에 맞서 세상을 구하려는 이들이 선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선의 자리, 구원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이들이 사실은 별 볼 일 없는 아이들이랍니다. 마법사들에게 선택된 소년은 용감하지도 강하지도 훌륭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착하기 때문에 마법사들에게 선택된 거죠. 그러니, 소년에게는 외형적 능력이라고는 없답니다. 마법도 신통치 않죠. 게다가 303년 동안 전혀 성장하지 않는 꼬마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감옥에 갇혀 있고, 마법사들이 이름을 가져가버려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아이죠.

 

이런 소년을 구해주려는 오필리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식을 앓고 있어 수시로 흡입기로 호흡해야만 하죠. 게다가 안짱다리에 겁쟁이랍니다. 이처럼 두 약자들이 과연 어마 무시한 겨울여왕을 상대로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이 가장 통쾌한 것은 이처럼 약자의 반란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눈 여겨 보지 않는 약자들이지만, 이 약자들이 세상을 구원해 낸답니다. 얼마나 통쾌합니까.

 

또 한 가지, 오필리아가 소년을 도와 세상을 구해내는 것은 과학적 생각, 이성적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도리어 마음으로 생각할 때, 세상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맞습니다. 때론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울림에 귀를 기울일 때, 세상을 구해낼 힘을 얻게 되는 거죠. 이것 또한 이 소설에서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오필리아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런 가운데, 죽은 엄마의 음성도 듣게 되죠. 마음의 울림이 갖는 위대한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소년’이 마법사들에게 선택된 이유 역시 큰 울림을 주네요. 소년이 선택된 것은 소년에게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지혜가 많아서도 아닙니다. 가문이 좋은 것도 아니죠. 단지, ‘착한’ 이유 하나입니다. 착하다는 것. 어쩌면 오늘 현대 사회에서는 무능함으로 여겨질 수 있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코 아닙니다. 착한 것이 힘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판타지가 아닐까요? 오늘 우리 사회에 이런 판타지가 가득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착함의 판타지야말로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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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샘과 시바클럽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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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바로 ‘시바클럽’이란 녀석들이다. 발음이 참 요상하다. 잘못하면, 씨발클럽이나 씨바클럽이 된다(실제 이야기속에서 그렇게 말하는 녀석들이 나온다.). 시바는 솔로몬과 연관이 있는 지혜의 여왕이다. 그러니, 시바클럽은 그 지혜를 좇아가는 셈이다. 과연 어떤 지혜일까? 바로 두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내 고발하려는 거다. 콩글리쉬 영어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짝퉁샘과 학교 일진 태극간의 수상쩍은 관계를 알아내 고발하려는 것.

 

그렇다면 시바클럽의 회원들은 누구일까? 태권소녀이자 일진 태극의 오랜 절친이었던 분식집 딸인 미소. 반장이자 우등생이며, 태극의 숙제 셔틀을 하기도 하는 세민. 역시 태국의 셔틀을 했으며, 비비탄총 덕후인 다림. 이렇게 세 명이 시바클럽의 회원이다. 과연 시바클럽은 학교 일진인 태극과 짝퉁샘 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청소년소설인 이 책, 『짝퉁샘과 시바클럽』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학교폭력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다문화 가정의 비애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월남전으로 인해 남겨진 상처 라이따이한을 언급하기도 한다. 뿐 아니라, 대형유통업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소상공인들의 실태도 고발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3금융의 돈을 빌려 쓴 채무자들의 힘겨움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뿐인가! 소위 있는 집 부모들의 학교에서의 갑질도 여러 차례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이야기 속에 잘 버무려져 있는데, 이들 모두를 종합해 본다면 결국엔 약자의 아픔, 약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겨운 투쟁을 그려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들 약자들의 반란이 멋져 보이는 소설이다.

 

태극은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를 꿈꾸던 다문화 가정 아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가정에 불어 닥친 경제적 위기와 가정의 파탄은 꿈을 소멸케 만든다. 아울러서 자신을 괴롭히는 물리적 폭력 앞에 태극은 그들을 무찌르고 자신이 일진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렇게 일진의 자리에 올라선 태극은 그동안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들을 암암리에 돕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내기 위해서라는 당위성이 있다 할지도, 태극은 이제 강자의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런 태극은 알고 보면 사랑하는 엄마를 구해내기 강자들에게 휘둘리는 약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태극은 약자이면서 강자이고, 또한 여전히 약자로 남아 있게 되는 캐릭터다.

 

미소 역시 약자일 수밖에 없다. 분식집 사장이자 홀아비인 아빠와 살아가는 미소는 이미 출발부터 강자에 속하진 못한다. 날마다 김밥에 들어갈 단무지를 자르느라 손톱에 노란 물이 들어 친구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미소는 특출한 부분도 없는 전형적 약자다. 다림과 세민 역시 태극이란 힘 앞에 셔틀을 당해야만 하는 약자다. 하지만, 이들 약자들이 연대한 시바클럽은 태극을 어른들의 폭력 앞에서 구해내는 통쾌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짝퉁샘 역시 실력마저 의심받는 홀아비 늙은 평교사에 불과하다. 진급의 길이 막혀버린 늙은 평교사. 하지만, 그런 짝퉁샘은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어두운 면을 반성하며 바로잡아보려는 건강한 지성이자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약자들이 모여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짝퉁샘과 시바클럽』 이야기는 재미나다. 무엇보다 약자들의 반란에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태극이 일진으로서 행했던 만행들, 그의 폭력의 혐의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비록 어머니를 구해내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당위성, 그리고 자신의 가정에 불행을 초래한 H-마트와의 연관성에 대한 보복 등이 태극의 혐의를 모두 상쇄하는 것은 아닐진대, 여기에 대한 고민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자들의 연대함이 통쾌한 일상의 회복을 만들어내기에 멋진 소설임에 분명하다. 이 땅에서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수많은 태극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게 되길 축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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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타이밍이야! 담쟁이 문고
정해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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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주제로 묶인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 나왔습니다. 정해윤 작가의 『문제는 타이밍이야!』란 책으로 청소년소설입니다. 청소년소설답게(?) 모든 이야기의 서술자는 청소년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건의 관찰자가 청소년인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의 사랑의 주체가 청소년은 아닙니다. 때론 할머니의 사랑도 있고, 엄마의 사랑도 있습니다. 이들 사랑의 이야기들이 때론 애틋하기도 하고, 때론 달달하기도 하며, 때론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들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사랑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보게도 됩니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안단테에스프레시보!」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빠진 할머니, 그리고 그로 인해 충격에 빠진 한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마땅히 응원해야 하겠죠. 하지만, 아빠는 그럴 수 없습니다. 사랑에 빠진 할머니와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아빠간의 갈등이 해소되어지며 사랑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예쁜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레시피」는 오랜 시절 서로 티격태격하며 성장한 두 소년소녀가 어느 날 상대를 향한 자신들의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첫사랑의 풋풋함과 서투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 이야기네요. 맞아요. 사랑은 어쩌면 가까운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감정이 어쩌면 다른 감정들로 감싸여 감춰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틀라스 콤플렉스」는 머리보다 힘쓰는 것을 좋아하는 병승이란 남자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얄미운 여자 반장에게 이용당하는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현지라는 아이의 모습이 참 얄밉고 괘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병승이의 모습이 참, 바보 같고, 이용당한 그 사랑이 아프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병승의 모습이 멋져보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첫사랑 뽀샵 중」은 동네 약국 아저씨를 짝사랑하게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혼자 마음에 품고 있던 아저씨가 엄마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아프고 황당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엄마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자신의 첫사랑을 뽀샵 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예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뽀샵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미솔이는 처음 붙였던 밴드부터 떼기 시작했다. 밴드를 붙였던 자리가 도드라졌다. 그곳은 마치 바늘로 콕콕 찍어놓은 듯 아주 작고 미세한 구멍들이 생겨나 있었다. 상처를 감쌌던 상흔처럼 첫사랑은 그렇게 흔적을 남겼다. 미솔이는 그 작은 구멍들을 살살 문질러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듯 구멍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봄볕이 무르익던 날 마지막으로 붙인 빨간색 밴드까지 떼고 나자 수첩이 홀쭉해졌다. 하지만 밴드가 차지한 자리만큼 수첩은 아직 들떠 있었다. 미솔이는 수첩을 미리 준비한 상자에 넣어 장 깊숙이 보관했다.(116-7쪽)

 

우리네 사랑의 상처는 이처럼 아무리 잊으려 해도 사랑의 밴드가 붙어 있던 그 자리만큼 당분간은 들떠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첩은 다시 눌려 그 들뜬 빈자리를 눌러 메우겠죠. 혹 사랑의 상처로 고통당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힘내세요. 곧 그 빈자리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채워질 테니 말입니다.

 

「나이롱 파마」는 아이들이 각자의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의 무게가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모습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모두는 나이를 떠나 각자 삶의 무게로 힘겨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삶의 무게를 서로에게 기댈 때, 그 무게가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사라져버리게 된다는 진실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문제는 타이밍이야!」는 시련의 상처를 멋지게 극복해가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의 타이밍이 잘 맞는 건, 아이의 사랑이 아닌, 부모님의 사랑이지만 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사랑의 상처를 입은 언니가 하는 말이 참 멋지네요.

 

세상의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래. 왜냐하면 말이지, 같은 사람하고 두 번 다시 사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거지.(174쪽)

 

사랑의 상처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 상처가 아물어 또 다른 첫사랑의 행복이 이야기 속의 아이에게 그리고 오늘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도 임하길 바랍니다.

 

여섯 편의 단편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느낌은 마치 동화와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단편소설은 읽다가 내가 지금 청소년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동화를 읽고 있는 건지 잊어버릴 때도 있을 만큼 동화의 느낌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청소년소설에 따스함을 불어넣어주는 작가만의 또 하나의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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