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계굴의 전설
김정희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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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전쟁의 아픔을 처절하게 경험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 전쟁에 대한 같은 경험에도 각자의 생각은 여전히 다릅니다. 어떤 이들은 미국(물론, 미국만이 아닌 연합군이 우리에게 도움을 줬습니다.)이 우리를 구원한 구원자로 여깁니다. 그래서 그 나라에 대해선 무조건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분단의 책임 자체가 미국에게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인민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은 인민군에 대해 이를 갈 겁니다. 반면 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가족 역시 없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전쟁을 경험한 이라 할지라도 전쟁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 일조차 미화되고 포장되거나 은폐되며 여전히 고마운 나라, 구원자적인 입장만이 강요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전쟁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는 청소년소설인 곡계굴의 전설은 바로 이런 경우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충북 단양 느티나무 마을에 있는 곡계굴에는 한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곳 곡계굴에 피 울음이 울려 퍼진다고 말입니다. 느티나무 마을 사람들은 피난의 길이 막히고, 또 다양한 이유로 피난의 길에 오르지 못한 이들이 마을 곁에 있는 석회암 동굴인 곡계굴에 숨어 전쟁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군 전투기들이 이곳 곡계굴에 포탄과 소이탄이라 불리는 포탄을 잔뜩 투하함으로 곡계굴에 숨어 있던 수많은 양민들이 목숨을 잃고 맙니다. 홀로 목숨을 건진 진규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무엇보다 아군이라 여겨지던 그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충북 단양 느티나무 마을에서 있었던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소설은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들인 그들에게 이런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말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여전히 있을지 모릅니다. 고마운 점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끔찍한 잘못조차 은폐되고 있다면 큰 문제일 겁니다. 오히려 이런 끔찍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더 많이 알고 같은 목소리를 낼 때에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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