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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고슴도치 달마중 2
김해등 지음, 최현묵 그림 / 별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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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고슴도치 또치의 별명은 “마음대로 고슴도치”랍니다. 또치의 부모님은 또치가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며 붙인 별명이죠. 하지만, 실상 또치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또치의 부모님은 또치를 과잉보호한답니다. 또치가 뭔가를 하려 하면 그건 위험하다며 반대한답니다. 게다가 또치를 향한 부모님들의 기대감까지 덧붙여지기에 또치는 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말 뿐인 “마음대로 고슴도치”랍니다.

 

그런데, 어느 날 또치는 드디어 ‘마음대로’ 하려고 결심하고 실제 실천에 옮깁니다. 부모님 몰래 모험을 떠난 거죠. 나쁘게 표현하면 가출한 거지만, 또치는 자신만의 도전을 향해 나선 거랍니다. 실상 또치에겐 꿈이 있거든요. 그건 날아보는 거랍니다. 물론 고슴도치가 날 순 없죠. 하지만, 또치는 날길 꿈꿉니다. 게다가 이 일이 가능하도록 삼촌이 만들어준 날개도 있고요. 과연 또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또한 또치의 ‘마음대로’ 가출은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2012년도에 발표된 김해등 작가의 창작동화인 『마음대로 고슴도치』는 참 재미나면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동화네요. 몇 가지를 생각해보게도 하고요.

 

첫째, 부모들의 과잉보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녀들을 향한 부모의 기대는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지나쳐 자녀들로 하여금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마땅하지만, 자녀들의 인생을 하나에서 열까지 간섭하고, 계획을 세워 그대로 자녀들을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할 때, 아이들이 좋은 성적도 거두기도 하여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으로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는 거니까 말이죠. 이런 아이들은 커서도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죠?

 

둘째, 고슴도치는 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또치의 도전이 아름답네요. 자신의 한계를 미리 그어놓는다면, 이건 자신의 분수를 아는 긍정적 의미라기보다는 자신 안에 감춰진 잠재력을 묻어버리는 어리석은 모습이 될 겁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 할지라도,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할지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들만이 진정으로 날 수 있지 않을까요? 때론 무모한 도전이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셋째, 또치와 두꺼비 친구 엉금이의 용기가 멋집니다. 작은 동물들을 공격하는 사냥꾼 오소리를 대하며 두려운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떨쳐내며 지혜를 짜고, 함께 힘을 모아 오소리를 몰아내는 용기가 멋지네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것이죠. 하지만, 그 두려움 앞에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지겠죠. 우리 아이들이 또치처럼 두려움 앞에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마음대로 고슴도치』인 또치의 멋진 모습들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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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원시인 작은코 2 - 발큰 괴물과의 대결 사파리 톡톡문고
존 그랜트 지음, 로스 콜린스 그림 / 사파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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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작은코’는 네안데르탈인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무지 ‘옛날’이겠죠? 맞습니다. 옛날 중에서도 오랜 옛날인 구석기시대랍니다. 보다 정확한 시기는 새로운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하던 시대인 5만 년 전이랍니다. 과연 당시의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꼬마 원시인 작은코』를 펼치면 된답니다.

 

작은코는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는 어린이랍니다. 언제나 신나는 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죠. 그렇기에 작은코가 제일 기다리는 사람은 삼촌 ‘붉은머리’랍니다. 이야기 속의 삼촌 ‘붉은머리’는 상당히 진취적인 성향인 듯 여겨지네요. 자신들 ‘네안데르탈인’과는 공존할 수 없다고 여겼던 ‘호모사피엔스’와도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렇게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삼촌이기에 작은코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곤 한답니다.

 

물론, 작은코는 굳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야만 신나는 모험을 하는 건 아니죠. 작은코는 실수투성이랍니다. 그래서 그 실수는 의도치 않게 신나는 모험을 만들기도 하죠. 불을 지핀다고 산불을 내기도 하고, 콩알 총을 쏜다고 벌집을 건들기도 합니다. 아직 설익은 돌능금을 잔뜩 먹어 배탈이 나기도 하고요. 넘어 가서는 안 되는 돌무지 너머로 갔다가 발큰 괴물을 만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모든 실수에도 작은코는 언제나 태연하네요. 물론, 때론 무섭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위기 가운데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작은코의 모습이 참 멋지네요.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작은코의 엉뚱한 모험들에 함께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모험은 무지 위험하지만, 실제로는 무지 안전하니 걱정 마세요. 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나는 모험 이야기들이 현대의 어린이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이 되리라 생각 되네요.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이 동화는 잘못된 역사적 정보를 우리에게 심어주지 않는답니다. 예를 든다면, 고인돌이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 그 시대를 마치 구석기시대인 것처럼 묘사하곤 하죠. 고인돌이 등장하는 영화들, 애니메이션에서도 공룡이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인돌과 원시인, 공룡이 마치 같은 시대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역사적 배경을 완전히 무시한 거랍니다. 고인돌은 청동기 유물이죠. 그러니, 이 시대에는 원시인과 같은 사람들도 등장할 수 없고, 공룡은 더더욱 등장할 수 없는 거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잘못된 역사적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고, 진짜 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 아닐까요? 아이들로 하여금 구석기 시대의 생활풍습에 대해 자연스레 알려주는 그런 교육적 효과도 있겠다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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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이사 가요
임유정 그림, 정란희 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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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고 말했다죠. 물론, 어떤 분들은 과연 아인슈타인이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하지도 하지만, 이 말의 의의는 아인슈타인의 말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을 겁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 역시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는데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꿀벌이 사라지면 마땅히 꿀벌이 수분해주던 수많은 식물들의 번식이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죠(물론 자연 스스로 대체 번식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말이죠). 식물들이 사라지면, 결국 인류 역시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은 자명하고요.

 

그렇기에 꿀벌은 대단히 소중한 생태 구성원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꿀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미 꿀벌의 개체수가 50%정도가 감소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꿀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이렇게 꿀벌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농약사용의 급증, 바이러스의 창궐, 전자기파의 만연 등이 주로 이야기됩니다. 갑자기 늘어난 말벌들의 위협도 이유로 들 수 있겠고요. 안타까운 건 우린 꿀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지만, 정작 꿀벌들을 살려내기 위한 노력들은 미미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또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꿀벌들이 소중한 것은 알지만, 정작 꿀벌이 내 주위에서 날아다닌다면 어떨까요? 우리 모두는 아마도 위협을 느끼게 되고, 두려움을 느껴 달아나거나, 두려움으로 인해 꿀벌들을 공격하려는 마음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이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마음일 겁니다. 왜냐하면, 꿀벌들에게는 우릴 아프게 할 침이 있거든요. 물론, 꿀벌들은 그 침 한방에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있지만 말이죠.

 

『꿀벌이 이사 가요』라는 이 짧은 동화는 바로 이러한 두 가지 어쩌면 서로 상반된 내용을 잘 버무리고 있답니다. 꿀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꿀벌로 인한 무서운 마음 말입니다.

 

나나의 집 주변에 갑자기 꿀벌들이 몰려들었답니다. 그 윙윙거리는 소리는 당연하게도 무서웠고요.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다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나나의 엄마는 겁을 내며 장바구니를 휘두르고, 엄마 전화를 받고 급히 온 아빠는 호스로 물을 뿌린답니다. 물론, 그래서 더 꿀벌들을 화나게 했고요. 결국 119 소방관들이 출동했죠. 마치 달나라를 여행하는 우주인처럼 등장한 소방관들은 꿀벌들을 빈 통으로 이사시키네요.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답니다.

 

이 짧은 동화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하고 말이죠.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공간이 이 땅에는 너무 적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꿀벌들이 살기 좋은 곳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꿀벌들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참 좋은 예쁜 동화,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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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했는데 왜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 - 격몽요결로 배우는 어린이 마음공부 인성이 바른 어린이 3
조경구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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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했는데 왜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란 제목의 이 책은 “격몽요결로 배우는 어린이 마음공부”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먼저, 격몽요결이란 율곡 이이 선생이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무엇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하네요. 한 마디로 바른 공부를 위한 율곡 선생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네요.

 

우린 누구나 아이들이 1등을 한다면 기분이 좋게 마련입니다.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 않나요? 아울러 1등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닐 겁니다. 이왕이면 열심히 해서 1등을 하면 좋겠죠. 하지만, 그 공부가 제대로 된 상태에서의 1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한답니다. 책 제목처럼, 1등을 했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반대로 1등을 못한다 할지라도 훌륭한 사람은 많을 수 있고요.

 

그렇다면, 왜 1등을 했음에도 훌륭한 사람은 아닌 걸까요? 그 이유를 무엇보다 공부를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를 보면 될 것 같아요. 옛 사람들은 공부를 둘로 나누었다고 하네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 그것입니다. 위기지학은 ‘나를 위한 공부’이고 위인지학은 ‘남을 위한 공부’랍니다. 이 둘 중에 어떤 것이 좋은 것일까요? 마땅히 ‘남을 위한 공부’가 좋은 가치관일 것처럼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우린 공부해서 내 유익과 내 배만 채우는 인생이 되어선 안 되고, 공부해서 남 주는 인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그런 의미는 아니랍니다.

 

‘남을 위한 공부’인 ‘위인지학’은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공부라는 뜻이라네요. 반면 ‘나를 위한 공부’인 ‘위기지학’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라는 뜻이랍니다. 이렇게 그 뜻을 알고 나면 우리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공부인 위인지학이 아닌,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인 위기지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기지학이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면 인격 수양이 되지 않기에 아무리 1등을 한다고 해도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거죠.

 

물론, 이 책 『1등 했는데 왜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에서는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뿐 아니라, 공부함에 있어서 바른 자세, 바른 생각은 무엇인지, 그리고 계획과 실천에 대해, 공부에 이르기 위해선 잘 보고,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하며, 바른 순서로 정신을 집중하고 해야 하는 것, 아울러 참된 공부인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 등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내용이 바로 ‘위기지학’이 아닌가 싶네요.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공부, 바른 가치관, 바른 생각, 바른 인격을 세우는 공부를 할 때, 그런 사람들의 공부함이 남을 위해 아름답게 사용되어지지 않을까요? 반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 위인지학을 할 때, 그 사람들의 공부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사용되어지겠죠. 더 나아가 위인지학의 공부를 한 사람들이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자리에 앉게 되면, 그 사람들의 지식은 도리어 세상을 어둡게 할 수 있겠고요.

 

바른 가치관을 세우기 위한 공부를 위해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좋겠네요.

 

『격몽요결』, 사실 굉장히 딱딱한 내용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딱딱한 내용을 아이들과 또래인 사랑이와 평화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답니다. 물론, 아쉬움은 있네요. 이렇게 재구성된 이야기들이 솔직히 재미있진 않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보다 더 자연스레 격몽요결이 말하는 의미들을 익힐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가운데 격몽요결의 의미를 찾아가기보다는 격몽요결의 의미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억지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더 강하네요. 이러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어쩌면 『격몽요결』의 너무 소중한 내용을 전하기 위한 의도 때문이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의미들을 잃고 싶지 않아, 스토리 위주보다는 의미 위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겠죠. 아울러서 재미있진 않다 할지라도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 내용만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내용이니, 그 내용을 생각하며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 책을 꼭 한 번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공부를 위해서 말입니다.

 

위인지학이 아닌 위기지학을 이룬 분들이 관직에도 오르고, 정치도 하며, 기업인도 되고, 학계에도 자리 잡게 된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 자라나는 세대들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인격을 세우는 ‘위기지학’을 이루어감으로 그들이 사회에 나가게 될 시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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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 징검다리 역사책 8
정창권 지음, 유설화 그림 / 사계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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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누구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인류의 역사는 물과 함께 시작되고,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는 반드시 물이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물에 대해 알아보는 것 역시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임에 분명하다.

 

『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는 바로 그러한 우리의 물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후기에서 근대로 한정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수선은 조선 시대 후기의 문인 유재건이 그 무렵의 뛰어난 서민 308명의 삶을 다룬 『이향견문록』에 나오는 실제 인물로, 19세기 경기도 과천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머슴이었는데, 수선은 물의 성질을 깊이 연구해 물맛을 감별하는 능력을 얻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수선(水仙), 즉 물도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물도사 수선과 함께 좋은 물을 찾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물들은 실제로 한양과 경기 지역에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우물들이다. 수선은 그러한 우물들 하나하나의 물의 성질을 파악하고, 좋은 물은 어디인지, 또한 각각의 물은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이 책은 물의 근대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물의 근대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것은 바로 수도시설일 것이다. 지금은 수도가 집집마다 있어 수도꼭지만 틀면 어느 곳에서든 물을 얻을 수 있다. 굉장히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없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부작용에도 관심을 갖는다. 수도로 인한 부작용은 무엇보다 물의 획일성을 들고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허준은 물을 33가지로 분류한다. 분자식으로는 H2O 모두 같은 물이지만, 어떤 물이냐에 따라 용도가 다르고 효험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물이 지금은 같아졌다. 모두 같은 수돗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말한다. 물이 대단히 소중한 것임에도 오늘날 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수도로 인함이라 말한다. 수도로 인해, 편리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물에 대해 깊은 이해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것. 그럼으로 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도리어 우리는 물과 멀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물에 대한 몰이해는 물의 흐름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더 나아가 물을 함부로 쓰고, 심지어 파괴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은 “물이란 본디 신성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것인데, 이젠 힘 있고 영악한 자들이 독차지해서 돈벌이 수단으로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고 말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신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값없이 주셨다. 공기가 그렇고, 물이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힘 있는 자들의 유익으로 사용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물은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좋고 깨끗한 물은 가진 자들이 누리게 되었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오염된 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물에 대한 문제는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신성한 물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린 시대이기에 다음 세대들에게 물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살았던 수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물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물이 더 이상 영악한 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우리 역사 가운데 이제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강을 살리겠다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촌극도 벌어지지 않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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