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 징검다리 역사책 8
정창권 지음, 유설화 그림 / 사계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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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누구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인류의 역사는 물과 함께 시작되고,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는 반드시 물이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물에 대해 알아보는 것 역시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임에 분명하다.

 

『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는 바로 그러한 우리의 물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 후기에서 근대로 한정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수선은 조선 시대 후기의 문인 유재건이 그 무렵의 뛰어난 서민 308명의 삶을 다룬 『이향견문록』에 나오는 실제 인물로, 19세기 경기도 과천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머슴이었는데, 수선은 물의 성질을 깊이 연구해 물맛을 감별하는 능력을 얻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수선(水仙), 즉 물도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물도사 수선과 함께 좋은 물을 찾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물들은 실제로 한양과 경기 지역에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우물들이다. 수선은 그러한 우물들 하나하나의 물의 성질을 파악하고, 좋은 물은 어디인지, 또한 각각의 물은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이 책은 물의 근대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물의 근대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것은 바로 수도시설일 것이다. 지금은 수도가 집집마다 있어 수도꼭지만 틀면 어느 곳에서든 물을 얻을 수 있다. 굉장히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없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부작용에도 관심을 갖는다. 수도로 인한 부작용은 무엇보다 물의 획일성을 들고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허준은 물을 33가지로 분류한다. 분자식으로는 H2O 모두 같은 물이지만, 어떤 물이냐에 따라 용도가 다르고 효험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물이 지금은 같아졌다. 모두 같은 수돗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말한다. 물이 대단히 소중한 것임에도 오늘날 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수도로 인함이라 말한다. 수도로 인해, 편리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물에 대해 깊은 이해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것. 그럼으로 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도리어 우리는 물과 멀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물에 대한 몰이해는 물의 흐름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더 나아가 물을 함부로 쓰고, 심지어 파괴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은 “물이란 본디 신성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것인데, 이젠 힘 있고 영악한 자들이 독차지해서 돈벌이 수단으로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고 말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신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값없이 주셨다. 공기가 그렇고, 물이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힘 있는 자들의 유익으로 사용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물은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좋고 깨끗한 물은 가진 자들이 누리게 되었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오염된 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물에 대한 문제는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신성한 물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린 시대이기에 다음 세대들에게 물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살았던 수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물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물이 더 이상 영악한 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우리 역사 가운데 이제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강을 살리겠다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촌극도 벌어지지 않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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