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도둑
앙드레 마루아 지음, 파트릭 두아용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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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도둑』이란 제목의 재미난 그림동화 책을 보고 나니, 학창시절이 떠오르게 되네요. 요즘이야 학교마다 급식을 하기에 도시락을 싸가지 않지만, 예전엔 도시락을 꼭 싸가야만 했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사립학교를 다녔는데, 일주일에 한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빵집에서 빵 도시락을 주문해 먹곤 했던 기억도 나네요. 하지만, 이렇게 맛난 빵을 먹던 기억보다 더 행복한 추억은 네모난 도시락에 밥을 꽉꽉 눌러 싸가지고 다녔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친구들 도시락을 몰래 열어 한 숟갈씩 훔쳐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이야기 속의 누구처럼 말이죠(많이 먹으면 들키니까, 도시락을 반대로 열어 한 숟갈씩 훔쳐 먹곤 했죠. 얘들아~ 지금이라도 미안하다.^^).

 

알랭은 점심시간이 제일 기다려집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싸주시는 샌드위치는 너무너무 맛있거든요. 요일마다 샌드위치 종류도 다를뿐더러, 엄마가 손수 만드는 특제소스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환상적인 맛이거든요. 그런데, 그 맛있는 샌드위치가 도둑맞았답니다. 하지만, 알랭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답니다.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만 해요. 그래야 점심을 도둑맞지 않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너무나도 맛있는 엄마의 샌드위치를 먹지 못하는 슬픔을 견딜 수 없거든요. 아직 화수목금 맛난 샌드위치는 계속 되니까요.

 

알랭은 용의자를 하나하나 써가며 수사에 나섭니다. 그런데, 용의자가 너무 많네요. 뚱보 로뱅도 의심스럽고, 가난한 마리도 쪼끔 의심스럽네요. 뿐 아니라, 범인을 잡기 위해 수업시간에 살짝 복도에 나가 도시락가방을 살펴보는데, 수업시간에 복도에 나와 도시락가방을 뒤진다며 마치 경찰처럼 구는 수위아저씨도 의심스럽고. 옷깃에 노란 소스 자국을 묻히고 있던 교장선생님도 의심스럽네요. 뿐 아니라,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앞 반 선생님도요(커다란 왕새우에 두부소스를 곁들인 수요일 샌드위치는 도둑맞지 않았거든요.).

 

과연 도둑은 누구일까요? 독자들은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누가 샌드위치 도둑일지 함께 추리하며 살피게 되는 재미가 이 책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샌드위치가 먹고 싶기도 하고, 배가 고파지기도 하네요. 그래서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이런 주의사항 경고문이 써 있답니다.

 

셋. 배가 고파 화를 낼 수 있으니, 꼭 식사 후 읽을 것!

넷.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한다고 탓하지 말 것!

다섯. 엄마한테 샌드위치 만들어 달라고 조르지 말 것!

 

저학년 아이들 책치고는 두껍지만 그림책이기에 저학년 아이들도 금세 읽을 수 있으니 책 두께에 겁먹지 마세요. 게다가 내용이 아주 재미있거든요. 뿐 아니라 그림 하나하나도 재미있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을 보세요.

알랭이 엄마가 싸주신 샌드위치 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뛰어가는 장면이에요. 얼마나 그 냄새가 좋은지 강아지가 알랭 도시락만을 쫓아가네요. 뿐 아니라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 차 안의 운전사는 졸고 있고요(저도 가끔 신호등 앞에서 이렇게 조는데 말이죠.^^). 많이 피곤한가 봐요.^^

 

이처럼 재미난 이야기와 그림이 가득하기에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는답니다. 저희 딸아이(초등 예비3학년)도 재미나게 읽고선 샌드위치 도둑 밉다고 하네요(누군지 비밀이에요.^^). 하지만, 도시락을 안 싸기에 조금은 공감대가 부족한데, 그래서 엄마 아빠의 도시락을 싸가던 시기에 대해, 그리고 엄마 아빠의 학창시절 에피소드도 함께 나누게 되는 뜻밖의 선물도 누릴 수 있어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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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자전거 고래동화마을 1
최인혜 지음, 유수정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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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일이네 집은 가난합니다.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아빠는 간혹 집에 들어오시죠. 엄마는 병으로 불편하셔서, 할머니가 집안 살림을 하십니다.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준일은 자전거가 갖고 싶답니다. 친구들 모두 자전거를 갖고 있거든요. 그래도 단짝 친구인 태민이도 자전거가 없어 함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꽁무니를 좇아가기도 하고, 함께 정글짐에 올라 놀기도 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태민이도 자전거를 샀거든요. 그래도 태민은 준일에게 자전거를 번갈아 탈 수 있도록 배려해주네요. 그러던 태민도 언젠가부터 자전거 있는 친구들과만 함께 다니며 자전거를 탑니다. 준일이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요. 준일은 외톨이가 되었죠. 그런 준일에게 아파트 단지 한 구석에 버려진 자전거가 눈에 띱니다. 혹시 주인이 나타날까 어두워질 때까지 지켜봐도 끝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네요. 준일은 누가 버린 자전거라 합리화를 하며 자전거를 집으로 가져갑니다. 과연 이 자전거로 인해 준일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준일에게도 정말 자전거가 생긴 걸까요?

 

최인혜 작가의 『잃어버린 자전거』라는 이 책에는 「잃어버린 자전거」와 「참새가 없어졌어요」라는 두 편의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잃어버린 자전거」가 분량 면에서도 훨씬 길어 아무래도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큽니다. 「참새가 없어졌어요」는 짧은 이야기로 어린 시절 처마 밑 새집안의 알을 들여다보곤 하던 추억, 홀로 땅바닥에 떨어져 바등거리던 참새 새끼를 주워 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입니다.

 

「잃어버린 자전거」는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가난 때문에 탈 수 없는 준일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동화입니다. 준일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아는 제법 철든 아이랍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지도 못한답니다. 이처럼 어리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 더욱 마음을 짠하게 하네요. 한편 그런 준일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반복되는 푸념과 엄마의 침묵 역시 마음을 짠하게 하고요. 아이가 그토록 원하는 것을 사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찢어지겠어요?

 

하지만, 이런 가난 가운데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준일네 가정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게 다가오기도 하는 동화랍니다. 품위란 좋은 아파트에 살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비록 좁고 낡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다 할지라도 품위를 지켜낼 수 있죠. 바로 준일네 가정처럼 말입니다.

 

준일네 엄마는 준일이 가져온 자전거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애씁니다. 혹 누군가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며 말이죠(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는 아들의 모습에 속상한 자신의 마음도 뒤로 한 채 말입니다.). 그래서 아픈 몸에도 자전거에 묻은 흙과 먼지를 깨끗이 닦아냅니다. 그리곤 자전거에 써진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죠.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돌려주고요.

 

이런 모습에서 가난하지만 정직한 모습을 보임으로 삶의 품위를 세워나가는 그 모습이 멋지네요. 물론, 가난의 힘겨움은 여전히 안타깝지만요.

 

아울러 이 동화 속의 준일의 모습에서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자전거 도둑으로 오해받다 오히려 새 자전거를 선물 받지만 준일은 이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자신이 왜 이 자전거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거든요. 게다가 자전거를 선물한 아줌마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자전거였는데도 납득할 수 없는 선물 앞에 자존심을 지켜내는 이런 모습이 참 멋지게 느껴집니다.

 

뿐 아니라 선의의 도움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도움을 받는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을 알고 용서를 빌고 사정 설명을 친절하게 하여 결국 준일을 납득시키는 아줌마의 모습도 아름답고요. 우린 누군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도움을 받는 입장을 살피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곤 하니 말이에요. 도움을 받는 입장에 무슨 가리는 것이 그리 많으냐며 핀잔의 말까지 하며 말이죠. 이처럼 도움의 손을 펼치되 도움을 받는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길지 않은 짧은 동화이만,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도, 그리고 따뜻하고 충만하게도 해주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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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강에서 보낸 여름 동화는 내 친구 31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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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위대한 어린이책 작가로 손꼽히는 작가이자 카네기상 수상 작가인 필리파 피어스의 첫 번째 책인 『세이 강에서 보낸 여름』이란 책을 만났습니다. 작가는 어느 여름 내내 결핵으로 병원에 누워 있으며 고향집 풍경을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강에서 카누도 타고 헤엄도 치고 고기도 잡던 추억에 갑갑한 병상을 벗어나 카누를 타고 강물 위를 떠다니고 싶은 열망과 그 상상의 산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1955년에 첫 출간된 책이며, 도서출판 논장에서 2003년에 우리말로 번역 출간한 책입니다. 금번 2016년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왔네요.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제법 두툼한 책으로 초등 중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겠네요.

 

세이 강변에서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어느 비가 많이 온 다음날 자신의 집 앞 강가에 낡은 카누 하나가 떠 내려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카누의 주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자신은 이 카누를 타고 상류로 올라가봅니다. 그렇게 해서 카누의 주인인 애덤(애덤 코들링)을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터 애덤과 데이비드는 절친이 됩니다. 둘은 함께 카누를 손질하고 모험을 준비합니다. 이 모험에는 감춰진 진짜 목적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몰락한 코들링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겁니다. 애덤의 선조인 조너던 코들링은 1588년에 만약을 대비하며 많은 보물을 숨겨두고 단서를 남겼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며 가문의 아무도 보물을 찾지 못했다고 하네요.

 

부모 없이 할아버지, 고모와 함께 낡은 코들링 저택에서 살고 있는 애덤은 경제적 이유로 더 이상 이곳에서 함께 살 수 없답니다. 애덤이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친구인 데이비드와 함께 있을 방법은 어딘가 있다는 숨겨진 전설 속의 보물을 찾는 겁니다. 이에 데이비드와 애덤은 함께 카누를 타고 다니며 보물을 찾기 위해 애씁니다. 과연 보물은 정말 있는 걸까요? 보물이 있다면 과연 두 소년은 수수께끼를 풀고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 어린이 소설은 모험의 세계를 동경하는 어린이들이라면 금세 푹 빠져들 만한 이야기입니다. 카누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며 하게 되는 모험. 여기에 더하여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선다는 설정은 유년기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모험이 아닐까 싶네요.

 

마치 ‘벤보 제독’ 여관의 짐이 낡은 지도 하나를 통해, ‘보물섬’을 찾아 항해를 떠나듯이 데이비드와 애덤 역시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인 수수께끼와 같은 시 한 편을 들고 세이 강을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보물에 대한 단서는 오직 뜻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싯구뿐인데, 이 싯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마치 탐정의 멋진 추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더 큰 보물은 친구와의 우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 어린이 소설은 마치 감춰진 보물을 발견한 것과 같은 책읽기의 기쁨을 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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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와 마법의 호수 -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꼬마천사 이야기
사이토 히토리 지음, 강진호 옮김 / 인간희극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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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와 마법의 호수』라는 제목의 동화인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일본 최고의 부자라는 타이틀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저자는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긴자마루칸’과 ‘일본한방연구소’의 창업자입니다. 여러 해 동안 연속으로 ‘납세액 1위’를 기록하였다니 명실 공히 일본 최고의 부자임에 분명하네요. 그런 그에게 꿈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행복할 수 있는 동화책을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탄생하게 된 동화가 바로 이 책 『하루와 마법의 호수』입니다.

 

하루는 천사입니다. 하루가 태어난 ‘사랑나라’에서는 인간을 행복의 길로 이끈 천사가 나중에 아름다운 여신이 된다고 합니다. 하루는 아름다운 여신이 되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여행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공부하는 중이고요.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색인지를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답니다. 그런 하루가 ‘폰몬테릴’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곳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온통 어두운 색깔뿐이네요. 과연 이 마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루는 ‘폰몬테릴’마을의 시장의 아들 쥬우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쥬우의 마음 속 색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쥬우 역시 온통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들뿐이네요. 이에 하루는 쥬우를 돕기 위해 쥬우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마음 속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이 호수 역시 온통 어두운 색깔뿐이랍니다. 과연 하루는 쥬우의 마음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쥬우의 마음 속 호수가 다시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을까요? 하루는 어두운 마을을 밝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하루는 정말 아름다운 여신이 될 수 있을까요?

 

『하루와 마법의 호수』라는 동화를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쁜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요. 좋은 일에도 역시 그렇게 된 까닭이 있다고요. 그건 바로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뿐 아니라,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상대방도 바뀌게 된다고 말합니다. 내가 아름다운 생각을 품고 있으면 그런 영향을 받아 상대방 역시 아름다운 마음을 품게 된다는 거죠.

 

더 나아가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품는 비결은 천국의 말을 하는 겁니다. 반대로 지옥의 말을 하게 되면, 우리 마음속 호수가 어둡게 변하게 되고요. 그로 인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호수도 어둡게 변하게 되겠죠.

 

그러니, 이 책의 결론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나 천국의 말을 하길 권하고 있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천국의 말, 그리고 지옥의 말은 다음과 같아요.

 

< 천국의 말 >

사랑합니다.

잘될 거예요.

기뻐요.

즐거워요.

감사합니다.

행복해요.

고마워요.

용서합니다.

 

< 지옥의 말 >

겁이 나.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늘 나만 가지고 뭐래.

난 안될 거야.

오늘 하루 또 어떻게 버티지?

짜증나고 지겨워.

용서 못해.

 

오늘 우린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나 돌아보게 되네요. 지옥의 말이 아닌, 천국의 말이 우리들 삶에 가득하길. 그래서 우리 마음속 호수가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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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학원 스콜라 어린이문고 17
송미경 지음, 유준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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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학원』, 왠지 책 제목이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통조림으로 만들어 버리는 학원, 공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떠올려보게 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 동화 『통조림 학원』은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 물론 공부를 잘 하고자 하는 마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동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슬픔이나 아픈 기억, 나쁜 기억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요? 우린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안에 있는 나쁜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면 될까요? 아픈 기억은 모두 잊어버린 채 쉬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승환네 동네에 어느 날 박사학위가 6개나 있는 삐에로 박사가 등장하여 통조림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학원에 가서 공부한 아이들이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녀들을 통조림 학원에 보내기를 원하죠.

 

우리의 주인공 승환 역시 통조림 학원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목욕을 함으로 몸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는 것이라네요. 그러며 목마르면 마시라고 의문의 음료수를 주는데, 승환은 이 음료수를 마시지 않고 다 쏟아버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때에 맞춰 먹으라고 주는 통조림 역시 일부는 자신이 먹고, 일부는 친구 윤아에게 줘버립니다. 그래서인지 승환은 다른 아이들처럼 통조림 학원의 효과를 보지 못하네요. 대신 승환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삐에로 박사에게 길들여지기보다는 박사를 향한 의심을 품게 되죠. 과연 삐에로 박사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그리고 통조림 학원에서 지시하는 대로 행한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동화는 그저 망각만이 답은 아님을 우리에게 말합니다. 비록 슬픔의 기억, 아픔의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것 역시 우리네 삶임을 이야기하죠. 그리고 그 슬픔의 기억을 딛고 일어설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함도 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삐에로 박사는 아이들의 나쁜 습관, 감정, 기억들을 기계를 통해 모두 추출하고, 이를 모두 통조림에 저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나쁜 습관, 나쁜 기억을 모두 잊으면 행복하게 된다고 믿죠.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 아이들은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행복이라는 최면에 걸리게 됩니다. 모두 멍한 상태로 말이죠.

 

승환 역시 깊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윤아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사고가 나게 되고, 윤아의 오빠와 승환의 누나를 잃었거든요. 이로 인해 승환에게는 망각의 병이 생겼습니다. 이 망각의 병은 도벽으로 나타나고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건들을 훔치게 되죠. 자신은 초콜릿과 같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초콜릿을 훔쳐 먹곤 합니다. 단지 승환이 기억하지 못할 뿐. 그러니, 이런 승환의 모습을 통해 동화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단지 나쁜 기억, 슬픈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이처럼 망각의 상태 가운데 물건을 훔치는 승환과 같은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나쁜 기억을 그저 지워버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이고 아픔이겠지만, 억지로 지워버리는 것보다는 내 힘으로 그 아픈 기억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진짜가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선 아플 만큼 아파야만 할 테고 말이죠.

 

이야기 속에서 삐에로 박사에 의해 강제로 기억을 편집당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기억이 담긴 통조림을 모두 오픈해서 기억을 소환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며 말이죠. “아프고 힘들어도 우리 기억이야!”

 

맞아요. 아프고 힘들어도 우리 기억이죠. 강제로 우리의 기억이 편집당하고 강제로 행복의 감정이 이식된다면 이건 진짜 행복이 아닐 겁니다. 우리 아프면 아파하면 어떨까요. 하지만, 그 아픔에 함몰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한 후에는 그 아픔의 땅을 딛고 다시 일어 설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우린 앞으로도 여전히 삶 속에서 다양한 아픔을 생산해 내겠지만, 그럼에도 그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고, 행복의 땅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어두움 후에 빛이 오며, 소나기 후에 햇빛 남을 기억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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