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 학원 스콜라 어린이문고 17
송미경 지음, 유준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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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학원』, 왠지 책 제목이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통조림으로 만들어 버리는 학원, 공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떠올려보게 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 동화 『통조림 학원』은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 물론 공부를 잘 하고자 하는 마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동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슬픔이나 아픈 기억, 나쁜 기억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요? 우린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안에 있는 나쁜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면 될까요? 아픈 기억은 모두 잊어버린 채 쉬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승환네 동네에 어느 날 박사학위가 6개나 있는 삐에로 박사가 등장하여 통조림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학원에 가서 공부한 아이들이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녀들을 통조림 학원에 보내기를 원하죠.

 

우리의 주인공 승환 역시 통조림 학원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목욕을 함으로 몸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는 것이라네요. 그러며 목마르면 마시라고 의문의 음료수를 주는데, 승환은 이 음료수를 마시지 않고 다 쏟아버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때에 맞춰 먹으라고 주는 통조림 역시 일부는 자신이 먹고, 일부는 친구 윤아에게 줘버립니다. 그래서인지 승환은 다른 아이들처럼 통조림 학원의 효과를 보지 못하네요. 대신 승환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삐에로 박사에게 길들여지기보다는 박사를 향한 의심을 품게 되죠. 과연 삐에로 박사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그리고 통조림 학원에서 지시하는 대로 행한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동화는 그저 망각만이 답은 아님을 우리에게 말합니다. 비록 슬픔의 기억, 아픔의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것 역시 우리네 삶임을 이야기하죠. 그리고 그 슬픔의 기억을 딛고 일어설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함도 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삐에로 박사는 아이들의 나쁜 습관, 감정, 기억들을 기계를 통해 모두 추출하고, 이를 모두 통조림에 저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나쁜 습관, 나쁜 기억을 모두 잊으면 행복하게 된다고 믿죠.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 아이들은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행복이라는 최면에 걸리게 됩니다. 모두 멍한 상태로 말이죠.

 

승환 역시 깊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윤아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사고가 나게 되고, 윤아의 오빠와 승환의 누나를 잃었거든요. 이로 인해 승환에게는 망각의 병이 생겼습니다. 이 망각의 병은 도벽으로 나타나고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건들을 훔치게 되죠. 자신은 초콜릿과 같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초콜릿을 훔쳐 먹곤 합니다. 단지 승환이 기억하지 못할 뿐. 그러니, 이런 승환의 모습을 통해 동화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단지 나쁜 기억, 슬픈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이처럼 망각의 상태 가운데 물건을 훔치는 승환과 같은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나쁜 기억을 그저 지워버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이고 아픔이겠지만, 억지로 지워버리는 것보다는 내 힘으로 그 아픈 기억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진짜가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선 아플 만큼 아파야만 할 테고 말이죠.

 

이야기 속에서 삐에로 박사에 의해 강제로 기억을 편집당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기억이 담긴 통조림을 모두 오픈해서 기억을 소환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며 말이죠. “아프고 힘들어도 우리 기억이야!”

 

맞아요. 아프고 힘들어도 우리 기억이죠. 강제로 우리의 기억이 편집당하고 강제로 행복의 감정이 이식된다면 이건 진짜 행복이 아닐 겁니다. 우리 아프면 아파하면 어떨까요. 하지만, 그 아픔에 함몰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한 후에는 그 아픔의 땅을 딛고 다시 일어 설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우린 앞으로도 여전히 삶 속에서 다양한 아픔을 생산해 내겠지만, 그럼에도 그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고, 행복의 땅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어두움 후에 빛이 오며, 소나기 후에 햇빛 남을 기억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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