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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일곱 살 - 개정판
허은미 지음, 오정택 그림 / 만만한책방 / 2017년 9월
평점 :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허은미 작가의 그림책 『진정한 일곱 살』(양철북, 2011.)이 이번에 만만한 책방 출판사에서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사실, 전 신간도서인줄 알았는데, 아내가 이 책을 보더니, 그림책 공부 시간에 살펴봤던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니, 맞더라고요.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 새 옷을 입은 『진정한 일곱 살』, 과연 어떤 모습이 ‘진정한’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봅니다.
책 주인공이 말하는 ‘진정한’의 의미는 일곱 살 ‘다운’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일곱 살에게 요구되어지는 ‘당위성’의 옷을 입은 모습입니다. 아니, 어쩌면 일곱 살 아이 스스로 ‘내가 진정한 일곱 살이 되기 위해선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뉘앙스로 조금은 으스대는 느낌, 조금은 과장된 느낌으로 말하는 내용들로 여겨집니다.
주인공은 진정한 일곱 살은 앞니 하나쯤 빠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이빨이 흔들리면 이빨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이빨이 빠지면 괜스레 어깨가 으슥하기도 하죠. 뭔가 엄청난 것을 해냈다는 그런 기분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이빨을 뺀다는 것은 일곱 살 아이에게는 두려움과 아픔의 체험이기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훈장 하나 단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실인 거죠. 이빨을 뺀 사건은 그만큼 아이에게는 엄청난 사건이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일곱 살 다운’ 아니, 어쩌면 여섯 살은 할 수 없는 ‘어른’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식으로 주인공은 ‘진정한’ 일곱 살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진짜 진정한’ 일곱 살은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네요. 그러니, 바꿔 생각하면 일곱 살 아이에게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싫은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언제나 양보하며 사이좋게 놀아야 한다고 하니, 이제 일곱 살이나 되었으니 짐짓 어른 흉내를 내며 큰 맘 먹고 양보합니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이 얼마나 대견스럽겠어요?
이처럼, ‘진정한 일곱 살’을 외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귀엽고 예쁘답니다. 이렇게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며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또 한편으로는 성장이란 이름 아래, 이처럼 자신의 진짜 마음을 억눌러야만 하는 것이 어쩐지 안쓰럽기도 합니다. 사실은 일곱 살 ‘다운’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일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책은 역시 일곱 살 ‘다운’ 모습 역시 보여주거든요. 어쩌면 이런 모습은 ‘진정한’을 외치는 아이에게는 부끄러운 모습, 감추고 싶은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짜 ‘진정한 일곱 살’의 모습은 이처럼 일곱 살 ‘다운’ 모습이기에 모른 척 해봅니다.
마지막, 책의 내용이 참 멋집니다.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맞아요.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죠. 물론, 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나가고 성장시켜나가려는 내 모습은 있어야 하겠지만, 결코 조급해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나가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기도해봅니다.
잠깐! 난 지금 ‘진정한 oo 살’ 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