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 1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서상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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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가의 이야기. 카라마조프가에 대해서 들어는 보았지만, 읽어 본적이 없어 이 기회에 책을 들었다. 그에게는 세명의 자식이 있는데 첫번째 부인의 아이 드미트리, 두번째 부인에서 낳은 이반과 알렉세이이다. 과거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결혼을 금지했다고 한다. 자유를 논하고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말하고 무엇이 행동은 굼뜨게 하라고 했는지. 말은 입을 열면 되지만 행동은 두다리를 움직여야 해서 그런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세상에는 중요한 자격증 시험이 없는 것 보면 엉터리가 맞다. 부모나 자식이나 자격이 필요하다. 인간도 사람 자격이 필요하고 그런데 정작 중요한건 자격증 시험이 없다. 뭐, 그런걸 시험쳐서 되겠냐? 싶겠지만 때론 그런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자격을 두고, 타인을 제멋대로 비판할 자격은 누가 주었는가?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대단한 인물이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걸 보면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은 불쌍하다라고 하기엔 실로 뻔뻔스럽다. 결혼은 지참금에 눈이 멀어서 하고, 자식은 부인이 낳으니까 어쩔수 없고 뭐 그런식이다. 그의 충실한 하인 그리고리가 자식들을 키워주었지만, 사랑을 모르고 살아왔으니 그들의 삶이 온전할 수 없을것만 같아 불안했다. 카라마조프가의 일가라는 것,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느껴졌다. 사제자의 길을 걸으려는 순수한 청년 알렉세이 역시 자신의 피는 어쩔수 없다고 느낀다. 드미트리는 어머니의 유산을 가로챈 아버지와 계속해서 전쟁중이다. 아버지와 드미트리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미친 개처럼 서로를 향해서 으르릉 거리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여자때문에.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이반은 논리적이고 똑똑하지만 차가운 성격이라 다른이의 기분을 쉽게 상하게 만들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있는 곳에 사건이 있으리라. 타인이 자신의 어릿광대 짓을 끔찍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면서 그토록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이런 사람이니 싫으면 니가 떠나라 그런건가. 아버지와 드미트리의 중재를 이해서 수도원에서의 만남은 "시간이 남아돌면 집에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지" 하는 그런식이 되어버렸다. 그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였다. 아비는 거짓 연기로 자식을 몰아세우고 자식은 아버지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다. 드미트리는 약혼녀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에게 빠져있었다. 그녀가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천사같은 미모와 반대의 사악함이 너무나 매력적이였을까? 이쁜 여자는 사악해도 참아줄만한 것일까? 그녀는 매우 머리도 좋아 보였다.

"말씀 중에 '너희에게 가해지는 모욕을 기쁜 마음으로 참아내고,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증오하지 말며,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지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말씀대로 행동하겠습니다."(106쪽) 수도원장의 목소리에 분노의 빛이 느껴졌지만 그의 말처럼 세상을 살아 낼 수 있다면 우리는 덜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욕을 기쁜 마음으로 참아 낼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이반과 알렉세이의 대화는 이어진다. 이반은 드미트리의 약혼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놓고 집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화내지 않을 거지? 형도 스물네 살의 젊은이라는 거. 젊다 못해 풋풋한 청년...... 그러니까 아직 주둥이가 샛노란 애송이라는 거! 형. 기분 나빠?" (260쪽) 라고 말하는 알렉세이는 철부지 같으면서도 예리하게 상황을 파고든다. 그리고 형을 위해 하는 말.
"나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261쪽) 알렉세이 역시 솜털이 풋풋한 스무살이지만 그의 생각은 밝아서 좋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비관하지 않는다. 아버지라고 하기에 민망할지라도 아버지에게 마음이 주고 형들을 걱정하고 자신의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스메르쟈코프의 행동이 매우 수상쩍지만, 이반은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집을 떠나고 만다. 무슨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반은 일을 떠나고 집안에는 묘한 기운이 감돈다. 왠지 무슨일이 벌어질것만 같은데 그리고 2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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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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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생활 25년, 전 강력계 형사였던 카와쿠보 아츠시는 불합리한 인사이동으로 작은 시골 마을 주재소에 홀로 부임되어 온다. (뒷장에서) 이 작은 시골 마을은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라고 한다. 카와쿠보가 온 첫날, 방법협회장등 마을에 여러장을 맡고 계신분들과 조촐한 식사를 하게 된다. 조용한 마을이니 별탈은 없을 것이라던 그말이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기분이였다.  우습게도 주재소 경찰은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동네의 안위를 살피는 정도라고나 할까. 작은 마을이라고 하지만 6천명의 사람이 살고 있고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착한 동네라고만 생각했다.  주재소 경찰은 2년에 한번씩 바뀌기 때문에 동네 실정을 알만하면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한번 뜨겁게 데고 난 뒤로 인사인동이 엉망징창이 되어버린 것이였다. 그 방면에 뛰어난 인재들이 엉뚱한 곳에 있고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일을 맡아 보게 되는  병폐가 생겨버렸다.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이 동네는 알면 알수록 도시보다 잔혹했다. 카와쿠보는 동네 정보를 얻으러 동네의 모르는 것이 없는 카타기리 어르신을 찾아간다. 전 강력계 형사였던 카와쿠보는 확실히 사건을 조사하는데 뛰어난 인물이였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소년의 죽음을 보는 순간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되지만, 그 방면에 초짜인 상사가 와서 "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구만." 하고는 가버렸다. 사전 조사를 통해 범인이 누군인지 밝혀낸다. 증거는 없고, 그 전에 오토바이 사고에 대해서 말해주었던 여학생이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고 그 범인과의 연관성도 여러모로 찜찜하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우연히 교통사고를 내었다. 그곳에 출두하게 된 카와쿠보의 행동력 있는 판단에 나는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로 온 경찰에게 했던 말 " 교통사고사 둘, 살인하나." 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이야기는 한가지 사건이 끝나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조용해 보이는 마을에 시끄럽고 껄끄러운 문제가 많았다. 카와쿠보는 사건을 직접 조사할 수 없으므로 답답한 심정이였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음에 의미심장하게 다가가 사건의 전모에 대해 이야기해서 범인이 자수 하게 만들기도 하고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을 쫓아내었던 일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카와쿠보는 "죄송합니다" 라고 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곧이 하는 정의롭고 멋진 형사였다.  그쪽으로 초보 형사가 놀랍게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증거도 없이 범인을 때려잡는 것을 보고 카와쿠보는 말한다.  " 무능한 형사는 주위 사람의 인생을 허무하리만치 망쳐 놓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206쪽)  상대방 수화기 너머로 "야" 라는 고함이 들린다. 내가 다 속이 시원한 느낌이였다. 

카와쿠보처럼 능력있는 사람이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니.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마지막 이야기 어린 소녀의 유괴사건 이야기가 가슴 아팠다. 13년전 축제때 유괴 되었던 아이, 그리고 13년이 지난 현재 이 동네에서 화려한 축제가 열린다. 그리고 한 소녀가 유괴되는데. 카와쿠보의 빠른 행동력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윗선에서는 바쁘다며 일력을 빼주기 어렵다고 그러고, 정말 유괴가 맞나며 자꾸만 의문을 제기한다. 카와쿠보가 빨리 처리하지 않았다면 그 소녀는 또 죽었을 것이다. 카와쿠보는 이 작은 마을의 범죄률이 낮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역시 그 씁쓸한 사실에 할말을 잃었다. 13년전에 유괴 되었던 소녀는 범인 혼자 죽인 것이 아니다. 범죄률이 거의 없는, 조용한 작은 마을이라는 말에 속지 마시길. 거기에 무엇이 꿈틀거리는지, 직접 들여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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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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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2권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애니나 만화책으로 그리스 로마의 신화에 대해서 보았지만, 책으론 읽어 본적이 없어서 더욱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다. 인물의 이름이 복잡하고 등장 인물도 많아서 읽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지도 모르나 전혀 그렇지 않다.  쉽고 재미있게 잘 설명되어 있어서 이름이 머리속에 쏙 들어온다. 옆사람에게 이야기할때도 자연스레 인물의 이름이 나왔다. 평상시에는 ’음 그게 뭐였지?’ 하면서 책을 다시 보곤 했었는데 말이다. 

아이게우스가 몸을 던졌다고 해서 그 바다는 그때부터 ’아이게우스 바다’라고 불린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도 이 바다를 ’에게 해’라고 부른다. (51쪽) 자주 들어 봤던 말, 익숙한 말이 였지만 기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 라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사진과 저자의 재치도 이 책을 만화책 못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력이였다. 알렉산드로스는 어린시절 부터 영웅적인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할 찰나에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 알렉산드로스는 재물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는 ’세계’를 정복했지만 그건 칼의 위력에 의해 지켜진 것이 었기때문에 금방 스러질 수 밖에 없는 것이였다.  

그리스 신화에 퀴벨레의 뒤를 이어 등장하는 곡물의 여신 이름은 ’데메테르’다. 이 데메테르 여신의 라틴 이름은 ’케레스’다. 미국인들이 아침마다 우유에다 타 먹는 것은 ’케레스’의 영어식 이름 ’시어리스’의 선물, 즉 ’시리얼’이다. (132쪽) 이 책을 읽으면서 요렇게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 알아 나가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게 알게된 지식에 눈이 번쩍 뜨인다. 오랜만에 안구 정화를 하고 있는 중이랄까?

나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영웅들의 본색을 되살피는 작업을 통하여, 다양한 경로로 우리의 언어에 삼투해 들어와 있는 서양 문화의 무수한 표현법과 수사법을 조명하고 여기에다 피를 통하게 하고 싶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있다. (8쪽)  들어가는 말에 저자가 이 책을 쓰신 이유에 대해서 쓰신 부분이다.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때를 묻히는 작업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문화를 향해 옷깃을 여민다는 말씀에 감동받았다.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그것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더욱 재미난 사실을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다.

아리스테이데스의 공과 사를 구분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였다. 그는 꼬장꼬장 자신이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였다. 털어서 먼지 않나는 사람 없다지만 그는 매사를 먼지나지 않게 살았기에. 요즘에도 이런 아리스테이데스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전 인구의 1%정도는 있겠지. 저자의 말처럼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가끔은 밖으로도 휘어지면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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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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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가난은 많은 것을 놓치게 하고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는 여울이의 말이 가슴 아팠다. 어느 집안이나 문제가 없는 집은 없을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가족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부부 사이나 가족 사이나 본인들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니까. 

이 가족의 구성원은 참으로 다채롭다.  할머니, 아빠, 삼촌, 오빠, 언니, 나 이렇게 구성된 공동체이다.  간단히 소개하니 평범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처음에 몇 줄을 읽어 내려가면서 한마디로 심란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이런 구성도 쉽지 않겠다. 더한 구성원도 있겠지만, 읽는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느꼈다. 싸우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 어쩌면 이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건지도 모른다.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자신에게 화가 날 경우 다른이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은 이집의 살림을 맡고 계신 할매가 그럴것이고 홀로 가장의 길을 걷고 있는 아빠가 그럴것이다. 말도 안되게 4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 이천에 월 백만원을 내고 간신히 버티어 내고 있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서든지 여기서 일어서야 한다는, 더이상 주저 앉을 수 없는 자신만의 고집인지도. 

삼촌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잘나갔던 사람이였다.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몸이 불편하게 되어 집에 들어 앉았고 오빠는 다발경화증으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오빠, 언니, 나 이 세사람은 각자 엄마가 다르다. 아버지의 바람끼 덕분으로, 그리고 엄마들의 가출병이 세사람으로 부터 엄마를 빼앗아갔다. 아버지는 다혈질이란 고치지도 못하는 불치병으로 으르릉 거렸으며, 할머니는 한시라도 넉두리와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힐 정도였다. 

여울이는 코스튬플레이를 통해서 답답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거, 잠시면 마법이 풀리겠지만, 그동안은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니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가정 속에서 드디어 화산이 움직일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는 아빠일을 돕느라 학교에도 못나갔고, 수급도 주지 않았다. 아빠와 언니의 충돌, 드디어 터질것이 터진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불만만 늘어 놓을 뿐,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았다. 차라리 상처날꺼 그 자리를 덧내서 결국엔 피를 보고 마는 것이였다. 언니의 가출로 인해서 집안공기는 싸늘하고 아빠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화가 나서 그럴테지. 그리고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 못해서 곰처럼 가슴을 짓이기고 마는 아빠의 문제였다. 아빠는 다독이고 안아 주면서 그렇게 살아 보질 못했다. 자신도 힘들어 주체하지 못하고 나약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웠을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아빠는 삼촌과 오빠에게도 치명적인 말을 날리면서 그들을 가출하게끔 만든다. 삼촌은 돈도 없으면서도 꿋꿋히 여울이에게 돈을 빌려서 택시를 타고 간다. 그런 삼촌을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독선적이고 불을 뿜듯이 화를 내는 아빠도 금방 늙는다. 시간이 참으로 무섭다. 날카로운 칼도 금방 무뎌지게 만드니까. 결국 이 가족은 파국을 맞는 건가 싶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여울이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많이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밉고 욕을 해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서로에게 욕을 해도 금방 풀어지는, 서로에게 마음을 그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이 가족은 서로에게 불만이 많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짐이 되지 않는지 미안한 마음에 삼촌과 오빠는 그랬다. 할머니 역시 자식들이 미워서 혹은 손자가 미워서 그런것이 아니다. 사람이 말을 꼭 고렇게 해서 눈총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원래 성격이 그런거다. 신세 한탄하고 내가 죽어야지 하면서 죽지 않을꺼면서, (혹여라도 정말 죽으시렵니까?) 라고 말했다가는 몇박 며칠이 아니라 1년 365일을 내가 죽길 바랬다며 무릎을 치고 또 치고 닳아질때까지 그 멜로디를 계속해서 틀어될꺼다.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다행인건 가족이 있다는 거 아닐까?  "저 자식 언제 죽나? 혹은 나가 죽어 버렸으면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고,  자식 역시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뭐?" 요즘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을 꺼라고?" 정말 꺼지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살면서 중요한 건 많다. 가족도 사랑만으로는 지키기 힘들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는 건 힘든거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돈이 많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만, 정작 모든것은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도 많은 부의 축적은 행복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실상은 행복하지 않은가 보다. 이것이 채워지면 다른것이 빈것 같아 그것을 채워야 하고 그것을 만족하면 또 다른것을 채워야 하나 보다. 가난은 힘든거지만, 욕심은 불행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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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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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 오토미는 2주일전 일흔 한살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겨진 아버지와 딸 유리코
아쓰타는 오토미가 싸준 도시락에서 소스가 흘렀다며 화를 냈다. 그날 아침에 갑작스레 오토미는 심장병으로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알았더라면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겠지, 알았더라면 더 잘해줄것을.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는데 어찌 그런일이 생길지 알 수 있었겠는가? 오늘 저녁에 죽을것처럼 하루를 산다면 우리는 어떨까? 만약 불의의 사고로 오늘 저녁에 죽는다 해도 차라리 그것을 모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른 가족들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오토미는 자신이 죽고 난 다음을 기약한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죽을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아진다고 하는데 그런것을 오토미는 느꼈던 것일까? 

오토미의 자리를 뼈시리게 느끼면서 아쓰타는 2주째 먹지도 자지도 씻지도 못했다. 친척들이 이것저것 챙겨다 주었지만, 입맛이 맛지 않았다. 오토미의 맛있는 요리가 간절해졌다. 갑작스레 등장한 이모토라는 노랑머리의 여자애가 등장한다. 나이는 갓 스무살 정도 얼굴은 태워서 잘구워진 크로와상 같은 느낌. 오토미가 자신이 죽고 난 다음 아쓰타를 돌봐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미리 선금도 지불했고, 오토미의 요리 레시피도 이미 전수해주었다. 

<자주쓴풀차 레시피>라 적혀져 있는 곳에 차에 대한 설명과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어찌나 쓴지 이름조차 <자주쓴풀차>란다. 먹다가 바로 뱉을 정도의 위력이라나. 어쨌든 이것을 아쓰타인 아버지는 머리에 바르면 머리가 난다니, 대박이다. 유리코는 오토미의 죽음을 슬퍼할 여력도 없이 남편이 바람이 나고, 그 여자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혼을 하려고 집을 나와 아빠 아쓰타의 집으로 왔다. 거기서 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아빠와 이모토라는 여자아이.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남편과 유리코는 이혼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시누이는 전화해서 병상에 있는 어머니를 어찌할꺼냐며 따져 물었다.  한 시누이는 돈을 왜 분담해서 내야 하는거냐고, 자신의 아이 교육비로 돈이 많이 들어가서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고부간의 갈등이란. 정말이지 누구 어머니인지 모르겠네. 무지 짜증난다. 그런 전화를 받아 주는 유리코에게까지 화가날 지경이었다. 유리코와 남편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힘겨운 노력을 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남편의 외도로 가정은 파탄의 위기에 처했다. 유리코의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가슴이 아팠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어 버린것인지. 

오토미가 봉사활동을 했던 곳에서 그녀는 많은 이들을 따스하게 안아주었음이 분명하다. 이토미 역시 오토미를 생각하면 함박 웃음이 나고 행복하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녀들을 위해서 오토미는 직접 세탁하는 법, 청소하는 법, 요리하는 법을 재미있게 그려서 단어 카드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이토미는 오토미가 자신의 49재때 연회를 열어 모두들 재미있게 즐기길 바랬다고 한다. 아쓰타는 처음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모토와 함께 오토미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러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혜성처럼 나타나서 남의 상처를 들쑤시고 다니는 고모(아버지의 누나) 한분이 등장한다. 그래서 온갖 상처란 상처되는 소리는 다하고, 한바탕 판을 펼치고는 가버린다. 이런 사람 꼭 있다.  "자신은 듣기도 싫으면서 타인에게 그딴소리하면 좋습디까?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였다. 

오토미가 보내주었던 편지를 찾기 위해 도쿄를 간 유리코는 그 집이 거북하기 그지없었다.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는 미련이 있었다. 아닌척해도, 이혼하자고 말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듯이, 회사 근처에서 보기로 한 남편이였던 한 남자와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만나게 된다. 남편은 정말 빠진것이 아니라 거의 미친개한테 물린 수준이었다. 광견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죽겠다는 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그여자,  어쩌다가 저런 여자한테, 한편으로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나.

오토미의 49재를 준비하기 위해서 아쓰타, 유리코, 이토미, 하루미 네 사람은 다시 평상시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듯하다. 오토미를 위해서 멋진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오토미의 역사를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해 보지만, 정작 오토미의 사진도, 가족 사진도 거의 없었다. 함께한 세월은 30년이 넘어가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씁쓸했다. 아마 이토미와 하루미가 아니 오토미가 자신의 49재를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더라면 아쓰타와 유리코는 오랫동안 아프고 힘들어 했을지 모르겠다. 오토미의 사랑이 느껴졌다. 아쓰타가 "당신은 행복했소?" 라는 질문에 아마 그녀는 "당신과 함께여서, 그리고 유리코와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말할것이다.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이 죽은 다음 남겨진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많이 걱정했음을 말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아프고 힘들지 말고, 그동안의 추억을 떠올리며 남겨진 시간을 더욱 힘차게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혼은 쉽다. 다만 그 과정, 서로의 감정, 상처 주고 상처 받고 그동안의 삶이 헛되어 버린것 같은 아무것도 아닌 세월이 되어버린것 같은 느낌. 그 감정을 알지 못하지만, 많이 아플 것 같다. 여전히 마음속에 남겨진 미련이 더욱 괴롭힐것 같다.  유리코는 오토미의 49재를 통해서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것이 아닐까? 그냥 그렇게 아버지와 유리코가 팽개쳐진 느낌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마음의 애증때문에 그의 남편을 쉽게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 왔기에 안쓰럽게 안아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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