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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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가난은 많은 것을 놓치게 하고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는 여울이의 말이 가슴 아팠다. 어느 집안이나 문제가 없는 집은 없을 것이고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가족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부부 사이나 가족 사이나 본인들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니까. 

이 가족의 구성원은 참으로 다채롭다.  할머니, 아빠, 삼촌, 오빠, 언니, 나 이렇게 구성된 공동체이다.  간단히 소개하니 평범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처음에 몇 줄을 읽어 내려가면서 한마디로 심란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이런 구성도 쉽지 않겠다. 더한 구성원도 있겠지만, 읽는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느꼈다. 싸우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 어쩌면 이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건지도 모른다.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자신에게 화가 날 경우 다른이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은 이집의 살림을 맡고 계신 할매가 그럴것이고 홀로 가장의 길을 걷고 있는 아빠가 그럴것이다. 말도 안되게 4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 이천에 월 백만원을 내고 간신히 버티어 내고 있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서든지 여기서 일어서야 한다는, 더이상 주저 앉을 수 없는 자신만의 고집인지도. 

삼촌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잘나갔던 사람이였다.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몸이 불편하게 되어 집에 들어 앉았고 오빠는 다발경화증으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오빠, 언니, 나 이 세사람은 각자 엄마가 다르다. 아버지의 바람끼 덕분으로, 그리고 엄마들의 가출병이 세사람으로 부터 엄마를 빼앗아갔다. 아버지는 다혈질이란 고치지도 못하는 불치병으로 으르릉 거렸으며, 할머니는 한시라도 넉두리와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힐 정도였다. 

여울이는 코스튬플레이를 통해서 답답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거, 잠시면 마법이 풀리겠지만, 그동안은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니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가정 속에서 드디어 화산이 움직일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는 아빠일을 돕느라 학교에도 못나갔고, 수급도 주지 않았다. 아빠와 언니의 충돌, 드디어 터질것이 터진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불만만 늘어 놓을 뿐,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았다. 차라리 상처날꺼 그 자리를 덧내서 결국엔 피를 보고 마는 것이였다. 언니의 가출로 인해서 집안공기는 싸늘하고 아빠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화가 나서 그럴테지. 그리고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 못해서 곰처럼 가슴을 짓이기고 마는 아빠의 문제였다. 아빠는 다독이고 안아 주면서 그렇게 살아 보질 못했다. 자신도 힘들어 주체하지 못하고 나약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웠을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아빠는 삼촌과 오빠에게도 치명적인 말을 날리면서 그들을 가출하게끔 만든다. 삼촌은 돈도 없으면서도 꿋꿋히 여울이에게 돈을 빌려서 택시를 타고 간다. 그런 삼촌을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독선적이고 불을 뿜듯이 화를 내는 아빠도 금방 늙는다. 시간이 참으로 무섭다. 날카로운 칼도 금방 무뎌지게 만드니까. 결국 이 가족은 파국을 맞는 건가 싶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여울이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많이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밉고 욕을 해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서로에게 욕을 해도 금방 풀어지는, 서로에게 마음을 그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이 가족은 서로에게 불만이 많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짐이 되지 않는지 미안한 마음에 삼촌과 오빠는 그랬다. 할머니 역시 자식들이 미워서 혹은 손자가 미워서 그런것이 아니다. 사람이 말을 꼭 고렇게 해서 눈총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원래 성격이 그런거다. 신세 한탄하고 내가 죽어야지 하면서 죽지 않을꺼면서, (혹여라도 정말 죽으시렵니까?) 라고 말했다가는 몇박 며칠이 아니라 1년 365일을 내가 죽길 바랬다며 무릎을 치고 또 치고 닳아질때까지 그 멜로디를 계속해서 틀어될꺼다.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다행인건 가족이 있다는 거 아닐까?  "저 자식 언제 죽나? 혹은 나가 죽어 버렸으면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고,  자식 역시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뭐?" 요즘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을 꺼라고?" 정말 꺼지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살면서 중요한 건 많다. 가족도 사랑만으로는 지키기 힘들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는 건 힘든거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돈이 많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만, 정작 모든것은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도 많은 부의 축적은 행복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실상은 행복하지 않은가 보다. 이것이 채워지면 다른것이 빈것 같아 그것을 채워야 하고 그것을 만족하면 또 다른것을 채워야 하나 보다. 가난은 힘든거지만, 욕심은 불행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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