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번째 문단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츠바키 문구점]을 들으며 정신적인 치유가 많이 되어서 다음 오디오북은 ‘오가와 이토’를 검색하여 발견한 [츠루카메 조산원]으로 고민없이 선택했다. 이전에 읽은 [츠바키 문구점]과 분위기가 같은 작품이어서 이번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작품이 끝나고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아니 결말이 이게 뭐야?”

-남편이 하루아침에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아오던 마리아는 충격에 빠지게 되고 남편이 갔을 수도 있겠다고 유일하게 추측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신혼 여행지인 “하트 모양의 남쪽 섬”으로 찾아가게 된다. 마리아는 그곳에서 츠루카메 조산원 원장과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츠루카메 조산원] 또한 직전에 들은 [츠바키 문구점]과 같은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마리아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와 본인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가시를 품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녀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인 남편이 사라지며 마리아는 남편이 자신에게 지쳐서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하는 습관적인 자기비난적 생각을 한다. 그런 그녀의 가슴에 츠루카메 조산원의 원장이 조금씩 자리잡게 되고, 조산원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성장하게 된다. 이 작품 또한 한없이 다정하고 따스해서 듣는 내내 나까지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역시나 임신과 출산이라는 주제를 현실감있게 곁들이면서 작품에대한 흥미와 몰입도를 높인다. 그러나. 그런데. 다 읽고나서부터 지금까지 이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도대체 결말이 이게 뭐야?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쓰게 되었다. 다정하고 따스한 이야기에 마리아에 대한 애정이 더해지면서 책을 듣는 내내 남편은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함께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 앞뒤 설명없이 남편이 짜잔 하며 등장하고, 마리아는 남편과 함께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 저자가 마치 “남편의 실종은 마리아가 섬으로 가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으니 신경쓰지마ㅋ” “남편의 실종은 마리아가 성장하는 계기일 뿐이었으니 신경쓰지마ㅋ”라고 말하는 듯한 착각이 들며 허탈해지고 만다. 또 머릿속에 “마리아한테 지쳐 도망갔다가, 임신하고 애를 낳았다는 소식에 돌아온거야? 마리아가 정신적으로 성장했으니 다시 같이 살아보겠다는거야?” “말도없이 자신를 내팽개치고 사라져 임신기간 내내 홀로 뒀는데, 애기를 낳자마자 마치 그게 원했던 것이라는 듯 등장했는데 계속 같이 살아가는거야 마리아???” 라는 생각들이 줄지어 떠오르기도했다. 이건 뭐라 설명해야할까. 저자가 독자에대한 배려가 없었던걸까, 저자의 의도인걸까, 아니면 나름 열린결말인걸까. 다행히 결말로 인해 작품 자체의 이미지가 훼손되지는 않아서 이 다음 오디오북도 오가와 이토의 작품으로 듣고 있지만 [츠루카메 조산원]은 가상세계에 진심인 독자인 나에게는 결말의 충격이 도저히 가시질 않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의 악몽에 젖어들면서, 나는 끝없는 만화경 속을 헤매었다”는 이토준지의 한줄평을 보고 바로 읽기 시작한 [화: 재앙의 책] 첫 작품을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가 두 번째 작품부터 어쩐지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뒤로 갈 수록 불쾌감은 짙어졌고, 계속 책장을 덮으며 읽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화: 재앙의 책]의 매력 포인트는 모든 작품이 인간의 눈,귀,코,입,머리카락 등 신체 일부를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식서>에서는 ‘입’을 통해 괴기 현상을 경험하고, <미미모구리>에서는 ‘귀’를 통해 타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상색기>의 주인공은 ‘눈’을 두려워하는 등 모든 작품이 신체의 일부분이 주가 되는 스토리다. 인간의 신체로 이런 스토리를, 이렇게 강력한 상상력으로 쓸 수 있다니 경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 재앙의 책]에 수록 된 7개의 작품 모두 신체를 활용한 작품이라니. 여기서부터 저자의 광기가 느껴지는데, 그 광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책을 먹는’ 행위 ‘타인을 조종하는’ 행위 ‘낯선 여인에게 끌리는’ 성욕 ‘갑작스러운 전염’으로 찾아온 멸망 등 기상천외한 스토리에 어마무시하게 불쾌한 상상력이 곁들여지며 진정한 광기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불쾌한 상상력’이 무엇인지는 [화: 재앙의 책]을 직접 봐야 알 것이다. 대놓고 불쾌하고 불편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불쾌하고 불편하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불쾌하고 불편하지만 어쩐지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전개도 매끄럽고 기발한 상상력에 계속해서 감탄하게 되는 작품들인데 어떤게 불쾌하고 불편한지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신체의 일부’라는 것과 그것과 이어진 스토리가 그렇게 느끼게 하는건지,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렸기 때문인건지, 그러면 안 된다,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화: 재앙의 책]에서 과감하게 펼쳐지기 때문인 건지. 딱 꼬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불쾌하게 느끼게 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결국 끝까지 페이지를 넘겼다는 것은 이 책이 묘한 힘을 지녔다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츠바키 문구점]은 밀리의 서재를 둘러보다 발견하고는 한 번 들어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바로 듣기 시작한 책이다. 처음에는 성우의 잔잔한 목소리와 1인칭 시점의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에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잔잔한 1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마치 다른 사람의 혼잣말을 엿듣는 기분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마음이 몽글몽글 편안하고 따스해지는 작품이었다.

-단순하게 [츠바키 문구점]을 설명하자면 “고전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이 겉보기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상처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화해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 그러나 [츠바키 문구점]은 조금 특별하다. ‘대필’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직업과 각종 종이와 펜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자세가 이야기에 독특한 포인트를 만듦과 동시에 현실성을 높여준다. ‘작은 시골 마을’의 분위기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편안한 동시에 포인트로 지루하지 않게 한 것이다. 거기에 성장소설 특유의 각종 사소한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은 작품으로써의 흥미를 은연중에 높여주기도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낭독가의 잔잔한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스토리와 낭독가의 목소리가 찰떡인 작품이었다.

-[츠바키 문구점]을 글자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오디오북으로 들었기에 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츠바키 문구점]을 듣는 동안에는 정말 마음이 몽글몽글 부드러워졌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간 즉시 구입해 뒀다가 에쿠니 수혈이 필요해져서 집어들었다. 이 얼마만의 에쿠니이며 이 얼마만의 종이책인지!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바쁜 와중에 문득문득 생각나서 읽고싶을 때마다 페이지를 넘겼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에쿠니가오리 특유의 문체는 역시나 그대로였지만, 감성은 한 스푼 줄이고, 현실적인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세 노인이 호텔방에서 엽총을 이용해 동반 자살한다. 새해 첫 날에. 이 사실이 뉴스를 통해 전달 되면서 일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그들의 후손들은 함께 경찰 조사도 받고 장례도 치루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그들은 똑같은 내일을 보내야만 한다.
죽음. 특히 자살은 죽는 사람보다는 남은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러운 방식의 죽음이다. 죽은이의 고통을 생각하고, 죽은이를 보듬어주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고, 죽은이의 선택을 원망하는 다양한 감정이 한 꺼번에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남은 자들에게 가장 참기 힘든건, 이제 그는 없지만 나는 ‘평범한’ 내일을 또 ‘살아가야’한다는 것. 언제 어디서나 조심스러운 화재이기도 하다. 그런 화재를 무척이나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것이 바로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이다. 에쿠니가오리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와 다소 자극적인 요소도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는 듯한 덤덤한 문체가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인 작품이었다.

-자살은 스스로의 죽음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통해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살인무기라고 생각한다. 남은 자들에게 끝까지 풀 수 없는 ‘왜?’라는 질문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하고 고통받는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를 읽으며 생각해본다. 어쩌면. ‘왜?’에 뒤따라올 대답이 그들도 없지 않을까. 그저 그들의 선택을 인정하고, 내 삶을 단단히 살아가는게 그들에겐 더없이 고마운 일이 아닐까.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스타에서 한때 엄청난 광고를 했던 [이상한 집] 광고를 너무 하기에 쳐다도 안봤었는데 밀리에서 발견! 보니까 김은모 번역자님 번역이 아니겠는가! 오롯이 김은모 세 글자만 보고 읽기 시작했다. 신선한 전개방식과 추리법으로 독자들을 순식간에 끌어당기는 작품이었지만, 결말이 너무나도 아쉬운 작품이기도 했다.

-집 도면에 알 수 없는 공간이 있어서 찝찝한데 이 집을 구입해도 괜찮을지, 지인이 필자에게 문의를 한다. 필자는 또 다시 아는 지인에게 도면을 보여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계속해서 이 집이 신경 쓰이던 필자는 뉴스에 집에 관한 기사를 쓴다. 누구도 어느 곳에 있는 집인지 모르도록 신중을 기해 글을 썼지만 그 기사를 보고 알고있는 정보가 있다며 연락온 의문의 여성. 그녀는 신분을 숨긴 채 필자에게 접근한다.
대화의 형식이 각본처럼 되어있어서 이야기에 더 빨리 빠져들게 되며 가독성이 좋았다. 또 도면이나 가계도 같은 것들을 계속 반복해서 첨부하여 읽기 편안했다. 독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했다는게 계속해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추리방식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두뇌만으로 말 그대로 ‘추리’하며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식이라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닫힌결말 형식을 취한 뒤 찝찝함을 남기는 마무리로 꼭 볼일을 보고 뒤를 닦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아쉬웠다. 열린결말 형식으로 신비감을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차라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웃으며 읽다가 저자의 과한 의욕으로 인해 마지막에 엥? 하고 의문의 표정을 지으며 책을 덮게 되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깎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은 책이다.

-전체적으로 새롭고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편안하고 빠르게 후르륵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결말의 아쉬움에 각오와 대비를 하고 읽는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