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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박스 세트 - 전5권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이가라시 유미코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3월
평점 :
-언니한테 작년 생일 선물로 받았던 <빨간머리 앤> 만화책은 항상 구입해두면 아끼고 아끼다 읽는다. 특히 이 책은 더 아꼈는데, 읽으려고 비닐 포장을 뜯었을때 세상에 향기가 너무 좋아서 비닐 뜯은게 굉장히 후회 됐을 정도이고, 박스가 벨벳 텍스쳐라 손 대기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읽으려고 책을 꺼냈을 때에 향기의 출처를 알게 됐는데 박스 안쪽에 옷장 탈취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책에서 이 향기가 계속 나길 원해서 그대로 박스 안쪽에 넣어 뒀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풍기는 향기는 이야기 속으로 더욱 푹 빠져들게 도와준다.(더더욱이 감상에 젖기 좋은 추억의 만화 아닌가) 책 이야기에 앞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 마케팅 최고입니다! 나는 누군가 빨간머리 앤을 구입하고 싶다고 하면 다른 출판사가 아니라 꼭 대원씨아이 도서로 구입하라고 강력 추천 할 것이다. 이야기는 내가 상상하던 어렴풋한 기억과는 완전히 정 반대 였다.(아마도 캔디의 영향이 컸을지도 모른다) 잔잔하고 찬란한 아름다운 소녀의 성장이야기 그 자체다.
-얼마 전에 읽은 <캔디캔디>의 영향인지.. 사람의 뇌는 정말 기억하고 싶은 대로만 기억을 하는 것인지.. 나는 앤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한다고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랑의 라이벌도, 시기질투해서 괴롭히는 사람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면서 잘 성장해 어엿한 숙녀가 되는 순수하고 찬란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그저 내가 얼마나 온갖 트러블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깨달으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또 앤이 올곧게 자라나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었다.
-<빨간머리 앤>은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이자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이기도 하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캔디와 앤, 삐삐를 아련하게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소녀가 울고 웃으며 성장하는 과정은 어린 우리가 빤짝이는 눈으로 찬란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며 희망찬 내일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때 그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아주 어렴풋해서 기억도 잘 안나는 추억의 작품들이 생각날 때가 그렇다. 특히나 순수했던 시절은 늘 그 작품들과 같은 선상에서 아련히 빛을 발하고 있어서 순수한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고 싶을 때 추억의 작품들을 꺼내보게 된다.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때로 우리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고전 작품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제자리에 있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언제 보아도 밝고 경쾌한 캐릭터라 읽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의 삶을 헤쳐나갈 힘을 얻게 된다. 어두운 현실에 버거운 마음이 생겨나면 <빨간머리 앤>을 집어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