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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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구입해 뒀다가 에쿠니 수혈이 필요해져서 집어들었다. 이 얼마만의 에쿠니이며 이 얼마만의 종이책인지!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바쁜 와중에 문득문득 생각나서 읽고싶을 때마다 페이지를 넘겼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에쿠니가오리 특유의 문체는 역시나 그대로였지만, 감성은 한 스푼 줄이고, 현실적인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세 노인이 호텔방에서 엽총을 이용해 동반 자살한다. 새해 첫 날에. 이 사실이 뉴스를 통해 전달 되면서 일본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그들의 후손들은 함께 경찰 조사도 받고 장례도 치루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그들은 똑같은 내일을 보내야만 한다.
죽음. 특히 자살은 죽는 사람보다는 남은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러운 방식의 죽음이다. 죽은이의 고통을 생각하고, 죽은이를 보듬어주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고, 죽은이의 선택을 원망하는 다양한 감정이 한 꺼번에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남은 자들에게 가장 참기 힘든건, 이제 그는 없지만 나는 ‘평범한’ 내일을 또 ‘살아가야’한다는 것. 언제 어디서나 조심스러운 화재이기도 하다. 그런 화재를 무척이나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것이 바로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이다. 에쿠니가오리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와 다소 자극적인 요소도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는 듯한 덤덤한 문체가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인 작품이었다.

-자살은 스스로의 죽음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통해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살인무기라고 생각한다. 남은 자들에게 끝까지 풀 수 없는 ‘왜?’라는 질문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하고 고통받는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를 읽으며 생각해본다. 어쩌면. ‘왜?’에 뒤따라올 대답이 그들도 없지 않을까. 그저 그들의 선택을 인정하고, 내 삶을 단단히 살아가는게 그들에겐 더없이 고마운 일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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