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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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중고서점 갔을 때 구입해뒀던 [비하인드 도어] 종이책으로 구입한 책은 아르테 출판사 버전이고 밀리로 함께 읽은 책은 모모 출판사 버전이었지만, 오류가 수정된 것 빼고는 다른게 없었다. ‘심리 스릴러‘라는 주제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 스릴러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낮으면 지루함의 끝판왕이기 때문) 기대반 걱정반 심정으로 펼쳐들었는데, 분노와 경악. 충격과 공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까지 온 마음을 다해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다정하고 따스한 남자를만나 결혼을 결심한 주인공. 그런데 결혼식 당일부터 심상찮은 사건이 벌어진다. 몇 번이고 이게 현실일리가 없다며 부정하던 주인공에게 남편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시작된 완벽한 겉모습 속에 감옥처럼 갇힌 삶. 주인공은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지고 몰입도가 올라간다. 현재와 과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 수록 혐오스럽고 경악스러워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다. [비하인드 도어] 속의 이야기가 내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공에 대한 무력한 분노까지 들었고 계속해서 탈출 방법을 궁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명언까지 깨부수는 상황에 페이지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완전히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감정적으로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 심리 스릴러라는 주제가 명확하게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비하인드 도어]는 소설속 가상의 이야기로 생각하며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현실에, 때론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며 내가 실제로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경고 또한 함께 던져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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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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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종종 발걸음을 멈추고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그런데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막막함을 가슴에 품은 채 그저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낼 뿐이다. 이런 의문을 한 번쯤 가져봤다면, [오래된 질문] 이라는 책을 발견하면 홀린 듯 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또한 밀리를 시작하자마자 제목만보고 바로 찜목록에 넣었던 작품이다. 그런데 왜 이리도 늦게 들었냐면, 사실 한 번 포기했던 책이기 때문이다. 책이 어렵거나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오디오북으로 듣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성우분의 깊고 잔잔한 목소리와 차분한 내용의 이야기는 정말 잘 어울리지만, 오디오로 후루룩 듣고 끝내기에는 깊이가 너무 깊은 책이기 때문이다. 한 번 듣다가 포기하고,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거의 한 달을 꽉 채워서 두 번 들었다.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었고, 새겨두고 느끼고 싶은 내용이었다.

-무엇이 우리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는걸까. 왜 우리는 이토록 화가 나는걸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오래된 질문]은 옥스퍼드 생물학의 대석학이자 [생명의 음악]의 저자 데니스노블이 한국의 사찰에 방문해 스님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영상에 다 담지 못한 대담들이 사라지는게 아쉬워 펴낸 책이다. 대니스 노블과 스님들, 생물학자와 불교인의 대화가 색다르면서도 어쩐지 융합이 잘 되는 것이 신기한 한편으로 종교와 생명의 유사점에 흥미와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오래된 질문들, 아무도 해답을 찾지 못한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대화와 생각을 듣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며 삶에 대한 초점을 다시 맞추게 된다.

-다음에 꼭 종이책을 다시 봐야겠다고 다짐한 책이다. 깊고 잔잔한 성우분의 목소리와 찰떡인 작품이지만,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읽고 이야기 하나를 읽고 생각 하나를 하는 깊은 시간은 글로 읽어야지만 느낄 수 있기에 오디오북으로 후루룩 듣기엔 너무 아쉬운 책이었다. [오래된 질문]을 들으며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스스로의 행동을 되짚어보며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진하게 듣고도 또 듣고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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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2
김보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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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을 읽었을 때 부터 책장에 담아뒀던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짧고 강렬한 장르문학이 읽고싶어져서 (이상의 후유증으로) 펼쳐들었다. 한국 장르문학에 불신이 있었으나 작년즈음 부터 한국문학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미래가 아주 밝다는게 점차 확신으로 다가오는데 새삼 ‘황금가지‘라는 출판사가 거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가 생각하게 된다. 황금가지의 단편집들은 겹치는 작품들이 다소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출판일에 따라 점점 깊고 진해지는 작품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읽게 된다. 21년에 출간 된 이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도 신선하면서 자극적인 작품들로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점] 어느날부터 주인공의 눈에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귀신이 있는 자리에 곰팡이가 짙에 피어오르고, 남편의 몸에 원인 불명의 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구조구석방원] 여자 동기와 ‘현관문과 창문을 잠구지 않고 일주일 버티기‘라는 내기를 하게 된다. 자신은 남자이니 괜찮을거라 생각했던 주인공은 어느날 창 밖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고, 이윽고 자신의 집에 침입하는 남자들이 생겨나며 점차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홍수] 어느날 홍수로 마을이 침몰하게 되고, 집 옥상으로 올라가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은 어둠속에서 낯선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점점 과격해지는 남자의 이야기에 두려움에 떨게 된다.
[상어] 동네 장군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후 꿈에 자꾸만 장군이 할머니가 나와 춤을 춘다. 두려움에 떨던 주인공은 굳게 잠겨있는 장군이 할머니네 창고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
[심해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멈춰버린 지하철 속에 갇히게 된 주인공 암흑 속에서 길을 찾아 떠나지만 앞뒤 모두 터널이 무너졌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후각과 청각만이 점차 예민해진다.
[공포의ASMR] 늘 듣던 ASMR에 질려있던 주인공은 어느날 유튜브에 신선한 ASMR가 올라와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소리를 듣게 된다.
[아기 황제] 기리현에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된 주인공은 어느날부터인가 악몽을 꾸게 된다. 그러다 한 스님이 찾아와 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할머니 이야기] 집에 돌아가는 길 어느 할머니와 맞닥뜨리게 된 주인공. 퍼뜩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 할머니와 마주치면 나는 죽는다.
[처형 학자] 전쟁에서 승리하면 99명의 포로와 자신의 신하 1명을 포함에 총 100명에게 ‘가장 잔인하게 죽는 방법‘을 고안해오라 말하며 1등을 차지한 단 한 명만 살려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고안한 방법대로 죽임을 당하고 꼴등은 1등의 방법으로 죽는다는 경연대회를 열어 ‘처형학자‘라는 별명이 붙은 장군이 있다. 단 10 번 우승시 영원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데, 주인공은 마지막 10번째를 코 앞에 두고있다.
[검은책] 다재다능하고 예쁜 친구가 전학을 왔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그녀에게 저주를 걸기 시작한다.

-신선하고 색다르면서 재미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구조구석방원]은 짜임새가 너무도 완벽해 읽는 내내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을 느껴야만했다. [심해어]는 ‘시각‘라는 신체 일부를 강탈 당했을 때 오는 공포와 불안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으며 [아기 황제]는 고전적이면서 익숙하지만 신선한 줄거리로 독자들의 눈을 잡아끈다. [할머니 이야기]는 단순하달 수 있는 공포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깊은 이야기 이기도 했다. [처형학자]는 정말 신선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약간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작품집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의구심을 안고 펼쳐들었던 한국 장르문학인데, 이제는 기대감을 가지고 펼쳐들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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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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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몇 권 구입하면서,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려면 우선 이상을 알아야지!˝라는 생각으로 함께 구입했던 [이상 소설 전집] 구입해놓고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아 방치하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는 읽자! 라며 손에 집어들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고서는 깜짝 놀랐다. 이게뭐야?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반복하다가 끝내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정말 알 수 없다. 어렵다기 보다는 난해하다. 난해하고 어지럽다.

-현대에 와서 뇌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있다. 천재와 광인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과학적으로 밝혀진 이 사실이 [이상 소설 전집]을 읽으면서 계속 뇌리에 멤돌았다. 이 작가는 미쳤거나 천재거나 천재거나 돌았거나. 가장 첫 작품이 [지도의 암실]이다. 다들 이 작품집의 첫 관문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너무 난해해서 이 작품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작품을 읽을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그만큼 난해하기 때문에 나온 우스갯소리다. [지도의 암실] 완독을 3번째 하면서 이 책을 그냥 포기할까 싶었으니 관문이 맞긴 맞는가보다. 그러나 이미 3번을 읽었으니, 여기서 포기하긴 아깝고 이해할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읽자˝ 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그리고 결국 완독을 하긴 했으나. 결국은 끝까지 알 수 없다. 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상 소설 전집]을 세 번쯤 완독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만이 들었다. (그치만 내가 이 책을 언제 다시 펼칠지는 스스로도 의문이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은근히 작품해설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책은 작품 해설도 작품을 이해하는데에 그렇게 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이 책이 많이 어렵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단지 한문과 고어가 편안한 독서를 방해할 뿐이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평범한 문학‘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일정한 흐름이 없으며 작중 화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진행 되는 파편들이 처음과 끝의 이어짐에 의지해 한 편의 소설이 된다. 독자들은 이런 어지러움 속에서도 삶의 고통과 사랑의 상처를 느끼며 혼란스러움과 복잡함,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책인 것이다. (다만 저자가 사랑에 많은 상처를 받았나?라고 생각 할 정도로 여성에게 배신당하거나 상처받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한 편 한 편 리뷰를 쓸까 하다가, 내가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 것도 아닐 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비슷한 분위기로 한 번 작성해봤다.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난해하고 요상스럽지만, 또 문학적으로 묘하게 재미있게 다가온다는 아이러니함까지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이상 문학 전집]은 정말이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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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 여성 호러 단편선
김이삭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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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라는 제목과 밀리에는 19금 딱지가 붙어있어서 아주 강렬한 호기심에 이끌려 발견한 즉시 읽기 시작했다. 작품 자체는 흥미로웠다. 완성도도 높았고, 스토리도 강렬했으며, 장르문학의 매력들이 곳곳에 들어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할 수 밖에. ‘여성 입장‘의 장르문학 이라는 시도 자체도 좋았지만, 서로 다른 성별간의 분쟁을 조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크게 뒷맛으로 남았다.

-시도는 좋았다고 본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런 의문이 든다. ‘우리’는 ‘여자이기에‘ 피해를 입었던 기억과 상처가 있고 ‘여자로써‘ 겪는 불평등이 있다.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현재에도 차별과 불편함들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불편하다. 분명히 여성으로써 겪어온 것들이고 상처이고 두려움이 사실적으로 담겨져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과하다. ˝당연히 이럴거야!˝ ˝너희가 이래왔잖아!˝ ˝너희는 이런 사람들이야!˝라면서 일반화해서 통틀어 비난하는 느낌이랄까? 어디가 불편하다 콕 집기는 뭐하지만 묘하게 불편하다. 스토리나 전개방식은 흥미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유쾌하게 읽다가도 점점 불편해지다가 결국에는 묘한 불쾌감과 찝찝함으로 페이지를 덮게 되었다. 수록작 중 [무진도 탈출기 게임 환불 보고서] 와 [큰언니] [산상수훈]만은 이런 불쾌감이 들지 않았던 작품이다. 특히 [큰언니]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기억에도 아주 잘 남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지만, 모든사람들이 ‘즐겁다‘며 읽기는 어려울 것이라 감히 확신해본다. 교훈과 뜻깊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면 또 몰라도 이 책은 완전히 비난과 비판 그 자체다. 많은 여성들이 말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데 왜 여성의 입장에서 쓴 글은 그 시대를 모르고 썼을까. ‘여성 호러 단편선‘의 의의가 정말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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