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Ghost in the Shell 2.0 (공각 기동대 2.0) (한글무자막)(Blu-ray) (2009)
Manga Video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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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트워크를 통하면 확실히 소수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쿠사나기 모토코는 아예 네트워크에서 생겨난 생명체와 융합해버린다. 말 그대로 '결혼'해버린 것이다.

 

 무슨 사정인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뇌를 빼면 온 몸을 기계로 바꾼 상태이다. 그 결과 그녀는 왠만한 인간 남자는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아니 인간을 뛰어넘는 체력을 손에 넣는다. 형사 직업 편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경찰을 은퇴하면 기계로 된 몸뚱아리를 전부 반납해야 하는 처지인데다가, 일을 계속 한다고 해도 전뇌능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제대로 구제할 수 없어서 진퇴양난이다. "제대로 인간 취급 해주고 있잖아."라는 동료의 말에서도, 대외에 나가지 못하고 은근히 활동해야 하는 공안 9과의 사정에서도 그녀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가 훤히 드러난다. 그녀는 자신이 소속 기관에, 정부에, 세계에 종속되어있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2. 그런 그녀의 일상에서 불쑥 인형사가 등장한다.

 

 그녀는 (비록 닥터인가 뭔가 하는 미국 놈이 멋대로 껍질을 여성으로 설정하고 성별을 붙인 것이지만. 그것도 여자라고 깔보기 위한 의도가 농후하다.) 네트워크에서 우연히 태어난 생명체라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는 공안 9과로 피신한 후 자신을 감금하려 출동한 공안 6과 관계자 앞에서 공안 6과 (혹은 일본 정부인지도 모른다.)의 프로젝트 명까지 까발린다. 또한 당당하게 자신을 '생명체'라 소개하며 망명을 신청한다. 비록 사람이 만든 네트워크에서 인간의 고스트들에 접촉하는 과정을 겪으며 '각성'하긴 했지만, 자신의 탄생은 어디까지나 우연이니 자신도 생명체가 아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반박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놀랍게도 그녀가 거론하는 건 인간의 DNA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선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구성하는 건 DNA 체계가 전부이며, 우리의 육체는 그것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조종하는 로봇기기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잘 알듯이, 마지막에선 인간이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 애니가 에반게리온과 인기도가 쌍벽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분위기나 메시지가 완전 정반대인 이유는 인형사의 존재에 있다. 에반게리온에서는 사도를 초월하는 능력을 지니기 위해 노력했던 인간이 멸망의 나락에 빠지는 결말이 나오는데, 공각기동대에선 반대로 '네트워크상의 생명체'가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인간의 능력을 지니길 원한다. 놀랍게도 인형사가 원하는 인간의 능력은 다양성이다.

 

 3. 확실히 쿠사나기 모토코는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매력적인 존재다. 그 세계에서 비교적 편하게 살만한 능력이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그녀는 공감이 가는 존재에게 가까이 가길 원하며, 그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고 싸운다. 비록 보통 일본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른 얼굴형이지만, 그녀가 상당한 팬층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사실 공각기동대의 내용이 정치이야기 때문에 상당히 꼬여있긴 하지만, 그녀는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그런 일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흔히 내가 너 같고 너가 나 같은 것,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 그러면 모토코가 인형사에게 다이브하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것도 사랑의 형태라고 보면 되려나? 공각기동대 원작과 달리 2.0에선 인형사의 성우를 매우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성으로 채택했는데, 상당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가 만약 쿠사나기 모토코였다면, 안 그래도 상당히 강인한 성격을 지닌 인형사인데 목소리까지 완고한 남성이라면 융합에 좀 부담감을 느낄 것 같달까... 형사 일 하면서 남성은 아주 흔하게 봤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인형사가 소수자로 억압받고 있다는 느낌도 나지 않았을 듯하고. 어쨌던 그들은 우여곡절끝에 하나로 융합되고, 모토코도 인형사도 아닌 제 3의 존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4. 그러나 찝찝함은 남는다. 특히 Stand Alone Complex를 먼저 접하고 '가족같은 알콩달콩 공안 9과'의 분위기를 바라며 이 영화를 시청한 사람들은 한동안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감정없이 한 짓이라곤 하지만 수백수천을 죽음보다 더 처참한 나락에 떨어뜨린, 나치범죄자 뺨칠 놈과 어찌 융합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영화 세계관을 다시 돌이켜서 생각해보자. 인형사는 모든 기계는 물론이고 인간의 고스트, 즉 정신마저 해킹할 수 있는 먼치킨같은 놈이다. 게다가 인간이 아직 국가는 이루고 있지만, 거의 모두가 어떤 회사에서 만든 기계의 몸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모토코가 자신을 엄호할 인물로 유일하게 토구사를 두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문득 떠오르게 되는데, 그녀는 분명 '자신이 에러가 난다면 에러를 보충해주거나 고칠 사람이 필요한데 공안 9과 내의 인물들은 다 같은 회사에서 몸을 기계화시킨지라 똑같은 에러가 생길 여지가 많다.'라고 했다. 만일 그녀가 악의를 품어서 공안 9과 사람들의 몸을 개조한 회사에 바이러스를 뿌린다면 일본 경찰이 마비된다는 소리이다.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그녀는 인형사와의 융합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었고, 고민많은 소녀에서 여성으로 한 발짝 다가갔으니 세상을 뒤흔드는 섣부른 짓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그녀는 인형사와 융합하지 않았을 때도 다소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스쿠버다이빙을 끝내고 배 위에 앉아 있을 때, 모토코는 자신의 옆을 스쳐가는 건물을 보다가 어느 카페에 앉아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본다. 자기 자신의 얼굴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잠시 소수자가 부상하고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때의 세상을 보았던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몸을 이루는 기체를 바다 속에 집어넣었다 뺐으니, 물 속에서 막 나온 그녀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지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그녀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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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1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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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사실 난 게임에도 낙관적이지 않고,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훨씬 더 냉정하다.

 

 첫째. 우리가 컴퓨터를 쓰는 와중에도 환경오염은 훨씬 심해지고 있다. 전자기기 하나 만드는 데 실제 생활에서의 환경은 엄청나게 소모되며, 이건 아무리 '친환경' 기기를 만든다고 해도 그닥 달라지는 바가 없을 것이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데에도 환경오염이 진행되고 있음은 입으로 말하기도 아깝다.

 

 둘째. 현실에서의 생활이 곤란하다고 해서 가상현실에 의존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가상현실에 관련된 직업군들이 많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소아온에서 나타난 것처럼 윤리가 올바른 사람들간의 공유 체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힘들다. 게다가 가상현실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그 쪽 계열로 취직하기는 힘들다. 사실 난 직업이 없더라도 먹고 살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상으로나 안정을 찾긴 힘들다. 이건 처음 키리토의 설정을 보았을 때 생각했던 것이고.

 

 셋째. 이건 전투게임에서 한정된 것이지만, 죽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소아온에서는 전체적으로 죽음에 대한 무감각한 분위기가 흘러서 상당히 내 마음에 안 드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은 원래부터가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쯤 가볍게 생각하는 타입같으니 열외이지만, MMO가 정말로 실제감을 주는 게임이라는 설정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대로 무기를 휘둘러도 위화감이 안 느껴진다는 게 말이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나도 꼰대 다 된 듯(...)

 

 아무튼 난 1화에서부터 대충 이 세가지 반감을 지닌 채 애니를 시청했다.

 

 

 

2. 게임이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게임의 재미요소 14가지 중 2가지가 사라져 12가지만 남았다고 전종수는 밝힌다. 그 2가지는 바로 게이머의 통제감, 그리고 비선형적 서사이다. '로그아웃할 수 없는 MMORPG' 소드 아트 온라인은 이것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자는 아예 사람들을 게임 안에 감금시켜놓았으니 어차피 전무하다시피하고, 후자는 100층까지 가서까지 몬스터를 죽어라 때릴 수 있을 뿐 개발자 NPC를 때린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 다했다. MMORPG를 플레이하는 데엔 다양한 변인과 목적이 있지만, 그들의 93.3%는 재미를 기대하는 것이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생존 유저들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로그아웃을 포기했다. 비록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개발자 카야바 아키히코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사실상 죽지 않는 이상 탈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게임 안에서도 나름 살 길을 찾고 재미를 찾으려 노력하니 말이다.

 그리고 10몇화까지 진행되면서 돋보이는 게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문제는 거론도 되지 않는다. 무조건 미성년자 보호의 측면에서만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정신이 빠져 아내(혹은 남편)에게도 관심이 없다는 사람들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치부될 뿐이고 성인의 게임중독증세에 관해선 연구자료가 매우 미미하다. 정신분석상에선 심각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일본에서는 애니로 그 문제가 폭넓게 거론되니 역시나 만화계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3. 한편으로 소드 아트 온라인은 ​MMORPG의 장점을 많이 찾아서 부각시키는데,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특성이다. 그 특성이 형성되는 방법으로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인터넷의 특성 중 하나인 커뮤니티를 중시한다. 왜냐하면, 생각해봐라. 1기에서 키리토가 카야바와 듀얼을 했을 때, 때마침 왠만큼 스킬이 있는 아스나의 레이피어를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를 죽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2기에서 세계수를 공략할 때나 샐리맨더 족의 전사와 싸울 때 스구하의 검을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스킬 한 번 못 쓰고 발렸을 것이고.

 표정 묘사를 볼 때 키리토는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관계에 약간 반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나 싶다. 오프라인 상에서 친구였다고 소개하는 유저집단들을 볼 때의 그 복잡미묘한 표정이란... 결국 여러가지 사정으로 솔로 플레이를 택했지만, 어쩌다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인기 짱인 아스나를 만난 이후로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반성한다. 혈맹에 매이지 않고 그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형성시키고, 그 자유로운 분위기를 오프라인에서까지 가지고 오는 그의 성장과정이 꽤 흥미롭다.

 사실 내가 게임에서의 길드나 혈맹을 상당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키리토의 기분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편이라고 할까. 게다가 현실세계에서 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라서, 자신만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 성격도 잘 알고 있다. 딱히 이 캐릭터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째 내 얘기 같다고 해야 할까... 

 

 

4. 그러나 이게 꼭 유저들의 힘으로 보존된다고 말할 순 없다. 영웅이라 통하는 키리토도 플레이어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여럿 있었고, 유이라는 치트 캐릭터(...)와 아스나가 던져준 개발자 카드 없이는 알브헤임 온라인이라는 지옥감옥같은 곳을 헤쳐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마법은 사기다...! 검으로 정직하게 싸워 이기는 게 훨씬 더 보람차고 좋다고! (게임하면 항상 검사 선택하는 놈입니다.)

 프레즌스라는 게 있는데 이건 게임 속의 세계가 자신이 본래 살았던 세계인 것마냥 느끼는 현상이다. 주변이 시끄럽거나 노래에 몰입하고 싶을 때 이어폰 꽃고 노래를 크게 틀고 다니는데, 게임중독에서도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이다. 이는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 (감정과 유사한 걸 느끼긴 하지만) AI를 딸처럼 생각하며 아껴주고, 게임상에서의 결혼을 마치 현실에서 결혼한 것처럼 중요시하는 키리토와 아스나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닷핵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먼저 지적되었던 것처럼, 스토리게임은 개발자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가상현실이다. 이 프레즌스라는 현상을 게임 개발자들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개발자들이 NPC를 조종하며, 그들의 의도에 따라 플레이어 주변의 환경이 조종되기도 한다. 비밀스런 어둠의 과학자라는 설정은 사실 너무 흔해서 금지되다시피 했지만, 이것이 개발자로 바뀌니 신선하다 해야 하나. 아무튼 첫번째 악당개발자보다 더 비열한 두번째 개발자가 기존의 소드 아트 온라인 시스템을 카피하여 비슷한 게임을 빅데이터로 사용한다는데서 1기 2쿨은 시작된다.

 그러니 아스나가 두번째 개발자에 의해서 납치되어 왔다는 설정이지만, 은유상으로 보자면 이 상황은 아스나가 게임중독 상태에 빠져있다고 봐도 무난하다. 인터넷에 한동안 돌았던 아스나 창녀설이라던가, 독자들 사이에 이는 묘한 아스나에 대한 반감도 (주요 이유는 아마 키리토와 넷상에서 했기 때문인 것 같지만)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키리토는 소드 아트 온라인 사건 이후 그가 게임중독에 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 편견을 지니지 않고 진심으로 그를 걱정해주는 가족들을 보고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불안증세도 있는 듯하고, 무엇보다 귀환병같은 분위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록 게임상에서지만 죽었다 살아났으니까.

 키리토는 이 묘한 사태(...)에 직구를 던졌다. 직접 게임 속으로 들어가 그녀를 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애니 속 어떤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이는 게임에서 시작되어 게임으로밖에 풀 수 없는, 그녀와 그 특유의 정신치료과정이다.

 

뭐 이 장면은 단순한 아스나 서비스 장면으로 해석하기로 하겠다(...) 랄까 초등학생 상대로 촉수 몬스터가 쏟아져나올 때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 중 촉수취향자가 있음을.

 나? 나는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든다. 무녀복을 입히란 말이다! ​

 

5. MMORPG의 중독요소는 5가지가 있다고 한다. 
 대리자아(캐릭터), 가상세계의 체험, 커뮤니티, 익명성, 호기심이다. 이것들은 온라인 게임 중독진단 측정에만 적합한 요인들이다.

 ​새로운 정보도 알았으니 이것으로 간단히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 인물들이 게임에 몰두하게 된 원인 분석도 해보겠다. (취미로 심리학을 부전공한지라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키리토: 사실 자신도 뭘 원하는지 모르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녀석이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냥 원래부터 재미있는 것에 몰두하는 녀석인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가상세계의 체험을 즐긴다고 해야 하나.

 아스나: 또 다른 자아를 만들고 싶어서 게임에 몰두하는 타입이다. NPC는 NPC이고 게임 캐릭터는 그저 게임 캐릭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의외로 현실적인 녀석이다. 그리고 아바타를 아바타가 아닌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생각하는 이런 녀석이 제일 게임 중독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타입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구하: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즉 호기심으로 게임을 시작한 경우. 전종수에 의하면 호기심 요소는 게임 중독에 미치는 영향도가 가상세계의 경험, 익명성 등에 비해 2배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검도 등으로 정신을 갈고 닦아 성품이 딱 부러지는 타입이기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를 다른 게이머들보다 고레벨로 성장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그런 사람으로 되는 건 면했나보다. 키리토와 아스나에 비해 외모도 이름도 상당히 다른 걸 보면 익명성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듯. 되려 나이어린 여동생이 게임하는 걸 지켜보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든다.

 

6.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애니, 재미있다.

 솔직히 말해서 라노벨로 보면 상당히 따분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정보에 의하면 소드 아트 온라인 원작은 내용도 훨씬 더 길다는데, 솔직히 메인 스토리 빼고는 별로 재미없었음...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깔끔한 영상미와 내가 좋아하는 유키 카지우라의 깔끔한 OST 덕분에 작품이 더욱 돋보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럴 땐 텍스트보다 영상이 낫군 그래.

 그러므로 엑스트라 에디션도 2기도 꾸준히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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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원 2018-05-0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구

전성원 2018-05-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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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러브 라이브! CE Vol.2 - 넘버링 코토리 & 우미 학생증 + 클리어케이스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 니타 에미 외 목소리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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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기는 보통 1기보다는 퀄리티도 덜하고 재미도 떨어진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러브라이브 1기가 워낙 파격적인 줄거리이다보니, 2기에서 일본 드라마 식으로 전개해 나가도 신선한 편이다.

 사실 1기에선 멤버 결성의 순간에 집중하다보니 전개를 질질 끄는(...) 각자의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러브라이브에서 니코니가 워낙에 인기를 구가하다보니, 니코니의 과거라던가 집안에 관련된 설명도 흥미를 끌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3학년 멤버의 졸업식 장면이라던가, 눈 치우는 장면을 너무 길게 보여준 건 아닌가 싶다(...) 특히 눈 치우는 장면이 최종예선이 있던 날이라 중요한 장면이자 중요한 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깜빡 졸 뻔했다(...)

 그래도 나도 여고 출신이고, 여자 고등학생들이 졸업식 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소하게 노는 이야기를 쭉 보니 나도 덩달아 고교시절 생각나서 좋았다. 마침 그 당시 나도 동년배 친구 2명을 포함하여 3명이 뭉쳐다닌 적이 있었는데, 나 혼자 경기도권 대학에 가게 되고 다들 남쪽 대학이라던가 외국대학으로 붙게 되어 뿔뿔이 흩어졌더랜다. 합숙은 아니지만 몰래 학교에서 먹고 잔 적도 있었고. 멤버 중 한 명이랑 겨울바다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했었고. 그 녀석들 잘 살고 있을까... 결론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마음껏 노세요. 20대부터 알바라던가 여러가지 사회생활을 하게 되서, 맘껏 속내를 털어내며 놀 수 있는 날이 흔치 않음.

 

 

 

 2. 일단 러브라이브상에서 경쟁자였다보니 이 분들은 쓸쓸히 퇴장당함 안습.

 에리치카가 어라이즈의 스파이였다는 설정도 좋았는데 ㅋㅋㅋ 실제가 아니라서 유감스럽습니다만...

 근데 정작 뮤즈보다 이분들 공연이 더 압도적이긴 했다는 거.

 뮤즈도 어째 마지막에 러브라이브 홍보대사로 공연하게 된다는 것 같은데 어라이즈같이 좀 강렬한 음악 좀 만들어볼 수 없나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음악이 어째 죄다 모닝구무스메 비슷한 것이;;; 난 사실 코다 쿠미같은 음악세계를 더 좋아하는데; 

 

 3.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러브라이브에서 린의 인기도에 대한 찬반이 격하게 갈리던데 난 린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 쪽이다. 아니 사실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컷트를 하고 남성같이 행동하는 여성들에게도 예쁜 치마를 입고 꾸미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여성스러움의 절정인 웨딩드레스 의상을 보고 린은 부끄러움, 수치심, 질투가 뒤섞여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하나요에게 의상을 떠넘기면서도 착잡한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자신도 치마를 입고는 싶은데 왠지 아까워서 자신보다 더 예뻐보이는 아이에게 입히고 싶기도 하고, 설령 입더라도 칭찬을 듣고 싶으면서도 뒤에서 수군거릴까봐 겁나는 그런 마음이랄까. 외모와 성격은 시원털털하지만 성격은 누구보다도 더 여성스러우면 저런 일 많이 생긴다. (특히 호르몬 방출이 심한 여고시절이라면.) 러브라이브는 5화 새로운 나에서 그런 심정을 잘 커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상황을 잘 마무리한 하나요의 언변이 최고다. 옷장사하면 정말 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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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다가도 애니메이션 리뷰 전에 썼던 것들 다 올릴 계획이다. 하루에 10편씩 올리면 20일 걸리니까 최소 1월 30일엔 완료된다.
아 몰라 적립금 모아서 잃어버린 책 살거야(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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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teins;Gate: Complete Series, Part One (슈타인즈 게이트 파트 1) (한글무자막)(Blu-ray) (2012)
Funimation Prod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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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명이야기

 ① 전화레인지

 

 

 

 오카린이라는 중2병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소꿉친구 마유시랑 다루라는 천재 해커랑 같이 조그만 연구실을 꾸려서 살고 있다. 어느 날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는 박사의 발표를 들으러 갔는데 마키세 크리스라는 천재 과학자 소녀는 자꾸만 아까 전에 자신을 보지 않았느냐고 우긴다. 그는 헛소리라 치부하고 지나치고, 몇 분 후에 그녀가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데자뷰 때문인지) 그는 그녀가 자꾸만 아는 사람처럼 여겨지고 다루에게 크리스가 당한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마침 다루가 전화를 전화레인지에 연결하고 있었던 탓에, 여태까지 낡은 전자렌지로 여기고 있었던 기계가 타임머신 기계로 부각된다.

 

 오카링이 그랬었던 것처럼 과거로 메일이 발송되는 효과가 있으며, 당연히 그에 의해 현재를 지금과 다르게 변모시킬 수 있다. 다만 그 기계가 어떻게 작동될 수 있었는지는 이 당시엔 아직 밝혀지지 않았던 상태이다. 문자를 송신할 기계만 있으면 그들이 태어나기 전의 시절까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보낼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고 그나마 메시지도 분해되서 보내어진다. 그러나 당시 철이 없어 이 기계가, 아니 말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몰랐던 오카링은 장난하듯 크리스를 제외한 새 연구원 멤버들에게 과거로 메시지를 보내보라 제안하고 자신도 실험해본다. 그리고 나중에 그 결과가 참혹해지자 뒷처리를 하려 오카링이 동분서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오카링이 보낸 D메일은 전화레인지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보낸 메일과 로또 당첨되게 해달라는 메일 이렇게 두 가지이다. 그러면 D메일을 회수했을 때 그 두 가지 모두를 회수시킨 건가? 각각 문자를 보낸 시점이 다른데 그럼 문자를 두 번 보낸 건가? 세세한 건 따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긴 한데, 그래도 오카링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의 시초격인데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은 든다.

 

 ② 타임리프 

 

 

'물리적 타임워프가 안 된다면 기억을 워프시키면 되잖아요.'라는 크리스의 이론으로 인해서 탄생된 물건이다. 메일을 전기 신호로 분해해서 송신할 수 있는 전화레인지처럼 뇌의 펄스를 워프시켜서 과거의 몸뚱아리에 현재의 기억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신박한 장치이다. 초창기 발명 땐 겨우 48시간 이내밖에 워프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마유시의 급작스런 죽음을 막기 위해 오카링은 자신이 몇 번이고 직접 타임리프의 실험체가 된다.

 

 슈타인즈 게이트의 등장인물 중 누구도(심지어 다루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타임리프할 수 있는 시간대만 늘릴 수 있다면 이 물건이 가장 획기적인 물건이다. 만약 나이가 들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젊어지고 싶다는 의식'이 있는 그대로 젊은 몸뚱아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카링이 어릴 때의 신열로 인해 받은 리딩 슈타이너 능력이 있을 때의 가정 하에서지만, 논리상에서라면 애니상에서처럼 정신연령은 할머니인 로리캐릭터도 탄생시킬 수 있다. 아차 근데 이거 애니지?

 

 이 기계로 인해 오카링은 마유리가 죽는 대략적인 이유와(사실 그 이유가 사라져도 우연한 사고로 죽거나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세세하게 탐구하여 파악한다. 어린 시절 마유리의 할머니가 죽고 나서 마유리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난 아무 말이나 했다는데, 오카링의 '실험' 자세를 보면 그의 말 그대로 마유리가 오카링의 인질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죽음을 모른다면 사정은 그런대로 나을 텐데 맨날 꿈 속에서 나오고, 그런데 정작 오카링은 크리스랑 맺어지고(...) 보는 내내 마유리가 불쌍했다... 그러고보니 SKT의 알테어도 그렇고 요즘은 주인공에게 희생(?)당한 애들을 진히로인이라고 부르나?

 

 참고로 이 헤드셋은 오디오테크니카 AD 시리즈이다. 닥터 페퍼도 그렇고 간접광고 쩐다...

 

 ③ 타임머신

 

 

 이 슈타인즈 게이트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아키하바라에서 타임머신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완성도 쩌네여...

 아무튼 전화레인지를 토대로 하여 다루가 발명하고 다루의 딸 스즈하가 타고 온 기계이다. 현재에선 시도했다간 젤리가 되어버리고 마는 물리적 시간여행이 가능한 기체이며, 오카링이 다이버전스 1%를 넘는 세계선에서는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작동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개의 발명품으로 인해 라디오 회관에 잠입(?)하는 오카링은 세 명인데 전화레인지에 대해 앞으로 새롭게 조명한 오카링과 타임리프를 수없이 하고 타임머신을 한 번 탄 오카링, 그리고 두 번째로 타임머신을 탄 오카링 이렇게 세 명이다. 그래서 분위기는 진지한데 결말을 다 보면 나중엔 엄청 웃긴다...

 

 

 2.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뒤케

 

 

 처음엔 D메일로 크리스를 구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고, 오카링이 직접적으로 타임워프에 손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유리의 죽음이었다. 그는 상당히 불안정한 장치인 D메일을 보내 세계선을 바꿔도 기억을 확실히 유지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마유리를 구할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한다. 첫째, 돈도 없고 권력도 없으니 SERN이 대중교통만 통제하면 한동안 속수무책으로 허둥거릴 수밖에 없다. 나중에야 간신히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그것도 그저 SERN이 교통을 통제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이를 '신의 인간화'라 부른다. 사실 오르페우스는 '남자들의 세계'에선 무력한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과 에우리뒤케의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 신의 아들인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결혼의 신을 불러오지만 왠일인지 그의 축복을 받지도 못한다. 더불어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눈에 띄어 그가 에우리뒤케에게 추근거릴 때도, 에우리뒤케가 도망치다가 뱀에 발꿈치를 물려 사망할 때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무능'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오카링과 오르페우스가 겹쳐져서 떠올랐다. 아마 슈타인즈 게이트를 만든 제작자도 예술 장르 중 하나인 오페라계를 크게 흔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뒤케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오르페우스도 타임머신 기계가 그 시대에 발명되었다고 하면 굳이 지하 세계의 무서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만나 에우리뒤케를 지하 감옥에서 풀어달라고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오르페우스는 노래 실력만큼은 뛰어났으므로 지하 세계를 내려가는 어려운 일도 모두 자신의 노래로 해결했다. 심지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게 하소연할 때도 맨 주먹에 수금 하나만 들고 대뜸 해결해버렸다. 아마 오카링한테는 천연덕스러운 성격과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이상한 언변능력으로 빗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오카링이 필사적으로 대적하는 적의 실체라는 게 문제이다. 사실 에우리뒤케도 '뱀'에 물려 죽었으니 오르페우스에게도 딱히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마음껏 저승에 쳐들어가서 탄원할 수 있다. 하지만 오카링은 세계선에 의해 마유리가 어떻게 죽는지도 달라지니 딱히 특정한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 비록 마유리를 죽인 사람은 '대부분' 모에카라는 여자였지만, 그녀도 다 나름대로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댄 사정이 있고 오카링이 그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결국 그에겐 어떤 세계선에서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지지해주는 조력자만 남는다. 우연히 처음으로 세계선을 바꿈으로 인해 살려낸 마키세 크리스이다. 그에게 영감을 제공해줌으로서 수금의 역할도 하고, 타임리프를 개발함으로서 저승의 강을 건너게 해주는 카론의 역할도 하고, 마유리와 그닥 오랜 시간을 지내지 않았지만 (페이리스를 제외하곤 아마도 유일하게) 친한 동성친구로 남기도 하고, 그 미묘한 관계 때문에 오카링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은 괴로움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할도 혼자 도맡아 한다. 오카링이 그녀에게 빠진 것도 무리는 아닌데, 자꾸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뒤케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나면서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왜일까. 오르페우스는 실수로(말이 실수지 어떻게 사랑하는 자기 아내를 살려서 데려가는 중인데 얼굴 한 번 보고 싶지 않겠는가.) 에우리뒤케를 돌아보게 되고, 그녀를 본 순간 그녀는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게 되어 오르페우스가 아무리 슬피 울며 수금을 타도 영영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오카링이 크리스와 사랑에 빠지는 루트에 빠지게 될 때, 다시 말해 마유리와 사랑에 빠지는 가능성이 영영 틀어지게 될 때가 다이버전스 1%가 달성되는 바로 그 때인지도 모른다.

 

 

 3. 너무 착한 인물들. 

 

 사실 극명하게 말하면 '선과 악의 극한대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FB와 모에카라는 인물을 설정해두긴 했지만 그들은 모두 SERN이라는 아주 나쁜 기관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어쩌면 FB도 SERN에서는 그닥 중요한 인물이 아닌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카링을 좋아해서 한 번 욕심내어 성별을 여자로 바꿔봤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루카. 오카링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죽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서 감정까지 무뎌져가는 오카링을 보며 결국 그를 크리스에게 보내주는 마유리. 한 때 마유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이 대신 죽을 것을 결심했던 크리스와 오카링까지. 이 분들 덕택에...

 

 이 짜증날 정도로 착한 인물들 덕택에 원래는 10몇화 내에 끝났을 슈타인즈 게이트는 한없이 길어졌다.

 

 시간을 되돌리는? 아니면 세계선을 바꾸는? 작품 중에 슈타인즈 게이트만큼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딱 두 개 있다. 하나는 쓰르라미 울 적에이고, 또 하나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다.

 

 쓰르라미 울 적에에선 리카가 오카링같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선 타임머신같이 버튼만 누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히나미자와의 참상이 일어나야만 케이이치가 전학 온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미치고 팔짝 뛸 설정이 있기 때문에(...) 어제만 해도 살아있던 사람들이 고기떡이 되는 걸 다 지켜보는 리카가 그닥 정상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기대할 수도 없다. 오니가쿠시 TV판에선 심지어 판이 다시 일으키기 틀렸다는 사실을 파악하곤 빨리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자결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 몇 명을 희생시킬 준비도 한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선 호무라가 그런 역할을 한다. 소심한 성격에 병으로 인해 입원하다 전학 온 상황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는 그녀를 다시 일으켜준 마도카. 그녀는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오직' 마도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한다. 말 그대로 한 명만 살리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설정만 없었으면 극악한 악한으로 생각될 정도.

 

 그러나 오카링은 마유리를 살리기 위해 마유리가 죽을 때까지 지켜본 적도 있으면서, 타인의 불행에도 엄청난 신경을 쓴다. 모에카와 크리스의 아버지에게 돌격하기도 했지만, 그건 단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불의에 분노하는 열혈 성격 때문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착한 성격 때문에 기막혀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격려해준다. 아마도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타입은 대체로 '나를 희생해서 모두를 구한다. 반드시 구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하는 페이트의 에미야 시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5. 사별=암 

 

 이건 내가 정의한 게 아니고 실제로 영국의 천재 작가 줄리언 반스가 아내를 사별하고 나서 쓴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 나온 비유이다. 암은 대책이 없는 병이다. 우리는 보통 암이 가라앉으면 '암을 이겼다'라고 표현하지만, 그건 암이 약빨에 밀려서 잠시 휴전을 선언한 상태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도 암만큼 큰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내를 잃고 나서 5년 후 '안색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대체 언제나 되야 자신이 예전의 유머 감각을 반쪽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확실히 아내의 꿈을 꾸면서도 아내가 죽었고 그것은 꿈임을 인지할 수 있을만큼은 회복되었지만, 사별의 슬픔은 아직도 가슴 한귀퉁이에 웅크리고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언제 다시 자신에게 닥쳐올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 내가 읽은 <너의 그림자를 읽다>에서 보면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한정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범위는 배우자 외에 더더욱 넓어진다.

 

 비록 크리스와 마유리를 살려내는 덴 성공했지만 어떤 세계선을 타도 오카링과 크리스는 2036년 내에 죽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카링과 크리스는 세계선과 슈타인즈 게이트라는 이론을 내세우며 운명을 부정한다. 실제에서 이런 인물들이 나왔고, 그들이 책을 썼더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버금가는 반종교적인 이론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딩 슈타이너도 아닌 마유리가 꿈으로 명확히 여러 세계선을 옅볼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오카링조차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애초에 처음에 오카링이 다루에게 '마치 크리스를 둘이서 잘 알고 있는 마냥' 문자를 보낸 것도 그가 데자뷰에 씌여있다는 증거이다. 나도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미 사별을 겪고 그 암같은 충격을 억눌러온 마유리는 세계선에 대해선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 누구보다도 빨리 이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개발한 현재까지도 죽음을 '이길' 순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에, 오카링을 빨리 포기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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