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 1
미즈 아사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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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는 주로 만화책과 라노벨 중심으로 책을 파는 서점의 직원들 일화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남녀가 섞여 일하는 직장에서 흔히 겪는 썸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물론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위의 그림은 사내연애가 얼마나 무서운 결말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 네타이다. (...응?)

 

 

 2. 저런 그림에서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섹드립이 많이 나온다. 어찌 보면 남자셋여자셋 같기도 하다. 원작을 만든 사람이 프렌즈같은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해서인지, 썸타는 주요 등장인물도 딱 여섯이다. 일단 남자가 세 명이니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감독, 우미, 소믈리에라는 남자 직원 세 명은 확실히 이 주제에서 여성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이다. 책을 좋아하는 남자는 매우 고전적인 선호대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성이 책을 안 읽는다 하더라도 할리퀸같은 연애소설이라던가 순정만화를 살짝 들춰본 적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연애에서 아주 기본적인 조건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날씨에서부터 시작해서, 영화라던가, 혹은 '최근에 읽은 책'이라던가를 거론하면서 서서히 알고 지내게 되니 말이다. 장르에서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튼 기타 힘을 쓰는 일도 맡기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 서점은 남자직원이 인기가 있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자직원들도 확실히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3. 그런데도 이 직원들이 용기있게 고백하지 못하고 썸을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특정한 종류의 일에 과하게(?) 빠져있는 면 때문에 본격적으로 연애요소에 신경쓰지 못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성우로 일하면서 자주 서점에 들르는 츠모링은 선생의 여자력을 체크하느라 바쁘다. 선생도 우미와 썸을 타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코미케에 직접 만화를 그려서 올리느라 바빠서 의식주를 거의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미도 마찬가지이다. 결정적인 면에서 밀어붙이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취미로 모으고 있는 에로책이라던가 피규어가 집에 즐비해서 선생을 집에 들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화에 어떻게든 무리해서 선생을 데려오긴 하지만.

 그러나 이 애니에서는 그것을 '책모에'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하여 개그코드로 삼는다.

 

 

 4. 아르바이트라고 하기엔 상당히 잡다하고 과중한 서점 업무의 특징도 한 몫한다. 보통 이 애니메이션을 우리나라의 '와라 편의점'과 비교했는데, 그 만화에서는 박봉을 받으며 사회체제에 굳어가는 알바들의 비애가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점아가씨에서 그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애니에서는 그런 요소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건도 있고 여러모로 일본의 위기라 불릴 수 있는 상황인데다, 사회체제에 관련된 예리한 풍자가 한창 등장해야 할 시점에서 알바에 대해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얼버무린다는 게 나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그게 서점아가씨의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서점 업무의 노고가 드러나는 장면이 몇몇 개 있었다. 연장근로는 이 썸타는 청춘들을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지만, 한편으로 일의 중압에 눌려 그들의 입을 과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시급도 그렇게 센 편은 아니다.

 

 5. 활동이 아직 코미케에 한정되어 있어서 작업실도 없는 불쌍한 선생은 레스토랑에 가서 배고픔을 참으며 드링크 바 요금만 내고 하루종일 그 곳에서 작업을 한다. 일도 하면서 창작의 고통도 동시에 겪어야 하는 그녀는 밤을 새면서 작업을 하다가 결국 지쳐서 울기 일쑤이다. 어찌보면 콩쥐팥쥐에서 일이 잘 안 될 때마다 떼를 쓰는 콩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눈물을 닦고, 목에서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불만을 꾹꾹 누르며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간다. '너무 늦게 깨달으면 손해야'라고 주연들은 입버릇처럼 반복하여 중얼거린다. 이는 딱히 사랑고백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어떨 땐 느리게, 어떨 땐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자신의 진짜 삶을 찾으려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서점아가씨들의 외모나 수줍음보다도 더 독자들을 즐겁게 하는 장면은 그들의 당찬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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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No. 6 (넘버 식스) (2012)(지역코드1)(한글무자막)(2DVD)
Section 23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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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실한 청교도 신자인 겔러 가문의 장남 로스. 몹시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의 너드로(과학씹덕후인데 사회성 매우 부족하고 4차원이다.) 작품이 진행되기 이전엔 결혼을 했었다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아내 캐롤이 갑자기 '나의 정체성은 레즈비언이었다'라고 선언하고 이혼을 하면서 1화가 시작된다. 아, 사실 NO.6 이야기가 아니라 프렌즈 이야기였다. 근데 따지고 볼 때 프렌즈가 시작되지 않았으면 캐롤과 이혼하는 스토리도 나오지 않았을 텐데 프렌즈가 잘못했네.

 

 이제 NO.6에 나오는 사후를 보자. 시작부터 이 인간은 자신이 과학씹덕후임을 공개적으로 자랑한다. 친구들이 '옷이 구리다'며 욕을 하면 약간이라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거나, 아님 할머니가 준 옷이니 비웃지 말라고 일침하면 될 것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사회성 매우 부족해보인다.(...) 시온의 볼에다 쪽하는 건 좋은데 시온이 위와 같이 이유를 묻자 '좋아하니까'라고 한 마디 말하면 될 걸 거기서 또 생식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근데 이 여자애는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 소꿉친구라는 설정에(일단 시온은 사후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말하는 게 보시다시피 항상 과학 이론에 관련한 이야기뿐이니 도저히 말을 섞을 수가 없다;;) 끝에까지 가서도 도저히 연인 관계로 진행되지 않는데다 너드다. 게다가 언제나 스웨터를 입는 취향까지 로스랑 판박이다. 내가 보기엔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되는 듯.

 

 

 

 어떤 이쁘장하게 생긴 남자애가 피를 흘리며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 주인공 놈은 이 남자애의 세기말적 외모와 츤데레 성격에 아주 홀딱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 '날 왜 도와주는 거냐'라는 질문에 시온은 그냥 무심코,
 "니가 여자애같이 이쁘니까."
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전형적이고 식상한 나머지 오히려 새롭기까지 한 작업멘트다!
 게다가 사후가 준 커플스웨터까지 입혀주고 하룻밤을 보낸다. 아니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라면 1층에서 다른 옷을 가져올 수도 있었잖아?
 아무튼 이 시키는 처음부터 정말 사후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무튼 시온은 네즈미가 달의 물방울에서 도망쳐 나온 위험분자라는 걸 알게 되고, 그래도 여전히 그를 숨겨준다. 그러나 저 철저히 무방비한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결국 그는 당국에게 발각되어 어머니와 순식간에 중류층 사회로 떨어져 나간다.

 

 시온의 상류층 탈락에도 불구하고 사후는 공부벌레답게 열심히 공부를 파서 결국 NO.5 지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친할머니를 양로원에 맡긴 뒤 그녀는 시온을 찾아가서 당당하게 제안한다.
 "너의 정자를 받고 싶어."
 하룻밤 사이에 딥 다크 판타지에 눈뜬 시온은 당당하게 대답한다.
 "고멘, 난 남자가 아니면 서지 않아. 내 정자는 2년 뒤 정자은행에서 받아가도록 해."
 "X발, 잘생긴 남자는 임자 있거나 게이이거나 둘 중 하나라더니."
 .... 물론 이 중 일부는 거짓말입니다.

 

 아무튼 둘은 BL커플답게 동거하면서 살게 되는데, 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살려줘 ㅋㅋㅋㅋ

 셰익스피어의 연극 대사를 주절대면서 노는데 네즈미가 그 와중에도 멕베스를 가장 사랑하는 듯.
 스토브로 국을 끓이면서 멕베스 대사를 주절대는데 손발이 오그라든다.
 근데 상류층 사회에선 연극이나 소설은 가르치지 않는지 시온은 그냥 어버버버 하면서 앉아있기만 함. 그러나 이 시온이란 녀석도 1화때부터 중2중2 성격이 상당해서 나중엔 같이 맞받아치면서 놀아줌. 인문학과가 적성에 맞아서 좋았던 건지 아님 단순히 애인이 좋아하니 좋아하는 건지...
 근데 후자인 것 같다고 생각됨.

 

 가뜩이나 네즈미보다 키가 작아진 시온은 기생벌로 인해 죽다 살아난 뒤 작고 하얗고 귀여운 오토코노코로 변!신!한다. 원작과는 달리 눈까지 붉게 설정해놔서 알비노 성애자들이 하악할 최고의 미모. 게다가 온 몸에 저 핑크색 무늬가 생겼는데, 그 상처를 보여주려면 옷을 벗어야 한다. 이게 뭐야 대체 ㅋㅋㅋ 심지어 네즈미도 처음 주인공을 데려올 땐 퉁명스러운 어조를 썼는데, 막상 외모가 저렇게 귀엽게 변하니 갑자기 자상해짐.
 역시 사람은 외모가 예뻐야 한다는 교훈이냐...

 

 게다가 네즈미 이 녀석 서쪽외곽에서는 제일 유명한 오카마였다. 햄릿의 오필리어 등 여장을 하고 연기를 해서 돈을 받는 듯하다. 그러나 뒷골목 무대인지라 왠지 연극이라기보다는 광대극 분위기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작품에서 길게 말은 안 하는데 성희롱도 꽤 당했었던 듯.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시온은 점점 네즈미의 지난 삶이 얼마나 팍팍했는지를 깨닫게 되고, 사후는 또 사후 나름대로 자연의 신비주의에 눈을 뜨게 되어, 그 남녀주인공 둘 다 자연을 파괴하는 NO.6를 파괴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전투에서 과격한 씬이 없고 스토리가 탄탄하게 짜여 있어서 소설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업적 흥행을 노린 몇몇 흔적이 눈을 찌푸리게 했다. 부녀자로서 남자의 키스는 매우 좋지만, 도대체 그 상황에서 왜 키스하는지 모르겠는 몇몇 장면들이 있었다. 디스토피아를 찍던지 러브씬을 찍던지 둘 중 하나만 해라. 아무튼 디스토피아 속에서의 사랑 이야기라면 차라리 이 작품보단 헝거 게임 시리즈가 더 나았다. 그렇다고 작품성이 아주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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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배드 2 - 한국어 더빙 수록
크리스 르노 외 감독, 스티브 카렐 외 목소리 / 유니버설픽쳐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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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 길들이기와 토이스토리 3를 밀치고 단연 삐까번쩍하게 빛을 냈다. 사장님 그루를 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누구라도 저기 저 노란 미니언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이 미니언을 가지고 많은 상품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이 작품은 처음에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배급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이후엔 유니버설 픽처스에 돈을 물고 온 제비 혹은 효자구실을 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서도 탐을 냈는데, 남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축구 애니메이션인 이나즈마 일레븐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열기도 했다. (원래 영상에서는 동그랗고 부들부들하게 보이는 그루가 제법 사장님답게 그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뒤늦게 이 작품의 진가가 알려졌는데, 슈퍼배드 2를 방영했을 땐 대기업들이 미니언을 많이 조명했다. 


 이렇게 엄청나게 상품화된 덕분에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그 당시 많이 나온 영화애니 작품들을 모두 짜부라뜨려 버렸다. 그 가운데는 드래곤 길들이기처럼 괜찮은 많았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는 엄청난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 작품으로 인해 예산이 다 털린 까닭에 2탄 이상 나오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내용이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메시지는 더 명확하다.

 


 2. 그루는 어찌보면 디스가이아의 라하르를 닮은 타입이다. 후반에 많이 뭉개져서 그렇지 초반엔 허풍을 떠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그리고 심술궂기는 미니언 못지 않다;;; 사실 이 때의 성격이 제일 맘에 드는데. (어이.) 아무튼 라하르처럼 이 분도 가정분위기에 문제가 있다. (모든 어린이 매체들이 다 그렇듯이.) 라하르가 올바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일찍 어머니를 잃어 성격이 파탄났다면, 그루는 자신이 뭘 해도 시큰둥하고 관심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란다. 나중에 그루의 어머니의 현재 모습을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단순히 뭘 해도 오버액션을 취하는 그루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사실 남자아이는 어른이 옆에서 반응을해줘야 하는데... 교육학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아무튼 어린 남자아이들 누구나 그렇듯이 달에 관심이 많은 그루는 어린 시절 로켓까지 개발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그저 그렇다. 슈퍼배드 2에서 보면 더 자세히 나오지만 생김새가 저렇다보니 여자친구 한 번 사귄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뉴스는 선행보단 악행을 더 많이 보도한다. 아마도 그가 악당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뭘 하든간에 자신조차 시큰둥해진지라 뭘 해도 흥이 나지 않는다. 결국 그의 악행 비즈니스는 큰 일 없이 거기에서 거기에 그친다.

 


 3. 이런 설정은 내가 어린시절 투니버스에서 얼핏 봤던 엑셀 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서의 마왕은 악행 비즈니스보다는 지구정복을 꿈꾸지만, 아무튼 지구인들의 터전을 뺏으려는 악질 행위를 벌이는 건 맞으니 소소한 지적은 생략하자. 마왕은 애초에 그루처럼 큰 꿈부터 노리지 않고, 일단 일본의 어느 마을 정복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구정복까지 아주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 위의 그림에서 나오는 녀석과(그러고보니 노란 머리에 대충 파란 옷을 입고 있군요... 미니언?) 또 한명을 주로 부하로 부리는데, 이 여자들이 능력은 출중한데도 쓸데없이 무대포인데다가 생각이 4차원이다보니 악행이 어수룩하다. 그게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선행으로 변모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주요 스토리에서는 진짜 악당이 나타서 지구정복을 하려면 그 악당을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는데, 1편에서나 2편에서나 대충 그루도 그런 길을 밟는다고 보면 된다. 요즘엔 이런 장르가 되려 뻔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슈퍼배드는 줄거리가 개연성이 있어서 제법 재밌다.
 
 여담이지만 엑셀사가는 완결로 갈수록 급전개가 심해지고 어차피 잡지본과 단행본의 결말이 다르므로 (둘 다 썩 내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게 좋다. 개그도 더 많음.

 

 

 4. 물론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걸 너무 가족중심주의로 가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슈퍼배드 1에서만 해도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세세히 다루고 있고, 무엇보다 독신남성이 아이들 셋을 입양하는 이야기가 워낙에 파격적이라 평가가 좋았다. 굳이 그루에게 여자를 구해줬어야 하나?하는 의문이 남긴 하지만 이 캐릭터가 또 스파이 덕후이지만 도짓코라는 갭모에가 있다.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 주제에 맞게 무대포 정신이 가히 훌륭하므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대게 이런 작품에서는 주인공에게 여자가 생길 때부터 팬층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그루랑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5. 미니언 때문에 영화를 봤다는 팬층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미니언을 보고 생각난 게 로얄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인데, 거기서도 수상한 생물이지만 초콜릿 공장에서 노동하고 초콜릿으로 임금을 받는 엄연한 직원이 등장한다. 대략 초콜릿 공장의 사장 윙키 웡카가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는 원시부족에게 초콜릿을 실컷 먹게 해주겠다고 꼬셔서 데려온 원시부족이라는 설정인데, 이게 인종차별에 걸려서 욕을 많이 먹었었다. 아무래도 그루가 스페인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미니언도 사실 그가 아메리칸 드림으로 꼬셔서 데려온 외국인계열 노동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루의 말로 추정해보건대 임금과 휴가도 제때제때 주는 것 같고, 윙키 웡카와는 달리 그루는 그 많은 미니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며 머리스타일까지 신경써준다. 그루가 천하의 악당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미니언에게 유달리 자상하다는 설정을 볼 때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처럼 인종차별 비난을 받을까봐 작가가 많이 신경쓴 것 같다. 아무튼 2015년에는 미니언으로만 구성된 영화가 따로 나온다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모습과는 달리 목소리나 하는 짓이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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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7
이치구로 노보루 감독, 이지마 마리 외 출연 /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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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느! 노래는 하트야!

 

 

린 민메이가 젠트라디와 인간 간의 전투를 노래로 종식시킨 지 50년 후.

그러나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마크로스 7 기체 내 인간들로선 음악의 효과가 완전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시대.

1화는 록밴드 파이어 봄버 팀의 밀레느의 첫 영입 기념 콘서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설정으로 봐선 처음부터 남자보컬 바사라의 맘에 들어 여성보컬로 들여온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 녀석은 탈가정 소녀;;; 그것도 막시밀리언 함장과 미리아 시장의 딸이다. 아빠와 엄마가 각각 함대와 도시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엄청난 집안에서 자라고 있는데도 가출을 감내할 만한 사정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물어봐도 밀레느는 입을 꼭 다물고 있고 상황을 보아하면 엄마와 아빠가 언론 앞에서건 사적 공간에서건 만나기만 하면 충돌하는 게 원인인 듯;;; 어머니는 음악으로 인해 감화를 받은 젠트라디 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레느가 록커가 되는 건 반대한다. 그러나 일부러 엄마의 마음에 안 드는 짓만 하는 14살 철부지 딸의 억지에 반은 져준다. 그러나 조건을 다는데, 감린이라는 군인과 맞선을 보라는 것.

 밀레느도 감린을 만나는 게 싫지는 않다. 그러나 이 감린이 굉장히 고지식한 청년이라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일단 사사건건 우주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바사라를 딴따라라고 하면서 비웃는데 어찌 '내가 이 밴드에서 베이스 겸 보컬을 하는데'라고 떡하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름 정숙한 요조숙녀인 마냥 연기하지만 문제는 그 연기가 굉장히 어수룩하다는 데 있다. 결국 밴드 멤버들에게도 맞선 상대에게도 자신을 속이게 되는 밀레느. 처음엔 어머니의 양육에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했고, 자유를 미끼로 해서 딸을 속박하려 했으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도 나름 계획이 있던 게 아닌가 여겨진다. 첫째로 거짓말을 옵션으로 추가한 건 밀레느 자신이 선택했고, 둘째로 감린이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남자였다.

 

 

 

노래로 산을 움직이겠다는 남자 바사라. 

 

 이제 마크로스 시리즈, 아니 마크로스 7을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파일럿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녀석은 시티7에서 전투경보가 떨어지면 배틀로이드를 끌고 우주에 나타나지만 '절대 전투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 나타나서 뭔가를 발사하긴 하지만 그건 총알이 아니라 스피커다. 일단 소리가 충분히 들리도록 환경을 조성한 뒤에 기타로 변신시킨 조종키를 잡고 이 녀석이 뭘 하는가 하면 '노래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인정신이 충만한 감린이 처음에 이 녀석을 보고 욕을 퍼부으면서 당장 부수기 전에 내려오라 협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터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제정신인가?

 뭐 이 녀석이 제정신인가는 둘째치고(...) 변명을 좀 하자면 바사라는 사실 목표가 있어서 노래를 부른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도록 만들고 싶다는 목표. 이것도 이 녀석에 관해서 변호가 안 되는군 젠장. 아무튼 이 녀석의 노래 어딘가에 아니마 스피리치아라는 게 있어서 프로토데빌이라 불리는 적군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괴로워하며 도망을 간다. 게다가 이 녀석의 기체 조종 실력이 꽤 신박해서 적군이 총알을 퍼부어도 막 이리저리 로봇을 움직여서 피한다. (탄막게임?) 노래하면서 화가 나서 총도 쏜 적이 있다. 그러고보면 총을 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 밀레느를 밀친 깡패들에게 주먹을 쓰고 나서 후회하는 걸 보면 그냥 평화주의자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특이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 애니메이션이 흥한 이유는

워낙에 좋은 록음악과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만이 지닌 각자의 고민이 해결되가는 스토리때문일 것이다.

 

 계속 우주전투에 등장하여 적을 노래로 격퇴하다보니(...) 이에 흥한 군인들이 속속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일단 민메이의 팬이자 군의관인 치바가 사운드부스터라거나 사운드의 에너지에 색깔을 입혀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박한 기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육안에 확실히 보여서 그런지, 그 광선을 보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리고 그것에 맞은 적군은 비명을 더 크게 지른다(...) 그러나 파이어 봄버가 민간인들로 구성되다 보니 확실히 통제될 수 있는 군용밴드를 만들고 싶었던 장교는 재밍버즈라는 밴드를 만든다. 그러나 워낙 바사라같은 천재가 나기 힘들다보니 군의 시도는 계속 난관에 부딪친다. 파이어 봄버는 유명해진만큼 그들을 향한 질투와 스캔들에 둘러싸인다.

 

 

바사라는 바사라대로의 고민이 있다. 프로토데빌들이 전혀 자신의 노래를 들으려하지 않을 뿐더러, 노래를 들으면 고통스러워하거나 도망간다는 점.

바사라가 가장 난감해한 적이 바로 시빌이다.

 

 그러나 마크로스 시리즈가 늘 그렇듯이 강력한 프로토데빌인 시빌도 그의 노래실력에 감탄한다. 여러번 지구로 쳐들어와서 스피리치아를 빼먹고 바사라를 말 그대로 반죽음에 처할 뻔하게 한 적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자신이 여행한 은하도 구경시켜주는 등 소통을 시도한다. 결국 마지막엔 모두와 함께 바사라의 노래까지 부른다. (역시 노래는 노래방에서 모두와 같이 불러야 가사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밌다?!)

 바사라와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지, 결국 마크로스 7을 떠나버린다. 하지만 참 아까운 캐릭터다. 패션감각과 함께(...) 비중을 좀 살렸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감독은 은근슬쩍 바사라와 시빌 간의 로맨스까지 노린 듯하다. 그녀가 힘을 잃고 마크로스 7 변두리 숲 속에 봉인되었을 때 바사라가 매번 기타를 들고가서 노래한 걸 보면, 바사라도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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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사 애장판 10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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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풍경을 마치 그림처럼 그려놓았다. 아 참 그림이지 이거.

 

 만화책에서도 그렇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는데,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시작과 끝(스페셜)이 매우 절묘하게 맞아들어간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같은 이야기랄까. 둘 다 광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첫 시작은 우연히 광주와 비슷한 맛의 술을 만든 양조장 가문이야기이고 끝 마무리는 특별한 벌레를 잡아죽이기 위해 광주로 인공벌레를 만든 충사가문 이야기이다. 뒤의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겠다. 1기에서처럼 벌레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이어나가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1기에서 벌레에 대한 소개 그리고 벌레가 일으킨 초자연현상에 말려드는 개인 혹은 마을이야기를 펼쳐나갔다면, 2기에서는 벌레를 이용하려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충사 1기에서도 나왔듯이 벌레는 보통 인간세계에 큰 해는 끼치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1기에선 초자연현상을 무서워하는 인간의 경솔함으로 인해 사건이 터지거나

혹은 벌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 현상 자체를 이용하는 인간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SF에선 사악한 과학자들이 자신의 영리를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듯이 충사의 세계에서도 간혹 충사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벌레를 이용하는 충사가 있나보다. 사실 사악한 주교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종교의 힘을 사용한다거나, 아까 말한 과학자가 등장한다거나 하는 스토리는 흔해빠졌다. 그러나 그것이 충사의 세계로 옮겨질 땐 약간 특이한 형태로 변화된다. 바로 가문의 형태로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6화 '꽃에 취하다'에서는 한 정원사 가문이 나오는데, 벚나무에서 벌레를 먹은 아이를 발견하고 나서부턴 약사 가문으로 바뀌어버린다. 그것도 모잘라 그 가문 모든 남자들이 그 여자아이 하나에게 미쳐서, 그녀의 생명을 좀 더 오래 이어나가게 하기 위해 약을 찾아 먼 고장에서 온 소녀들의 머리를 잘라 여자아이에게 접붙이기까지 한다;;;

 사실 공포 장르에서 가문은 꽤 오래 전부터 써먹은 소재이다. 에드가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는 폐쇄된 마을이라던가 가문의 비밀을 상당히 좋아하는 공포소설작가였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가 에드가 앨런 포보다 더 SF적이고, 사람들은 그 이유가 러브크래프트가 만든 크툴루 신화에 있다고 보통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쓴 작품 <벽 속의 쥐>를 보고나서, 초자연현상을 대대로 이용하는 가문이 있다는 설정이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대로 저주받은 가문이 하나둘씩 처절한 죽음을 당하는 광경이 사람들에게 연민어린 공포를 준다면, 반대로 그걸 비밀의 서로 만들어 봉인해두고 어떤 순간에 그걸 적을 향해 풀어놓는 가문이란... 흠;;; '저게 인간이냐?'라는 생각과 함께 혐오감을 유발한다.

 자연계에서 가장 약한 계층인 벌레가 일으키면 아름다운 초자연현상. 그것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일으킬 경우 어떻게 되는지 충사에서는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가문의 희생자인 쿠마도.

 

 충사에서 사실 1화 이상 연속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아주 드물다. 심지어 충사 1기 분위기를 장악해버린 누이도 한 번 얼굴을 비추고 이후 계속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판에 이 녀석은 특별편으로, 그것도 2화정도 되는 분량으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아트는 커녕 캡쳐로나마 검색창에 등장하지 못하는 슬픈 캐릭터이다(...) 이유는 궁극적으로 그가 미나이 가문의 충사이기 때문. 그는 본래 벌레를 볼 수 없는 몸이었지만, 가문에서 혼을 강제로 빼내 광주로 만든 벌레를 삼키게 만든 이후로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혼이 없는 상태'인지라 벌레에 씌인 사람처럼 말도 별로 없고 감정표현도 매우 적다. 게다가 그에게 사랑 비슷한 기운을 몰고 온 여자가 탄유라는 게 문제인데... 1기에 의해 생성된 끈끈한 깅코탄유 팬들에 의해 묻히게 될 듯. 하지만 난 이렇게 무뚝뚝한 캐릭터 상당히 맘에 드는데 엉엉 ㅠㅠ 혹시 충사의 쿠마도를 찾는 분이라면 발로 찍은 캡쳐가 여기 있습니다 쿨럭...

 새로운 캐릭터가 나와도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 전개였다. 다음에 나올 충사 속장 후반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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