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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공각기동대 SAC 2nd GIG TV판 2기 SE : 일반판 박스세트 (7disc) - Vol. 1-6 + 부가영상
카미야마 켄지 감독, 야마데라 코이치 외 목소리 / 디에스미디어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1. 산이라는 우주인이 한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에 갔다 왔더니 위아더월드가 아니라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 알고 왔다고. 그리고 왠지 이게 언론에선 왜곡되서 애국심에 관련된
문장으로 해석되어 쓰인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 마디를 더 추가한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때 유리 가가린은 세상에 국가의 경계가 없는 것만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주
위에서도 국가의 경계는 잘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밤일 때 더욱더 잘 보입니다. 바로 밤을 비추는 불빛이죠. 남한은 눈부시게 밝은데 북한은
아주 새카맣습니다. 잘 못 사는 나라의 밤은 그렇게 어둡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흡수통일 전쟁을 하는데 미국이 무슨 이유로 멀뚱멀뚱 구경해야만 하는 일본 자위대를 투입하기로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며 (미국부대하고 한국부대, 중국만으로도 충분히 개판이다. 오지마.) 게다가 질서정연한 자위대(...풉)가 민간인을 학살하는 북한 군인들을
총살한다는 설정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지네들이 먼저 민간인 학살하게 생겼는데?) 아무튼, 감독이 우리나라를 보여줌으로서 아직 세계에서는
국가 간의 경계가 명확히 존재하며, 네트워크 세계조차도 그것을 뚫을 수 없음을 증명하려는 듯하다. 소드 아트 온라인을 보고 내가 영 찜찜하게
생각했던 의문점을 매우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무리 무정부주의, 개인주의를 주장하더라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컴퓨터 만드는 기술을 살 돈은 있어야 뭘 하지.
2. 여기서 부각되는 영웅은 쿠제 히데오이다. 작품 중에서도 '체게바라처럼 추앙받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의 어록을 보면 마치
체게바라 같은 구석이 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살해당하기 전, 그를 (무려 1기에 나온 마이크로 머신으로;;; 치료제라며
이색히들아?)암살하는 사람은 공각기동대 1기에도 출연했던 일본계 미국인인데 '사람들은 소비자로 살길 바란다' 라는 말을 남긴다. 미국의
자본주의에 진 쿠바의 사회주의를 암시하는 것인지... 작품 속에 그는 1기의 인터넷 영웅과는 상당히 다르다. PKF 이모탈 의체를 하고 있어서
몸은 인간의 신체를 뛰어넘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왠지 허당같은 구석이 있다. 전뇌를 해킹당해서 난민을 테러하던 개별의 11인 중 하나로 행동하고
있었는데 동반 자살하기 직전에 겨우 살아남질 않나, 크라우딩 기금같은 것으로 간신히 한푼한푼 모아 플루토늄을 샀는데 짜가를 가지고 오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에게 자신이 가져온 플루토늄이 짜가임을 고백하지 않은 것에서 그의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난 생각한다. 아무리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 구리면 고우다 카즌도와 다를 바가 뭐냐.
그는 육상 자위군이 통일된 한국 신의주에 파견되었을 때 같이 있던 사람이라 한다. 거기서 자위대는 인민군 잔당을 소탕했지만 비쩍 마르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적군을 보고 그들은 PTSD에 걸린다. 내각 보도청은 쉬쉬했으며 소탕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가 사람들이 규탄을 해도 자위대를
감싸주지 않았다. 그도 그렇게 되어서 그 천막 안에 갖혀있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네트워크던 뭐던 있는대로 부여잡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게있는 침묵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감격한
것일까. 그는 실제로 작품 끝에서까지 자신이 개별의 11인으로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미국의 핵발사 계획으로 인해
난민 국가를 세우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소령과 함께 철근더미에 갖히자 그제서야 말이 많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상향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속마음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을 듯.
3. 고우다는 일본에서 방사능 분진 제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으로, 그 일로 자신의 야심이 충족될거라 기대했지만 미일냉전구조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고의가 아니게 일본의 전쟁후원기업들을 쓸어버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윗사람들의 눈밖에 나서 시스템의 최상위로
올라가는게 불가해지자 그는 반대로 전쟁영웅을 후원하기를 꿈꾼다. 난민을 배제하는 것으로 국민의 사상을 전쟁 찬성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꼭 이런 놈들 있다. 지는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말로 모든 걸 조종하고 통제하려 드는 얍삽스러운 놈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쿠제 히데오가 플루토늄을 얻는 데 실패한 것도 모르는 그는 설레발을 쳐버린다.
지하철에다가 진짜 플루토늄이 들어있는 폭탄을 설치한 것이다. 영웅에 대한 과한 기대감으로 인해 일어난 판단미스. 그런데도 이 녀석은 절대
물러가는 일이 없다. 한없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뭐 어떻게든 폭탄을 설치했으니 전쟁은 일어날 것이 아니냐.'라니. 바보 아냐 ㅋㅋㅋ 쿠제는
침묵하고 있으니 이 녀석이 멋대로 떠들면서 스탠드 어론 이론을 끄집어내고 덮어씌워 버리지만, 애초에 근본이 전쟁광인지라 오래가지 못한다.
4. 바로 이 여인 때문인데, 생긴 것만큼이나 행동도 야무지다. 아무래도 미국에게 핵폭탄을 쏘도록 자유롭게 조종할 수도 있는 고우다 카즌도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그가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더더군다나 국외로 도주하려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바로 총살해버린다. 실제 일본
총리가 되었다면 지금의 고이즈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소속도 여당 ㄷㄷㄷ)
대충 미국 잠수함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상황은 이렇다. 카야부키 총리가
중국 난민을 받아주자는 친중파이므로 '이런 총리를 파견하다니 일본이 중국과 한패가 되었다'라고 고우다 카즌도가 꼰질렀고, 그로 인해 열받은
미국이 총리의 핫라인도 받아주지 않고 핵잠수함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총리가 아직 권력을 잡고 있는데(공식적으로 경질된 게 아니었고 생존해서
핫라인을 열어두고 있었으니까), 중국부대가 아닌 일본국제번호 81마크가 달린 일본 항공자위대의 비밀부대를 보냈기 때문에 일본이 전쟁을 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알고 철수한 것이다.
어쩌면 쿠제까지 물리친 것도 그녀의 지시 아래 일어난 게 아닐지...
외교 문제에 혼선이 있는 데다 엄연히 자신의 영토를 줄어들게 하는 짓을 했으니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ㄷㄷㄷ 처음엔 아라마키 부장도
이뻐라하고 아껴줬는데 표정이 완전 뒤통수 후려맞은 듯했음(...)
우리가 '현실'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말 그대로 현실이라기 보단 이런
사람들이 만든 울타리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스탠드 어론을 주장하더라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어쩌면 그 사상도 오랜 시간에 걸쳐 주입되었을지
모르지만.),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단체보다는 아직까진 오랫동안 이어져오는 전통과 문화의 벽이 더 굳세다. 육체가 전신기체가 된 이상 진보로
분류되고 경찰들 사이에서 따당하는 소령들 무리 또한 좌파같은 사상을 드러내도 우파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1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2기에 짠하게 식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AC를 만든 감독은 1기에서 스탠드 어론과 네트워크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강조하지만, 2기에서는 복잡한 정치세계와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하며 스탠드 어론의 허술함을 밝힌다. 즉슨 대답 다음에 질문을 하는 식이라서 이야기를 더 어렵게 만든 건데, 어라이즈는
아무래도 해답이라기보단 후속편 같고 공각기동대 SSS에서 시원하게 밝힐 것 같다.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