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1. 고스트 페인 (20p 해설집)
키세 카즈치카 감독, 사카모토 마야 (Maaya Sakamoto)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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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공각기동대가 약간 어려운 감이 있다면 공각기동대 어라이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여태동안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해석하기 난해했던 공각기동대가 기존의 철학적 어휘를 집어치우고 그동안 이곳저곳에 뿌렸던 떡밥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 꽤 시간이 지난 SF라서 이젠 에반게리온처럼 한물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원작영화는 2000년도에 리메이크해서 더 최첨단으로 변환시켰고, 게다가 아예 사람의 뇌에 칩을 넣어 정신을 네트워크화시키는 등 워낙 파격적인 소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지금 보기에도 전혀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 마치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전체주의(조지 오웰의 1984년)는 더 이상 소재로 먹히지 않는 반면, 욕망과 말초적인 자극의 네트워크화(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여전히 SF의 세계관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더 1에서는 말 그대로 소좌의 어린 시절이 나온다. 목소리도 상당히 앳되고, 자신의 상사였던 중사에게 충성을 바치는 마음도 각별했다. 수사 도중 잠깐 실수를 저질러서 전뇌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기억을 조작당하는 장면도 나온다. 아마 이 영화를 까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소좌는 그렇지 않아!'라는 심정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머리스타일도 원작에 비교하면 훨씬 짧아서 어린 소년같은 느낌이 한층 더하다. 그에 비하면 아라마키 다이스케는 국회의원에게 할 말 못할 말 다하고 아주 정치계열에서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는 혈기 끓어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젊은 시절엔 더 먼치킨이셨는 듯 ㄷㄷㄷ 

 

 2. 보더 2에서는 소좌 외의 인물들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아마도 스토리를 가장 체계적으로 잘 짠 곳이 어라이즈 시리즈 중에 이 부분밖에 없을 것이라 짐작된다. 떡밥도 사진에 나오는 비비라는 인물 딱 하나 외엔 드러내지 않는다. 무슨 소린가 하면 이렇다. 공각기동대 SAC 2기에서 다치코마들이 죽기 전에 자신들이 미군 위성에 타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소좌가 왜 자국의 위성을 쓰지 않았는지 의아해하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이 비비라는 AI는 미군의 특수부대에서 파견되었다고 하던데, 그녀가 고스트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 보고 소좌가 크게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시험상 다른 AI들에 비해 좀 독특해보이는 다치코마를 거기에 넣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소가 대령은 카르디스탄 학살의 전범으로 찍혀서 사형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의 휘하에 있는 게 바토. 그는 감옥에 가서도 군의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상태였고, 마지막 재판 날 일본의 모든 교통관제를 해킹한다. 당시 자동으로 운전하는 차가 대중으로 유통된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그 과정에서 병렬화를 막는 것을 없애기 위해 미군 특수부대의 모듈 병렬화 해제 코드를 빼앗았는데(이것도 AI가 모듈을 멋대로 반출해서 국방성 차관을 조작했다는 게 밝혀진다.) 그 모듈을 막는 게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특수부대 중 한 명인 비비가 다시 코드 복제판을 독립폐쇄 가능한 AI 다치코마에게 그것을 씌운다. 모듈은 바로 구 실리콘밸리의 큰 손 7사가 공동개발한 매스필드유닛이었다. 그것은 일본 측과 미국 측이 극비에 규격을 공유하기 위해 반입된 모델타입이었다. 그것을 이용해 그들은 저용량의 뭔가를 대량으로 병렬화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본의 모든 차량을 통제하는 데 성공한 대령은 군사 데이터베이스를 요구한다. 그것을 사용하여 과거 공안과 정부의 기밀을 전세계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전후 가장 뒤처진 나라로 세계에 예속되는 것이라 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세계에 저지른 치부와 그 외 숨겨진 비밀들을 다 까발리면 충분히 가능한 문제라나?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이런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후 모든 전쟁영웅을 숙청하려는 일본 정부, 그 틈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대령.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령을 포함한 그들 모두가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까닭은 정부의 은폐뿐만이 아니다. 그들 모두 다 결국 국민을 우롱하려는 행위를 택하기 때문이다. 잠시 영웅행세를 하던 대령은 국민을 인질로 잡아 차관이 판도라를 팔게 만들려한다고 사람들을 눈속임시키고는 즉시 판도라를 열어젖히려 한다. 여기서 문제는 내무성이 정말로 돈을 줬다는 데에도 있지만, 78부대가 전범 용의를 벗는 것도 기다리지 못한 그의 성급함에 있다. 그 와중에 전쟁 중 일본에서 대령을 포함한 78부대에게 바이러스를 심어놨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더군다나 대령은 뻔뻔하게도 돈과 정보를 들고 해외로 망명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니 정부도 대령도 둘 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스토리에서도 공각기동대 팀이 진지함과 난해함을 벗어던지고, 블랙코미디 요소를 최대한 증가시키려 노력했다는 게 드러난다. 딱히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일은 아니고 말이다.

 

3. 보더 3에서는 새삼 소령을 모에화하려고 작정했는지 새빨간 드레스를 입히거나 새삼 나신을 등장시키거나(...) 한다. 내용도 사실 그닥 시덥지 않은 구석이 많다. 아무래도 소좌에게는 한창 때였는지 주변에 남자가 많이 꼬였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때 소좌의 성격이 불끓듯 했는지 남자가 며칠도 안 되서 바뀐다;;; 그리고 유달리 3개월 정도 관계가 진행된 남자가 있었는데, 그 시점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다루는 소령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소좌 다음으로 많이 출연하는 게 바토이다. 바토가 처음으로 소좌에게 질투를 느끼게 하려고 작정한 듯도 하고... 소좌가 고스트에 잡입하여 바토가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치는 장면을 연출하게 만드는 장면은 확실히 재밌긴 했다;;; 바토에겐 미안하지만.

 

 근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소령은 오히려 토구사에게 더 환심이 생긴 듯하다 ㅋㅋㅋ 저 때부터 바토는 쳐다보지도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 소령이 좀 누님 타입이라서 그런지 소령 자신이 연하 남자에게 더 흥미있는 듯. 아무래도 보더 4에서는 토구사를 형사에서 공안 9과로 빼돌리기 위해(소령을 제외한 대원이 6명 이상이어야 정부에서 예산이 나온다나? 하지만 토구사가 공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5명이었기 때문에 아라마키 소장의 비공식기관으로 등록되었고, 공안 9과의 무기나 네트워크 시스템 업데이트같은 것도 전부 다 자비로 했다는 듯.) 소령이 분발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은데,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4. 근데 소령 은근히 이분 닮지 않았음? 앞머리 깐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이 분의 팀 이름도 어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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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5
히무라 키세키 지음, abec 그림, 카와하라 레키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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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 정말 키리토가 키쿠오카 세이지로라는 사람 앞에서 그동안의 일 회상하는 장면 정말 조난 지루해서 넘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그냥 참고 계속 봤다. 처음엔 이거 때문에 '뭐야 에반게리온도 아니고 리버스하냐?'라고 욕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요 장면은 다 나오고 의외로 내용을 충실히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소드 아트 온라인 1기 보기 귀찮으신 분들은 그냥 이거 보고 2기로 넘어가셔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고우의 아스나 능멸 장면은 언제 봐도 정말 트라우마다 ㅋㅋㅋ

 여자분들이 수영복을 입고 퀘스트를 깨줬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니 물론 남자의 수영복 차림은 부담스럽지만요. 흑형에 삼각팬티에 요정 날개라니... 누가 얘좀 말려줘...

 

 

 2. 크라켄 사건에 대해서 잠시 요약해보겠다.

 바다에서 고래를 타고 싶다는 유이의 말에 고민하던 키리토는 '어떤 퀘스트에서 보스가 거대한 수중몬스터더라'라는 말을 입수하고 설마 고랜가 싶어 팀원을 짜고 입수한다. NPC 할아버지가 나와서 진주를 찾아달라고 하는데 특이한 이름을 쓰는 할아버지로 위장했지만 정체는 크라켄. 아인크라드 보스 이상의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 키리토가 한 방에 HP 거진 다 떨어지고 이상하게 여기던 와중 자칭 바다의 신이 나타난다. 그러자 크라켄은 '게임세계에서 왕 하니 즐거운가'라는 NPC답지 않은 말로 비아냥거리고 그냥 사라져버림.

 내 추측은 이렇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정부가 카야바 아키히코가 키리토에게 넘긴 더 시드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소드 아트 온라인 1~2기처럼  NPC로 접속하는데, 이름에 재미없지만 이상한 암호를 쓰는 걸 보면 정부관계처거나 혹은 국가끼리 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 그런 상황에서 키쿠오카 세이지로처럼 머리가 좋은 녀석은 게임 영웅인 키리토를 확보했고. ... 나름 떡밥이라고 만들었을텐데 뭐 이렇게 스토리가 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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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공각기동대 SAC 2nd GIG TV판 2기 SE : 일반판 박스세트 (7disc) - Vol. 1-6 + 부가영상
카미야마 켄지 감독, 야마데라 코이치 외 목소리 / 디에스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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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이라는 우주인이 한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에 갔다 왔더니 위아더월드가 아니라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 알고 왔다고. 그리고 왠지 이게 언론에선 왜곡되서 애국심에 관련된 문장으로 해석되어 쓰인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 마디를 더 추가한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때 유리 가가린은 세상에 국가의 경계가 없는 것만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주 위에서도 국가의 경계는 잘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밤일 때 더욱더 잘 보입니다. 바로 밤을 비추는 불빛이죠. 남한은 눈부시게 밝은데 북한은 아주 새카맣습니다. 잘 못 사는 나라의 밤은 그렇게 어둡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흡수통일 전쟁을 하는데 미국이 무슨 이유로 멀뚱멀뚱 구경해야만 하는 일본 자위대를 투입하기로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며 (미국부대하고 한국부대, 중국만으로도 충분히 개판이다. 오지마.) 게다가 질서정연한 자위대(...풉)가 민간인을 학살하는 북한 군인들을 총살한다는 설정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지네들이 먼저 민간인 학살하게 생겼는데?) 아무튼, 감독이 우리나라를 보여줌으로서 아직 세계에서는 국가 간의 경계가 명확히 존재하며, 네트워크 세계조차도 그것을 뚫을 수 없음을 증명하려는 듯하다. 소드 아트 온라인을 보고 내가 영 찜찜하게 생각했던 의문점을 매우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무리 무정부주의, 개인주의를 주장하더라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컴퓨터 만드는 기술을 살 돈은 있어야 뭘 하지.

 

2. 여기서 부각되는 영웅은 쿠제 히데오이다. 작품 중에서도 '체게바라처럼 추앙받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의 어록을 보면 마치 체게바라 같은 구석이 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살해당하기 전, 그를 (무려 1기에 나온 마이크로 머신으로;;; 치료제라며 이색히들아?)암살하는 사람은 공각기동대 1기에도 출연했던 일본계 미국인인데 '사람들은 소비자로 살길 바란다' 라는 말을 남긴다. 미국의 자본주의에 진 쿠바의 사회주의를 암시하는 것인지... 작품 속에 그는 1기의 인터넷 영웅과는 상당히 다르다. PKF 이모탈 의체를 하고 있어서 몸은 인간의 신체를 뛰어넘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왠지 허당같은 구석이 있다. 전뇌를 해킹당해서 난민을 테러하던 개별의 11인 중 하나로 행동하고 있었는데 동반 자살하기 직전에 겨우 살아남질 않나, 크라우딩 기금같은 것으로 간신히 한푼한푼 모아 플루토늄을 샀는데 짜가를 가지고 오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에게 자신이 가져온 플루토늄이 짜가임을 고백하지 않은 것에서 그의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난 생각한다. 아무리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 구리면 고우다 카즌도와 다를 바가 뭐냐.

 

 그는 육상 자위군이 통일된 한국 신의주에 파견되었을 때 같이 있던 사람이라 한다. 거기서 자위대는 인민군 잔당을 소탕했지만 비쩍 마르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적군을 보고 그들은 PTSD에 걸린다. 내각 보도청은 쉬쉬했으며 소탕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가 사람들이 규탄을 해도 자위대를 감싸주지 않았다. 그도 그렇게 되어서 그 천막 안에 갖혀있었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네트워크던 뭐던 있는대로 부여잡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게있는 침묵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감격한 것일까. 그는 실제로 작품 끝에서까지 자신이 개별의 11인으로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미국의 핵발사 계획으로 인해 난민 국가를 세우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소령과 함께 철근더미에 갖히자 그제서야 말이 많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상향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속마음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을 듯.

 

 3. 고우다는 일본에서 방사능 분진 제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으로, 그 일로 자신의 야심이 충족될거라 기대했지만 미일냉전구조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고의가 아니게 일본의 전쟁후원기업들을 쓸어버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윗사람들의 눈밖에 나서 시스템의 최상위로 올라가는게 불가해지자 그는 반대로 전쟁영웅을 후원하기를 꿈꾼다. 난민을 배제하는 것으로 국민의 사상을 전쟁 찬성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꼭 이런 놈들 있다. 지는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말로 모든 걸 조종하고 통제하려 드는 얍삽스러운 놈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쿠제 히데오가 플루토늄을 얻는 데 실패한 것도 모르는 그는 설레발을 쳐버린다. 지하철에다가 진짜 플루토늄이 들어있는 폭탄을 설치한 것이다. 영웅에 대한 과한 기대감으로 인해 일어난 판단미스. 그런데도 이 녀석은 절대 물러가는 일이 없다. 한없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뭐 어떻게든 폭탄을 설치했으니 전쟁은 일어날 것이 아니냐.'라니. 바보 아냐 ㅋㅋㅋ 쿠제는 침묵하고 있으니 이 녀석이 멋대로 떠들면서 스탠드 어론 이론을 끄집어내고 덮어씌워 버리지만, 애초에 근본이 전쟁광인지라 오래가지 못한다.

 

4. 바로 이 여인 때문인데, 생긴 것만큼이나 행동도 야무지다. 아무래도 미국에게 핵폭탄을 쏘도록 자유롭게 조종할 수도 있는 고우다 카즌도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 같지만, 그가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더더군다나 국외로 도주하려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바로 총살해버린다. 실제 일본 총리가 되었다면 지금의 고이즈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소속도 여당 ㄷㄷㄷ)

 

 대충 미국 잠수함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상황은 이렇다. 카야부키 총리가 중국 난민을 받아주자는 친중파이므로 '이런 총리를 파견하다니 일본이 중국과 한패가 되었다'라고 고우다 카즌도가 꼰질렀고, 그로 인해 열받은 미국이 총리의 핫라인도 받아주지 않고 핵잠수함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총리가 아직 권력을 잡고 있는데(공식적으로 경질된 게 아니었고 생존해서 핫라인을 열어두고 있었으니까), 중국부대가 아닌 일본국제번호 81마크가 달린 일본 항공자위대의 비밀부대를 보냈기 때문에 일본이 전쟁을 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알고 철수한 것이다.

 

 어쩌면 쿠제까지 물리친 것도 그녀의 지시 아래 일어난 게 아닐지... 외교 문제에 혼선이 있는 데다 엄연히 자신의 영토를 줄어들게 하는 짓을 했으니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ㄷㄷㄷ 처음엔 아라마키 부장도 이뻐라하고 아껴줬는데 표정이 완전 뒤통수 후려맞은 듯했음(...)

 

 우리가 '현실'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말 그대로 현실이라기 보단 이런 사람들이 만든 울타리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스탠드 어론을 주장하더라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어쩌면 그 사상도 오랜 시간에 걸쳐 주입되었을지 모르지만.),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단체보다는 아직까진 오랫동안 이어져오는 전통과 문화의 벽이 더 굳세다. 육체가 전신기체가 된 이상 진보로 분류되고 경찰들 사이에서 따당하는 소령들 무리 또한 좌파같은 사상을 드러내도 우파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1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2기에 짠하게 식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AC를 만든 감독은 1기에서 스탠드 어론과 네트워크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강조하지만, 2기에서는 복잡한 정치세계와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하며 스탠드 어론의 허술함을 밝힌다. 즉슨 대답 다음에 질문을 하는 식이라서 이야기를 더 어렵게 만든 건데, 어라이즈는 아무래도 해답이라기보단 후속편 같고 공각기동대 SSS에서 시원하게 밝힐 것 같다.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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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TV판 SAC Vol.5
카미야마 켄지 감독 / 뉴타입 DVD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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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 시절 접했던 공각기동대가 바로 이 SAC판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상당히 유치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당시엔 이렇게 목숨을 맡기고 신뢰할 만한 동료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의 감동을 주는 장르만 봐도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확실히 팀이 비극적으로 깨지는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었다. 이후에 공각기동대 원판을 보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것도 소령이 독단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한다는 설정 때문이었고, 에반게리온이라거나 카우보이 비밥을 자주 보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블랙 수트를 입은 일행들의 모습을 보니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건, 고전에서 벗어나 서브컬쳐에 심취한 최근 근황과 함께 내가 점점 유치하고 어려진다는 증거인가 싶다. 뭐, 그렇다고 해서 새삼 내 인생의 흐름을 바꿀 생각도 없지만.

 

 2. 샐린저의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따와서 창안된 스토리는 의외로 굉장히 절묘하게 짜여졌다. 6년 전부터 웃는남자 사건을 맡았던 토구사의 동료가 토구사에게 웃는남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자료를 보이고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토구사의 집요한 수사 덕분에 웃는남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가 무슨 의도로 기업테러를 일으켰는지 거꾸로 추적해가는 설정은 상당히 창의적이었다고 본다. 그림체에선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작붕도 없는 편이고 스토리상에선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일본의 정경유착에 관해서 밀도있게 다루었는데, 실제 일본에서도 끈끈한 정도가 찰거머리 수준이라 논란이 되고 있는 그 깊은 유대를 깨기 위해 공안 9과가 희생을 치루는 장면은 꽤 스릴이 있다. 어떤 데서는 장면이나 대사의 진도가 너무 빨라서 긴박감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몇 번 반복재생을 해야 할 정도로.

 

3. 약간의 스포일러이지만, 원래 웃는남자는 해킹실력은 뛰어났으나 책들을 정리하는 사서?같은 일을 보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다 우연히 세라노 게노믹스에게 누군가 보낸 협박메일을 받게 되었다. 국적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두뇌를 전뇌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리고 자신의 뇌도 전뇌한 시점에서, 그는 전뇌한 부작용으로 전뇌 경화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전뇌 경화증을 치료할 수 있는 무라이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마이크로 머신요법과의 특허 싸움 중 무라이 박사가 정치계에 밀려 약사 심의회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우리나라에 매우 불리하게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해 미국 소고기를 먹는 우리나라 시민 중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처음 접한 대학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사실 별반 능력도 없는 나는 그 사실을 알고서도 촛불집회의 인원 중 하나로 섞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지만, 감히 추측해보건대 그는 그 시점에서부터 삶의 전환점을 얻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세라노 게노믹스 회사 사장의 전뇌를 해킹하고, 그와 이틀간 대화를 시도한 끝에 흥분하여 그를 매스컴에 출연시킨 뒤 총을 들이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는 인간과 사회에 크게 실망하여 6년간 입을 닫고 귀를 막으며 사회에 나타나는 걸 꺼렸다.

 

 

4. 그러나 그가 다시 웃는남자 사건에 나설 것인지 고민하게 된 원인은 두 가지이다. 정치계에서는 일부러 마이크로 머신에 독을 넣고 웃는 남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등, 웃는 남자의 존재를 크게 불려서 마치 그를 우리나라의 '빨갱이'같은 존재로 만들어 국가 보안예산을 늘리려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사람들의 과도한 호기심에서 나온, 그에 관한 모방이다. 이도 또한 촛불집회의 사태를 연상케 한다. 지금은 정체가 밝혀졌지만, 미네르바라는 가명을 써서 다음의 아고라에 글을 썼던 박대성 씨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태가 바로 그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유명인사들이 가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되었으니 가볍게 생각되겠지만, 그 당시엔 '인터넷이나 하고 있는 한 논객'이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라던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을 추측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었다. 박대성 씨는 한 때 증권사에서 일했던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책에만 파묻혀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 사실 해커의 자질이 뛰어났으며 인터넷 영웅이 되었다는 스토리는 이 애니에서만 진행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능력을 제외하고 보면 아마 웃는남자 아오이의 설정은 안단테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그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설명을 붙이자면,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대통령 탄핵을 제안했다. 나는 실제로 그를 만난 적이 있고, 그의 실제 인상도 아오이와 굉장히 비슷한 면이 있지만 이건 리뷰이므로 개인적인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러나 정부가 미네르바와 안단테를 잡기 위해 수사에 착수하기 시작했을 때, 시민들은 '내가 미네르바요 안단테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썼던 마스코트가 문화계 전반으로 뻗어가기 시작하고, 기자들은 시니컬하게 정부와의 기자회견에 응하기 시작했으며, 경감이 세라노 회사를 옹호하기 위해 직접 나설 때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웃는 남자라 사칭하며 암살을 계획한다. 개인들이 꼿꼿이 일어서서 사회에 저항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도 시로 마사무네는 일본 시민들이 정부의 비리에 항의하는 방법은 이것뿐이며, 그렇게 해주길 내심 바랬던 게 아닐까. 좀 소름끼치는 가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5. 사실 긴박감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토구사의 집요함 덕분이었다. 그의 의지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던 요인은 분노였다. 그러나 그것을 냉정하게 걸러내서 객관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바토, 그리고 육체적인 힘이라던가 사격 실력이 어마어마한 소령의 완력, 그리고 정치와 법조계에 매우 빠삭한 인맥을 갖춘 부장의 조력이 없이는 그의 추진력도 불발에 그쳤을 것이다. 특히 아라마키 부장이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게, 그가 공안 9과의 머리 역할을 한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공안 9과는 확실히 세상에 존재할지 의심이 들 정도로, 부원들이 자기들 멋대로 행동하는데도 원활하게 굴러가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안 9과를 재창조할 각오를 하고(확실히 그는 검찰총장과의 대화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아무렇지 않게 돌연 자신이 이끄는 집단을 해산시키고, 자신의 직위마저 벗어던질 각오를 한다. 뭐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무덤덤하게 자신의 정의를 추구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심플함과 날카로움은 빠져들만하다. 내 이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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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스
오시이 마모루 감독 / 대원DVD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1. 프랑스 애들이 참 좋아했을 것 같은 애니. 한 눈에 봐도 조잡한 명언들로 이루어져서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데 대충 성서라던가 밀턴의 실낙원을 참조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복잡성 때문에 공각기동대 원작에 추리 요소가 가미되어,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분해서 볼 만하다. 뭐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스포일러를 뿌려도 상관없을 것 같으니 살짝 힌트를 뿌려준다.

 

 이번에도 역시 로봇기체를 만드는 회사가 사건의 중심에 개입한다. 처음에는 길거리의 아이들을 납치한 다음 세뇌시켜서 안드로이드에 넣은 다음, 몸을 판다던지 청부살인이라던지 다방면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높으신 분들 중엔 로리 하악거리는 사람들도 제법 많고, 그런 사람들을 방심시키면 죽이기에도 훨씬 손쉬울 테니까.) 게다가 청부살인 시엔 먼저 자해를 한 다음 살인을 하는 것 같은데, 이게 로봇관련 제3법칙을 절묘하게 비켜난 수법이라 회사에 책임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일단 그 기체가 섹서로이드이다 보니 유족들도 고소하기가 찝찝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 기체를 원하는 인간들의 수요가 많아지자 아무래도 회사 내 사원의 아이들까지 억지로 끌어다가 쓴 듯. 제품검사부장 퍼커슨은 자신의 아이까지 잡혀가게 되자 자신의 전적이 있으니 차마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고, 안드로이드 기체가 마치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일부러 난동을 부리게 한다. 그리고 경찰의 눈에 띄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 살인...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이나 애나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ㅋㅋㅋ 아무래도 감독은 천진난만하게 아무 것도 모르고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잔혹하게 그려내기 위해 '이노센스'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은 것 같은데, 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놈의 유전자를 이어받았고 그런 놈한테 가정교육을 받았으니 애새끼도 똑같지.'

 

 2. 영상미와 전투씬만큼은 정말 끝내준다. 그러나 홍진회 건물이 환상이었던 걸 떠올리면 아마도 이 건물들도 환상이 아닐까...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곧 세상은 원래부터 태어난 얼굴과 몸매에 관련된 유전자는 아무 상관도 없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왜냐하면 자신의 원래 모습에서 아바타를 뒤집어 쓰고,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업데이트를 시키면 사람들의 눈엔 그 아바타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보이는 모습도 기분나쁘긴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것마저도 실제가 아니라면, 세계 최고로 부흥했다는 이 도시도 실제론 그저 폐허 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건가.

 

 3. 비록 가상현실이긴 하지만 자신의 몸이 기체로 변해 회처럼 떠지는 체험은 참 기분 나쁠 것이다(...) 토구사가 이제 다시는 바트랑 같이 팀짜지 않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토구사도 나름 공각기동대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인데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지다니 ㅠㅠ

 

 아무튼 토구사가 해킹당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난 이 작품 말고도 매트릭스도 봤는데, 이 기묘한 느낌은 아무래도 감독이 매트릭스에서 빌려온 듯하다. 공각기동대가 만들어지고 그 작품의 여러 장면들을 토대로 하여 매트릭스라는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 영화를 다시 카피해서 공각기동대 외전이 나오고. 흠... 마치 감독이 작품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 제일 쓸모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작품에서 제일 맘에 드는 인물이 바로 이 박사님이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싶은 인형사와도 다르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소좌와도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뒤에서 상황을 관조하며 감상을 적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아이와 인형은 별로 다르지 않으며 그렇기에 인형은 자신이 버림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이론은 제법 객관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반전.

 

 결국 인형을 살아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인간밖에 할 수 없는 생각이며, 로봇을 인간과 똑같이 만들기를 집착하는 자체가 그들을 고철로 있게 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여기에 숨어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인데, 그 감정 중에서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동질화와 이기심'이라는 논리가 된다. 내가 너 같고 너가 나 같은 게 사랑이라면?

 

 영화의 첫 장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들의 신도, 우리들의 희망도, 결국 단순히 과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사랑 역시 과학적이지 말라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랑은 동질화에서 이기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영화는 굉장히 냉소적인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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