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사 애장판 10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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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풍경을 마치 그림처럼 그려놓았다. 아 참 그림이지 이거.

 

 만화책에서도 그렇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는데,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시작과 끝(스페셜)이 매우 절묘하게 맞아들어간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같은 이야기랄까. 둘 다 광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첫 시작은 우연히 광주와 비슷한 맛의 술을 만든 양조장 가문이야기이고 끝 마무리는 특별한 벌레를 잡아죽이기 위해 광주로 인공벌레를 만든 충사가문 이야기이다. 뒤의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겠다. 1기에서처럼 벌레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이어나가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1기에서 벌레에 대한 소개 그리고 벌레가 일으킨 초자연현상에 말려드는 개인 혹은 마을이야기를 펼쳐나갔다면, 2기에서는 벌레를 이용하려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충사 1기에서도 나왔듯이 벌레는 보통 인간세계에 큰 해는 끼치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1기에선 초자연현상을 무서워하는 인간의 경솔함으로 인해 사건이 터지거나

혹은 벌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 현상 자체를 이용하는 인간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SF에선 사악한 과학자들이 자신의 영리를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듯이 충사의 세계에서도 간혹 충사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벌레를 이용하는 충사가 있나보다. 사실 사악한 주교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종교의 힘을 사용한다거나, 아까 말한 과학자가 등장한다거나 하는 스토리는 흔해빠졌다. 그러나 그것이 충사의 세계로 옮겨질 땐 약간 특이한 형태로 변화된다. 바로 가문의 형태로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6화 '꽃에 취하다'에서는 한 정원사 가문이 나오는데, 벚나무에서 벌레를 먹은 아이를 발견하고 나서부턴 약사 가문으로 바뀌어버린다. 그것도 모잘라 그 가문 모든 남자들이 그 여자아이 하나에게 미쳐서, 그녀의 생명을 좀 더 오래 이어나가게 하기 위해 약을 찾아 먼 고장에서 온 소녀들의 머리를 잘라 여자아이에게 접붙이기까지 한다;;;

 사실 공포 장르에서 가문은 꽤 오래 전부터 써먹은 소재이다. 에드가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는 폐쇄된 마을이라던가 가문의 비밀을 상당히 좋아하는 공포소설작가였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가 에드가 앨런 포보다 더 SF적이고, 사람들은 그 이유가 러브크래프트가 만든 크툴루 신화에 있다고 보통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쓴 작품 <벽 속의 쥐>를 보고나서, 초자연현상을 대대로 이용하는 가문이 있다는 설정이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대로 저주받은 가문이 하나둘씩 처절한 죽음을 당하는 광경이 사람들에게 연민어린 공포를 준다면, 반대로 그걸 비밀의 서로 만들어 봉인해두고 어떤 순간에 그걸 적을 향해 풀어놓는 가문이란... 흠;;; '저게 인간이냐?'라는 생각과 함께 혐오감을 유발한다.

 자연계에서 가장 약한 계층인 벌레가 일으키면 아름다운 초자연현상. 그것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일으킬 경우 어떻게 되는지 충사에서는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가문의 희생자인 쿠마도.

 

 충사에서 사실 1화 이상 연속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아주 드물다. 심지어 충사 1기 분위기를 장악해버린 누이도 한 번 얼굴을 비추고 이후 계속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판에 이 녀석은 특별편으로, 그것도 2화정도 되는 분량으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아트는 커녕 캡쳐로나마 검색창에 등장하지 못하는 슬픈 캐릭터이다(...) 이유는 궁극적으로 그가 미나이 가문의 충사이기 때문. 그는 본래 벌레를 볼 수 없는 몸이었지만, 가문에서 혼을 강제로 빼내 광주로 만든 벌레를 삼키게 만든 이후로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혼이 없는 상태'인지라 벌레에 씌인 사람처럼 말도 별로 없고 감정표현도 매우 적다. 게다가 그에게 사랑 비슷한 기운을 몰고 온 여자가 탄유라는 게 문제인데... 1기에 의해 생성된 끈끈한 깅코탄유 팬들에 의해 묻히게 될 듯. 하지만 난 이렇게 무뚝뚝한 캐릭터 상당히 맘에 드는데 엉엉 ㅠㅠ 혹시 충사의 쿠마도를 찾는 분이라면 발로 찍은 캡쳐가 여기 있습니다 쿨럭...

 새로운 캐릭터가 나와도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 전개였다. 다음에 나올 충사 속장 후반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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