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배드 2 - 한국어 더빙 수록
크리스 르노 외 감독, 스티브 카렐 외 목소리 / 유니버설픽쳐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1. 드래곤 길들이기와 토이스토리 3를 밀치고 단연 삐까번쩍하게 빛을 냈다. 사장님 그루를 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누구라도 저기 저 노란 미니언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이 미니언을 가지고 많은 상품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이 작품은 처음에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배급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이후엔 유니버설 픽처스에 돈을 물고 온 제비 혹은 효자구실을 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서도 탐을 냈는데, 남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축구 애니메이션인 이나즈마 일레븐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열기도 했다. (원래 영상에서는 동그랗고 부들부들하게 보이는 그루가 제법 사장님답게 그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뒤늦게 이 작품의 진가가 알려졌는데, 슈퍼배드 2를 방영했을 땐 대기업들이 미니언을 많이 조명했다. 


 이렇게 엄청나게 상품화된 덕분에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그 당시 많이 나온 영화애니 작품들을 모두 짜부라뜨려 버렸다. 그 가운데는 드래곤 길들이기처럼 괜찮은 많았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는 엄청난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 작품으로 인해 예산이 다 털린 까닭에 2탄 이상 나오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내용이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메시지는 더 명확하다.

 


 2. 그루는 어찌보면 디스가이아의 라하르를 닮은 타입이다. 후반에 많이 뭉개져서 그렇지 초반엔 허풍을 떠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그리고 심술궂기는 미니언 못지 않다;;; 사실 이 때의 성격이 제일 맘에 드는데. (어이.) 아무튼 라하르처럼 이 분도 가정분위기에 문제가 있다. (모든 어린이 매체들이 다 그렇듯이.) 라하르가 올바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일찍 어머니를 잃어 성격이 파탄났다면, 그루는 자신이 뭘 해도 시큰둥하고 관심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란다. 나중에 그루의 어머니의 현재 모습을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단순히 뭘 해도 오버액션을 취하는 그루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사실 남자아이는 어른이 옆에서 반응을해줘야 하는데... 교육학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아무튼 어린 남자아이들 누구나 그렇듯이 달에 관심이 많은 그루는 어린 시절 로켓까지 개발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그저 그렇다. 슈퍼배드 2에서 보면 더 자세히 나오지만 생김새가 저렇다보니 여자친구 한 번 사귄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뉴스는 선행보단 악행을 더 많이 보도한다. 아마도 그가 악당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뭘 하든간에 자신조차 시큰둥해진지라 뭘 해도 흥이 나지 않는다. 결국 그의 악행 비즈니스는 큰 일 없이 거기에서 거기에 그친다.

 


 3. 이런 설정은 내가 어린시절 투니버스에서 얼핏 봤던 엑셀 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서의 마왕은 악행 비즈니스보다는 지구정복을 꿈꾸지만, 아무튼 지구인들의 터전을 뺏으려는 악질 행위를 벌이는 건 맞으니 소소한 지적은 생략하자. 마왕은 애초에 그루처럼 큰 꿈부터 노리지 않고, 일단 일본의 어느 마을 정복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구정복까지 아주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 위의 그림에서 나오는 녀석과(그러고보니 노란 머리에 대충 파란 옷을 입고 있군요... 미니언?) 또 한명을 주로 부하로 부리는데, 이 여자들이 능력은 출중한데도 쓸데없이 무대포인데다가 생각이 4차원이다보니 악행이 어수룩하다. 그게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선행으로 변모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주요 스토리에서는 진짜 악당이 나타서 지구정복을 하려면 그 악당을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는데, 1편에서나 2편에서나 대충 그루도 그런 길을 밟는다고 보면 된다. 요즘엔 이런 장르가 되려 뻔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슈퍼배드는 줄거리가 개연성이 있어서 제법 재밌다.
 
 여담이지만 엑셀사가는 완결로 갈수록 급전개가 심해지고 어차피 잡지본과 단행본의 결말이 다르므로 (둘 다 썩 내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게 좋다. 개그도 더 많음.

 

 

 4. 물론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걸 너무 가족중심주의로 가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슈퍼배드 1에서만 해도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세세히 다루고 있고, 무엇보다 독신남성이 아이들 셋을 입양하는 이야기가 워낙에 파격적이라 평가가 좋았다. 굳이 그루에게 여자를 구해줬어야 하나?하는 의문이 남긴 하지만 이 캐릭터가 또 스파이 덕후이지만 도짓코라는 갭모에가 있다.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 주제에 맞게 무대포 정신이 가히 훌륭하므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대게 이런 작품에서는 주인공에게 여자가 생길 때부터 팬층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그루랑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5. 미니언 때문에 영화를 봤다는 팬층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미니언을 보고 생각난 게 로얄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인데, 거기서도 수상한 생물이지만 초콜릿 공장에서 노동하고 초콜릿으로 임금을 받는 엄연한 직원이 등장한다. 대략 초콜릿 공장의 사장 윙키 웡카가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는 원시부족에게 초콜릿을 실컷 먹게 해주겠다고 꼬셔서 데려온 원시부족이라는 설정인데, 이게 인종차별에 걸려서 욕을 많이 먹었었다. 아무래도 그루가 스페인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미니언도 사실 그가 아메리칸 드림으로 꼬셔서 데려온 외국인계열 노동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루의 말로 추정해보건대 임금과 휴가도 제때제때 주는 것 같고, 윙키 웡카와는 달리 그루는 그 많은 미니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며 머리스타일까지 신경써준다. 그루가 천하의 악당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미니언에게 유달리 자상하다는 설정을 볼 때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처럼 인종차별 비난을 받을까봐 작가가 많이 신경쓴 것 같다. 아무튼 2015년에는 미니언으로만 구성된 영화가 따로 나온다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모습과는 달리 목소리나 하는 짓이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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