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스 7
이치구로 노보루 감독, 이지마 마리 외 출연 /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밀레느! 노래는 하트야!

 

 

린 민메이가 젠트라디와 인간 간의 전투를 노래로 종식시킨 지 50년 후.

그러나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마크로스 7 기체 내 인간들로선 음악의 효과가 완전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시대.

1화는 록밴드 파이어 봄버 팀의 밀레느의 첫 영입 기념 콘서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설정으로 봐선 처음부터 남자보컬 바사라의 맘에 들어 여성보컬로 들여온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 녀석은 탈가정 소녀;;; 그것도 막시밀리언 함장과 미리아 시장의 딸이다. 아빠와 엄마가 각각 함대와 도시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엄청난 집안에서 자라고 있는데도 가출을 감내할 만한 사정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물어봐도 밀레느는 입을 꼭 다물고 있고 상황을 보아하면 엄마와 아빠가 언론 앞에서건 사적 공간에서건 만나기만 하면 충돌하는 게 원인인 듯;;; 어머니는 음악으로 인해 감화를 받은 젠트라디 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레느가 록커가 되는 건 반대한다. 그러나 일부러 엄마의 마음에 안 드는 짓만 하는 14살 철부지 딸의 억지에 반은 져준다. 그러나 조건을 다는데, 감린이라는 군인과 맞선을 보라는 것.

 밀레느도 감린을 만나는 게 싫지는 않다. 그러나 이 감린이 굉장히 고지식한 청년이라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일단 사사건건 우주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바사라를 딴따라라고 하면서 비웃는데 어찌 '내가 이 밴드에서 베이스 겸 보컬을 하는데'라고 떡하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름 정숙한 요조숙녀인 마냥 연기하지만 문제는 그 연기가 굉장히 어수룩하다는 데 있다. 결국 밴드 멤버들에게도 맞선 상대에게도 자신을 속이게 되는 밀레느. 처음엔 어머니의 양육에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했고, 자유를 미끼로 해서 딸을 속박하려 했으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도 나름 계획이 있던 게 아닌가 여겨진다. 첫째로 거짓말을 옵션으로 추가한 건 밀레느 자신이 선택했고, 둘째로 감린이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남자였다.

 

 

 

노래로 산을 움직이겠다는 남자 바사라. 

 

 이제 마크로스 시리즈, 아니 마크로스 7을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파일럿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녀석은 시티7에서 전투경보가 떨어지면 배틀로이드를 끌고 우주에 나타나지만 '절대 전투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 나타나서 뭔가를 발사하긴 하지만 그건 총알이 아니라 스피커다. 일단 소리가 충분히 들리도록 환경을 조성한 뒤에 기타로 변신시킨 조종키를 잡고 이 녀석이 뭘 하는가 하면 '노래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인정신이 충만한 감린이 처음에 이 녀석을 보고 욕을 퍼부으면서 당장 부수기 전에 내려오라 협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터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제정신인가?

 뭐 이 녀석이 제정신인가는 둘째치고(...) 변명을 좀 하자면 바사라는 사실 목표가 있어서 노래를 부른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도록 만들고 싶다는 목표. 이것도 이 녀석에 관해서 변호가 안 되는군 젠장. 아무튼 이 녀석의 노래 어딘가에 아니마 스피리치아라는 게 있어서 프로토데빌이라 불리는 적군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괴로워하며 도망을 간다. 게다가 이 녀석의 기체 조종 실력이 꽤 신박해서 적군이 총알을 퍼부어도 막 이리저리 로봇을 움직여서 피한다. (탄막게임?) 노래하면서 화가 나서 총도 쏜 적이 있다. 그러고보면 총을 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 밀레느를 밀친 깡패들에게 주먹을 쓰고 나서 후회하는 걸 보면 그냥 평화주의자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특이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 애니메이션이 흥한 이유는

워낙에 좋은 록음악과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만이 지닌 각자의 고민이 해결되가는 스토리때문일 것이다.

 

 계속 우주전투에 등장하여 적을 노래로 격퇴하다보니(...) 이에 흥한 군인들이 속속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일단 민메이의 팬이자 군의관인 치바가 사운드부스터라거나 사운드의 에너지에 색깔을 입혀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박한 기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육안에 확실히 보여서 그런지, 그 광선을 보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리고 그것에 맞은 적군은 비명을 더 크게 지른다(...) 그러나 파이어 봄버가 민간인들로 구성되다 보니 확실히 통제될 수 있는 군용밴드를 만들고 싶었던 장교는 재밍버즈라는 밴드를 만든다. 그러나 워낙 바사라같은 천재가 나기 힘들다보니 군의 시도는 계속 난관에 부딪친다. 파이어 봄버는 유명해진만큼 그들을 향한 질투와 스캔들에 둘러싸인다.

 

 

바사라는 바사라대로의 고민이 있다. 프로토데빌들이 전혀 자신의 노래를 들으려하지 않을 뿐더러, 노래를 들으면 고통스러워하거나 도망간다는 점.

바사라가 가장 난감해한 적이 바로 시빌이다.

 

 그러나 마크로스 시리즈가 늘 그렇듯이 강력한 프로토데빌인 시빌도 그의 노래실력에 감탄한다. 여러번 지구로 쳐들어와서 스피리치아를 빼먹고 바사라를 말 그대로 반죽음에 처할 뻔하게 한 적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자신이 여행한 은하도 구경시켜주는 등 소통을 시도한다. 결국 마지막엔 모두와 함께 바사라의 노래까지 부른다. (역시 노래는 노래방에서 모두와 같이 불러야 가사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밌다?!)

 바사라와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지, 결국 마크로스 7을 떠나버린다. 하지만 참 아까운 캐릭터다. 패션감각과 함께(...) 비중을 좀 살렸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감독은 은근슬쩍 바사라와 시빌 간의 로맨스까지 노린 듯하다. 그녀가 힘을 잃고 마크로스 7 변두리 숲 속에 봉인되었을 때 바사라가 매번 기타를 들고가서 노래한 걸 보면, 바사라도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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