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 벨토치카 칠드런 1
사비시 우로아키 & 야나세 타카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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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라이 씨가 살길 바라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브라이트, 아무로, 샤아가 차례로 등장한다.
샤아의 장발을 돌려줘...
저게 무슨 공무원 패션이냐.
아무리 샤아가 정치쪽으로 가고 있다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머리다 ㅡㅡ

 

 여기서 샤아가 배를 위장시키면서 부하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해군들은 어차피 배 수만 맞으면 배의 상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식으로 말한다. 그래서 물어봤는데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 배가 대체로 까맣기 때문에 거기서 색깔이 바뀌어봤자 빛으로 인해 색이 변한 줄 안다나? 그런데 국정원 소속의 배는 하얀색이라 예외라나? 그럼 화이트베이스는?

 건담 유니콘에서 버나지의 친구가 '난 샤아의 역습을 2분만에 설명할 수 있어'라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한다. 정말 저 난장판의 스토리를 2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거냐...

 내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네오 지온과 연방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상태인데, 샤아는 에스퍼를 죽여 지구를 지키려는 이전의 생각과는 반대로 지구를 망가뜨리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첫째로 에스퍼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전투를 하면서 뉴타입으로서의 자신감이 붙었을 수 있고, 둘째로 극좌가 극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걸 수도 있고.) 이에 대해 아무로는 인간의 따뜻한 감정이 극대화된 것이 뉴타입이며, 샤아의 '뉴타입의 강인성'이라는 이론에 정면으로 부딪친다. 샤아는 연방에게서 소행성을 하나 산 다음 지구에다가 떨어뜨리려고 하고, 연방은 얼떨결에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샤아가 믿고 기대던 또 다른 뉴타입 퀘스가 죽어버리고, 브라이트의 아들 하사웨이가 살아남음으로서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진화를 긍정한다.

 

 

미래는 희망이 아니라 불안한 희망으로 온다.

 

 기계의 진보로 인해 인간이 진화한다는 건담의 내용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그러나 천안문사태에서 탱크를 막아섰던 인간은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따뜻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 또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기동전사 건담은 누구나 뉴타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열고 안에서 밖으로 나온다는 전제 하에. 모두가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

 

 

 

 

 

 

결국 이 녀석들도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로 끝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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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uilty Crown: Complete Series, Part 1 (길티 크라운: 파트 1) (한글무자막)(Blu-ray) (2011)
Funimation Prod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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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고 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어.

 그래도 볼만 했다. 12.5화까지는.

 

 내가 이해한 줄거리.
 아포칼립스 감염자가 가이와 슈의 통제 불능으로 인해 폭주하면서 세상엔 아포칼립스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이에 UN이 GHQ 부대를 파견하여 일본을 군대로 둘러싸고 보호 핑계대며 압박함. (일본을 오키나와로 바꿨으면 그나마 이해될 뻔.)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사는 슈에게 가이랑 이노리라는 여자애가 다시 다가온다.

 1. 솔직히 일본이 미국에게 종속되었다며 빼애액거리는 거 이해가 안됨.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765부대도 있었고 생체시험도 당하고 한국어도 말살당해서 일본어만 공부한 적도 있는데 아무리 SF 설정이라 하더라도 대일본 어쩌고 할때마다 분노.
 2. 레알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마초 충분히 보는데 왜 가이에게서도 그게 보이고 또 모두들 가이 찬양질인지 모르겠음. 말보단 행동이라고 하면서 슈 친구 이용하고 그랬다가 쿠테타 터지고 모두들 아포칼립스 씌이고 하니깐 전부 슈탓 하려고 드는 태도라니. 솔직히 일부는 가이 책임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한 무신경한 태도 과격한 행동이 자신에게 돌아온 거라고 봄.
 3. 거기서 테러리스트 애들이 슈 신경쓰이는 건 인정.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돋보이는 건 그나마 길티 크라운 인물 중에서 걔 뿐임.
 4. 근데 왜 슈 좋아하는 여자 인물들은 죄다 부담스러운지 모르겠음. 90년대 하렘물인가...
 5. 슈가 부담스러워 해서 그렇지 사실 보이드는 짱 좋은 초능력인 건 사실. 게다가 슈 옆에 있는 가이는 사람의 마음 속에 어떤 보이드가 있는지 보이니 쟤 무슨 보이드 있어! 하면 상황따라 쑥쑥 꺼내서 사용할 수 있고 아주 최강이지. 그치만 1기 끝에서 가이가... ㅠㅠ 슈가 테러리스트 리더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일 텐데 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모자른 이 녀석이 과연 단기간에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에고이스트로 모든 게 용서됨.
 솔직히 애니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다 에고이스트가 도쿄타워 위에서 노래부르면서 세상 구하는 내용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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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4 (호무라 유우키)
유미즈루 이즈루 지음, 호무라 유우키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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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만약에 말인데... 사람이 없다고 하면 어때?"
"뭐야, 사람이 없다고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거야?"
"사람이 타지 않았다고 하면 가차없이 전력으로 공격해도 괜찮으니까!"

 

한때는 세실리아에 빠져서 인피니트 스트라토스를 보기로 결심한 거였는데
네 저도 샤를로트에 편승되었습니다(...)
제작진 중에 무슨 터무니없는 여장남자 모에팬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정말 그 모에도는 걷잡을 수 없네요.
심지어 인피니트 스토라토스 최강 퍼스트인 시노노노 호우키조차 이길 수 없을 듯.
애초에 그분 지금 이태리 타올로 불리고 있죠-_-. 스토리 상에서는 남주가 선물한 리본같은데
불에 태워먹은 게 천번만번 잘된 듯.
다시 리본 선물해 준 건 괜찮았는데 예전엔 왜 그리 패션 센스가 없던 거야...

 

 스토리는 어찌 보면 신선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여자밖에 다룰 수 없는 IS라는 기체가 만들어졌는데 세계에서 그걸 다루기 위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4세대 기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같은 곳에서 무인기를 만들고 있고 어째서인지 (누군가의 해킹으로 인해) 가끔 무인기가 폭주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정체불명 소속불명의 무인기가 학교로 난입해서 위에서 말한 대로 '전력으로 싸워' 간신히 진압할 수 있었고(사실 어떻게 무인기를 인간이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런 간단무식한 말을 들으니 맥이 빠졌다; 화가 거듭될수록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거나 이사를 자주 한다던가 납치 경험 등등 과거가 화려해서 왠만한 일에는 눈썹 까딱 안하는 둔감한 성격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1기 마지막에 또 나타난 무인기는 뱌쿠시키가 진화해서 세츠라가 된 이후에서야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김샐 정도로 태평하고 모든 걸 간단하게 생각하려는 남자주인공 때문에 여자주인공들의 마음 고생이 심하며 교훈성이 들어가야 할 법한 데서 너무 간단하게 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떡밥이라 여겨지는 내용도 그저 툭툭 던질 뿐이다. 소설 초반 설정만 보여주고 끝내버려서 아쉽단 말을 많이 듣는 '이능배틀은 일상계 속에서' 애니메이션조차도 본편인 소설은 뭔가 잘 쓰여져있을 것처럼 나왔는데, 인피니트 스트라토스는 아무리 봐도 그런 느낌이 안 든다. 실제로도 그렇다고 하고.

 범죄자는 인간이다. 하지만 약자는 아니다. 물론 범죄를 저지를 만큼 마음이 약하단 데선 약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다르다. 약자가 다 선한 것은 아니며 선악을 가리지 않고 지금 당장 괴롭힘 받고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제작진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인피니트 스트라토스는 그에 대한 설명에서 한참 부족한 애니메이션 같다. 무인기와 모빌 수트를 쓰는 인간간의 전투 스토리는 매우 좋은데... 소설로도 솔직히 이 정도 이상의 내용이 나오지 못할 듯하다. 로봇 설정만 남기고 다른 작가가 스토리를 썼음 좋았을 텐데 매우 아쉽다.

 

 

 1기 맨 마지막엔 시노노노 호우키랑 맺어지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순정파란 인간들은 아무리 이성이라던가 애인을 많이 만나도 결국 첫사랑을 잊지 못하더라.
특히 남자쪽이 그러던데... 그렇게도 남들한테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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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obile Suit Gundam : First Gundam Part 2 (기동전사 건담 파트 2)(한글무자막)(Blu-ray)
RIGHT STUF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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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어. 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건담과 샤아의 싸움 다음으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한 권의 SF 소설을 보듯이 읽었다. 마치 전에 읽었던 스티븐 킹의 <셀>을 보는 듯했다. 핸드폰으로 인해 좀비가 되어서 점차적으로 진화하는 인간들은 서로 텔레파시를 나눌 수 있는 지경까지 다다른다. 이 정도면 오히려 '진화'의 경지에 다다른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슬픈 사실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반죽음의 지경에 다다르기 때문에 진화가 발생하기 전의 기억을 건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지른다.
 
 여기선 뉴타입이라는 초능력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말이 각기 다르다. 아무래도 아무로 레이가 연방에 혜성같이 등장한 우주세기 0079~80 즈음에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불어난 현상이라 연구자료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연구자에게 시간이 있던 말던 상관없이 시간은 잔인하게도 빠르게 흘러간다. 학습용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건담은 15살에 불과한 아무로 레이의 조종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전투를 배운다. 이는 마치 인공지능(혹은 알파고)을 병기 안에 집어넣은 것과 같은 효과를 불어넣어서, 건담 마지막에는 아무로가 콕핏을 벗어나있고 건담 자신도 머리가 날아간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동작을 매끈하게 잘 수행한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는 건담이 처음 파일럿을 인식하면 다른 사람이 조종할 경우는 파일럿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동작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 둘째는 건담을 조종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어디로 보나 전형적인 엔지니어로밖에 보이지 않는 공덕후 아무로 레이가 1년 사이에 능력 좋은 파일럿으로 변모한다는 설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뉴타입은 집중을 하게 될 때 몇 초 정도는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기는 듯하니 말이다. 아무로 레이를 좋아하고 쭉 지켜본 프라우 보우는 아무로 레이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다. 물론 아무로 레이가 원래부터 뉴타입의 가능성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로 레이가 전쟁 상황을 겪었고, 살아남기 위해 건담을 타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결과이다. 이에 대해선 샤아의 말이 맞다. 맨 마지막 장면에선 건담을 수용하는 배 화이트베이스에 있는 모든 인간이 어느 정도는 뉴타입의 기질이 있음을 암시하면서 끝나니 말이다. 기계에 의해 그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말은 희망적이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하다.

 

 건담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본 공산당 단체 중 하나인 일본민주청년동맹 출신이라 하고 건담 감독인 토미노 요시유키가 일본 좌파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아무로 레이는 모범적인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로 레이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그 순간에도 절대 인간적인 감정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자기계발'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여자남자 가리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는 군대의 모습에 분개한다. 반면에 폐쇄된 공동체(화이트베이스)의 특성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항상 군대식이며 모든 걸 공유할 수밖에 없고 결국 내부에서 짝도 찾고 생활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프라우 보우가 빠져나갈 기회를 주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 프라우 보우도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화이트베이스 인간이 된 하야토랑 맺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만... 어쨌던 나는 그의 그런 소년같은 모습이 어찌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엔 폭력에 어느 정도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는 이게 제타 건담이 불행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제타 건담의 결말은 잘 모르지만 그런 불길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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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8-01-16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ㅡ흐 스포하고 싶어지는군요 날카롭고 불길한 예상은 좀처럼 빗나가지 않는 법입니다
 
[수입] Mobile Suit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기동전사 건담 0080)(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Bayview Entertainment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이해했나?"
"네 조금."
"네~ 조금~?"
"말이 분명하지 않은 녀석이군. 확실히 하지 않는 녀석은 죽는다."
"네."

 

 

언젠가 이 블로그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건담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제08MS소대 뿐이다.

 

 로맨스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것 뿐만은 아니다.
 오히려 난 초기 감독이 만들어낸(감독이 두 명이다.) 월남전 형식의 리얼리티 스토리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사실 우주세기가 그렇게 욕을 쳐먹는데도 난 비우주세기라던가 신건담(비우주세기에 포함시키고 싶지도 않다.) 같은 건담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몹시 싫어한다. 건담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이라고 할까. 그래도 비우주세기는 괜찮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난 건담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콜로니 간의 전쟁이라던가 총을 두두두두 쏘는 전개인데... 칼을 쓰는 건담이라니! 건담에 날개가 달렸어! 신건담이라면 SEED라던가 '내가 바로 건담이다!'라는 대사에서 충분히 그 무궁무진한 똘끼(...)의 가능성을 봤다. 철혈의 오펀스는 무난하게 끝났다고 하는데, 배경이 화성이란 데서 너무 노골적으로 상업의 냄새가 난다. 건담에서 수없이 지긋지긋하게 등장하는 설교가 종료되었다고도 하던데, 그건 또한 아무 생각없이 현실의 이야기만 줄곧 나열하고 대안책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분량이 6화 정도인지라 마지막에만 한 번 뜬 비운의 건담 ㅠㅠ
건담 4호기라고도 하고 건담 NT-1이라고도 하는데
자쿠에게 머리 잘린 기체라고 엄청 까이지만 '기체가 무지 예민하네요'라는 대사 하나만으로
아웃사이더들의 눈에 띄여 의외로 피규어도 많이 팔리고 건담 전기 같은 게임에서도 잘 쓰인다.
건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건담을 그려보라고 하면 대체로 이 기체를 그리는 것도 또한 아이러니. 

 

 신기하게도 이 애니에서 주인공은 알이라는 민간인 아이다. 게다가 기체에 굉장히 관심이 있을 뿐인 초등학생 남자아이. 그러나 군에 관계되어 있는 아버지의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집안은 항상 조용할 날이 없는 듯하고, 쓸데없이 조숙한 정신 때문에 학교에서도 겉도는 듯하다. 그리고 버니라는 청년은 자쿠 쪽의 특수부대로 새로 뽑히지만, 그쪽은 동지가 사망한지 얼마 안 된데다가 첫 눈에 버니가 애송이임을 알아봐서 심기가 그닥 좋지 않다. 그런 알과 버니가 만나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는 스토리'이지만, 로봇물에 회의감이 있는 사람이 감독을 맡은 지라 스토리는 충격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권력 밑에서 점점 영악해지는 아이, 자쿠의 주류세계에서 밀려나간 버니와 그의 특수부대의 만남은 기묘한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민간인들을 최대한 지켜내서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다 없어질 때의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건담 탑승을 맡았고 결국 파일럿으로 승진하는 맥켄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실려있다.

 알과 버니가 묵언으로 정한 처음의 목적은 부대와 힘을 합쳐 신형 건담과 싸워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대가 전멸된 상황에서 버니가 도망치려고 하고 알이 이를 말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에서 미움과 두려움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고 그들의 목표는 바뀐다. 힘을 합쳐 최소한 희생을 줄여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맥켄지를 찾았던 경찰이 그녀에게 말했듯이 결국 모든 사람의 목숨은 소중했다. 토스트나 대포나 공통되는 기술은 있지만, 제어 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난 몰랐던 사실이다. 토스트랑 대포의 공통점이라니.) 결국 맥켄지는 끝까지 자쿠의 기체 안에 버니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버니도 모른다.) 한 사람이 수천 만의 사람보다 더 중요해질 수도 있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을 알았다면 맥켄지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알은 과묵해지기 시작하고, 동네 꼬마에서 잘 우는 소년이 되었다. 비밀을 간직한 과묵한 남자는 그렇게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프면 정말 성숙해지는가? 주머니 속의 전쟁을 보면서 혹시 천안함 사건을 생각하신 분은 있는가? 사실 시가지에 핵폭탄을 쏘는 행위를 사전에 막았다는 데서 버니와 맥켄지의 싸움은 냉정하게 보면 무의미한 싸움이었고, 버니는 어쨌던 개죽음을 당한 거 아닌가? 이런 사건을 겪었지만 엄격한 가정에도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매일 가위를 눌리는 알의 정신은 이후 정말로 이상해지지 않고 바르게 성숙해질 것인가? 군인은 정말로 평화를 지키며 세상에 쓸모가 있는 직업인가? 인생의 2%를 총 잡고 상사에게 두들겨맞으며 보내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정신은 정말로 멀쩡한가? 단순히 시민들을 지키려면 제대로 된 경찰과 소방관들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아픔은 그저 단순히 아픔으로만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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