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Mobile Suit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기동전사 건담 0080)(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Bayview Entertainment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이해했나?"
"네 조금."
"네~ 조금~?"
"말이 분명하지 않은 녀석이군. 확실히 하지 않는 녀석은 죽는다."
"네."

 

 

언젠가 이 블로그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건담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제08MS소대 뿐이다.

 

 로맨스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것 뿐만은 아니다.
 오히려 난 초기 감독이 만들어낸(감독이 두 명이다.) 월남전 형식의 리얼리티 스토리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사실 우주세기가 그렇게 욕을 쳐먹는데도 난 비우주세기라던가 신건담(비우주세기에 포함시키고 싶지도 않다.) 같은 건담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몹시 싫어한다. 건담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이라고 할까. 그래도 비우주세기는 괜찮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난 건담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콜로니 간의 전쟁이라던가 총을 두두두두 쏘는 전개인데... 칼을 쓰는 건담이라니! 건담에 날개가 달렸어! 신건담이라면 SEED라던가 '내가 바로 건담이다!'라는 대사에서 충분히 그 무궁무진한 똘끼(...)의 가능성을 봤다. 철혈의 오펀스는 무난하게 끝났다고 하는데, 배경이 화성이란 데서 너무 노골적으로 상업의 냄새가 난다. 건담에서 수없이 지긋지긋하게 등장하는 설교가 종료되었다고도 하던데, 그건 또한 아무 생각없이 현실의 이야기만 줄곧 나열하고 대안책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분량이 6화 정도인지라 마지막에만 한 번 뜬 비운의 건담 ㅠㅠ
건담 4호기라고도 하고 건담 NT-1이라고도 하는데
자쿠에게 머리 잘린 기체라고 엄청 까이지만 '기체가 무지 예민하네요'라는 대사 하나만으로
아웃사이더들의 눈에 띄여 의외로 피규어도 많이 팔리고 건담 전기 같은 게임에서도 잘 쓰인다.
건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건담을 그려보라고 하면 대체로 이 기체를 그리는 것도 또한 아이러니. 

 

 신기하게도 이 애니에서 주인공은 알이라는 민간인 아이다. 게다가 기체에 굉장히 관심이 있을 뿐인 초등학생 남자아이. 그러나 군에 관계되어 있는 아버지의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집안은 항상 조용할 날이 없는 듯하고, 쓸데없이 조숙한 정신 때문에 학교에서도 겉도는 듯하다. 그리고 버니라는 청년은 자쿠 쪽의 특수부대로 새로 뽑히지만, 그쪽은 동지가 사망한지 얼마 안 된데다가 첫 눈에 버니가 애송이임을 알아봐서 심기가 그닥 좋지 않다. 그런 알과 버니가 만나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는 스토리'이지만, 로봇물에 회의감이 있는 사람이 감독을 맡은 지라 스토리는 충격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권력 밑에서 점점 영악해지는 아이, 자쿠의 주류세계에서 밀려나간 버니와 그의 특수부대의 만남은 기묘한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민간인들을 최대한 지켜내서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다 없어질 때의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건담 탑승을 맡았고 결국 파일럿으로 승진하는 맥켄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실려있다.

 알과 버니가 묵언으로 정한 처음의 목적은 부대와 힘을 합쳐 신형 건담과 싸워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대가 전멸된 상황에서 버니가 도망치려고 하고 알이 이를 말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에서 미움과 두려움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고 그들의 목표는 바뀐다. 힘을 합쳐 최소한 희생을 줄여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맥켄지를 찾았던 경찰이 그녀에게 말했듯이 결국 모든 사람의 목숨은 소중했다. 토스트나 대포나 공통되는 기술은 있지만, 제어 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난 몰랐던 사실이다. 토스트랑 대포의 공통점이라니.) 결국 맥켄지는 끝까지 자쿠의 기체 안에 버니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버니도 모른다.) 한 사람이 수천 만의 사람보다 더 중요해질 수도 있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을 알았다면 맥켄지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알은 과묵해지기 시작하고, 동네 꼬마에서 잘 우는 소년이 되었다. 비밀을 간직한 과묵한 남자는 그렇게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프면 정말 성숙해지는가? 주머니 속의 전쟁을 보면서 혹시 천안함 사건을 생각하신 분은 있는가? 사실 시가지에 핵폭탄을 쏘는 행위를 사전에 막았다는 데서 버니와 맥켄지의 싸움은 냉정하게 보면 무의미한 싸움이었고, 버니는 어쨌던 개죽음을 당한 거 아닌가? 이런 사건을 겪었지만 엄격한 가정에도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매일 가위를 눌리는 알의 정신은 이후 정말로 이상해지지 않고 바르게 성숙해질 것인가? 군인은 정말로 평화를 지키며 세상에 쓸모가 있는 직업인가? 인생의 2%를 총 잡고 상사에게 두들겨맞으며 보내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정신은 정말로 멀쩡한가? 단순히 시민들을 지키려면 제대로 된 경찰과 소방관들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아픔은 그저 단순히 아픔으로만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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