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1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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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와 허리를 피지 못할까!

 

거의 처음부터 도몬이 굉장히 폐쇄적이고 어리광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파격적이게도 이 애니메이션에는 10화도 되지 않아서 여주인공 레인의 전남친이 등장하는데 그 때에 다른 건담 파이터들에게도 느끼지 않은 열등감을 격렬히 표출한다. 생각해보니 주먹을 마주칠 상대가 아니라서 거북해하고 있던 것도 같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 선수 치보데가 슬럼프를 느끼고 있을 때도 그를 위로하기 위해 의사인 레인을 보내야만 하는 때가 있었다. 그럴 때도 상당히 안절부절 못했다. 독일대표 슈발츠와 건담파이트를 할 때도 레인은 슬럼프를 느껴 도몬의 곁을 떠나 독일의 편에 기술자로서 등장했다. 그 때도 상당히 흔들림을 보였다. 하지만 도몬은 그녀에게 암시만 했을 뿐, 속을 보여주지 않았다. 무려 제일 마지막인 49화에서 딱 한번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는데, 정말 저걸로 도몬 자식을 용서해도 되는 건가 싶다 ㅋㅋㅋ 초반엔 빵을 뜯어먹다가도 시비를 거는 건담파이터들에게 쫓기는 형편이라 자신은 커녕 레인에게도 제대로 식사를 대접해 준 적도 없다. 그러면서 요리 실력을 다른 여자애랑 비교한다. 게다가 친한 여자 건담파이터가 사라졌다고 레인의 멱살을 잡고 그녀를 힐책한다. 의사이자 살림도 어느 정도 잘하고 건담 정비사이자 동시에 파이터까지 가능한 그녀의 능력을 보면 아무리 한 우물의 도사라고 하더라도 도몬에게 넘기는게 상당히 아깝다. 결국 그녀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은 도몬과의 석파 러브러브 천경권으로 귀결나버렸다. 도몬도 버거워했던 레인비 버서커모드를 화살 몇 방으로 간단히 제압한 걸 보면 레인이 도몬보다 더 강력한 파이터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치보데 등 셔플동맹이 도몬에게 우물쭈물하면 그녀를 차지하겠다 같은 협박을 하는 걸 보면 상당히 웃기다. 생각해보면 지면에 추락한 충격으로 비뚤어졌다는 데빌 건담은 이렇게 한창 나이를 보냈지만 결국 도몬에 의해 그림자로 묻힐 수밖에 없는 레인의 어두운 그늘로 인해 성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강한 누님은 다른 건담편에서도 상당히 많이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 누님은 (아버지를 잃었지만) 건담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가장 행복한 엔딩을 손에 거머쥔 다부진 여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녀라면 충분히 주인공과 적대할 수 있었다. 잠재의식만으로도 세계를 충분히 파괴할 만큼 강력한데 스토리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누님의 시초는 사실 큐티하니이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니 머리모양과 슈트도 조금 닮은 것 같다. 아무튼 이런 강한 누님이 등장하는 애니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게 나노하를 거쳐 살짝 비뚤어져 얀데레라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남자를 괴롭히려면 어느 정도 위엄과 논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마음이 약해져 이도저도 못한 아렌비처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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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Aria: The Animation (아리아: 디 애니메이션)(한글무자막)(한글무자막)(DVD)
RIGHT STUF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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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동물이라고도 해.

 

 

 

위에서처럼 시적인 내용들이 많지만 일단 예전에 블로그에 쓴대로 세계관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내용을 보면 새해 종이 울림과 동시에 사람들이 지난 해를 대표하는 물건을 집어던진다고 한다. 난 거기서부터 의문을 품는다. 그럼 그 쓰레기는 누가 치워? 아리아 무작정 좋아하는 인간들은 애늙은이라고 손가락질 하겠지만 난 유치원 때부터 모모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청소부 할아버지를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다. 게다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일도 잘 못하게 주인공을 괴롭히는 남자애가 있다. 천상에서 아쿠아의 기후를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럼 거기에 변태사이코 남자애 한 명이 있어서 행성을 부수려고 하면 관광객들과 함께 운디네 여성들을 몰살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거다. 일단 아쿠아에 카페를 차리고 사는 남성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다 NPC일 뿐이다. 주인공격인 남자들은 천상의 섬에서 여성을 굽어보는 신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괴롭히기까지 한다. 물론 아리시아에게는 친절하게 굴지만 그 여성을 신격화하는 것 이상의 관계를 맺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여주인공을 좋아했더라면 괴롭히지 않고 소중히 모시며 사는 게 도리가 아닐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면 보통 빨간머리 앤도 석판으로 머리를 내려쳐 두개골을 부숴버리는데 아리아에선 여주인공들이 유독 다 이렇게 연약하고 순종적이니, 과연 남자들이 '힐링애니'로서 아리아에 빠져 있어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행성은 지하의 핵발전소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어떤 기업이 이런 걸 만들면 세상의 모든 환경운동가들과 어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고 부대를 만들어 목숨걸고 저항할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상상은 상상으로 끝내란 거다. 아리아나 네버랜드가 아닌, 이갈리아를 꿈꾸는 여성들이 많은 시대에 이런 우스꽝스러운 설정은 그야말로 망상이다. 뭐? 아쿠아 행성에 관광가서 운디네 만나고 싶어? 그렇게 땅덩어리와 물이 소중한 줄 알면 지구나 잘 지켜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 여기 남아있는 생명들이 멸종하지 않도록 잘 챙겨라. 이런 명작 애니메이션은 보고 머릿속에 교훈을 쳐집어넣으라고 있는 거지 두뇌를 텅 비운 채 아리시아 엉덩이에 입 헤 벌리고 보는 게 아니란 말이다. 힐링작품 백날 만들면 뭐하냐. 에코페미니즘을 꼭꼭 씹어 쉽고 간략한 문장으로 만들어서 입에 떠다 넣어줘도 먹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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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아마미 하루카 (おもちゃ&ホビ-) - 1/8 ABS&PVC 도색완료 완성품 피규어
ファット·カンパニ-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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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냈구나!

 

난 아이돌마스터 팀들이 입은 의상 중에서 이게 제일 좋더라. 아즈사 머리 길던 시절도 생각났고. 저 머리칼을 썽둥 잘랐다니 몹시 아까워라...

 

 아무튼 아이돌마스터에서 프로듀서의 입장은 그저 아이돌들을 지켜보기가 아니었나 싶다.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항상 엇나가거나 쓸모가 없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도 아이돌들에게 착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신경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멤버들 하나하나에게 용기를 주려 애쓰고 한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무언가를 해보려는 노력. 그 노력이 특히 아마미 하루카라는 근면성실하고 긍정적인 아이에게 전달되는 모습을 표현해 낸 게 인상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무언가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아이돌, 즉 여성들에게 되도 않는 가르침을 주는 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이 애니는 전달하고 있다. 사실 마빡이(...)를 보더라도 상당한 부잣집 아가씨라서 무언갈 가르친다는 게 애당초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사장이 약간 그런 성격이지만 부담스럽고 친밀감이 없는 캐릭터 아닌가. 모두 다 같이 즐겁게 손잡고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가는 모습을 이념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게 프로듀서의 성공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스토리상에서 군데군데 뿌린 떡밥들을 다 회수한 점도 높이 사고 싶다. 미키 에피소드도 전부터 암시를 그려놓긴 했지만 특히 타카네에서 치하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 지점은 완성도가 참으로 높았다. 아이돌물답게 마지막을 콘서트로 장식하여 한바탕 노래하는 장면으로 끝낸 것도 감동적이었다. 사실 아예 콘서트에서 끝내지 않은 게 아쉽긴 했다만.

 

 

1화를 포함하여 초반에 서비스와 선정성이 높은 대화를 사용한 데 대해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남성들에게는 확실히 그에 대한 평가가 높았겠지만 여성들에게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계속 '여자애답게 조신해지려는' 마코토에게 프로듀서가 '여성성을 선사해주는' 장면은 솔직히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러고보면 원하지 않는 방송에 아이돌 멤버들이 끌려다닌다거나 오토나시 코토리같이 충분히 노래 실력이 있는데도 모종의 사정이 있어서 아이돌사무소 알바를 하는 등 여성의 감정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이 애니에서는 많이 나온다. 그러나 마코토편을 포함해서 유달리 여성들이 겪는 특유의 괴로움에 대해선 썩 만족스런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아이돌마스터 멤버들이 출연했던 생생한가요 프로그램이 생생한가요 레볼루션 프로그램으로 복귀하면서 그들만의 체널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조금 보이긴 했지만, 방송 작가가 만든 원고에 따라 선정성 높은 대화도 간혹 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는 개선되지 못하는 듯하다. 이렇게 아쉬운 점들이 몇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했다. 1화의 뜬금없는 내용들을 잘 넘기고 그림체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괜찮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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猫物語(黑) (講談社BOX, 單行本) 西尾維新 <物語> シリ-ズ 6
니시오 이신 / 講談社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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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시 하네카와를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도무지 건드릴 수 없어.

 

아라라기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정리하면 그의 집에 있는 두 여동생 중 하나는 아버지가 다르고, 그의 첫사랑이라고 내가 확신하는 하네카와는 핏줄이 섞인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온갖 자학을 하며 반쯤 괴이가 되어 에너지 드레인을 한다. 동생의 친구는 너무나 얀데레라서 아라라기의 몸 안에 있는 무적의 흡혈귀같은 존재로 올라가려 하고, 아라라기가 발견한 그 흡혈귀는 아라라기의 말을 다 들어주지만 비위를 맞춰주기가 보통 까다로운게 아니다. 최근 생긴 그의 여자친구도 이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만큼 속알멩이 없고 그의 첫사랑 하네카와에 대해 극한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렘이 좋다면 상관없겠지만 여자에 관련된 수난도 이 정도가 되면 재앙이다. 너무나 착해빠진 게 흠이라고 할까. 다른 사람의 불행만을 보고 있을 때, 그의 주변에 괴이는 형성된다. 그러나 그 안에 뛰어들지 못할 때 그는 명백히 이기주의자가 되어 세간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것이다.

 

물론 아라라기는 나쁜 인물이지만, 그에 대해 조금 해명해보자면 자신의 행복함을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을 해칠 사람과 거리를 두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밑도끝도 없이 남을 도와주는 사람은 반드시 보답을 바란다. 그가 하네카와에 대한 마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는 이유는 그런 그녀의 속내를 간파해서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라라기가 그런 생각을 겉으로 이야기하면 알로하 셔츠처럼 하네카와에 대한 험담을 하는 셈이 되니 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하네카와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직구로 그런 말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두들겨 맞겠지 ㅋ

 

P.S

 

나랑 하네카와 츠바사를 겹쳐 생각한 남자애가 있었는데,
오히려 나는 알로하 셔츠였다던가 그 자신이 사와리네코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혹은 내가 아라라기였고 그 자신이 하네카와 츠바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녀석은 자괴감이 들었던 걸까?
그럼 내가 나쁜 년이었구만.

미안. 하지만 나는 애니메이션 속 그 누구도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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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죠의 기묘한 모험 1~12 세트 - 전12권 죠죠의 기묘한 모험
아라키 히로히코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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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카즈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마지막에 마음을 독하게 먹어 철저히 죠셉 죠스타를 없애려는 카즈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도깨비를 보는 듯했다. 특히 와무우가 가장 도깨비다웠다. 좀 어수룩하지만 승부를 보는 걸 제일 좋아하고 싸움의 천재라고 불리는 데서 특히 그랬다. 밤에 자주 마주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깨비들은 상당히 어수룩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혹부리 영감처럼 이를 이용해서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성형수술(...)을 하는 이야기가 많다.

 

1부가 죠죠와 디오가 숙명적인 라이벌로 끝까지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면, 2부는 전적으로 죠죠의 꾀가 빛나는 순간을 그렸다. 권선징악 등 상당히 고전적인 테마가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신화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공 날개를 달고 더 높이 하늘을 날아보려 했던 이카로스 이야기까지 떠올려보면 동서양을 모두 아우른 큰 스케일이 된다. 그러고보니 애니의 마지막 부분에서 죠셉 죠스타의 딸을 일본인과 결혼시킨 건 이 때문이었나(...) 빈틈이 없이 꾀를 부리는 건 야바위꾼 죠셉 죠스타라는 인물을 그려낸 작가 자신이 아닐까.

그러고보니 카즈의 불사신 능력과 몸의 일부로 모든 생명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원작 만화에서 설명이 적었다고 한다. 근데 애니에서는 설명에 1화 반을 끌고 있다. 애니를 제작한 팀들은 카즈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상당한 관심이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엔딩 곡을 8분 남짓한 프로그레시브 음악으로 고른 것도 평범한 선택은 아니었는데, 어쩌면 원작 작가에 맞서는 비범한 천재가 그 중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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