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지구별에서 만난 아름다운 인연
임의진 지음 / 샘터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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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끼리 중에서

언제 봐부셔분네 여럽소야
내가 이라요 찌껍시롭게 요라코롬 사요
상거시 아니고 숭내나 내고 산단 말씸이요
어차든지 살아볼라고 어영부영 안 허고
몽니쟁이 소리 안 들을라고
오짐똥은 개리고 산단 소리 들을라고
팽야 목사님이나 지나 역실로 보라고
빼빠지게 안 살었소
그란디 인자 더는 못 살겄소
맹탕 헛짓거리라 이눔의 인생은
엇나가부렀소 나가 미련 곰 차두요
니미럴 눔의 시상


1. 달팽이집

2003년 여름에 돌아가신 무등산 증심사 일철 스님 이야기라고 한다. 사실 스님과 목사 사이라면 다들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지만 의외로 만나보면 서로 좋은 관계가 되는 걸 여러번 본 적이 있다. 특히 이 시에선 친구를 아끼는 목사님의 마음이 애잔하다. 자신은 집이 아니라 여행하다 독수리가 없는 곳에 숨져도 상관 없다고 시인은 앞에서 서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은 어떻게든 막으려 하고 되려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타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2. 가시

현재 난 사랑니가 있다. 옛날 치과에선 뽑으란 말을 잘 안 했는데 요즘 치과에서는 갑자기 뽑으란 말이 겁나 많다. 아프지도 않은데 미리 사서 걱정들을 하신다. 너무나 친절하신 건지 아님 돈을 벌려는 수작인지. 이게 자라서 훗날에 엄청난 고통이 생긴다면 이제 성장판마저 닫힌 내 키도 같이 자라야 제로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랑니 있는 자리가 나중에 무지하게 아프면 곤란하다 하지만 그도 인생 살면서 한번쯤 겪어볼 고통이 아닐까. 사실 괜히 그 말 듣고 사랑니를 뽑다가 더 큰 고통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러고보니 괜히 들쑤실 필요 없는 건 사람들의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3. 술집과 병원

아버지도 술을 좋아하고 장녀도 술을 좋아하여 매우 고민중이신 어머니조차도 '사랑이 술 마시는 이유라면 인정하지!'라고 깔끔하게 후기 남기신 시이다. 마중물도 그렇지만 놀랍게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한번쯤 무명으로 나돌았을 글귀들이 많다. 이름 좀 올려달라 제가 썼다고 댓글 한 번씩 달 만도 한데 용케 넘어가셨네. 내가 산 코코아 하나 SNS에 찍어 올리는데도 생크림이 올려져 있다 무심코 허언을 던지는 나로선 깔끔한 그의 성격이 부럽다. 어쩌면 자발적 가난이란 부자가 가난한 척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자신의 것이라 확실히 주장하지 않는 게 아닐까.

4. 선풍기

상으로 금반지를 탈까 싶어 다른 교회로 갔다가 바가지만 타고 돌아온 몇몇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교회에 가지 않고 임의진 목사님의 교회에서 끝까지 남은 할머니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다른 교회에 갔던 할머니들도 나중엔 양심에 찔려 그 바가지를 모두 임의진 목사님께 주었다고 하니 그 분들도 모두 대단하다. 나는 요행이 없어서 도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도박하는 성격이었다면 그 다른 교회에서 타온 바가지마저 끝까지 임의진 목사님께 주지 않았을 것이다. 비트코인 현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돈도 없고 더군다나 주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넣지 않았다. 그러나 그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기부하진 않았다. 열심히 책을 사서 내가 읽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는 있지만 차라리 실질적인 빵을 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들을 위해서 책을 추천해주지만 실질적인 일은 이제 거의 하지 않는다. 나도 어찌보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마냥 선풍기를 끌어안고 놓지 않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나마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니 다행인 것만으론 사람이 성장할 수 없다. 고로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의 책이라도 읽고 서평을 올려야겠다. 그 이상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무덤 중에서

강물 흐르고 존 바에즈와 둘이 걷는다 The River In The Pines 내 마음대로 우리말로 옮겨서 아니 거진 짓다시피 해서 부르는 노래, 화답이라던가 솔숲 사이로 들장미가 고개짓 핫다 똥 딱지 붙은 송아지는 놀라서 단댓바람으로 어미를 찾고 천리향 고것 향내가 좋아라 쇠똥 밟는 줄 모르고 진군이다 홍송 군락 불그작작 아침 술판인가 뒤틀린 손마디로 이슬주 한잔 걸쳤구려 서런 일 있으면 내놓고 울어버리지 애먼 먹구름이나 붙잡고 저 무슨 황막한 밀봉이런고

(...) 용기 있는 두 개의 긴 잠이 이팝나무 뿌리를 베고 쓰러져 있다
살아서는 한없이 불행했을 테지만 죽어서는 행복한 아ㅡ 너희 두 목숨, 내 사랑 니콜 키드만은 무조건 좋아 영랑사진관 옆 비디오 집에 가서 콜드 마운틴을 빌렸다 수염을 기른 내 모습인 주드로도 반가워 그러나 총성이 울렸고 무덤이나마 그리웠다 여기 이 무덤인가 까마귀 내려앉은 굼깊은 숲속
덤벙거리다가 향 한대 준비 못했네 천리향을 대신해도 괜찮겠지

 

기대 안 하고 무심코 음악을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시도 아주 좋으니 찾아서 끝까지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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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Z건담 세트 - 전5권 기동전사 건담 소설
토미노 요시유키 지음, 김정규 외 옮김, 미키모토 하루히코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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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그걸 이용할 때도 있어요. 왜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 주었으면 하니까... 하지만 안되겠다고 생각하면 버릴 거에요. 동정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아요.

 

 총 50화나 방영했으면서 ZZ건담에서 스토리 다 설명해줌. 속였구나! 속였구나 샤아!

 

 아무튼 다들 카미유가 히스테릭하고 싫은 캐릭터라고 하는데 나는 섬세한 캐릭터라 생각되서 매우 좋았다. 자세히 보면 아무로 레이보다 얼굴도 잘생겼다. 경쟁자들이 너무 많았던 것 빼곤 대표적인 여성향 모에 캐릭터인데... 워낙 샤아가 여성들에게 인기를 누리다보니 그 후보 인물을 노렸던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꼬맹이 취급 당하고 뺨 맞고 하는 걸 보니 동정심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 제작진들아 왜 자꾸 카미유 때려 ㅋㅋㅋ (심지어 1화에선 제라드에게 얼굴을 군화발로 맞는다.)

 

 

어느 날 테레비를 보고 있었는데 어떤 무속인이 점도 봐주고 피부 미용도 시켜주겠다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가씨를 꼬신 뒤, 점을 안 친다는 핑계로 감금시킨 뒤 냅다 때렸다고 했다. 흥. 하지만 나는 피부 미용을 시켜주겠다는 대사에서 그 인간이 처음부터 폭력을 쓰려는 의도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때리는 인간들의 변명은 어째 그렇게 다 똑같을까.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을 꼽자면 강화인간이다. Z건담 36화에서 이들의 정체가 등장한다.

 대충 설명하자면 강화인간이란 걸 뉴타입 비슷하게 개조하여 전투에 투입->로봇에서 떨어지면 무조건 두통이 오고 약을 제때 안 먹으면 또 다른 인격이 나와서 사이코 건담을 불러서 탐->기억을 찾아주겠다고 꼬셔서 로봇에 태우지만 거짓부렁이었음->멀리 떨어져 있어도 강화인간의 의지만으로 건담을 조종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물론 두뇌에 상당한 무리가 따름.->샤아의 말로는 약물과 최면요법을 쓰면서 그나마 있던 기억들도 지운다고 함.->죽으면 시체를 주워모아서 다시 되살리는 듯하여 카미유가 시신을 아예 지 함선에까지 들고 옴.

 그렇게 결국 죽어서야 사이코건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줄 알았더니 결말에선 복선도 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전선에 나갔다가 사망했던 포우와 사라까지 로자미라는 강화인간에게 전부 깃든 것이다. 나중에는 카미유까지 이들에게 씌여서 정신이 나가게 되는데, 이를 통해 보면 강화인간이나 뉴타입이나 살인을 시키기 위해 쓰임을 알 수 있다. 강화인간이 약물과 전기고문으로 세뇌받았으면 뉴타입은 군대문화, 즉 '수정'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싸다구 때리기로 세뇌된 거다. 결국 아무로 레이 말대로 전쟁을 그만두게 하려면 무기를 잡지 말았어야 했고 그래서 아무로 레이는 우주로 나가지 않았다. 카미유가 그 사실을 깨달을 때는 이미 때는 한참 늦었고 그는 우주에서 파일럿이 되어 혈혈단신으로 건담을 몰고 있었으며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인 뒤였다. 군대란, 전쟁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수많은 인간들의 심신을 먹어치우는. 샤아나 브라이트나 전쟁범죄자라는 사실에서 결코 다른 인물이 아닌데, 그들이 손을 잡았다는 건 무엇을 뜻하겠나? 전멸 뿐이다.

 확실히 모든 사람들은 고결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어리석기 때문에 인간은 잘못된 사랑을 택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인간은 지옥에 간다. 그것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의지이다. 옳지 못한 사랑과 옳지 못한 자유로 인간을 현혹시킬 수 있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지만, 행동함으로 인해 세상을 구원할 수도 파멸시킬 수도 있는 그런 의지. 그러니 '신자유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애초에 언어도단이다. 인간이란, 자신은 충분히 노력하지 못하면서 남이 노력하지 않는다 비난할 수도 있고, 남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런 메시지를 잘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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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Is The Order A Rabbit (주문은 토끼입니까)(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ection 23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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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커피를, 밤엔 바로 변신하여 술을 파는 래빗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토끼가 유별나게 많은 분위기에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는 말도 안 될만큼 귀여운 인상을 준다. 일상물이고, 커피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인상을 주며, 한없이 가볍다. 소설가 선생님이 슬럼프 때문에 잠시 래빗 하우스에서 일할 때 카페 내부에 고민상담소를 차렸는데,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사람도 없다. 야채를 먹지 않는 주인집 딸 치노와 어떻게든 야채를 먹이려는 알바생 코코아의 분투만이 있을 뿐이다. 이도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듯 나온다. 애니메이션 자체에서 코코아의 활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상당히 많아 그걸 주목시키려는 에피소드들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주인공들간의 갈등이라거나 세계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평화로움은 유토피아 이상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천국인가...!

 

 

 그렇다고 삶의 애환(?!)이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집안이 가난한 샤로는 가장소녀가 아닐까 추측되는 면이 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다 쉬는 휴일에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먹고 산다. 하지만 당당히 래빗 하우스 직원 중 한 명인 리제를 좋아하고(리제 본인만 모르고 있을 뿐.) 워낙 예쁘게 꾸미기 좋아해서 몸치장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귀족 아가씨처럼 보인다는 점이 갭모에 포인트. 유일하게 다크한 인간 캐릭터?로 보일 수도 있었던 그녀가 이처럼 귀여워 보이고 은근 팬층도 많은 이유는 확실히 가벼운 분위기의 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은의 작품 중에서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제목의 시집이 있다.

'주문은 토끼입니까'라는 제목처럼 많은 말장난이 있는 시집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이 이렇게 된 원인은 어렸을 적의 코코아가 치노의 할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토끼로 태어나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앙고라 토끼 팃피는 원래 키우던 토끼였지만 어찌 되었던 할아버지의 혼은 토끼의 몸에 깃들게 되었다. 말은 '주문'의 힘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특정 커피를 많이 '주문'할수록, 그 커피 종류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채취가 가장 많이 접한 무언가의 냄새를 닮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커피를 마시는 일이 상당히 많아졌다. 난 그럼 모카에서 태어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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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10 - Extreme Novel
유미즈루 이즈루 지음, 한신남 옮김, CHOCO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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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한 화 한 화가 서비스에 매우 충실했다. 무슨 내용이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나저나 이 인피니티 스트라토스라는 애니메이션은 2기 이후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소문이 돌다가 다시 신장판으로 엮여서 나온다고 하더라. 나무위키의 설명에 의하면 작가의 성격이 워낙에 꼴통이라서 그렇다고 하던데 왠만하면 작가의 이상한 성격에 통달해 있고 관대한 듯한 일본에서 대체 어찌 된 일일까(...) 그 정도로 작가가 심한 일을 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작가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작품을 봐달라고 하고 싶다. 비록 영양가가 될 만한 내용이 없다시피하지만 이 인피니티 스트라토스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중요한 이 시대의 작품을 대표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목표에 충실하다. 여자만 있는 학교에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는 설정은 사실 90년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을 보라. 약간 일탈을 시도했다고 해서 '에~. 여자가?' 같은 말을 한다거나 하는 건 약과다. 여자가 성추행을 당하거나 하면 늦은 시간에 거리를 걸었는지, 옷차림은 어땠는지 등을 따지며 범인보다 오히려 피해자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가. 인피니트 스트라토스의 내용은 사실 그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들을 제외하면 상당수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10화에서 학교 선생님들이 남주 이치카에게 신체 측정을 요구할 때의 에피소드를 보자. 이치카의 누님이자 선생님인 분도 재밌게 여겼는지 다 비치는 눈가리개를 이치카에게 매어 준다. 그러고선 속옷만 입은 여자애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게 하며, 실수로 이상한 곳을 만지게 하면 무작정 그를 비난한다. 이 애니를 보는 대다수의 남자들은 이를 서비스로 생각하고 즐길 수도 있지만, 또한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을 법하다. 또한 이 애니는 어리고 발육도 부진한 로리 캐릭터가 매우 적은 편이며, 그나마 그쪽을 대변하는(?) 라우라는 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에 이치카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캐릭터이다. 즉,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중 제일 불편한 캐릭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애니의 진히로인으로 불리우는 샤를로트는 더더군다나 초기에 남장여자로 학교에 잠입한다는 컨셉이었다. 물론 이 캐릭터들도 각각 따로 보면 어느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인데, 이 둘이 같이 모여있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퍼스트 소꿉친구는 '이치카! 아침마다 나에게 된장국을 끓여줘!'라는 프로포즈를 한다. (아마 공식적으론 이야기하지 않고 다음화 예고때 그렇게 말한 것 같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놀랍게도 이갈리아의 딸들(요즘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메갈리아의 발생 토대가 되는 책이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의 후반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강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이치카도 그러고보면 어떤 조직에게 납치된 적이 있었다. 사실 이 애니의 사회조직 내부에 들어가보면 수뇌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지라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렘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하기가 매우 드문 스토리임은 사실이다. 비록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애니메이션 자체에선 작화라던가 여러가지가 무성의하게 만들어졌지만, 그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다수의 남성들에게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남성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특이한 성향을 지녔다는 것이다. 요즘엔 여군들이 많아지고 있고(이에 대한 내용은 제타건담에서 따로 쓰겠다.), 여자들이 공사판에서 일용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남자를 차별하는 세계가 아주 드물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텔레비전에서 쏟아지고 있는 남자 요리사가 불편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건 내가 소위 진보 채널이라는 팟캐스트에서, 그것도 남성에게서 이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치카는 2기에선 여성들하고만 친해진다. 적어도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렇다.

 

 1기에서 그와 친했던 남자애는 왠일인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이치카와 게임을 하면서 '여자들만 다니는 학교에서 혼자 남자라니 부럽다~.'라는 속알멩이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남성들은 쉽게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를 쉽게 배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이치카는 소꿉친구인 호우키를 지켜주다가, 여자와 친하다는 이유로 또래 친구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이스트 같은 대학에서도 무조건 남학생 모두가 군대를 가야한다는 통보 혹은 명령이 내려졌다. 그에 대해 이과공과 학생들 중 하나가 자신들을 '노비'라 비하하며 비꼬자, 사방의 남성들이 그 글을 비난했다. 그 아수라장을 보면서 난 다시금 내 성별이 여성이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속으로 안도한다. 내가 본 인피니트 스트라토스는 그런 생각을 돌이켜볼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만큼 작가가 힘을 내서 확실히 완결을 내 주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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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uilty Crown: Complete Series, Part 2 (길티 크라운 파트 2) (한글무자막)(Blu-ray) (2011)
Funimation Prod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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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정말 재미있게 잘 봤다.

 

 대체 이 명작을 공격하는 인간들은 뭐가 그렇게 불만이고 문제인건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이에 대해선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나중에 방송에서 더 토론하도록 하겠다. 마나에 대해서도 스포일러가 있으니 그것도 그쪽에서 한꺼번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또한 이 애니에서 구세주라고 불리는 분도 1기 스포일러에 해당하니 그쪽에서 언급하기로. 어차피 사람들도 별로 안 볼테니 괜찮아! (응...?) 내가 길티 크라운 2기에서 주목하고 싶었던 인물은 바로 소우타이다.

 

 

심한 벌을 받긴 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할 때 계급제를 놓을까 말까의 여부를 두고 갈등하는 슈 앞에서 대놓고 계급제 반대를 하길 원한다고 말하는 소우타는 잘못 되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한 성격?이라고 쳐도 그건 먼저 계급제를 제안한 친구와 직접 이야기하는 게 제일 솔직했던 거 아닌가? 하긴 계급제를 제안한 야히로에게 이야기했던들 보이드 능력이 약해서 그런거다 깔보거나 아님 슈가 선택할 문제라고 그에게 떠밀며 어물쩍 넘어가겠지. 아니면 소우타 혼자서 야히로가 그렇게 할거라 생각했던가. 솔직히 2기에서 슈가 찌질하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자신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결국 보안을 위해서는 보수적인 정치를 할 수밖에 없고(애니메이션 내부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폭력은 잘못되었다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이 버티지 못해 더한 짓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대체로 사람은 남의 감정과 선택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다.

 그래서 남을 조종하고 싶은 사람들은 항상 자기비하를 시전한다. '넌 대단해. 다른 사람들도 너와 잘 해보고 싶어해. 그런데 난 쓰레기지.' 뭐라고 대꾸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자기들 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된다. 그럴 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아니, 도리어 '함정'에 걸려들기 쉽다. 이미 그 순간 열등감에 눈이 멀어 무슨 말을 하던 왜곡해서 듣기 때문이다. 야히로와 슈의 사이가 그랬고, 가이와 슈의 사이가 그랬으며, 슈의 아버지와 가이의 아버지 사이가 그랬다. 그러나 역시 이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희망은 2기에서부터다. 야히로의 마음은 강력한 무기였지만, 소우타와 슈의 사이가 강화되었을 때 소우타의 보이드 능력이 굉장히 증폭된다. (참치캔 따는 걸 넘어 건물을 뜯을 기세...) 사실 그 장면이 난 아주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내가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 정도면 소우타와 비슷한 성격이라 할 수 있을까... 소우타는 또한 길티 크라운의 핵심적인 주제를 담당하기도 하다. 자기 자신답지 않은 길을 택하다가 과대망상증이나 편집증에 걸리는 것보단 솔직한게 차라리 낫다. 진실은 우리를 가장 덜 다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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