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러브 라이브! CE Vol.2 - 넘버링 코토리 & 우미 학생증 + 클리어케이스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 니타 에미 외 목소리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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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기는 보통 1기보다는 퀄리티도 덜하고 재미도 떨어진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러브라이브 1기가 워낙 파격적인 줄거리이다보니, 2기에서 일본 드라마 식으로 전개해 나가도 신선한 편이다.

 사실 1기에선 멤버 결성의 순간에 집중하다보니 전개를 질질 끄는(...) 각자의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러브라이브에서 니코니가 워낙에 인기를 구가하다보니, 니코니의 과거라던가 집안에 관련된 설명도 흥미를 끌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3학년 멤버의 졸업식 장면이라던가, 눈 치우는 장면을 너무 길게 보여준 건 아닌가 싶다(...) 특히 눈 치우는 장면이 최종예선이 있던 날이라 중요한 장면이자 중요한 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깜빡 졸 뻔했다(...)

 그래도 나도 여고 출신이고, 여자 고등학생들이 졸업식 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소하게 노는 이야기를 쭉 보니 나도 덩달아 고교시절 생각나서 좋았다. 마침 그 당시 나도 동년배 친구 2명을 포함하여 3명이 뭉쳐다닌 적이 있었는데, 나 혼자 경기도권 대학에 가게 되고 다들 남쪽 대학이라던가 외국대학으로 붙게 되어 뿔뿔이 흩어졌더랜다. 합숙은 아니지만 몰래 학교에서 먹고 잔 적도 있었고. 멤버 중 한 명이랑 겨울바다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했었고. 그 녀석들 잘 살고 있을까... 결론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마음껏 노세요. 20대부터 알바라던가 여러가지 사회생활을 하게 되서, 맘껏 속내를 털어내며 놀 수 있는 날이 흔치 않음.

 

 

 

 2. 일단 러브라이브상에서 경쟁자였다보니 이 분들은 쓸쓸히 퇴장당함 안습.

 에리치카가 어라이즈의 스파이였다는 설정도 좋았는데 ㅋㅋㅋ 실제가 아니라서 유감스럽습니다만...

 근데 정작 뮤즈보다 이분들 공연이 더 압도적이긴 했다는 거.

 뮤즈도 어째 마지막에 러브라이브 홍보대사로 공연하게 된다는 것 같은데 어라이즈같이 좀 강렬한 음악 좀 만들어볼 수 없나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음악이 어째 죄다 모닝구무스메 비슷한 것이;;; 난 사실 코다 쿠미같은 음악세계를 더 좋아하는데; 

 

 3.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러브라이브에서 린의 인기도에 대한 찬반이 격하게 갈리던데 난 린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 쪽이다. 아니 사실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컷트를 하고 남성같이 행동하는 여성들에게도 예쁜 치마를 입고 꾸미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여성스러움의 절정인 웨딩드레스 의상을 보고 린은 부끄러움, 수치심, 질투가 뒤섞여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하나요에게 의상을 떠넘기면서도 착잡한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자신도 치마를 입고는 싶은데 왠지 아까워서 자신보다 더 예뻐보이는 아이에게 입히고 싶기도 하고, 설령 입더라도 칭찬을 듣고 싶으면서도 뒤에서 수군거릴까봐 겁나는 그런 마음이랄까. 외모와 성격은 시원털털하지만 성격은 누구보다도 더 여성스러우면 저런 일 많이 생긴다. (특히 호르몬 방출이 심한 여고시절이라면.) 러브라이브는 5화 새로운 나에서 그런 심정을 잘 커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상황을 잘 마무리한 하나요의 언변이 최고다. 옷장사하면 정말 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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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다가도 애니메이션 리뷰 전에 썼던 것들 다 올릴 계획이다. 하루에 10편씩 올리면 20일 걸리니까 최소 1월 30일엔 완료된다.
아 몰라 적립금 모아서 잃어버린 책 살거야(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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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teins;Gate: Complete Series, Part One (슈타인즈 게이트 파트 1) (한글무자막)(Blu-ray) (2012)
Funimation Prod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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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명이야기

 ① 전화레인지

 

 

 

 오카린이라는 중2병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소꿉친구 마유시랑 다루라는 천재 해커랑 같이 조그만 연구실을 꾸려서 살고 있다. 어느 날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는 박사의 발표를 들으러 갔는데 마키세 크리스라는 천재 과학자 소녀는 자꾸만 아까 전에 자신을 보지 않았느냐고 우긴다. 그는 헛소리라 치부하고 지나치고, 몇 분 후에 그녀가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데자뷰 때문인지) 그는 그녀가 자꾸만 아는 사람처럼 여겨지고 다루에게 크리스가 당한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마침 다루가 전화를 전화레인지에 연결하고 있었던 탓에, 여태까지 낡은 전자렌지로 여기고 있었던 기계가 타임머신 기계로 부각된다.

 

 오카링이 그랬었던 것처럼 과거로 메일이 발송되는 효과가 있으며, 당연히 그에 의해 현재를 지금과 다르게 변모시킬 수 있다. 다만 그 기계가 어떻게 작동될 수 있었는지는 이 당시엔 아직 밝혀지지 않았던 상태이다. 문자를 송신할 기계만 있으면 그들이 태어나기 전의 시절까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보낼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고 그나마 메시지도 분해되서 보내어진다. 그러나 당시 철이 없어 이 기계가, 아니 말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몰랐던 오카링은 장난하듯 크리스를 제외한 새 연구원 멤버들에게 과거로 메시지를 보내보라 제안하고 자신도 실험해본다. 그리고 나중에 그 결과가 참혹해지자 뒷처리를 하려 오카링이 동분서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오카링이 보낸 D메일은 전화레인지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보낸 메일과 로또 당첨되게 해달라는 메일 이렇게 두 가지이다. 그러면 D메일을 회수했을 때 그 두 가지 모두를 회수시킨 건가? 각각 문자를 보낸 시점이 다른데 그럼 문자를 두 번 보낸 건가? 세세한 건 따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긴 한데, 그래도 오카링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의 시초격인데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은 든다.

 

 ② 타임리프 

 

 

'물리적 타임워프가 안 된다면 기억을 워프시키면 되잖아요.'라는 크리스의 이론으로 인해서 탄생된 물건이다. 메일을 전기 신호로 분해해서 송신할 수 있는 전화레인지처럼 뇌의 펄스를 워프시켜서 과거의 몸뚱아리에 현재의 기억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신박한 장치이다. 초창기 발명 땐 겨우 48시간 이내밖에 워프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마유시의 급작스런 죽음을 막기 위해 오카링은 자신이 몇 번이고 직접 타임리프의 실험체가 된다.

 

 슈타인즈 게이트의 등장인물 중 누구도(심지어 다루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타임리프할 수 있는 시간대만 늘릴 수 있다면 이 물건이 가장 획기적인 물건이다. 만약 나이가 들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젊어지고 싶다는 의식'이 있는 그대로 젊은 몸뚱아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카링이 어릴 때의 신열로 인해 받은 리딩 슈타이너 능력이 있을 때의 가정 하에서지만, 논리상에서라면 애니상에서처럼 정신연령은 할머니인 로리캐릭터도 탄생시킬 수 있다. 아차 근데 이거 애니지?

 

 이 기계로 인해 오카링은 마유리가 죽는 대략적인 이유와(사실 그 이유가 사라져도 우연한 사고로 죽거나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세세하게 탐구하여 파악한다. 어린 시절 마유리의 할머니가 죽고 나서 마유리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난 아무 말이나 했다는데, 오카링의 '실험' 자세를 보면 그의 말 그대로 마유리가 오카링의 인질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죽음을 모른다면 사정은 그런대로 나을 텐데 맨날 꿈 속에서 나오고, 그런데 정작 오카링은 크리스랑 맺어지고(...) 보는 내내 마유리가 불쌍했다... 그러고보니 SKT의 알테어도 그렇고 요즘은 주인공에게 희생(?)당한 애들을 진히로인이라고 부르나?

 

 참고로 이 헤드셋은 오디오테크니카 AD 시리즈이다. 닥터 페퍼도 그렇고 간접광고 쩐다...

 

 ③ 타임머신

 

 

 이 슈타인즈 게이트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아키하바라에서 타임머신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완성도 쩌네여...

 아무튼 전화레인지를 토대로 하여 다루가 발명하고 다루의 딸 스즈하가 타고 온 기계이다. 현재에선 시도했다간 젤리가 되어버리고 마는 물리적 시간여행이 가능한 기체이며, 오카링이 다이버전스 1%를 넘는 세계선에서는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작동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개의 발명품으로 인해 라디오 회관에 잠입(?)하는 오카링은 세 명인데 전화레인지에 대해 앞으로 새롭게 조명한 오카링과 타임리프를 수없이 하고 타임머신을 한 번 탄 오카링, 그리고 두 번째로 타임머신을 탄 오카링 이렇게 세 명이다. 그래서 분위기는 진지한데 결말을 다 보면 나중엔 엄청 웃긴다...

 

 

 2.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뒤케

 

 

 처음엔 D메일로 크리스를 구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고, 오카링이 직접적으로 타임워프에 손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유리의 죽음이었다. 그는 상당히 불안정한 장치인 D메일을 보내 세계선을 바꿔도 기억을 확실히 유지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마유리를 구할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한다. 첫째, 돈도 없고 권력도 없으니 SERN이 대중교통만 통제하면 한동안 속수무책으로 허둥거릴 수밖에 없다. 나중에야 간신히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그것도 그저 SERN이 교통을 통제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이를 '신의 인간화'라 부른다. 사실 오르페우스는 '남자들의 세계'에선 무력한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과 에우리뒤케의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 신의 아들인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결혼의 신을 불러오지만 왠일인지 그의 축복을 받지도 못한다. 더불어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눈에 띄어 그가 에우리뒤케에게 추근거릴 때도, 에우리뒤케가 도망치다가 뱀에 발꿈치를 물려 사망할 때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무능'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오카링과 오르페우스가 겹쳐져서 떠올랐다. 아마 슈타인즈 게이트를 만든 제작자도 예술 장르 중 하나인 오페라계를 크게 흔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뒤케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오르페우스도 타임머신 기계가 그 시대에 발명되었다고 하면 굳이 지하 세계의 무서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만나 에우리뒤케를 지하 감옥에서 풀어달라고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오르페우스는 노래 실력만큼은 뛰어났으므로 지하 세계를 내려가는 어려운 일도 모두 자신의 노래로 해결했다. 심지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게 하소연할 때도 맨 주먹에 수금 하나만 들고 대뜸 해결해버렸다. 아마 오카링한테는 천연덕스러운 성격과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이상한 언변능력으로 빗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오카링이 필사적으로 대적하는 적의 실체라는 게 문제이다. 사실 에우리뒤케도 '뱀'에 물려 죽었으니 오르페우스에게도 딱히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마음껏 저승에 쳐들어가서 탄원할 수 있다. 하지만 오카링은 세계선에 의해 마유리가 어떻게 죽는지도 달라지니 딱히 특정한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 비록 마유리를 죽인 사람은 '대부분' 모에카라는 여자였지만, 그녀도 다 나름대로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댄 사정이 있고 오카링이 그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결국 그에겐 어떤 세계선에서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지지해주는 조력자만 남는다. 우연히 처음으로 세계선을 바꿈으로 인해 살려낸 마키세 크리스이다. 그에게 영감을 제공해줌으로서 수금의 역할도 하고, 타임리프를 개발함으로서 저승의 강을 건너게 해주는 카론의 역할도 하고, 마유리와 그닥 오랜 시간을 지내지 않았지만 (페이리스를 제외하곤 아마도 유일하게) 친한 동성친구로 남기도 하고, 그 미묘한 관계 때문에 오카링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은 괴로움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할도 혼자 도맡아 한다. 오카링이 그녀에게 빠진 것도 무리는 아닌데, 자꾸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뒤케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나면서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왜일까. 오르페우스는 실수로(말이 실수지 어떻게 사랑하는 자기 아내를 살려서 데려가는 중인데 얼굴 한 번 보고 싶지 않겠는가.) 에우리뒤케를 돌아보게 되고, 그녀를 본 순간 그녀는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게 되어 오르페우스가 아무리 슬피 울며 수금을 타도 영영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오카링이 크리스와 사랑에 빠지는 루트에 빠지게 될 때, 다시 말해 마유리와 사랑에 빠지는 가능성이 영영 틀어지게 될 때가 다이버전스 1%가 달성되는 바로 그 때인지도 모른다.

 

 

 3. 너무 착한 인물들. 

 

 사실 극명하게 말하면 '선과 악의 극한대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FB와 모에카라는 인물을 설정해두긴 했지만 그들은 모두 SERN이라는 아주 나쁜 기관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어쩌면 FB도 SERN에서는 그닥 중요한 인물이 아닌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카링을 좋아해서 한 번 욕심내어 성별을 여자로 바꿔봤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루카. 오카링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죽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서 감정까지 무뎌져가는 오카링을 보며 결국 그를 크리스에게 보내주는 마유리. 한 때 마유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이 대신 죽을 것을 결심했던 크리스와 오카링까지. 이 분들 덕택에...

 

 이 짜증날 정도로 착한 인물들 덕택에 원래는 10몇화 내에 끝났을 슈타인즈 게이트는 한없이 길어졌다.

 

 시간을 되돌리는? 아니면 세계선을 바꾸는? 작품 중에 슈타인즈 게이트만큼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딱 두 개 있다. 하나는 쓰르라미 울 적에이고, 또 하나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다.

 

 쓰르라미 울 적에에선 리카가 오카링같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선 타임머신같이 버튼만 누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히나미자와의 참상이 일어나야만 케이이치가 전학 온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미치고 팔짝 뛸 설정이 있기 때문에(...) 어제만 해도 살아있던 사람들이 고기떡이 되는 걸 다 지켜보는 리카가 그닥 정상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기대할 수도 없다. 오니가쿠시 TV판에선 심지어 판이 다시 일으키기 틀렸다는 사실을 파악하곤 빨리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자결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 몇 명을 희생시킬 준비도 한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선 호무라가 그런 역할을 한다. 소심한 성격에 병으로 인해 입원하다 전학 온 상황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는 그녀를 다시 일으켜준 마도카. 그녀는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오직' 마도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한다. 말 그대로 한 명만 살리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설정만 없었으면 극악한 악한으로 생각될 정도.

 

 그러나 오카링은 마유리를 살리기 위해 마유리가 죽을 때까지 지켜본 적도 있으면서, 타인의 불행에도 엄청난 신경을 쓴다. 모에카와 크리스의 아버지에게 돌격하기도 했지만, 그건 단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불의에 분노하는 열혈 성격 때문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착한 성격 때문에 기막혀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격려해준다. 아마도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타입은 대체로 '나를 희생해서 모두를 구한다. 반드시 구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하는 페이트의 에미야 시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5. 사별=암 

 

 이건 내가 정의한 게 아니고 실제로 영국의 천재 작가 줄리언 반스가 아내를 사별하고 나서 쓴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 나온 비유이다. 암은 대책이 없는 병이다. 우리는 보통 암이 가라앉으면 '암을 이겼다'라고 표현하지만, 그건 암이 약빨에 밀려서 잠시 휴전을 선언한 상태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도 암만큼 큰 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내를 잃고 나서 5년 후 '안색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대체 언제나 되야 자신이 예전의 유머 감각을 반쪽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확실히 아내의 꿈을 꾸면서도 아내가 죽었고 그것은 꿈임을 인지할 수 있을만큼은 회복되었지만, 사별의 슬픔은 아직도 가슴 한귀퉁이에 웅크리고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언제 다시 자신에게 닥쳐올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 내가 읽은 <너의 그림자를 읽다>에서 보면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한정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범위는 배우자 외에 더더욱 넓어진다.

 

 비록 크리스와 마유리를 살려내는 덴 성공했지만 어떤 세계선을 타도 오카링과 크리스는 2036년 내에 죽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카링과 크리스는 세계선과 슈타인즈 게이트라는 이론을 내세우며 운명을 부정한다. 실제에서 이런 인물들이 나왔고, 그들이 책을 썼더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버금가는 반종교적인 이론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딩 슈타이너도 아닌 마유리가 꿈으로 명확히 여러 세계선을 옅볼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오카링조차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애초에 처음에 오카링이 다루에게 '마치 크리스를 둘이서 잘 알고 있는 마냥' 문자를 보낸 것도 그가 데자뷰에 씌여있다는 증거이다. 나도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미 사별을 겪고 그 암같은 충격을 억눌러온 마유리는 세계선에 대해선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 누구보다도 빨리 이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개발한 현재까지도 죽음을 '이길' 순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에, 오카링을 빨리 포기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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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haos Head: The Complete Series S.A.V.E. (카오스헤드) (한글무자막)(Blu-ray)
Funimation Prod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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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세상에는 능력자들이 존재한다. 이 능력자란 망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그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달은 두 명의 능력자가 있다. 한 명은 능력자가 될 수 있는 공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 명은 그 공식을 전파로 실체화시킨 다음 자신이 만든 기계 노아 2에 집어넣어서 더럽고 어두운 생각만 하는 인간들을 표백시키려 한다. 그 기계를 개발하기 위해 그는 종교계와 정치계를 손에 업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공식을 개발한 니시죠 타쿠미는 그를 막을 힘이 없다. 10살 때부터 지병이 있어서, 자신의 능력을 현실에 구현시킬수록 그의 생명줄은 점점 짧아진다. 즉 노화되는 것이다. 일단 신체적인 능력에서 노아 2와 그것을 개발한 자를 제어할 힘이 없는 그는 자신의 눈을 뽑아 신체능력도 건강하고 얼굴도 최소한 자신보단 잘생긴 자신을 복제한다. 그러나 복제판은 그동안 니시죠 타쿠미의 억눌러온 욕망을 표출하기라도 하는 듯, 오타쿠가 되어 자신만의 아지트에 파고든 채 세이라라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 마음껏 망상을 펼치고 덕질을 해댄다. 그 복제판 앞에 난데없이 리미라는 악마녀가 출현한다.

 

 나중엔 이 여자애도 사연이 있어서 악마녀라 불려도 뭐라 변명할 수가 없었음이 밝혀지지만 이 장면에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상 속에서 구현되었다고는 하나 끔찍한 건 끔찍한 거다...

 

 아무튼 카오스 헤드는 6화가 다 되어가도록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건이 이렇게 진행되도록 만든 배후의 인물이 누군지, 선한 자와 악한 자가 누군지 정확히 밝혀주지 않는다. 이는 노아 2를 개발시킨 자가 음모를 꾸밀 때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깨끗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지도 모른다. 아무튼 진행되는 동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지만 일단 사건의 뿌리를 정확히 알고, 기준을 확실히 한다면 혼란이 생기진 않는다. 니시죠 타쿠미는 한동안 리미를 악마녀라 부르며 겁을 냈지만, 결국 눈앞에 존재하는 리미의 친절함을 받아들인다. 말 그대로 그가 그녀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멋대로 망상하고 그것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간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그런 점에선 니시죠 타쿠미가 마음에 들었다. 리미는 처음에 니시죠 타쿠미 주위 학생들을 전부 세뇌시켜 그의 삶으로 들어갔다. 이 애니메이션의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리미를 그대로 놔둬버리는 니시죠 타쿠미가 연약하다 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보통 3명 이상이 어떤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법칙이 있다. 이를 제 3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타쿠미가 리미를 극도로 위협적인 존재라 인식했다고 했더라도 손 하나 못 대고 무기력해진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캐내기 위해 잘해주는 유아를 제치고, 그는 리미와 자신의 여동생 나나미를 자신의 구원자로 지목한다. 그러고보면 정체가 니시죠 타쿠미의 눈이다보니 사람을 진가를 파악하는 안목만큼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인게, 타쿠미가 이런 음란마귀같은 망상을 펼친다는 설정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니었나...?

 시청률을 올리는 원동력인 거냐? 아님 이런 망상이 아니었음 다른 망상들이 능력을 펼칠 겨를도 없었다는 거냐(...)

 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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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Robotics & Notes: The Complete Series - S.A.V.E. (로보틱스 노츠 엘리트) (한글무자막)(Blu-ray)
Funimation Prod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2014년 6월 4일 투표하고 와서 다 완주했다. 어차피 데이트하려면 6시 이후쯤에 만나야 하니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읽는 것 외엔 할 것이 없어서 이 끝도 없이 세계관 설정의 미로에 빠진 애니메이션을 다 완주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서 완주했지만...

 

 '카오스 헤드' 쪽이 세계관에 대해서 세세한 설명이 없다면, 또 이 쪽은 자잘한 설명들이 많다. 학생 두 명이 주도하여 로봇을 만들어 로봇계의 유명한 천재, 그리고 프로그램화된 인격과 겨루게 만들려면 말이 되는 설정을 붙여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 이 애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후반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반전들이다. 물론 보는 사람도 충격을 받을 만한 전개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플래그를 다 깨기 위한 남주인공 카이의 개고생은... 게임을 플레이하여 카이와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요소일 듯하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볼 만한 요소라면 평범한 사람들(아니면 니트족;;)이 힘을 합쳐 거대로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로보틱스 노츠에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덧붙여준 짜잘한 설정들이 교묘하게 결합하는 과정이 매우 재밌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에너지원이라던가 끝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킬바라 순위권 3명(...)은 좀 당혹스러웠지만, 아무튼 카이가 아이리라는 봇을 만나고 소위 '퀘스트'를 깨느라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게임중독에서 차차 벗어나게 되는 장면도 묘하게 감동이었고. 프로그램화된 인격도 아마 이 쪽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아이리의 회상을 참고할 때 그 인격이 살아있을 땐 단지 좀 장난스러운 성격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애니메이션을 빛나게 만들며 거대로봇을 만드는 데 가장 힘이 된 역량은 아키이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에게 불사는 누구나 한번쯤 꾸는 꿈. 불사를 이루었다는 전설적인 인물들(타고날 때부터 반은 신이었다던가, 연금술사에 성공했다거나 등등.)에게 보통 인간들이 보이는 반응은 질투이다. 이는 문학에서 일그러지고 불완전한 불사를 등장시키게 한다. 이는 신화나 민담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불사를 꿈꾸는 인간이 신에게 소원을 빌어 드디어 죽지 않게 되었는데 몸의 노화를 막아달라는 소원은 빌지 않아서 큰일나게 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그 중 하나이다. 문명이 더 발달하고 로봇이 발명됨으로서 인간은 다시 불사의 꿈을 가지게 되는데, 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프로그램도 사람의 인격을 프로그램화해서 실행시키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옛날이라면 컴퓨터의 전원을 뽑는다거나 프로그램을 삭제해버리면 끝이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1인당 컴퓨터 하나 핸드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고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상 정말로 프로그램상의 불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인터넷이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조차 공유기능으로 널리널리 퍼져서 도저히 혼자 힘으로 지우기 어려워, 업체를 불러서 지워야 하는 지경이라고 하니 전파를 타고 이리저리 옮겨가는 프로그램은 얼마나 삭제하기 힘들까.

 

 그러나 이 순간 점점 필요해지는 건 인간의 감성이다. 이전엔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양심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어떤 일의 목적을 정확히 설정하고 밀고 나가는 능력이 먹혔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을 버리고 프로그램화된 그 인격처럼 그렇게 해서는 기계와 대적할 수 없다. 아니, 기계를 따라잡으려는 목표치조차 달성할 수 없다. 이미 오래 전에 체스장인을 이긴 로봇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제 과학자들은 신경계를 건드리고 있으며 '마음을 가진 로봇'이 나오기를 꿈꾸는 상황이다.

 

 아키는 그런 상황에서도 로봇을 사랑하고 로봇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에 아키가 로봇부를 위해 예산을 만들겠다느니 도쿄박람회에 출연하겠다느니 날뛰었을 때는 미사키 언니가 자신을 평범한 인간이라고 얕보는 데에서 나오는 질투와 억하심정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서야 그녀가 제대로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니 문득 고도원의 강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는 '꿈 너머 꿈'을 꾸라고 강연했는데,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좋지만 그 목표를 이루려는 이유가 올바르지 않으면 모든 걸 망가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키는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플래그를 깨고 레포트를 얻기 위해 헛짓거리하는 카이와도, 윤리적인 방법으로 적을 제압하지 못해 결국 적에게 복수당하고 꺾이는 미사키 언니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세계룰 구하는' 건배럴을 좋아했던 것이다. 건배럴 최종화를 보게 되었을 때 그녀가 보였던 좌절감과 허깨비 증상은 그녀가 차마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않은 그 꿈 너머 꿈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장애물들을 넘어섰고, 결국 타네가시마라는 '아주 작으면서도 아주 큰 섬'의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아마 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본 독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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