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Robotics & Notes: The Complete Series - S.A.V.E. (로보틱스 노츠 엘리트) (한글무자막)(Blu-ray)
Funimation Prod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2014년 6월 4일 투표하고 와서 다 완주했다. 어차피 데이트하려면 6시 이후쯤에 만나야 하니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읽는 것 외엔 할 것이 없어서 이 끝도 없이 세계관 설정의 미로에 빠진 애니메이션을 다 완주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서 완주했지만...

 

 '카오스 헤드' 쪽이 세계관에 대해서 세세한 설명이 없다면, 또 이 쪽은 자잘한 설명들이 많다. 학생 두 명이 주도하여 로봇을 만들어 로봇계의 유명한 천재, 그리고 프로그램화된 인격과 겨루게 만들려면 말이 되는 설정을 붙여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 이 애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후반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반전들이다. 물론 보는 사람도 충격을 받을 만한 전개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플래그를 다 깨기 위한 남주인공 카이의 개고생은... 게임을 플레이하여 카이와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요소일 듯하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볼 만한 요소라면 평범한 사람들(아니면 니트족;;)이 힘을 합쳐 거대로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로보틱스 노츠에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덧붙여준 짜잘한 설정들이 교묘하게 결합하는 과정이 매우 재밌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에너지원이라던가 끝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킬바라 순위권 3명(...)은 좀 당혹스러웠지만, 아무튼 카이가 아이리라는 봇을 만나고 소위 '퀘스트'를 깨느라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게임중독에서 차차 벗어나게 되는 장면도 묘하게 감동이었고. 프로그램화된 인격도 아마 이 쪽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아이리의 회상을 참고할 때 그 인격이 살아있을 땐 단지 좀 장난스러운 성격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애니메이션을 빛나게 만들며 거대로봇을 만드는 데 가장 힘이 된 역량은 아키이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에게 불사는 누구나 한번쯤 꾸는 꿈. 불사를 이루었다는 전설적인 인물들(타고날 때부터 반은 신이었다던가, 연금술사에 성공했다거나 등등.)에게 보통 인간들이 보이는 반응은 질투이다. 이는 문학에서 일그러지고 불완전한 불사를 등장시키게 한다. 이는 신화나 민담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불사를 꿈꾸는 인간이 신에게 소원을 빌어 드디어 죽지 않게 되었는데 몸의 노화를 막아달라는 소원은 빌지 않아서 큰일나게 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그 중 하나이다. 문명이 더 발달하고 로봇이 발명됨으로서 인간은 다시 불사의 꿈을 가지게 되는데, 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프로그램도 사람의 인격을 프로그램화해서 실행시키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옛날이라면 컴퓨터의 전원을 뽑는다거나 프로그램을 삭제해버리면 끝이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1인당 컴퓨터 하나 핸드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고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상 정말로 프로그램상의 불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인터넷이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조차 공유기능으로 널리널리 퍼져서 도저히 혼자 힘으로 지우기 어려워, 업체를 불러서 지워야 하는 지경이라고 하니 전파를 타고 이리저리 옮겨가는 프로그램은 얼마나 삭제하기 힘들까.

 

 그러나 이 순간 점점 필요해지는 건 인간의 감성이다. 이전엔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양심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어떤 일의 목적을 정확히 설정하고 밀고 나가는 능력이 먹혔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을 버리고 프로그램화된 그 인격처럼 그렇게 해서는 기계와 대적할 수 없다. 아니, 기계를 따라잡으려는 목표치조차 달성할 수 없다. 이미 오래 전에 체스장인을 이긴 로봇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제 과학자들은 신경계를 건드리고 있으며 '마음을 가진 로봇'이 나오기를 꿈꾸는 상황이다.

 

 아키는 그런 상황에서도 로봇을 사랑하고 로봇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에 아키가 로봇부를 위해 예산을 만들겠다느니 도쿄박람회에 출연하겠다느니 날뛰었을 때는 미사키 언니가 자신을 평범한 인간이라고 얕보는 데에서 나오는 질투와 억하심정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서야 그녀가 제대로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니 문득 고도원의 강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는 '꿈 너머 꿈'을 꾸라고 강연했는데,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좋지만 그 목표를 이루려는 이유가 올바르지 않으면 모든 걸 망가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키는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 플래그를 깨고 레포트를 얻기 위해 헛짓거리하는 카이와도, 윤리적인 방법으로 적을 제압하지 못해 결국 적에게 복수당하고 꺾이는 미사키 언니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세계룰 구하는' 건배럴을 좋아했던 것이다. 건배럴 최종화를 보게 되었을 때 그녀가 보였던 좌절감과 허깨비 증상은 그녀가 차마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않은 그 꿈 너머 꿈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장애물들을 넘어섰고, 결국 타네가시마라는 '아주 작으면서도 아주 큰 섬'의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아마 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본 독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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