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정성껏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던가. 요즘은 묘하게도 자필 편지가 주로 뭔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의미로 변질하여 이용되고 있으나, 오래전 편지는, 그것도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는 누군가의 마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용도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작가들의 편지가 담긴 책들을 좋아한다. 죽은 이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들의 편지를 읽는 일은 역시 즐겁다. 작가의 편지는 나 같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다. 소설가, 시인, 극작가, 에세이스트 등 작가 94명의 편지가 담겼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 눈이 돌아간 것은 작가의 육필 편지가 그대로 스캔해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손 글씨를 직접 볼 수 있다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친구에게, 연인에게, 일과 관련한 동료에게 등등 편지 목적에 따라 모두 여덟 장으로 나뉘었다. 한쪽에는 해당 작가의 손 편지를 그대로(!) 스캔해서 올렸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활자화한 편지 내용과 그런 편지를 쓰게 된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작가들의 무명 시절 편지들이 실려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샬럿 브론테가 브뤼셀에 머물면서 남동생 브란웰에게 보낸 편지이다. <빌레트>의 배경이 된 벨기에 브뤼셀에서의 생활 모습이 짧게나마 적혀 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찌나 지리멸렬한지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 “나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아, 미움이란 건 너무 열렬한 감정일 거야. 이들은 스스로에게도 무감하고 아무도 흥분시키지 않아. [...] 인간관계에선 아주 가식적이야. 이들에게 우정은 낯설기 짝이 없는 바보짓이고 말이야.” 그런 중에도 흑고니 에제 씨는 이 법칙에서 유일하게 예외이지만(항상 침착하고 곰곰이 따지는 에제 부인은 예외라고 할 수 없어)”라고 말한 부분에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 얼마나 솔직한 편지인가! 이어 이제 에제 씨와 드물게 대화해.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서 에제 씨와 함께할 일이 거의 없거든.”이라는 글에서는 에제를 향한 브론테의 짝사랑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2부에서는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가 실려 있는데,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조르주 상드가 주고받은 편지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이 이토록 가까웠나 싶을 정도로 다정한 편지이다. 플로베르는 상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사심 없는 분노에 쉽게 빠지며, 당신이 이를 어여삐 여겨 주시기에 당신을 더욱더 사랑합니다. 함께 지내지 못해 무척 슬픕니다. 스승님. 당신을 알기 전부터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당신의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처음 본 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따뜻한 포옹을 보내며.” 플로베르가 이토록 애정을 담아 상드를 스승님하고 부르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거기에 상드는 이렇게 답을 보낸다. “조르주 상드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 남자는 베리 지방에서 기승을 부리는 환상적인 겨울을 즐기고, 화초를 채집하고, 식물의 흥미로운 변화를 기록하고, 며느리가 입을 원피스나 망토, 그리고 꼭두각시 옷을 만들고 무엇보다 경이로운 손녀 오로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현역에서 은퇴한 이 늙은 음유시인보다 가정생활을 더 평온하고 행복하게 즐기는 남자는 없지요.” 자기 자신을 남자라고 지칭하고, ‘며느리가 입을 원피스를 만든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그러고 나서 상드는 편지를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는 현존하는 가장 상이한 작업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 좋아하니까 괜찮아요. 우리가 같은 시간에 서로를 생각하는 이유는 반대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때로 우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동화됨으로써 우리 자신을 완성시키지요.” , 벗으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얼마나 삶이 충만하게 느껴질까.




플로베르가 상드에게 보낸 편지


 

쿨캣 님이 최근에 <5도살장>을 읽고 리뷰를 쓰셨는데, 그 리뷰를 보다가 커트 보니것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떠올라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커트 보니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194412월 독일이 최후의 대규모 반격을 펼친 벌지 전투에서 독일군 포로로 붙잡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 짧은 편지에서도 덤덤하지만 구타를 당했다나는 살아 있다가 거듭 반복된다. 마치 <5도살장>의 그 유명한 그렇게 가는 거지처럼. 전쟁이 끝나고 3주 뒤 커트 보니것은 프랑스 북서부 지역의 적십자 캠프에 있었는데, 반년 넘도록 소식이 끊겨 걱정하고 있을 가족에게 편지를 쓴다. 보니것은편지에서 최근 들은 바로는, 제가 행방불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족이 모를 것이라더군요. 그렇다면 설명할 일이 많네요.”라며 운을 떼고는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서술하고,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담담히 기록해 나간다. “214일에 미국 공군이, 뒤이어 영국 왕립 공군이 나타났어요. 이들의 합동 공습으로 24시간 만에 25만 명이 죽고,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드레스덴이 통째로 파괴됐어요. 저는 죽지 않았어요.” “나는 죽지 않았다는 말은 덤덤하기 짝이 없는데, 저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를 보노라면 눈시울이 시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커트 보니것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



4부에서는 연인에게 보낸 편지들이 실려 있는데, 기욤 아폴리네르의 편지는 단연코 후끈하다. E.M. 포스터가 자신의 은밀한 사랑에서 느낀 기쁨을 친구인 리턴 스트레이치에게 검열을 피해 암호처럼 전달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필립 라킨이 연인 모니카 존스에게 보낸 귀여운 편지도, 짝사랑 중인 아이리스 머독의 편지도 짧고 별 내용이 없는데도 그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니 손 편지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릴케마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에게 절절한 편지를 보내고 있으니, 이쯤하면 살로메 그녀는 정녕 얼마나 마성의 매력의 소유자인가 궁금해서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필립 라킨이 연인에게 보낸 편지




아이리스 머독이 레몽 크노에게 보낸 편지


 

5부에서 7부까지는 작가로서의 과 그에 따른 고뇌를 엿볼 수 있는 편지들이 수록되었다. 발터 벤야민은 히틀러가 총리로 임명된 후 생계수단이 송두리째 사라질 것같아 다음 몇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시름에 빠져 있다고 털어놓고, 발자크는 병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 탓에 돈이 궁해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한편 토머스 하디는 자신의 작품 <테스>를 혹평한 비평가를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한다. “이 작자가 누구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 이자와 악수를 나누고 싶군요.” 등등. 최근 읽은 <케이크와 맥주>의 토머스 하디를 모델로 했다는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모습이 떠올라 더 웃음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편지들을 훔쳐보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다가 마지막 8부에 이르러 나는 쿵, 마음이 내려앉는 듯했다. 8부는 작가들의 작별인사가 실려 있는데, 죽음을 앞두고 가까운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들의 편지에는 기어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랭보는 오른쪽 무릎 윤활막염으로 다리 절단술을 받았다. 절단한 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애써 주문 제작한 의족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을 결혼도 안녕, 가족도 안녕, 미래도 안녕! 내 인생은 끝났어.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 그루터기에 지나지 않아.” 말한다. 이 처절한 편지에 누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그러나 랭보의 이 편지보다도 여러분 모두에게보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서는 한동안 그 페이지에서 멈춰 다음 장을 넘길 수 없게 한다. 츠바이크의 유서는 전에 다른 곳에서 읽기는 했으나, 이번에 다시 보니 또 울컥한다. 아무래도 그의 손 글씨와 나란히 보아서 그런 것일까.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가 보낸 이 세상 마지막 편지

 


여러분 모두에게

나의 죽음에 대해서 누구도 탓하지 말고, 수군거리지도 마십시오. 죽은 사람은 뒷말을 싫어한답니다.

어머니, 누나, 동무, 저를 용서하십시오.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다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릴리, 나를 사랑해줘요.

정부 동무, 제 가족은 릴리 브릭, 어머니, 누이동생, 그리고 베로니카 폴론스카야입니다.

가능하다면 이들이 괜찮은 삶을 살게 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사랑의 배가/ 일상에 부딪혀 좌초했구나/ 나는 인생에 빚진 게 없으며/ 서로에게 안긴 상처와/ 피해와/ 모욕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구나.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

                  -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작가의 편지>, 203)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서


유서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의무를 다해야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나라 브라질에서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 날을 거듭할수록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쓰는 언어의 세계가 내게서 붕괴되고 내 정신적 고향인 유럽이 자멸한 이후에 내 인생을 완전히 새로 재건하기 위해 브라질이 아닌 다른 곳은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60세가 지나서 모든 일을 새로 시작하는 데는 엄청난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향 없이 떠돌며 여러 해를 보내느라 내 힘은 바닥났습니다. 그러므로 정신적인 작업을 가장 순수한 기쁨으로 여겼으며 개인의 자유를 지상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던 사람으로서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태도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 모든 친구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친구들은 이 길고 어두운 밤 뒤에 떠오르는 여명을 보기를 바랍니다! 성급한 나는 친구들보다 먼저 떠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작가의 편지>, 213)

 

 

 

여기서 퀴즈. 다음 편지들은 누구의 편지일까요?

 

난이도 1

 


힌트: 느끼는 대로 바로 떠올린 그 이름이 맞소이다! 쉽지 않아요?

 

난이도 2

  


힌트: 아버지

 

난이도 3

 



힌트: 잠자냥이 평소 좋아하지 않는 작가로 이 편지를 보고 잠자냥은 쳇 글씨도 잘난체 한바가지네.”했다는.

 

정답을 다 맞힌 분께는(동점자가 있을 경우 댓글 빠른 순서대로) 잠자냥 증정 선물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정답은 비밀 댓글로 제출!




*정답 (마우스를 긁어보세요) - 뭐여 북플에선 그냥 다 보이네요;;


1. 헤르만 헤세 

2. 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로 '왜 제가 아버지를 무서워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쓰고 있습니다)

3. 괴테 (이건 평소 제 페이퍼 및 리뷰를 잘 보신 분들은 쉬웠을 겁니다요. 편지 끝머리에 'g'라는 서명도 보이네요)



아무튼, 정답자는 두 분 나왔습니다. 1등 vita 님, 뒤늦게 달았지만 무려 한 번에! 정답을 써낸 뒤메질 천재 다락방 님 두 분께 선물을 증정했습니다. 피곤한 월요일부터 저에게 큰 웃음을 주신 여러분들게 모두 선물을 드리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점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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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집구석들을 집구석에서 읽을것이다.
    from 마지막 키스 2021-12-07 11:00 
    최근 3주간 정기구독한 시사인이 배송되지 않아 지난주에 연락을 했고 그렇게 어제 최근 3주분의 세 권을 배송받았다. 이렇게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요청하는 일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되게 하기 싫은 일이라 그래서 3주..간 밀리게 된것 같다. 바로 전화해 요청했다면 바로 한주분의 시사인이 왔을텐데.. 밀린 시사인을 대충 넘겨보면서(나는 항상 뒷장부터 넘긴다), 그리고 흥미로운 기사들만 읽어보면서, 아 나도 비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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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06 12:17   좋아요 1 | URL
저는 맞힌 선물로 아이패드 받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06 12:23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저 천원씩 모아야 하는 건가효?ㅋ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상에. 알라딘 편집자 퀴즈보다 백배 어려움요. 도전 엄두조차 안 나는데. 비밀댓글이 수두룩. 존경스러운 플친들. ㅋ 지는 츠바이크 유서 보자마자 <나는 고백한다>에서 아드리아 아버지가 한 대답이 떠올랐어요. 아들아, 작가란다, 라고 말하지 않고 브라질서 자살한 남자라고 했던.^^;;
그나저나 이 책은 탐이 나고, 저 퀴즈 정답보다 자냥님이 잘난체 한바가지라며 좋아하지 않는다는. 글씨체 반듯하신 작가님 무지 궁금. 대체 누구시길래 ㅋㅇㅋ

수이 2021-12-06 12:10   좋아요 2 | URL
알려드리고 싶다 하지만 저녁때 잠자냥님이 공개하신다고 했으니까_ 근데 제가 맞추지 않고 틀렸다면?! 퍼뜩 그런 생각이;;;;

잠자냥 2021-12-06 12:16   좋아요 2 | URL
ㅎㅎㅎ 비밀댓글 중에 지렁이 옆구리 이단 옆차기하는 댓글도 많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현재 정답자는 나왔고요. 저 퇴근 전에 정답 알려드리겠습니다. ㅋㅋ

다락방 2021-12-06 12:18   좋아요 2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렁이 옆구리 이단 옆차기 댓글인데 지금 저도 제가 정답이라고 알고 아이패드 사달라고 하고 있는걸까요? 껄껄.

잠자냥 2021-12-06 12:19   좋아요 0 | URL
푸하하 다부장, 아이패드 같은 소리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06 12:20   좋아요 0 | URL
우리 이제 아이패드 정도는 나눌 사이 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2-06 12:31   좋아요 1 | URL
책읽기님!
저도 그 구절보며 좀 웃펐어요~~
정답을 제출하지 못해 시무룩했는데 요즘 읽은 책이 언급되어 또 신나서 댓글 달았어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2:26   좋아요 2 | URL
푸하하. 지렁이 옆구리 이단 옆차가 댓글들도 무지무지 궁금합니다. 이것들도 죄다 공개해주십시오!!! 제발!!! 🙏🙏🙏

수이 2021-12-06 12:32   좋아요 0 | URL
공개하는 거 반대요!!!!!!!! 지렁이 옆구리 이단 차는 댓글을 쓴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돼!!!! 결사 반대!!!!!!

잠자냥 2021-12-06 12: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비타 님 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12-06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6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1-12-06 16: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답 및 상품 수상자를 페이퍼 맨 마지막에 덧붙였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았어요.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2-06 18:09   좋아요 1 | URL
지렁이 옆구리 삼단 옆차기에 빛나는 제가… 가장 애쓴고 맘닳았던 제가..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내년을 기약해보죠. 더 쉬운 퀴즈로 다시 돌아오세요!
멋쟁이 잠자냥님!!!

수이 2021-12-06 18:14   좋아요 1 | URL
지렁이 옆구리 옆차기 댓글에 가장 혁혁한 공로를 세운 제 댓글을 공개하셔도 마음 편히 웃도록 하겠습니다! 움하하하하하하하 생일선물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게요 잠자냥님 뒤메질 천재님과 같이 받아서 더 좋아요!!!

단발머리 2021-12-06 18:21   좋아요 1 | URL
저는 수상의 영광이 없어서 비타님 보다 혁신적인 제 댓글은 공개하시면 앙 돼요!!!!!!!!!

페넬로페 2021-12-06 18:24   좋아요 1 | URL
음하하하~~
저도 지렁이 옆구리 삼단 옆차기 신나게 했어요~~
덕분에 재미 있었어요^^

케이 2021-12-06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님. 하루 여섯 번씩 쌍둥이들 이유식 먹이며 병들어가는 케이예요. ㅋㅋ ㅜ 예전부터 슈테판 츠바이크와 브라질은 너무너무너무 진짜 이보다 더 안 어울릴 순 없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작가 본인은 의외로 브라질을 좋아했군요. 작가들 친필을 보니 또 새롭네요. 토끼 그림도 귀엽고요. 추운 겨울도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1-12-06 20:59   좋아요 2 | URL
병들어 가고 있단 말씀이 정말 절절하게 와닿아요! ㅎㅎ 그래도 아기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죠? 제 동생들 보니까 돌만 좀 더 지나면 조금 덜 힘들어지는 것 같더군요. ㅎㅎ 케이 님도 어서 그날이 오길! 츠바이크는 브라질의 그 자유로움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1-12-06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밀댓글
(너무 늦게 봤네요? 아깝군요!!
정답을 맞출 수도 있었는데..<정말??>
담번에 또 퀴즈 내시면 꼬옥 맞추고 싶으니까 난이도 좀 많이 많이 내려 주세요^^)

잠자냥 2021-12-06 22:58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그러게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면 더 재미났겠죠? ㅎㅎ

독서괭 2021-12-06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앗 다락방님 찍었는데 다 맞추셨단 말예요? vita님도 대단..!! 이 페이퍼를 저는 지금 봐가지고 못 맞혔네요?(히히) 손글씨들이 참 멋져요.

잠자냥 2021-12-06 23:55   좋아요 1 | URL
괭 님 기다렸는데, 오늘 따라 늦게 나타난 안타까운 분! ㅎㅎ

공쟝쟝 2021-12-07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_ㅜ 미쳤다........ 나 이거 이제봤는데.. (아마 천재들의 파티파티 때문에 못맞췄겠지만) 그래도 2번이 카프카인 건 알았어요. 왜냐면 나는 이 책을 읽다 말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였나? 아무튼 ... ㅜㅜ 월요일 아침마다 긴장하고 있어야겠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놓친 제가 한심하네요.. .(하지만 저는 오늘 부텨 내일까지 휴식ㅋㅋㅋㅋㅋㅋ) 크하하하하하하하!!

독서괭 2021-12-07 14:29   좋아요 1 | URL
휴식이라면, 새 영상 올라오나요??ㅎㅎ

잠자냥 2021-12-07 14: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괭님 댓글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쟝쟝, 이 책 읽다 말았으면 가장 정답 잘 맞혔을 사람 아닌가!!

공쟝쟝 2021-12-07 15:09   좋아요 1 | URL
괭님// 일단 알라딘에서 좀 놀자 ㅋㅋㅋㅋㅋㅋ 아 고향에 온듯 행복함 ㅋㅋㅋ

건수하 2021-12-07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이런 퀴즈 맞추는 거 넘 좋아하는데,
4일부터 어제까지 넘 바빠서 여유가 없었어요 ㅠㅠ
(1번부터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1번 답은 나와있었다니;;;)

하지만 어차피 천재들에게는 당할 수 없었을듯 ㅎㅎㅎ
재미있는 이벤트였습니다! 카프카 정말 악필이네요.

잠자냥 2021-12-07 14:37   좋아요 0 | URL
아아아. 제가 월욜 아침부터 너무 재미난 이벤트를 해버렸군요.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을 때를 노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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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블렌드 하프카프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와우, ‘하프카프’ 이름이 독특하다 싶었더니, 카페인을 절반을 줄인 상품이라니! 일단 그 발상에 놀라고, 늦은 오후 한 잔 내리면서 그 맛에 또 놀란다. 달콤한 초콜릿을 먹는 듯한 기분. 진하고 고소하고 가볍지 않은 묵직함까지. 꽤 괜찮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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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05 16: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인 절반이라니, 깜짝 놀라 구입했는데 아직 마셔보진 않았어요. 내일 출근하면 마셔볼 참입니다. 으앗 기대돼요!! 😆

잠자냥 2021-12-06 00:02   좋아요 0 | URL
ㅎㅎ 오늘 출근해서 월요일 우울함을 날리는 한 잔이 되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1-12-0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거 보고 살걸... (다른거 샀는데...)

잠자냥 2021-12-07 14:34   좋아요 0 | URL
좀만 늦게 사지.....
 
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나오는 여러 형태의 사랑에 마음히 흔들린다. 독특한 (어쩌면 동화 같은) 하나의 사랑 이야기로 읽어도 좋은데, 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여성의 공통점(자기 욕망을 충실히 따랐기에 주변의 이해를 받을 수 없어 철저히 고독에 잠긴 삶)을 통해 억압받은 여성의 삶도 폭로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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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울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 알마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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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그이의 작품을 나오는 족족 호기롭게 잘도 샀다. <사탄 탱고>, <저항의 멜랑콜리>에 이어 <라스트 울프>까지. <사탄 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둘 다 3분의 2쯤 접어들었을 때 일단 포기. 나가떨어졌다. 쉽지 않다. 그러던 중에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라슬로의 중편 두 작품이 실린 <라스트 울프>가 나왔으니, 반가운 마음에 이 책부터 읽었다. 일단 다 읽기는 했다. 그런데 책을 내려놓으면서, 아니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것도 쉽지 않네.’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아리송하하다.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싶은데, 그러다가도 생각한다. 에라, 문학에 제대로 읽고 아닌 게 어디 있어,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감상하면 그만인 것을. 그런데도 궁금하다. 작가에게 묻고 싶다. “이보시오, 라슬로 양반, 당신 이거 어떤 의미로 썼소?” 표제작인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작품이 실려 있는데, <헤르먼>은 ‘사냥터 관리인(첫 번째 판)’과 ‘기교의 죽음(두 번째 판)’으로 나뉜다. 한 사건을 두 개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데, 그 관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이렇게 달라 보이구나 감탄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모두 사냥꾼과 사냥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군맹무상(群盲撫象), 눈먼 사람이 코끼리 만지듯 그 뜻을 파악하느라 더듬더듬 읽었지만, 그럼에도 강렬하다는 인상만큼은 지울 길이 없다.

<헤르먼>의 사냥터 관리인 ‘헤르먼’은 덫을 놓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다. 숲에는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동물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위험한 동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중 정부에서는 솜씨 좋은 사냥꾼들에게 사냥을 권하게 된다. 장인의 솜씨를 지닌 헤르먼은 냉큼 이 일을 받아들이고 숲속의 야생 포식자들 퇴치에 전념을 다한다. 곧 숲은 그가 새롭게 빚어낸 질서 체제대로 잘 흘러가는 것 같다. 정부에서도 그를 기리고자 포상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헤르먼은 이런 의문에 휩싸인다. 유해한 동물과 이로운 동물은 누가 나누는 것인가? 이 거대한 숲속 동물들을 그 기준으로 나눠 죽이고 살리는 것 자체가 인간의 오만은 아닌가. 그는 한술 더 떠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제 삶이 이제까지 ‘아주 깊디깊은 무지 속에 푹 잠겨, 쥐락펴락 남들 휘두르는 대로 마냥 복종하고’ 살아온 것 같다. ‘신성한 섭리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고, 그렇게 세상이 해로운 세상과 유익한 세상으로 나뉜다고 굳게 믿으며’(95쪽) 참 순진하게도 살아왔구나, 깨닫는다.

그는 더 나아가 실제로 이 ‘양쪽 카테고리가 다 똑같이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참학(慘虐)에서 기원한 것을, 둘 다 깊은 곳에 지옥의 빛이 도사린 것’을 ‘인간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 평화도 아니고’, ‘심장이 내리는 진정한 분부’도 아님을 깨닫는다. ‘그 모든 것은 그저 핏빛 혼돈에 뒤엉킨 대중’을 가리는 투명한 막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자 묘한 반발심이 인다. 인간의 법을 충실히 지키고자 자연 세계를 인위적으로 재배열하는 일에 앞장섰던 그는 이런 깨달음과 함께 이제껏 노예처럼 맹목적으로 인간의 법칙을 따랐던 자기에 강렬하게 반발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계산을 넘는 더 높은 법칙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영원히 혼자 남을 수밖에 없는 경계’를 넘어버리고 만다. 유해한 포식 동물을 측은히 여기는 사냥터 관리인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고, 그 고립을 완성하고자 생각지 못한 방법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사냥감을 쫓던 사냥꾼에서 또 다른 사냥꾼(다른 인간들, 인간이 만든 사회와 법 체계 등)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스스로 사냥감이 되어 숲에서 고독히 은신하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이전의 사냥꾼 시절보다 해방된 느낌을 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헤르먼의 이 반란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표제작인 <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사이에는 인간과 동물, 자연과 인간 사회, 문명과 반 문명, 사냥꾼과 사냥감의 대립 등의 유사성이 있다. <라스트 울프>보다 <헤르먼>을 먼저 소개한 까닭은 사냥꾼 ‘헤르먼’이 <라스트 울프>의 마지막 늑대, 잡히지 않은 그 늑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라스트 울프>는 한 늙은 철학자가 술집에서 푸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때 교수님이라 불리던 그는 이제 하릴없이 아침부터 베를린의 한 싸구려 술집에 앉아서 딱히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헝가리 바텐더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이 작품은 이 남자의 길고 긴 넋두리가 마침표 없이 쉼표로 죽 이어지다가 맨 끝에 가서야 드디어 마침표를 맺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을 조롱하듯 내뱉는 그 넋두리의 주된 내용은 그가 한 재단으로부터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로 초청받고 그곳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그는 초청을 받았을 때부터 정말 자기를 부른 게 맞나 두려워할 정도로 의아해하는데, 그만큼 자신의 현재 처지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 재단은 그를 교수님이라 깍듯이 부르면서 무엇이라도 좋으니 ‘이 한때 역사적인 황무지, 수 세기 동안 견뎌온 인간 궁핍의 보금자리’가 새 출발하는 ‘엑스트레마두라의 개화기’에 관해 무엇이라도 좋으니 글을 써주기만 한다면 스페인의 체류와 두둑한 원고료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과연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고민하는 끝에 마침내 스페인으로 건너가고,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는 스스로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동안 그 고장에 대해서 어떤 것도 쓸 수 없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고 ‘사기를 당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지막 늑대 이야기를 접하고는 그 늑대에 관한 기록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도 그렇지만 이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있던 바텐더도 ‘늑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큼은 관심을 보인다. 늑대들로부터 위협을 받던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늑대 소탕 작전을 벌이고, 이제 한두 마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늑대는 사살되었다. 그런데 이 마지막 늑대를 쫓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이 마지막 늑대는 잡혔을까 아닐까?

책을 읽다 보면 <헤르먼>의 ‘헤르먼’도 <라스트 울프>의 마지막 늑대도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 두 작품의 동물을 쫓던 사냥꾼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쫓는 동물을 닮아가고 제 스스로 동물과 자신 사이, 자연과 문명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무엇보다도 이 ‘마지막 늑대’는 인간에게는 어쩌면 이 황무지 같은 세상을 버티고 살아가게끔 하는 희망 또는 이토록 덧없는 삶을 살도록 부추기는 열정과도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낙오자처럼 느끼고 살아가던 철학자가 늑대 이야기를 듣고 한 가닥 열정의 불꽃을 일으키는 점, 마지막 늑대를 제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내내 쓰고 또 쓰고 뭔가를 쓴다는 행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은 더 굳어진다. ‘생각 없는 삶’ 가운데서도 그는 그 늑대로 말미암아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되었지 않은가.


비록 엑스트레마마두라에 가느라 잠시 떠났던 데로 그가 돌아오긴 했어도 그에게 남은 것은 생각 없는 삶이다, 다른 말로 슈파쉬바인의 죽음처럼 메마른 황무지, 이런 춥고, 텅 비고 허허로운 광장, 그리고 그가 요청받은 대로 일을 해주고 일금 얼마얼마 유로를 벌지 못하긴 했어도, 대신에 엑스트레마두라를 그 자신의 춥고 텅 비고 허허로운 가슴에 담아두고서, 그 이후로 늘 그 끝을 만지작거리며, 바로 여기서, 매일매일 그는 머릿속에 호세 미구엘 이야기의 끝을 쓰고 또다시 쓰고 있다고.(《라스트 울프》,77쪽)


늑대의 출현에 사람들은 당연히 두려움에 떤다. 그런데 늑대를 직접 눈앞에서 봤기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늑대가 거기 있을 때 가장 절실히 두려운 게 아니라, 아직 도달하기 전의 시간이 두렵다”고. “늑대들이 내려와 도착할 조용한 사잇길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두렵다고. 이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어쩌면 인간을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 마지막 늑대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쫓을 대상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허무를 견딜 수 없기에, 그렇지 않아도 삶은 허무하기 짝이 없어서 무언가 쫓을 대상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만든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자연으로 돌아가 영원히 자연과 하나 되기를 꿈꾸는 사냥꾼 헤르먼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것을 찾아 끝없이 열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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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12-03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사탄 탱고> 책 디자인, 제목, 폴스타프님 별 다섯 보고 사 둔 책인데 잠자냥님이 나가떨어졌다니 ...어렵군요.
심지어 작가 이름도 어려워요.🤨
그래도 2/3 읽으셨으면 마저 읽으셔요. 아까워요.

잠자냥 2021-12-03 13:08   좋아요 4 | URL
내용보다도 문장이... 하하하하하하. 제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던 거 같은데요, 이거 읽었으닏 다시 도전할 생각이 듭니다요.

독서괭 2021-12-03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어렵다고 하시니 안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내용을 보니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표가 끝에 하나 있다구요?😐음….. 왜 어렵다 하셨는지 알 것 같….

잠자냥 2021-12-03 14:08   좋아요 4 | URL
이 작가 작품이 대체로 문장이 아주 길어요. ㅋㅋㅋㅋ 쉼표, 쉼표로 이어짐. 그런데 <라스트 울프는> 단 한 문장으로 이뤄진 작품. ㅋㅋㅋㅋㅋ 문장 따라가다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앞으로 올 때 많아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1-12-07 12:42   좋아요 2 | URL
이런 문체라면 제가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지금 제가 잠자냥의 요구에 힘입어 천자만자 평이 아니라 100자 평을 위해 트위터를 켜가면서 고심하며 애를 쓰고 있긴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긴 했지만서도 역시 저는 천자만자 투머치 토커 투머치 인포메이션 투머치투머치 한 사람으로서 점하나를 딱찍어버리면 그 글이 끝나는 것이 아쉽기도 하거니와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쓰고 있지만 그걸 왜 이렇게까지 쓰느냐 역시 점을 딱 찍는 법을 몰랐던 걸까.

독서괭 2021-12-07 14: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쟝쟝님은 길어도 재밌으니까 괜찮아요!!

잠자냥 2021-12-07 14: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쟝쟝은 길어도 긴 줄 모르는 재미. 그래도 쟝쟝 점 찍는 법을 배워보아요. ㅋㅋㅋ

Falstaff 2021-12-03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쿨캣님의 엄살에도 불구하고, 일단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딱 제 취향입니다. 기가 막히다니까요.
<라스트 울프>의 늑대도 꼭 진짜 늑대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언덕 위 성에 사는 인물일 수도, 갑자기 들이닥쳐 요제프 K를 잡아갈 요원일 수도 있고, 새벽같이 들이닥칠 빚쟁이일 수도, 저 광야 멀리 이젠 무너져 없는 종탑에서 들리는 종소리일 수도? ㅋㅋㅋㅋ

잠자냥 2021-12-03 14:09   좋아요 3 | URL
네, 저는 그 늑대를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Falstaff 2021-12-03 14:16   좋아요 3 | URL
윽, 고도요? 와와..... 백점 만점에 120점!! 역시 잠자냥님!!! ㅋㅋㅋ

mini74 2021-12-03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어렵고 내용도 어렵고 그런데 다들 좋다 좋다하시니 ㅎㅎㅎ 귀가 팔렁팔랑 합니다 ~

잠자냥 2021-12-03 17:00   좋아요 2 | URL
팔랑귀 한번 열어보세요~ ㅎㅎㅎㅎㅎ

2021-12-0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12-05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책은 질렀습니다.

근데 읽을 책들이 많아서
일단 뒤로 밀리게 되었네요.
빨랑 닐거 보겠습니다.

잠자냥 2021-12-05 11:47   좋아요 2 | URL
네~ 매냐 님은 어찌 읽으실지 기대해보겠습니다!

FLAKSUIT 2021-12-19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을 보고 읽어보니 짧지만 강렬합니다.

잠자냥 2021-12-19 12:23   좋아요 0 | URL
즐겁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FLAKSUIT 2021-12-1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2021-12-19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1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FLAKSUIT 2021-12-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 대부분 문학사상사판으로 읽으시나봐요.답변감사합니다.밀어두고 밀어둔 책인데 이제 읽으려고요

잠자냥 2021-12-19 22:35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수정을 해서 달았습니다. 아무튼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FLAKSUIT 2021-12-1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라스트 울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 알마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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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마지막 늑대, 그리고 늑대를 잡으려다 늑대가 되고만 사나이(<헤르만>) 이야기. 이렇게 소개하니 참 평범하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이야기를 전혀 색다르게 표현하는 라슬로의 강렬한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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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1-30 0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자냥오별이닷!! 작가 이름 왜이리 어려워요??;;

Falstaff 2021-11-30 08:59   좋아요 3 | URL
이 책은 중단편 두 작품이거든요.
장편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도 무척 좋답니다. 카프카 좋아하시면 필독! ㅋㅋㅋㅋ
헝가리 사람들은 우리처럼 성+이름이거든요. (성: 크러스너호르커이, 이름: 라슬로)

잠자냥 2021-11-30 09:45   좋아요 4 | URL
괭님, 저도 정말 이 사람 이름 외우기 어렵더라고요. 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카프카식 작품 좋아하는 분은 반할 거예요~

독서괭 2021-11-30 11:11   좋아요 2 | URL
아~ 폴님 페이퍼에서 본 기억이 나요. 그 작가군요! 헝가리는 우리처럼 성이 앞에 오다니 새로운 지식 습득 ㅎㅎ

다락방 2021-12-01 10:25   좋아요 0 | URL
저는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외웠어요. 정작 작가의 책 제목이 생각이 안나서 헤매지만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11-30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크러스너호르커이, 딱 이 이름 나오면 사고 봅니다.
이 두 작품은 사실 2~3년 전에 읽었는데, 책으로 나와 저도 냉큼 샀습니다.
근데 책값을 좀 높게 잡았어요. 흠....

잠자냥 2021-11-30 09:46   좋아요 3 | URL
우아, 읽으셨구나. 저는 이제 읽다 만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값이 높긴한데... 그냥 이 사람 작품 번역한 값이라고 생각하기로;;;

레삭매냐 2021-11-30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탄 탱고부터 닐거야 하는데...

잠자냥 2021-11-30 22:10   좋아요 1 | URL
전 그냥 이거부터 닐겄습니다.

다락방 2021-12-01 0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읽으셨나요?
그냥.. 여쭤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잠자냥 님은 안읽으셨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나서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01 09:5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안 읽었습니다! ㅋㅋㅋ 다 아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01 09: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왜 다 아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2-01 10:07   좋아요 0 | URL
잠자냥은 그만큼 알기 쉬운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