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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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도 양파도 아닌 결국에는 사랑, 그리고 신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 사람들은 세라와 같은 맹세를 해도 어느 순간 그때의 간절함을 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고 살아간다. 세라의 선택 때문에 답답해지는데, 그레이엄 그린은 이렇게 믿음과 세속적 욕망 사이에 고뇌하는 인간을 탁월하게 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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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12-28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할 거 같은데요 음 🤭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가끔 현자의 시간이 찾아온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한 상태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내가 깔끔함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녀석들이 방바닥에 흘린 똥이나 구토를 치우고 닦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게 된다. “으이그, 이놈들아 내가 돌봄 노동이 싫어서 결혼도 안 했는데 애를 셋이나 키우고 있어! 똥 덩어리 자꾸 흘릴 거면 기저귀 채운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지만 녀석들은 자기도 모르게 똥을 달고 나와 바닥에 흘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악명의 똥스키(집사들은 알리라)를 타기도 한다. 고양이도 개도, 영원히 자라지 않는 세 살 정도의 어린이와 같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정말 공감 간다.

그런데, 결혼도 안 한 내가 아이 셋과 사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침내 시아버지까지 모시게 될 줄이야.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우리 둘째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뭔가 나에게 기분이 상했거나, 삐쳤거나, 몸이 안 좋아서 나를 멀리하고 집안 구석탱이(주로 커튼 뒤)에서 혼자만의 은둔 시간을 보낸 것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예: 홉스 집사 공쟝쟝). 사실 그때 녀석이 뭔가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답답해서 병원을 데려갈까 싶기도 했는데, 고양이 집사라면 녀석들이 병원 가기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또 다들 잘 아실 것이다. 우리 둘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녀석은 우리 집 냥이들 중 보기와 달리 몸이 가장 약해서 셋 중 병원을 가장 자주 들락거렸다. 올봄만 하더라도 장염&췌장염&HCM(고양이 심장병) 의심 증세로 5일 가까이 입원했더랬다(그 봄, 나의 지갑은 텅텅.... 그날 이후 둘째의 별명은 ‘돈데렐라’). 그 이후로도 HCM증상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심장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를 했는데 이게 또 갈 때마다 검진비용만 20만원을 훌쩍 넘는다(어디에도 보험료 청구할 수 없는 우리의 돈데렐라~).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지난 9월에 최종적으로 녀석의 심장은 정상이라는 판단을 받고 날 듯이 기뻤지만 문제는 둘째 녀석의 병원 스트레스.

고양이는 엄청 예민하고 똑똑해서 뭔가 병원 갈 낌새가 조그만 보여도 어딘가 숨어서 나오지를 않는다. 독심술이라도 하는지 쟤, 병원 좀 데려가 볼까? 생각만 했는데도 애가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둘째가 추측하기에 자신이 올봄에 병원을 가게 된 것은 구토(밤새 구토했음)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녀석은 자기가 구토만 하면 세상 다 잃어버린 표정으로 구석으로 도망가서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녀석에게는 ‘구토=병원(입원)’인 것 같다. 지난 9월에 마지막으로 병원을 다녀오고, 10월쯤 구토를 한 번 거하게 했는데, 애가 그때부터 겁을 먹고는 나를 피하고 구석에만 짱 박혀 있던 것 같다. 병원 가기는 싫고 뭔가 자기 몸은 안 좋은 것 같고 등등. 첫째나 셋째는 구토를 해도 집사야 치워라~하고 냅다 도망 가버리고 본인들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나도 심드렁하게 치우고 말기는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둘째의 구토는 나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10월부터는 녀석이 구토를 하는 횟수와 시간 등등을 일일이 적어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놈은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보다 췌장이나 장이 약한 게 아닐까, 한 번 아프고 싹 낫는 게 아니라 계속 관리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검색을 통해 소화를 돕는다는 보조제(소화효소제)와 다른 영양제들을 이것저것 사서는(역시 돈데렐라~)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먹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녀석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유산균이나 가끔 먹이고 말았는데, 애들이 나이도 들고 그러니까(8세, 8세, 6세) 아무래도 관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매일 약을 제조하는데 기본은 고양이 유산균+소화효소제+플루멕스 3종이고, 여기에 다른 영양제 2개 정도를 더 섞는다. 우리 둘째는 플루멕스(집사들은 알쥬?)를 잘 먹는 편이라 다른 영양제를 섞어도 아주 크게 거부감 없이 먹일 수 있었는데.... 첫째는 극악하게 싫어해서 도망 다니기 바쁘고 말 잘 듣고 순한 셋째는 약을 코앞에 내밀면 먹는 척 허공을 연신 핥다가 요즘은 그래도 싹싹 다 먹기는 한다. 아무튼 다시 둘째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렇게 한 달 넘게 먹였더니 이 녀석, 정말 웃긴 게 고양이들의 마약 간식인 츄르보다 영양제를 더 좋아한다(우리 둘째는 츄르를 안 먹는다!!!). 그런데 너무 어처구니없게도, 녀석은 이 영양제를 먹고 자기 몸이 좋아졌다고 깨달았는지 요즘은 약 내놓으라고 호통을 친다는 것이다. 보통 나는 밤 10시쯤 영양제를 제조해서 먹이는데, 혹시라도 그 시간에서 조금만 늦어지면 녀석은 날 졸졸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한다. 마치 이러는 것 같다. “애미야, 너 오늘 뭐 잊은 거 없냐? 너 그 영양제 말이다. 냉큼 대령하지 못하겠니?” 이 녀석 생활 패턴은 저녁 먹고, 욕실에서 털 그루밍(내가 해줘야함), 그 후 영양제 섭취 3단계인데, 이 3단계 중 어느 하나라도 빼먹으면 큰 호통이 날아온다. 진짜..... 시아버지 같은 놈. -_-;;

영양제 먹고 기운이 얼마나 넘치는지 요즘 너무 캐발랄해져서 6키로가 넘는 거구의 몸으로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닌다. 야! 새벽에는 안 돼! 그런데다가 얼마 전 어쩌다 보니 바깥의 길냥이(암컷)를 안아서 옮겨야 할 일이 있어서 옮긴 후, 집에 돌아와 옷을 걸어뒀는데, 우리 냥이들 세 마리가 다 눈이 동그래져서는 코를 킁킁, 그 옷을 탐색하는 게 아닌가. 근데 우리집 시아버지 둘째, 이분 어째요. 이 녀석은 평소 겁이 많아서 높은 장소에 잘 올라가지 않는다(고양이 맞음?) 묘생 8년차인데, 여지껏 캣타워도 맨 아랫단 위로는 올라간 적이 없고, 가장 높이 올라가는 게 내 책상 위이다(책상은 널찍하니 떨어질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 그런데 이 녀석이 그날은 어머나?! 걸어둔 옷 냄새를 맡으려고 무려 장롱 위에 올라가 있는 게 아닌가! 오오, 위대한 로맨스여! 그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버님, 영양제 드시더니 기운이 불끈 나십니까? 그런데 아버님, 아버님도 그 바깥 처자도 서로 아무것도 할 수 없.......;;; 아무튼 이 녀석 건강해져서 좋긴 하다.....만 무슨 야옹이가 츄르보다 영양제를 더 좋아해?!





시애비 주특기 - 영양제 다 드시고 내 자리 차지하고 쿨쿨 주무시기




"저기요 아버님, 거기 제자리인데요. 좀 비키세요.....;" (못들은척)




며칠 전 서울에 눈 많이 온 날........... 나 이러고 혼자 놀이 달인 INTJ




너무 뚱냥이라 몸을 좀 더 깎아보려했으나... 급 허리 아파서 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귀는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능! ㅋㅋㅋㅋㅋㅋ





몇 년 전 사줬던 크리스마스 특집....집...... 헨젤과 그레텔처럼 다 뜯어먹었다능!!!




편들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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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2-24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메리 크리스마스. 눈냥이를 이렇게나 예쁜게 만드시다니요. 냥이 사랑이 제 자식 사랑을 뛰어넘는다냥^^ 암튼 해피 성탄 해피 연말~~~^^

잠자냥 2021-12-24 12:14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다음 날 뚱눈냥이 사라져서 슬펐습니다. ㅎㅎㅎ 책읽기님도 성탄절 즐겁게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1-12-24 1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인티제 잠자냥님의 눈고양이님은 얼굴 대 몸매 비율이 1:9 모델 포스입니다. 늘 행복하시고, 지금처럼 좋은 글로 저희 알라디너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 주시기를. 항상 감사드립니다

잠자냥 2021-12-24 12:18   좋아요 5 | URL
1:9 포스에서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다음에 눈 내린 날에는 좀 더 비율을 맞춰서 만들어보겠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과분한 칭찬 말씀 감사합니다~ 북사랑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새파랑 2021-12-24 1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눈고양이(?) 만드시는 재주는 없는걸로 ^^
고양이 키우는 것도 엄청 힘든 일이군요. 그래도 시애비고양이가 회복해서 다행입니다~!!

잠자냥 2021-12-24 12:32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역시 새파랑님의 돌직구 직언! ㅋㅋㅋㅋㅋ
시애비고양잌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24 14:30   좋아요 3 | URL
아 새파랑님 댓글에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눈고양이 만드는 재주가 없긴 없는 것 같아요. =3=3=3=3=3

잠자냥 2021-12-24 14:42   좋아요 2 | URL
흥 다부장님도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다음에 또 눈 오면 한번 만들어봐요! 쳇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12-24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 너무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둘째가 이상행동을 보인건 제가 봐도 병원가기 싫어서 그런거 같습니다.똘똘하네요.
근데 참 결혼도 안하셨는데 시아버지를 모시게 됐으니...참...😶
자리 차지하고 자는 모습이 보통 시아버지가 아니에요 ㅋㅋ

잠자냥 2021-12-24 12:59   좋아요 2 | URL
며칠 전에 한 번 급토(급하게 먹고 토함)를 했는데, 이젠 병원 안 간다는 걸 알았는지. 입 한번 쓱 닦더니 걍 자더라고요?! 나참 ㅋㅋㅋㅋㅋㅋ

요즘 반려동물 입히라고 할매 조끼? 김장 조끼? 이런 거 팔던데 우리 시애비 한번 입혀보고 싶더라고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2-24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었군요~~
잠자냥님의 글, 넘 재미 있어요.
시애비로 등극한 돈데렐라의 얘기 웃으며 읽었어요~~
아니, 고양이 키우시다가 고양이 예술가 되는거 아닙니까?
이 글 읽고 좀 반성되어 저의 인간 딸아이에게 좀 더 잘해주기로 결심합니다**

잠자냥 2021-12-24 13:00   좋아요 3 | URL
우리 돈데렐라~ 정말 입에 착 붙는 별명 아닙니까? ㅋㅋㅋ
고양이 키우다가 예술인 등극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대표적 예 스노우캣 ㅋㅋㅋㅋ

mini74 2021-12-24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넘 귀여운 미워할 수 없는 시애비입니다. 아고 예뻐라. 사랑 많이 받은 티가 몽실몽실 엉덩이에서 나는데요 ㅎㅎ 원래 가슴으로 낳아 돈으로 키운다고 ㅠㅠ 그리고 잠자냥님. 눈냥이 현대미술 아닙니까 !! 멋집니다 ㅎㅎ 냥이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잠자냥 2021-12-24 14: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가슴으로 낳아 돈으로 키운다! 띵언입니다.
ㅋㅋㅋㅋ 현대미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칭찬이죠?! ㅋㅋㅋㅋㅋ
미니님도 복실이랑 똘망이랑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1-12-24 1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시아버님은 저렇게 안 귀여우세요. ㅠ.ㅠ
저도 눈냥이 만들고 싶어요. 근데 눈이 안와!!! 여기는 눈냥이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눈은 30년에 1번쯤 와요. 23년쯤 전에 그런 눈이 왔었으니 이제 한 7년쯤 기다리면 펑펑 눈이 올거에요. 7년 뒤에 제가 솜씨를 갈고 닦아 잠자냥님보다 더 멋진 눈냥이를 만들고 말겠어요. ㅠ.ㅠ

잠자냥 2021-12-24 14: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바람돌이 님 댓글에 현웃 터짐 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제가 현실 시아버지를 모신 적이 없어서 몰랐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12-24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해피 크리스마스🎄
저도 추르신을(시츄 어르신)을 모시고 살기에 시집살이 너무 공감됩니다. 이분은 심지어 오늘 내일을 여러번 이겨?내셔서 그런지 밥늦으면 불호령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부디 돈데렐라 더는 아프지말길, 잠자냥님은 내년에도 시집살이 잘이겨내길 응원합니다ㅋㅋㅋㅋㅋ후...👍

잠자냥 2021-12-24 14:32   좋아요 2 | URL
사실 본가에는 이제 스물을 바라보는 정말 백세노인 강아지님이 살고 계세요(말티즈).
저는, 독립한 지 벌써 15년 가까이라 그 녀석이 늙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아주 세밀하게 겪지는 않았는데, 엄마 집에 갈 때마다 녀석 늙어가는 거, 병치레 하는 거 보면 참 묘생, 견생, 인생 다들 늙어가는 게 무엇인가 철학자의 자세가 되곤 합니다. 반려견, 반려묘들이 모두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건강하게 사는 삶을 바라봅니다.

책읽는나무 2021-12-24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요?? 시아버님 귀엽진 않아도 매느리는 얼매나 이뻐하게요...울 잠집사님 디게 이뻐하시는군요..딱 그 자리 버티고 누워 비켜 주지도 않아...ㅋㅋㅋㅋ
잠자냥 며늘님도 시아버님들 애정이 넘쳐 저렇게 눈으로 동상까지 만들어 놓으시고!!!! 최고 멋진 며늘님!!! 아...나도 저런 귀여운 INTJ 며느리 갖고 싶다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눈 구경한지가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나~~~ㅜㅜ
저도 7년동안 바람돌이님처럼 열심히 눈사람 같은 걸 만드는 동영상 보면서 익혀놔야 겠어요. 눈냥이 작품도 접수 접수!!!^^
잠집사님도 냥이들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잠자냥 2021-12-24 14:43   좋아요 3 | URL
와, 제가 살다보니 즤집 냥님들 덕분에 며느리 소리도 들어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무 님도 크리스마스 재미나게 보내세요. 서울에서 인티제 며느리 올림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1-12-24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냥 님 이웃이라 행복해요!
마지막 사진은 빠져듭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요.
그리고 눈으로 만든 냥이, 넘 귀엽습니다. 앞으로 눈사람보다는 눈냥이로~~

잠자냥 2021-12-24 16: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지막 사진 빠져든다고 울 둘째한테 꼭 전해줄게요!
자목련 님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공쟝쟝 2021-12-24 1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췄다 ㅠㅠ 왤케 귀여워요? 잠자냥님???? 저러고 놀았다구요? 어… 진짜…귀여운데? (이상한 호감) 저는 저러고 놀지는 않아요 ㅋㅋㅋ 물론 동네 애들처럼 눈오면 눈맞으며 돌아다님 (ㅋㅋㅋ)
우리 둘째가 아퍼서 (병원 가기 시로서)이상행동을 보였구나😢 그와중에 왜 똑똑한거 ㅋㅋㅋ 영양제를 츄르보다 좋아하는 게 말이 되냐고 ㅋㅋㅋ 즈이홉스도 예전에 아파서 제 텅장이 텅텅장이 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정말인지 돈안아까우니 아프지만 말아다오 이렇게 되드라구요? 묘생이란.. 집사란…(트루 럽)

잠자냥 2021-12-24 19: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 내 나이 4x에 혼자 저러고 놀았쪄 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시애비 녀석 나 지금 저녁 먹고 이거 확인하고 있으니까 또 욕실 앞에서 응애응한다. 이제 지 털 빗기라는 거지 ㅋㅋㅋㅋㅋㅋ 아니 아버님, 오늘 이 추운데 클스마스 이브라고 어디 나가시려규 빗질하세요?! ㅠㅠ ㅋㅋㅋㅋㅋㅋ암튼 텅장 텅텅 돈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맴이 넘 아프니까 아프지 말라 세상 고영들이여~~~ (시애비 잔소리에 전 이만)

공쟝쟝 2021-12-24 21:08   좋아요 2 | URL
아버님 빗질 안근지럽게 제가 페스룸 고양이 빗기 빗자루 하나 넣어드려야겠어요. ㅋㅋㅋ 삼냥은 진짜 힘들겠다.. 전 한마리도 케어하기 귀찮아서 가만 냅두기 일상인데... 홉스는 계속 식빵굽다가 오늘 크리스마스라고 츄르이빠이 줬더니 아주 신나서 둔너있네요... 첫째둘째셋째야. 메리크리스마스 >_<

잠자냥 2021-12-24 22:19   좋아요 1 | URL
역시 집사라 페스룸을 아는구나! 나 아직 그건 안 사보고 그거 아우? 장갑처럼 끼고 하는 거 ㅋㅋㅋㅋ 우리 둘째랑 막내는 환장하고 좋아함. 클스마스 이브라고 막내 털 빗겨줬더니 ㅋㅋㅋㅋㅋ 아 우리 집에 치즈털 눈내린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2-24 22:23   좋아요 1 | URL
냥이 동네들애 나타난 4x살 눈사람 메이커 차칸 산타 잠자냥ㅋㅋㅋ ㅋㅋㅋ 페스룸 털 빗는 거 홉스 엄청 조아해요! 이닦는 이상한 칫솔로 바꾼 후 칫솔질도 (싫어하지만) 수월해졌어요. 페쓰륨!!!

잠자냥 2021-12-24 22:27   좋아요 2 | URL
난 그 치약만 씀. 그 치약 둘째가 맛있어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2-24 22:29   좋아요 2 | URL
내 최애 둘째.. 너 츄르말고 취약이라니…. 성격 되게..되게…되게… 되다 너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2-24 1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시아버님 찰떡 비유네요

저희 첫째도 제가 약 깜박하면 와서 막 뭐라고 해요. 있잖아요 그 특유의 요구하는 울음소리 ㅎㅎ

일과라 생각해서 그런지 몸이 좋아지는 느낌인지.. 잘 먹어줘서 고마울뿐 ^^

(똥스키 백번 공감하구요 ㅎㅎㅎ 어휴 닦아도 냄새가 한참 가서 ㅠㅠ)


잠자냥 2021-12-24 22:2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수하 님도 냥시아버지 모시는군요! 역시 녀석들 지몸에 좋은 건 잘도 아는가봐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24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쟝쟝님 글 보고 찾아왔네요. 둘째 사진 못 보고 넘어갈 빤…! 저 사랑스러운 까만 오뎅봉지.. 아휴 시부모님이 저렇게 귀여우시면 얼마나…(…)
아버님도 그 바깥 처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ㅋㅋㅋㅋㅋ 웃픈 현실이네요 ㅋㅋ
아휴 반려동물이든 애들이든 아프면 고생인데 자냥님 애 많이 쓰셨네요. 애들은 좋은 집사, 아니 며느리 만나서 얼마나 편하고 좋겠어요 ㅋㅋ 복 받으실 거예요!

잠자냥 2021-12-24 23:2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실제 시아버지는 일케 귀엽지 않다는 거군요! ㅋㅋㅋㅋㅋㅋ 까만오뎅봉지님 좀전에 영양제 드시고 폭풍 애교 부리고는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ㅋㅋㅋ
 
알라딘 게이샤 커피 세트 - 파나마100g, 콜롬비아 100g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언젠가 단 한 번 만났을 뿐인데도 그 향기를 도무지 잊을 수 없던 커피. 드디어 알라딘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올 크리스마스에는 이 원두를 곱게 갈아 정성껏 내려서 책을 읽으며 마셔야지. 그야말로 참된 소확행. 벌써부터 커피 꽃 향기가 온 집 안을 채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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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23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설레는 맘으로 퇴근요. 왜냐? 게이샤 커피가 배달올테니..... ^^

잠자냥 2021-12-23 12:46   좋아요 0 | URL
흑, 전 어제 엄청 설렜다요~ 어제 오는 줄 알고; ㅎㅎㅎㅎ

다락방 2021-12-23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레는 맘으로 출근했어요. 왜냐? 게이샤 커피가 회사로 배달오거든요. 점심 먹기 전에 배송되어서 점심 먹고 들어오면 똭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잠자냥 2021-12-23 12:47   좋아요 1 | URL
게이샤는 알라디너들을 설레게 한다! 전 오늘 집에 가면 있겠지만 아꼈다가 25일 토요일 아침에 개봉 똭~ 해서 만끽하면서 마실 거예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지름신들이!!!!🤔😰🙈

잠자냥 2021-12-23 12:48   좋아요 1 | URL
알라딘 지름 지뢰밭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2-23 12:53   좋아요 1 | URL
알라딘을 끊어야 해!!!
살 게 너무 많아요ㅜㅜ
커피향이 벌써 나는 듯요~
잠냥님은 파나마가? 아님 콜롬비아가? 어떤 게 향을 잊을 수 없었단 건가요? 저의 집요함이 다시 솟구쳤어요..전 얼마전 동네 로스팅 가게 가서 콜롬비아 디카페인으로 원두 분쇄해서 가져왔거든요..탁월한 소비?를 한 건지 문득 궁금해서요^^

공쟝쟝 2021-12-23 13:15   좋아요 2 | URL
다 산다락방 때문이야. 흥 칫 뿡. 저도 어제 네메시스 넣고 책 대왕 질러 버림. 크리스마스를 위해 ㅋㅋㅋㅋ 잠자냥 땡스투 확인좀 해보시게 ㅋㅋ

책읽는나무 2021-12-23 13:20   좋아요 1 | URL
알라딘 대문에 똭!! 떴어도 움찔했어도 버텼는데 다락방님➡️ 바람돌이님➡️ 오거서님➡️ 잠자냥님....에서 무릎 꿇었..ㅜㅜ
땡튜는 결국 마지막 무릎 꿇게 한...향기를 잊을 수 없다는 그 한 마디!!!!! 책임 져요!!!!!
이젠 얼굴색도 커피색이 되겠네요ㅜㅜ

잠자냥 2021-12-23 13:25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저는 파나마 게이샤요~ ㅎㅎㅎ 이번에 받을 콜롬비아도 궁금합니다.

쟝쟝/ 살뜰한 땡스투 고마우이~ ㅋㅋㅋ

독서괭 2021-12-23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자냥님 그렇게 맛있어요? 홀빈이고 해서 전 생각도 안 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랑 시엄니 선물 드릴까 고민되네요😣

잠자냥 2021-12-23 14:11   좋아요 2 | URL
(아니, 선물 드리지 말고 괭님 사 마셔요. 속닥속닥) ㅋㅋㅋㅋㅋㅋ
제가 알라딘에는 이제 똭- 적립금이 3만원 남아 있었는데 책 안 사고 이 커피 산 거 보면 어떤지 아시겠쥬?!

독서괭 2021-12-23 14:40   좋아요 0 | URL
와 적립금 탈탈 터셨군요!!
전 집에 수동 그라인더만 있어서…. 🥺

잠자냥 2021-12-23 15:04   좋아요 0 | URL
네, 저 이제 알라딘은 적립금 드뎌 0원이에요! ㅋㅋㅋㅋ
저도 수동그라인더 써요.
쟝쟝이 자꾸 자동 권하지만 저는 뭔가 수동이 더 좋은 인간이라...ㅋ

coolcat329 2021-12-2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커피 사셨군요. 저는 참았거든요. 3만원이면 중고책이 4-5권이다! 하면서...
그렇게 맛있나요?? 에휴

잠자냥 2021-12-23 15:04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달래며 책을 사자! 하다가 결국 홀라당 넘어갔습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1-12-23 16: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잠자냥님은 적립금 갑부시니 괜찮습니다 ㅋㅋ
 
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함정임 옮김 / 현암사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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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노년의 그, 병들어 서서히 죽어가는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써내려간 보부아르의 글은 충분히 아름답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문장들은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하다 언젠가는 그를 먼저 떠나보낼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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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2-22 22: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인생은 내가 죽기 전에, 작별의 의식은 짝꿍이 죽기 전에 읽어야 하는 것인가요! 죽기 싫지만 이 책들은 읽고 싶어.. 특히 자냥오별 차페크..

잠자냥 2021-12-22 23:02   좋아요 5 | URL
ㅎㅎㅎ 노년에 읽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들 책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괜찮아요~~

미미 2021-12-22 2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또 울어야해요?🥲

잠자냥 2021-12-23 00:15   좋아요 3 | URL
앗, 울지마요~ 나중에 읽어요~~

공쟝쟝 2021-12-23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뎃쓰롸잇. 여기서 ‘그‘는 자냥이의 일냥 이냥 삼냥이임을 나는 안다. (저도 벌써 눈물이 맺혀있다)

독서괭 2021-12-23 13:37   좋아요 0 | URL
쟝쟝님 가을방학 노래 <언젠가 너로 인해> 들어봤어요?

공쟝쟝 2021-12-23 13:49   좋아요 2 | URL
괭// 알고 있지요.. 그 노래는 금지곡입니다... 일단... 너무 슬프기도 하지만.. 가을 방학 (이 정바비 X새끼야!!!! )

독서괭 2021-12-23 14:00   좋아요 1 | URL
아 그게 정바비가 만든 노래예요? ㅜㅜㅜㅜ

잠자냥 2021-12-23 14:07   좋아요 0 | URL
오오오. 괭님 가을방학은 정바비 + 계피 조합이잖아요. 작사작곡 거의 정바비.... 그래서 제가 그 이후로 줄리아 하트, 가을방학 다 못 듣는다능..

공쟝쟝 2021-12-23 14:07   좋아요 0 | URL
뎃쓰...롸...잇........(울면서 뛰쳐나간다..) 저는 아이보리를 정말 좋아했어요. 이제 그 노래는 마음속에서만 플레이된다...

공쟝쟝 2021-12-23 14:08   좋아요 1 | URL
독서괭// 그리하여 잠자냥은 죽은지 오래된 남자들의 노래만 듯는 습성이 생기게 되었다는 슬픈 도시괴담이..

잠자냥 2021-12-23 14:09   좋아요 0 | URL
전, 3월의 마른 모래. ㅎㅎ
맞삼. 전 그래서 저 먼 나라 노래, 아니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 노래 듣는다능 ㅋㅋㅋ

독서괭 2021-12-23 14:39   좋아요 0 | URL
커흑 그렇게 슬픈 사연이… ㅠㅠ 곡도 좋지만 보컬 목소리가 너무 좋은데. 그럼 앞으로 계피의 활동을 지켜봐야겠네요..
 

MBTI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그 수많은 인간의 성격 유형을 고작 16가지로 범주화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또 그런 재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보고는 ‘맞아, 맞아’를 연발한다는 이 성격유형 검사. 만일 이 테스트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활성화되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알라딘에서는 흔하지만 저 평범한(?) 세계에서는 흔하지 않다는 INTJ 유형인데, 뭔가 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해봐도 번번이 이것이 나온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성격 유형에 어울리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직업군을 살펴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어울리는 직업으로 도서편집자와 사서, 작가가 있었는데, 그건 둘째치더라도 어울리지 않는 직업으로는 광고대행(집행)업이 있는 게 아닌가! 아아, 그랬구나. 내가 그래서 광고 일로 밥벌어 먹고 살 때 그토록 괴로웠던 거로구나! 누군가가 내게 이십대로 돌아가 다시 직업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직시해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절대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고는, 책을 마주하며 조용히 은둔하는 듯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팔아 번 돈으로 책을 사 읽는 그런 삶을 아주 만족스럽게 여기며 살아갈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의 이런 성향은 <평범한 인생>의 화자처럼 모든 것이 어린 시절의 그 무엇과 연관되어 있다. <평범한 인생>의 ‘나’는 철도 공무원으로 단조롭고도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다 일흔을 앞둔 나이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공부도 곧잘 해서 부모의 기대 속에 대학에 진학하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성공한 남자로 살아갈 수도 있었으나, 스물두 살 나이에 철도청에 들어가 공무원으로서 아주 평범하고 조용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삶, 모험도 투쟁도 없고 예외적이거나 비극적인 면도 없는 이 아주 평범한 삶이 사실은 유년 시절과 모두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어린 시절 소목장이였던 아버지의 작업장 옆에서 대팻밥을 가지고 놀기를 즐겼는데, 목재 더미 위 높은 곳에 앉아 주위를 바라보거나 울타리와 목재더미 사이에 비밀 장소를 만들고 어른들의 세계를 탐험하기를 특히 좋아했다.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기보다는 그렇게 혼자 ‘울타리를 치고’ 조용히 사물과 세계를 지켜보기를 좋아한 아이였던 것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평범한 인생>의 화자처럼 여느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울타리’, 그것도 책으로 만든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책을 읽으며 놀기를 좋아했다. 그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여겼다. 지금도 그런 습성은 변치 않아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집에서 책에 둘러싸여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그런 내 곁에는 따뜻하고 몽실몽실한, 마치 따뜻한 오뎅 국물이 담긴 오뎅봉지 같은 내 고양이 한 마리가 살포시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서 내가 책을 읽다가 그 엉덩이를 토닥이거나 그 보드라운 털을 조금 쓰다듬어주면 그릉그릉 소리가 화답으로 돌아오는 그런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런 내가 나 자신을 알지 못해 여러 사람과 수많은 소통이 있어야만 가능한 직업인 광고계, 그것도 어쩐지 내겐 가식으로만 느껴지는 그 거짓말의 세계에서 밥을 벌어먹고 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살았다니, 참 나도 나 자신을 몰랐구나 싶어진다. 그러다가도 너무 늦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일, 책으로 울타리가 쳐진, 그리고 사람과 씨름하기보다는 책과 글자와 언어와 씨름하는 일이 더 많은 그런 일을 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내 이렇게 살다가 <평범한 인생>의 화자처럼 어느 즈음 돌아보면, 결국에는 아주 평범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평범한 인생>은 이미 세상을 떠난 화자의 이야기를 그를 치료하던 의사와 그를 알고 지내던 어느 노인이 그의 자서전을 읽는 액자식 구조로 이루어진다. 화자인 ‘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평생 철도 공무원으로 모범적으로 살다 일흔이 채 안 되어 세상을 떠난다. 소목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착하고 조용한 아들로,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도 진학하지만 어느 한 주정뱅이 시인과의 만남을 계기로 삶의 궤도를 바꿔 철도 공무원의 삶을 선택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직업적으로 소소한 승진도 하면서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인생을 살다가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토록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가 ‘자서전’이라는, 뭐랄까, 위대하거나 대단한 일을 이룩한 사람만이 남기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바로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은 영광스러울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 때문이다.

<평범한 인생>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노라면 너무나 평범해서 어떤 이는 ‘아, 그것 참 시시하다’ 투덜댈 만큼 그의 삶에서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화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길이 ‘올바르고 편안했다는 것’에 거의 자랑스러운 기분까지 느낀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범하고 시시한 삶인가!’(19쪽) 찬양까지 한다. 그런데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스펙터클하며 극적인 삶을 살아간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이 아니고서야 다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라는 것을,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일을 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한 삶의 가치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에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 다 그렇게 만족스럽기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또한 돌아보면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이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들이 밀려오기도 한다. 평범한 삶에 안분지족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과 번뇌에 시달리는 나 자신도 틀림없이 존재한다. <평범한 인생>의 화자 또한 그렇다. 그래서 이 작품은 후반부부터는 ‘억척스러운’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평범하기에 소박하고 안온했던 삶에 만족했던 화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년의 자아까지 합세해 그 자신의 인생을 또다시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평가한다. 그런 자아들이 나타날 때마다 이 평범한 남자의 삶은 평범하면서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세 개 또는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 세 개의 자아는 화자의 아내도 알고 있는 그의 모습으로 외부에 드러난 자아, 즉 사회적 페르소나라 할 수 있다. 나에게도 이 가면은 여럿 있어서 회사에서, 사회적 인간관계를 맺을 때, 알라딘에서 놀 때, 친구들을 만날 때, 애인을 대할 때, 가족과 있을 때, 나 혼자 있을 때 등등 아주 크게 차이는 없을지언정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사회적 자아 말고도 나 혼자만 아는 자아가 또 여럿일 수 있다. 이 작품의 화자 또한 그러해서 아내조차 모르던 또 다른 자아 여럿이 등장해 그에게 질문한다. 정말로 너는 그 삶에 만족했느냐고. 그리고 그 여러 개의 자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삶, 그것들 중 어느 것이 진정한 삶이냐고 묻는다. 실제로 그에게는 가지 않은 수많은 ‘가상의 인생’이 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 때 가장 행복했을까? 인생은 하나뿐이지만, 저마다 다른 자아에 따라 독자적인 인생이 있었다면 ‘훨씬 단순하고 각자의 삶은 완전하며 앞뒤가 들어맞고 그 나름대로 법칙과 의미‘(159쪽)를 가졌을까?


차페크는 철학 3부작에 속하는 <호르두발>에서 한 인간의 죽음에 관해서 주관적, 객관적인 관점으로는 사건을 밝힐 수도 없으며, 죽은 이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그 진실은 알아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별똥별>을 통해서는 한 사람의 정체성은 다양한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이 <평범한 인생>을 통해 개인 저마다 주관적인 사고로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도 갈등을 보일 수 있음을, 그 자아에 따라서 생의 진실은 또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인생은 하나의 큰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의 인생은 결국 어떤 연관성’(181쪽)이 있으며 ‘단순한 우연에 기인하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고 모두가 필연의 사슬로 연결’(83쪽)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그가 그토록 평범하고 조용한 삶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린 시절 자기만의 ‘울타리’ 안에서 지낼 때 행복감을 느끼는 아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노년에 우울증 환자가 되어서도 그 우울증을 겪는 자아가 평범한 시절의 자아를 억척스러운 자아보다 편안히 느끼는 것도 다 그 유년 시절의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 만일 그가 밖으로 뛰어나가 다른 아이들을 이기고 승리를 쟁취하는 놀이에 더 큰 관심을 갖고 행복감을 느꼈던 아이였다면 사람이 드문 기차역의 철도 공무원으로서 조용히 살아가기보다는 좀 더 모험적인 일에 인생을 걸지 않았을까.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 억척스러운 자아가 있었기에 그는 그의 불만에 찬 비난을 들으면서도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데 힘을 기울일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삶의 조화를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개의 자아는 화자인 ‘그’의 분신이면서도 평범한 인간 누구나가 갖고 있을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어떤 자아가 더 강한지에 따라 인간의 삶은 저마다 달라질 테고, 결국 그 강한 자아가 그 사람의 개성을 만들겠지만, 그 자아에 따라 책임을 다한 모든 삶은 제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평범한 인생>은 조용히 전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읽는다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 페이퍼 제목을 ‘죽고 싶지만 차페크는 읽고 싶어’로 정했지 사실 나는 아직 죽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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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23 0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변자냥님 책은 내줄 수 있다고 했던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니 ㅋㅋㅋㅋㅋ 책만드는 사람이었어...🫢

공쟝쟝 2023-01-23 09:06   좋아요 1 | URL
은오님 스토킹 덕분에 제가 술취해서 쓴 댓글을 오글거려하는 명절 연휴 아침… 아… 과거의 나여… 왜저러니 ㅋㅋㅋ

잠자냥 2023-01-23 09:27   좋아요 1 | URL
쟝쟝 다시 보니 진짜 무슨 소주 댓병 마신 오글 댓글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3 09:32   좋아요 1 | URL
어휴 ㅋㅋㅋ ㅋㅋㅋㅋ 주정뱅이 쟝쟝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23 09:33   좋아요 2 | URL
술 먹고 뭐쓰면 안되겠네요 ㅋㅋㅋ 암튼 제가 잠자냥을 많이 좋아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잠자냥 2023-01-23 11:18   좋아요 2 | URL
많이 좋아하다가 이제는 변자냥을 사랑하는 단계… 다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지. 여수밤바다~~~

공쟝쟝 2023-01-23 11:26   좋아요 3 | URL
그러나 이제와 느끼는 나의 내적 친밀감은.. 자냥과 같은 i 여서가 아니라 ㅋㅋㅋ 그가 건너뛰고(!) 읽어도 문맥을 잘 파악하는 문맥파악 왕이었기 때문이므로 알려져…
🙄

건수하 2023-09-07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에야 잠자냥님이 100자평과 제목을 어떻게 그렇게 찰지게 쓰는지 알아버렸다!
리뷰는 책 안 읽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어렵죠?

요즘엔 평범하게 조용히 만족하며 사는 것도 힘든 것 같아요. 평범하게 살면 갑들이 괴롭히고 안평범하게 살려면 열심히 살고 나서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이 나이 먹도록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잠자냥 2023-09-07 17:44   좋아요 2 | URL
ㅋㅋㅋ 뒤늦게 잠자냥의 과거를 알아가는 건조수하. ㅋㅋㅋㅋㅋ 저 전에 100자평 대회 이벤트에서 적립금 60만원인가 받은 적 있어요. 개당 15만원 줬던 듯…. 그때 다부장도 호기롭게 60만원을 꿈꿨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천원 받고(참가상) 울던 그날들이여….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07 18:37   좋아요 1 | URL
와 그럼 4개에 60이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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