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년에 사두었는데, 지난 주말에 읽었다. 표지 이미지나 제목만 봐서는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나이트메어 앨리>, 이 책에 혹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러니까 <가디언>지가 뽑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에 선정되었다는 문구와 ‘휘몰아치는 내러티브, 위험하고 독특한 서정으로, 1946년 첫 출간 당시 당대 비평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매혹의 하드보일드 클래식’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겨진 명작, 이런 책을 재발견하면 왠지 짜릿하지 않은가.

그러고 나서는 다른 책들을 읽느라 기억에서 잊혔는데, 얼마 전 개봉한 <나이트메어 앨리>, 이 강렬한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이 책을 기억해 냈다. 영화부터 볼까 책부터 읽을까 하다가 영화 개봉 즈음 입원 및 수술 등으로 극장을 갈 수 없었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상영관이 마구 줄어들고 있는 지난주 금요일에야 드디어 극장을 찾았다. 극장에는 나 말고 한 커플만 있어서 딸랑 세 사람이 이 작품을 봤는데, 나 혼자서 이 명작을 본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만큼 영화는 강렬했다. 몇몇 장면은 대체 왜?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원작을 펼쳐들었고, 그날 밤에 거의 다 읽어버렸다.
 
책과 영화의 커다란 얼개는 거의 비슷하다. 디테일한 부분이 조금씩 다른데 영화를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적절하게 생략하거나 강조하거나 바꾼 것 같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때는 1940년대 초, 텅 빈 집 안에서 한 남자가 아주 커다란 꾸러미를 집 안 한 가운데 크게 파놓은 구덩이 안으로 힘겹게 끌어넣고 있다. 크기와 형태를 보니 시체임이 분명하다. 그는 그 시체를 구덩이 안으로 밀어 넣고, 무표정한 얼굴로 담뱃불을 붙이고는 성냥을 집어던진다. 이윽고 거세게 솟아오르는 불길을 뒤로 하고 그는 집을 떠난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던 그는 어느 카니발 유랑극단에서 짐꾼 일을 맡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섞이게 된다. 그의 이름은 ‘스탠턴 칼라일’- (책은 영화의 도입부와 조금 다르다. 시작 부분은 영화가 더 강렬해서 영화의 내용을 소개했다). 스탠은 이윽고 입담 좋은 재능을 발휘해 독심술을 하는 여인 ‘지나’와 그녀의 남편 ‘피트’를 도와 카니발 유랑극단에서 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극단에는 스탠 말고도 살아 있는 닭을 씹어 삼키는 기인, 커다란 덩치와 힘을 자랑하는 브루노, 난쟁이 모기 소령, 전기가 통해도 죽지 않는 소녀 몰리 등 여러 특이한 인물들이 온갖 다채로운 쇼를 선보인다. 스탠은 독심술을 한다는 지나와 내연의 관계를 맺으면서 그녀를 이용해 사람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을 터득하고자 애쓴다. 사실, 이 독심술이라는 게 별것 아니라서 우리나라로 치자면 점쟁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지나에게 자기의 고민을 떠올리면서 그 해결법을 알려달라며 기꺼이 돈을 낸다. 거기에 교묘한 트릭이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 특정인에 관한 정보를 맞히면 놀라워하며 너도나도 동전을 내던진다(이 속임수는 책과 영화에서 재미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나의 트릭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점쟁이를 찾아가거나 타로 카드 점을 한 번이라도 보러 가 본 사람들은 알 텐데 대부분 점을 봐주는 사람들은 뭉뚱그려 질문을 하고 뭉뚱그려 대답을 내놓는다. 거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 어머,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오늘의 운세나 심리테스트, 별점 등등이 다 그렇지 않은가? 영리한 스탠은 그 점을 간파한다.



지나는 인간을 안다. 인간은 다 비슷비슷하다. 열 명 중 아홉 명에게 똑같은 대답이 적절한 것이다. 다섯 중 하나는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믿고, 맞는지 물으면 맞다고 대답한다. 아니라고 대답할 줄 모르는 호구이기 때문에. 맙소사, 이 일은 정말 식은 죽 먹기다! 여기에 금광이 숨어 있었다니!(<나이트메어 앨리>, 88쪽)

멍청이들은 쑥스러워서 묻지도 못하고 멍청해서 의심도 못하지. 스탠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들 알고 싶어서 조바심이 나긴 할 것이다. 다들 바람피우고 싶으면서. 위선자들, 누구나 원한다.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되고, 자기만, 그는 페이지를 넘겼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나 똑같다. 모두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걱정한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내면 누구든지 조종할 수 있다. 질문과 대답 공연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두었다가 바로 거기를 찌르는 거다. 건강, 부, 사랑, 여행과 성공, 누구나 병, 빈곤, 지루함, 실패를 두려워한다. 공포는 인간의 본성으로 이어지는 열쇠다. 그들은 두려워한다. (103쪽)


게다가 ‘지나’도 스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난 언제나 독심술만 했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어디에 가든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지. 운세를 봐준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거든. 뭐 어때. 기분 좋게 해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거야. 다들 최선을 바라고, 최악을 두려워하지. 대체로 실제 벌어지는 일은 최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최선의 희망을 버리지는 않아.”(66쪽) 스탠은 언제까지 유랑극단에 머물면서 독심술을 하며 푼돈을 버느니,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한몫 단단히 챙길 꿈에 부푼다. 세상에는 순진한 사람들이 넘쳐나며,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면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스탠은 전기 소녀 몰리와 함께 카니발을 떠나 독심술 쇼로 더 큰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수려한 외모, 현란한 화술, 마음을 현혹시키는 능력으로 점차 부를 손에 쥐게 되고 그의 사기 아닌 사기극은 차츰 그 대상을 넓혀 뉴욕 상류층까지 파고들어간다. 그런 중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 박사를 만나면서 뉴욕의 가장 큰 거물을 소개받기에 이른다. 스탠의 멈출 줄 모르는 부, 명예, 성공을 향한 욕망은 마침내 정점에 이른 것이다. 과연 그는 드디어 만족하게 될까?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재미는 이 남자의 성공과 몰락을 지켜보는 데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카니발 유랑극단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이다. 더욱이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드러낸 스탠을 따라다니는 그 암울한 과거의 이력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 스탠과 지나, 스탠과 릴리스 박사 등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그들의 심리대결이 아주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심리학자인 릴리스 박사와 스탠의 대결은 더 그러한데,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특히 영화에서) 따라가다 보면 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의 한 챕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짜릿한 재미가 느껴진다. 작가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게 아닐까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저자 윌리엄 린지 그레셤은 자기 내면의 고통과 방황에서 벗어나고자 정신분석학, 마르크시즘, 종교, 심령술 등을 파고들었고 그 경험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고 한다.

<나이트메어 앨리>로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작가는, 그가 창조한 소설 속 인물 스탠턴 칼라일처럼 돈과 명성을 얻었으나, 또 스탠 그처럼 모든 것을 잃고 타로 카드 ‘매달린 남자’와 같은 운명에 빠졌으니 참 얄궂다고나 해야 할까. 인간은 제아무리 시궁창에 빠져있어도 그 끝에는 언젠가 빛이 있으리라 믿고 살아간다. 어두운 골목 끝에는 빛이 있으리라고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렇지만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는 현재의 삶은 공포이자 두려움이다. 공포가 늘 바짝 뒤따라온다. 그런데 그 공포 끝에 희망이 있다고 약속하면 누구나 그 희망을 믿고 기꺼이 거기에 제 운명을 맡긴다. 그런데 그 희망은 항상 응답을 해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희망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기를 자청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일 것이다. “사람들을 속이는 게 아냐,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지.”라는 영화 속 스탠의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원작보다 더 강렬한 영화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압도적인 캐릭터는 바로 이 사람, 릴리스 박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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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14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넘 맘에 들어요. 책은 지나치다 봤는데 영화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캐스팅 배우들이 다 선이 굵고 카리스마가 있는게 영화도 팽팽 긴장될거같아요.

잠자냥 2022-03-14 21:12   좋아요 1 | URL
와 배우들이 정말 다들 엄청 대단하더라고요. 단역까지도 놓칠 배우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한번 꼭 보세요~

건수하 2022-03-16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포스터가 넘 보고싶게 만드네요.
잠자냥님도 추천하시고 책은 쌓인게 너무 많아서 본다면 영화만 보는걸로 ^^

잠자냥 2022-03-16 16:08   좋아요 2 | URL
영화 정말 흥미진진해요! 어우 다들 연기를....너무 잘해요.

FLAKSUIT 2022-03-1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꼭 읽어야되는거죠??? 영화도 보고

잠자냥 2022-03-17 22: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떤 책도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아 이 책 좀 궁금하다, 싶을 때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ㅎㅎ
 
고양이 집사 매뉴얼 - 건강한 고양이부터 아픈 고양이까지, 영양·검진·생활환경·행동학 등에서 최신 연구를 담은!
수의사 냥토스 지음, 오키에이코 그림, 박제이 옮김 / 서사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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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또 몰랐던 걸 새록새록 알려주는 유용한 책. 집에 꽂아두고 종종 펼쳐봐야지. 이 책에서 가장 재미(?)났던 점은 코로나로 집사들 재택 근무가 늘어나자 고양이들의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 증가했다는 부분. ㅋㅋㅋㅋ 집사들아 우주 최강 귀요미 냥님들을 좀 덜만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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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3-14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희집 애들은 집사가 집에 있으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아니었던 걸까요? ㅎㅎㅎ어떻게 우주 최강 귀요미 냥님들을 조금이라도 덜 사랑할 수 있을까요 ㅎㅎㅎ

잠자냥 2022-03-14 09:51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게 집사와 냥이들의 생각 차이인가 봅니다. 냥이들은 보통 한낮에 쿨쿨 자잖아요? 근데 집사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시간에 평소 자기들이 하던 생활 패턴이 깨지니까 스트레스 받는 고양이들이 많았나 봅니다. ㅎㅎㅎㅎ 가만 보면 저희집 고양이들도 주말에 제가 집에 있는 날은 밤에 평소보다 더 잠을 많이 자더라고요. 아마도 낮에 저때문에 숙면을 못 취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2-03-14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ㅋㅋ
고양이들 이런 성격 넘 좋네요.😻

잠자냥 2022-03-14 11:47   좋아요 3 | URL
ㅋㅋㅋ 그러니까요, 그것도 또 매력 포인트! ㅋㅋㅋ

독서괭 2022-03-14 1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집사와 냥이들의 동상이몽! 넘 웃겨요🤣

잠자냥 2022-03-14 14:10   좋아요 3 | URL
그래서 제가 이번주 주말 낮에는 냥님들 낮에 주무실 때 이불도 덮어드리고 불도 꺼드리고 그랬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3-16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있으면 좋아하기도 하면서 (밥 내놓으라고 조르고) 귀찮아하기도 하고....
근데 확실히 주말이랑 제가 재택할 때 패턴이 깨지는 것 같았어요 ^^

저 출장갔을 때 큰고양이가 엄청 울적해하다가 영상통화로 목소리 들으니까 좀 나아졌었다고 하고...
그러고는 돌아와서 격리기간 내내 찰싹 붙어있었구요. 하루에 몇 번씩 엄청 큰 소리로 자꾸 뭐라뭐라해요. 화가 많이 났던듯... ^^;;;

잠자냥 2022-03-16 16:12   좋아요 2 | URL
네, 집사들은 다 알겠지만 고양님들은 자기 생활 패턴, 자기 영역 정말 확실하신 분들이죠. 그래서 그 패턴 깨지면 정말 난리나는 분들....(극단적인 예이지만 이사 같은 경우요.) 주말에 저희 고양이들도 제가 있으면 좋으면서도 낮에 잠 부족해 하는 게 확실히 보이긴 해요. ㅎㅎㅎㅎ

저 이번에 입원했다가 집에 오니까 둘째가 엄청 삐졌는지 곁에 잘 안 오다가 제풀에 풀리고는 와서 한 번 쓱 핥아주더라고요. 삐돌이. ㅎㅎㅎㅎ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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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계급에 눈 뜨고, 성에 눈 뜨다. 그리고 그 사이의 모순도 적나라하게 파헤치다. 십대 소녀의 생생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 아니 에르노 작품 치고는 좀 웃음 나오는 장면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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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스토리콜렉터 91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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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과 본성을 강렬하게 파헤친 작품. 영화를 보고 와서 원작을 부랴부랴 읽었는데 둘 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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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2 1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싶었는데 원작이 있었군요! 😱

잠자냥 2022-03-12 20:56   좋아요 1 | URL
저 어제 영화 봤는데 영화 대박입니다. 원작을 나중에 읽었는데 영화가 어떤 면에서는 더 잘 만든 것 같기도 해요. ㅎㅎ
 

3월 10일 새벽 4시가 지나서야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한숨과 한숨과 한숨…. 나는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고, 대선에서 두 거대 정당 후보를 찍은 경우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정말 간절히 원해서 투표했던 사람 중 대통령이 된 사람이 단 한 명 있는데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대선뿐만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 내게 주어진 투표권은 거의 대부분 이른바 ‘사표’가 뻔한 군소정당에 투표해왔다. 정의당 계열이나 녹색당, 노동당 같은. 지난 대선에서도 원 없이 심상정에게 투표했고 이번에도 당연히 심이었는데...... 그랬는데.... 막판에 K-트럼프 만큼은 막고 싶어서 행사한 그 한 표가 덧없어졌다. 하.............  이 깊은 우울.

너무너무 우울해서 에라, 역시 책이나 읽자 싶어 어제 왕창(?) 질렀다. 알라딘, 예스24 두 군데서 온 택배 상자 개봉하고 있으려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현대 SF 문학, 대중문화,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영향을 끼친 스타니스와프 렘의 최고 걸작! 그런데다가 르 귄 님이 극찬한 <솔라리스> 뒤늦게 읽고 싶어서 검색하고, 도서관 찾아보고 해도 너무 옛날 책만 있더라. 새 번역본 나오면 좋겠다 싶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덜컥! 민음사에서 렘의 작품이 우르르 번역되어 나왔다. 그것도 폴란드어 원어 번역! 어머, 이건 사야 해! 읽어야 해!




미시마 유키오, <금색>
작가는 싫은데 계속 읽게 되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 <금색> 번역 소식에도 눈이 띠용!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절정기의 필력으로 선보인 문제적 작품’이라는데, 꺄오, 이 미치광이가 떠 어떤 미문으로 써 내려갔을지 기대 기대! 왕 기대.




미하일 불가코프, <불가코프 중단편집>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불가코프 중단편집도 나왔다. 그것도 국내 미발표 중단편 13편!!!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나고 자란 불가코프가 직접 참전해 겪은 우크라이나 내전 상황을 담은 작품이 함께 실렸다니 지금 읽으면 더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근데 지만지, 참 책값은 비싸....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잃어버린 발자취>
이 책도 반갑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출간된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잃어버린 발자취>-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앞서 라틴아메리카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일상 현실 속에서 발견해낸 알레호 까르 뻰띠에르 문학의 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찬 쉐, <마지막 연인>
은행나무와 휴머니스트가 세계문학 고전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은행나무 시리즈 중에서는 일단 이 작품이 눈에 띈다. 국내 초역인 데다가 중국 현대 여성 작가가 바라보는 사랑에 관한 탐구는 어떨지 궁금.




임레 케르테스,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운명>, <좌절> 등 임레 케르테스 작품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이 작품부터 시작해 보기로.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 <탐욕>
지난번에 함께 출간된 희곡 <광인과 수녀 / 쇠물닭 / 폭주 기관차>부터 읽고 다른 작품도 궁금해서 구매. 이 작품은 비트키에비치가 쓴 작품 중 가장 긴 장편소설이자 그의 대표작이다. 공산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와, 근데 정말 두껍네!




아니 에르노,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아니 에르노 작품이 또 나왔다. 그만 읽어야지 하면서도 또 샀네. 아니 에르노의 초기 장편 소설로, 작가의 초기작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인 글쓰기와 문체를 선보인 독특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다른 작품인 <빈 옷장>, <얼어붙은 여자>와 결이 비슷한 듯.




마리 르도네, <장엄호텔>
열림원에서는 프랑스 여성 작가 작품을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장엄호텔>은 그 시리즈 두 번째 작품.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었던 작품으로(이번이 개정판) 얼굴도 이름도 없는 ‘나’가 인적이 끊긴 늪지대에서 할머니의 마지막 유산 ‘장엄호텔’을 지키며 분투하는 이야기.




이디스 워튼, <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중 <사악한 목소리>와 <회색 여인>을 읽었는데 두 작품은 기대보다는 못했다. 이디스 워튼 작품은 어떨까 싶어 구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이디스 워튼의 고딕소설 세 편과 대표작 한 편이 담겼다.




미시마 유키오, <문장독본>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론을 담은 책도 새로 나왔다. 엄청난 다독가였던 미시마 유키오가 세계문학에서 가려 뽑은 문장들을 직접 해설하고 감상한 ‘문장론’- 또한 그만의 문학관을 가감 없이 드러낸 고백록이기도.




실비 제르맹, <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은 소설만 읽었는데,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어제 살짝 열어봤는데 글쓰기와 소설 속 인물들에 관한 독특한 사유의 글인 듯 싶다.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독본>과 비교해 읽어도 흥미로울 것 같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이 책 그렇게 난리더라구요? 다락방 님이 소개하신 글 읽고 구매. 이 책은 사실 어제 사지는 않았고 3월 초에 샀던 것 같다. 그즈음 이 책으로 땡스투 들어갔나요? 그거 접니다, 다부장님!   




알베르 카뮈, <카빌리의 비참>
이것도 에세이. 어머, 나 이번에 에세이 많이 샀네. 카뮈가 1939년 6월 5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일간지에 쓴 기사 11개를 번역해 묶은 책. 이 책을 통해 카뮈는 알제리 카빌리 지역의 비참한 실태를 절제된 문장과 각종 수치, 증언을 통해 고발한다.




어슐러 K. 르 귄 <세상 끝에서 춤추다-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중고로 떠서 냉큼 구매했다. 이 책에는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전반에 걸쳐 발표했던 르 귄의 강연용 원고, 에세이, 서평이 수록되어 있다. 르 귄의 서평 읽다 보면 알라딘 장바구니 터진다....!




수의사 냥토스, <고양이 집사 매뉴얼>
아무래도 집사라, 고양이 관련 책을 여럿 읽어봤다. 이 책도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려니 하고 넘기려다가 목차를 보니 좀 흥미로운 게 아닌가! 이를테면 ‘과도한 그레인 프리 신앙을 주의하자’, 나 ‘힐스나 로얄캐닌을 추천하는 이유’ 같은 부분. 내가 울 냥이들 그레인프리 사료만 주고 있고, 로얄캐닌 사료는 기호성 끝장인 데도 잘 안 사주는데 그거랑 정반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어제 사서 당장 읽어봤는데 아하, 그렇구나 싶은 부분이 좀 있다. 그리고 어제 새로 알게 된 사실. 뚱냥이 우리 둘째의 출렁출렁 배가 나는 다 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게 ‘원시 주머니’라고?! 그렇게 깊은 뜻이?! ‘원시 주머니’가 뭔지 궁금하신 분(ex: 홉스 주인님)은 이 책 미리보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제 참 울적했나봐유.... 참 많이도 질렀쥬??



아무튼 나는 책으로 다시 침잠하지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K-트럼프의 5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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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3-11 1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중간에 탐욕 저 미친 두께 뭐예요?? 정말 탐욕스럽다.. 탐욕스런 책탑임다…👍
고양이집사 저책 좋아보이네요? 언니한테 선물할까.. 원시주머니 뭔지 찾아봐야겠네요. 저희 언니네 냥이들도 뱃살 장난 아니던데 ㅋㅋ

잠자냥 2022-03-11 11:5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탐욕스럽게 두껍죠? 저도 저렇게 두꺼울 줄은.
이제 원시 주머니라고 불러주세요~~! ㅋ

Falstaff 2022-03-11 1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권 골라놓았는데 ㅎㅎㅎ 겹치는 것이 있군요. 아직 사지는 않았습니다. 여름이나 되어야 할 거 같네요.

잠자냥 2022-03-11 12:04   좋아요 2 | URL
<잃어버린 발자취>랑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거기에 더한다면 <탐욕>과 <마지막 연인> 정도? ㅎㅎㅎ

Falstaff 2022-03-11 12:13   좋아요 2 | URL
하여간 귀신이셔요! 깜짝 놀라서 랩탑 다시 열어 답글 쓰는 겁니다. ㅋㅋㅋㅋ
<태어나지 않은....>은 아주 어렵게지만 하여간 전에 다른 이의 번역으로 읽었고요, 딱 세 권인데요, 세 권을 다 맞추셨습니다! @.@

공쟝쟝 2022-03-11 1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했어요! 깊은 침잠, 앞으로의 5년은 우리를 더욱 천재로 만들어주겠군요. 저도 오늘의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책을 샀습니다!!! (그런데 의욕이 타오른 나머지 땡투까먹었…) 히_!!

잠자냥 2022-03-11 12:35   좋아요 3 | URL
괜차나 괜차나.... 땡투 까먹고 열심히 읽고! 천재됩시다! ㅎㅎㅎ

새파랑 2022-03-11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 여섯권~!!! 잠자냥 많이 울적하셨나봅니다 ㅜㅜ 저도 열 여덟권 구매해야 할거 같아요 😅

전 <잃어버린 발자취>가 가장 땡기네요~!!

잠자냥 2022-03-11 12:35   좋아요 2 | URL
아니 열여덟권! ㅋㅋㅋ 저보다 더 우울하셨나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2-03-11 1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로 땡투가 네 번 들어와서(엣헴-) 호호. 어떤게 잠자냥 님이 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나는 잠자냥 님이 주신거다, 감사하며 사용할게요.
가 아니라 사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탑 사진 보니 저도 얼른 올리고 싶은데 제가 어디보자, 저는 일요일쯤 책탑 사진 올리겠습니다. 저는 무려 머그 세 개..와 같이 책탑을..... 그럼 이만.

역시 책 사는게 좋아요. 기분 전환엔 짱이야!! >.<

잠자냥 2022-03-11 13:24   좋아요 1 | URL
아니 머그 세 개 ㅋㅋㅋㅋ 이 사람 정말 지르는 건 ceo급이야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3-11 22:44   좋아요 0 | URL
머그 세 개....? 그럼 세 번 주문하신 건가요? 우와우와.

다락방 2022-03-11 22:53   좋아요 2 | URL
네 일단 오늘 두 개 받았고 내일 하나 더 올듯요! ㅋㅋㅋㅋㅋ

mini74 2022-03-11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질렀어요. 2차도 질러서 오고 있어요 자냥님 우울할땐 책, ㅎㅎ 겨울잠 자고 싶지만 벌써 봄이 왔네요. ㅠㅠ 그러면서도 또 책을 주섬주섬 담아요 ~~

잠자냥 2022-03-11 13:2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우울할 땐 책 지름이 최곱니다!

독서가 한량 심씨 2022-03-11 1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강가서 파도만 보고 한숨짓고 오는데...이런 탈출 방법이 있었네요.

잠자냥 2022-03-11 13:24   좋아요 1 | URL
네, 독서가라면 ㅎㅎㅎ 책 지르면 조금 덜 우울해집니다.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3-11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한 표 사라지지 않습니다.
과반수 넘지 못했고, 반대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때문이죠.
책이야말로 가장 보람된 선택!^^

잠자냥 2022-03-11 13:25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10% 이상 압승 운운하더니.... 출구조사 발표 때 급당황하며 썩소 본 것만으로도 조금 위로가 됩니다. ㅎㅎ

coolcat329 2022-03-11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사셨네요. 근데 반 이상이 다 제가 읽고 싶은 책들입니다. 미시마 유키오 <문장독본>도 눈에 들어오네요.
기운내세요~

잠자냥 2022-03-11 14:02   좋아요 2 | URL
ㅎㅎ 천천히 반 이상 다 읽으세요~!!
어제보다는 기운납니다! 감사합니다~

케이 2022-03-11 1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거 끝나고 울어본 거 처음인 것 같아요. 자식이 둘이고 또 둘 다 딸이라 이번 대선 남다르더라고요. 저 역시 기호 3번 이하 번호만 찍다 1번 찍은 거 처음이었는데. 너무 우울합니다. 애증의 대한민국. 참 제 뜻 같지 않네요.

잠자냥 2022-03-11 14:50   좋아요 3 | URL
저도 생각해보니 선거 끝나고 울어본 적 처음인 거 같네요. 다음날 출근길에 SNS 보다가 전철에서 울컥하고 울었습니다;; 이명박근혜 때도 울지는 않았거든요. 전 어떤 면에서는 이명박근혜보다 윤이 더 싫습니다(그 사기꾼 가족들도요). 이렇게 혐오팔이를 대놓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물론 거기에 이준석도 크게 한몫하고 있지만.

저도 조카들 생각하면서 불꽃추적단 박지현 위원장한테 투표하는 셈으로 1번 뽑았어요. 디지털 성범죄 처벌은 지금 강화하지 않으면 정말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휴, 이제 야당이 될 민주당 및 다른 정당들의 제어 기능을 믿어봐야죠....ㅠㅠ

페넬로페 2022-03-11 17: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울적하면 책을 사야지요~~
저 중에서 방금 ‘물고기는존재하지 않는다‘가 도착했어요.
지인이 선물을 보내 주었더라고요~~
5년간 자지 않고 눈 부릅뜨기 위해 허벅지 찔러 가며 책 읽어야겠습니다^^

잠자냥 2022-03-11 23:04   좋아요 2 | URL
네~ 울적할 땐 책입니다! 우리 열심히 읽어요~

FLAKSUIT 2022-03-12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선 참 ,맘이 불편합니다. 소설로 마음을 돌리는중입니다.

잠자냥 2022-03-12 20: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뉴스 끊고 책만 보고 있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네요. 간간이 귀에 들리는 소식마다 벌써 암담해진다는.

GoldenSlumber 2022-03-1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가코프 중단편집이 신간 알림으로 떴을 때 완전 흥분했습니다. 출판사는 미덥잖지만 이건 지를 수밖에 없죠. 오늘 회사로 발송됐는데 다음주는 덕분에 월요병이 없겠네요ㅋ

잠자냥 2022-03-13 13:34   좋아요 0 | URL
와, 월요병을 잊을 만큼 강력한 책이군요! 네, 출판사가 좀 별로고… 책값은 좀 비싸지만 이런 건 질러야죠. ㅎㅎㅎ

다락방 2022-06-14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라리스를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누구한테 땡투할까, 하다가 이곳까지 흘러들어오게 됐습니다. 흠흠.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4 09:48   좋아요 0 | URL
아니 저는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황공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