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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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핑커
<빈 서판>,<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언어본능>,<사이언스 북>



















스티븐 핑커의 이 두툼한 책(962쪽)에 담겨진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은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했다.

리뷰를 쓰기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아 포토리뷰의 형식을 빌어,
일부러 찍은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밑줄친 스티븐 핑커의 '생각들'을 뽑아서,
임의대로 붙인 소제목과 해당 쪽수를 덧붙여 정리하여 옮겨 놓는다.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임의로 ① ② ③ ④로 나누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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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리지 효과 (7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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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이 가져야할 자질들 (7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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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진실 702

형제자매와의 섹스에 대한 강한 반감은 인간뿐만 아니라 장수하고 이동하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서 확실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적응특성의 좋은 후보자라 할 수 있다. 그 기능은 근친교배의 비용-자손의 유전적 적응도가 감소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근친상간은 "피를 탁하게 한다'는 민간 속설과, 고립된 산골과 왕가의 심신장애자들이 자주 태어나는 현상 뒤에는 일말의 생물학적 진실이 숨어 있다. 유전자 풀에는 해로운 돌연변이들이 꾸준히 유입된다. 어떤 것들은 우성이 되어 주인을 불구로 만들고는 곧 도태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열성이어서 개체군에 누적되기 전까지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가까운 친족들은 유전자를 공유하므로, 서로 짝을 맺으면 해로운 열성 유전자의 두 사본이 결합하여 자손에게 갈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우리 모두는 치명적인 열성 유전자를 한두 개쯤 갖고 있기 때문에 남매가 짝을 맺으면 이론상으로나 위험도를 측정한 연구에서나 손상 자식이 태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것은 모자간, 그리고 부녀간 교배(그리고 정도는 약하지만 더 먼 친족들 간의 교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간(그리고 다른 많은 동물들)은 가족 구성원과의 섹스에 대한 생각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을 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 707

19세기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웨스터마크는 유년에 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서 성장하면 뇌는 그 사람을 '형제' 범주에 넣는다고 추측했다. 웨스터마크 효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근친상간의 주인공인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설명해 준다. 테베의 왕인 라이오스는 자신이 아들에게 살해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는다. 아내인 이오카스테가 아들을 낳자 라이오스는 아기의 발목에 쇠못을 박아서 산중에 내다 버린다. 오이디푸스는 양치기에게 발견되어 길러진 다음 코린트의 왕에게 입양되어 왕자가 된다. 델포이를 방문한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임을 알게 되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코린트를 떠난다. 테베로 가는 길에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를 만나 사소한 말다툼 끝에 그를 죽인다. 그런 다음 그는 수수께끼를 풀고 스핑크스를 죽인 후 그에 대한 상으로 테베의 왕위와 홀로된 왕비를 얻는다. 그녀는 오이디푸스가 성장하는 동안 그와 떨어져 지낸 생물학적 어머니, 이오카스테였다. 두 사람은 네 자녀를 둔 다음 비극적인 소식을 듣는다.



또 다른 티켓 709

양성 간의 전투는 단지 비친족 개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전초전일 뿐만 아니라 그와는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싸움이다. 그 기초에는 도널드 시먼스가 최초로 설명한 이유들이 있다. "인간의 성에는 여성적인 본성과 남성적인 본성이 있으며, 두 본성은 서로 다르다. ‥‥‥ 남자와 여자의 성적 본성이 다른 이유는 인류의 진화사 중 대단히 길었던 수렵채집 기간 내내 양성에게 적응력을 주는 성적 욕구와 성벽이 무의식적인 번식에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티켓이었기 때문이다."


성이란 710

체스터필드 경은 성에 대해 "즐거움은 일시적이고, 자세는 우스꽝스럽고, 비용은 지독하다"고 말했다.


유성생식의 이유 711

유기체가 무성생식을 한다면, 일단 신체의 금고를 따는 데 성공한 미생물들은 유기체의 자식들과 형제들의 금고도 쉽게 딸 것이다. 유성생식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금고의 열쇠를 바꾸는 방법이다. 유전자의 절반을 다른 유전자로 교체함으로써 유기체는 자식들에게 현지 미생물들과의 경쟁에 유리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자식들의 분자 자물쇠는 새로운 조합을 갖게 되고, 그래서 미생물들은 새 열쇠를 처음부터 진화시켜야 한다. 심술궂은 미생물은 변화를 위한 변화에 상을 주는 미생물이다.


자식에 대한 기초 투자액의 차이 712

트리버스는 암수 간의 모든 현저한 차이들이 자식에 대한 기초 투자액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투자란 부모가 미래의 번식 능력을 감소시키는 대가로 현재 자식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하는 모든 것이다. 투자는 에너지, 영양분, 시간, 또는 위험일 수 있다. 정의상 암컷은 초기 투자액이 더 많으며(더 큰 성세포),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생물종은 암컷이 훨씬 더 많이 헌신한다. 수컷은 보잘것없는 유전자 꾸러미만 던져 놓고 대개 등을 돌린다. 모든 자식은 암수의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암컷의 헌신은 자신이 낳을 수 있는 자식의 수에 대해 제한적이다. 암컷은 기껏해야 난자당 한 자식만을 생산하고 양육한다. 이 차이로부터 2개의 결과가 단계적으로 파생한다.

첫째, 하나의 수컷은 여러 암컷을 수정시킬 수 있고, 그로 인해 다른 수컷들을 총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컷들 사이에 암컷에게 접근하기 위한 경쟁이 형성된다. 한 수컷은 다른 수컷들을 공격해 암컷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거나, 짝짓기에 필요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거나, 암컷의 환심을 사서 자신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수컷들의 성공 방법은 다양하다. 승자는 많은 자식을 낳고 패자는 하나도 낳지 못한다.

둘째, 수컷의 번식 성공은 얼마나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암컷의 번식 성공은 얼마나 많은 수컷과 짝짓기를 하느냐와 무관하다. 이것은 암컷을 더 차별적이고 까다롭게 만든다. 수컷은 암컷들에게 구애를 하고 허락이 떨어지면 어느 암컷과도 짝을 짓는다. 암컷은 수컷들을 면밀히 조사한 다음 최고의 수컷, 즉 최고의 유전자를 갖고 있거나, 자식을 먹이고 보호할 의지와 능력이 가장 강하거나, 다른 암컷들이 좋아할 만한 수컷하고만 짝을 짓는다.


투자의 차이가 성차이의 원인 713

수컷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은 동물계 전체에 보편적이다. 다윈은 이 두 장관을 지적하고 성선택이란 명칭을 붙였지만, 왜 경쟁이 수컷의 몫이고 선택이 암컷의 몫인지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워했다.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부모 투자 이론이다. 많이 투자하는 성이 선택을 하고 적게 투자하는 성이 경쟁을 한다. 결국 투자의 차이가 성차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의 모든 것-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음경, 질, Y염색체, X염색체-은 부차적이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고 암컷들이 선택을 하는 것은, 암컷임을 규정하는 난자에 아주 조금 더 투자한 분량이 그 동물의 나머지 번식 습관들과 곱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동물종은 난자와 정자의 초기 투자분의 차이가 역전되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암컷들이 경쟁을 하고 수컷들이 선택을 한다. 물론 이런 예외들도 투자 이론의 법칙을 입증한다. 몇몇 물고기들은 수컷이 육아낭 속에 새끼를 품는다. 몇몇 새들도 수컷이 알을 품고 새끼를 먹인다. 그런 종들의 경우에는 암컷이 공격적이고 수컷에게 구애를 하며, 수컷이 파트너를 신중하게 고른다.


고환의 크기 715

정자는 질 속에서 며칠 동안 생존할 수 있으므로, 난잡한 암컷은 몸 속에서 난자를 수정시킬 기회를 노리며 경쟁하는 여러 수컷의 정자들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수컷이 생산한 정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정자가 1등으로 골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은 왜 침팬지들이 신체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큰 고환을 갖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고환이 크면 정자를 많이 생산하고, 정자가 많으면 암컷의 몸속에서 수정할 확률이 높아진다. 고릴라는 체격이 침팬지보다 네 배나 크지만 거꾸로 고환은 네 배나 작다. 그의 암컷들은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의 정자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일부일처인 긴팔원숭이 역시 고환이 작다.


결혼이란 관습 719

호모사피엔스는 어떤 종류의 동물인가? 우선 포유동물이므로 여자의 최소 투자분이 남자의 최소 투자보다 훨씬 많다. 여자는 아홉 달의 임신과 (자연 환경에서)2∼4년의 수유를 투자한다. 남자는 몇 분의 섹스와 소량의 정액을 투자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약 1.15배 크다. 이것은 남자들이 진화 과정에서 몇 명의 남자는 몇 명의 여자와 짝을 짓고 몇 명의 남자는 아무와도 짝을 짓지 못하는 식으로 경쟁을 벌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단독생활을 하고, 일부일처제이고, 비교적 섹스가 적은 긴팔원숭이와는 달리 인간은 다수의 남녀가 큰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끊임없이 짝짓기를 할 기회를 만난다. 남자는 신체 대비 고환의 크기가 침팬지보다는 작지만 고릴라와 긴팔원숭이보다는 크다. 그것은 조상의 여성들이 터무니없이 난잡하진 않았지만 항상 일부일처로 지낸 것도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무력하게 태어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어른에게 의존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생활방식에 지식과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남자들은 사냥으로부터 고기를 얻고 그 밖의 자원들을 얻기 때문에 투자 여력을 갖고 있다. 남자들은 신체 구조가 허락하는 최소 투자분을 훨씬 초과하여 자식들을 먹이고, 보호하고, 가르친다. 이 때문에 남자에겐 배우자의 서방질이 관심사가 되고 여자에겐 남자의 투자 의지와 능력이 관심사가 된다. 남자와 여자는 침팬지들처럼 큰 집단을 이루고 살지만 새들처럼 남자도 자식에게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인간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번식을 위한 동맹을 맺고 제3자의 성적 접근과 투자를 제한하는 결혼이란 관습을 발전시켰다.


인간의 진화사 중 99퍼센트의 기간 동안 720

최근까지도 남자는 사냥을 하고 여자는 채집을 했다. 여자는 사춘기를 넘긴 직후에 결혼했다. 피임이나 비친족의 제도적 입양, 인공수정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섹스는 번식을, 번식은 섹스를 의미했다. 농사와 목축으로부터 얻는 식량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분유나 이유식도 없었다. 아기들은 어머니나 그 밖의 여자들에게 매달려 지냈다. 이 조건들은 인간의 진화사 중 99퍼센트의 기간 동안 지속되면서 우리의 성성을 형성해 왔다. 우리의 성적 사고와 감정은 현대인이 아기를 원하건 원하지 않건, 섹스가 아기로 이어지는 세게에 적응해 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한다', '최고', '최적'과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 그 말들은 그 세계에서 번식 성공을 이끌어 냈을 전략들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옳거나, 현대세계에서 통용되거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쿨리지 효과, 매번 같은 암탉 723

새 파트너를 만나면 남성의 성적 욕구가 깨어나는 현상은 유명한 일화 덕분에 쿨리지 효과라고 불린다. 미국의 30대 대통령이었던 캘빈 쿨리지와 그의 아내가 한 농장을 방문하던 중 따로 시찰을 하게 되었다. 닭장을 둘러보던 쿨리지 여사는 수탉이 하루에 몇 번이나 암탉과 관계를 하는지 물었다. "몇 십 번 합니다"라고 안내원이 대답했다. 이번엔 대통령이 닭장을 보고 수탉에 관해 물었다. "매번 같은 암탉과 합니까?" "아닙니다. 각하. 매번 다른 암탉과 합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영부인에게도 그 말을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많은 수컷 포유동물들이 교미를 할 때마다 암컷이 바뀌면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과시한다. 실험자가 이전 파트너에게 가면을 씌우거나 냄새를 없애도 속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이것은 수컷의 욕망이 '무차별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수컷들은 어떤 부류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가에는 신경 쓰지 않지만, 어느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가에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 이것은 내가 2장에서 관념연합론을 비판할 때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개인과 범주 간의 논리적 구별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예다.

남자들은 수탉 같은 정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의 욕망에서도 쿨리지효과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문화를 포함하여 많은 문화에서 남자들은 아내에 대한 성적 열망이 결혼 후 몇 년 내에 시든다고 보고한다. 남성의 성욕 감퇴를 촉발하는 것은 아내의 외모나 그 밖의 특징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개념이다. 새 파트너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딸기에 질리면 초콜릿 케이크에 끌리는 경우처럼 다양성이 인생의 양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예가 아니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소설〈불운한 녀석 먼저〉에서, 첼름이라는 가상의 마을 출신인 한 숙맥이 여행을 떠나지만 길을 잘못 들어 뜻하지 않게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고향 마을과 똑같이 생긴 다른 마을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겹기만 했던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나 매력을 느끼고 황홀해한다.


쉽게 흥분하는 능력 724∼725

수컷의 성적 욕구에 숨겨진 또 다른 부분은 잠재적인 성적 파트너를 보면 쉽게 흥분하는 능력이다. 사실, 성적 파트너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비치면 즉시 흥분을 한다. 동물학자들은 많은 종의 수컷들이 암컷과 막연하게 닮은 다양한 물체들-다른 수컷, 다른 종의 암컷, 같은 종이지만 박제가 되어 받침대 위에 고정된 암컷, 박제된 암컷의 일부분(예컨데, 허공에 매달린 머리), 심지어 눈이나 입처럼 중요한 특징이 제거된 박제 암컷의 일부분-에게 구애를 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견했다. 인간 남성은 여성의 나체를 실물뿐만 아니라 영화, 사진, 그림, 엽서, 인형, 비트맵 방식의 음극선관 영상으로 볼 때에도 흥분을 한다. 남자들은 이 모조품들로부터 즐거움을 느끼면서 미국에서만 연간 100억 달러의 총수익을 올리는 포르노 산업을 먹여 살린다. 이것은 관중 스포츠와 영화 산업이 수익을 합한 액수다. 식량수집 문화에서 젊은 남자들은 여성의 젖가슴과 음부를 돌출된 바위에 숯으로 그리고, 나무 몸통에 칼로 새기고,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그린다. 포르노는 세계적으로 비슷하고 1세기 전과도 아주 비슷하다. 포르노는 일시적이고 몰개성적인 섹스를 갈망하는 익명의 나체 여성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다 726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구는 만족을 모른다는 점에서 특이한 적응특성이다. 대부분의 적응 품목들은 효용 체감이나 최적 수준을 보인다. 사람들은 공기, 음식, 물을 대량으로 구하지 않고, 날씨가 너무 덥거나 너무 춥지 않고 적당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남자는 많은 수의 여자와 섹스를 할수록 많은 자식을 남긴다.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남자들은 일시적인 파트너에 대해(그리고 조상의 환경에서 파트너의 수를 늘리게 해주었던 품목들, 예컨대 권력과 부에 대해) 무한한 욕구를 갖는다. 일상생활에서 남자들은 욕망의 바닥을 확인해 볼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지만, 극소수의 남자들은 가끔씩 부, 인기, 외모, 무도덕을 이용해 그럴 기회를 시험해 본다. 조르주 시므농과 휴 헤프너는 수천 명의 파트너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윌트 체임벌린은 2만 명의 여자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터무니없는 허풍을 관대하게 받아들여, 체임벌린이 실제 추정치를 10배 부풀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1999명의 섹스 파트너로는 만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리뷰어의 생각)
타이거 우즈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말없이 떠나 주니까 729

아무리 매력적인 남자라도 매춘부처럼 돈을 받고 몸을 팔진 않는다. 오히려 돈을 주고 매춘부를 사는 경우가 있다. 세계적인 미남 배우라고 알려져 있는 휴 그랜트는 1995년에 자신의 승용차 앞좌석에서 매춘부와 오럴섹스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여기에 단순한 경제학적 분석이 통하지 않는 것은, 돈과 섹스가 완벽하게 대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남자의 매력 중 일부분은 그 남자의 부에서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력적인 남자들은 돈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바라는 '대가'는 돈이 아니라 장기적인 헌신인데, 그것이야말로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에게는 희소한 자원이다. 휴 그랜트 사건의 경제학은 할리우드의 마담뚜, 하이디 플라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의 거래에 잘 요약되어 있다. 한 콜걸이 친구에게, 잘생긴 손님들이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친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손님들은 섹스 때문에 돈을 주는 게 아니야. 섹스한 후에 말없이 떠나 주니까 돈을 주는 거지."


다수의 아내 731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단기적인 간통을 하는 남자는 자신의 아이가 알아서 생존해 줄 가능성에 운을 걸거나, 상대방 남편이 그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워 줄 것을 기대하는 셈이다. 능력이 있는 남자의 경우 자손을 최대로 늘릴 수 있는 더 확실한 방법은, 여러 명의 아내를 구하고 모든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남자들은 다수의 섹스 파트너가 아니라 다수의 아내를 원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인간의 문화들 중 80퍼센트 이상에서 권력자들은 일부다처를 허용해 왔다.


막역한 친구와 성적 파트너 731

일부다처가 허용되면 남자들은 새 아내와 아내를 구할 수단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부유하고 존경받는 남자들은 1명 이상의 아내를 얻고, 변변치 못한 남자들은 1명도 얻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한 남자는 더 어린 아내를 얻는다. 손위 아내는 남편의 막역한 친구이자 파트너로 남고 가사를 주관한다. 손아래 아내는 남편의 성적 파트너가 된다.


남성의 마지막 판타지 732

식량수집 사회에서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소수의 흉포한 남자들, 능숙한 지도자들, 훌륭한 사냥꾼들은 2∼10명의 아내를 거느린다. 농업과 대규모 불평등의 출현으로 일부다처제는 우스운 지경으로까지 이르곤 한다. 로라 베치히는 문명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독재자들이 남성의 마지막 판타지를 실현했다고 기록했다. 혼기에 찬 수백 명의 후궁들을 거느리면서 다른 남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엄중하게(종종 환관들에 의해) 경호한 것이다. 인도, 중국, 이슬람 세계,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에서 이런 제도가 출현했다. 솔로몬 왕은 1000명의 첩을 거느렸다. 로마 황제들은 후궁을 노예로 취급했고, 중세 유럽의 왕들은 하녀로 취급했다.


첫째 아내 vs 셋째 아내 733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더 자유로운 사회에서도 일부다처제가 여자에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진화상의 이유로 여자는 빈민의 조강지처가 되기보다는 부유한 남편을 공유하는 편이 나을 수 있고, 심지어 감정적 이유에서도 후자를 더 선호할 수 있다. 로라 베치히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시골뜨기 촌닭의 첫째 아내가 되는 것이 나을까, 존 F. 케네디의 셋째 아내가 되는 것이 나을까?


불평등과 일부다처 735

오늘날에도 불평등은 일부다처의 번성을 허락한다. 부유한 남자들은 아내와 첩을 동시에 부양하거나, 20년 간격으로 아내와 이혼을 하고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를 대고 젊은 여자와 결혼을 한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라이트는 공공연한 일부다처처럼 쉬운 이혼과 재혼도 폭력을 증가시킨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남자들이 출산 연령대의 여자들을 독점하여 하층 계급의 남자들에게 돌아갈 아내감이 부족해지면, 최하층의 젊은 남자들은 무모한 수단에 의존한다.


간통 파트너와 결혼 파트너 735

이 모든 이야기는 단 하나의 성차이, 즉 남자들이 다수의 파트너를 더 많이 원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남자라고 해서 완전히 무차별적인 것은 아니고, 제아무리 독재적인 사회라도 여성의 발언권을 완전히 억압하지는 못한다. 양성은 각자 간통 파트너와 결혼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을 갖고 있다. 인간의 다른 견고한 취향들처럼 그 기준들도 적응특성일 것이다.

양성은 모두 배우자를 원하고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간통을 더 많이 원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들이 간통을 전혀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일 여자들이 간통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면, 여자를 희롱하는 남성 충동은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고(혼인을 빙자하는 경우에는 보상을 받겠지만, 그렇다 해도 결혼한 여자는 남자를 희롱하거나 희롱의 목표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진화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자의 정액은 수적으로 불리해질 위험을 겪지 않을 것이므로, 고환은 고릴라의 신체 대비 크기보다 더 크게 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를 향한 질투 감정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겠지만 남편들의 질투심은 분명히 존재한다. 민족지학의 기록을 보면 모든 사회에서 양성 모두 간통을 저지르고, 그때마다 여자들이 항상 비소를 먹거나 상트페테르부르크 5시 2분발 열차에 몸을 던지지도 않는다.


선물 공세가 중요한 기준 736∼737

인간 조상의 여자들은 은밀한 욕구의 진화를 허용했던 성관계로부터 무엇을 얻었을까? 첫 번째 보상은 자원이다. 남자들이 섹스를 위한 섹스를 원한다면 여자들은 그에 대한 대가를 얻어 낼 수 있다. 식량수집 사회에서 여자들은 연인들에게 선물-주로 고기-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당신은 우리의 먼 어머니들이 스테이크 식사에 몸을 팔았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양질의 단백질이 부족한 식량수집 사회에서 고기는 대단히 중요한 물품이다. 멀리서 보면 매춘 같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일상적인 에티켓에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양쪽 다 응분의 보상 같은 것을 부인한다 해도 부유한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외식을 가지 않거나 돈을 쓰지 않는다면 여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것이다. 설문지에서 여자 대학생들은 비록 남편을 고를 때는 아니지만 단기적인 애인을 고를 때 사치스런 생활방식과 선물 공세를 중요한 기준으로 꼽는다고 보고한다.


간통의 심리 737

여자들은 남편보다 애인을 고를 때 외모와 힘을 더 중시한다고 보고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외모는 유전자의 품질을 보여 주는 지표다. 그리고 여자들은 불륜 관계를 맺을 때 일반적으로 남편보다 지위가 높은 남자를 고르는데, 지위를 뒷받침해 주는 자질들은 거의 틀림없이 유전이 되는 것들이다.(명망 있는 애인에 대한 안목은 첫 번째 동기인 자원 얻어내기에도 도움이 된다.) 우수한 남자와 성관계를 하면 여자는 또한 결혼 시장에서의 거래 능력을 테스트할 수도 있다. 이것은 차후에 직면할 그런 거래의 전주곡이 되거나, 결혼 생활에서 자신의 입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이먼은 성관계와 관련된 성차이에 대해, 여자는 남자가 어떤 면에서 우수하거나 남편을 보완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성관계를 하고,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아내가 아니기 때문에 간통을 한다고 요약한다.


손쉬운 사냥감 738

남자들은 여성을 양분하여 손쉬운 사냥감이 될 수 있는 헤픈 여자와 잠재적 아내가 될 수 있는 수줍은 여자로 나누는 악명 높은 마돈나-창녀 이분법을 보여 준다. 이 사고방식은 종종 여성 혐오라는 증상으로 불리지만, 실은 자식에게 투자하는 모든 종의 수컷에게서 볼 수 있는 최적의 유전적 전략이다. 요약하자면 자신은 어떤 암컷과도 찍짓기를 하지만, 자신의 배우자는 다른 어떤 수컷과도 짝짓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남편의 조건 738∼739

식량수집 사회에서 여자가 임신을 하고 젖을 먹이고 양육을 하면, 그녀와 자식들은 위험, 단백질 결핍, 약탈, 강간, 납치, 살해에 쉽게 노출된다. 자식들의 아버지는 급식과 보호에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녀의 관점에서 그는 그것만 잘하면 되지만, 그의 관점에서 보면 그에겐 다른 일이 있다. 다른 여자들을 얻기 위해 구애하고 경쟁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자식에게 투자하는 능력과 의지의 정도가 다양하므로 여자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여자는 부와 지위에 감동하거나, 남자가 그런 것을 갖기에 너무 젊을 경우에는 야심이나 부지런함처럼 그런 것을 획득할 수 있는 잠재 요인들을 보고 감동해야 한다. 여자가 임신을 했을 때 남자가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이것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진심이든 아니든 여자 옆에 붙어 있겠다고 말하는 것에 이해가 걸려 있다. 셰익스피어는 "남자가 맹세하면 여자는 배신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여자는 안정과 진실성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 남편에게는 보디가드로서의 소질도 있어야 한다.


아내의 조건 739

남자들은 아내의 조건으로 무엇을 찾을까? 아내로서 정절(남편의 부성을 이끌어 낸다)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 여자는 가능한 한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어야 한다.(항상 그렇듯이, 이것도 우리의 취향이 어떻게 설계되었는가와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남자가 말 그대로 수많은 아기를 원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녀는 생식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그녀가 건강하고 사춘기를 넘겼지만 폐경기에 도달하진 않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생식 능력은 평생에 걸친 결혼보다는 하룻밤의 관계에 더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남편이 장기간에 걸쳐 기대할 수 있는 자식의 수다. 여자는 몇 년마다 한 명씩 자식을 낳고 기를 수 있고 자식을 양육할 수 있는 기간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신부가 어리면 어릴수록 가족의 미래 규모는 더욱 커진다. 10대를 벗어나지 못한 너무 어린 신부라면 20대 초반의 여자보다 생식 능력이 떨어지겠지만 그럴 경우에도 위의 기준이 적용된다. 남자는 쓰레기라는 이론과는 정반대로 결혼 적령기의 여성을 보는 눈은 하룻밤의 관계가 아니라 결혼과 부권을 위해 진화한 것 같다. 아버지의 역할이 교미에서 끝나는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주름이 많고 축 처진 암컷들 중 일부가 가장 섹시한 암컷으로 통한다.


짝이 가져야할 자질들 739∼740

버스는 짝이 가져야 할 18개 자질들의 중요성을 묻는 설문지를 고안하여, 6개 대륙과 5개 섬에 거주하는 37개 나라-일부일처와 일부다처, 전통적 성향과 자유주의적 성향,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1만 명을 조사했다. 지역과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지능과 친절함, 이해심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다른 자질들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의 남녀가 다르게 평가했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돈 버는 능력을 더 중시했다. 편차의 크기는 3분의 1 이상부터 1.5배 이상까지 다양했지만, 남녀 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사실상 모든 나라에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지위와 야망, 근면함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신뢰성과 안정성을 더 높이 평가했다. 모든 나라에서 남자들은 젊음과 외모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평균적으로 남자들은 자기보다 2.66세 어린 신부를 원했고, 여자들은 자기보다 3.42세 많은 신랑을 원했다. 이 결과는 여러 번에 걸쳐 재확인되었다.

사람들의 행동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인 광고란을 보면, 여자를 찾는 남자들은 나이와 외모를 따지고, 남자를 찾는 여자들은 경제적 안정, 키, 진실성을 따진다, 한 중매 업체의 사장은 "여자들은 인물 정보를 꼼꼼하게 읽고, 남자들은 사진만 본다"고 말한다. 기혼 부부들을 보면 마치 선호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듯이 남편이 아내보다 2.99세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식량수집 문화에서도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보다 더 섹시한 사람이 있다고 인정하는데, 그 범주는 주로 젊은 여자들과 명망 있는 남자들로 채워진다. 예를 들어 야노마뫼족 사람들은 가장 호감이 가는 여자를 '모코두데이'라고 부르는데, 과일을 가리킬 때에는 잘 익었다는 뜻이고, 여자를 가리킬 때에는 15∼17세라는 뜻이다. 서양의 남녀들에게 슬라이드를 보여 주면, 그들도 모코두데이 여자들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야노마뫼족 사람들의 평가에 동의한다.


남편의 부 740∼741

우리 사회에서 남자의 부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아내의 외모이고, 여자의 외모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남편의 부다. 헨리 키신저와 존 타워처럼 볼품없이 생긴 장관들이 섹스심벌이나 바람둥이로 불린다. J. 폴 게티와 J. 하워드 마셜처럼 여든 살을 넘긴 석유 재벌들도 모델인 애나 니콜 스미스처럼 증손녀뻘 되는 젊은 여자들과 결혼한다. 빌리 조엘, 로드 스튜어트, 라일 로벳, 릭 오케이섹, 링고 스타, 빌 와이먼처럼 평범하게 생긴 록 스타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배우들이나 슈퍼모델들과 결혼한다. 그러나 전직 국회의원인 퍼트리샤 슈뢰더는, 중년의 여성 국회의이원은 중년의 남성 국회의원들처럼 이성에게 동물적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돈이 있는 남자 741

여자들이 부유하고 유력한 남자들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부와 권력이 남자들의 수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성차별 사회에서 여자들이 부와 권력을 얻으려면 결혼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안은 실험을 통해 오류임이 입증되었다. 연봉이 높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명망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많은 존경을 받는 여자들이 오히려 보통 여자들보다 남편감의 부와 지위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심지어 여권운동 단체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남자들은 다른 남자들과 똑같이 아내감의 부나 돈 버는 능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다. 카메룬의 바퀘리족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부유하고 유력하지만, 그곳 여자들도 돈이 있는 남자를 고집한다.


예쁜 얼굴 742∼743

우리는 정말로 아름다움을 보는 선천적인 눈을 구비하고 있을까? 이를 줄로 갈고, 둥근 고리를 끼워 목을 길게 늘이고, 뺨에 화상 자국을 내고, 입술에 원반을 끼우는《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원주민들은 어떠한가? 루벤스의 그림에 나오는 뚱뚱한 여자들과 1960년대의 트위기는 어떠한가? 그들은 미의 기준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게 변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모든' 치장이 섹시하게 보이려는 시도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주장 뒤에는 그런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지만, 그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사람들은 많은 이유로 신체를 장식한다. 예를 들어 부유하게 보이기 위해, 연줄이 좋게 보이기 위해, 강인하게 보이기 위해, 유행에 뒤처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통스런 성인식으로 정예 집단의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 신체를 장식한다. 성적 매력은 다르다. 다른 문화 출신의 이방인들도 누가 아름답고 누가 아름답지 않은지에 대해 현지인들과 의견이 같고, 어느 문화권의 사람이든 잘생긴 파트너를 원한다. 심지어 3개월 된 아기들도 예쁜 얼굴에 눈길을 준다.


섹시함은 무엇일까? 743

섹시함은 무엇일까? 양성은 모두 감염이 없고 정상적으로 성장한 배우자를 원한다. 건강한 배우자는 원기 왕성하고, 전염병이 없고, 생식 능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현지의 기생충에 대한 유전적 저항력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우리는 청진기와 압설자(혀를 누르는 기구)를 진화시키진 못했지만, 미를 보는 눈이 얼마간 그런 역할을 한다. 대칭, 기형의 부재, 청결함, 깨끗한 피부, 맑은 눈, 온전한 치아는 모든 문화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통한다. 치열교정의들은 잘생긴 얼굴에는 씹기에 적합한 배열을 갖춘 치아와 턱이 있음을 발견했다. 풍부한 모발은 항상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그런 모발이 현재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의 건강 기록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영양실조와 질병은 머리 가죽에서 돋아나는 모발을 손상시켜 줄기에 허약한 부분을 남긴다. 긴 머리는 장기간의 건강을 의미한다.


아름다움의 조건 746

과거에는 미적 구조가 젊음과 건강, 비임신 상태를 보여 주는 증거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날 여자들은 조상들보다 아이를 더 적게 낳고 늦게 낳으며, 비바람에 덜 노출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에 덜 시달린다. 현대 여성은 중년에 들어서도 조상들의 10대처럼 보일 수 있다. 여자들은 또한 젊음과 여성성, 건강의 단서들을 모방하고 과장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눈 화장(눈을 커 보이게 한다), 립스틱, 눈썹제거(남성적인 눈두덩을 축소시킨다), 화장(4장에서 설명한 명암으로부터 형태를 파악하는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모발의 윤기·굵기·색채감을 높여 주는 제품들, 젊은 젖가슴처럼 보이게 해주는 브래지어와 의류, 피부를 젊어 보이게 해준다고 외치는 수백 종의 약물이 그런 예다. 보디스, 코르셋, 후프, 크리놀린, 버슬, 거들, 주름치마, 테이퍼링, 넓은 벨트를 이용하면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성 패션은 단 한 번도 부피가 큰 허리띠를 채택한 적이 없다.


여자들의 외모 748∼749

아름다움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여성을 객관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꾸며 낸 공모가 아니다. 정말로 성을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여자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차도르로 감싼다. 역사상 모든 시대에 아름다움에 대한 비판은 권력을 가진 남자, 종교 지도자, 때때로 나이 많은 여자, 의사들처럼 최근의 미용 열풍 때문에 여자들의 건강이 위험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미를 광신하는 쪽은 정작 여자들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경제학과 정치학으로 설명된다.(정통 페미니즘의 분석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끔 세뇌당한 얼뜨기가 되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사회에서 여자들은 예쁘게 보이기를 원한다. 남편, 지위, 유력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남자들은 아름다움을 싫어한다. 아내와 딸들이 아무 남자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고, 여자들이 그들의 성성에서 나오는 이익을 남자들에게서(딸의 경우는 어머니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경제적 원리 때문에 남자들도 멋있게 보이기를 원하지만, 시장의 힘은 더 약하거나 다르다. 여자들의 외모가 남자들에게 중요한 것만큼 남자들의 외모는 여자들에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어책의 진화(성적 질투) 750

양성 모두 자신의 짝이 바람을 피운다는 생각에 강한 질투심을 느낄 수 있지만, 남녀의 감정은 두 측면에서 다르다. 여자의 질투는 더욱 정교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자들은 상황을 평가하고, 남자의 행동이 자신의 궁극적인 이익에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한다. 남자의 질투는 더 노골적이고 더 쉽게 촉발한다.(그러나 일단 촉발하면 남자보다 여자의 질투가 더 강하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일부 여자들은 기꺼이 1명의 남편을 공유하지만, 남자들이 1명의 아내를 공유하는 사회는 없다.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여성은 항상 남편의 유전적 이익에 위협을 준다. 남편을 속여서 경쟁자의 유전자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는 남자는 반드시 아내의 유전적 이익에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 그의 사생아는 다른 여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일 남자가 아내와 아내의 자식들에게 투자해야 할 자원을, 일시적으로든 영구적으로든 다른 여자와 그녀의 자식들에게 돌린다면 그것은 정말로 위협이 된다.


질투의 이유 750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것에 질투심을 느껴야 한다. 남자는 아내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여자는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에게 시간과 자원, 관심, 애정을 쏟는다는 생각에 괴로워해야 한다. 물론 어느 쪽도 자신의 짝이 다른 누군가에게 성이나 애정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때에도 그 이유는 각기 다르다. 남자들이 애정에 동요하는 것은 애정이 섹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고, 여자들이 섹스에 동요하는 것은 섹스가 애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는 사람들의 신체에 전극봉을 붙인 다음 두 종류의 배신을 상상해 보라고 요구했다. 남자들은 성적 배신을 상상할 때 더 많이 땀을 흘리고 얼굴을 찡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린 반면에, 여자들은 감정적 배신을 상상할 때 더 많이 그런 증상을 보였다. 유럽과 여러 나라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산출되었다.


노골적인 이전 753

대부분의 사회에서 결혼은 한 여자에 대한 소유권이 아버지에게서 남편에게로 넘어가는 노골적인 이전이다. 우리 문화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아버지는 "딸을 준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딸을 파는 경우가 더 흔하다. 70퍼센트의 사회에서 신랑이나 신랑 가족은 신부의 가족에게 때로는 현금이나 딸로, 때로는 신랑이 일정 기간 동안 신부의 아버지를 위해 일을 하는 신부용역으로 대가를 지불한다.(성경에서 야곱은 라반의 딸인 라헬과 결혼할 권리를 얻기 위해 라반 밑에서 7년 동안 일을 하지만, 라반은 결혼식 날 신부를 레아로 바꾸고, 그로 인해 야곱은 라헬을 두 번째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또다시 라반 밑에서 7년 동안 일을 한다.) 윌에겐 신부의 지참금이 더 익숙하지만, 그것은 신부나 신랑의 부모가 아니라 신혼부부에게 가는 돈이기 때문에 신부값과는 같지 않다. 오늘날에도 많은 부부들이 따르는 관습들 중에는 남편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관습이 있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약혼반지를 끼고, 배우자의 성을 따르고, 새로운 호칭인 Mrs.로 불린다. 예를 들어 Mrs.Brown은 'mistress of Brown(브라운의 부인)'이란 뜻이다.


부정행위 754

간통adultery이란 단어는 섞음질adulterate이란 단어와 관련이 있고, 부적절한 물질을 삽입하여 여자를 불결하게 만드는 행위를 가리킨다. 기혼 여자의 연애를 기혼 남자의 연애보다 더 가혹하게 처벌하는 악명 높은 이중적 기준은 모든 사회의 법률과 도덕에 공통적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제임스 보즈웰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했다. "남자의 부정행위와 아내의 부정행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러자 새뮤얼 존슨은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그 차이는 무한하다. 남자는 자기 아내에게 어떤 놈도 허락하지 않는다." 결혼한 여자와 그녀의 정부는 대개 벌을 받지만(종종 죽음으로), 여기에서 좌우 비례는 착각이다. 그것이 범죄, 구체적으로 남편에 대한 범죄가 되는 것은 남자가 기혼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기혼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전 세계 대부분의 법률 제도에서는 간통을 사유재산 침해로 취급했다. 남편에게는 배상금 청구, 신부값 환불, 이혼, 폭력럭인 보복의 권리가 부여되었다. 강간은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남편에 대한 범죄였다. 딸의 가출은 아버지로부터의 유괴로 간주되었다. 아주 최근까지도 남편에 의한 강간은 범죄가 아니거나, 이치가 닿는 개념조차 아니었다. 남편에겐 아내와 섹스를 할 권리가 부여되었다.

영어권 전역의 관습법에서는 살인을 고살(우발적 살인)로 받아들이는 세 종류의 상황을 인정한다. 자기 방어, 가까운 친족 방어, 아내에 대한 성적인 신체 접촉이 그것이다.(윌슨과 댈리는 그것이 다윈주의적 적응도를 훼손하는 세 가지 주된 위협이라고 말한다.) 텍사스주는 비교적 최근인 1974년에도 아내의 간통 현장을 목격하고 그녀의 정부를 살해한 남자에게 무죄를 선언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곳에서 그런 살인을 처벌하지 않거나 살인범을 관대하게 취급한다. 아내의 간통을 목격한 남편의 질투와 격노를 '합리적인 남성'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행동 방식 중 하나로 규정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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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은 yamoo님 서재에서 많이 봐서 낯설지가 않네요~^^

oren 2010-09-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yamoo님의 서재에서 너무 자주 인용해서 민망할 지경이었지요.

비로그인 2010-09-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빈서판, 언어본능 요로케 있는데..
oren님 올리신 내용 보면서 함 다시 살펴봐야겠습니다.

^^..
참참 깜빡할뻔했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라는 말씀을요~

oren 2010-09-20 20:2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빈서판 → 마음은 어떻게.. → 언어본능' 순으로 사서 읽는 중인데('언어본능'은 몇 달 전에 사두고 아직 못 읽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살펴보니 저자가 책을 저술한 순서(=미국에서 책이 출판된 순서)와는 맞지 않더군요.(먼저 출판된 순서 : 언어본능 → 마음은 어떻게.. → 빈 서판)

최근에 '빈 서판'을 다시 읽어보니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언급한 내용에 '이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부분이 꽤 발견되더군요.

이만 각설하구요.
바람결님도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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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핑커
<빈 서판>,<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언어본능>,<사이언스 북>,



















스티븐 핑커의 이 두툼한 책(962쪽)에 담겨진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은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했다.

리뷰를 쓰기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아 포토리뷰의 형식을 빌어,
일부러 찍은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밑줄친 스티븐 핑커의 '생각들'을 뽑아서,
임의대로 붙인 소제목과 해당 쪽수를 덧붙여 정리하여 옮겨 놓는다.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임의로 ① ② ③ ④로 나누어 정리)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 가장 아름다운 풍경 (578쪽)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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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 559


목표 574


어떤 동물이든 모든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진 못한다. 우화 속의 당나귀는 두 짚단의 중간에서 굶어 죽었지만, 배가 고픈 동시에 목이 마르다고 해서 딸기나무와 호수의 중간에서 고민하는 동물은 없다. 그리고 딸기 하나를 따서 먹고, 호수로 가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딸기 하나를 따서 먹는 동물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동물은 한 번에 하나의 목표에 전념하는데, 각각의 목표는 성취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 578

자연미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야말로 우리의 조상들을 알맞은 환경으로 이끈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사바나를 아름답게 보지만, 또한 탐험하고 기억하기 쉬운 풍경과 안팎을 잘 알 정도로 오랫동안 몸담고 살아온 풍경을 좋아한다. (중략)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풍경은 최적의 사바나 환경과 똑같다. 즉 반쯤 열린 공간(완전히 노출되어 있으면 공격에 취약하고, 너무 무성하면 시야와 행동을 가로막는다), 평탄한 지형, 지평선까지 열린 시야, 큰 나무, 물, 고도의 변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풍경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조망과 대피, 즉 보이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합된 땅이라야 안전하게 지형을 답사할 수 있다.


꽃을 좋아하는 이유 580

사람들은 또한 동물과 식물, 특히 꽃이 있으면 좋아한다. 만일 당신이 집을 비롯하여 쾌적하지만 인공적인 환경에서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아마도 주변에는 동물이나 식물이나 꽃을 주제로 한 장식물이 있을 것이다. 동물에 매혹되는 현상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동물을 먹고 동물은 우리를 먹는다. 그러나 꽃은 사치스런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샐러드가 아니면 먹을 일이 없으므로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설명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직관적인 식물학자인데, 꽃은 풍부한 정보원이다. 식물은 함께 모여 있으면 초록 일색이어서 종종 꽃을 봐야만 식별이 가능하다. 꽃은 성장의 전조로서, 약간의 지능을 가진 생물에게는 미래에 과일, 견과, 덩이줄기 등이 생길 자리로 기억된다.

일몰, 천둥, 짙은 구름, 불과 같은 몇몇 자연현상들은 감정을 크게 환기시킨다. 오리언스와 헤르바겐은 그런 현상들은 어둠, 폭풍우, 화재 같은 중요한 변화가 임박했음을 알려준다고 지적한다. 환기된 감정들은 마음을 사로잡고, 일손을 멈추게 하고, 주의하게 하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하게 한다.


잡식성의 딜레마 587

역겨움의 목적은 무엇인가? 로진은 인간이 '잡식성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유칼립투스 잎을 주식으로 먹기 때문에 그것이 부족해지면 위기에 처하는 코알라와는 달리, 잡식성 동물들은 광범위한 메뉴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단점은 많은 음식들이 유독하다는 것이다. 많은 종류의 물고기, 양서류, 무척추동물이 강력한 신경독을 갖고 있다. 평상시에는 무해한 고기에도 촌충 같은 기생충이 있을 수 있고, 상한 고기는 부패를 야기하는 미생물들이 청소동물들을 막고 고기를 독차지하기 위해 독을 분비하기 때문에 굉장히 치명적이다.


음식 금기 592

어떤 집단에서든 젊고 가난하고 참정권이 없는 구성원들은 다른 집단으로 이탈하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힘을 가진 사람들, 특히 부모들은 그들을 붙잡아 두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포틀래치와 축제는 물론이고 사업상 점심과 데이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어디서나 함께 음식을 먹음으로써 동맹을 형성한다. 함께 음식을 못 먹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 금기 규율은 종종 이웃 부족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금지하는데, 예를 들어 유대인 음식 금기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렇다면 음식 금기는 잠재적 이탈자들을 붙들어 놓는 무기인 셈이다. 우선, 음식 금기는 외부인들과의 연합으로 들어가는 서곡인 빵 나누기를 명백한 도전 행위로 만든다. 더 나아가 음식 금기는 역겨움의 심리를 이용한다. 음식 선호를 배우는 민감한 시기에는 금기 음식들을 접하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자연히 그런 음식들을 접하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자연히 그런 음식들을 역겹게 생각한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적과 친해지기가 어려워진다.("그는 나를 초대했지만, 그들이 음식을 대접하면 어떻게 하지. ··· 우웩!!")


인간의 비극 599

여러 시대에 걸쳐 인간의 조건을 관찰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비극을 지적해 왔다. 사람들은 이웃들보다 낫다고 느낄 때 행복하고,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불행하다.

그런데, 아! 다른 사람의 눈으로 행복을 들여다보는 것은 얼마나 씁쓸한 일이냐!
- 윌리엄 셰익스피어(《뜻대로 하세요》5막 2장)

행복 [명사]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즈 비어스

성공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이디시 속담


불평등 600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잘 먹고, 더 오래 산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즐겁게 살지 못하는 반면에, 우리 조상들은 우리들처럼 만성적으로 음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서양 국가들의 빈곤 계층은 과거라면 귀족들조차 꿈꾸지 못했을 환경에서 산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결코 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다양한 계층과 국가에 소속된 사람들은 그들 자신을 더 풍요로운 집단과 비교하기 전까지는 종종 만족감을 느낀다. 한 사회에서 폭력의 수위는 그 사회의 가난보다는 불평등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세기 후반에 대두된 제3세계의 불만족과 그 이후에 대두된 제2세계의 불만족은 그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제1세계의 풍요로움을 엿본 탓으로 추정된다.


행복의 쳇바퀴 602

산업 국가에서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약간에 불과하다. 부와 만족의 상관성은 실재하지만 낮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행복의 파도가 가라앉으면 다시 예전의 감정 상태로 돌아간다. 더 낙관적인 측면에서, 이를테면 하반신 마비 환자들이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처럼 엄청난 손실을 경험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중략) 마이어스와 디너는 부는 건강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부유하지 않으면 비참해지지만, 부유함이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점에서다.


행복의 비극 603

행복의 비극은 3막까지 있다. 부정적인 감정(두려움, 슬픔, 불안 등)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두 배나 많으며, 손실이 같은 양의 이득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테니스 스타 지미 코너스는 인간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는 이기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비대칭은 실험실에서도 발견되었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는, 사람들은 확실한 이익을 확보할 때보다 확실한 손해를 피하려 할 때 더 큰 도박을 벌인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기분은 이득을 상상할 때 상승하는 폭보다 손실을 상상할 때(예를 들어, 학교 성적이나 이성과의 관계에서) 하락하는 폭이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략)

상황이 점점 좋아지는 경우 적응도의 증가는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음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그것도 어느 한도까지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 적응도의 감소는 게임 종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음식이 부족하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 무한히 열악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전염병, 굶주림, 잡아먹힘, 추락 등등), 크게 좋아지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 때문에 미래의 이득보다는 손실에 주목할 가치가 더 큰 것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쾌락의 쳇바퀴'에 갖힌 존재 604

초기의 진화심리학자로서 즐거움의 심리를 연구했던 도널드 캠벨은 인간을 가리켜 행복을 획득해도 결국에는 더 행복해지지 않는 '쾌락의 쳇바퀴'에 갇힌 존재라고 묘사했다. 사실 행복에 대한 연구는 종종 전통적인 가치관을 옹호하는 설교처럼 들린다. 그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은 부유하고 특권이 있고 힘이 세고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배우자와 친구와 종교, 그리고 도전적이고 뜻있는 일을 가진 사람이다. 이 발견이 과장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개인이 아니라 평균에 들어맞기 때문이고, 원인과 결과를 쉽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혼 생활은 행복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 행복은 결혼과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캠벨이 내린 다음의 결론에는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현명한 사람들의 생각이 녹아 있다. "직접적인 행복 추구는 불행한 삶을 만들어 내는 조리법이다."


늑대와 레밍 611

동물들은 집단, 종, 생태계에 일어나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늑대가 늙고 약한 사슴을 사냥하는 것은 그런 사슴이 가장 쉬운 사냥감이기 때문이다. 배고픈 레밍들은 더 좋은 들판을 찾아다니다 사고로 추락하거나 익사하는 것이지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 612

동물들이 대개 다른 동물들의 관찰 가능한 행복을 그들 자신의 즐거움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심리학적 사실이다. 그런데 동물들이 때때로 그것을 자기 자신의 즐거움으로 느낀다는 것은 훨씬 더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기적 유전자 이론 616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란 "동물들은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그 이론을 정확히 이해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포함하여 동물들은 유전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다. 그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자식을 따뜻하고 배부르고 안전하게 키우려고 노력한다. 이기적인 것은 개인의 실제 동기가 아니라 그 개인을 구성한 유전자의 비유적 동기다. 유전자는 동물의 뇌를 배선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퍼뜨리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그 동물들은 자신의 친족을 사랑하고, 그들을 따뜻하고 배부르고 안전하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혼동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그들의 진정한 자아로 간주하고, 유전자의 동기를 사람들의 가장 깊고 진실하고 무의식적인 동기로 간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오해하게 되면 모든 사랑은 위선이라는 냉소적이고 잘못된 도덕에 이르기 쉽다. 그것은 개인의 실제적 동기와 유전자의 비유적 동기를 혼동한 결과다. 유전자는 꼭두각시를 부리는 주인이 아니다. 유전자는 뇌와 몸을 만들기 위한 조리법으로 작용한 다음 조용히 물러난다. 유전자는 평행우주에 존재하고, 몸 전체에 흩어져 있으며, 그들만의 의제를 갖고 있다.


흩어진 사본들 617

신체는 감정이입의 결정적 장벽이다. 당신의 치통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울 뿐 나에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유전자는 신체에 감금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유전자는 여러 가족 구성원들의 몸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한 유전자의 흩어진 사본들은 신체에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서로를 부른다. 사랑, 동정, 감정이입은 서로 다른 몸속의 유전자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런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치통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병든 자식을 대신해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이타적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은 종이나 집단이나 부모의 신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이기적 유전자다.


도덕적 감정들 : 좋아함, 노여움, 감사, 동정, 죄의식, 수치 621

트리버스는 도덕적 감정들을 호혜주의 게임의 전략으로 보고 그것을 다음과 같이 역설계했다.

'좋아함liking'은 이타적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감정이다. 대략적으로 그것은 타인에게 호의를 제공하는 자발성이고, 그 방향은 자발적으로 호의를 돌려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맞춰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노여움anger'은 친절함의 대가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막아 준다. 착취 행위가 발견되면 당사자는 그 불쾌한 행동을 불공정한 것으로 분류하고 분노와 도덕적 공격의 욕구-관계를 단절함으로써, 그리고 때때로 사기꾼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벌을 주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노여움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노여움이 정당한 노여움, 즉 의분이라는 것이다. 격노한 사람은 자신이 손해를 입었고, 그래서 부당함을 시정해야 한다고 느낀다.

'감사gratitude'는 최초의 행동에서 비롯된 비용과 이익에 따라 보답하려는 욕구를 조절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어 큰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해 큰 손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동정sympathy'은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욕구이고, 감사를 벌기 위한 감정일 수 있다. 사람들은 호의가 가장 절실할 때 가장 많이 감사하므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은 이타적 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죄의식guilt'은 발각될 위험에 처한 사기꾼을 괴롭힐 수 있다. H.L. 멩켄은 양심을 "우리에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내면의 목소리"로 정의했다. 만일 피해자가 미래의 모든 도움을 끊는다면 사기꾼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악행을 배상하고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관계 단절을 막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들이 사적인 범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그 행위가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죄가 발각되기 전에 자백하는 행위는 진실함을 입증하고 피해자에게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다.

'수치shame'는 범죄가 발각된 후의 반응으로 공개적인 뉘우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것도 분명 같은 이유에서다.


낭만적 사랑 643

혼인 법률도 임대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법이 생겨나기 오래 전에 계약을 맺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당신은 장래의 파트너가 떠나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도-예를 들어, 열이면 열 모두 옆집으로 이사할 때에도-당신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해결책은, 애초에 합리적인 이유로 당신을 원하는 파트너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 곁에 머물겠다고 약속하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무엇을 걸고 약속을 해야 할까?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본인이 갖고 싶다고 해서 갖게 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갖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도 없다. 감정은 객관적인 가치 평가에 의해 촉발되지 않으므로, 더 큰 가치를 지닌 누군가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감정을 꾸며 낼 수 있다면 빈맥, 불면증, 식욕부진 같은 생리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감정은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 감정이 바로 낭만적 사랑이다.


제3의 자아 653

마음에는 여러 부분이 있는데, 어떤 부분들은 미덕을 위해 설계되었고, 어떤 부분들은 이성을 위해 설계되었고, 또 어떤 부분들은 고결하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부분들을 압도할 정도로 충분히 영리하게 설계되었다.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속일 수는 있지만 그때마다 제3의 자아가 진실을 본다.




가족의 소중함 655


우리의 삶 658

전 세계의 소설과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줄거리는 소수에 불과한데, 조르주 폴티 교수는 모든 줄거리의 목록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80% 이상의 줄거리가 적에 의해(종종 살인이 일어난다), 친족이나 사랑의 비극, 또는 둘 모두의 비극으로 전개된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삶은 대부분 갈등 이야기, 즉 부모, 형제자매, 자식, 배우자, 연인, 친구, 경쟁자 때문에 생기는 상처, 죄의식, 경쟁의 이야기다.


살인 통계 670

미국의 한 도시에서 집계한 표본자료를 보면, 살인의 4분의 1은 낯선 사람의 소행이고, 절반은 아는 사람, 나머지 4분의 1은 '친족'의 소행이다. 그러나 그 친족의 대부분은 혈연이 아니라 배우자, 인척, 계부모와 의붓자식이다. 혈연에 의한 살인은 2∼6%에 불과하다.


자식의 가출 674

자식이 가출을 하면 부모는 재앙을 맞이한다. 평생에 걸친 사업상의 거래나 전략적 기회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만일 부모가 자식을 주겠다고 수년 전에 서약이라도 했다면 그 부모는 채무불이행에 빠져 고리대금업자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또는 자식이 일찍 사망한다면 부모는 자신의 몸을 저당이라도 잡혀서 죽은 자식을 대신할 배우자를 사야 할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약혼의 파기는 반목과 전쟁에 불을 지피는 주된 원인이다. 위험성이 그렇게 높기 때문에 부모 세대가 기회만 있으면 낭만적 사랑은 경솔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치학의 근본 모순 675

부모애는 정치학의 근본 모순-어떤 사회도 동시에 공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할 수 없다-을 낳는다. 공정한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재산을 모은다.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준다. 그렇다면 그 사회는 평등할 수가 없다. 스스로 벌지 않은 부를 상속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말살하려고 노력한 이유 676

저널리스트인 퍼디낸드 마운트는 역사상 모든 정치적·종교적 운동들이 어떤 이유로 가족을 말살하려고 노력해 왔는지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가족은 개인의 충성심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적대적인 연합체일 뿐 아니라, 불공평한 이점-친족들 간의 타고난 애정이 동지들 간의 애정보다 크다는 사실-을 누리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친족들은 족벌주의의 혜택을 주고받고, 다른 조직에서는 쉽게 가라앉기 힘든 일상적 갈등들을 용서하고, 구성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복수의 칼을 휘두른다. 레닌주의와 나치즘을 비롯한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들은 항상 가족의 유대와 상반되는 동시에 그보다 '더 높은' 새로운 충성심을 요구했다. 초기 기독교에서부터 통일교("우린 이제 당신의 가족입니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교들도 마찬가지다. 마태목음 10장 34-37절에서 예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이니라.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

예수가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아이들을 부모에게 돌려보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근친상간 결혼 677

인류학자 낸시 손힐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근친상간 법률은 남매간의 결혼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님을 밝혀냈다. 그 법의 진정한 표적은 입법자의 이익을 위협하는 결혼이다. 근친상간 법률은 그보다 먼 친척들, 예를 들어 사촌들 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부와 권력이 미래에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가족들에게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계층사회의 통치자들에 의해 공포된다. 인류학자 로라 베치히는 성과 결혼에 대한 중세 교회의 법률도 왕가들을 겨냥한 무기였음을 보여 주었다.


부모와 자식 678

자연선택이 설계한 유기체에게 존재의 이유와 그 모든 노고 및 투쟁의 목표는 자손을 보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클 수밖에 없고, 실제로 크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이라도 무한할 수는 없다. 로버트 트리버스는 가족의 심리학에 미묘하지만 심원한 유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부모-자식 갈등, 형제 경쟁 679

어린 새끼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큰 새끼에게 드는 비용을 초과할 때 부모는 큰 새끼에게서 작은 새끼에게로 투자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 계산의 기초에는 두 자식이 부모와 동일한 촌수라는 사실이 놓여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의 관점에서 본 계산이다. 첫 새끼는 다르게 본다. 첫 새끼는 어린 새끼와 50퍼센트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자기 자신과는 100퍼센트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따라서 첫 새끼의 입장에서 볼 때, 어린 동생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그에게 들어가는 비용의 '두 배'를 초과할 때까지 부모는 계속해서 그에게 투자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부모와 자식의 유전적 이해가 갈라진다. 각 자식은 부모가 주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살핌을 원한다. 부모는 각각의 자식에게 (각자의 필요에 따라 상대적으로) 똑같이 투자하기를 원하는 반면, 각 자식은 자신에게 더 많은 투자가 돌아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긴장을 부모-자식 갈등이라고 한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형제 경쟁이다.



자궁에서 시작된다 681

부모-자식 갈등은 자궁에서 시작된다. 아기를 밴 여자는 조화와 양육의 여신처럼 보이지만 눈부신 미소 뒤에서는 강력한 전투가 벌어진다. 태아는 미래의 자식들을 낳을 수 있는 어머니의 능력을 희생시키면서 어미니의 몸에서 영양분을 채굴한다. 어머니는 자연보호주의자라서 후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예비 상태로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인간의 태반은 어머니의 몸에 침입해 혈류 속으로 들어간 태아의 세포조직이다. 이 태반을 통해 태아는 어머니의 인슐린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당 수치를 높이고 혈당을 양껏 흡수한다. 그 결과 당뇨병이 어머니의 건강을 저해하기 때문에, 진화의 기간에 걸쳐 어머니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 왔고, 이에 맞서 태아는 인슐린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여, 결국 두 호르몬은 평상시 농도보다 1000배나 더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 부모-자식 갈등에 최초로 주목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는, 호르몬 수치의 증가는 목청 돋우기, 즉 갈등의 신호라고 말한다. 이 줄다리기에서 태아는 어머니의 혈압을 높이고 더 많은 영양분을 짜내기 위해 어머니의 건강을 갉아먹는다.

싸움은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계속된다. 어머니가 내릴 수 있는 최초의 결정은 '갓난아기를 살릴 것인가, 죽게 놔둘 것인가'다. 유아살해는 세계 모든 문화에서 발생한다.


유아 살해에 깔린 계산 682∼683

모든 종의 부모는 갓난아기에게 투자를 계속할지 중단할지의 선택에 직면한다. 부모 투자는 소중한 자원이므로, 만일 갓난아기가 죽을 가능성이 있다면 계속 기르거나 젖을 먹이는 것은 잃은 돈을 건지려다 점점 더 손해를 보는 셈이 된다. 그 시간과 칼로리는 같은 배의 새끼들에게 돌아가거나, 새 출발을 해서 새로운 새끼를 낳는 데 쓰이거나,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비축해 놓은 것이 더 유익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동물들은 발육이 불량하거나 병약한 새끼를 죽게 놔둔다. 인간의 유아 살해에도 이와 비슷한 계산이 깔려 있다. 식량수집 사회에서 여자들은 10대 후반에 첫아이를 낳고 4년의 유아기 동안 필요할 때마다 젖을 먹이지만 많은 아기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죽는 것을 본다. 운이 좋은 여자는 2∼3명의 아이를 성공적으로 길러 낸다. 아주 적은 수의 아이라도 성공적으로 길러 내기 위해서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세계의 모든 문화에서 여자들은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 오면 아기를 죽게 놔둔다. 예를 들어 아기가 기형이거나, 쌍둥이이거나,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가 자신의 남편이 아닐 때, 어머니가 젊거나(그래서 다시 아기를 가질 기회가 있을 때), 사회적 지원이 없거나, 아기를 낳은 후 곧바로 다른 아기를 낳았거나, 먼저 태어난 자식을 키우기가 힘겨울 때, 혹은 가뭄 같은 시련이 닥쳤을 때다. 현대 서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계 수치에 의하면, 유아를 죽게 놔두는 어머니들은 어리고, 가난하고, 미혼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의 다른 문화들과 똑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비극 683

유아를 살해하는 어머니들이 냉혹한 것은 아니며, 유아 사망이 흔히 발생할 때에도 사람들은 결코 어린 생명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는다. 어머니들은 유아 살해를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느낀다. 그들은 죽은 아기에 대해 몹시 슬퍼하고, 평생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많은 문화에서 사람들은 아기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는 아기로부터 감정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아기가 위험한 시기를 넘길 때까지 사람들은 아기를 만지거나 이름을 지어 주거나 법률상 개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세례나 할례 관습과 유사하다.



재고 조사를 해야 할 이유 683


아기를 낳은 어머니의 감정은 아기를 살릴 것인가 죽게 놔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원동력으로, 위와 같은 보험학적 사실들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이다. 산후우울증을 대개 호르몬 이상으로 설명하고 넘어가지만, 복잡한 감정에 대한 다른 모든 설명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왜 뇌가 호르몬의 영향을 허락하도록 배선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류 진화사의 대부분에 산모는 잠시 짬을 내 재고 조사를 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현재의 분명한 비극과 몇 년 후의 더 큰 비극의 가능성을 두고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그것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산모의 전형적인 우울증-이 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산후우울증은 예를 들어 가난, 부부 갈등, 홀어머니 양육 같은 상황에서 가장 심각하다.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종종 유아 살해로 이어진다.


귀여움이라는 무기 684

아기는 이해 당사자로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쟁취한다. 그 무기는 바로 귀여움이다. 갓난아기들은 일찍부터 어머니에게 반응한다. 아기들은 미소를 짓고, 눈을 맞추고, 어머니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심지어 어머니의 표정을 흉내 내기도 한다. 아기가 신경계의 기능을 그렇게 광고하면 어머니는 마음이 약해져서 아기를 키워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힐 수 있다.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지적에 따르면, 아기들의 기하학적 배열-큰 머리, 둥근 두개골, 얼굴 아래쪽에 자리 잡은 큰 눈, 통통한 볼, 짧은 팔다리-은 상냥함과 애정을 이끌어 낸다고 한다. 그런 배열은 아기 조립 과정의 산물이다. 자궁 안에서는 머리 끝 쪽이 빨리 자라고, 반대쪽 끝은 태어난 후에 부진을 만회한다. 뇌와 눈은 나중에 들어찬다. 로렌츠는 오리와 토끼처럼 그런 배열을 가진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귀엽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중략)


아기의 전술, 개구쟁이의 진화 685

일단 아기에게 생존이 허락되면 세대 간 전투는 계속된다.
자식은 이 전투에서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지켜 낼까? 트리버스의 말에 따르면, 아기들은 어머니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원하는 대로 젖을 먹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전술을 이용한다고 한다. 아기는 부모가 그에게 주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도록 유도하기 위해 아기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진심 어린 마음을 조작해야 한다. 부모는 "늑대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무시할 줄 알기 때문에 아기의 전술은 더 교활해야 한다. 아기의 뇌는 몸 전체의 감지 장치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기는 자신의 상태를 부모보다 더 잘 안다. 부모와 아기는 모두 아기의 필요에 대한 부모의 반응-예를 들어 아기가 배고플 때 젖을 먹이고, 추울 때 껴안아 주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기 입장에서 이것은 부모가 주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살핌을 이끌어 낼 기회가 된다. 아기는 아주 춥거나 배고프지 않아도 울 줄 알고, 하고 싶은 것을 할 때까지 미소를 참을 줄도 안다. 아기는 말 그대로 속임수를 쓸 필요가 없다. 부모는 거짓 울음을 식별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아기의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생물학적 필요가 전혀 없을 때에도 정말로 비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기기만은 일찍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아기는 또한 한밤중에 울부짖거나 사람들 앞에서 짜증을 내는 등의 강제적인 방법에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소음이 계속되는 것을 싫어해 조건부로 항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자식의 행복에 대한 부모의 관심 덕분에 아이들은 난폭하게 짜증을 내며 뒹굴거나, 아이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양쪽이 뻔히 아는 어떤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인질로 잡힐 수도 있다. 토머스 셸링의 지적에 따르면, 아이들은 모순적 전술을 이용하기에 딱 좋은 입장이라고 한다. 아기들은 귀를 막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부모의 시선을 피하거나, 뒷걸음질을 치곤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부모의 으름장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않으려는 행위다.


젖떼기 갈등의 직접적인 연장 686


부모-자식 갈등 이론은 두 유명한 이론의 대안이다. 하나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콤플렉스, 즉 남자아이들은 어머니와 잠자리를 하고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거세당할 것을 두려워한다는 가설이다.(또한 엘렉트라콤플렉스에서는 어린 딸이 아버지와 잠자리를 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모든 문화에서 어린아이들은(여자아이를 포함해) 때때로 어머니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어머니의 배우자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부모-자식 갈등 이론은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한다. 엄마에 대한 아빠의 관심은 엄마의 주의를 빼앗아 가고, 설상가상으로 동생을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런 비극적인 날을 어떻게든 미루기 위해 섹스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을 줄이고 아버지를 어머니로부터 멀리 떼어 놓을 수 있는 전술들을 진화시킬 만하다. 그것은 젖떼기 갈등의 직접적인 연장이다. 부모-자식 갈등 이론은 이른바 오이디푸스적 감정이 왜 남자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어린 남자아이들이 어머니와 성교하기를 원한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피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 자식 살해와 존속살해의 이유 687

작은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접근할 기회를 놓고 아버지와 충돌하지만 이것은 성적 경쟁이 아니다. 그리고 큰 아이들은 성적인 문제로 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와 충돌하지만, 그 대상은 어머니가 아니다. 많은 사회에서 아버지는 암묵적으로나 공개적으로나 성적 파트너를 놓고 아들과 경쟁을 벌인다. 남자가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리는 일부다처 사회에서는 부자가 말 그대로 한 여자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일부다처제나 일부일처제인 대부분의 사회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아내 찾기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것은 다른 자식들이나 아버지 자신의 열망에 손해가 될 수 있다. 아내를 구하려는 아들은 조급한 심정으로 아버지가 그에게 재산을 떼어 주기만을 기다릴 수 있고, 여전히 정력적인 아버지는 그의 인생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식 살해와 존속살해는 그런 경쟁 때문에 촉발된다.



심리학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실 688∼689

트리버스는 부모-자식 갈등 이론에서 보면, 부모는 자식을 사회화시킬 때 진심으로 자식의 이익에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부모는 종종 자식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만, 자식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킬 수도 있다. 부모는 각각의 아이가 자기 자신보다 형제에게 더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이타적인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치르는 비용보다 형제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더 클 때 부모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는 형제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자신의 비용보다 두 배 더 클 때에만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붓형제나 사촌처럼 더 먼 친족인 경우, 부모의 이익과 자식의 이익의 차이는 훨씬 더 크다. 아이보다는 부모가 그 의붓형제나 사촌과 혈연적으로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모는 집에 남아서 일을 돕는 것이나, 다른 집에 팔려 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부모에게 유익한(그러므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형제들에게 유익한) 그 밖의 일들이 사실은 아이 본인에게 좋은 것이라고 아이를 설득할 수도 있다. 갈등이 존재하는 모든 무대에서처럼 부모는 기만이나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므로) 자기기만에 의존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작고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당장에는 부모의 보상, 벌, 훈계, 권유를 받아들이지만, 갈등이론에 따르면 이런 전술들이 아이의 성격까지 좌우하지는 않는다.

트리버스는 갈등 이론 때문에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부모가 자식을 만든다는 생각은 너무나 뿌리 깊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자명한 진리가 아니라 시험 가능한 가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날 그 가설은 시험을 거쳤으며, 그 결과 심리학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성격은 최소 다섯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교적인가 비사교적인가(외향성-내향성), 끊임없이 고민하는가 침착하고 자족하는가(신경증적 경향성-안정성), 예의 바르고 남을 신뢰하는가 무례하고 의심이 많은가(친화성-적대성), 신중한가 경솔한가(성실성-목표 불명), 대담한가 순응적인가(개방성-비개방성)가 그것이다. 이런 특성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만일 그것들이 유전적이라면, 일란성 쌍둥이는 떨어져 자랐어도 그것들을 공유할 것이고, 생물학적 형제들은 입양 형제들보다 더 많이 공유할 것이다. 만일 그것들이 부모의 사회화로부터 생긴 결과물이라면 입양 형제들은 그것들을 공유할 것이고, 쌍둥이들과 생물학적 형제들은 다른 가정에서 자랐을 때보다 한 가정에서 자랐을 때 더 많이 공유할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이런 예측을 시험했다. 연구자들은 위의 성격특성들뿐만 아니라 이혼과 알콜중독 같은 인생의 실제 사건들도 조사했다. 분명하고도 반복 가능한 결과가 나왔으며, 그 속에는 두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다.


임신의 순간 690

첫 번째 결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성격 차이의 상당 부분-약50퍼센트-이 유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출생 직후 헤어진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비슷하고, 함께 자란 생물학적 형제들은 입양 형제들보다 서로 더 비슷하다. 이것은 나머지 50퍼센트는 부모와 가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의미할까? 아니다! 한 가정에서 자랐는지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랐는지는 기껏해야 성격 차이의 5퍼센트를 설명해 준다. 출생 직후 헤어진 일란성 쌍둥이는 그냥 비슷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함께 자란 쌍둥이들만큼 서로 비슷하다. 한 가정에서 자란 입양 형제들은 그냥 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전체 인구에서 무작위로 뽑아낸 두 사람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임신의 순간인 셈이다.

(서둘러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고자 한다. 여기서 부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는 단지 부모들 간의 '차이'도 중요하지 않고, 성장한 아이들 간의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 연구들은 모든 정상적인 부모가 모든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측면을 측정하진 않는다. 어린아이들에겐 분명 정상적인 부모의 사랑, 보호, 지도가 필요하다. 심리학자 주디스 해리스가 표현했듯이, 그 연구들은 단지 만일 아이들을 각자의 가정과 사회적 환경에 고정시키고 모든 부모를 돌아가면서 바꿔 주면 아이들은 똑같은 종류의 성인으로 자랄 것임을 의미한다.)


나머지 45퍼센트의 차이 691

어느 누구도 나머지 45퍼센트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성격은 성장하는 뇌에 영향을 미치는 고유한 사건들, 예를 들어 태아가 자궁에 어떻게 누워 있었는가, 태아가 어마니의 혈액을 얼마나 많이 끌어 썼는가, 태아가 어떻게 자궁 밖으로 나왔는가, 머리로 떨어졌는가, 또는 초기에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가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 어쩌면 성격은 고유한 경험들, 즉 개에게 쫓기거나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해 준 것 등에 의해 형성될 수도 있다. 어쩌면 부모의 특성과 아이의 특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그래서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두 아이라해도 실제 환경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어떤 부모는 소란스런 아이에게 보상을 주고 조용한 아이에게 벌을 주는 반면, 또 어떤 부모는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 이런 각본들은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는 다른 두 각본이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데, 둘 다 성격을 부모와 자식 간의 이해 차이에서 비롯되는 적응특성으로 본다. 첫 번째는 형제들과 경쟁하기 위한 아이의 전투 계획으로,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두 번째는 또래집단에서 경쟁하기 위한 아이의 전투 계획이다.



자식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동네를 알아보느라 692

주디스 해리스는 세계의 모든 곳에서 아이들이 부모가 아니라 또래집단에 의해 사회화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를 수집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집단, 무리, 패거리, 일당, 도당에 참가하고, 그 안에서 지위를 얻기 위해 책략을 쓴다. 각 집단은 외부 관습을 약간 흡수하고 자체적인 관습을 많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문화다. 아이들의 문화적 유산-링고레비오의 규칙, 니아니의 노래의 선율과 가사, 사람을 죽이면 법률상 죽은 사람의 비석값을 내야 한다는 믿음-은 아이들 간에 전파되고, 어떤 것은 수천 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는 어른 집단에 합류한다. 한 차원에서 쌓은 위신은 다음 단계의 디딤돌이 된다. 무엇보다, 어린 청소년 집단의 리더는 데이트 상대 1순위가 된다. 모든 나이에서 아이들은 또래들 사이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내야 하고, 부모가 부과하는 어떤 것보다 그 전략에 우선권을 둬야 한다. 지쳐 버린 부모들은 아이의 친구들을 당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자식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동네를 알아보느라 진땀을 흘린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지만, 언어나 관습을 전혀 모르는 문화적으로 무능한 부모들 때문에 어떤 불리함도 겪지 않았다. 언어 발달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나는 아이들이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또래들의 언어(특히 억양)를 대단히 빠르게 습득한다는 사실에 항상 놀란다.


형제자매들 695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이래로 형제들은 항상 실타래 같은 감정들로 뒤얽혀 왔다. 서로를 잘 아는 같은 세대의 사람으로서 형제들은 서로를 개인으로 대한다. 즉, 형제들은 서로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으며, 성이 같으면 경쟁을 하기도 하고, 성이 다르면 성적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가까운 친족으로서 형제들은 각별한 애정과 유대감을 느낀다. 그러나 형제들은 50퍼센트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형제애나 자매애에는 한계가 있다. 한 부모의 자손으로서 형제들은 젖떼기에서 유언장에 이르기까지 부모 투자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그리고 유전자의 겹침으로 인해 남매는 선천적인 동맹자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자연스런 부모가 될 수 있고, 이런 유전적 연금술 때문에 웬만해서는 서로 성적인 느낌을 갖지 못한다.


영리한 포트폴리오 관리자처럼 696

만일 사람들이 n명의 아이를 낳는다면 각자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므로 부모-자식 갈등은 노골적인 전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각기 다른 시기에 태어난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르다. 부모는 자신의 에너지를 n분의 1로 나눠 n명의 아이들에게 똑같이 나눠 주기보다는, 영리한 포트폴리오 관리자처럼 우량주와 부실주를 선정하고 그에 따라 투자하기를 원할 수 있다. 이 투자 결정은 각각의 아이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손자 손녀의 수에 대한 의식적인 예측이 아니라, 인간이 진화했던 환경에서 그 수를 극대화시켰던 결과를 얻기 위해 자연선택이 조율해 놓은 감정 반응이다. 식견이 있는 부모들은 편애를 하지 않으려고 극구 노력하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한 연구에서, 영국과 미국의 어머니들 중 3분의 2가 특정한 자식을 더 많이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의 예상 수명이 기준 696

부모들은 어떻게 절박한 상황에서 한 아이를 희생시키는 소피의 선택을 할까?
진화론의 예측에 따르면 주된 기준은 나이일 것이다. 유년기는 지뢰밭이어서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나이가 많을수록 아이를 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이는 곧바로 성년기에 도달하여 손자 손녀를 낳을 소중한 자산이 된다. 예를 들어 보험 요율표에 따르면, 식량수집사회의 4세 아동은 평균적으로 부모에게 1.4배의 손자 손녀를 안겨 주고, 8세 아동은 1.5배, 12세 아동은 1.7배의 손자 손녀를 안겨 준다. 그래서 만일 새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이미 아이가 있어서 둘 다 먹여 살리기가 불가능하면 부모는 유아를 희생시킨다. 어떤 인간 사회에서도 어린 자식이 태어났을 때 부모는 큰 자식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을 죽일 확률은 아이의 나이에 정비례하여 꾸준히 낮아지는데, 이 현상은 특히 아이가 취약한 첫해 동안에 두드러진다. 아이를 잃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고 하면 10대까지에 한하여 부모들은 큰 아이의 죽음이 더 많이 슬플 것이라고 말한다. 예상되는 슬픔의 등락은 수렵채집 사회에서도 아이들의 예상 수명과 거의 완벽한 상관성을 보인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막내가 될 가능성이 높을 때 697

반면에 작은 아이는 상대적으로 무기력하기 때문에 부모의 일상적인 봉사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부모들은 큰 아이를 더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작은 아이에게 더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고 보고한다. 이 계산은 부모가 나이가 들어 새로 태어난 아이가 막내가 될 가능성이 높을 때 변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아껴도 줄 대상이 없으므로 막내는 버릇없이 클 수가 있다. 부모들은 또한 냉혹한 표현이지만 성공적인 투자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 즉 더 활발하고, 더 잘 생기고, 더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총애한다.



한 가족의 아이들이 그렇게 다른 이유 697

부모가 편애를 하는 경향이 있다면, 자식은 부모의 투자 결정을 유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선택되었을 것이다. 자식들은 성년기에 접어들고 부모가 죽은 후에도 편애에 대단히 민감하다. 자식들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재주와, 출생과 함께 발을 들이게 된 포커게임의 동역학을 최대한 이용하는 법을 계산해야 한다. 역사학자 프랭크 설로웨이의 주장에 따르면, 성격에는 포착하기 어려운 비유전적 요소가 있는데 부모 투자를 놓고 형제들과 경쟁을 벌이기 위한 일단의 전략이 그것이며, 한 가족의 아이들이 그렇게 다른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한다.



첫아이와 둘째 아이 697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에겐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첫 번째 아이는 단지 현재까지 생존한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더 소중하고, 유년기가 끝날 때까지는 항상 동생보다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똑똑할 것이다. 첫아이는 1년이나 그 이상 동안 '닭장'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동생을 강탈자로 본다. 부모가 그들의 이해를 첫아이의 이해와 일치시켜 왔기 때문에 첫아이는 부모와 자기를 동일시할 것이고, 항상 유익했던 현재 상태에 찾아온 변화를 거부할 것이다. 요컨대 첫아이는 보수주의자이며 골목대장일 것이다. 두 번째로 태어난 아이는 이 까다로운 아첨꾼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둘째 아이는 강도짓과 아첨으로는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정반대의 전략을 연마해야 한다. 그들은 유화와 협조에 의존한다. 그리고 현재의 상태에 이익이 적게 걸려 있기 때문에 변화를 잘 수용한다.



각각의 생태 적소는 오직 한 점유자만을 지지하기 때문 698

늦게 태어난 아이들은 또 다른 이유로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부모는 세상에 나가 성공할 가능성을 많이 보여 주는 아이에게 투자한다. 첫째아이는 이미 자기가 가장 잘하는 개인적·기술적 재능을 자기 것으로 선언했다. 늦게 태어나 그 영역에 뛰어드는 것은 무의미하다. 성공을 하려면 나이와 경험이 더 많은 형제의 희생이 따라야 하고, 부모가 어쩔 수 없이 우량주를 골라야 할 때 큰 형제를 이길 가망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생은 뛰어남을 보일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부모는 투자를 분산할 기회를 갖게 된다. 바깥세상의 경쟁에서 작은아이가 큰아이의 기술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생태계에서 생물종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한 가족의 형제들도 자신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각각의 생태 적소는 오직 한 점유자만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출생 순서와 성격 698

가정 문제 치료사들이 수십 년 동안 이 역학 관계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그것을 확실하게 입증할 증거는 어디에 있을까? 설로웨이는 출생 순서와 성격에 대해 적절하게 통제된 196건의 연구로부터 12만 명의 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는 첫째 아이들이 덜 개방적이고(더 순응적이고 더 전통적이며, 부모와 자기를 더 가깝게 동일시한다), 더 성실하고(더 책임감이 있고, 성취 지향적이고, 진지하고, 체계적이다), 더 적대적이고(덜 친화적이고, 사귀기가 어렵고, 인기가 낮고, 덜 태평하다), 더 신경증적이라고(적응력이 낮고, 더 불안해한다) 예측했다. 또한 첫째 아이들은 더 외향적이다. 이것은 첫째 아이들이 더 진지하고, 그래서 더 내성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로 여겨진다.



가족정치학 699

가족정치학은 사람들이 실험설문지에 기록하는 내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큰 이해가 걸려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설로웨이는 급진적인 과학혁명들(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주의)에 대해 견해를 표명한 3894명의 과학자, 1793∼1794년 공포시대의 프랑스 국회의원 893명,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700여 명의 인물, 노예제 폐지 같은 미국 개혁 운동들을 이끌었던 지도자 62명의 전기 자료를 분석했다. 각각의 사건에서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은 혁명을 더 많이 지지했고, 맏이로 태어난 사람들은 반동적인 성향이 더 강했다. 이 결과는 가족의 규모, 가족의 태도, 사회 계급과 같은 애매한 요소들과는 무관하다. 진화론이 처음 발표되어 선동적인 이론으로 간주될 당시에 진화론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첫째로 태어난 사람들보다 10배나 많았다. 민족성이나 사회 계급처럼 급진주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그 밖의 요소들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평생동안 경쟁을 한다는 것 700

성격이 적응특성이라면, 왜 사람들은 오락실에서 유용했던 전략들을 성년기까지 그대로 갖고 가는가? 한 가지 가능한 이유는, 형제들은 결코 부모의 궤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동안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식량수집 사회를 포함하여 전통 사회에서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다른 가능한 이유는, 단호함과 보수성 같은 전술들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기술에 투자한 사람은, 대인관계를 위한 새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학습 곡선을 다시 밟는 것을 그만큼 싫어하게 된다.



'형제들과 또래들 사이에서' 700

아이들이 한 가족 내에서 성장하더라도 각기 다른 행성에서 성장한 것보다 더 비슷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성격 발달을 얼마나 형편없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부모의 영향에 관해 소중했던 이론들이 틀렸다는 것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희망적인 가설들이 나오려면, 유년기는 정글이라는 사실과 아이들이 인생에서 직면하는 첫 번째 문제는 '형제들과 또래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지킬 것인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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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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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핑커
<빈 서판>,<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언어본능>,<사이언스 북>




















스티븐 핑커의 이 두툼한 책(962쪽)에 담겨진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은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했다.

리뷰를 쓰기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아 포토리뷰의 형식을 빌어,
일부러 찍은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밑줄친 스티븐 핑커의 '생각들'을 뽑아서,
임의대로 붙인 소제목과 해당 쪽수를 덧붙여 정리하여 옮겨 놓는다.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임의로 ① ② ③ ④로 나누어 정리)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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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쏟아진 찬사들


핑커는 생각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 크리스토퍼 레만-하우프트,《뉴욕타임즈》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만나게 되는 방대한 전문 지식은 그 복잡성과 정교함과 넓은 시야로 읽는 사람의 전율을 자아낸다
 - 조지 스키아라바,《보스턴 선데이 글로브》

스티븐 핑커에게는 심오한 것을 명확히 드러내는 재주가 있다. 그가 진화론의 통찰이 가득 담긴 매력적인 보따리를 내놓았다.
 -《이코노미스트》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권위있는 책이다
 - 로버트 맥크럼,《옵저버》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 정신의 구조가 그려진 최초의 도안을 펼쳐 보는 것과 같다.
 - 휴 로슨-탠크리드, 《스펙테이터》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 마이클 가자니가, 《인지과학의 경향》

어떤 저자도 심리학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핑커보다 더 권위 있고 당당하게 펼쳐 보이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결론은 암흑 속에 잠긴 진실을 밝히는 번개와 같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워싱턴 포스트》



옮긴이의 글
10

인간의 마음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언어, 논리와 추론(2장), 시지각(4장), 지능과 추론(5장)은 물론이고 인간의 감정들도(6,7장) 역설계를 거쳐야 하는 훌륭한 주제일 것이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진화론상으로 유의미한 마음 기관들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한 갈등, 싸움, 화합, 경쟁의 변주곡들이 진화의 부산물이자 인간 사회의 필수 요소임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음악과 회화, 소설과 유머, 철학과 종교를 다윈주의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들어가는 글 12


문제와 신비 12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우리의 무지를 크게 문제와 신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그 해답을 알진 못해도 찾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통찰하면서 지식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신비한 것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설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경탄과 당혹의 눈으로 바라만 본다.


표준 설비 19


정교한 해결책 20

이 책의 주제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다. 나는 마음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가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인간 특유의 기벽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왜 기억은 희미해지는가? 화장은 어떻게 얼굴 형태를 달라 보이게 하는가? 인종적 편견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떤 경우에 불합리한가? 사람들은 왜 화를 내는가? 무엇이 아이들을 개구쟁이로 만드는가? 우리는 왜 바보처럼 사랑에 빠지는가? 우리는 왜 웃는가? 왜 사람들은 유령과 영혼을 믿는가?

그러나 나는 상상 속의 로봇과 실제 로봇의 차이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우리가 인간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마음 활동 뒤에 숨어 그 놀라운 묘기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복잡한 설계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같은 로봇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마음이 기계와 같다는 개념 자체가 잘못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보고, 걷고,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 해결하는 공학적인 문제들이 달 표면에 착륙하거나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점에 있어서도 자연은 인간 기술자들이 아직까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정교한 해결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햄릿이 "인간이란 얼마나 멋들어진 존재인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그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가! 생김새는 얼마나 우아하고 거동은 얼마나 경탄할 만한가!"라고 말할 때, 우리의 경탄은 셰익스피어나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이나 카림 압둘 자바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으라는 요구를 수행하는 네 살짜리 아이에게로 향한다.


놀라운 사건이자 위대한 발견 21

나는 우리의 마음이 신의 입김이나 정체불명의 단일한 근원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마음은 아폴로 우주선처럼 수많은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각기 다른 과제들을 극복하도록 고안된 여러 개의 첨단 체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공학적 문제들은 로봇 설계에 필요한 명세서인 동시에 심리학의 주제인데, 나는 그 문제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평범한 마음 활동을 통해 쉽게 극복해 내는 기술적 과제들이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은 우주가 수십억 개의 은하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나 한 방울의 물 속에 미생물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에 비교될 정도로 우리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놀라운 사건이자 과학의 위대한 발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손과 혀 33

갈레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손은 마치 각각의 사물들을 하나씩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모든 사물을 능숙하게 다룬다." 손은 갈고리 쥐기(들통을 들 때), 가위 쥐기(담배를 피울 때), 다섯 턱 물림쇠(잔받침을 집어 들 때), 세 턱 물림쇠(연필을 쥘 때), 두 턱 맞받침 물림쇠(실을 바늘에 꿸 때), 두 턱 옆받침 물림쇠(열쇠를 돌릴 때), 죔 쥐기(망치를 잡을 때), 원형 쥐기(병뚜껑을 열 때), 구형 쥐기(공을 잡을 때)의 형태가 가능하다. 각각의 쥐기 형태는 손을 적절한 모양으로 만드는 동시에 동작의 부하를 견디면서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근육의 장력들이 정교하게 조합되어야 한다. 우유팩을 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너무 헐겁게 잡으면 팩이 떨어지고, 너무 세게 잡으면 팩이 찌그러진다. 그리고 부드럽게 흔들면서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누르면 팩 안에 우유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쯤이라면 혀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뼈 없는 물풍선을 주물럭거릴 때처럼 자유자재로 제어되는 사람의 혀는 어금니에 낀 음식물을 빼내기도 하고 마치 발레를 하듯 thrilling나 sixths 같은 단어를 발음하기도 한다.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 33

공자는 "소인은 특별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위인은 평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일란성 쌍둥이들의 놀라운 유사성' 46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는 또 다른 증거는 일란성 쌍둥이들의 놀라운 유사성에서 나온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마음을 형성하는 유전자 조리법이 동일하다. 그들의 마음은 IQ와 같은 총계 측정값이나, 신경증적 경향성과 내향성 같은 성격특성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철자법이나 수리 능력과 같은 재능에서, 인종차별, 사형 제도, 일하는 엄마 등에 대한 사회적 견해에서, 그리고 직업 선택, 취미, 악습, 종교적 열정, 데이트 취향에서 서로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훨씬 더 비슷하다.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자 조리법이 절반만 똑같기 때문이다. 더욱 놀랍게도,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도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 못지않게 아주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출생 직후 헤어져 자랐다해도, 예를 들어 뒷걸음질로 물속에 들어가 무릎이 잠기는 곳에서 멈추거나,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선거에 불참하거나, 눈에 띄는 것들의 수를 강박적으로 세거나, 의용 소방대의 대장이 되거나, 아내를 위해 집 안에 사랑의 메모를 남겨 놓지 않는 등의 특성이 서로 비슷하다.

이런 발견들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그 발견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지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을 뿐 스스로 선택을 하는, 우리 몸 위를 배회하는 자율적인 '나'가 존재한다는 우리 모두의 믿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분명히 마음은,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의 또 다른 두 가지 특성을 예로 들자면, 변기를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에 한 번씩 물을 내리거나 사람이 붐비는 승강기 안에서 장난으로 재채기를 하게끔 미리 정해질 정도로 그렇게 세부적인 부품들을 완비하고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음은 분명히 그런 부품들을 완비하고 나온다. 유전자의 광범위한 효과는 수많은 연구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으며 연구자가 어떻게 실험을 하든, 그 방법에 상관없이 꾸준히 입증되고 있다. 그리고 비판가들이 때때로 제기하는 반론과는 달리, 유전자의 효과는 우연이나 사기꾼들의 조작이나 가족 환경의 미묘한 공통점의 산물이 아니다.


연산 체계 48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 체계다. 이 요약된 문장을 풀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이 나온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엄밀하게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대단히 복잡한 기계 49

17세기에 윌리엄 하비는 정맥에 판막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그 판막이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신체를 대단히 복잡한 기계로, 즉 지주, 버팀목, 스프링, 도르래, 지레, 이음매, 경첩, 소켓, 탱크, 파이프, 밸브, 피막, 펌프, 교환기, 여과기 등이 조립된 복잡한 장치로 이해하게 되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는 미지의 부품들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알아내고 대단히 기뻐한다. 왜 우리의 귀는 주름이 져 있고 비대칭일까? 여러 방향에서 여러 방식으로 다가오는 음파들을 여과하기 때문이다. 소리의 미묘한 차이는 뇌에게 그 음원이 높은지 낮은지, 앞인지 뒤인지를 알려 준다. 신체를 역설계하는 전략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나노테크놀러지를 통해 생명체의 세포와 물질은 진동하면서 빛을 발하는 신비한 겔이 아니라 작은 지그, 스프링, 경첩, 봉, 판, 자석, 지퍼, 들창 등이 필요한 정보를 복사하고 다운로드하고 스캔하는 데이터 테이프를 통해 정교하게 조립된 장치임이 발혀졌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 53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과학자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마빈 민스키,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과 제리 포더가 최초로 표명한 이 개념은 오늘날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라 불린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마음-신체-문제'의 한 가지 수수께끼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지식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마음 활동의 요소인 의미와 의도로 가득 찬 정신계와, 뇌처럼 물질로 구성된 물리적 세계를 연결 지은 것이다.


보편적 심리 65

유아들과 어린아이들을 정교한 방법으로 테스트하면 그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도 물리적·사회적 세계의 기본 범주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과, 때로는 한 번도 제시받은 적이 없는 정보를 충분히 이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는 어긋나지만 인간이 진화한 환경에는 적절하게 들어맞는 많은 신념을 갖고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지만 그 환경에서는 적응성을 높여 주는 목표들을 추구한다. 또한 문화가 자의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민족지학 문헌을 조사해 보면 이 세계의 모든 민족들은 놀랍도록 세부적인 면까지 보편적인 심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입덧과 구역질 75

프로펫은 입덧이 영양 부족과 생산성 저하라는 비용을 상쇄하는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구역질은 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보호책이다. 다시 말해 신체가 큰 해를 입기 전에 유독한 음식을 위에서 배출하고, 차후를 위해 그와 비슷한 음식에 대한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입덧은 임신부로 하여금 성장하는 태아에게 해가 될 유독한 음식을 먹거나 소화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대인의 마음 79

선택은 수천 세대에 걸쳐 일어난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한 99퍼센트의 시간 동안 소규모 유목 무리를 이루고 식량채집을 하며 살았다. 우리의 뇌는 농경과 산업 문화라는 신제품이 아니라 까마득한 옛날의 생활방식에 맞게 진화했다. 우리의 뇌는 익명의 군중, 학교 교육, 글자로 씌어진 언어, 정치, 경찰, 법원, 군대, 현대 의학, 형식적인 사회제도, 첨단 기술 등과 같이 인간 생활에 갓 들어온 것들에 잘 대처하도록 배선되지 않는다. 현대인의 마음은 컴퓨터시대가 아니라 석기시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행동을 굳이 적응의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예컨대 오늘날의 종교 단체, 입양 기관, 제약 회사같이 적응에 반하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제도가 없었고, 아주 최근까지도 유인 요소들을 거부하게 만들 선택압력이 없었다. 혹시라도 홍적세의 사바나에 피임약이 달린 나무가 있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독거미처럼 무서워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몸이 아니라 '유전자' 81

마음의 설계 뒤에 숨은 궁극적인 목표는 그 마음을 창조한 유전자의 복사본을 최대한 많이 퍼뜨리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복제하는 실체들의 장기적인 운명, 즉 여러 세대에 걸쳐 안정된 정체성을 보유하는 실체들만을 보살핀다. 그리고 복제의 결과를 통해 자기 자신의 복제 가능성을 강화시키는 복제자들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누가 혹은 무엇이 적응의 혜택을 누리는가?" 그리고 "생물체의 설계는 누구를 위한 설계인가?"라는 질문에 자연선택론은 바로 장기적이고 안정된 복제자인 유전자라고 대답한다. 심지어 우리의 몸이나 우리의 자아도 설계의 궁극적 수혜자가 아니다. 굴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윈이 말한 '개별적인 번식의 성공'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몸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특히 이런 의미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유전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유전자가 만들어 낸 신체의 품질이지만, 미래를 위해 선택되어 생존경쟁을 벌이는 주체는 땅속에 묻히면 흙으로 돌아갈 신체가 아니라 그 품질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유전자다.

몇 명의 반대자가 있긴 하지만(굴드 자신도 그중 한 명이다) 유전자 중심의 관점은 진화생물학에서 우세한 관점으로 자리잡았고, 지금까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 관점은 예컨대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세포는 왜 존재하는가, 신체는 왜 존재하는가, 섹스는 왜 존재하는가, 게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왜 동물은 사회적으로 교류하는가, 의사소통은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생명에 대한 가장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구하고 있다. 뉴턴의 법칙이 기계공학자들에게 필수적인 것처럼, 유전자 중심의 관점도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사람의 전략과 유전자의 전략 83

우리의 목표와 유전자의 목표를 혼동한 데에서 갖가지 오해가 발생해 왔다. 성의 진화를 다룬 책에서 한 평론가는 인간의 간통은 당사자들이 피임 대책을 세우기 때문에 동물의 간통과는 달리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전략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의 전략을 말하고 있는가? 성적 욕구는 유전자를 증식하기 위한 사람의 전략이 아니다. 사람의 전략은 섹스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고, 섹스의 즐거움은 유전자를 증식하기 위한 유전자의 전략이다. 만일 유전자가 증식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유전자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어느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개탄한다. 즉, 생물학자들의 말처럼 이타주의가 친족을 돕거나 호의를 교환함으로써 유전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라면 실제로는 결코 이타주의가 아니라 일종의 위선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혼동의 산물이다. 청사진에서 청색 건물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반드시 이기적인 유기체가 나오진 않는다. 뒤에서도 보겠지만 때때로 유전자가 벌이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은 이기심 없는 뇌를 조립하는 것이다. 유전자는 연극 속의 연극이지 배우의 내적 독백이 아니다.


최후의 한 마디 92

집단적 차이와는 무관한 정치적 성차이에 대해 최후의 한 마디를 던지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성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그 밖의 모든 직업은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자연주의적 오류 92

흔히 인간 본성에 내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두 번째 의미, 즉 인간의 비열한 동기들이 선천적이라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개념의 오류는 너무나 명백해서 이름까지 붙어 있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옳다고 보는 자연주의적 오류가 그것이다. 야생 다큐멘터리를 보면 모든 생물이 크고 작은 행동을 통해 생태계의 조화와 더욱 큰 이익에 봉사한다는 해설이 등장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헛소리는 잠시 잊기로 하자. 다윈이 말한 것처럼, "악마의 사도가 쓴 위대한 책에는 꼴사납고, 사치스럽고, 어줍고, 지독하게 잔인한 자연의 산물들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가!" 대표적인 예가 맵시벌이다. 맵시벌은 다른 종의 애벌레를 마비시키고 그 몸속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부화한 맵시벌은 살아 있는 애벌레를 안에서 부터 천천히 파먹고 성장한다.


너무나 평범한 견해 96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명령하지 않는다. 일부 여성운동가와 동성애운동가들은 여성이 자연선택에 의해 아이를 돌보고 양육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견해와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이성애 섹스를 하도록 설계되었다는 너무나 평범한 견해에 분노를 표한다.


도덕적 사유의 주제 96

행동의 원인이 유전자든 무엇이든, 그것은 자유의지와 책임의 문제를 비껴가지 못한다.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의 차이는 고대부터 전해 오는 도덕적 사유의 주제로, "이해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격언에도 담겨 있다.


시끄러운 국회 103

우리의 마음은 여러 정당들이 경쟁을 벌이는 시끄러운 국회다. 타인을 대할 때 우리는 그들이 우리만큼 복잡하다고 가정하며, 그들이 추측하는 바를 우리가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추측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생각하는 기계 105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 106

마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는 "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영리하게 만드는 무엇 133

"무엇이 한 체계를 영리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그 체계를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나 그 체계를 관통하는 에너지의 종류가 아니라 그 기계의 부품들이 무엇을 상징(대표)하는가, 그리고 기계 내부의 변화 패턴들이 (확률적이고 불분명한 진리들을 포함해) 진리성을 유지하는 관계들을 반영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확실한 것 143

미래학에서 확실하게 옳은 예언 중 하나는 미래에도 그 시대의 미래학자들은 어리석게 보일 거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성과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단지 진행 과정에서 발견될 무수히 많은 실질적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계산하는 기계는 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어려운 것 146

컴퓨터는 20자리 숫자보다 《빨간 망토》의 줄거리를 더 어렵게 기억하지만, 우리는 20자리 숫자를 더 어렵게 기억한다. 우리는 공처럼 둥그랗게 구겨진 신문지 두 장이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어도 그 둘을 비슷하다고 보는 반면, 두 사람의 얼굴은 거의 비슷해도 서로의 차이점을 발견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이동하는 철새에게는 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별자리가 아주 예민하게 감지되지만 보통 사람의 눈에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시고의 방대함 150

조금만 계산해 보면 20개 정도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특별히 긴 문장이 아니다)의 수는 약 1020이 된다. 1 뒤에 20개의 0이 나오는 수, 1억 곱하기 1조, 우주가 탄생한 이래 흘러간 모든 초의 100배에 해당한다. 나는 지금 언어의 방대함이 아니라 사고의 방대함을 보여주는 예를 들고 있다. 언어는 결국 스캣 싱잉이 아니다. 모든 문장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표현한다.(정말로 뜻이 같은 문장은 없다.) 따라서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생각 외에도 우리는 수천, 수만, 수억 개의,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생각들을 품을 수 있다.


얼룩말 무늬 194

무리지어 다니는 동물을 사냥하는 포식자는 수영장 술래잡기 전략에 따라 무리 중의 한 마리를 추적해야 한다. 즉, 당신이 '술래'라면 숨을 쉴 기회를 주지 말고 한 사람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케냐에서 동물학자들이 마취총을 쏜 누의 뿔에 페인트 표시를 해서 자료를 수집하려 했다. 그들은 표시를 한 동물을 무리로 돌려보내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회복시키려 했지만, 그 동물은 약 하루 만에 하이에나의 사냥감이 되었다. 한 가지 이유는, 페인트 표시 때문에 하이에나가 그 누를 구별하고 지칠 때까지 추적하는 것이 쉬웠다는 것이다. 얼룩말의 무늬에 대한 최근의 견해도, 말의 줄무늬가 키 큰 풀과 뒤섞이기 위한 것-항상 의심스런 설명이었다-이 아니라 얼룩말 무리를 살아 있는 야바위 노름으로 만들어 한 마리만을 추적하려는 사자와 기타 포식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겸손한 보상 197

전설에 따르면 터키 제국의 고관인 시사 벤 다히르는 체스 게임을 발명한 후 인도의 왕 시르함에게 겸손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밀 한 알을 놓고, 두 번째 칸에 두 알을, 세 번째 칸에 네 알을, 네 번째 칸에 여덟 알을 놓는 식으로 체스판을 채워 달라고 요구했다. 예순네 번째 칸에 이르기 훨씬 전에 왕은 왕국의 모든 밀이 상으로 나갈 것임을 깨달았다. 그가 요구한 상은 2000년 동안의 세계 밀 생산량에 해당하는 2조 부셸이었다.


호두까기새와 나이팅게일 204

심리학자 데이비드 셰리와 댄 샥터는 이 사고방식을 더욱 확대했다. 그들은 메모리 체계에 가해지는 여러 공학적 요구들이 종종 엇갈리고 충돌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자연선택은 유기체에게 전문적으로 '분화된' 기억 체계를 부여함으로써 그 문제에 대응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각각의 기억 체계에는 동물의 마음이 완수해야 하는 과제들의 요구에 최적으로 맞춰진 연산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꺼내 먹기 위해 씨앗을 숨겨 놓는 새들은 은닉 장소를 위한 용량이 큰 기억을 진화시켰다.(호두까기새는 1만 군데를 기억한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거나 다른 수컷을 위협하기 위해 노래를 하는 새들은 노래를 위한 넉넉한 기억을 진화시켰다.(나이팅게일은 200곡을 기억한다.)


감각력 개념 239

고문은 잘못된 일이고, 로봇을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재산 손괴 행위이지만 사람을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살인 행위라는 확신의 기초에는 감각력 개념이 놓여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우리가 단지 상실로 인한 자기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즐거움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 인간의 삶 240

우주에 떠다니는 미세한 모래 입자 위에 한 인간의 삶이 묻어 있다. 그가 살았던 장소와 그가 썼던 기계들이 남아 녹슬고 있다. 그의 손길이 멀어진 상태에서 그것들은 바람과 모래, 그리고 그 위에 쌓이는 세월에 휩쓸려 서서히 분해될 것이다.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사랑으로 생명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폐물이 되어버린 기계를 포함해 코리 씨가 사용했던 모든 기계들이... 환상의 지대에 버려져 있다.



얼간이들의 복수 241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에만 248

유기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향해 진화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각각의 생물은 날아가는 총알보다 더 빠를 것이고, 기관차보다 더 힘이 셀 것이고, 아무리 높은 빌딩도 단번에 뛰어넘을 것이다. 유기체가 자신의 물질과 에너지 중 일부를 한 기관에 투자하려면 그만큼을 다른 기관으로부터 빼앗아 와야 한다. 그러면 뼈가 가늘어지거나, 근육이 줄어들거나, 알의 수가 적어진다. 신체의 기관들은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에만 진화한다.


마음의 진화 250

지능이 진화의 숭고한 야망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지능을 신의 본질이나 경이로운 세포조직이나 만물을 포용하는 수학적 원리로 보는 오류와 맥락이 같다. 마음은 하나의 기관, 즉 생물학적 도구다. 우리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플라이오 플라이스토세(신생대 홍적세 4기)에 마음의 설계가 아프리카 영장류의 삶에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역사 속에서 그 에피소드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유일한 이론 261

자연선택은 그냥 평범하고 낡은 복잡성이 아니라 '적응' 복잡성이 어떻게 출현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가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원인 역할을 하는 이론으로서 유일하게 기적에 의존하지 않는 순방향 이론은 자연선택뿐이기 때문이다.


가차 없는 응징 269

자연선택에는 정신적 한계나 상상력의 빈곤, 부르주아적 감성과 지배 계급의 이익에 순응하려는 경향 따위가 없다. 자연선택은 유용성에 의해서만 지배되므로 결국 영리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에 도달한다. 수천 년 동안 생물학자들은 놀라움과 즐거움 속에 생물계의 천재적인 장치들을 발견해 왔다. 예를 들어, 치타의 완벽한 생체역학, 뱀의 적외선 카메라. 박쥐의 음파탐지기, 따개비의 강력 순간접착제. 거미의 강철 같은 실, 인간의 손이 연출하는 수십 가지의 쥠 형태, 모든 복잡 유기체가 갖고 있는 DNA 수리 장치 등이 그것이다, 어쨌든 엔트로피나 포식자, 기생충 같은 험악한 존재들이 유기체의 생존권을 끊임없이 위협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모한 설계가 나오면 가차 없이 응징한다.


자기 감정 나름 294

자, 그렇게 이상한 자극들 앞에서 왜 동물들은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들을 할까? 예를 들어 왜 암탉은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이나 하듯이, 지독하게 흥미 없는 둥우리 속의 알들을 밤새 온몸으로 품을까? 유일한 대답은 자기 감정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짐승들의 본능을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능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까? 왜 사람들은 추운 날 난로 곁에 앉을까? 왜 방 안에서는 벽을 마주 보는 대신 얼굴을 중앙 쪽으로 향할까? 왜 딱딱한 비스킷과 개울물보다 양 등심과 샴페인을 좋아할까? 왜 젊은이는 아가씨에게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일까?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다. 과학이 그 방식들을 신중히 고찰한다면 그것들 대부분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유용함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을 따르는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저녁을 먹으면서 유용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이 맛이 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 만일 누군가가 왜 그런 맛의 음식을 더 먹고 싶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스런 철학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특정한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알을 보면 품고 싶어하는 암탉은, 둥우리 속의 알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해서 밤새 품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정보를 이용하는 생활 방식 303

언어는 지식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다. 언어는 지식을 이용할 뿐 아니라 다른 자원들과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식의 이익을 배가시키고, 위험한 탐험과 실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힘들게 획득한 지혜, 예기치 못한 천재성, 다른 사람들의 시행착오 등으로부터 지식을 획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식의 비용을 낮춰 준다. 인간은 아주 헐값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다른 사람에게 생선을 주면 내 수중에는 생선이 없어지지만, 그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면 그 정보는 내 수중에도 계속 존재한다. 그래서 정보를 이용하는 생활방식은 집단적인 생활, 그리고 전문 기술의 공동 출자, 즉 문화와 잘 어울린다. 문화 간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각각의 문화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만들어진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년기가 긴 것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남성으로 하여금 자식에게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만큼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경쟁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그 결과 친족관계는 양성 모두와 전 연령의 관심사가 된다. 인간의 수명은 긴 훈련 기간에 투자한 비용을 거둬들일 만큼 충분히 길다. 인간은 환경 조건이 달라도 이미 지식의 범위 안에 들어온 물리학과 생물학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새로운 거주지를 개척하고 이용하고 장애를 영리하게 극복할 줄 안다.


활동시간의 90%를 바쳤던 소규모 집단생활 328

사람들은 짝을 찾아야 할 시간에 포르노를 보고, 끼니 대신 마약을 사고, 영화표를 사기 위해 매혈을 하고, 승진을 위해 임신을 미루고, 과식으로 제 무덤을 판다. 인간의 악습은 생물학적 적응이 말 그대로 과거지사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다. 인간의 마음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벌어진 뒤죽박죽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식량을 수집하면서 활동시간의 90%를 바쳤던 소규모 집단생활에 맞춰져 있다.


생물학, 진화, 마음 332

유전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생물학에서는 그 어떤 것도 진화에 비추어 보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여기에, 문화에서는 그 어떤 것도 심리학에 비추어 보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일 수 있다. 진화는 마음을 창조했고, 심리학은 문화를 설명한다. 초기 인간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물은 현대의 마음이다.



마음의 눈 333


자기기만의 길 421

기하자 이론에서는, 최고의 지각 수준에서 마음은 물체와 부분들을 이상화된 기하학적 고체로 '본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시각적 미학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이상한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 인물화 수업이나 누드 해변에 가보면 누구나 인간의 진짜 신체가 우리의 달콤한 상상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즉시 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을 입었을 때 더 낫게 보인다. 패션의 역사에 대한 글에서 미술사가 쿠엔틴 벨은 기하자 이론에서 직접 파생했을 법한 설명을 제시한다.

만일 어떤 물체를 봉투로 감싸서 우리의 눈이 그 속의 물체를 보는 대신 추론을 한다면, 우리가 추론이나 상상을 하는 형태는 실제 형태보다 더 완벽할 것이다. 갈색 종이에 싸인 네모난 상자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완벽한 육면체로 상상할 것이다. 특별히 강력한 단서가 없다면 마음은 구멍, 패인 홈, 금, 그 밖의 우연한 특징들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허벅지, 다리, 팔, 가슴 위를 직물을 드리우면 우리는 완벽한 형태의 신체 부위를 상상하게 된다. 우리의 마음은 직접 보면 드러나게 될 불완전하고 불규칙한 특징들을 그리지 못하고 그릴 수도 없다.

... 우리는 [신체가] 어떨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면서도, 기꺼이 우리의 불신을 유보하고 옷장 속의 환상을 선택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기만의 길로 빠져든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초라했던 어깨가 가장 좋은 재킷을 입는 순간 교묘하게 넓어 보이고 이상적으로 보일 때, 우리는 잠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빠진다.


(리뷰어의 생각)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충분히 맞는 말이다.


상상 421

창의적인 사람들은 문제의 해답이 상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 아인슈타인은 빛을 타고 날아가거나 수직으로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특별한 능력은 수학적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효과, 가능성, 결과를 상상하는 데에서 나온다." 화가들과 조각가들은 마음속으로 착상을 검토하고, 심지어 소설가들도 글을 쓰기 전에 장면과 줄거리를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

심상은 지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움직인다. 헤밍웨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겁함은 공포와 다른 것으로, 거의 항상 상상 기능을 일시 정지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야심, 불안, 성적 충동, 격렬한 질투심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의 상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한 실험에서는 지원자들에게 전극을 연결한 다음 그들의 배우자가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요구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피부 전기 전도성은 1.5마이크로지멘스 상승했고, 이마의 추미근은 7.75마이크로볼트 수축 단위를 보였으며, 심박은 분당 5회 증가했는데 이것은 한자리에서 커피 세 잔을 연거푸 마신 결과와 비슷하다." 물론 상상은 단지 보는 것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경험을 되살리지만, 시각적 상은 마음의 시뮬레이션을 특히 생생하게 만든다.



좋은 생각 461


신화와 전설 471

인류학자 도널드 브라운은 수천 년에 걸쳐 인도의 힌두교는 역사를 거의 남기지 않은 반면 이웃한 중국에서는 도서관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그가 추측하기로, 카스트 제도가 세습되는 사회의 권력자들은 어떤 학자가 과거의 기록을 뒤지다가 영웅들과 신들로부터 전해 받은 그들의 주장에 해가 되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좋을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브라운은 25개의 문명을 조사하면서 배타적인 계급제도가 세습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를 비교했다. 배타적인 계급사회들은 모두 과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전통이 있었고, 신화와 전설이 역사를 대신했다. 계급사회들은 또한 정치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기, 사실적인 초상화법. 균등한 교육이 부재하다는 특징을 보여 주었다.


인공물과 자연물 504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 중에는 자연물의 이름을 대지 못하고 인공물의 이름을 대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환자도 있어 인공물과 자연물은 심지어 뇌에 저장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놀라운 재능 508

우리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 읽지 못한다. 반면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행간에 숨겨진 뜻, 그들의 얼굴 표정과 눈빛, 그들의 행동을 설명해 주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 등으로부터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추측한다. 이것은 우리 종의 가장 놀라운 재능이다.


자폐증, 심리적 맹인 511

자폐증은 정확한 위치를 지적할 수는 없지만 신경학적·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이 거의 분명하다. 배런-코헨, 프리스, 레슬리는 자폐아는 심리적 맹인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는 모듈이 손상된 것이다. 자페 아동들은 겉치레 행동을 거의 못하고, 사과와 사과의 기억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만화 속의 얼굴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는 알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심리맹 512

심리맹(Mind-blindness)은 실제적인 시각장애나 다운증후군 같은 정신지체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세계의 내용물들은 우리에게 거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마음 장치를 통해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증거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폐아들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세계는 단지 운동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상적인' 마음 장치를 완비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난자와 한 줌의 정액으로부터 생각과 감정의 기관이 생겨난다는 것과 작은 응혈이나 금속으로 만든 알맹이 하나가 그것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 언제나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나는 런던과 의자와 야채가 세계의 객관적인 물체에 속한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사실은 물체라는 것도 일종의 착각이다. 버크민스터 풀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세계를 연구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분명하다'고 배웠던 모든 것이 점점 더 불분명해진다. 에를 들어 우주에는 고체가 없다. 심지어 고체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도 없다. 우주에는 절대적인 연속체가 없고, 표면도 없으며, 직선도 없다."


실제 세계 513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뇌가 이룩한 최고의 지적 업적은 실제 세계다. ···· 우리가 경험하는 실제 세계의 모든 기본적 측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에 대한 적응적 해석이다."


멍청세 529

사람들은 도박을 하고 복권을 사면서 이른바 '멍청세'를 납부한다. 도박장이 돈을 벌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손해를 본다.

(리뷰어의 생각)
주식시장에서도 '멍청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향이라는 환각 529

사람들은 만일 룰렛 회전반이 연속으로 여섯 번 블랙에서 멈추면 그 다음에는 레드에서 멈출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반은 어떤 것도 기억하지 않으며 모든 회전은 독립적이다. 자칭 예언자들이 모인 한 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의 무작위적인 흐름 속에서 동향이라는 환각을 만들어 낸다.


조잡한 눈대중 531

많은 사회심리학자들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세계는 확률의 법칙에 지배되지만 마음은 그 법칙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뇌는 제한된 양의 정보만을 처리하기 때문에, 정리들을 계산하는 대신 조잡한 실용적 눈대중을 사용한다. 우선 다음과 같은 법칙이 있다. 기억이 잘 되는 사건일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최근의 끔찍한 추락 사고를 생각하면 비행기는 위험하다.) 또 다른 법칙이 있다. 한 개인이 전형과 닮으면 닮을수록 그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현재 541

확률 개념의 무시할 수 없는 마지막 요소는 안정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이다. 확률적 추론은 과거에 수집된 빈도에 기초한 현재의 예측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세계가 그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광대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원천 555

교육을 통해 형성된 이해력은 부분 안에 부분이 쪼개진 엄청난 장치다. 각 부분은 기본적인 마음 모형, 또는 앎의 방법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모형들은 똑같이 복사되고, 원래의 내용이 표백되고, 다은 모형들과 연결되고, 묶여서 더 큰 부분이 되고, 계속 묶이면 무한히 계속적으로 더 큰 부분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사고는 조합적이고(단순한 부분들이 결합한다) 재귀적이기(부분이 부분 안에 포개진다) 때문에, 우리는 무한한 마음의 도구들을 가지고 엄청나게 광대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다.


천재들 556

천재들은 비범한 작업 때문에 다를 뿐만 아니라 비범한 작업 방식 때문에도 다르다. 그들은 당신과 나처럼 평범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들은 일찌감치 신동, 무서운 아이, 말썽꾸러기라는 말을 듣는다. 그들은 뮤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부한 통념에 도전한다. 그들은 영감이 떠오를 때 일을 하고, 우리들이 잘 포장된 길을 아장아장 걸어갈 때 통찰력을 발휘해 껑충껑충 뛰어간다. 그들은 문제를 따로 떼어 내어 무의식 속에서 배양한다. 그러면 아무런 예고 없이 한순간에 반짝 불이 켜지고 완전한 해결책이 튀어나온다. 아하! 천재는 우리에게 걸작을 남기고, 그 걸작은 무의식의 자유로운 창의성을 구현한 유산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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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언제나 꼬옥~ 안아주고 싶은 책이다.
   어느 봄날이나 가을 혹은 겨울이라도 좋겠다. 햇살만 따스하다면.
   이 책을 들고 고요한 호숫가에 나가 소로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해가 저물도록......




- 밑줄을 치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정말 줄을 많이 치며 읽었던 책이다.



- 자발적인 빈곤,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한 방울의 식초 안에 사는 괴균들을 연구하면서 자기의 주위에서 우글거리는 괴물들에게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 그는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



- 뉴스......



- 독서를 잘하는 것



- 한 권의 책과 '새로운 기원'



-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갈망한다.



- 우정......



- 자연......



- 9월이나 10월의 이런 날 월든 호수는......



- 물아일체



- 지평선을 송두리째 차지하고도......



- 산토끼와 꿩들......



- 북소리......



- 이 시대가 지나가는 동안......



- 월든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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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 밑줄긋기>



진흙수렁, 빚, 남의 놋쇠

여러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얼마나 누추하고 비루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는 경험에 의해 날카로워진 나의 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인다. 여러분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빚을 청산하려고 노력하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은 항상 대부 상한선까지 와 있다.빚이란 태곳적부터 있는 진흙수렁인데, 놋쇠로 만들어 썼던 로마 사람들은 이것을 "남의 놋쇠"라고 불렀다. 여러분은 살아 있기는 하지만 이 "남의 놋쇠"에 묻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며 항상 빚을 갚겠다고, 내일은 꼭 갚겠다고 약속하지만 끝내 갚지 못하고 오늘 죽는 신세이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갖은 애를 쓰며, 형무소에 갈 죄만 빼놓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P14)


돈을 벌려고

이처럼 여러분은 병들 때를 대비하여 돈을 벌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그 돈을 보관할 장소가 낡은 장롱이든, 벽 뒤에
숨겨 둔 양말짝이든, 또는 보다 안전한 벽돌로 지은 은행이든 관계없으며, 금액도 크든 작든 관계없다. 그러나 돈을 벌려고 너무나 무리를 한 결과 끝내 여러분은 병이 들고 마는 것이다.(P15)


자발적인 빈곤

사치품과 편의품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및 그리스의 옛 철학자들은 외관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난했으나 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지금만큼이라도 아는 것이 대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보다 후대에 살았던 인류의 개혁자들과 은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이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 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 수 없다. 농업, 상업, 문학, 예술을 막론하고 불필요한 삶의 열매는 사치일 뿐이다.(P26)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오늘날 철학교수는 있지만 철학자는 없다. 삶다운 삶을 사는 것이 한때 보람있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 그렇단 말인가?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자가 되는 것은 인생의 문제들을 그 일부분이나마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위대한 학자들과 사상가들의 성공은 군자답거나 남자다운 성공이 아니고 대개는 아첨하는 신하로서의 성공이다. 그들은 자기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당히 타협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기 때문에 보다 고귀한 인간류의 원조는 될 수 없는 것이다.(P26)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

이미 말한 여러 방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 다음에는 무엇을 바라겠는가? 같은 종류의 열을 더 바라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즉 더 풍부하고 기름진 음식, 더 크고 화려한 집, 입고 남을 정도의 더 좋은 옷, 끝없이 타오르는 더 뜨거운 불 따위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생활필수품을 마련한 다음에는, 여분의 것을 더 장만하기보다는 다른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바로 먹고 사는 것을 마련하는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P27)


현재의 순간

어떤 날씨건 낮과 밤의 어떤 시간이건, 나는 그 시점을 최대한 선용하고 나의 지팡이에도 새겨놓으려고 했다. 과거와 미래라는 두 개의 영원이 만나는 바로 이 현재의 순간에 서서 줄을 타듯이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다.(P28)


과대평가

사람들이 찬양하고 성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삶은 단지 한 종류의 삶에 지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 종류의 삶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하나의 삶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P33)


허수아비

우리는 사람은 몇 알지 못하나 외투나 바지는 무던히도 많이 알고 있다. 당신이 마지막 입었던 옷을 허수아비에게 입혀놓고 그 옆에 알몸으로 서 있어보라. 그러면 누구나 당신보다는 허수아비에게 먼저 인사를 할 것이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개는 낯선 사람이 옷을 입고 주인집 가까이에 오면 짖어댔으나 발가벗고 침입한 도둑에게는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자기의 헌 옷, 헌 외투가 너무 낡아서 원래의 구성 재료로 되돌아가는 것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는가? 그래서 그 외투를 불쌍한 아이에게 주는 것이 결코 자비로운 행동이 되지 못할 정도의 외투 말이다. 옷을 새롭게 입는 사람보다는 새 옷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업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싶다.(P37)


자연적인 동경

우리는 인류의 초창기에 진취적인 누군가가 바위 굴로 기어들어가 그곳을 집으로 삼았던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어느 면에서 아이들은 그 하나하나가 인류사를 다시 시작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들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도 밖에 나가 있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말놀이나 집놀이를 하는데 그것은 그러한 놀이에 대한 본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평평한 바위나 동굴의 입구를 보고도 흥미를 느끼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의 가장 원시 때의 조상이 아직도 우리 좀에 살아 있어 느끼는 자연적인 동경의 감정인 것이다.(P44)


본말전도

수레를 말 앞에 매는 식의 본말전도는 아름답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다.(P58)

(나의 생각)
최근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관해 언급하면서 인용한 인상깊었던 서양 속담



인생 공부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수학 공부만큼이나 그들의 정신을 단련시키게 될 것이다. 가령 한 소년에게 예술과 과학에 대하여 무엇을 가르치고 싶다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떤 교수가 있는 곳으로 보내는 식의 흔해빠진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강의되고 실습되지만 삶의 예술은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 세계를 관찰하는 법은 가르치지만, 육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화학은 공부하되 자기의 빵이 어떻게 구워지는가는 배우지 않으며, 기계학은 배우되 빵은 어떻게 버븐가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는다. 해왕성의 새로운 위성은 발견해내지만, 자기 눈의 티는 보지 못하며 또한 자기가 지금 어떤 악당의 위성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 방울의 식초 안에 사는 괴균들을 연구하면서 자기의 주위에서 우글거리는 괴물들에게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P75)

(나의 생각)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생각의 탄생에 나오는 내용과 너무나도 흡사한 것 같다.


여행 의욕


물론 오래오래 살아서 차비라도 벌어놓은 사람은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그때는 활동력과 여행 의욕을 잃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고국에 돌아와 시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로 건너가서 돈을 벌려고 했던 어떤 영국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P78)

(나의 생각)
최근 미국 동부지방과 캐나다를 여행하던 중에 현지 가이드가 했던 말인 즉슨, '다리 떨릴 때 여행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열심히 여행다녀라'


피라미드

여러 민족들은 그들이 다듬어서 남긴 석재의 양으로 자신들에 대한 추억을 영구화하려는 광적인 야망에 사로잡혀 있다. 차라리 그만한 노력을 자신의 품행을 가다듬는 데 바쳤다면 어땠을까? 한 조각의 양식良識은 달까지 솟아오른 기념비보다 더 기릴 만한 것이 아닐까?

제발, 돌들은 제자리에 그냥 놓아두라. 테베의 장관은 천박한 장관일 뿐이다. 인생의 참다운 목적에서 멀어져버린 100개의 대문을 가진 테베의 신전보다는 어느 정직한 사람의 밭을 둘러싸고 있는 자그마한 돌담이 더 의미가 있다. 야만스럽고 이교도적인 종교와 문명은 화려한 신전들을 짓는다. 그러나 기독교, 참다운 기독교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한 민족이 다듬는 돌은 대부분 그들의 무덤으로 간다. 그야말로 그들은 스스로를 생매장하는 것이다.

피라미드에 대해서 말할 것 같으면,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떤 야심한만한 멍청이의 무덤을 만드느라고 자신들의 전 인생을 허비하도록 강요되었다는 사실 말고는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차라리 그 작자를 나일 강물에 처박아 죽인 후, 그 시체를 개들에게 주어 뜯어 먹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당당했으리라.(P83)


(나의 생각)
2008년 2월에 이집트 일주여행 기회가 있어서 '테베'에 가 본 적이 있었다. 현재의 지명은 '룩소르'라고 불리는 도시인데, 이집트에 있는 여러 거대한 신전 가운데에서도 그 규모면에서 다른 신전들(아부심벨 대신전 등)을 압도하는 신전이 바로 테베에 있는 카르낙 신전이다. 이 신전은 18왕조의 아멘호테프 2세때부터 건설되기 시작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이르기까지 무려 1,500년 동안 지어졌다고 하는데, 약 200년 전 쯤 나폴레옹 군대가 이 곳에 진주했을 때 신전 정문 쪽의 거대한 높이의 신전 벽 높이에 감동받아 여기에 '맞장'을 뜨기 위해 자신의 군대병력을 동원시켜 흙벽돌을 마주 쌓아 올렸던 흔적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기념비

많은 사람들이 동서양의 기념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누가 세웠는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 시대에 그런 것을 세우지 않은 사람, 즉 그런 사소한 것을 초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하는 것이다.(P85)



궁지

덫에 걸린 꼬리를 잘라내고 달아난 여우는 운 좋은 놈이었다. 덫에 걸린 사향쥐는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하여 세번째 다리라도 물어서 끊는다고 한다. 인간이 자신의 탄력성을 잃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얼마나 자주 궁지에 빠지는가? "여보시오, 선생! 외람된 말이지만 궁지에 빠진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오?" 당신이 예민한 관찰력의 소유자라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 뒤로 그가 소유하는 모든 것과 자신의 것이 아닌 척하는 물건들, 심지어는 부엌 가구와 그 외에 그가 계속 모아두면서 태워버리지 못하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것들에 묶인 채로 어떻게든지 앞으로 전진해보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자신은 옹이구멍이나 출입문을 빠져나갔지만 썰매에 실은 자신의 가구와 짐은 문턱에 걸려 나오지 못할 때 나는 그가 궁지에 빠졌다고 말한다.(P95)


장사, 장삿속


나는 또 장사도 해보았다. 그러나 장사가 본궤도에 오르려면 10년 가량 걸리는 데다 그때쯤이면 나는 도덕적으로 파탄의 길을 걷고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소위 사업이란 것에 성공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게까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장삿속은 모든 것을 망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하느님의 말씀을 취급하는 사업이라도 장삿속에 따르는 저주는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P100)


더 많은 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여가보다도 더 많은 여가가 생기면 어찌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현재의 일으르 곱절로 늘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빚을 다 갚고 자유의 증서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P101)


여력만 있다면


내가 아는 한 청년은 몇 에이커의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는데 그는 '여력만 있다면' 나처럼 살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남이 내 생활양식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 까닭은 그 사람이 내 생활양식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나는 또 다른 생활양식을 찾아낼지 모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제각기 다른 인간들이 존재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갈 것이지, 결코 자기의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이웃의 길을 가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P102)


방해하는 것


젊은이는 목수나 농부나 선원이 되어도 좋으니,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짓만은 제발 삼가도록 하자. 항해하는 사람이나 도망치는 노예가 항상 북극성을 지켜보듯이 우리는 어떤 수학적인 점에 의해서만 방향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점은 평생 동안 우리의 길을 가리켜주기에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일정한 시일 안에 항구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올바른 진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P102)


'사람이 한가하면'

왜냐하면 속담에도 있듯이 사람이 한가하면 악마가 일거리를 찾아주니 말이다.(P104)


알 가치가 없는 것


우여곡절 끝에 당신이 어떤 자선 행동을 하게 되었다면,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도록 하라. 그것은 알 가치가 없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다음에는 묵묵히 구두끈을 매라. 숨을 돌린 다음에는 당신이 하고 싶은 자유로운 일에 착수하라.(P112)


삼나무처럼

"그러니 그대들도 덧없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칼리프들이 망한 다음에도 티그리스 강은 바그다드를 뚫고 길이 흐르리라. 그대가 가진 것이 많거든 대추야자처럼 아낌없이 주라. 그러나 가진 것이 없거든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될지어다."
(페르시아의 시인 사아디가 쓴 《굴리스탄》에 나오는 대목) (P113)


많으면 많을수록


왜냐하면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더 부유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P117)


바로 달려들지 말고

"농장을 살 때는 탐을 내서 바로 달려들지 말고, 먼저 그것을 머릿속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보라. 그것을 살펴보는 데에 수고를 아끼지 말 것이며,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만약 그것이 좋은 농장이라면 자주 가서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게 될 것이다." (고대 로마의 카토가 쓴 《전원생활론》중에서)(P121)

(나의 생각)

'주식'을 고르는 일과 무척이나 닮았다


탕왕의 욕조


중국 탕왕의 욕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날마다 그대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P127)


아침

태양과 보조를 맞추어 탄력 있고 힘찬 생각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하루는 언제까지나 아침이다.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든, 다른 사람들의 태도와 일이 어떻든 상관없다. 아침은 내가 깨어 있고, 내 속에 새벽이 있는 때이다.(P128)


인간의 능력

나는 의식적인 노력에 의하여 생활을 향상시키는 그 의심할 여지없는 인간의 능력보다도 더 고무적인 사실을 알지 못한다.(P129)


깊게 살기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볼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나는 인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원했다. 수풀을 폭 넓게 잘라내고 잡초들을 베어내어 인생을 구석으로 몰고 간 다음에,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압축시켜서 그 결과 인생이 비천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비천성의 적나라한 전부를 확인하여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며, 만약 인생이 숭고한 것이라면 그 숭고성을 스스로 체험하여 다음다음번의 여행 때 그에 대한 참다운 보고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 악마의 것인지 또는 신의 것인지 이상하게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이 사는 주요 목적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한 기쁨을 얻는 것'이라고 다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P129∼P130)

(나의 생각)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의 삶이 내게는 '이상하게' 비쳐지는 느낌이 드는데, 소로우의 지적이야말로 내가 찾던 '해답'과 꼭 맞는 것 같다. 최근에(오래전부터 꼭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던) 단테의《신곡》을 읽어봤는데, 무신론자인 리뷰어의 세계관에 비춰봐도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한 기쁨을 얻는 것'에 너무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대해 적지않이 실망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루에 세 끼를 먹는 대신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어라.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여라. 그리고 다른 일들도 그런 비율로 줄이도록 하라.(P132)


뉴스

하룻밤을 자고 나면 뉴스는 아침 식사만큼이나 필수불가결한 것이 된다. "제발 이 세상 어디서 그 어떤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든 관계없으니 무슨 새로운 일이 있었으면 알려주오." 하며, 그는 커피와 롤빵을 들면서 신문을 읽는다. 그가 읽는 뉴스는 와치토 강변에서 어떤 사람이 싸우다가 눈을 뽑혔다는 소식인데, 그 자신이 이 세상이라는 어둡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동굴에 살고 있으며, 자신도 퇴화되어서 흔적뿐인 눈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꿈에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P135)

뉴스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것을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위나라의 대부 거백옥은 공자에게 사람을 보내 근황을 물었다. 공자는 사자를 자기 옆에 앉히고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그대의 주인은 지금 무엇을 하시는가?" 사자는 공손히 대답했다. "저의 주인은 스스로의 허물을 줄이려고 하시지만 여의치 않사옵니다." 사자가 간 다음에 공자는 말했다. "좋은 사자로다! 참 좋은 사자로다!"(P137)

(나의 생각)
우리는 매일 매일 정말 너무나도 '쓸데없는 뉴스'들에 함몰되어 지내는 것 같다. 일주일이나 혹은 열흘쯤 '온갖 뉴스와 핸드폰'으로부터 해방되어 마음껏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마친 후, 불쑥 귀국편 비행기를 올라타보면 국내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뉴스들은 '이게 정말 내게 무슨 의미람'하고 느껴지는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신문의 여러면에 걸쳐 도배된 특정의 정치적인 현안이나 이슈들은 '내 삶의 본질에 비춰봐서는 정말 너무나도 무의미해서' 어이없이 느껴지는 경우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뉴스전달 매체들이 넘쳐나는 현대에 와서는 특히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엘빈 토플러의 지적처럼 '쓰레기 정보'들을 얼마나 빨리 치우거나 무시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삶의 요령'일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보게 된다.


참된 현실의 그림자


만약 우리가 필연적인 것과 당연히 존재할 권리가 있는 것만을 존중한다면 음악과 시가 거리에 흘러넘칠 것이다. 우리가 서두르지 않고 분별력을 발휘할 때, 오직 위대하고 가치 있는 것들만이 항구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며, 사소한 두려움이나 사소한 쾌락은 참된 현실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숭고한 진리는 항상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P138)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진실

사람들은 진리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진리가 우주의 외곽 어디에, 가장 멀리 있는 별 너머에, 아담의 이전에, 혹은 최후의 인간 다음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영원 속에는 진실하고 고귀한 무엇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과 장소와 사건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느님 자신도 현재의 순간에 지고의 위치에 있으며,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여 그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 더 거룩하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진실을 계속적으로 흡입하고 그 안에 적셔짐으로써만 비로소 숭고하고 고결한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P139)


종이 울린다고 해서 우리가 뛰어갈 이유가 있는가?

긴장을 풀지 말고 아침의 기백을 그대로 가지고, 율리시스처럼 돛대에 몸을 묶은 채 외면을 하면서 그 소용돌이 옆으로 빠져나가자. 만약 기적이 울면 목이 쉴 때가지 울도록 내버려두자. 종이 울린다고 해서 우리가 뛰어갈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이것들이 내는 음악 소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뿐이다.

이제 침착하게 자리를 잡고 작업을 시작해보자. 그리하여 의견, 선입관, 전통, 망상과 외양이라는 이름의 진흙 구덩이 속에 발을 넣고 아래로 뚫고 나가 지구를 덮고 있는 충적층을 지나서, 파리와 런던, 뉴욕과 보스턴과 콩코드를 지나고 교회와 국가, 시와 철학과 종교를 지나서 마침내 우리가 "바로 이것이야! 여기가 틀림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진실'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바위에 닿을 때까지 내려가 보자. 이제 거점을 마련했으면 홍수와 서리와 불 아래쪽으로 성벽이나 국가의 토대를 닦을 수 있는 장소, 안전하게 램프 기둥을 세울 수 있고 어쩌면 측량 계기를 하나 달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보자. 이 측량 계기는 '나일 강 계기'가 아니고 '진실의 계기'로서, 이것을 보고 거짓과 허식의 홍수가 때때로 얼마나 깊게 범람했던가를 후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말이다.(P140)


태어나던 그날처럼

시간은 내가 낚시질하는 강을 흐르는 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 강물을 마신다. 그러나 물을 마실 때 모래 바닥을 보고 이 강이 얼마나 얕은가를 깨닫는다. 시간의 얕은 물은 흘러가 버리지만 영원은 남는다. 나는 더 깊은 물을 들이켜고 싶다. 별들이 조약돌처럼 깔린 하늘의 강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 나는 셈을 전혀 할 줄 모른다. 알파벳의 첫 글자도 모른다. 나는 태어나던 그날처럼 현명하지 못함을 항상 아쉬워한다.(P141)

 
'굴을 파는 기관'

지성은 식칼과 같다. 그것은 사물의 비밀을 식별하고 헤쳐 들어간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나의 손을 바쁘게 놀리고 싶지 않다. 나의 머리가 손과 발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상의 기능이 머릿속에 있음을 느낀다. 어떤 동물이 코와 앞발로 굴을 파듯 나는 내 머리가 굴을 파는 기관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나는 이 머리를 가지고 이 주위의 산들을 파볼 생각이다. 이 근처 어딘가에 노다지 광맥이 있는 것 같다. 탐지 막대와 엷게 솟아오르는 증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자, 이제부터 굴을 파내려 가야겠다.(P143)


불멸의 생명

직업을 선택하는 데 좀더 신중을 기한다면 아마 누구나 본질적으로는 연구가나 관찰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성과 운명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손들을 위해 재산을 모으고, 가문이나 국가를 창설하고, 명성까지 얻는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에는 죽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진리를 다루면 우리는 불멸의 생명을 얻게 되며 변화나 재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다.(P143)

(나의 생각)
세네카의 책 인생이 왜 짧은가에서 본 내용과 닮았다.


내 속에 있는 옛 철학자

신의 입상立像에서 처음으로 베일의 한쪽을 들췄던 사람은 이집트 아니면 인도의 철학자였을 것이다. 그 떨리는 옷은 지금도 들춰진 채로 있으며, 그 영광의 장면은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왜냐하면 옛날에 그처럼 대담하게 베일을 들췄던 사람은 철학자의 내부에 있던 바로 나 자신이었으며, 오늘 그 광경을 다시 그려보는 사람은 내 속에 있는 옛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그 옷 위에는 아직도 먼지 하나 내려앉지 않았다. 신의 입상이 들춰진 이래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고의 시간으로 승화시키는, 또는 승화시킬 수 있는 시간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것이다.(P143)

고전

때때로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더 현대적이고 더 실용적인 학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 고전이란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고전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유일한 신탁이며, 그 안에서 가장 현대적인 질문에 대하여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의 신탁이나, 도도나에 있는 제우스 신의 신탁도 밝히지 못한 해답들이 들어 있다. 고전 연구를 그만두는 것은 자연이 낡았다고 해서 자연 연구를 그만두는 것이나 다름없다.(P145)


독서를 잘 하는 것

독서를 잘 하는 것, 즉 참다운 책을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오늘날의 풍조가 존종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그것은 운동선수들이 받는 것과 같은 훈련과, 거의 평생에 걸친 꾸준한 자세로 독서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요한다. 책은 처음 쓰여졌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져야 한다.(P146)


알렉산더와 일리아스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을 나갈 때 귀중품 보관 상자에 《일리아스》를 항상 넣어 가지고 다녔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록된 말은 역사적 유물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예술 작품보다 더 우리에게 친밀감을 주며 동시에 더 큰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예술 작품이다. 그것은 모든 언어로 옮겨질 수 있으며, 단순히 읽혀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모든 인간의 입으로부터 숨결처럼 토해질 수 있다. 즉 화포나 대리석으로 표현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의 입김으로 조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대인의 사상적 상징이 현대인의 말이 된다.(P148)


한 가문의 창시자

무식하고 냉소적인 장사꾼이 열심히 사업을 해서 바라고 바라던 여유와 자립을 이루면 그는 부와 유행의 사회에 일원으로 끼게 된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더 높은 그러나 아직은 접근이 불가능한 지성과 천재의 사회 쪽으로 눈길을 돌리지만, 자기의 교양 부족을 통감하게 되며 많은 재산으로도 어쩔 수 없는 무력감과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때 그는 뛰어난 양식을 발휘하여 자기 자식들만큼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뼈저리게 느끼는 지적 교양을 갖추게 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한 가문의 창시자가 되는 것이다.(P148)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서의 독서

사람들은 장부를 기입하고 장사에서 속지 않기 위해서 셈을 배운 것처럼 하찮은 목적을 위해서 읽기를 배운다.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서의 독서에 대해서 그들은 거의 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정한 의미의 독서인 것이다.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P150)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갈망한다.

나는 우리 콩코드 땅이 배출한 인물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갈망한다. 비록 그들의 이름이 이곳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의 영원불멸한 지혜를 담은 책이며 바로 옆 선반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책을 거의 들추지 않는다.(P154)


무식하며 천박한 삶

우리는 버릇이 없고 무식하며 천박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책을 전혀 읽지 못한 사람의 무식과, 어린애들과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책만 읽는 사람들의 무식 사이에 그리 큰 차이를 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대의 위인들만큼 훌륭해져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얼마나 훌륭했던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소小인종이며, 지적인 비상에서 일간 신문의 칼럼 이상은 날지 못하고 있다.(P155)


한 권의 책과 새로운 기원

모든 책이 다 독자들만큼 따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에는 어쩌면 우리의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들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우리가 이 말들을 정말로 듣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아침이나 봄보다 우리의 삶에 더 큰 활력을 줄 것이며, 우리에게 사물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우리의 기적들을 설명해주고 새로운 기적들을 계시해줄 책이 어떠면 우리를 위하여 존재할 가능성은 크다. 지금 내가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어느 책에 표현되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며 우리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문제와 똑같은 문제들이 일찍이 모든 현명한 사람들에게도 제기되었다. 한 문제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리고 이들 현인들은 저마다 이 질문들에 대해 해답을 제시했다. 자기 능력에 따라, 또 자기 고유의 언어와 생활 방식으로.(P155)


고귀한 마을을 건설하자

우리 뉴잉글랜드는 여러 마을이 체재비를 공동 부담하는 조건으로 세계의 모든 현인들을 불러들여 우리를 가르치게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 지방성을 완전히 탈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성인들을 위한 학교인 것이다. 귀족들 대신에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고귀한 마을을 건설하자. 필요하다면 강에 다리 하나를 덜 놓고, 그래서 조금 돌아서 가는 일이 있더라도 그 비용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다 어두운 무지의 심연 위에 구름다리 하나라도 놓도록 하자.(P159)


제대로 보는 사람

어떠한 관찰 방법과 훈련도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자세를 대신 해주지는 못한다. 볼 가치가 있는 것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아무리 잘 선택된 역사나 철학이나 시의 공부도, 훌륭한 교제도, 가장 모범적인 생활 습관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여진 것들을 보고 당신의 운명을 읽으라.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디뎌라.(P160)


완고함

나는 어떤 사람의 참된 성품을 알게 되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성품을 더 좋게든 혹은 더 나쁘게든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전혀 갖지 않는다. 동양 사람들이 말하듯이 "개의 꼬리를 뜨겁게 한 다음 눌러서 노끈으로 묶는 일을 12년간이나 되풀이하더라도 그것은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이들 소 꼬리나 개 꼬리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완고함을 고치는 데에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법은 흔히하듯이 이것들을 끓여서 아교로 만드는 것인데, 아교가 된 다음에는 붙여놓은 대로 붙어 있을 것이다.(P174)


(나의 생각)
정말 맞는 말 같다.
스티븐 핑커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나오는데, 사람의 마음이나 성격이 얼마나 바꾸기 어려운가에 대한 핑커의 주장은 섬뜩하리만치 전율이 느껴지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보슬비

내가 사계절을 벗삼아 그 우정을 즐기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도 삶을 짐스러운 것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오늘 내 콩밭을 적시면서 한편으로 나를 집에 머물도록 하는 저 보슬비는 지루하고 우울한 느낌을 주지 않고 오히려 내게 좋은 일을 해주고 있다. 비 때문에 콩밭을 매지 못하지만, 비는 밭 매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비가 계속되어 땅속의 종자들이 썩고 낮은 지대에서 감자 농사를 망치더라도 높은 지대의 풀에게는 좋을 것이며, 풀에게 좋다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다.(P188)

우정_무한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우호적인 감정

조용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나는 갑자기 대자연 속에,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속에, 또 집 주위의 모든 소리와 모든 경치 속에 너무나도 감미롭고 자애로운 우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공기 그 자체처럼 무한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우호적인 감정이었다. 이웃에 사람이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던 모든 이점이 대단치 않은 것임을 느꼈고 그 후로는 그런 것을 생각해본 일이 없다. 솔잎 하나하나가 친화감으로 부풀어올라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나는 사람들이 황량하고 쓸쓸하다고 하는 장소에서도 나와 친근한 어떤 것이 존재함을 분명히 느꼈다. 나에게 혈연적으로 가장 가깝거나 가장 인간적인 것이, 반드시 어떤 인간이거나 어떤 마을 사람이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부터 어떤 장소도 나에게는 낯선 곳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P189)

(나의 생각)
소로우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릴 때 우리 마을에 사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자꾸만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 자란 마을은 집성촌이었던 때문에 그 할아버지도 집안 어른이셨는데, 학문의 깊이로는 이웃 수십킬로 이내에서는 따라올 만한 분이 없다고 할 정도였었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이라 자세한 건 생각나지 않지만 사서삼경에 통달하셨고, 주역을 비롯한 동양철학에 대한 깊이가 대단하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 할아버지는 특이하게도 우리 마을에서 2∼3km쯤 떨어진 강 건너 산 아래에 홀로 사셨다. 머리도 백발이셨고 콧수염과 턱수염도 백발이셨기 때문에 어떨 땐 산신령을 좀 닮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우리가 가끔씩 강을 건너 산으로 땔깜나무를 하러 다니거나, 한 겨울에 토끼나 꿩을 잡으로 다닐 때나, 농삿일을 도우러 할아버지가 사시던 집 근처를 지나칠 때면, 그 할아버지는 언제나 책만 열심히 들여다보셨던 것 같다. 우리는 늘 '혼자 산 밑에 사시면 깜깜한 밤이 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분의 삶 또한 소로우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자연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조금도 외롭지 않고, 늘 옛 성현들과 만나고 또 그 분들과 대화하기 위해 '고전'을 읽는 데 평생을 보냈던 것 같다.



친해지기 쉬운 벗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개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놓인 거리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P194)


사교


대체로 사람들의 사교는 값이 너무 싸다. 너무 자주 만나기 때문에 각자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하루 세 끼 식사 때마다 만나서 우리 자신이라는 저 곰팡내나는 치즈를 서로에게 맛보인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서로 치고받는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예의범절이라는 일정한 규칙들을 협의해놓아야 했다.(P195)


자연

자연은(해와 바람과 비, 그리고 여름과 겨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순수하고 자애로워서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건강과 환희를 안겨준다. 그리고 우리 인류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어떤 사람이 정당한 이유로 슬퍼한다면 온 자연이 함께 슬퍼해줄 것이다. 태양은 그 밝음을 감출 것이며 바람은 인간처럼 탄식할 것이며 구름은 눈물의 비를 흘릴 것이며 숲은 한여름에도 잎을 떨구고 상복을 입을 것이다. 내가 어찌 대지와 교제를 갖지 않겠는가? 나 자신의 일부분이 그 잎사귀이며 식물의 부식토가 아니던가!(P198)

(나의 생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과 닮았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농사, 혹은 참다운 농부

카토는 농사에서 생기는 이익이 그 무엇보다 성스럽고 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로마의 대학자 바로에 의하면, 고대 로마인은 "대지를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농업의 여신 케레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땅을 경작하는 사람들은 경건하고 유익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들만이 사투르누스 왕족의 유일한 후손이라고 생각했다."

이 콩의 결실을 내가 다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 콩들의 일부는 우드척을 위해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밀의 이삭이 농부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서는 안 되겠으며, 그 낟알만이 밀대가 생산하는 모든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농사가 실패하는 일이 있겠는가? 잡초들의 씨앗이 새들의 주식일진대, 잡초가 무성한 것도 실은 내가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밭농사가 잘되어 농부의 광을 가득 채우느냐 아니냐는 비교적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금년에 숲에 밤이 열릴 것인지 아닌지 다람쥐가 걱정을 않듯 참다운 농부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생산물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초의 소출뿐만 아니라 최종의 소출도 제물로 바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P238∼P239)


호수

호수는 하나의 경관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이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은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잰다. 호숫가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눈의 가장자리에 난 가냘픈 속눈썹이며, 그 주위에 있는 우거진 숲과 낭떠러지들은 굵직한 눈썹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고요한 9월의 어느 오후, 동쪽 물가의 매끈한 모래사장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면 맞은편 물가는 엷은 안개로 인해 어렴풋이밖에 보이지 않는데, '유리 같은 호수의 수면'이라는 표현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개를 박아 머리를 거꾸로 해서 보면 호수의 수면은 계곡에 걸쳐놓은 섬세하기 짝이 없는 한 가닥의 거미줄처럼 보인다. 멀리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반짝반짝하면서 수면은 대기를 두 개의 층으로 갈라놓고 있다. 맞은편의 산까지 물에 젖지 않고 수면 밑으로 해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수 위를 스치듯 나는 제비들이 수면에 앉을 수도 있을 듯한 생각이 든다. 사실, 제비들은 때때로 착각이라도 한 듯 수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다가는 깜짝 놀라 다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호숫물은 액체 상태로 녹아 있던 유리가 식기는 했으나 아직 굳지 않은 것과 같으며, 그 속에 떠 있는 몇 개의 티눈은 유리 속의 불순물처럼 차라리 순수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9월이나 10월의 이런 날 월든 호수는 완벽한 숲의 거울이 된다. 그 거울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돌들은 내 눈에는 보석 이상으로 귀하게 보인다. 지구의 표면에서 호수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면서 커다란 것은 없으리라. 하늘의 물. 그것은 울타리가 필요없다. 수많은 민족들이 오고갔지만 그것을 더럽히지는 못했다. 그것은 돌로 깰 수 없는 거울이다. 그 거울의 수은은 영원히 닳아 없어지지 않으며, 그것의 도금을 자연은 늘 손질해준다. 어떤 폭풍이나 먼지도 그 깨끗한 표면을 흐리게 할 수는 없다. 호수의 거울에 나타난 불순물은 그 속에 가라앉거나 태양의 아지랑이 같은 솔이, 그 너무나도 가벼운 마른걸레가 쓸어주고 털어준다. 이 호수의 거울에는 입김 자국이 남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입김을 구름으로 만들어 하늘로 띄워 올리는데, 그 구름은 호수의 가슴에 다시 그 모습이 비친다.(P268)

(나의 생각)
마치 피천득의 수필을 읽는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글이다.



옛날과 다름없이

나무 베는 사람들이 호숫가의 여기저기를 야금야금 베어내고, 아일랜드 사람들이 호수 근처에 돼지우리 같은 집을 짓고, 철도가 그 경계선을 침범하고, 얼음 장사꾼들이 호수의 얼음을 걷어갔지만, 월든 자체는 변함이 없으며 내가 어릴 때 보았던 바로 그 호수 그대로이다. 무수한 잔물결이 호수에 일었었지만 항구적인 주름살은 단 한 개도 없다. 월든 호수는 영원히 젊다. 지금이라도 호숫가에 서면 옛날과 다름없이 제비가 벌레를 잡으려고 살짝 물을 스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P277)

(나의 생각)
가곡 '가고파'의 한 구절 같다



물아일체

나는 오늘 밤에도 내가 지난 20여 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이 호수를 보아오지 않은 것처럼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아, 여기 월든 호수가 있구나! 내가 그 옛날 발견했던 것과 똑같은 숲  속의 호수가. 지난 겨울에 숲의 일부가 잘려나간 물가에는 새로운 어린 숲이 기운차게 자라고 있다. 그때와 똑같은 사념이 호수 표면에 샘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이 호수는 그 자신이나 그 창조자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기쁨과 행복의 샘물이다. 그것은 확실히 마음에 아무런 흉계를 품지 않은 용감한 사람의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이 호수의 주위를 둥글게 가다듬었으며 그의 사념 속에 호수를 깊이 파고 그 물을 맑게 하였으며 마침내는 유산으로 콩코드 마을에 남겨준 것이다.

호수의 얼굴을 보니 나와 똑같은 회상에 잠긴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런 말이 내 속에서 나오려고 한다. 오, 월든이여, 정녕 그대인가?(P277)


자연주의


자연은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활짝 피어난다. 자연을 놓아두고 천국을 이야기하다니! 그것은 지구를 모독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P287)


그들의 인생

사람들은 저녁에는 꼬박꼬박 집에 돌아온다. 그러나 기껏해야 근처의 밭이나 길거리로부터 돌아오는 것이며, 그곳은 집에서 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자신이 내쉰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은 시들고 있다. 차라리 아침저녁 때의 그들의 그림자가 그들이 매일 걷는 걸음보다 더 멀리 뻗쳐 있다. 우리는 매일 먼 곳으로부터 집에 돌아와야 하겠다. 모험을 하고, 위험을 겪고, 어떤 발견을 한 끝에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성격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야 하겠다.(P300)


지평선을 송두리째 차지하고도

지평선을 송두리째 차지하고도 그는 가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가난과 또 아담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온 진흙 수렁 같은 생활방식을 유산처럼 물려받고 있으니 그와 그의 자손들은 늪을 헤매고 다니는 그들의 오리발 뒤꿈치에 날개라도 돋기 전에는 이 세상에서 일어설 도리가 없는 것이다.(P301)

(나의 생각)
컴퓨터 단말기의 관심종목들을 송두리째 차지하고도(혹은 증시 주변에 넘쳐나는 뉴스들을 송두리째 차지하고도) '돈을 벌지 못하는' 주식 투자자들이 떠오른다.



가장 큰 이유

내가 거친 노동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데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노동을 하고 나서는 거칠게 먹고 마셔대야 했기 때문이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사람을 천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음식을 먹을 때의 탐욕스러운 식욕이 그를 천하게 하는 것이다. 음식의 양이나 질이 문제가 아니고 감각적인 풍미에 빠지는 자세가 문제이다. 먹는 음식이 우리의 동물적 생명을 유지하는 양식,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고무하는 양식이 되지 못하고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벌레들의 양식이 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P312)

(나의 생각)
내가 거친 주식들을 투자하는 데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주식들을 투자하게 되면 나 자신의 인생도 거칠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주식 종목이 투자자를 천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수익을 추구할 때의 탐욕스러운 욕심이 그럴 천하게 하는 것이다. 종목의 질이 문제가 아니고 허황된 탐욕에 빠지는 자세가 문제이다. 투자하는 종목이 우리의 여유자금을 증식시키는 양식,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고무하는 양식이 되지 못하고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벌레들의 양식이 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덕과 악덕 사이


우리의 인생은 놀라울 만큼 도덕적이다. 덕과 악덕 사이에는 한 순간의 휴전도 없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선이야말로 절대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투자이다.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하프의 소리 속에서 우리에게 특별히 감명을 주는 것은 이 선에 대한 강조인 것이다. 이 하프는 우주의 법칙을 선전하고 돌아다니는 '우주보험주식회사'의 출장 세일즈맨이다. 그리고 우리의 조그만 선행은 우리가 지불하는 유일한 보험료이다. 젊은이는 나이가 들면 무감각해지지만 우주의 법칙은 결코 무감각해지는 일이 없으며 영원히 민감한 사람의 편에 선다.(P314)


순수함

만약 우리가 순수함을 얻을 때 어떤 종류의 삶을 살게 될지 그 누가 알 것인가? 나에게 순수함을 가르쳐줄 만큼 현명한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그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정욕을 억제하고 육신의 외부적 감각을 억제하는 힘과 선행, 이 두 가지야말로 인간의 마음이 신에 접근하는 데 필요 불가결한 것"임을 베다는 선언하고 있다. 정신은 한정된 시간이나마 육신의 모든 부분과 기능을 전반에 걸쳐 장악하여 겉보기에 천박스럽기 짝이 없는 관능을 순결과 헌신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P315)


정결

정결하게 되고 싶으면 여러분은 절제를 해야 한다. 정결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스스로가 정결한지를 어떻게 아는가?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미덕에 대하여 듣고는 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들은 소문에 따라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따름이다. 몸을 부지런히 놀리는 데서 지혜와 순결이 온다. 나태로부터는 무지와 관능이 온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관능은 마음의 게으른 습성이다. 깨끗지 못한 사람은 열이면 열 게으른 사람이며, 난로 옆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며, 해가 떠 있는데도 누워 있는 사람이며, 피곤하지도 않은데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다.(P317)


봄에 대한 찬미

봄의 첫 참새! 그 어느 해보다 파릇파릇한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는 새로운 해! 반쯤 헐벗은 축축한 들판에 어렴풋이 들리는 유리울새와 노래참새와 티티새의 은방울 같은 노랫소리는 겨울의 마지막 눈송이들이 떨어지면서 내는 짤랑거리는 소리 같기만 하다. 이런 때에 역사와 연대기, 전통과 모든 기록된 계시 같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냇물은 흐르면서 기쁨의 찬가를 봄에 바친다. 어느새인가 강 옆의 풀밭 위를 빙빙 도는 개구리매는 겨울잠에서 깨어 나오는 첫 개구리를 찾고 있다. 모든 계곡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러 호수의 얼음도 하루가 다르게 빨리 녹고 있다.

"봄비의 부름을 받고 풀들은 처음으로 싹튼다." 하고 어느 옛사람은 말했지만, 언덕마다 풀들이 봄 불처럼 타오르는 모습이 마치 대지가 돌아오는 태양을 맞기 위해 내부의 열을 발산하는 것만 같다. 그 불길의 색깔은 붉은 색이 아니고 초록색이다. 영원한 청춘의 상징인 풀잎은 흙에서 솟아올라 기다란 푸른 리본처럼 여름 속으로 환히 피어나지만 겨울 추위의 제지를 받고는 시들어버린다. 그러나 봄이 다시 오면 뿌리 속에 간직한 싱싱한 생명의 힘으로 지난해의 마른 잎의 끝을 치켜들며 또다시 뻗어 오르는 것이다.(P442)


보다 훌륭한 생각

부드러운 이슬비가 한번 내리면 풀밭은 한층 더 푸르러진다. 우리 역시 보다 훌륭한 생각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전망도 훨씬 밝아지리라. 우리가 항상 현재에서 살면서 자신의 몸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작은 이슬도 놓치지 않고 받아들여 커가는 풀잎처럼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과거에 잃어버린 기회에 대해 애통해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복 받은 존재가 될 것이다.(P447)


콜럼버스가 되라

우리는 호기심 많은 선객처럼 우리가 탄 배의 난간 너머로 자주 밖을 내다보아야 할 것이며, 뱃밥만을 만들고 있는 우둔한 선원처럼 항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 내부에 있는, 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을 탐험하도록 하라.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각자는 하나의 왕국의 주인이며, 그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대제국은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 얼음에 의해 남겨진 풀더미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무런 존경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애국심에 불타서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일이 있다. 그들은 자기의 무덤이 될 땅은 사랑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육신에 활력을 줄 정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애국심은 그들의 머리를 파먹고 있는 구더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만약 당신이 모든 나라의 말을 하고 모든 나라의 습관을 배우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 어떤 여행가보다 더 멀리 여행하고 모든 풍토에 익숙해지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서 그로 하여금 자신의 머리를 바위에 부딪쳐 죽게 만들려고 한다면 옛 철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당신 자신을 탐험하라. 여기에는 맑은 눈과 굳건한 용기가 필요하다. 패배한 자, 자신의 의무를 버리는 자들만이 전쟁터에 간다. 그들은 도망쳐서 군대에 몸을 맡기는 겁쟁이들이다.

지금 당장 가장 먼 서쪽 길을 향해 떠나라. 그 길은 미시시피 강이나 태평양 해안에서 멈추지 않으며, 케케묵은 중국이나 일본에 가는 것도 아니며, 당신의 세계와 직접적인 접선을 이루며 당신을 그리로 인도해줄 것이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낮에도 밤에도,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마침내 지구마저 지더라도 말이다.(P456∼P459)


굳은 결심

미라보는 "충분히 생각해본 끝에 어떤 굳은 결심을 하게 되면 명예나 종교의 구애를 받지 않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P460)


인생의 돛대 앞에

땅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의 발에 의해 표가 나도록 되어 있다.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었겠는가! 나는 선실에 편히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인생의 돛대 앞에, 갑판 위에 있기를 원했다. 나는 이제 배 밑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P461)


경험에 의해 배운 것

나는 경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그는 과거를 뒤로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부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묵은 법칙이 확대되고 더욱 자유로운 이미에서 그에게 유리하도록 해석되어 그의 존재의 보다 높은 질서를 허가받아 살게 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빈곤도 빈곤이 아니며 연약함도 연약함이 아닐 것이다. 만약 당신이 공중에 누각을 쌓았더라도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누각은 원래 공중에 있어야 하니까. 이제 그 밑에 토대만 쌓으면 된다.(P461)


북소리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P466)

(나의 생각)
이 문단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오래 전에 우연히 다른 책에서 이 문장을 접한 일이 있었는데, 비유가 너무나 멋지고 표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머리에 쿵! 하는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다소 늦었지만『월든』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고 또 행복한지 모르겠다.



쿠우루의 지팡이

쿠우루에 완전을 갈구하던 한 장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지팡이를 만들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완전한 일에는 시간이 한 요소가 되겠으나 완전한 일에는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비록 한평생 딴 일은 아무것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점에서 완벽한 지팡이를 만들리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부적당한 재료를 써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으므로 그는 재목을 구하러 즉시 숲으로 떠났다. 그가 쓸 만한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다가 퇴짜를 놓는 사이에 그의 친구들은 점차로 그의 옆을 떠났으니,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다 늙어서 죽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늙지 않았다.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그의 결심과 숭고한 믿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영원한 젊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과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으므로 시간은 그의 길에서 비켜나 그를 굴복시키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멀리서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그가 모든 점에서 알맞은 재목을 찾아냈을 때는 쿠우루는 폐허가 된 지 이미 오래였다. 그는 그 폐허의 어느 흙 둔덕에 앉아 지팡이를 깍기 시작했다.

지팡이의 모양이 채 갖추어지기도 전에 칸다하르 왕조가 망했다. 그는 지팡이의 끝으로 모래 위에 그 왕조 마지막 왕의 이름을 쓰고는 다시 일을 계속했다. 그가 지팡이를 매끄럽게 다듬어놓았을 때 칼파는 이미 북극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지팡이 끝에 쇠붙이을 달고 보석으로 장식된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을 달았을 때는 브라마 신은 수없이 잠이 들었다 깼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그의 작품에 마지막 손길이 가해지자 지팡이는 깜짝 놀라는 장인의 눈앞에서 브라마 신의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되어갔다. 그는 지팡이를 만드는 가운데 새로운 체계, 충실하고도 균형 잡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옛 도시들과 왕조들은 사라졌지만 그보다도 더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도시와 왕조들이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발밑에 수북이 샇여 있는 나무 깎은 부스러기를 내려다보았는데, 그것들이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고 이제까지의 시간의 경과는 단지 하나의 환각에 지나지 않았으며, 브라마 신의 두뇌에서 나온 한 섬광이 인간 두뇌의 부싯깃에 떨여져서 불붙은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재료가 순수했고 그의 기술도 순수했으니 그 결과가 경이로운 것 외에 무엇일 수 있겠는가?(P466)


최초의 한 바늘

정신이 온전할 때 우리는 사실만을, 즉 실제로 존재하는 사정만을 응시한다. 당신의 의무감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지 말고 진실로 내부에서 느끼는 것을 말하라. 어떤 진실도 거짓보다는 낫다. 땜장이 탐 하이드는 교수대에 섰을 때 할 말이 있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그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재봉사들에게 최초의 한 바늘이 꿰매기 전에 실 끝을 매듭짓는 것을 잊지 말라고 전해주시오." 그 옆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동료의 기도의 말은 전해져 있지 않다.(P468)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 흠을 잡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을 잡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빈곤하더라도 그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비록 구빈원의 신세를 지고 있더라도 그곳에서 유쾌하고 고무적이며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 지는 해는 부자의 저택이나 마찬가지로 양로원의 창에도 밝게 비친다. 봄이 오면 양로원 문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인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런 곳에 살더라도 마치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한 마음과 유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P468)


생각은 그대로 간직하라

옷은 팔더라도 생각은 그대로 간직하라. 신은 당신이 외롭지 않도록 보살펴줄 것이다. 만약 내가 날마다 온종일 거미처럼 다락방의 한구석에 갇혀 있더라도 나의 생각만을 잃지 않는다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좁아진 것으로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철학자는 말했다. "3군으로 된 큰 군대라도 그 우두머리를 사로잡으면 무너뜨릴 수 있으나, 필부일지라도 그의 지조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P469)


무절제

자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서두른 나머지 수많은 영향력에 자신을 내맡기지 마라, 그것도 일종의 무절제이다. 겸손은 어둠이 그러하듯이 천상의 빛을 드러나게 한다. 가난과 옹색함의 그림자는 우리 주위에 드리워 있지만, "그런데 보라! 창조는 우리 시야에서 전개되어간다."(P469)


남아 돌아가는 부

부자로 유명했던 크로이소스 왕의 재산을 우리가 물려받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목적은 전과 다름없을 것이며 우리의 수단 역시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가난하기 때문에 활동 범위에 제한을 받더라도, 예를 들어 책이나 신문을 살 수 없는 형편이 되더라도 당신은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경험만을 갖도록 제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가장 많은 당분과 가장 많은 전분을 내는 재료만을 다루도록 강요를 받게 된 것이다. 뼈 가까이에 있는 살이 맛있듯이 뼈 가까이의 검소한 생활도 멋진 것이다. 당신은 인생을 빈둥거리며 보내지 않도록 보호받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도 높은 수준의 정신 생활을 하는 것으로 인해 낮은 차원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남아돌아가는 부는 쓸모없는 것들밖에 살 수 없다. 영혼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의 필수품을 사는 데는 돈이 필요없다.(P470)


이 시대가 지나가는 동안

나는 내 자신의 본연의 자세에 돌아와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다. 나는 남의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려하게 과시하며 돌아다니기보다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우주를 창조한 분과 함께 거닐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 들떠 있고 신경질적이며 어수선하고 천박한 19세기에 사는 것보다는 이 시대가 지나가는 동안 서 있거나 앉아서 생각에 잠기고 싶다. 사람들은 무엇을 축하하고 있는 것인가? 그들은 모두 준비 위원회의 자리 하나씩을 차지하고서는 매 시간마다 누군가가 연설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도 그날의 사회자에 불과하며, 연설은 웹스터가 하게 되어 있다.(P471)


단단한 토대

나는 저울대에 매달려 자신의 무게를 달면서 균형을 잡다가 나를 가장 강하게 그리고 가장 정당하게 끌어당기는 것에게 인력에 의해 끌려가고 싶다. 저울대에 매달려 몸무게가 적게 나가려고 발버둥치고 싶지 않다. 어떤 사정을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정만을 받아들이고 싶다.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 그 위에서는 그 어떤 권력도 나를 막을 수 없는 길을 가고 싶다. 단단한 토대를 쌓기도 전에 아치를 세우는 따위의 짓은 나에게는 아무런 기쁨을 주지 못한다. 살얼음판에서 벌이는 아이들 장난은 그만두도록 하자. 어느 곳이든지 단단한 밑바닥은 있다.(P472)

(나의 생각)
'가치투자'에 정말 기막히도록 잘 들어맞는 말이다



늪의 밑바닥과 대갈못


어떤 나그네가 한 소년에게 자기 앞에 있는 늪의 밑바닥이 단단한지 아닌지를 물어보았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소년은 밑바닥이 단단하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나간 나그네의 말은 이내 복대끈까지 빠져 들어갔다. 나그네는 소년에게 물었다. "너 이 늪의 밑바닥이 단단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소년은 대답했다. "밑바닥은 정말 단단해요. 하지만 아저씨는 아직 절반도 못 들어가셨어요."

사회의 늪과 流沙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어떤 생각, 말 또는 행동은 아주 드문 경우에만 가치를 갖는다. 외와 회벽에 그냥 못을 박는 어리석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짓을 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내게 망치를 주고 나로 하여금 벽의 세로 홈을 더듬어볼 수 있게 해달라. 접합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못을 완전히 다 박고 그 끝을 성심껏 구부려 밤중에 혹시 잠을 깨더라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라. 그 일을 위해 시신詩神을 불러도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그 일에, 오직 그런 일에 신은 당신을 도울 것이다. 당신이 주체가 되어 일을 해나가되, 박는 못 하나하나가 우주라는 기계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는 대갈못이 되도록 하라.(P472)


아침의 성격

뉴잉글랜드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람들 사이에 퍼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즉 처음엔 코네티컷 주, 다음에는 메사추세츠 주 어느 농가의 부엌에 60년 동안이나 놓여 있던 사과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식탁의 마른 판자에서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는 곤충이 나왔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 곤충이 자리잡고 있던 곳의 바깥쪽으로 겹쳐 있는 나이테의 수를 세어본즉, 그보다도 여러 해 전 그 나무가 살아 있을 때에 깐 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마 커피 주전자가 끓는 열에 의해 부화되었겠지만 그 곤충이 밖으로 나오려고 판자를 갉아 먹는 소리가 여러 주일 전부터 들렸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부활과 불멸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떤 날개 달린 아름다운 생명이 처음에는 푸른 생나무의 백목질 속에 알로 태어났으나, 그 나무가 차츰 잘 마른 관처럼 되는 바람에 오랜 세월을 사회의 죽은 듯 건조한 생활 속에서 목질의 공심적共心的인 나이테 속에 뭍혀 있다가(아마 지난 수년 동안, 일가족이 즐겁게 식탁에 둘러앉아 있을 때 밖으로 나오려고 갉는 소리를 내서 모두를 놀라게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흔한 가구 속에서 튀어나와 마침내 찬란한 여름 생활을 즐기게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나는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이런 이야기를 다 이해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것이 단순한 시간의 경과만 가지고는 결코 동트게 할 수 없는 저 아침의 성격인 것이다.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P476∼P47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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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에는 푸르고 가을에는 노랗게 무르익어라
    from Value Investing 2013-10-12 02:04 
    자연은(해와 바람과 비, 그리고 여름과 겨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순수하고 자애로워서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건강과 환희를 안겨준다. 그리고 우리 인류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어떤 사람이 정당한 이유로 슬퍼한다면 온 자연이 함께 슬퍼해줄 것이다. 태양은 그 밝음을 감출 것이며 바람은 인간처럼 탄식할 것이며 구름은 눈물의 비를 흘릴 것이며 숲은 한여름에도 잎을 떨구고 상복을 입을 것이다. 내가 어찌 대지와 교제를 갖지 않겠는가? 나
  2. 다시『월든』을 만날 시간
    from Value Investing 2013-12-10 01:17 
    『월든』의 경이로운 문장들을 읽어보십시오. 그것들은 우리의 가장 절실한 체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 마르셀 프루스트 * * *(『주석달린 월든』 31쪽)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쓴 책은『월든』과 『주석달린 월든』달랑 두 권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봄에 한꺼번에 무려 여덟 권을 더 샀었다. 그때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날 예정이었던 히말라야 트레킹 때 짐꾸러미에 챙겨 넣을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소로우가 쓴 책이라면 따져볼
  3. <18주년, 당신의 기록>을 보며 떠올린 ‘묘한‘ 욕망
    from Value Investing 2017-07-06 19:45 
    만일 우리가 손에 잡히는 것밖에 누리지 못한다면, 돈도 금고 속에 있으면 내 것이 아니고, 아이들도 사냥 나갔으면 내 아이들이 아니겠지? - 몽테뉴 * * * '미처 날뛰는 포악한 주인'에게서 벗어난 기분을 소포클레스만큼 재치있게 말한 사람도 드물다. 여기서 말하는 '포악한 주인'은 물론 '여자와 동침하고 싶은 욕망'을 의인화한 표현이었다. 소포클레스가 얼마나 그 욕망에 시달렸으면 그런 말을 다 했을까 싶다. 어쨌거나 그는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그 주
 
 
마녀고양이 2010-09-1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든을 아주 오래 전에 읽었습니다.
도시에서만 살 수 있다고, 도시를 떠난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저에게 일종의 충격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소로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오늘 오렌님의 리뷰로 인해, 구절을 다시 새겨봅니다. 참 좋습니다.

저 역시 북소리라고 하신 그 문구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마다의 리듬, 속도에 관하여 존중하고 존중받고 싶습니다.

oren 2010-09-17 14:06   좋아요 0 | URL
월든을 아주 오래전에 읽으셨다니 훌륭한 독서이력이 부럽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사두고 못 읽다가(한 때 책꽂이에서 사라져서 며칠을 찾아 헤맨 적도...)
작년 가을에 읽었답니다.

특히, 일산에 살면서부터 호수공원의 봄,여름,가을,겨울을 10년 이상 겪어보니,
소로우의 마음이 더더욱 가깝고도 친하게 느껴지는 느낌도 드는 것 같구요.

라로 2010-09-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찜했어요~~~.
oren님께서 밑줄 그어놓으신 것과 생각을 적어 놓으신 것을 보니
제 자신이 부끄러워 지네요~.^^;;
책에 대한 리뷰 이외에도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oren 2010-09-17 15:52   좋아요 0 | URL
별찜은 어떤 건가요?
아무튼 자주 들러주시고 특별한 찜까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로우의 책을 읽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정말 좋은 책 내용이어서 '꼭꼭 씹듯이' 읽은 책인데,
예전에 컴퓨터에 갈무리해둔 내용도 있고 해서
'포토리뷰' 형식을 흉내내어 사진과 함께 올려봤습니다.

이미 수많은 분들이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으셨겠지만,
그래도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
책 내용의 부분마다 소제목만 달고 가끔씩 제 생각도 조금 보태서 해서
'기나긴 내용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길다랗게 덧붙였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9-1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이 인상적이었다고 한 페이퍼 보고 트랙백해 들어와서 보니,
음...전에 멋진 서재 올려주신 그 분이시군요.

마고님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실만 하네요.

월든을 이렇게 꼭꼭 씹듯 정리한 페이퍼라니요~
많은 생각과 많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

oren 2010-09-20 10:5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안녕하세요?
다른 분들 서재에서 무척 자주뵙던 유명하신 분을 제 서재에서 뵈니 더더욱 반갑네요.

인상적인 느낌도 제각각일 수 있는데,
아무쪼록 '긍정적인' 방향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드는군요.

저 또한 월든을 읽을 때 밑줄친 부분들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그동안 새까맣게 잊고 지냈던 '소로우의 이야기와 생각들'에 귀 기울이고,
월든 호숫가의 멋진 풍경 속으로 잠시나마 되돌아 가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pjy 2010-09-2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떨릴때 여행을 다닌다면 다리떨릴때쯤에 철이 좀 들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책 좀 제대로 읽어야겠습니다~
 
라디오여, 영원하라!


작년 10월 경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아침 출근길에 즐겨듣던 '출발FM과 함께' 라디오 퀴즈에 응모했더니,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두 번 연속 당첨'의 행운이 찾아왔던 것!

(퀴즈 당첨자 발표 1)


(퀴즈 당첨자 발표 2)



(두 번째 공연의 팜플렛)



(두 번째 공연의 실황 모습)




<프로그램>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b 장조
         교향곡 제45번 "고별"
         첼로협주곡 C장조
         교향곡 제104번 "런던"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390063.html
(관련기사 : 한겨레신문, 이영진 고전음악 칼럼니스트)


그 때 들었던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b 장조'(일명 '장학퀴즈')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공연이 끝난 뒤 집에 오자 말자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발솜(
Alison Balsom)이라는 멋진 연주자의 동영상이 있어서 한참이나 들었었다.

오늘 우연히 '생전 처음'으로 '유튜브'싸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헬세트(Tine Thing Helseth)라는 여성연주자가 있는데 '훨씬 더' 뜨는 모양이다.
(이름 자체가 '튀네 팅~' 헬세트이다)

얼핏 얼핏 귀동냥으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자세한 프로필과 연주모습은 처음 본다.

아무래도 헬세트의 음반을 한 장 사야겠다.


트럼펫 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가을밤이다......


(음반)








* Tine Thing Helseth




* Alison Balsom

(HD영상이어서 그런지 버퍼링의 압박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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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상쾌한 트럼펫 음악을 듣습니다.
오늘 햇살에 맞추어 너무 좋네요!
예전에 장학 퀴즈 스타트 음악으로 항상 듣던 음악이예요. ^^

어릴 때는 피아노의 찰랑한 선율이 좋고,
20대에는 바이올린의 끊어질 듯 섬세한 선율이 좋더니...
불혹이 넘어선 지금은 관악기의 소박한 선율이 점점 좋아집니다.

두번 연속 당첨되셨어여? 아우, 행복하셨겠어요!
좋은 하루 되셔염~

oren 2010-09-16 10:42   좋아요 0 | URL
햇살이 아직도 많이 뜨겁네요..
아득한 옛날 까까머리 학생일 땐 장학퀴즈 시그널 음악이 들려오면,
괜히 '미지와 동경의 세계'를 향해 나래를 펼치고 막 달려나가는 기분이 들곤 했었지요.

고양이님 말씀처럼 나이가 들수록 현의 애절하고 강렬한 떨림보다는 보다는 관악기의 단순하고도 소박한 울림이 자꾸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네요.

고양이님도 가을 햇살처럼 눈부신 하루 되시길 바래요..

라로 2010-09-1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함 신청해볼까봐요~~~.
부러운걸요~~.^^

비로그인 2010-09-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 이거 왠지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듯 싶지만요..게다가 남자가 ㅋㅋ)

oren 님 예전에 서재 사진 올리신거 보고 들어왔었는데, 이렇게나마 인사 드리네요 ^^
투자가이신데 이렇게 음악도 좋아하시는군요 ~ 멋집니다.

yamoo 2010-09-1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 행운을 2번씩이나!!
전 여지껏 그런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것두 공연~ 부럽습니다아~~

멋진 공연군요! 실로 오랫만에 트럼펫 협주곡을 들어 봅니다~~

oren 2010-09-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이벤트라면 당첨과는 거리가 멀었었지요...
막상 열흘 남짓 사이에 '두 번 연속' 당첨되니 얼떨떨하기는 하더라구요.
우리 삶에서 '우연'이라는 요소가 종종 우리의 생각보다 제법 크게 작용하는 듯 싶어요.

stella.K 2011-04-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작년 재 생일날 올린 페이퍼로군요.
그때 이걸 봤더라면 오렌님께 고맙다고 인사했을텐데...
그러고 보니, 작년에 '세상의 모든 음악' 이루마씨가 진행했을 때
공개방송에 간적이 있었네요.
그건 추첨이 아니라 선착순이었는데, 잽싸게 신청해서 갈 수 있었죠.
그러고 보니, 오렌님 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이렇게 저렇게 음악 프로와 연결된 추억이
꽤 있었네요.^^

oren 2011-04-04 13:48   좋아요 0 | URL
stella님께서는 라디오 공개방송에 가보신 적도 있으시군요.

저는 친한 고교친구 두 녀석이 KBS에서 예능국 PD로 일하고 있는데, 그 녀석들이 20여년 동안 '전국노래자랑'부터 '가요무대'와 '열린음악회'까지 맡아 왔는데, 여태 공개방송에는 한 번도 못가봤네요.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도 KBS 본사와 지척의 거리(걸어서 몇 분)에 있답니다. ㅎㅎ

아..참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펀드'에서 투자할 목적으로 '기업방문'을 위해 SBS 탄현제작소에 가본 적이 있네요. 그 당시 '女人天下' 제작모습을 봤는데, SBS 제작본부장의 안내로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를 실컷 구경하고, 나중에는 강수연, 강부자, 김원희 등과 기념촬영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