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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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핑커
<빈 서판>,<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언어본능>,<사이언스 북>




















스티븐 핑커의 이 두툼한 책(962쪽)에 담겨진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은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했다.

리뷰를 쓰기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아 포토리뷰의 형식을 빌어,
일부러 찍은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밑줄친 스티븐 핑커의 '생각들'을 뽑아서,
임의대로 붙인 소제목과 해당 쪽수를 덧붙여 정리하여 옮겨 놓는다.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임의로 ① ② ③ ④로 나누어 정리)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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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쏟아진 찬사들


핑커는 생각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 크리스토퍼 레만-하우프트,《뉴욕타임즈》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만나게 되는 방대한 전문 지식은 그 복잡성과 정교함과 넓은 시야로 읽는 사람의 전율을 자아낸다
 - 조지 스키아라바,《보스턴 선데이 글로브》

스티븐 핑커에게는 심오한 것을 명확히 드러내는 재주가 있다. 그가 진화론의 통찰이 가득 담긴 매력적인 보따리를 내놓았다.
 -《이코노미스트》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권위있는 책이다
 - 로버트 맥크럼,《옵저버》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 정신의 구조가 그려진 최초의 도안을 펼쳐 보는 것과 같다.
 - 휴 로슨-탠크리드, 《스펙테이터》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 마이클 가자니가, 《인지과학의 경향》

어떤 저자도 심리학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핑커보다 더 권위 있고 당당하게 펼쳐 보이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결론은 암흑 속에 잠긴 진실을 밝히는 번개와 같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워싱턴 포스트》



옮긴이의 글
10

인간의 마음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언어, 논리와 추론(2장), 시지각(4장), 지능과 추론(5장)은 물론이고 인간의 감정들도(6,7장) 역설계를 거쳐야 하는 훌륭한 주제일 것이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진화론상으로 유의미한 마음 기관들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한 갈등, 싸움, 화합, 경쟁의 변주곡들이 진화의 부산물이자 인간 사회의 필수 요소임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음악과 회화, 소설과 유머, 철학과 종교를 다윈주의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들어가는 글 12


문제와 신비 12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우리의 무지를 크게 문제와 신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그 해답을 알진 못해도 찾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통찰하면서 지식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신비한 것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설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경탄과 당혹의 눈으로 바라만 본다.


표준 설비 19


정교한 해결책 20

이 책의 주제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다. 나는 마음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가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인간 특유의 기벽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왜 기억은 희미해지는가? 화장은 어떻게 얼굴 형태를 달라 보이게 하는가? 인종적 편견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떤 경우에 불합리한가? 사람들은 왜 화를 내는가? 무엇이 아이들을 개구쟁이로 만드는가? 우리는 왜 바보처럼 사랑에 빠지는가? 우리는 왜 웃는가? 왜 사람들은 유령과 영혼을 믿는가?

그러나 나는 상상 속의 로봇과 실제 로봇의 차이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우리가 인간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두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마음 활동 뒤에 숨어 그 놀라운 묘기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복잡한 설계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같은 로봇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마음이 기계와 같다는 개념 자체가 잘못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보고, 걷고,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 해결하는 공학적인 문제들이 달 표면에 착륙하거나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점에 있어서도 자연은 인간 기술자들이 아직까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정교한 해결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햄릿이 "인간이란 얼마나 멋들어진 존재인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그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가! 생김새는 얼마나 우아하고 거동은 얼마나 경탄할 만한가!"라고 말할 때, 우리의 경탄은 셰익스피어나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이나 카림 압둘 자바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으라는 요구를 수행하는 네 살짜리 아이에게로 향한다.


놀라운 사건이자 위대한 발견 21

나는 우리의 마음이 신의 입김이나 정체불명의 단일한 근원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마음은 아폴로 우주선처럼 수많은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각기 다른 과제들을 극복하도록 고안된 여러 개의 첨단 체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공학적 문제들은 로봇 설계에 필요한 명세서인 동시에 심리학의 주제인데, 나는 그 문제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평범한 마음 활동을 통해 쉽게 극복해 내는 기술적 과제들이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은 우주가 수십억 개의 은하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나 한 방울의 물 속에 미생물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에 비교될 정도로 우리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놀라운 사건이자 과학의 위대한 발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손과 혀 33

갈레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손은 마치 각각의 사물들을 하나씩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모든 사물을 능숙하게 다룬다." 손은 갈고리 쥐기(들통을 들 때), 가위 쥐기(담배를 피울 때), 다섯 턱 물림쇠(잔받침을 집어 들 때), 세 턱 물림쇠(연필을 쥘 때), 두 턱 맞받침 물림쇠(실을 바늘에 꿸 때), 두 턱 옆받침 물림쇠(열쇠를 돌릴 때), 죔 쥐기(망치를 잡을 때), 원형 쥐기(병뚜껑을 열 때), 구형 쥐기(공을 잡을 때)의 형태가 가능하다. 각각의 쥐기 형태는 손을 적절한 모양으로 만드는 동시에 동작의 부하를 견디면서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근육의 장력들이 정교하게 조합되어야 한다. 우유팩을 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너무 헐겁게 잡으면 팩이 떨어지고, 너무 세게 잡으면 팩이 찌그러진다. 그리고 부드럽게 흔들면서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누르면 팩 안에 우유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쯤이라면 혀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뼈 없는 물풍선을 주물럭거릴 때처럼 자유자재로 제어되는 사람의 혀는 어금니에 낀 음식물을 빼내기도 하고 마치 발레를 하듯 thrilling나 sixths 같은 단어를 발음하기도 한다.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 33

공자는 "소인은 특별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위인은 평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일란성 쌍둥이들의 놀라운 유사성' 46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는 또 다른 증거는 일란성 쌍둥이들의 놀라운 유사성에서 나온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마음을 형성하는 유전자 조리법이 동일하다. 그들의 마음은 IQ와 같은 총계 측정값이나, 신경증적 경향성과 내향성 같은 성격특성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철자법이나 수리 능력과 같은 재능에서, 인종차별, 사형 제도, 일하는 엄마 등에 대한 사회적 견해에서, 그리고 직업 선택, 취미, 악습, 종교적 열정, 데이트 취향에서 서로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훨씬 더 비슷하다.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자 조리법이 절반만 똑같기 때문이다. 더욱 놀랍게도,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도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 못지않게 아주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출생 직후 헤어져 자랐다해도, 예를 들어 뒷걸음질로 물속에 들어가 무릎이 잠기는 곳에서 멈추거나,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선거에 불참하거나, 눈에 띄는 것들의 수를 강박적으로 세거나, 의용 소방대의 대장이 되거나, 아내를 위해 집 안에 사랑의 메모를 남겨 놓지 않는 등의 특성이 서로 비슷하다.

이런 발견들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그 발견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지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을 뿐 스스로 선택을 하는, 우리 몸 위를 배회하는 자율적인 '나'가 존재한다는 우리 모두의 믿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분명히 마음은,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의 또 다른 두 가지 특성을 예로 들자면, 변기를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에 한 번씩 물을 내리거나 사람이 붐비는 승강기 안에서 장난으로 재채기를 하게끔 미리 정해질 정도로 그렇게 세부적인 부품들을 완비하고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음은 분명히 그런 부품들을 완비하고 나온다. 유전자의 광범위한 효과는 수많은 연구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으며 연구자가 어떻게 실험을 하든, 그 방법에 상관없이 꾸준히 입증되고 있다. 그리고 비판가들이 때때로 제기하는 반론과는 달리, 유전자의 효과는 우연이나 사기꾼들의 조작이나 가족 환경의 미묘한 공통점의 산물이 아니다.


연산 체계 48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 체계다. 이 요약된 문장을 풀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이 나온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엄밀하게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대단히 복잡한 기계 49

17세기에 윌리엄 하비는 정맥에 판막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그 판막이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신체를 대단히 복잡한 기계로, 즉 지주, 버팀목, 스프링, 도르래, 지레, 이음매, 경첩, 소켓, 탱크, 파이프, 밸브, 피막, 펌프, 교환기, 여과기 등이 조립된 복잡한 장치로 이해하게 되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는 미지의 부품들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알아내고 대단히 기뻐한다. 왜 우리의 귀는 주름이 져 있고 비대칭일까? 여러 방향에서 여러 방식으로 다가오는 음파들을 여과하기 때문이다. 소리의 미묘한 차이는 뇌에게 그 음원이 높은지 낮은지, 앞인지 뒤인지를 알려 준다. 신체를 역설계하는 전략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나노테크놀러지를 통해 생명체의 세포와 물질은 진동하면서 빛을 발하는 신비한 겔이 아니라 작은 지그, 스프링, 경첩, 봉, 판, 자석, 지퍼, 들창 등이 필요한 정보를 복사하고 다운로드하고 스캔하는 데이터 테이프를 통해 정교하게 조립된 장치임이 발혀졌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 53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과학자 앨런 뉴웰, 허버트 사이먼, 마빈 민스키,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과 제리 포더가 최초로 표명한 이 개념은 오늘날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라 불린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마음-신체-문제'의 한 가지 수수께끼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지식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마음 활동의 요소인 의미와 의도로 가득 찬 정신계와, 뇌처럼 물질로 구성된 물리적 세계를 연결 지은 것이다.


보편적 심리 65

유아들과 어린아이들을 정교한 방법으로 테스트하면 그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도 물리적·사회적 세계의 기본 범주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과, 때로는 한 번도 제시받은 적이 없는 정보를 충분히 이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는 어긋나지만 인간이 진화한 환경에는 적절하게 들어맞는 많은 신념을 갖고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지만 그 환경에서는 적응성을 높여 주는 목표들을 추구한다. 또한 문화가 자의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민족지학 문헌을 조사해 보면 이 세계의 모든 민족들은 놀랍도록 세부적인 면까지 보편적인 심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입덧과 구역질 75

프로펫은 입덧이 영양 부족과 생산성 저하라는 비용을 상쇄하는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구역질은 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보호책이다. 다시 말해 신체가 큰 해를 입기 전에 유독한 음식을 위에서 배출하고, 차후를 위해 그와 비슷한 음식에 대한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입덧은 임신부로 하여금 성장하는 태아에게 해가 될 유독한 음식을 먹거나 소화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대인의 마음 79

선택은 수천 세대에 걸쳐 일어난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한 99퍼센트의 시간 동안 소규모 유목 무리를 이루고 식량채집을 하며 살았다. 우리의 뇌는 농경과 산업 문화라는 신제품이 아니라 까마득한 옛날의 생활방식에 맞게 진화했다. 우리의 뇌는 익명의 군중, 학교 교육, 글자로 씌어진 언어, 정치, 경찰, 법원, 군대, 현대 의학, 형식적인 사회제도, 첨단 기술 등과 같이 인간 생활에 갓 들어온 것들에 잘 대처하도록 배선되지 않는다. 현대인의 마음은 컴퓨터시대가 아니라 석기시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행동을 굳이 적응의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예컨대 오늘날의 종교 단체, 입양 기관, 제약 회사같이 적응에 반하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제도가 없었고, 아주 최근까지도 유인 요소들을 거부하게 만들 선택압력이 없었다. 혹시라도 홍적세의 사바나에 피임약이 달린 나무가 있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독거미처럼 무서워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몸이 아니라 '유전자' 81

마음의 설계 뒤에 숨은 궁극적인 목표는 그 마음을 창조한 유전자의 복사본을 최대한 많이 퍼뜨리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복제하는 실체들의 장기적인 운명, 즉 여러 세대에 걸쳐 안정된 정체성을 보유하는 실체들만을 보살핀다. 그리고 복제의 결과를 통해 자기 자신의 복제 가능성을 강화시키는 복제자들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누가 혹은 무엇이 적응의 혜택을 누리는가?" 그리고 "생물체의 설계는 누구를 위한 설계인가?"라는 질문에 자연선택론은 바로 장기적이고 안정된 복제자인 유전자라고 대답한다. 심지어 우리의 몸이나 우리의 자아도 설계의 궁극적 수혜자가 아니다. 굴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윈이 말한 '개별적인 번식의 성공'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몸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특히 이런 의미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유전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유전자가 만들어 낸 신체의 품질이지만, 미래를 위해 선택되어 생존경쟁을 벌이는 주체는 땅속에 묻히면 흙으로 돌아갈 신체가 아니라 그 품질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유전자다.

몇 명의 반대자가 있긴 하지만(굴드 자신도 그중 한 명이다) 유전자 중심의 관점은 진화생물학에서 우세한 관점으로 자리잡았고, 지금까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 관점은 예컨대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세포는 왜 존재하는가, 신체는 왜 존재하는가, 섹스는 왜 존재하는가, 게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왜 동물은 사회적으로 교류하는가, 의사소통은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생명에 대한 가장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구하고 있다. 뉴턴의 법칙이 기계공학자들에게 필수적인 것처럼, 유전자 중심의 관점도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사람의 전략과 유전자의 전략 83

우리의 목표와 유전자의 목표를 혼동한 데에서 갖가지 오해가 발생해 왔다. 성의 진화를 다룬 책에서 한 평론가는 인간의 간통은 당사자들이 피임 대책을 세우기 때문에 동물의 간통과는 달리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전략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의 전략을 말하고 있는가? 성적 욕구는 유전자를 증식하기 위한 사람의 전략이 아니다. 사람의 전략은 섹스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고, 섹스의 즐거움은 유전자를 증식하기 위한 유전자의 전략이다. 만일 유전자가 증식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유전자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어느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개탄한다. 즉, 생물학자들의 말처럼 이타주의가 친족을 돕거나 호의를 교환함으로써 유전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라면 실제로는 결코 이타주의가 아니라 일종의 위선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혼동의 산물이다. 청사진에서 청색 건물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반드시 이기적인 유기체가 나오진 않는다. 뒤에서도 보겠지만 때때로 유전자가 벌이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은 이기심 없는 뇌를 조립하는 것이다. 유전자는 연극 속의 연극이지 배우의 내적 독백이 아니다.


최후의 한 마디 92

집단적 차이와는 무관한 정치적 성차이에 대해 최후의 한 마디를 던지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성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은 많지 않다. 그 밖의 모든 직업은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자연주의적 오류 92

흔히 인간 본성에 내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두 번째 의미, 즉 인간의 비열한 동기들이 선천적이라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개념의 오류는 너무나 명백해서 이름까지 붙어 있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옳다고 보는 자연주의적 오류가 그것이다. 야생 다큐멘터리를 보면 모든 생물이 크고 작은 행동을 통해 생태계의 조화와 더욱 큰 이익에 봉사한다는 해설이 등장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헛소리는 잠시 잊기로 하자. 다윈이 말한 것처럼, "악마의 사도가 쓴 위대한 책에는 꼴사납고, 사치스럽고, 어줍고, 지독하게 잔인한 자연의 산물들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가!" 대표적인 예가 맵시벌이다. 맵시벌은 다른 종의 애벌레를 마비시키고 그 몸속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부화한 맵시벌은 살아 있는 애벌레를 안에서 부터 천천히 파먹고 성장한다.


너무나 평범한 견해 96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명령하지 않는다. 일부 여성운동가와 동성애운동가들은 여성이 자연선택에 의해 아이를 돌보고 양육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견해와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이성애 섹스를 하도록 설계되었다는 너무나 평범한 견해에 분노를 표한다.


도덕적 사유의 주제 96

행동의 원인이 유전자든 무엇이든, 그것은 자유의지와 책임의 문제를 비껴가지 못한다.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의 차이는 고대부터 전해 오는 도덕적 사유의 주제로, "이해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격언에도 담겨 있다.


시끄러운 국회 103

우리의 마음은 여러 정당들이 경쟁을 벌이는 시끄러운 국회다. 타인을 대할 때 우리는 그들이 우리만큼 복잡하다고 가정하며, 그들이 추측하는 바를 우리가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추측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생각하는 기계 105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 106

마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는 "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영리하게 만드는 무엇 133

"무엇이 한 체계를 영리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그 체계를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나 그 체계를 관통하는 에너지의 종류가 아니라 그 기계의 부품들이 무엇을 상징(대표)하는가, 그리고 기계 내부의 변화 패턴들이 (확률적이고 불분명한 진리들을 포함해) 진리성을 유지하는 관계들을 반영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확실한 것 143

미래학에서 확실하게 옳은 예언 중 하나는 미래에도 그 시대의 미래학자들은 어리석게 보일 거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성과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단지 진행 과정에서 발견될 무수히 많은 실질적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계산하는 기계는 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어려운 것 146

컴퓨터는 20자리 숫자보다 《빨간 망토》의 줄거리를 더 어렵게 기억하지만, 우리는 20자리 숫자를 더 어렵게 기억한다. 우리는 공처럼 둥그랗게 구겨진 신문지 두 장이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어도 그 둘을 비슷하다고 보는 반면, 두 사람의 얼굴은 거의 비슷해도 서로의 차이점을 발견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이동하는 철새에게는 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별자리가 아주 예민하게 감지되지만 보통 사람의 눈에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시고의 방대함 150

조금만 계산해 보면 20개 정도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특별히 긴 문장이 아니다)의 수는 약 1020이 된다. 1 뒤에 20개의 0이 나오는 수, 1억 곱하기 1조, 우주가 탄생한 이래 흘러간 모든 초의 100배에 해당한다. 나는 지금 언어의 방대함이 아니라 사고의 방대함을 보여주는 예를 들고 있다. 언어는 결국 스캣 싱잉이 아니다. 모든 문장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표현한다.(정말로 뜻이 같은 문장은 없다.) 따라서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생각 외에도 우리는 수천, 수만, 수억 개의,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생각들을 품을 수 있다.


얼룩말 무늬 194

무리지어 다니는 동물을 사냥하는 포식자는 수영장 술래잡기 전략에 따라 무리 중의 한 마리를 추적해야 한다. 즉, 당신이 '술래'라면 숨을 쉴 기회를 주지 말고 한 사람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케냐에서 동물학자들이 마취총을 쏜 누의 뿔에 페인트 표시를 해서 자료를 수집하려 했다. 그들은 표시를 한 동물을 무리로 돌려보내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회복시키려 했지만, 그 동물은 약 하루 만에 하이에나의 사냥감이 되었다. 한 가지 이유는, 페인트 표시 때문에 하이에나가 그 누를 구별하고 지칠 때까지 추적하는 것이 쉬웠다는 것이다. 얼룩말의 무늬에 대한 최근의 견해도, 말의 줄무늬가 키 큰 풀과 뒤섞이기 위한 것-항상 의심스런 설명이었다-이 아니라 얼룩말 무리를 살아 있는 야바위 노름으로 만들어 한 마리만을 추적하려는 사자와 기타 포식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겸손한 보상 197

전설에 따르면 터키 제국의 고관인 시사 벤 다히르는 체스 게임을 발명한 후 인도의 왕 시르함에게 겸손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체스판의 첫 번째 칸에 밀 한 알을 놓고, 두 번째 칸에 두 알을, 세 번째 칸에 네 알을, 네 번째 칸에 여덟 알을 놓는 식으로 체스판을 채워 달라고 요구했다. 예순네 번째 칸에 이르기 훨씬 전에 왕은 왕국의 모든 밀이 상으로 나갈 것임을 깨달았다. 그가 요구한 상은 2000년 동안의 세계 밀 생산량에 해당하는 2조 부셸이었다.


호두까기새와 나이팅게일 204

심리학자 데이비드 셰리와 댄 샥터는 이 사고방식을 더욱 확대했다. 그들은 메모리 체계에 가해지는 여러 공학적 요구들이 종종 엇갈리고 충돌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자연선택은 유기체에게 전문적으로 '분화된' 기억 체계를 부여함으로써 그 문제에 대응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각각의 기억 체계에는 동물의 마음이 완수해야 하는 과제들의 요구에 최적으로 맞춰진 연산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꺼내 먹기 위해 씨앗을 숨겨 놓는 새들은 은닉 장소를 위한 용량이 큰 기억을 진화시켰다.(호두까기새는 1만 군데를 기억한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거나 다른 수컷을 위협하기 위해 노래를 하는 새들은 노래를 위한 넉넉한 기억을 진화시켰다.(나이팅게일은 200곡을 기억한다.)


감각력 개념 239

고문은 잘못된 일이고, 로봇을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재산 손괴 행위이지만 사람을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살인 행위라는 확신의 기초에는 감각력 개념이 놓여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우리가 단지 상실로 인한 자기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즐거움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 인간의 삶 240

우주에 떠다니는 미세한 모래 입자 위에 한 인간의 삶이 묻어 있다. 그가 살았던 장소와 그가 썼던 기계들이 남아 녹슬고 있다. 그의 손길이 멀어진 상태에서 그것들은 바람과 모래, 그리고 그 위에 쌓이는 세월에 휩쓸려 서서히 분해될 것이다.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사랑으로 생명을 유지했으나 이제는 폐물이 되어버린 기계를 포함해 코리 씨가 사용했던 모든 기계들이... 환상의 지대에 버려져 있다.



얼간이들의 복수 241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에만 248

유기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향해 진화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각각의 생물은 날아가는 총알보다 더 빠를 것이고, 기관차보다 더 힘이 셀 것이고, 아무리 높은 빌딩도 단번에 뛰어넘을 것이다. 유기체가 자신의 물질과 에너지 중 일부를 한 기관에 투자하려면 그만큼을 다른 기관으로부터 빼앗아 와야 한다. 그러면 뼈가 가늘어지거나, 근육이 줄어들거나, 알의 수가 적어진다. 신체의 기관들은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에만 진화한다.


마음의 진화 250

지능이 진화의 숭고한 야망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지능을 신의 본질이나 경이로운 세포조직이나 만물을 포용하는 수학적 원리로 보는 오류와 맥락이 같다. 마음은 하나의 기관, 즉 생물학적 도구다. 우리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플라이오 플라이스토세(신생대 홍적세 4기)에 마음의 설계가 아프리카 영장류의 삶에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역사 속에서 그 에피소드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유일한 이론 261

자연선택은 그냥 평범하고 낡은 복잡성이 아니라 '적응' 복잡성이 어떻게 출현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가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원인 역할을 하는 이론으로서 유일하게 기적에 의존하지 않는 순방향 이론은 자연선택뿐이기 때문이다.


가차 없는 응징 269

자연선택에는 정신적 한계나 상상력의 빈곤, 부르주아적 감성과 지배 계급의 이익에 순응하려는 경향 따위가 없다. 자연선택은 유용성에 의해서만 지배되므로 결국 영리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에 도달한다. 수천 년 동안 생물학자들은 놀라움과 즐거움 속에 생물계의 천재적인 장치들을 발견해 왔다. 예를 들어, 치타의 완벽한 생체역학, 뱀의 적외선 카메라. 박쥐의 음파탐지기, 따개비의 강력 순간접착제. 거미의 강철 같은 실, 인간의 손이 연출하는 수십 가지의 쥠 형태, 모든 복잡 유기체가 갖고 있는 DNA 수리 장치 등이 그것이다, 어쨌든 엔트로피나 포식자, 기생충 같은 험악한 존재들이 유기체의 생존권을 끊임없이 위협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모한 설계가 나오면 가차 없이 응징한다.


자기 감정 나름 294

자, 그렇게 이상한 자극들 앞에서 왜 동물들은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들을 할까? 예를 들어 왜 암탉은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이나 하듯이, 지독하게 흥미 없는 둥우리 속의 알들을 밤새 온몸으로 품을까? 유일한 대답은 자기 감정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짐승들의 본능을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능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까? 왜 사람들은 추운 날 난로 곁에 앉을까? 왜 방 안에서는 벽을 마주 보는 대신 얼굴을 중앙 쪽으로 향할까? 왜 딱딱한 비스킷과 개울물보다 양 등심과 샴페인을 좋아할까? 왜 젊은이는 아가씨에게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일까?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다. 과학이 그 방식들을 신중히 고찰한다면 그것들 대부분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유용함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을 따르는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저녁을 먹으면서 유용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이 맛이 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 만일 누군가가 왜 그런 맛의 음식을 더 먹고 싶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스런 철학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특정한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알을 보면 품고 싶어하는 암탉은, 둥우리 속의 알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해서 밤새 품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정보를 이용하는 생활 방식 303

언어는 지식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다. 언어는 지식을 이용할 뿐 아니라 다른 자원들과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식의 이익을 배가시키고, 위험한 탐험과 실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힘들게 획득한 지혜, 예기치 못한 천재성, 다른 사람들의 시행착오 등으로부터 지식을 획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식의 비용을 낮춰 준다. 인간은 아주 헐값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다른 사람에게 생선을 주면 내 수중에는 생선이 없어지지만, 그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면 그 정보는 내 수중에도 계속 존재한다. 그래서 정보를 이용하는 생활방식은 집단적인 생활, 그리고 전문 기술의 공동 출자, 즉 문화와 잘 어울린다. 문화 간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각각의 문화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만들어진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년기가 긴 것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남성으로 하여금 자식에게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만큼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경쟁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그 결과 친족관계는 양성 모두와 전 연령의 관심사가 된다. 인간의 수명은 긴 훈련 기간에 투자한 비용을 거둬들일 만큼 충분히 길다. 인간은 환경 조건이 달라도 이미 지식의 범위 안에 들어온 물리학과 생물학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새로운 거주지를 개척하고 이용하고 장애를 영리하게 극복할 줄 안다.


활동시간의 90%를 바쳤던 소규모 집단생활 328

사람들은 짝을 찾아야 할 시간에 포르노를 보고, 끼니 대신 마약을 사고, 영화표를 사기 위해 매혈을 하고, 승진을 위해 임신을 미루고, 과식으로 제 무덤을 판다. 인간의 악습은 생물학적 적응이 말 그대로 과거지사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다. 인간의 마음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벌어진 뒤죽박죽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식량을 수집하면서 활동시간의 90%를 바쳤던 소규모 집단생활에 맞춰져 있다.


생물학, 진화, 마음 332

유전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생물학에서는 그 어떤 것도 진화에 비추어 보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여기에, 문화에서는 그 어떤 것도 심리학에 비추어 보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일 수 있다. 진화는 마음을 창조했고, 심리학은 문화를 설명한다. 초기 인간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물은 현대의 마음이다.



마음의 눈 333


자기기만의 길 421

기하자 이론에서는, 최고의 지각 수준에서 마음은 물체와 부분들을 이상화된 기하학적 고체로 '본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시각적 미학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이상한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 인물화 수업이나 누드 해변에 가보면 누구나 인간의 진짜 신체가 우리의 달콤한 상상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즉시 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을 입었을 때 더 낫게 보인다. 패션의 역사에 대한 글에서 미술사가 쿠엔틴 벨은 기하자 이론에서 직접 파생했을 법한 설명을 제시한다.

만일 어떤 물체를 봉투로 감싸서 우리의 눈이 그 속의 물체를 보는 대신 추론을 한다면, 우리가 추론이나 상상을 하는 형태는 실제 형태보다 더 완벽할 것이다. 갈색 종이에 싸인 네모난 상자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완벽한 육면체로 상상할 것이다. 특별히 강력한 단서가 없다면 마음은 구멍, 패인 홈, 금, 그 밖의 우연한 특징들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허벅지, 다리, 팔, 가슴 위를 직물을 드리우면 우리는 완벽한 형태의 신체 부위를 상상하게 된다. 우리의 마음은 직접 보면 드러나게 될 불완전하고 불규칙한 특징들을 그리지 못하고 그릴 수도 없다.

... 우리는 [신체가] 어떨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면서도, 기꺼이 우리의 불신을 유보하고 옷장 속의 환상을 선택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기만의 길로 빠져든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초라했던 어깨가 가장 좋은 재킷을 입는 순간 교묘하게 넓어 보이고 이상적으로 보일 때, 우리는 잠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 빠진다.


(리뷰어의 생각)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충분히 맞는 말이다.


상상 421

창의적인 사람들은 문제의 해답이 상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 아인슈타인은 빛을 타고 날아가거나 수직으로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특별한 능력은 수학적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효과, 가능성, 결과를 상상하는 데에서 나온다." 화가들과 조각가들은 마음속으로 착상을 검토하고, 심지어 소설가들도 글을 쓰기 전에 장면과 줄거리를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

심상은 지성뿐만 아니라 감정도 움직인다. 헤밍웨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겁함은 공포와 다른 것으로, 거의 항상 상상 기능을 일시 정지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야심, 불안, 성적 충동, 격렬한 질투심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의 상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한 실험에서는 지원자들에게 전극을 연결한 다음 그들의 배우자가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요구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피부 전기 전도성은 1.5마이크로지멘스 상승했고, 이마의 추미근은 7.75마이크로볼트 수축 단위를 보였으며, 심박은 분당 5회 증가했는데 이것은 한자리에서 커피 세 잔을 연거푸 마신 결과와 비슷하다." 물론 상상은 단지 보는 것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경험을 되살리지만, 시각적 상은 마음의 시뮬레이션을 특히 생생하게 만든다.



좋은 생각 461


신화와 전설 471

인류학자 도널드 브라운은 수천 년에 걸쳐 인도의 힌두교는 역사를 거의 남기지 않은 반면 이웃한 중국에서는 도서관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그가 추측하기로, 카스트 제도가 세습되는 사회의 권력자들은 어떤 학자가 과거의 기록을 뒤지다가 영웅들과 신들로부터 전해 받은 그들의 주장에 해가 되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좋을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브라운은 25개의 문명을 조사하면서 배타적인 계급제도가 세습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를 비교했다. 배타적인 계급사회들은 모두 과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전통이 있었고, 신화와 전설이 역사를 대신했다. 계급사회들은 또한 정치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기, 사실적인 초상화법. 균등한 교육이 부재하다는 특징을 보여 주었다.


인공물과 자연물 504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 중에는 자연물의 이름을 대지 못하고 인공물의 이름을 대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환자도 있어 인공물과 자연물은 심지어 뇌에 저장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놀라운 재능 508

우리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 읽지 못한다. 반면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행간에 숨겨진 뜻, 그들의 얼굴 표정과 눈빛, 그들의 행동을 설명해 주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 등으로부터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추측한다. 이것은 우리 종의 가장 놀라운 재능이다.


자폐증, 심리적 맹인 511

자폐증은 정확한 위치를 지적할 수는 없지만 신경학적·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이 거의 분명하다. 배런-코헨, 프리스, 레슬리는 자폐아는 심리적 맹인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는 모듈이 손상된 것이다. 자페 아동들은 겉치레 행동을 거의 못하고, 사과와 사과의 기억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만화 속의 얼굴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는 알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심리맹 512

심리맹(Mind-blindness)은 실제적인 시각장애나 다운증후군 같은 정신지체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세계의 내용물들은 우리에게 거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마음 장치를 통해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증거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폐아들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세계는 단지 운동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상적인' 마음 장치를 완비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난자와 한 줌의 정액으로부터 생각과 감정의 기관이 생겨난다는 것과 작은 응혈이나 금속으로 만든 알맹이 하나가 그것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 언제나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나는 런던과 의자와 야채가 세계의 객관적인 물체에 속한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사실은 물체라는 것도 일종의 착각이다. 버크민스터 풀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세계를 연구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분명하다'고 배웠던 모든 것이 점점 더 불분명해진다. 에를 들어 우주에는 고체가 없다. 심지어 고체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도 없다. 우주에는 절대적인 연속체가 없고, 표면도 없으며, 직선도 없다."


실제 세계 513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뇌가 이룩한 최고의 지적 업적은 실제 세계다. ···· 우리가 경험하는 실제 세계의 모든 기본적 측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에 대한 적응적 해석이다."


멍청세 529

사람들은 도박을 하고 복권을 사면서 이른바 '멍청세'를 납부한다. 도박장이 돈을 벌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손해를 본다.

(리뷰어의 생각)
주식시장에서도 '멍청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향이라는 환각 529

사람들은 만일 룰렛 회전반이 연속으로 여섯 번 블랙에서 멈추면 그 다음에는 레드에서 멈출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반은 어떤 것도 기억하지 않으며 모든 회전은 독립적이다. 자칭 예언자들이 모인 한 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의 무작위적인 흐름 속에서 동향이라는 환각을 만들어 낸다.


조잡한 눈대중 531

많은 사회심리학자들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세계는 확률의 법칙에 지배되지만 마음은 그 법칙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뇌는 제한된 양의 정보만을 처리하기 때문에, 정리들을 계산하는 대신 조잡한 실용적 눈대중을 사용한다. 우선 다음과 같은 법칙이 있다. 기억이 잘 되는 사건일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최근의 끔찍한 추락 사고를 생각하면 비행기는 위험하다.) 또 다른 법칙이 있다. 한 개인이 전형과 닮으면 닮을수록 그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현재 541

확률 개념의 무시할 수 없는 마지막 요소는 안정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이다. 확률적 추론은 과거에 수집된 빈도에 기초한 현재의 예측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세계가 그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광대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원천 555

교육을 통해 형성된 이해력은 부분 안에 부분이 쪼개진 엄청난 장치다. 각 부분은 기본적인 마음 모형, 또는 앎의 방법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모형들은 똑같이 복사되고, 원래의 내용이 표백되고, 다은 모형들과 연결되고, 묶여서 더 큰 부분이 되고, 계속 묶이면 무한히 계속적으로 더 큰 부분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사고는 조합적이고(단순한 부분들이 결합한다) 재귀적이기(부분이 부분 안에 포개진다) 때문에, 우리는 무한한 마음의 도구들을 가지고 엄청나게 광대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다.


천재들 556

천재들은 비범한 작업 때문에 다를 뿐만 아니라 비범한 작업 방식 때문에도 다르다. 그들은 당신과 나처럼 평범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들은 일찌감치 신동, 무서운 아이, 말썽꾸러기라는 말을 듣는다. 그들은 뮤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부한 통념에 도전한다. 그들은 영감이 떠오를 때 일을 하고, 우리들이 잘 포장된 길을 아장아장 걸어갈 때 통찰력을 발휘해 껑충껑충 뛰어간다. 그들은 문제를 따로 떼어 내어 무의식 속에서 배양한다. 그러면 아무런 예고 없이 한순간에 반짝 불이 켜지고 완전한 해결책이 튀어나온다. 아하! 천재는 우리에게 걸작을 남기고, 그 걸작은 무의식의 자유로운 창의성을 구현한 유산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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