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킬만 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때로는 가장 작은 것들이 네 마음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해.

-위니 더 푸

 

이 책의 제목은 습관이 영성이다. 제목을 보고서 책이 나왔을때 호기심에 구입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우리는 욕망의 존재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무엇을 믿느냐?’라고 하시지 않고, ‘너희가 무엇을 구하느냐?’라고 물으셨다. 우리가 추구하고 바라고 집착하고 갈구하고 갈망하는 그 무엇이 우리의 욕망의 대상이다. 우리는 욕망이란 텔로스(목표, 지향점 telos)를 가진다.

 

 

 

저자는 17세기의 유명한 철학자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처럼, 인간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내 자신이다라는 착각을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내 생각=내 자신이란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공식을 깬다.

 

내가 사랑하는 것=내 자신

 

이라고 이야기한다.

데카르트의 렌즈를 집어던지고, 우리는 사랑의 렌즈를 걸쳐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밝힌 하나님 한분 외에는 나의 마음의 구멍(맨홀)을 메울 존재가 없습니다. 하나님만이 나의 안식의 전부입니다”(나의 고의적인 의역임)라는 말을 너무나 익숙하게 듣고 살아왔다. 하지만 정말 우리의 텔로스가 '하나님을 사랑하는가?' 이다. 이레나이우스는 복음은 우리가 인간의 되는 법을 배우는 길이다.”(23p)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욕망의 텔로스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텔로스로 맞춰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 마음의 나침반이 죄로 인해 삐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가 다 텔로스를 가지고 있다. 다 자기만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욕망을 제어하는 데 데카르트의 생각의 렌즈로는 어림없다. 2장에서 이 주제를 다룬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생각, 지성만으로 바른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내 몸무게는 내 사랑이다. 내가 어디로 움직여 가든지,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나의 사랑이다.’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욕망적인 냄새가 자욱하다. 저자는 바울이 골로새서 3장에서 말한 긍휼과 자비와 온유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참음의 옷을 입으려면, 그리고 그 위에 우리가 다루는 사랑의 옷을 입으려면 생각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생각, 지성으로 우리의 인생을 혁신하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칼뱅은 인간의 마음은 우상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라고 했다. 우리는 thinking으로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것이 기독교의 인간론이다. 인간은 우상제조공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래서 이 문제의 대안을 우상숭배는 신학보다는 예전의 문제다’(45p)라고 말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인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욕망의 존재이고, 그 욕망은 죄가 가득한 실체이다. 그 욕망의 텔로스를 가진 인간은 과연 사랑하는 것이 참될 수 있는가? 생각의 패러다임으로 영성의 변화가 가능한가?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바로 습관이다. 이 부분이 굉장히 신선했다.

 

 

 

나는 30대 중반에 테니스 레슨을 1년 동안 받았다. 테니스 레슨을 시작하면, 코치와 수강생인 내가 1:1로 지도받는다. 자세, 즉 폼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레슨을 받았다. 반복, 반복...지겹다.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테니스도 빠지면 매력이 철철 넘친다. 그건 게임을 했을 때이고. 레슨은 끊임없는 반복이다. 지겹고 힘들고 억지로 한다....구력이 몇 년 되는 사람조차도 자신의 자세와 폼을 항상 재조정하기 위해 간간이 레슨을 받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무리 오래 스포츠를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자신의 몸에 배여 체내화 되기까지는 반복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원래 편안하고 안락한 몸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반복하고 반복한다. 재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바가 우리 자신이다라고 했을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바른 사랑을 할 수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반복의 힘이 필요하다. 그 반복은 바로 습관이다. 우리는 교회 밖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주일날 몇 시간 안 되는 스케줄을 교회당에서 보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 예배를 드리는가? 정말 지겹다. 아까 드린 예배인데, 또 예배드릴 필요가 있는가?’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드리는 예배도 지겨운(?) 반복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심각하게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세상의 때와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노출되어 일주일동안 살아온 그 모든 것을 성경적인 가치관으로,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반복’, 습관이다. 저자는 <예전>(예배)을 강조한다.

 

 

 

 

책 서두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 미국인에게는 의식儀式이 필요해. 이게 바로 내가 쓴 글의 핵심 주장이야.’

-존 업다이크, “다져진 땅, 교회 다니기, 죽어가는 고양이, 중고차 보상 판매

 

  

우리는 어떤 의식적인 예전(예배)formal한 형식적 절차로 치부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저자는 <예전>의 가치는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적용되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청소년들이나 다가오는 미래의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고 신앙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무언가 흥미로운 기독교적 상상력을 발휘해 커리큘럼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전>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상숭배의 필드에서 헤매는 욕망의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저자가 탁월하게 지적하는 부분은, 오늘날 대형마트나 메가마트를 하나의 신전으로 비유한 대목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날의 대형마트에서 우리는 소비신을 숭배한다. 수많은 진열대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자유롭게 선택한다. 소비한다. 그리고서 집에 돌아오면, 사지 말아야 할 것은 샀을 때의 헛헛함, 아무리 만족한 소비를 했다고 해도 소비 이후의 헛헛함을 가슴에 안는다. 우리는 은연중에 소비의 신을 숭배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처럼. 반대로 그런 자본주의의 마트는 교회보다도 더 절기나 행사에, 이벤트에 강하다.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명절기간이라도 더 준비가 철저하다. 더 많은 소비, 더 과감한 소비를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자본주의의 동선 가운데 흐르는 영적인 흐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유를 구가하던 무리들이 교회에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이 자신의 자유와 입장대로 되지 않을 때 불만과 불평이 누적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자본주의의 식민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바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는 대목에는 사랑하는 주체자인 우리란 존재가 얼마나 오류가 가득한 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란 신학자는 거듭나고 회심한 그리스도인을 죄인적 의인이라고 했다. 여기서 의인이란 말은 우리의 신분이 영원히 변할 수 없는 본질적인 구원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말이지만, 앞에 있는 죄인적이란 말은 여전히 우리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연약한 그릇이란 의미이다. 변화된 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간에 모두가 죄인적이고, 죄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우리가 과연 우리가 섬기고 공경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기를 원하는 하나님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 그 방법은 바로 <예전의 반복>이다.

 

 

 

기독교인은 매주마다 예배의 자리로 나아간다. 물론, 우리의 생각의 포커싱이 예배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임스 스미스, 저자가 이야기한 습관이 영성이다란 이 부분을 숙고해보면 좋겠다 싶다. 우리는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얼마나 반복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지. 영적 습관을 얼마나 잘 길러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음 한다.

 

 

습관은 영성이다!  

 

 

 

목차를 참고해시길!

 

 

1장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예배하는 인간

2장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속예전을 읽는 법

3장 성령은 당신이 있는 곳에서 당신을 만나 주신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위한 역사적 예배

4장 당신은 어떤 이야기 안에 있는가? 형성적 기독교 예배의 서사 구조

5장 마음을 지키라 가정의 예전

6장 자녀를 잘 가르치라 신앙 교육의 예전

7장 당신은 원하는 바를 만든다 소명의 예전

 

 

 

여담: 이 책을 읽을 때 좀 속도감을 내고자 줄을 긋지 않고 읽다가 낭패를 봤다. 줄을 긋지 않으니 내용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도전과 감동은 아직도 또렷하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다시는 책을 이렇게 접지 않으리!!! 접힌 부분을 펴는 것도 힘들다 ㅠㅠ

 

 

제임스. 스미스의 글이 너무 좋아 다른 책들도 주문해놓고 숙성시키고 있다...

    

 

 

    책이 너무 좋아서, 지인에게 추천한 톡내용을 캡쳐해 올려본다.

오늘도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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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16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저리 접으시다뉘~ 참신합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18-09-16 12:26   좋아요 1 | URL
인제 안 접을라고 노력중입니다 다 펴는것도 힘들고 책 뽀대도 안나고 ㅎ

bookholic 2018-09-16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책의 앞면지에 페이지를 적는 방식으로...

카알벨루치 2018-09-16 14:28   좋아요 0 | URL
이제는 조금만 접을려고요. ㅎㅎ

서니데이 2018-09-16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내용이 많은 책이었나봐요. 접은 페이지가 많이 보여서요.^^
카알벨루치님, 편안한 일요일 밤 되세요.^^

2018-09-16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9-16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짜 낭팬데요?
그만큼 좋은 줄 알겠습니다.
전 예전에 기독교 서적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들어 부쩍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만 들고 있습니다.ㅋ
암튼 기회 닿는대로 읽어보겠습니다.^^
 

<라면을 끓이며>를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대만족이다. 근데 읽는도중에 라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아침은 우유 한잔에 식빵에 뉴텔라 발라 먹었는데. 결국 끓였다. 대파 많이 넣고. 김훈이 청량감을 강조한 것처럼...












런데 .......................................................................................................................................................................................................................................................................................................................................................................................................................................................................................................................................................................................................................................................................................................................................퍼졌다 젠장!





그래도 잘 먹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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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4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9-14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나왔을 적에 라면 냄비 이벵을
해서 출판사가 과태료를 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카알벨루치 2018-09-14 11:55   좋아요 0 | URL
라면냄비 이뱅이란 말이 뭔 의미인지 모르겠네요 ㅋ

레삭매냐 2018-09-14 16:53   좋아요 1 | URL
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출판사에 라면냄비를 주는 이벤트
를 진행했다는 말이랍니다 -

카알벨루치 2018-09-14 21:14   좋아요 0 | URL
이벵 ㅋㅋㅋ그랬군요 진짜 라면 냄비 주면 좋은건데 과태료까지 ...쩝 라면줘도 좋은뎅

cyrus 2018-09-14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라면 먹기 딱 좋은 날입니다. ^^

카알벨루치 2018-09-14 12: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stella.K 2018-09-14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혹시 탄수화물 중독은 아니죠?^^

카알벨루치 2018-09-14 18:1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커피중독입니다 ㅎㅎ아 배고파 ~

북프리쿠키 2018-09-15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면은 무조건 남이 끓여줘야 맛있는 법이지요ㅎㅎ

카알벨루치 2018-09-15 11:24   좋아요 1 | URL
그럼 북프리쿠키님이 하나 끓여주소서 ㅋ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9-15 13:52   좋아요 1 | URL
아~상상되자나요ㅋ

카알벨루치 2018-09-15 17: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 정찬우(1929-1970)는 실존인물이다. 고인의 유일한 자손이 평생 남몰래 보관해온 수기를 작가가 받아들었다. 장롱 깊은 곳에 50년 동안 쳐 박힌 원고는 손만 대면 떨어져나갈 정도였다. 그 수기의 내용들이 스토리화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이다.

 

 

 

정찬우는 전북 고창 출신이다. 그는 일제 말기 만주에서 항일 무장투쟁에 가담했다가 평양으로 귀환한다. 그 바람에 그의 운명은 바뀐다. 정찬우는 전쟁의 무자비한 참상을 생생히 기록했지만, 그의 존재 자체를 감추고 싶었던 가족들에 의해 수기는 어두운 옷장 속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한 출신이었지만, 정찬우는 김일성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유능한 엘리트관료가 된다. 김일성대학에는 식민지 시절에 이름을 날리던 많은 학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삼팔선 이남이 미군정과 손잡은 친일세력의 세상이 되면서 분노한 이들이 월북한 덕분에 김일성대학은 당대의 최고의 지성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교수진을 이루고 있었다.

 

 

 

195074,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열흘째 되는 날이다. 22살의 푸르른 청춘의 기운이 가득한 정찬우는 당으로부터영남지방 교육위원으로 임명된다. 약혼녀를 놔두고 진해로 내려간다낙동강 12단고지는 전쟁의 아수라장이었고, 진동고개는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곳이었다. 북측과 남측의 옥신각신하는 전투의 현장 가운데서 정찬우가 직접 보고 듣고 목격한 것들이 소설로 나타난다.

 

 

 

인민군이 도시를 장악하면 민중들은 김일성 만세’, ‘인민군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연합군이 장악하면 민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유엔군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댔다. 나라의 민심은 무력 앞에 그렇게 스스럼없이 굴복했던 것이다.

결국 정찬우는 진주의 임시 포로수용소, 광주 중앙포로수용소, 대구형무소에서 포로로 수용하게 된다. 전쟁의 위기는 인간의 심성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인간의 마음 그 깊은 심연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온 사방에 이봉춘이 같은 자들이 널려 있습니다. 시대의 권세를 좇아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들이 언제나 권력을 쥐고 있으니 한심하지요. 명색이 유토피아를 꿈꾸는 공산주의자가 저런 자들을 이용해 공포정치를 하더니 반공주의자들 역시 저런 자들을 앞세워 사람을 억압하니 참 우스운 세상입니다.“(191p)

 

 

저마다 생존하려고 발버둥치는 몸부림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이전에 보여줬던 대의명분과 의지와 외침은 그 전쟁 앞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인간들이 너무나 넘쳐났다. 민중도 그러했는데, 군인이라고 별 수 있는가! 지도자들도 똑같은 양상이었다.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을 보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인민군의 서울 수복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송을 해서 피난을 가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승만은 대전을 거쳐 부산까지 일찍이! 서둘러! 재빨리! 안전하게! 겁나게 빨리! 내려간다. 자신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36계를 놓으면서도 라디오방송에서는 우리가 익히 들었던,

 

가만히 있으라!였다. '피난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은 안전하다.'

 

 정말 이 나라는 도대체 무엇이 이 모양인가! 이승만은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옆의 참모들이 너무 내려온 거 아니냐고 해서 머쓱한 나머지 대전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정말 피를 끓어오르게 만든다. 더 가관인 것은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는, 라디오방송 듣고 피난 가지 않은 백성들을 빨갱이로 취급하여 잡아 죽이는 미치광이 짓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날 이승만 정부의 좌익 학살이 워낙 극악했던지라 저는 정말 치를 떨었습니다. 전쟁으로 남조선 민간인이 백만이 죽었다면 그 중 삼분의 일은 이승만 군대가 직접 잡아 죽인 남조선 민중일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그 놈들이 또 무슨 악마 같은 짓을 할지 저는 겁이 납니다.”(247p)

 

 

지도자가 그 모양인데, 백성들을, 민중들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눈치를 잘 살핀 자들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정찬우 같이 우직한 자들은 평생 절망 가운데 살 수 밖에 없었다.

 

법정에서 법무관이 정찬우에게 법정에서 느낀 감상을 말해보라고 한다.

 

 

약소민족의 비애를 느꼈습니다.”

약소민족의 비애라면?”

우리 민족이 강대하였더라면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으로 양단되는 서러움도 없었을 것입니다. 국토가 두 동강이로 나누어진 이 약소민족의 처지가 저로 하여금 법정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215p)

 

 

정찬우는 김일성대학출신의 엘리트였고 필적도 좋을 뿐만 아니라 심지가 굳은 사람인지라, 다른 이들처럼 박쥐같이 앞면 몰수하고 처신하지 않았던 결과로 징역 10년형을 받는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의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기대 눈을 감고 말았다.’(227p)

 

정선생, 이 기회에 지나온 이야기나 좀 해보시오.”

......

참으로 기구한 팔자요.”

이북에는 근로자가 살 만하다지요?”

 

 

정찬우로서는 싫은 질문이었다. 이북에는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듯 얕추 보는 이들도 못마땅했지만, 진실한 내막도 모른 채 이북을 지상천국이라고 동경하는 이들도 어리석어 보였다. 각기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는 그 양편의 편견을 없애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251p).

 

 

좌익 중에서도 극좌파이던 박창섭.이봉춘이나 우익 중에서도 극우파인 이간수장이나 모두 선량하고 약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자들이다. 그들은 결코 정신병자들이 아니다. 이기적이고 교활하고 현실적인 인간일 뿐이다. 또 얼마나 가문과 가족에 충실한 인간들인가? 이남이나 이북이나 그런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게 현실 아닌가? 좌익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고 우익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실권을 잡은 자들은 따로 있다. 이들은 기생충이 아니라 바로 몸뚱이가 되어버렸다.’(274p)

 

 

 

수감생활은 고문의 연속이었다. 빨갱이라는 이유로. 감옥에선 끊임없이 정찬우가 북한의 고위 관료이기 때문에 전향서를 쓰기를 원했다. 북한의 지도급이 전향하면 다른 포로들에게도 막대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같이 10년형을 받았던 동지 심영숙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찬우는 전향서를 쓰게 된다.

 

내가 전향서를 쓰게 된 것은 남이야 무어라고 하든 나로서는 완전히 공산주의와 절연할 뿐만 아니라 민족진영에서 굳세게 살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고로 이미 공산주의 진영에서는 이탈자가 된 것이며, 반겨하건 푸대접하건 자유진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때문에 나로서는 심각히 생각한 끝에 새로운 각오로 전향서를 썼다. 내가 전향한 동기는 이러하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

그는 자신의 전향에 대한 이목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서,

시간은 모든 것을 판정하는 가장 위대한 스승’(310p)이기 때문이다....

 

 

 

정찬우는 101일 새 정부 수립과 대통령 취임식을 맞이하여 가석방된다. 그토록 자유를 그리워했던 그가 출소한다. 하지만 자신을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아버지는 반 년 전에 이미 사망한 후였다.

 

 

그토록 자유를 그리워했던 정찬우. 하지만 모진 고문과 고생의 후유증으로 갓 마흔을 넘긴 나이에 병명도 모른 채 숨진다. 떠나고 남은 유일한 혈육은 생후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북한의 엘리트 출신의 전쟁포로, 정찬우는 정말 우직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다. 품에 권총을 품고 있었지만, ‘한국전쟁에 대해 명분을 찾지 못했기에, 그 권총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정찬우의 인생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유의 향기를 제대로 잘 맡지도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다.

 

 

    정찬우가 말한다.

 

 

"정의로운, 정의의 전쟁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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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4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에서 비극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이승만이 그랬던 것처럼
세월호 때도 가만 있으라고 했지요.

시간은 모든 것을 판정하는 스승이라
기 보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파괴자가
아닐까요.

저도 시간 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4 12:21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께 제가 추천을 ㅋㅋ황송하여라 ㅎ
 

오늘은 저희가족이 도서관에서 책 많이 빌려 읽은 가족에 선정되어 상을 받았네요! 문상 3만원! 책 많이 읽는다고 상도 주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도서관이 있어 너무 행복한데 상까지 받아 더 행복한 날! 아이들과 햄버거 먹고 상 받은거 인증샷 날립니다! 년말에는 서울에서 액자도 보내준다고 하네요 상하고는 인연이 잘 없는 제가 독서로 상 받으니 너무 좋네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상도 받고 ㅎㅎ


이 3만원 문상으로 제가 쓸까요? 아니면 애들에게 양보??? 애들에게 양보해야겠죠 ㅎㅎ


오늘 빌린 책, 애들이 너무 많은 책을 빌려 제 책은 이 3권밖에 못 빌렸네요~예전에 내가 애들 카드 많이 애용했으니 ㅋ

앤디 위어의 <마션>,
<체 게바라:20세기 최후의 게릴라>,
김숨의 <한 명>.


근데 김숨의 위안부소설은 꼭 읽어봐야할 것 같아 대출했는데, 조금 두렵네요 지난번 <흐르는 편지>읽고 하루종일 힘들었는데...또 다시 그렇게 될까봐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읽어야 한다는 그 어떤 의무감에 빌리긴 했습니다...휴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서 떨립니다 아...이런 느낌 아실래나?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아침에 페이퍼 쓰고 괜히 칼 세이건 읽고 싶어 <코스모스>를 읽는데 이거 좀 재미나서 다 읽어버리고 싶다는. 과연...


독서대국으로 성장할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저희 가족이 그 운동에 일조하였음 합니다~모두 즐거운 저녁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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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8-09-12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2 20:43   좋아요 1 | URL
이런 기분은 또 첨이네요 3만원 보다는 으쓱한 느낌^^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ㅎㅎ 그래도 지금 공부가 제대로 된 공부라 생각합니다

북프리쿠키 2018-09-12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또 다른 상이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코스모스. 전 읽는 내내 경이로웠습니다.^^;
서재 멋있네요!

카알벨루치 2018-09-12 20:45   좋아요 1 | URL
저긴 반서재입니다 안 읽은거만 모아놨죠 언제 읽을지~다 사진의 조작입니다 부러워마소서~ㅋㅋㅋ

syo 2018-09-12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걸 주는 도서관도 대단하지만, 그걸 받는 가족도 대단합니다. 역시 카알님. ㅎ

카알벨루치 2018-09-12 22:11   좋아요 2 | URL
syo님도 저거 대번에 받을만한 분이란 걸 전 압니다 우리 광독서쟁이 syo님~오늘 가을의 이마 만지고 왔네요 ㅋㅋㅋ

겨울호랑이 2018-09-12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알벨루치님 축하드려요^^:) !

카알벨루치 2018-09-12 22: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억쑤로 부끄럽네요 이런 축하받으니 ㅡㅡ;😵

비로그인 2018-09-12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부럽네요ㅠㅠ 저는 절대로못할겁니다ㅋ

카알벨루치 2018-09-12 22:15   좋아요 2 | URL
할수 있습니다 저희집과 도서관은 20분거리~ㅠㅠㅋ

2018-09-12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9-13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3만 원은 너무 적게 느껴지네요. 책 읽는 가족에게는 최소 문상 20만 원은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카알벨루치 2018-09-13 12:27   좋아요 0 | URL
강추 좋아요! 백만개!!!!!!

AgalmA 2018-09-13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가 아니라 가족상이라 더 의미깊고 축하할 일이네요^^! 가족인데 더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ㅎㅎ;

카알벨루치 2018-09-13 14:07   좋아요 1 | URL
그래도 감사감사~공짜는 무조건 감사감사 ㅎ AgalmA님 덕에 제가 읽고 바로 쓰지 않을려고 노력합니다 묵히고 숙성시켜 ~근데 글쓰기도 쉽지 않네요! ㅎ나중에 다시 AgalmA님 글 보러가야겠네요 저때 제대로 못 읽은게 있어~슝!

단발머리 2018-09-13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카알벨루치님^^
저희 가족도 두 번이나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되었는데 우리에게 왜 문상은 없는 걸까요? 동네가 어디신가요? 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09-13 17:35   좋아요 0 | URL
반땅할까요???ㅋㅋ 상도 줘야죠 상장만 주면 안되죠 두번씩이나 받으셨다니 선배님으로 모시겠습니당!

레삭매냐 2018-09-13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쨕쨕쨕 ~

축하드립니다. 예전에 무슨 독후감 대회에
응모했더니만 상장 하나 틱~하니 주던데 -

문상 너무 부럽사옵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3 21:17   좋아요 0 | URL
전 레삭매냐님이 책 나누고 기부하는게 넘 대단하시고 부럽습니다 ~전 동생들한테 책선물할까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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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 지성에 관한 한 우리는 설명이 불가능한, 끝없는 무지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토마스 헉슬리, 1887년(코스모스, 36p)

‘살기 위해 위가 아니라 옆을 봐야 하는 수평 마인드의 사회, 살기 위해 집단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회가 유목사회다. 그 속에선 단 하루도 현실에 안주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끝까지 승부 근성을 놓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그곳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소중하다. 민족이, 종교가, 국적이 다르다는 것도 무시해버려야 한다. 아니 다른 사람일수록 더 끌어들여야 한다. 사방이 트인 초원에서는 동지가 많아야 살아남고 적이 많으면 죽게 된다.

그런 사회에선 완전 개방이 최상 가치로 통한다’(CEO칭기즈칸,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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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6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6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