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드디어 행책에서 SF시리즈 여덟번째 권이 나왔다.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던고.

내가 이놈의 행책 SF시리즈를 이렇게 고대하는 것은 시공그리폰북스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시커먼 표지의 시공그리폰북스......내가 이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폰 북스가 나온지 한참 지난 후였고, 아니, 우리나라에도 SF시리즈가 드디어! 이렇게 생각하고 사모으기 시작했으나 이미 책은 반넘어 절판, 품절된 후. 그리하여 열세권의 시공그리폰북스를 사모으는데는 정말이지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사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결국은 다 읽었다)

그 이후 계속 출간된다던 그리폰북스는 <유년기의 끝>을 끝으로 시리즈가 종료되어 예전 '동서추리문고'같은 백권 넘는 문고판의 출현을 기대하던 나를 실망시키고 있던 찰나, 너의 그 백권의 꿈을 이뤄주마! 라며 등장한 것이 행복한 책읽기의 SF총서이다. 그리폰북스를 계기로 '책은 절판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나는 이 총서를 나오는 족족 초판 구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도대체 백권의 꿈을 언제 이루려는 것일까? 2003년에 나온다던 이 책이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왔으니......그래도 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으니 언제까지라도 백권을 내주시기만 한다면야 나는 감지덕지다. 그리고 요즘은 여러 출판사에서 SF가 옛날보다는 자주 출판되는 터라 이 총서에만 목매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어쨌든 이 책 <비잔티움의 첩자>는 나온다 나온다 하며 하도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나는 읽지도 않고 마치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담되기도 했는데 비잔틴 역사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비잔틴이라면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알량한 지식밖에 없는 나로서는 과연 소설의 배경지식이 이렇게 전무하고도 소설을 즐길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물론 잘 알고 보면 더 즐거웠겠지만 워낙에 가벼운 첩보물이었기 때문에 역사지식의 무지가 별로 장애가 되진 않았다. 아래 다른 분의 리뷰를 보고 내가 완전 동의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비잔틴을 배경으로 한 007시리즈'라는 것이다.  주인공 아르길로스의 직업은 '마지스트리아노스' 지금으로 말하면 스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말로는 '간첩'이라는 것인데, 스파이 - 첩자 - 간첩, 왜 이리 어감이 천양지차이지? 스파이라고 하면 괜히 멋지고 폼 나 보이고 간첩이라고 하면......반공멸공 시대를 살아온 우리 머릿속엔 다들 동일한 이미지가......^^

어쨌든 주인공인 아르길로스는 절대 '간첩'이 아닌 '스파이'다. 모두 7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 주인공은 한 장에 하나씩 커다란 사건을 뛰어난 통찰력과 지력으로 해결해 낸다. 그의 아내와 아이는 2장에서 병사하여 그는 그 이후 우울한 표정을 얼굴에 드리우고 다양한 여성편력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면 심술궂게 들리겠지만 하여간 읽다보면 그의 아내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것은, 인류문명의 중요한 발명품(화약, 활자, 위스키, 망원경)들을 주인공의 시대에 발명한다고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거기서 주인공은 그러한 발명품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머리를 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치 옷 속에 숨겨놓은 비밀무기로 사건을 해결하는 007처럼.

작가가 생각해 낸 새로운 역사무대가 배경이라는 것 이외에는 이 책은 철저히 흥미위주의 소설이다. 뭔가 깊은 맛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름밤 더위를 잊고 몰두하기에는 딱 알맞은 책이다. 다만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역사라는 건 어떤 민족, 어떤 국가에게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라는. 이 책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메트는 기독교로 개종한 성인으로 나온다. 아랍국가들은 아예 세워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비잔틴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아마 이슬람 국민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분개할 것이다. 나는 약간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ㅡ 작가가 백인우월주의자라거나 뭐 그런 ㅡ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도 썼다니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역사의 다양한 장면에서 '이렇지 않고 다르게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쓴 대체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적당히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독서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잘난척 하나^^

5장 <아키타이프>는 인쇄활자의 정치적 효용성을 찾아내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거기서 주인공은 활자로 자기 이름을 찍어보는데 글자를 왼쪽---->오른쪽으로 보이게 하려면 오른쪽부터 활자배열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실수를 하게된다. 그렇다면  바실 아르길로스는 '스로길르아 실바' 이렇게 찍혀야 할텐데 책에는 한글 자모 자체가 좌우 반전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책 게시판에 문의를 했는데 원본에도 그렇게 나온다고, 아마 작가나 편집자의 실수인 것 같다는 답변이 달렸다. 아니, 독자인 나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작가가 실수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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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2005-08-0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척 맞구려 ^^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추천이나 할 것이지!
 
백귀야행 1~13 세트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백귀야행, 온갖가지 귀신들이 한밤중에 돌아다닌다는 이 만화에서 귀신들은 밤 뿐 아니라 낮에도 서슴없이 돌아다닌다. 그 요괴들을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특별한 눈이 있어 그들을 볼 수 있거나, 아니면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그들은 보이고, 영향을 끼친다. 강건한 사람에게 귀신은 없거나 있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만화에는 수십 수백 종류의 요괴와 혼령과 귀신이 나오지만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이다. 어떤 미련을 못 버려 성불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가, 어떤 좋지 못한 집착이 그런 혼령을 불러들여 사건을 일으키는가, 주로 이런 이야기들이 한편 한편 에피소드로 이어져 12권의 길고 긴 만화가 되었다.(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인간의 아집과 독선과 미련과 집착은 한도 끝도 없으니 이 만화도 아마 한없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어둡고 무섭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와 유머를 불어넣는 것은 작가가 창조한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어려서부터 남에게는 안보이는 것이 눈에 보여 괴로웠던 주인공 리쓰는 주변의 그 산란한 것들 때문에 정신이 사나워 공부도, 인간관계도 제대로 맺지 못한다. 그래도 귀신의 도움으로 대학은 간다. 비슷한 능력이 있으나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본 것이 무언지도 파악 못하는 리쓰의 사촌누이는 게다가 술고래다. 그 누이의 술친구는 평소에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의 수호령이다. 리쓰의 아버지는 리쓰가 어릴 적 돌아가셨는데 혼은 저 세상에 가셨지만 그 아버지의 껍데기(육신)은 웬 요괴가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다. 그 요괴는 다른 요괴들로부터 리쓰를 지켜준다. 오래된 집에 이 이상한 식구들이 사방에 드글드글한 요괴들과 공생공존한다.

이 어이없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별 거부감없이, 마치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귀신과 얽히면서 전개되는 사건이 인간의 나약함, 추함, 고귀함 등을 너무도 리얼하게 드러내어 주기 때문이다. 시기, 질투, 욕심, 애증 등 사기(邪氣)를 불러들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번뇌와 그 속에서 찰나의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각 에피소드마다 모습을 달리하여 우리를 찾아온다.

삶이란, 또 죽음의 모습이란 너무도 다양하여 아마 이 만화는 끝도 없이 계속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그때 주인공들이 각각 어떤 인연을 맺을지 그것도 궁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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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7-2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kqwkrl gksrmfdl dksehldjdyb.b

깍두기 2005-07-2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한영키가 먹통이 되어서 저런 이상한 댓글을 달았다^^
제목도 .......으로. 바꿔야지.

chika 2005-07-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한글이 안되어요 ㅠ.ㅠ (라고 깍두기님이 쓰셨어요...ㅡ.ㅡ)

chika 2005-07-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젠 되는군요?
저도 이 책읽고 그랬어요. ^^

깍두기 2005-07-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장난꾸러기!^^

깍두기 2005-07-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그랬다는 거여요? 설마 이 책 읽고 나니 한영키가 먹통이 되더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날개 2005-07-28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깍두기님 댓글때매 막 웃어버렸네..^^
리뷰 넘 멋져요!! ^^*

깍두기 2005-07-2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날개님!^^

moonnight 2005-07-2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 소문은 참 많이 들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재미있겠당

숨은아이 2005-07-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댓글 번역 고마워요. 치카님이 안 해줬으면 나도 해볼 뻔했잖아요. ㅎㅎ

숨은아이 2005-07-2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찰나의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마음"이란 구절에 추천 날려요.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읽게 돼요.

로드무비 2005-07-2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근사한 리뷰입니다.
추천!^^

깍두기 2005-07-2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드무비님이 간만에 추천을 해 주시니 괜히 제가 리뷰를 잘 쓴 것처럼 느껴져요^^
숨은아이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 구절이 갑자기 빛나 보이네요. 감사^^

산사춘 2005-07-2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반가오요, 깍두기님.
제목에 너무 공감합니다.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줬어요.

깍두기 2005-07-2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산사춘님이 제 리뷰를 읽고 추천을....영광이어요 호호호

비로그인 2005-07-2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깍두기 언니의 [데쓰 노트] 리뷰를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아주 재밌겠어요. 어떤 캐릭터들이 나올까 기대되기도 하고.
 
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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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져 있는 이 녀석 얼굴표정이 만만치 않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나 말고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듯한 교만하고 차가운 초록 눈동자에 마치 죄수복 같은 얼룩무늬. 그 죄수복 느낌의 얼룩무늬는 이 고양이를 주눅들어 보이게 하기는 커녕 무지하게 반항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아, 심상찮다, 심상찮어!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 백만번이나 죽어봤다지 않은가. 그러니 두려울 게 무에랴. 새삼스레 중요한 것, 애착이 가는 것이 있을 리 없다.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이 고양이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 뿐이며 사랑하는 것도 자기 자신 뿐이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이 세상 모든 일이 심드렁하며,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모든 이가 다 마음에 들지 않고(물론 그들도 이 고양이를 제대로 사랑했던 건 아니었다), 새삼스러울 게 아무 것도 없는 삶을 자신에게 선사한다는 게 과연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할 일이던가? 그래서 그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났는지 모른다. 뭔가가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그를 자각시켜 준 한 존재가 있었으니 새하얗고 예쁜 한마리 암코양이였다. 그 고양이는 "그래"라는 무심한 한 마디로 네가 백만번을 죽었든 살았든 그 삶에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얼룩고양이에게 가르쳐 주었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말이다. 그걸 깨닫고 행복한 한 생을 보낸 얼룩 고양이는 이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없다. 다 이룬 것이다.

아, 어찌 30쪽 밖에 안 되는 그림책이 이렇게 심오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 또한 이 얼룩고양이처럼 자기자신만을 움켜쥐고 살고 있으나 그걸 내려놓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어서 오히려 고개 빳빳이 들고 "사랑, 그까짓 거. 친구, 그까짓 거. 가족, 그까짓 거" 이러면서 내 안에 나를 가두고 있으니 나도 앞으로 백만번은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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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7-1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드리자마자 사라지셔서 저으기 서운했습니다. 저도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이번엔 땡스투로 답하고, 자주 뵈어요.^^

검둥개 2005-07-19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복귀도 화려한 서평으로 하시는군요 ^^ 책 너무 탐이 나는걸요. 추천 한 방~~!

그로밋 2005-07-1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목만 보고 지나치면서 뭔 내용인가 궁금했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는 몇만번을 다시 태어나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네요. 멋진 리뷰에 꾹~ 누르고 갑니다.

깍두기 2005-07-1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전에는 영어닉넴이셨죠? 한글로 바꾸셨네요? 좋아요, 좋아. 전 한영키 누르기 싫거든요^^앞으로 자주 놀러갈게요
검정개님. 화려하긴요, 엉성하지요^^ 책은 좋은 거 확실하고요^^
그로밋님, 님은 성불하시지 않을까 생각되어요^^
모두들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예진 2005-07-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그림책이군요!
재미있겠어요..^^ 깍두기님 리뷰 역시 멋지네요. 제목두요 ^^

울보 2005-07-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히신것이요,,
저도 이책에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아영엄마 2005-07-2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돌아온 깍두기님, 리뷰 당선되셨군요! 추카추카~~ (저 책 보고 눈물 찔끔했었는데... )

세실 2005-07-2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돌아오시자 마자 경사가 있군요.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좋은책을 왜 몰랐을까요~~~ 낼 도서관에서 가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날개 2005-07-2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리뷰당선 축하드려요!^^*

깍두기 2005-07-2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양, 반가워요^^ 방학이니 자주 보겠네^^
울보님, 아영엄마님, 세실님, 날개님, 주인장도 없는데 먼저 아시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ooninara 2005-07-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나도 이책 읽었는데 왜 이런 리뷰가 안나오는 것이야??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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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내가 애써 피해왔던 분야로 웬만하면 나는 이쪽 관련 책을 읽지 않는다. 일부러 고개를 홱 돌려 피했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고? 만일 어제 독일 월드컵 마지막 예선이었는데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인데 오대빵으로 깨져버렸다고 하자. 그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고 싶겠는가? 꾸역꾸역 씹어가면서?

만일 축구 관계자라면 당연히 그 경기를 다시 보고 또 보고 해야 하겠지. 그러나 잘하면 함성을 지르고, 못하면 욕이나 하는 나같은 불성실한 관중은 절대 그 경기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뽀록이 나는구만. 나는 그저 불성실한 관중에 불과한 것이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외면해 버리는, 아픈 역사를 한번도 내것으로 느껴보려고 하지 않은.

그래도 어쨌든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후회했다. 아, 또 이렇게 열받을 것을 괜히 읽는다고 해서는. 어찌하여 우리나라의 위엣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제 앞가림 이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으며 나라를 위한다고 하는 짓도 어찌 그리 어리석고 정세 판단이라고 어쩌면 그렇게도 우물안 개구리였단 말인가. 이거는 마치 수 많은 두갈래 갈림길이 있는데 그때마다 최악의 선택을 하여 결국엔 늪에 빠져버리고 마는 형국이지 않은가.

계속 읽다보면 열을 받다 못해 이제는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지금 하고 있는 짓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100년 전과 같은가. 도대체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다는 말인가. 혹시 모두들 나처럼 지나간 역사를 들춰보기가 괴로워서 다들 외면하고 산 건가.

나 자신 포함 역사와 현실에서 관중은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 관계자이다.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왜 요모양 요꼴이 되어부렀나 하고 한탄하고 정치 지도자들을 원망할 것도 없다. 그들은 원래가 그런 자들이며 자기들의 이익을 좇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우리의 이익이 그들의 이익과 다를 뿐이다. 계급적 연대란 그래서 나오는 말일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노자, 허동현 두 학자들의 논쟁에서 박노자를 지지한다. '민족' 이란 이름으로 한 덩어리로 묶기에는 이미 서로의 지향점이 너무 달라져 버렸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보수정당과 자본의 논리는 지금도 폭포수처럼 우리의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니 이땅의 수많은 사람들은 어찌하면 바른 눈으로 이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지나간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군사적 애국주의의 파도가 드센 미국이나 극우화돼가는 일본, 국가주의가 유행중인 러시아, 그리고 중화 민족주의가 공산주의를 대체해 가고 있는 중국에선, '고전적' 민족주의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데올로기들이 계속 지배계급의 주된 통치도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설명해 주고 세계적 민중연대의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국제적 반세계화, 반자본주의운동의 주된 과제라고 확신합니다.(박노자)

위의 말에 찬성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이다. 내 눈엔 저들이 너무도 거대해 보여서 말이다. 나는 패배주의자인것 같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제가 보기에 100년전  제국주의에 맞선 민중들은 저항 주체로서 깨어 있지 못했기에 세상을 바꾸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시민들은 한데 뭉쳐다니는 우중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연대하는 주체들입니다. 이런 각성된 개별 주체들의 연합은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이들 세계 시민들의 연대가 제국의 지배를 깰 유일한 희망이자 무기라고 생각합니다.(허동현)

일단 오늘 우리의 시민이 우중이 아니라, 주체라는 말에 찬성할 수 없다. 내 눈에는 우중으로 보인다. 안 그러고는 아직도 지역주의의 미망에서 못 벗어나며 군사정권을 그리워하고 그 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눈물을 흘리겠나 말이다. 물론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 그들의 낙관과 열정이 아마 세계를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수줍게 한표 던지는 걸로 내 양심을 달래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민 연대와 제국의 지배를 깰 희망을 이야기 하는 허교수가 용미를 얘기하고 현실의 한계를 얘기하고 민족주의를 버리기를 주저하는 것이 나는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세계시민연대와 이라크파병을 동시에 인정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용미란 미국을 이용하자, 라는 것일텐데 우리가 그럴만큼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제국주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전횡을 휘두르고 있긴 하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 얘네들도 강해지면 미국 못지 않을 것이니 지금 반미를 외치는 것은 좀.....이런 식의 발언이 있었다. 반대한다.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잠재적 범죄자가 무서우니 지금 칼을 휘두르고 있는 저놈을 참고 견디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을 완독하고 내린 결론. 외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안으로 튼튼해야 한다. 안으로 튼튼하다는 것은 국민소득 2만달러라거나 수출 몇위 이런 것이 아니다. 억울한 사람 없고 특혜 받는 소수가 없는, 삶의 질이 보장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가진 자는 뭔 짓을 해도 1년도 안되어 사면받아 나오고, 감옥이 호텔같고, 없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죽고, 청년실업이 50만 이라 하고, 이래서는 제국과 자본이 파먹기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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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6-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쓰시면서 왜 숨어있는 거야요? 못찾겠다 꾀꼬리... 나와주세요~~

깍두기 2005-06-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수 중인데, 잠깐 물 밖에 나왔습니다. 숙제라서 말이에요^^
다들 안녕하시죠?

깍두기 2005-06-2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숫자가....^^

816161


딸기엄마 2005-06-2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도 그 숙제 해 봐서 알아요ㅠ.ㅠ 잘 지내시다 얼른 돌아오시와요~~

호랑녀 2005-06-2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추천 추천 !
만일 어제 독일 월드컵 마지막 예선이었는데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인데 오대빵으로 깨져버렸다고 하자. 그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고 싶겠는가? 꾸역꾸역 씹어가면서?
동감입니다.

날개 2005-06-2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보고싶어요...ㅠ.ㅠ

2005-07-2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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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의 리뷰가 많은 데 놀랐다. 41편이나 되더라. 거기에 내가 한편의 글을 보태기가 민망하다.

2. 매우 흥미로왔으나 처음에는 몰리나와 발렌틴의 대사가 헷갈려서 힘들었다.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니. 몰리나, 발렌틴, 몰리나, 발렌틴....이렇게 세어가며 읽었다.

3. 좌경세력(!)과 성적 소수자는 동지이다. 그걸 몰랐던, 혹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대한민국 진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반성해야 한다.(사실 이걸 안 지 얼마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4. 온갖 B급 대중문화의 텍스트들을 모아 모아서 훌륭한 작품을 만든 걸 이거 말고 어디서 또 본 것 같던데....그럼 이 소설이 시초일까? 70년대 작품이니?

5.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인간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모모 대신 몰리나를 대입시키련다)

6. 우리도 이 차디찬 감옥 안에서,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들려주며 수감생활을 견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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