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드디어 행책에서 SF시리즈 여덟번째 권이 나왔다.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던고.

내가 이놈의 행책 SF시리즈를 이렇게 고대하는 것은 시공그리폰북스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시커먼 표지의 시공그리폰북스......내가 이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폰 북스가 나온지 한참 지난 후였고, 아니, 우리나라에도 SF시리즈가 드디어! 이렇게 생각하고 사모으기 시작했으나 이미 책은 반넘어 절판, 품절된 후. 그리하여 열세권의 시공그리폰북스를 사모으는데는 정말이지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사지 못한 것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결국은 다 읽었다)

그 이후 계속 출간된다던 그리폰북스는 <유년기의 끝>을 끝으로 시리즈가 종료되어 예전 '동서추리문고'같은 백권 넘는 문고판의 출현을 기대하던 나를 실망시키고 있던 찰나, 너의 그 백권의 꿈을 이뤄주마! 라며 등장한 것이 행복한 책읽기의 SF총서이다. 그리폰북스를 계기로 '책은 절판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나는 이 총서를 나오는 족족 초판 구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도대체 백권의 꿈을 언제 이루려는 것일까? 2003년에 나온다던 이 책이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왔으니......그래도 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으니 언제까지라도 백권을 내주시기만 한다면야 나는 감지덕지다. 그리고 요즘은 여러 출판사에서 SF가 옛날보다는 자주 출판되는 터라 이 총서에만 목매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어쨌든 이 책 <비잔티움의 첩자>는 나온다 나온다 하며 하도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나는 읽지도 않고 마치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담되기도 했는데 비잔틴 역사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비잔틴이라면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알량한 지식밖에 없는 나로서는 과연 소설의 배경지식이 이렇게 전무하고도 소설을 즐길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물론 잘 알고 보면 더 즐거웠겠지만 워낙에 가벼운 첩보물이었기 때문에 역사지식의 무지가 별로 장애가 되진 않았다. 아래 다른 분의 리뷰를 보고 내가 완전 동의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비잔틴을 배경으로 한 007시리즈'라는 것이다.  주인공 아르길로스의 직업은 '마지스트리아노스' 지금으로 말하면 스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말로는 '간첩'이라는 것인데, 스파이 - 첩자 - 간첩, 왜 이리 어감이 천양지차이지? 스파이라고 하면 괜히 멋지고 폼 나 보이고 간첩이라고 하면......반공멸공 시대를 살아온 우리 머릿속엔 다들 동일한 이미지가......^^

어쨌든 주인공인 아르길로스는 절대 '간첩'이 아닌 '스파이'다. 모두 7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 주인공은 한 장에 하나씩 커다란 사건을 뛰어난 통찰력과 지력으로 해결해 낸다. 그의 아내와 아이는 2장에서 병사하여 그는 그 이후 우울한 표정을 얼굴에 드리우고 다양한 여성편력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면 심술궂게 들리겠지만 하여간 읽다보면 그의 아내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것은, 인류문명의 중요한 발명품(화약, 활자, 위스키, 망원경)들을 주인공의 시대에 발명한다고 설정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거기서 주인공은 그러한 발명품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머리를 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마치 옷 속에 숨겨놓은 비밀무기로 사건을 해결하는 007처럼.

작가가 생각해 낸 새로운 역사무대가 배경이라는 것 이외에는 이 책은 철저히 흥미위주의 소설이다. 뭔가 깊은 맛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름밤 더위를 잊고 몰두하기에는 딱 알맞은 책이다. 다만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역사라는 건 어떤 민족, 어떤 국가에게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라는. 이 책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메트는 기독교로 개종한 성인으로 나온다. 아랍국가들은 아예 세워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비잔틴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아마 이슬람 국민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분개할 것이다. 나는 약간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ㅡ 작가가 백인우월주의자라거나 뭐 그런 ㅡ 이슬람 문명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도 썼다니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역사의 다양한 장면에서 '이렇지 않고 다르게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쓴 대체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적당히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독서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잘난척 하나^^

5장 <아키타이프>는 인쇄활자의 정치적 효용성을 찾아내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거기서 주인공은 활자로 자기 이름을 찍어보는데 글자를 왼쪽---->오른쪽으로 보이게 하려면 오른쪽부터 활자배열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실수를 하게된다. 그렇다면  바실 아르길로스는 '스로길르아 실바' 이렇게 찍혀야 할텐데 책에는 한글 자모 자체가 좌우 반전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책 게시판에 문의를 했는데 원본에도 그렇게 나온다고, 아마 작가나 편집자의 실수인 것 같다는 답변이 달렸다. 아니, 독자인 나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작가가 실수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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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2005-08-0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난척 맞구려 ^^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추천이나 할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