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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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람과 물어뜯고 할퀴며 피투성이 혈투를 벌이고 난 후의 외로운 밤에 이 책은 한 줄기 위안을 던져줄 것이다.

1. 너만 그런 것이 아니며

2. 그 치사하고 더럽고 유치뽕짝의 머리카락 쥐어뜯는 싸움질도 예술로 승화될 수 있으며(솔직하기만 하다면 말이다)

3. 그 치사하고 더럽고 유치뽕짝의 머리카락 쥐어뜯는 싸움질도 그 깊고 깊은 내면에, 서로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한 줄기 아름다운 빛은 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그 사실에 깊고 깊은 위안을 받는다. 유진 오닐, 당신이 피를 짜서 쓴 이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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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2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를 짜서 쓴 책 리뷰에 당연히 추천 한 방!^^
저도 유진 오닐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깍두기 2005-08-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의 리뷰는 길게 쓰려면 얼마든지 길게 쓸 수 있었는데요.....
할 말이 구구절절이 늘어질까봐 구찮어서 저러고 말았습니다.
ㅎㅎ 저는 솔직하지가 못하니 예술가가 못되려나 봅니다.

로드무비 2005-08-3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가 되려고 하셨소?=3=3=3
미투!
길게 말하는 걸 못 견디겠으니 뭘 해먹을 수가 있어야지!;;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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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신은, 인간 실격이야.

자기 스스로 그렇게 인정했으니 내가 더 이상 할 말도 없다만.

이 책이 다자이 오사무 당신의 유치한 자기변명으로도 읽히고, 생각은 있고 행동은 못하는 비겁하고 나약한 자의 짹 소리로도 들린다만.

그런데도 내 가슴 한켠이 아렸던 건.

자기자신의 이중성을 용납 못하는 당신에 비해 내가 너무 능글거리면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무한히 정직하고 부서지기 쉬운 여리디여린 당신같은 사람은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들어 버린 이 세상을 대신한 죄책감일까.

모두가 두겹세겹 옷을 입고 있는데 혼자 이 차가운 세상에 알몸으로 떨고 있었던 당신은 추웠겠지.

그러나.

당신은 이 생각을 해야만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 생각을 말이야.  그 생각으로 이 인류는 버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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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2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읽어야 하는데, 읽어보고 싶은데, 리뷰들이 심상치 않아 쉬이 손이 안갑니다.

깍두기 2005-08-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단숨에 독파할 수 있어요. 읽으세요.
민음사판에는(그러니까 이 책) 뒤에 <직소>라는 단편이 있는데 이게 또 아주 흥미로워요^^

하이드 2005-08-2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렇다면. 불끈.

코코죠 2005-08-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말할 나위가 없는 책이지요. 아, 제가 사드릴 것을....그랬다면 제 마음이 정말 좋았을텐데.

깍두기 2005-08-2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의 리뷰도 봤어. 가슴을 울리던 그 리뷰.....
잘 지내지?^^

2005-08-21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8-2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웅~~~속삭님!!! 언제 언제!! 추워지기 전이어야 할텐데 말이야!
뭐....추워지면....단팥죽으로 메뉴 바꾸지뭐^^

2005-08-21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8-2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속삭이신님! 추천 두번은 안되는 것인가요? 오호호^^
그리고 음, 그 존함을 들으니 님 눈이 높으신 걸 알겠습니다.
(사실은 나머지 모모씨의 존함들이 더 궁금하지만 뭐....^^;;;)

2005-08-21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8-2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 안해봐도 안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우^^

클리오 2005-08-2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즈마 님 리뷰보고 찍어두고 있는 책입니다... 다들 정말 리뷰가 심상치 않으시군요...

깍두기 2005-08-2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오즈마님 리뷰 참 감명 깊었죠?^^

딸기 2006-11-2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깍두기님 이 리뷰 넘 좋아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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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이것만은 절대 알 수 없을 거라던 한 길 사람 속, 그 인간심리의 미로를 후비고 파헤쳐 그것을 자로 재고 계량한 후, '자, 이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라고 까발려 보였던 열명의 학자들이 이 책에 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인간이 보상과 처벌에 의해 좌우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는 아기는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다르게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글쎄),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뇌 어느 부분에 어떤 기억이 저장되는지, 기억이라는 정신활동으로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하는 생물학적 부분에 대한 지식도 갖게 되었고 말이다.

그러나 인간 심리를 과학의 영역에 갖다 놓은 이 열명의 심리학자들은 살아 생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으며 죽어서도 오명을 씻지 못하고 계속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의 실험대상이 인간(혹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인 원숭이)이었기 때문이다.

뇌엽절제술을 개발한 모니즈를 예를 들어보자. 그는 인간의 뇌 속에 알코올을 들이 부었다. 그리고 메스로 뇌의 여기저기를 잘라냈다. 끔찍하지 않은가? 보상에 의한 강화를 증명한 스키너는 어떤가? 그는 자기 딸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아기상자'라는 것에 딸을 넣어 키웠다. 너무하다고? 그럼 이건?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자는 가짜 전기충격기 앞에 실험자를 세우고는 그걸 진짜라고 속이고 버튼을 누르게 했다. 그럼 전기충격기 속의 배우가 비명을 지르다 죽은 척 하는 것이다. 그는 이걸로 사람이 부당한 권위에 얼마나 맥없이 복종하는지를 측정했다. 부당한 권위에 힘없이 복종한 70퍼센트의 실험자들은 그 후 얼마나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갔을지?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실험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고 심한 경우는 공포스러울 것이다.(내 뇌가 열리고 머릿속 어디에 뭐가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기저기를 들쑤신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불쾌감과 공포심이 이들 심리학자들에 대한 크고작은 오해들을 만들었다.

위에서 예로 들은 심리학자들의 실험은 이 책에서 읽으면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다.(물론 불쾌하기는 하다만) 아기상자만 해도 그것은 그냥 잘 설계된 아기놀이터에 불과했다. 커서 자살했다던 그 아기는 지금 예술가로서 잘 살고 있다. 뇌엽절제술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치료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만 시술되었다. 사람들의 공포심이 이야기를 부풀리고 부풀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완전 비껴 간다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동물실험에서 죄없이 죽어간 원숭이들, 여러가지 실험에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없을 리 없다. 그들이 생각만큼 다수가 아니라고 해도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지은이 로렌 슬레이터의 너무나 효과적인 변호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과학자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세기의 이 천재적인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며, 옛날보다는 실수를 좀 덜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혜택을 고스란히 입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들의 잘잘못을 따진다는 건 여간 난감하고 곤란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원숭이를 고문하다시피 괴롭혀 얻은 과학적 결론이 '아기에게는 스킨쉽과 사랑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라니 너무도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들의 업적을 인정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하는 이 고민스러운 지점에 저자 로렌 슬레이터도 서 있었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애정을 가지고, 괴물로 취급되던 이 몇명의 냉혈과학자들을 고뇌하는 인간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매우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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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8-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과학의 귀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겝니다. 그 한 길 사람도 몽땅 자연의 일부인 까닭이겠지요... 잘 읽고 갑니다.

검둥개 2005-08-2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하며 읽다가 "수많은 원숭이를 고문하다시피 괴롭혀 얻은 과학적 결론이 '아기에게는 스킨쉽과 사랑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라니 너무도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 부분에서 저 넘어갔어요. 이 책도 읽고 싶고 아, 뽐뿌성 리뷰가 넘치는 이 곳~~ 어찌하오리까.

깍두기 2005-08-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웃으며 썼습니다. 생각하니 기가 막혀서....
이 책 지금 마일리지 만땅 줍니다. 아주 싸요. 한번 잡으면 못 놓을 정도로 재밌고요.

날개 2005-08-2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너무 재밌군요..^^ 일단 보관함으로~

비로그인 2005-08-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유혹적입니다..;;

진주 2005-08-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제 관심 밖 분야의 책인데...깍두기님의 리뷰를 보니
일단은 보관함으로 넣고 있는 제 손을 봅니다...

깍두기 2005-08-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비숍님, 진주님, 사세요, 지금 당장, 땡스투도 잊지말고~~~^^
 
한푼도 용서없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86
제프리 아처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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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동생이 '추리소설 사 모으기'란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바람에(물론 읽기도 하겠지^^) 남동생 집에 가면 빌려올 만한 책들이 쏠쏠히 있다. 날도 덥고 골아픈 책은 읽기 싫고 그래서 그 중 가벼운 책을 골라서 집에 가져왔는데 읽다보니 옛날에 읽은 책이었던 거다!

그때는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란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책 내용과는 더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야기인즉슨, 법망을 피해 요리조리 교묘히 사기를 치는 벼락부자 나쁜놈(하는 짓과 어울리게 생긴 것도 품위없고 천박하다)이 있는데 이놈한테 전재산을 사기당한 네명의 나름대로 전문분야에서 멋지구리한 네명의 신사(수학자, 화상, 의사, 귀족)가 빼앗긴 재산을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되찾아오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푼도....운운 하는 것이다.

추리소설 두 번째 읽는 게 도대체 무슨 재미냐 하겠지만 재밌었다. 워낙에 유쾌하고 가벼운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이야기라서 원래 처음 볼 때도 대단히 머리 쓸 내용은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지위와 재능을 이용하여 탐욕스런 그놈을 제꾀에 제가 넘어가게 만드는 게 통쾌해서 그냥 하하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더욱더 유쾌하고....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 그 나쁜 놈이 이들에게 사기를 치는 수법은....요즘도 심심찮게 써먹고들 있지 않나? 증권사기라는 것이 다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유령회사 차려서 거짓정보 슬슬 흘려가지고는 주식의 가격을 높인 후 팔아먹고 도망치는 것. 거기에 그렇게 쉽게 속아버린 '나름대로 전문분야에서 멋지구리한 네명의 신사'가 좀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그렇게 바보같이 자기의 전재산을 고스란히 그 악당에게 바친 것에 비해 그 후의 복수극은 치밀하고도 유쾌하다. 뒤의 해설에서 '사람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이니까 범죄임에는 틀림없겠지만, 흉기를 위두르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닌 이들 콘맨들은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어서,자칫하면 아무 생각없이 불쑥불쑥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이들의 행위는 전혀 범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내돈 찾자는데 그게 왜 범죄냐고.

<범죄의 재구성> <스팅> 등 내가 본 '사기'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재밌었다. 그것이 일종의 두뇌게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당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사기란 흥미진진한 것이다. 그리고 측은지심이 작용하여 재미가 없어지면 안되니 당하는 사람은 당해도 싼 나쁜놈이어야 한다. 어쨌든 유쾌했다. 좀 유치하고 속이 훤히 보이는 면이 없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귀여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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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5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비슷한 건 그나마 나아요. 얼토당토 않은 건 어쩔 수 없게 속는다니까요...

깍두기 2005-08-0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제목이 전혀 바뀌지 않았어도 기억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두번 본 책 많걸랑요. 심지어는 책을 반 넘어 읽고 나서야 "언제 읽은 것도 같은데...." 요런 적도 있어요^^

게으름이 2005-08-0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모으기'라니...
변호사 선임하시오.

깍두기 2005-08-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게으름이님! 넘 무서워요^^;;;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 도감 (양장)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9
보리 편집부 / 보리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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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류를 많이 구입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 중 유독 손이 많이 간다. 장점이 아주 많은 책이다.

일단 아이 엄마라면 이 책 한권은 필수다. 이제 막 세상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여 이게 뭐야, 저게 뭐야를 연발하는 어린 아이의 질문에 그래, 우리 그게 뭔지 찾아볼까? 하며 자연스럽게 책을 펼칠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식물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책은 또 관심을 유도하는 동기로써 작용할 것이다. 책에 있는 아름다운 세밀화를 보며 주변에 있는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

이 책에 사진 대신 들어간 각 식물들의 세밀화는 정말이지 감탄스럽다. 사진보다 더 사진스럽고 식물의 특징을 잘 표현해 주며 그 식물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묻어나는(그림에 뭐 그런 게 보이겠냐고 하겠지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으로, 오히려 사진으로 보면 식별 곤란한 것들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그려 놓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만 이 책이 필요한 건 아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게 또 없어선 안 될 책꽂이의 터줏대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서 뽑은 160가지 식물 이야기'  그러니까 이 책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각종 식물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초등학생의 필수품이다.

그리고 물론 교사에게도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초등교사들은 이 책을 다양한 용도로 써 먹는다. 일단 교과서에서 어떤 식물이 언급되었는데 아이들이 그 식물에 대해 잘 모를 때 이 책을 찾아보면 된다. 그리고 관련 단원에서는 그야말로 보물처럼 써먹을 수 있다. 분류도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좋도록 논밭에서 기르는 식물/ 꽃밭에서 기르는 식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 물에서 사는 식물/ 바닷 속에서 사는 식물로 구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실과에 <꽃가꾸기>라는 단원이 있다면 단원을 배우는 틈틈이 이 책에 나오는 꽃을 보며 설명해 주고(아이들은 예상 외로 꽃이름 많이 모른다) 나중에 단원 정리하는 의미에서 실물화상기로 이 책의 삽화를 보여 주며 퀴즈대회를 여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1~6학년까지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나같이 서울에서만 자란 무지한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 당근이나 생강, 우엉 같은 뿌리 채소의 윗부분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새로 안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보리와 밀이 밭에 있으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의 삽화들을 아이들과 들여다 보면서 얻은 지식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어린이용 도감이니 이 책에 실린 식물은 그야말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변의 흔한 식물 160여가지이다. 내가 산에서 본 모든 풀, 나무들의 이름을 도감에서 찾아보고 싶은 사람은 더 두꺼운 책을 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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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8-0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아이가 물을 때 제것을 같이 보는데, 사주는 게 좋겠지요. 음 우선 땡스투 누르고^^

깍두기 2005-08-0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돌바람님. '제것'이라 함은....다른 도감이 있으신가 보군요? 그래도 이 책은 좋아요. 그리고 '동물도감'도 같이 사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