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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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처음 접하지만 그의 이름과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들어서 나에게는 낯설지가 않은 작가이다.

그러기에 오래 전부터 그의 작품을 읽고 싶어했다.

그러나 막상 이 책에 나오는 그의 단편들을 몇 편 읽고 나서 책을 덮었다.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이유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무언가가 심장을 누르는 묵직함을 느꼈다.

한 참을 지난 후에야 다시 그의 작품들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금 심장을 누르는 묵직함...

소설을 다 읽은 지금에서야 그 묵직함을 레이먼드 카버라는 소설가가 느꼈던 삶의 무게라고 말하고 싶다.

그나마 내가 찾은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이 책의 처음 등장하는 소설은 [깃털들]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영상 같은 느낌이다.

그의 소설들에 담겨 있는 불행에 대한 맛보기 소설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잭과 아내 프랜은 잭의 회사동료인 버드네 집에 초대를 받는다.

그리고 그 집에서 버드의 아내 올라와 그의 아기, 그리고 조이라고 불리는 공작새를 만난다.

시골에 있는 버드의 집은 정신이 없었다.

아기는 울어대고, 공작새는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올라는 그 공작새를 집 안으로까지 들여 놓으려 했다.

그러나 주인공 잭에게 그 순간은 모두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지나갔다.

잭은 그 순간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지금의 불행을 한탄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잭이 지금 어떤 불행을 겪고 있는지...

왜 그 순간이 그리운 것이진...

소설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레이먼드 카버의 다음 소설들은 그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셰프의 집]에서는 술주정뱅이 웨스와 주인공인 아내가 나온다.

(이 소설만이 유일하게 아내가 화자인 소설이다.)

이어지는 그의 소설 대부분에서 주인공은 술꾼이거나 알콜 중독자이다.

웨스는 술을 끊기 위해 바닷가의 셰프의 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곳으로 아내를 부른다.

아내는 웨스가 실패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 해 여름 그들은 짧은 행복을 맛본다.

그리고 그 행복은 사라진다.


레이먼드 카버는 그의 소설에서 잃어버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아내와 행복했던 시절...

미래외 자녀들에 대한 꿈이 있었던 시절...

그런데 그 시절은 금새 지나간다.

남자는 술주정뱅이가 되고...

아들은 반항적이 되며...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지만, 이미 그 기다림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철저한 삶의 무게 뿐이다.


이런 삶의 무게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소설은 [보존]이라는 소설이다.

남편은 실직하고, 아내는 직장을 다닌다.

실직한 남편은 하루 종일 소파에서 누어서 생활한다.

어느 날 아내가 돌아왔을 때 냉장고는 고장 나 있고, 음식을 모두 상해 있었다.

남편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

설정만 보아도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다.


[굴레]라는 소설에서는 삶의 구석에 몰린 한 가정의 상황을 잘 묘사한다.

경마를 통해 모든 것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홀리츠 가족은 미네소타의 한 여관에 머문다.

그 여관에는 홀리츠 가족처럼 여기 저기 떠돌다 온 사람들이 생활한다.

어느 날 홀리츠는 술을 먹고 물에 뛰어내리려다가 크게 다친다.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하자 그는 술주정처럼 말한다.


"난 더 못가겠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나 무거운 마음을 느꼈다.




정작 이 책의 대표소설이라고 하는 [대성당]이란 작품에서는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는 삶의 무게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은 레이먼드 카버가 살았던 삶의 무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느껴보지 않았던 삶의 무게를 어떻게 소설로 쓸 수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 깊은 동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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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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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문학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의 장편소설인 [상실의시대]가 출간된 후 일 것이다.

그 후 하루키의 인기를 타고 그의 소설과 수필들이 수없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나만의 생각인지 몰라도 그의 어떤 작품에서도 [상실의 시대]와 같은 감성을 만나지 못했다.

작품은 난해해지고 세계관은 정교해졌지만, 예전의 감성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자없는 남자들]이란 그의 단편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하루키의 단편소설들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들에서 내가 그리워하던 하루키의 감성을 발견했다.

희미해져가던 상실에 대한 감성이 여러 편의 단편소설 곳곳에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제목이 왜 여자없는 남자들일까?

조금은 궁상맞은 이 제목은 얼핏 생각하면 도시적 감성을 이야기 하는 하루키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다보니 이 제목이 상실에 대한 하루키의 감성을 그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단편소설들은 대부분의 남성 주인공의 입장에서 여성과의 만남에 상실은 다룬다.

특이한 것은 이 소설의 여자들은 대부분은 남편을 있는데도 외도를 하거나, 애인을 두고도 따른 남자를 만난다.

혹시 하루키는 여성에게 이런 아픔을 당한 적이 있을까?

항상 소설만 읽다보면 작가와 주인공을 혼동시키는 개인적인 버릇이 또 나왔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작가와 주인공을 혼동하고는 했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하루키의 감성을 느꼈던 작품은 두 번째에 수록되어 있는 [예스터데이]라는 작품이다.

마치 [상실의 시대]의 축소판을 읽는듯한 느낌이었다.

상실의 시대에서 존 레논이 작사한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이미지를 소설 전반에 흐르듯이, 이 작품에서도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라는 노래가 소설 전반에서 흘러나온다.

특이한 것은 노래 가사가 간사이 사투리로 번역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로 비유하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정도 될까?

(일본 문화, 특히 간사이 문화를 모르기에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다.)

주인공의 친구 기타루는 특이한 친구이다.

간사이 사투리로 예스터데이를 부를 뿐 아니라, 간사이 사투리도 아주 멋드러지게 사용한다.

그런데 그는 간사이출신이 아닐 뿐아니라, 간사이에 살아본 적도 없는 도쿄 토백이이다.

단지 한신타이거즈가 좋아서 그곳에서 응원할 때 왕따 당하기가 싫어서 간사이 사투리를 배웠다고 한다.(하루키 역시 한신 타이거즈 펜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게...

그래서 평상시에도 간사이 사투리를 그 지방 사람보다 더 잘 사용한다.

그런 가타루에게는 '구리야 에리카'라는 어린 시절부터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있다.

가타루는 대학에 떨어져 삼수생이고, 에리카는 대학생활 중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주인공에게 대신 에리카와 사귀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렇게 심드렁하게 말하는 가타루에게서 에리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엿본다.

결국 가타루와 에리카는 헤어지고...

주인공도 가타루뿐만 아니라 에리카와 연락이 단절된다.

그리고 아주 오랜 후에 다시 에리카를 만난다.

주인공은 에리카의 만남으로 옛추억을 생각하게 된다.

마치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와 죽은 친구, 그리고 친구의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첫 번째 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마치 은희경작가의 [아내의 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소설이었다.

주인공 가후쿠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아내는 정기적으로 다른 남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아내가 암으로 죽었다.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보다 아내가 왜 자신과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했는지를 더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아내가 생전에 만났던 젊은 남자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를 통해 자신과 아내의 관계에 무엇이 상실되었는지를 알아보려하지만 알지 못한다.


[기노]라는 작품은 가장 하루키적인 작품이었다.

운동제품 외판원인 기노는 출장에서 일찍 돌아오던 날 아내와 회사 동료가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듯 집을 나와 혼자 생활한다.

이모에게 건물을 임대받아 작은 술집을 경영한다.

그곳에서 그를 찾아오는 신비적인 인물인 가미타가라는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가 외면했던 상실이 그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그는 가키타가의 조언대로 그 위협을 피해 도망다닌다.

이 작품에서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재즈음악, 고양이, 신비적 감성 등이 모두 등장한다.


마지막 소설 [여자없는남자들]은 하루키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열쇠와 같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한밤 중에 자신이 알던 여자친구의 남편에게 전화를 받는다.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식은 그녀와의 만남의 과거의 시간대를 여행한다.

주인공의 의식 속에서 하루키가 그의 소설 전반에서 이야기하는 '상실'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들에서는 여전히 하루키 소설의 중심 주제인 '상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상실은 주로 여성들과 관련이 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다른 소설들에서는 그 여성과의 상실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면, 이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여성들과의 상실을 겉으로는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상실임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실이 주인공의 삶을 다른 세계로 이끌고 간다.


오랫만에 하루키의 감성을 다시 만나게 하는 소설들이었다.

또한 하루키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주는 소설들이었다.

만약 [1Q84]와 같이 난해한 하루키의 소설들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소설을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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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캐스 R. 선스타인 & 리드 헤이스티 지음, 이시은 옮김, 김경준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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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원작이 영화로도 개봉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중에 [세계전쟁Z]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흔히 B급 문화로 알려진 좀비를 다루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다른 좀비소설과 다른 점은 좀비라는 재난 앞에 정부나 정보기관, 군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마치 보고서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개별적인 보고들을 무시하거나 안일한 대응을 하다가 재난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유독 이스라엘만 커다란 장벽을 쌓아 좀비로 부터 자기들을 방어한다.

이스라엘은 1973년의 4차 중동전쟁때 아랍 연합국들의 어이없는 기습으로 큰 손실을 겪었다.

그 당시 이스라엘 정보국에서는 적의 공격 증후에 대한 보고가 있었지만 이것들을 무시했다.

그 후 이스라엘은 아무리 어이 없는 정보가 보고되어 9명이 무시하더라도 10번째 사람만은 꼭 9명과 반대로 가정하여 정보에 대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좀비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모두 무시하지만 한 명의 대응으로 방어막을 쌓게 된 것이다.

물론 소설이여서 실제 이스라엘 정보부에 그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집단의 사고로 무시되는 수많은 재난과 실수들이 반복되지 않을텐데...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구체적인 경험과 이론을 통해 체계적으로 저술한 책이 나왔다.

[넛지]라는 책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캐스R선스타인과 리드헤이스티가 공저한 [와이저]라는 책이다.

이 책의 번역판 부제는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데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조직은 어떻게 함정에 빠지는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2부는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전반부가 주로 조직이 왜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고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가를 다루고 있다면, 후반부는 조직이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않거나 그런 생각에서 해어나오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조직이 왜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는지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생각을 조합하거나 여러 사람의 회의를 거치면 더 현명하고 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이 책에서 저자가 드는 수많은 예시를 읽지 않아도 조직이나 집단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우리는 매일같이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조직에는 저런 사태를 예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왜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그런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직과 집단의 사고는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사고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것을 해피토크라고 한다.

조직의 프로젝트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하고, 부정적인 반응은 묵살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더 조직 내에서 그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이 거이 신앙처럼 굳어진다.

저자는 이 과정을 몇 가지 전문용어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심리상황인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용어이다.

휴리스틱은 인간이 익숙한 상황을 더 쉽게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생하지 않은 일,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이와 함께 인간은 자기 중심적인 성형과 자기 과신의 성향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계획 등에 대한 좋은 쪽으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집단 안으로 들어오면 그 생각이 더욱 더 확고해진다.


두 번째는 폭포효과라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계획에 대한 A라는 사람이 찬성을 했고 가정하자.

그러면 B라는 사람은 그 계획에 의심을 가지고 있어도, 그 의심이 평소에 A라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었던 신뢰나 권위만큼 크지 않는 한 그 계쇡을 반대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그 뒤 C라는 사람에게 가서 더 심각해진다.

C가 그 계획에 반대하려면 그가 가진 확신이 A+B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신뢰나 권위를 넘어서야 한다.

그런식으로 계속 가다보면 처음 사람이 동의한 의견에 대한 확고함이 점점 커져서 나중의 사람은 반대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폭포효과라고 하고, 조직의 의사결정이 대부분 이런 폭포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세번째는 조직의 극단화라는 용어이다.

조직 안에 여러 생각이 있다가도 일단 회의를 거치면 그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 질 뿐 아니라, 극단적으로 변한다.

앞의 폭포효과를 통해 결정된 상황은 이제 조직 안에서 신앙처럼 굳어지고, 그 결정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조직 전체가 동의했기에 그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게 된다.


네 번째는 공유지식의 효과(common knowledge effect)라는 것이다.

집단 내에서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지식이라고 한다.

반면 개개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숨은 프로필(hidden profile)이라고 한다.

공유지식은 전부가 알고 있기에 쉽게 동의되고 논의되지만, 숨은 프로필은 개인만이 알고 있는 지식이기에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또한 그것을 꺼낸다고 해도 쉽게 묵살된다.

더군다나 조직 문화에서 아랫단계에 있거나 소수자가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 묵살되게 된다.

조직의 논의 과정에서는 공유지식만이 논의되게 되고, 숨은 프로필은 사장되게 된다.

결국 숨은 프로필이 가지고 있는 위험경고나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성이 철저하게 묵살되는 것이다.



2부에서는 그렇다면 이렇게 어리석어지는 조직의 논의과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과정을 이야기 하지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리더의 자질이다.

나는 이 부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1부를 읽으면서도 '아무리 이런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뭐하나! 리더가 이미 생각이 굳어져 있으면 누가 리더에게 반기를 들고 반대 의견을 말하겠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도 이 부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리더가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의사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이나 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 조건으로 리더가 섯불리 자신의 의견을 미리 말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 부하직원들은 리더에 동조하는 의견만을 말하고 반대 의견은 침묵한다.


또한 조직 내에서 반대의견이나 소수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그 예로 카톨릭의 '악마의 대변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악마의 대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나와있지 않지만, 이미 경영이나 조직관리 분야에서는 자주 언급되는 용어이다.

카톨릭에서는 성자를 추대할 때 모든 사람이 동의해도 악마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성자로 추대되지 못할 요건을 이야기 할 사람이 지정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스라엘 정보부의 10번째 의견을 이야기 하는 사람과 같은 개념이다.

즉 조직 내에서 모든 사람이 동조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반드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감과 동시에, 그런 역할을 주어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맡은 역할이기에 조직의 의견에 반대를 해도 왕따가 되거나 미움을 받지 않는다.

그로 인해 조직 내에서 반대 의견이 개제될 수 있다.


또한 진화론적인 관점의 식별과 선택의 과정도 제시한다.

진화론에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가 살아남고, 그 살아남은 유전자가 후손에게 유전된다.

조직 내에서도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과정이 식별이다.

그리고 이 식별된 여러 가지 해결책 중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가장 좋은 해결책만을 선택한다.

이 선택의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가장 좋은 법은 각자가 다른 사람의 선택을 모른 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앞에서 언급한 폭포효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조직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왜 정부나 기업, 그리고 종교나 여러 단체들이 그렇게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외부인이 보았을 때는 뻔히 보이는 결정적인 오류가 왜 조직 안에서는 보이지 않을까?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신앙처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지 않는한 조직의 미래는 없다.


이 책에서는 인텔 CEO의 관점변경을 예로든다.

1980년대 인텔의 메모리는 점점 더 적자를 내고 있었고, 당시 CEO인 앤드루 그로브는 그 상황에서 해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이런 경영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서 후임자고 오면 무엇부터 먼저 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자신이 적자를 낸 메모리분야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메모리 사업을 정리했다.

당시로서는 어렵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른 관점으로 조직의 결정을 생각해 본 것이다.

이런 관점 변경과 생각의 전환이 우리나라 정부기관고 기업들 안에서 활발히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변화에 계기가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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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 카본 2 밀리언셀러 클럽 89
리처드 K. 모건 지음, 유소영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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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카본은 인간의 자아가 프로그램처럼 저장되고 복사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1편에서는 주로 미래적 세계관과 함께 스릴러적인 요소가 넘쳐났다면,

2편에서는 조금 더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접근한다.

인간의 자아가 새로운 육체를 입을 때, 과연 그 자아가 같은 자아일까?

소설 속에서는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오래전, 누군가를 알고 있었다고 하자,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깊은 곳까지 빨아들인 사이, 그러던 관계는 멀어지고 인생의 행로가 다른 방향으로 갈리면서 결속이 약해진다. 혹은 외적인 상황 때문에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세월이 흐른 뒤 그 사람을, 같은 몸으로 다시 만난면, 그때부터 그 모든 것을 다시 겪게 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끌렸을까? 같은 사람이 맞나? 같은 이름, 거의 같은 육체적 외양을 갖고 잇겠지만, 그렇다고 그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변화한 것들은 중요핮 않거나 부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변하기 마련인지만, 얼마나 변하는가? 어렸을 대 나는 인간에게는 본질, 일종의 인격적인 핵심 같은 것이 있어서 주위의 표면적인 요소가 진화하고 변화하면서도 그 사람의 원래 모습 자체는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후 나는 인지 오류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인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저 물결의 어느 한 시점의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인간적인 속도에 맞추어 비유하자면, 변화는 모래 사구의 한 형태라고나 할까.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형태, 바람, 중력, 교육, 유전자지도, 이 모든 것은 침식과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영원히 스택 상태로 있는 것 뿐이다.(P120)"


2편에서는 배경이 더 암울해졌고, 주제 역시 더 묵직해졌다.

내용 역시 가상현실의 대화, 자아의 복사와 같은 복잡한 미래배경으로 인해 더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여기에 스릴러적인 요소까지 가미해서 몇 번의 반전이 일어나면 나중에서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전반부보다 못한 후반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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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 세상의 작동 원리와 나의 위치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
아브람 더 스반 지음, 한신갑.이상직 옮김 / 현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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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초등학교때부터 사회 과목에는 영 취미가 없었다.

어렵다는 것 보다는 조금 따분한 이야기였다.

뻔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교때는 교양과목으로 사회과학 과목을 들었는데...

어려운 학문적인 용어때문에 또 흥미가 없었다.

그때 드는 생각이 '쉬운 이야기를 참 어렵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막스베버나 하버마스같은 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추억때문인지 네델란드 학자에 의한 쉬운 사회에 관한 책이 출판되었을 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네델란드 학자인 아브람 더 스반 교수에 의해 지어졌다.

이 책의 특징은 참 쉽다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운영되고,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어떻게 복잡해졌는지를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어려운 용어 대신 사회의 구성원리를 마치 블록 쌓듯이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의 문장 역시 보통 인문학 책에서 보는 긴단락의 문장이 아닌, 짧은 단락의 문장으로 가독성이 매우 좋다.

아마 번역자의 능력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마치 심시티 게임처럼 사회의 구성 과정을 눈에 보이게 쉽게 설명한다. 

처음 원시사회는 자급자족의 사회였다.

이런 자급자족 사회가 점차 잉여생산물이 남으면서 그것을 교환하기 시작하고, 그 결과 서로를 의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와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규칙과 제도가 생겨난다.

또한 타 집단으로부터 약탈을 막기 위해 전사집단이 생기고, 이 전사집단은 군대로 발전한다.

생산자들은 자신의 생산물을 지켜 달라는 의미에서 전사집단에게 생산물을 주고, 전사집단은 전투력을 제공한다.

마치 전략시물레이션 기지를 만들듯이 사회 구성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가 이런 사회의 구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네트워크'와 '상호의존관계'이다.

초기 사회는 대부분 친족사회이이다.

그러나 현대로 갈 수록 관계는 확장되고 복잡해 진다.

그리고 이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상호의존을 통해서이다.

상대방이 능력, 또는 재산 등이 필요하기에 상호의존하게 되고 이것이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는 것이다.

국민은 국가의 보호와 관섭이 필요하고, 국가는 국민의 세금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결국 사회는 네트워크와 상호의존으로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권력, 재산, 위신, 계층화가 이루어진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관점이 철저하게 중립적이면서도 심층적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회과학은 한 쪽으로 치우치기가 쉽다.

저자처럼 사회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부와 재산의 축적, 그리고 계급의 형성을 다루게 되면 보통은 두 가지 시각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부와 재산, 계급의 형성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규칙과 법이 생겨나고, 이 규칙과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것이 점차 발전되기에 점점 불평등이 사라지과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좋은 사회가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진보적인 시각으로 부와 계급의 형성에서 당연히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학대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규칙과 법은 지배층의 권력의 수단이기에 이것으로는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저자는 사회의 구성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 할 뿐이다.

부와 계급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규칙과 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이런 공식적인 규칙과 법의 아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 안에는 비공식적인 것이 여전히 통용된다고 말한다.


"근대 조직에서의 역할은 그 속성이 공식적이다. 역할은 문서로 규정되며 원칙상 공정하다, 상황에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이 규정되어 있다. 공정함이란 지리 교사의 아들이나 잘 생긴 학생이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즉 동일한 규칙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뜻한다. 상급자와 하급자 간 관계와 업무 부담도 공식적 규칙에 명기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그러한 공식 관계와 더불어 온갖 종류의 다른 관계들이 생겨나는데. 때로는 그것들이 서로 완전히 대립될 때도 있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관계는 그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도 드물다.(P177)"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의 사회의 구성 과정을 한 국가 속에서만 보지 않고 세계화의 과정까지 본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가의 구성과정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앞에 이야기 한 상호의존에 의해 국가가 형성된다.

개인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해 줄 전사집단을 원하고, 그 전사집단은 다른 집단으로부터 경쟁관계로 인해 뭉쳐지며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그로 인해 왕과같은 군주가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이 군주는 세습이나 투표와 같은 정당성을 통해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군주는 자신의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봉건제후들 간에 '자유경쟁'을 유발시킨다.

봉건제후들의 자유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군주의 지원을 얻으려 한다.

이것을 '독점적 경쟁'이라 한다.


문제는 이런 독점적 경쟁이 나라 간에도 발생하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가 있었다.

두 나라의 독점적 권력에 의존하기 위해 나라들마다 어느 편엔가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미국만이 독점적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현대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각 나라가 미국의 독점적 권력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가 있다.

가 끝나고 독이런 국가가 발전하면서 국가들의 연합체가 형성된다.

개인적인 생각에 의하면 일본은 이 권력을 잘 이용하고 있는 중이고, 우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냉전시기(1984-1989) 세계에는 서로 경쟁하는 두 초강대국이 있었다. 나머지 국가들은 이 중 한 국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했지만, 때로는 두 나라가 겨루게 할 수도 있었고, 이것이 작은 국가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소련 붕괴 이래 경쟁의 초첨은 남은 한 초대강국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에 맞추어졌다. 미국은 독점자가 되었다. 어느 쪽이든 미국의 지지를 얻으면 곧 상대편보다 우위에 서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P189)"



 

이 책으로 사회과학의 입문서이자, 사회를 보는 보다 쉬운 관점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특히 사회의 구성을 '상호의존의 관점'에서 보는 훌륭한 시각을 소유하고 있는 책이다.

이런 시각을 유지하고 사회를 바라본다면 사회를 편협하게 보는 시각들이 사라지고, 계층이나 지역, 단체 간의 반목도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통합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보는 좋은 시각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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