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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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처음 접하지만 그의 이름과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들어서 나에게는 낯설지가 않은 작가이다.

그러기에 오래 전부터 그의 작품을 읽고 싶어했다.

그러나 막상 이 책에 나오는 그의 단편들을 몇 편 읽고 나서 책을 덮었다.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이유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무언가가 심장을 누르는 묵직함을 느꼈다.

한 참을 지난 후에야 다시 그의 작품들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금 심장을 누르는 묵직함...

소설을 다 읽은 지금에서야 그 묵직함을 레이먼드 카버라는 소설가가 느꼈던 삶의 무게라고 말하고 싶다.

그나마 내가 찾은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이 책의 처음 등장하는 소설은 [깃털들]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영상 같은 느낌이다.

그의 소설들에 담겨 있는 불행에 대한 맛보기 소설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잭과 아내 프랜은 잭의 회사동료인 버드네 집에 초대를 받는다.

그리고 그 집에서 버드의 아내 올라와 그의 아기, 그리고 조이라고 불리는 공작새를 만난다.

시골에 있는 버드의 집은 정신이 없었다.

아기는 울어대고, 공작새는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올라는 그 공작새를 집 안으로까지 들여 놓으려 했다.

그러나 주인공 잭에게 그 순간은 모두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지나갔다.

잭은 그 순간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지금의 불행을 한탄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잭이 지금 어떤 불행을 겪고 있는지...

왜 그 순간이 그리운 것이진...

소설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레이먼드 카버의 다음 소설들은 그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셰프의 집]에서는 술주정뱅이 웨스와 주인공인 아내가 나온다.

(이 소설만이 유일하게 아내가 화자인 소설이다.)

이어지는 그의 소설 대부분에서 주인공은 술꾼이거나 알콜 중독자이다.

웨스는 술을 끊기 위해 바닷가의 셰프의 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곳으로 아내를 부른다.

아내는 웨스가 실패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 해 여름 그들은 짧은 행복을 맛본다.

그리고 그 행복은 사라진다.


레이먼드 카버는 그의 소설에서 잃어버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아내와 행복했던 시절...

미래외 자녀들에 대한 꿈이 있었던 시절...

그런데 그 시절은 금새 지나간다.

남자는 술주정뱅이가 되고...

아들은 반항적이 되며...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지만, 이미 그 기다림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철저한 삶의 무게 뿐이다.


이런 삶의 무게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소설은 [보존]이라는 소설이다.

남편은 실직하고, 아내는 직장을 다닌다.

실직한 남편은 하루 종일 소파에서 누어서 생활한다.

어느 날 아내가 돌아왔을 때 냉장고는 고장 나 있고, 음식을 모두 상해 있었다.

남편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

설정만 보아도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다.


[굴레]라는 소설에서는 삶의 구석에 몰린 한 가정의 상황을 잘 묘사한다.

경마를 통해 모든 것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홀리츠 가족은 미네소타의 한 여관에 머문다.

그 여관에는 홀리츠 가족처럼 여기 저기 떠돌다 온 사람들이 생활한다.

어느 날 홀리츠는 술을 먹고 물에 뛰어내리려다가 크게 다친다.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하자 그는 술주정처럼 말한다.


"난 더 못가겠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나 무거운 마음을 느꼈다.




정작 이 책의 대표소설이라고 하는 [대성당]이란 작품에서는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는 삶의 무게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은 레이먼드 카버가 살았던 삶의 무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느껴보지 않았던 삶의 무게를 어떻게 소설로 쓸 수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 깊은 동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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