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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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걸스]라는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떠 오르는 소설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고려원이란 출판사에서 출간한 딘쿤츠의 [운명의 추적]이란 책이다.

고려원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진 출판사이지만 참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개인적으로 지금도 범우사와 고려원이라는 출판사가 사라진 것이 가장 아쉽다.)

그 중에서도 추리소설들을 맣이 읽었는데 당시 딘쿤츠의 작품은 그 시대에 혁명적이었다.

한 소녀의 인생에서 그녀를 돕는 사람이 매 번 나타난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시간여행을 통해 그녀의 인생에는 매 번 늙지 않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샤이닝 걸스]에서도 주인공 커비 마즈라치의 인생에서 계속해서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 역시 항상 그 모습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커비와 사랑에 빠지는 대신 그녀를 죽이기 위해 매 번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다.

끔찍한 연쇄살인마가 되어서...


이 소설의 악당인 하퍼는 미국의 대공항시대에 사람을 살해하고 쫓기는 부랑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더 하우스'로 불리는 낯선 집에 들어간다.

그 집은 겉의 모습은 판자로 입구를 막은 패가이지만, 안에는 화려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는 환상의 집이다.

'더 하우스'는 마치 생명체처럼 하퍼에게 메세지를 전해 준다.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라!'

그 대가로 '더 하우스'는 하퍼를 시간여행을 시켜 준다.

하퍼는 1929년과 1993년 사이의 시간대를 여행하면서 빛나는 소녀들을 찾아 죽이다.

(하퍼가 왜 이 시간대만 여행할 수 있는지는 나중에 책에서 밝혀진다.)

그리고 그 빛나는 소녀들 중에 한 명이 커비 미즈라치이다.



하퍼는 먼저 커비의 아주 어린시절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랑말 장난감을 주고 간다.

그리고 다시 커비가 대학생때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하지만 커비는 불굴의 용기로 살아남았다.

하퍼는 계속해서 빛나는 소녀들을 죽이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연히 신문수습기자가 된 커비의 기사를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커비를 찾아나선다.


커비 역시 오랜 기간 자신을 살해하려 한 연쇄살인마를 쫓는다.

살인자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피해자의 내장을 끄집어 내어 잔인하게 살해한 후, 전혀 엉뚱한 기념품을 던져 주고 간 사례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런 사례들을 모으는 중 커비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을 발견한다.

오래 전에 죽은 여자의 시신 곁에서 그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야구선수의 카드가 발견되기도 하고, 1950년대에 죽은 여인이 현대의 피임약통을 들고 죽어 있는 사진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조랑말을 발견하고 그 조랑말이 한 참 후에야 만들어진 장난감임을 알고 몸서리를 친다.

결국 커비는 '하퍼'와 '더 하우스'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이 소설은 1920년대와 1990년대 사이를 오가는 구성이여서 읽을 때 스토리가 단편적으로 끊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이 모든 스토리가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맞추어진다.

단지 어떻게 '더하우스'를 통해 시간 여행이 가능한지, 왜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지, 빛나는 소녀들이란 어떤 여성들을 말하는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뛰어난 구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무언가 조금은 아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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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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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생각하는 것은 이 땅에서 사는 것이 전쟁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에 적응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되는 것 같다.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 소설을 구입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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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 2 - 『삼국유사』에서 『꿈의 해석』까지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 2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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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현대 소설들의 뛰어난 구성에 감탄을 한다.

대부분 빠른 전개와 뛰어나 묘사력, 그리고 뛰어난 반전까지 갖추고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문학의 홍수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예전과 다르게 고전을 읽을 때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때로는 지루한 전개와 시간을 끄는 세밀한 묘사나 설명으로 인해 읽기를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마다 고전에 대한 쉬운 길잡이를 절실히 필요로하게 된다.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라는 책은 서울대에서 정한 권장도서를 쉽게 설명한 책들이다.

2권은 시대로 보면 근대에 해당되는 책들을 모아 놓았다.

이 책의 장점이은 서양 고전뿐만 아니라 한국고전들까지 모여 있다는 것이다.

흔히 고전을 이야기 할 때 한국고전을 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는 우리나라 고전문학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보조법어] [삼국유사] [성학십도] [구운몽] [춘양전] [연암집] [청구야담] 등과 같은 한국 고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보조법어]나 [청구야담]같은 한국인이여도 경우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책들이다.

특히 이번에 [보조법어]에 관련된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의 익숙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땅으로 해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의지해서 일어나라"


얼마전 표절 시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어느 여소설가의 말과 비슷하다.

이 말이 [보조법어]에 있는 글인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것은 오래 전 부터 내가 즐겨 읽었던 고전들을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외국여행 도중에 한국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젊은 날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이나 어렵게 끝까지 읽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만났을 땐 뿌듯하기까지 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톨스토이와 도스트옙스키의 작품을 만났을 때가 가장 반가웠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와 도스트옙스키의 [까라마조프가네 형제들]이 소개되어 있다.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만 소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설이 쓰여지게 된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상황,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담고 있는 사회상 등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의 무대가 된 19세기 후반 페테르부르크는 두 부류의 인간들로 나뉘어 있었다. 톨스토이의 묘사에 의하면 하나는 "아비하고 우둔하며 특히 우스꽝스러운 인간들"이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역설적인 묘사를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톨스토이가 지향하는 진실한 인간, 즉 '도덕군자'형 인간이다. 소설 속 레빈 같은 인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부류는 톨스토이가 "진짜 인간"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정욕에 몸을 내맡긴' 사내들이다. 즉 '바람둥이'형으로. 브론스키와 스치바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세계에서 도덕 운운하는 것은 꼴사납고 촌스러운 일이다. '진짜남자'는 자질구레한 도덕 따위는 무시하고 용감하게 연애 사업에 정진해야 한다. (P430)

- 본문 중에서-

 

 

 



명작인 줄 알면서도 기회가 되지 않아 못 읽은 책을 만났을 땐 아쉬움과 함께 꼭 읽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찰스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나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등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 명작임에도 개인적으로 아직 읽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책을 만났다면 고전을 읽을 때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고전을 더 쉽게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청소년들이 단지 입시 준비를 위해 이 책을 읽고나서 마치 고전을 다 읽은냥 수박 겉핥기식의 지식만을 채우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갈수록 고전의 깊이는 알지 못하고 얕은 지식만을 자랑하는 지적 허세만이 넘쳐나는 풍토로 인해 더욱 더 염려가 든다.

이 책이 얕은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이 아닌, 깊이 있는 고전 읽기의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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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경제학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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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닐 때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동양고전에 대한 강의들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에게 동양철학은 물질적인 것에 초연해 무언가 높은 것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나의 생각이 묵자나 한비자를 읽으면서, 그리고 이번에 읽은 관자를 읽으면서 깨어졌다.

관자는 우리가 잘 아는 관포지교의 관중을 의미한다.

그리고 책 [관자]는 그 관자가 쓰거나, 그의 제자들이 쓴 책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하여 경제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쓴 책이다.


저자는 관자를 21세기 G2시대(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시대)의 글로버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관자의 학문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먼저 요즘 유행하고 있는 피케티와 칼레츠키의 경제학을 제시한다.

피케티는 시간이 갈수록 노동이 가져 오는 이익보다 자본이 가져 오는 이익이 많아짐으로 부의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의 이익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레츠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4단계로 나누고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체계를 자본주의 3.0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런 신자본조의의 패단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자본주의 4.0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피케티와 칼레츠의 문제제기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지나친 규제나 관섭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그 대안으로 관자 경제학을 제시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관자 경제학의 핵심은 '균부'이다.

부를 백성들에게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방과 경제가 강해지고, 나라가 강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관자의 경제학이 다른 제자백가의 책처럼 조금은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어보면서 경제의 세밀한 부분까지 언급하는 내용을 볼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관자 경제학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당시에 화폐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조정함으로 경제가 원할히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승마편에서 '시사지책(市事之策)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시장은 재화 유통의 기준이다. 모든 재화가 저렴하면 과도한 이윤이 생기지 않고, 그러면 모든 생산 활동이 발전하고, 그래야만 재화의 수급에 평형을 이루게 된다. 시장의 일은 깊이 생각하는데서 시작하고, 실질을 숭상하는 자세에서 마침내 성취된다. 오만한 자세로 임하면 실패한다. (P150)"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애덤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하나의 이념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 화폐의 흐름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관자는 그것을 '황금지책(黃金之策)'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황금은 재정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황금의 이런 이치를 잘 분별함녀 나라 재정의 사치하거나 검소한지 여부를 알고, 이를 알면 재화의 수급도 균형을 이루게 된다. 검소에 치우치면 생산이 억제되고, 사치에 치우치면 물자의 낭비가 빚어진다. 검소에 치우치면 금값이 떨어지고, 그리되면 생산의 발전에 불리해져 결국 생상의 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사치에 치우치면 금값이 귀해지고, 그리되면 물건 값이 떨어져 결국 물자의 낭비 현상이 나타난다. 물자를 소진한 후 모자란 것을 알며 이는 재화의 수요량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고, 생산이 이뤄진 뒤 재화가 남아도는 것을 알면 이는 팰욯나 물자의 규모를 조절하지 못한 탓이다. 모두 허락해서는 안 된다. 이같이 해야 치국의 원칙을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P153-4)"

- 본문 중에서-

 

 

이것이 몇 천년 전에 쓰여진 경제서라고 누가 볼 수가 있겠는가?'

거이 현대의 화폐경제의 문제점을 깨닫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관자의 경제학은 이런 화폐경제를 통한 국가의 발전과 부의 균등한 배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권고한다.

구부편에서 '국형지모(國衡之模)'에서 관자는 당시 제나라 군주인 제환공에게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군주의 경중의 근본을 장악해 부상대고가 말초라도 장학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생산의 시초 단계부터 장악함으로서 부상대고가 혹여 소비의 최종 단계를 장악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장으로 유입되는 재화의 관문을 설치해 통제하고, 곡물은 봄 가을로 나눠 통제하고, 나머지 물자는 미리 일괄 조달 등의 수매계약을 통해 통제하면 됩니다. 재화가 움직일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관건입니다. 예컨대 재화의 수급을 미리 예측해 사전 조치를 취하면 부상대고는 매점매석할 길이 없고, 유통을 통제하면 부상대고는 폭리를 취할 길이 없게 됩니다. 사방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유통을 통제하며 물가를 조절하면 투리를 꾀하는 상인이 사라지고, 물가 또한 귀천이 사라져 평준을 이룹니다. 이를 일컬어 국가차원에서 물가의 평준화를 실현하는 국형이라고 합니다. 국형으로 계책으로 통제하면 나라의 재리가 모두 군주에게 귀속될 것입니다.(P336-7)"

- 본문 중에서-

 

 

관자가 이렇게 군주가 나서서 화폐와 물가를 통제하도록 한 것은 사실 군주 개인의 부를 채우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관자가 추구했던 것은 부의 균등이었다.

그리고 그 부의 균등은 사회주의체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강성해지고, 이를 통해 천하를 통일하기 위한 부국강병책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관자의 경제학을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자의 경제학을 현대 경제학 비교를 한다.또한 그 관자 경제학을 21세기 경제 현실에 접목하는 부분을 시도하고 있다.


요사이 중국에서 국가가 개입해 강압적으로 위환화를 절상해서 세계 경제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물론 이런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자 경제학을 읽으면서 쉽게 매도하기만 했던 중국의 경제정책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중국이나 한국이 근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성리학을 숭상하면서 관자와 같은 실질적인 학문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근래에 이르러 중국이 G2로 부상한 이유에는 관자경제학의 부흥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역시 요사이 중산층의 몰락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가 양극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자 경제학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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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단편전집 한국문학을 권하다 27
나도향 지음, 노경실 추천 / 애플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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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부터 읽고 싶어햇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의 [나도향중단편전집]을 읽었다.

나도향작가와 그의 작품 [벙어리 삼룡이]나 [뽕], [물레방아] 등은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고, 나 역시 오래 전부터 그의 작품들을 접했었다.

[벙어리 삼룡이]이 마지막 장면은 내 생애의 중요한 시험에서 마지막 내용이 시험에 나왔던 기억이 난다.

삼룡이가 불길에서 주인집 아씨를 구해내고 죽는 장면을 제시하면서 '이 소설의 제목은?'이라고 묻는 문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도향 작가의 작품은 직접 책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책에는 나도향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24살의 짧은 나이로 단명할 때까지의 작품이 거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1922년 작품부터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어서 나도향의 문학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성숙해졌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처음 실린 작품은 [젊은이의 시절]이라는 작품으로 작가가 1922년 백조라는 동인지를 창간하면서 실은 작품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은 백조 2호에 실린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이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초기작품부터 읽으면서 조금은 실망했다.

그의 명성에 비해서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을 했다.

거이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이거나, 가난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지식인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런 소설들의 구성이 조금 엉성한 느낌이 나고, 인물 역시 영어 이니셜로 부르기도 하는 조금은 미숙한 묘사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점점 그의 작품이 성숙 되어 가더니 중반부에 실린 작품부터는 천재작가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로 죽기 1년 전이 1925년에 쓴 작품들에서 작가의 완숙함이 드러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나도향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제일 먼저 그의 뛰어난 묘사력이 눈에 띈다.

주변의 환경, 등장인물의 모습, 주인공의 심리, 식민지의 가난한 현실 등에 대한 묘사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아침 이슬이 겨우 풀 끝에서 사라지려 하는 봄날 아침이었다. 부드러운 공기는 온 우주의 향기를 다 모아다가 은하 같은 맑은 물에 씻어 그윽하고도 달콤한 내음새를 가는 바람에 실어다 주는 듯하였다. 꽃다운 풀 내음새는 사면에서 난다.

  작은 여신의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풀포기 위에 다리를 뻗고 사람의 혼을 최음제의 마약으로 마비시키는 듯한 봄날의 보이지 않는 기운에 취하여 멀거니 앉아 있는 조철하는 그의 핏기 있고 타는 듯한 청년다운 얼굴은 보이지 않고 어디인지 찾아낼 수 없는 우수의 빛이 보인다.

  그는 때때로 가슴이 꺼지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는 모을 일으켜 천천한 걸음으로 시내가 흐르는 구부러진 나무 밑으로 갔다. 흐르는 맑은 물은 재미있게 속살대며 흘러간다. 푸른 하늘에 높다랗게 떠가는 흰 구름이 맑은 시내 속으로 비치어 어롱어롱한다."

                                                                               -[젊은이의 시절] 중에서-

 

 

 

 


"그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 하나가 있으니 키가 본시 크지 못하여 땅딸보로 되었고 고개가 빼지 못하여 몸뚱이에 대강이를 갖다가 붙인 것 같다. 거기다가 얼굴이 몹시 얽고 입이 크다. 머리는 전에 새 고랑지 같은 것을 주인의 명령으로 깍기는 깎았으나 불밤송이 모양으로 언제든지 푸 하고 일어섰다. 그래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마치 옴뚜꺼비가 서서 다니는 것같이 숨차 보이고 더디어 보인다. 동일 사람들이 부르기를 삼룡이라고 부르는 법이 없고 언제든지 '벙어리' '벙어리'라고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앵모' '앵모'한다. 그렇지만 삼룡이는 그 소리를 알지 못한다.

- [벙어리 삼룡이] 중에서-

 

 

 

 

그러나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의 모습이다.

아마 주인공 자신의 자아상이기도 지식인의 모습은 가난하고, 병약하며, 소심하기까지 하다.

한 때 누렸던 부와 지위로 인해 허세만 남았지만 가난한 현실 앞에서 작은 돈에 전전긍긍한다.

그럼에도 자존심으로 인해 조금 있는 돈을 친구들 술값으로 사용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빠진 여성을 돕는데 사용한다. 

[여이발사]란 작품에서는 궁핍함으로 자신의 옷을 전당잡힌 일본 유학생이 여이발사에게 호기를 부리며 남은 돈을 모두 주는 허세를 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주인공에 대한 묘사는 [피묻은 편지 몇 쪽]과 [지형근]이란 작품 속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피묻은 편지 몇 쪽]에서는 패병에 걸려 죽음의 그림자에 덮혀 있는 주인공이 한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갈등하다가, 그 여인을 포기하는 마음의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도스트옙스키의 소설의 주인공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지형근]이란 소설의 주인공은 요즘 말로 하면 '찌질남'이다.

주인공은 한때는 도련님 소리를 듣는 지주의 아들이었으나 가나한 형편으로 인해 강원도의 한 마을로 막노동을 하러 온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귄 사람들에게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 이화라는 기생을 만나러 가기 위해 친구의 돈까지 훔친다.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찌질한 남자 주인공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면서도 연민의 모습과 자조의 모습으로 주인공을 묘사하는 것은 그 주인공의 모습에 나도향 작가 자신의 모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식민지 시대를 살았을 소심하고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기분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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