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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캐스 R. 선스타인 & 리드 헤이스티 지음, 이시은 옮김, 김경준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원작이 영화로도 개봉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중에 [세계전쟁Z]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흔히 B급 문화로 알려진 좀비를 다루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다른 좀비소설과 다른 점은 좀비라는 재난 앞에 정부나 정보기관, 군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마치 보고서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개별적인 보고들을 무시하거나 안일한 대응을 하다가 재난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유독 이스라엘만 커다란 장벽을 쌓아 좀비로 부터 자기들을 방어한다.
이스라엘은 1973년의 4차 중동전쟁때 아랍 연합국들의 어이없는 기습으로 큰 손실을 겪었다.
그 당시 이스라엘 정보국에서는 적의 공격 증후에 대한 보고가 있었지만 이것들을 무시했다.
그 후 이스라엘은 아무리 어이 없는 정보가 보고되어 9명이 무시하더라도 10번째 사람만은 꼭 9명과 반대로 가정하여 정보에 대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좀비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모두 무시하지만 한 명의 대응으로 방어막을 쌓게 된 것이다.
물론 소설이여서 실제 이스라엘 정보부에 그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집단의 사고로 무시되는 수많은 재난과 실수들이 반복되지 않을텐데...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구체적인 경험과 이론을 통해 체계적으로 저술한 책이 나왔다.
[넛지]라는 책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캐스R선스타인과 리드헤이스티가 공저한 [와이저]라는 책이다.
이 책의 번역판 부제는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데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조직은 어떻게 함정에 빠지는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2부는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전반부가 주로 조직이 왜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고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가를 다루고 있다면, 후반부는 조직이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않거나 그런 생각에서 해어나오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조직이 왜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는지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생각을 조합하거나 여러 사람의 회의를 거치면 더 현명하고 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이 책에서 저자가 드는 수많은 예시를 읽지 않아도 조직이나 집단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우리는 매일같이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조직에는 저런 사태를 예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왜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그런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직과 집단의 사고는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사고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것을 해피토크라고 한다.
조직의 프로젝트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하고, 부정적인 반응은 묵살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점점 더 조직 내에서 그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이 거이 신앙처럼 굳어진다.
저자는 이 과정을 몇 가지 전문용어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심리상황인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용어이다.
휴리스틱은 인간이 익숙한 상황을 더 쉽게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생하지 않은 일,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이와 함께 인간은 자기 중심적인 성형과 자기 과신의 성향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계획 등에 대한 좋은 쪽으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집단 안으로 들어오면 그 생각이 더욱 더 확고해진다.
두 번째는 폭포효과라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계획에 대한 A라는 사람이 찬성을 했고 가정하자.
그러면 B라는 사람은 그 계획에 의심을 가지고 있어도, 그 의심이 평소에 A라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었던 신뢰나 권위만큼 크지 않는 한 그 계쇡을 반대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그 뒤 C라는 사람에게 가서 더 심각해진다.
C가 그 계획에 반대하려면 그가 가진 확신이 A+B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신뢰나 권위를 넘어서야 한다.
그런식으로 계속 가다보면 처음 사람이 동의한 의견에 대한 확고함이 점점 커져서 나중의 사람은 반대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폭포효과라고 하고, 조직의 의사결정이 대부분 이런 폭포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세번째는 조직의 극단화라는 용어이다.
조직 안에 여러 생각이 있다가도 일단 회의를 거치면 그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 질 뿐 아니라, 극단적으로 변한다.
앞의 폭포효과를 통해 결정된 상황은 이제 조직 안에서 신앙처럼 굳어지고, 그 결정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조직 전체가 동의했기에 그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게 된다.
네 번째는 공유지식의 효과(common knowledge effect)라는 것이다.
집단 내에서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지식이라고 한다.
반면 개개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숨은 프로필(hidden profile)이라고 한다.
공유지식은 전부가 알고 있기에 쉽게 동의되고 논의되지만, 숨은 프로필은 개인만이 알고 있는 지식이기에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또한 그것을 꺼낸다고 해도 쉽게 묵살된다.
더군다나 조직 문화에서 아랫단계에 있거나 소수자가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 묵살되게 된다.
조직의 논의 과정에서는 공유지식만이 논의되게 되고, 숨은 프로필은 사장되게 된다.
결국 숨은 프로필이 가지고 있는 위험경고나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성이 철저하게 묵살되는 것이다.
2부에서는 그렇다면 이렇게 어리석어지는 조직의 논의과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과정을 이야기 하지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리더의 자질이다.
나는 이 부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1부를 읽으면서도 '아무리 이런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뭐하나! 리더가 이미 생각이 굳어져 있으면 누가 리더에게 반기를 들고 반대 의견을 말하겠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도 이 부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리더가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의사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이나 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 조건으로 리더가 섯불리 자신의 의견을 미리 말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 부하직원들은 리더에 동조하는 의견만을 말하고 반대 의견은 침묵한다.
또한 조직 내에서 반대의견이나 소수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그 예로 카톨릭의 '악마의 대변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악마의 대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나와있지 않지만, 이미 경영이나 조직관리 분야에서는 자주 언급되는 용어이다.
카톨릭에서는 성자를 추대할 때 모든 사람이 동의해도 악마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성자로 추대되지 못할 요건을 이야기 할 사람이 지정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스라엘 정보부의 10번째 의견을 이야기 하는 사람과 같은 개념이다.
즉 조직 내에서 모든 사람이 동조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반드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감과 동시에, 그런 역할을 주어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맡은 역할이기에 조직의 의견에 반대를 해도 왕따가 되거나 미움을 받지 않는다.
그로 인해 조직 내에서 반대 의견이 개제될 수 있다.
또한 진화론적인 관점의 식별과 선택의 과정도 제시한다.
진화론에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가 살아남고, 그 살아남은 유전자가 후손에게 유전된다.
조직 내에서도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과정이 식별이다.
그리고 이 식별된 여러 가지 해결책 중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가장 좋은 해결책만을 선택한다.
이 선택의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가장 좋은 법은 각자가 다른 사람의 선택을 모른 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앞에서 언급한 폭포효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조직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왜 정부나 기업, 그리고 종교나 여러 단체들이 그렇게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외부인이 보았을 때는 뻔히 보이는 결정적인 오류가 왜 조직 안에서는 보이지 않을까?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신앙처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지 않는한 조직의 미래는 없다.
이 책에서는 인텔 CEO의 관점변경을 예로든다.
1980년대 인텔의 메모리는 점점 더 적자를 내고 있었고, 당시 CEO인 앤드루 그로브는 그 상황에서 해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이런 경영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서 후임자고 오면 무엇부터 먼저 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자신이 적자를 낸 메모리분야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메모리 사업을 정리했다.
당시로서는 어렵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른 관점으로 조직의 결정을 생각해 본 것이다.
이런 관점 변경과 생각의 전환이 우리나라 정부기관고 기업들 안에서 활발히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변화에 계기가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