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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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이 책은 세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알콜 중독이여 남편 톰에게 이혼 당한 레이첼, 불안전한 가정을 꾸미고 살던 메건,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 톰의 새 아내가 된 애나라는 세 명의 여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메건이 실종된다.

용의자로는 메건의 남편인 스콧과 메건의 정신치료사이자 불륜상대인 카말이 지목된다.

자정 정도에 이 부분까지 읽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날 밤 꿈에 갑자기 범인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이다.

다음날 일어나 다시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꿈 속에 떠올랐던 이름이 범인었다.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범인은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그 사람을 꿈 속에서 맞춘 것이다.

놀랍다!!


이 책의 주인공 격인 레이첼은 알콜중독자이다.

알콜중독으로 인해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친구 집에 얹혀산다.

그녀는 친구와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눈치를 보며 술로 하루를 보낸다.

술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친구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있기에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근 길에 기차가 잠시 멈추는 곳에서 항상 철로 밖의 한 집을 주목한다.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인 메건과 그의 잘 생긴 남편 스콧이 사는 집이다.

기차 안에서 바라 본 그 집은 너무나 이상적이다.

메건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남편이고, 스콧은 잘생기고 자상한 남편이다.

자신의 불운한 처지때문인지 레이첼은 그들 부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 안에서 우연히 본 집에서 메건이 스콧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다음날 메건이 실종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진행자이면서,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메건은...

레이첼이 멀리서 보는 것처럼 이상적인 가정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남편과 사는 것도 아니다.

그녀 역시 이상적인 아내가 아니다.

그녀는 어린시절 오빠의 죽음 이후 불안증상에 시달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자들에게 성적인 유대감을 갈망한다.

그러기에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몇 명의 남자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애나는 톰과 결혼하고 이쁜 딸아이를 가졌다.

너무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녀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톰의 전처인 알콜중독자인 레이첼만 없다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가정이 점점 허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책은 기차 안의 레이첼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사물을 바라보듯이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또한 인물들마다 각자의 독특한 인격과 과거가 마치 실제 인물을 그리듯이 잘 묘사되어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곳곳의 복선들을 더욱 흥미를 가지게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세 명의 여인들의 무너진 인격들이 들어나는 과정이었다.

또한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파괴된 인격의 남편들...

그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무너진 허상인지가 점차 드러난다.


아마 이것이 지금 현대인의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기차 안에서 지나치듯 가정을 바라볼 때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드러다 보면 무너진 가정과 깨어진 인격들....

과거의 상처들이 현재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

재미로만 읽기에는 조금 씁쓸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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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고고학 - 미셸 푸코 문학 강의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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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 인터넷 등을 통해 심해(深海)의 사진 등을 접할 때가 있다.

파란 바다 한 가운데에 유독 시퍼런 색깔은 원이 그려져 있는 사진이다.

나는 짙은 색은 파란 색깔은 보면서 알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깊은 바닷 속을 상상하고 내가 그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이다.


푸코의 책을 읽다보니 이런 느낌을 받았다.

젊은 날에 읽은 몇 권의 책을 통해 나는 푸코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었다.

이성으로 역사와 세계를 보는 주류적인 시각에 반해 비이성과 광기를 주장하는 그의 사상을 어느 정도 요약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사상을 해변가에서 떨어진 조금 깊은 바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푸코의 사상이 내가 측정할 수 없는 깊은 바다 속의 심해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심해를 들여다 보면서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마치 이 책이 나를 그 심해 속으로 빨아 들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로 역사에 대해 비이성적인 시각으로 보는 푸코의 철학보다는 푸코의 문학에 대한 강의를 다루고 있다.

푸코는 주로 1960년대에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주로 그 시기에 문학에 대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했었다. (이 시기를 푸코의 철학에 있어서 '문학의 시기'라고 부르기도 함)

이 책은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푸코의 문학에 대한 강의를 편집한 책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광기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문학에서 인간의 광기가 차지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2부는 '광기 안의 언어'라는 제목으로 문학에 대한 푸코의 정의와 시각을 다루고 있다.

3부는 '사드에 대한 강의'라는 제목으로 사드에 대한 문학을 다루고 있다.


책은 프랑스어를 번역했기에 문장이 길고 복잡하며, 문장 중간에 철학과 문학적인 단어들이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한 프랑스 문학, 특히 사드에 대한 문학이 많이 제시되기 때문에 사드에 문학을 접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더욱 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힌 것은 번역자의 배려이다.

이 책의 번역자 역시 독자가 이런 어려움을 겪을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책 초반에 사드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 그리고 그가 이야기 하는 몇 가지의 개념들을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물론 번역자의 글도 일반인이 읽기에는 조금 난해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푸코의 문학에 대한 여러 가지 강의를 편집했기에 한 가지 주제를 제시하거나, 일관적인 내용을 요약할 수는 없다.

그러나 푸코의 여러 가지 강의를 관통하고 있는 한 가지 개념은 '광기'이다.

이 광기는 이성이 붙여 준 모욕적인 언어일지도 모른다.

마친 일본인이 한국을 식민지한 후 한국인을 '조센징'이라고 부르듯이...

이성이 인간의 무의식의 부분을 점령한 후 이성의 영역 밖에 있는 모든 것을 '광기'라고 부르고, 그것을 억압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광기는 이성에서 배제되고, 금기시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푸코는 광기는 우리 인간 안에 있고,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고 있으며, 문학에서 광기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푸코가 말하는 광기의 언어와 문학을 대표하는 사람은 '마르키드 사드'이다.


푸코는 사드의 문학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테두리를 벗어나 광기와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푸코는 이것을 '리베트랭적 담론'이라고 말하고, 이런 문학에 나오는 인간을 '리베트탱'이라고 부른다.

사드의 소설 속에 나오는 '쥘리에트'나 '쥐스틴'같은 인물들이다.

리베르탱적 담론은 네 가지 기본 원칙을 따른다.

신은 없고, 영혼도 없으며, 따라서 비도덕적이거나 범죄가 없으며, 자연(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리베르탱적 담론의 반대는 근대까지 유지되었던 '종교적담론' 또는 '철학적인 담론'이다.

푸코는 이것을 '거세적 담론'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신에 의해 선택된 완전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세적 담론'에 의하면 나의 욕망과 시간과 신체를 포기해야만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리베르탱적 담론은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유로워진다는 말보다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대의 공간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푸코는 리베르탱적 담론을 '탈거세적 담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드는 그의 소설을 통해 이런 탈거세적담론을 가진 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그들은 마음 껏 욕망을 발산하고,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규범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성행위를 한다.

여기까지가 푸코의 문학과 광기와 샤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인간의 이성에서 광기를 풀어서 무한의 영역으로 나간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치 영화 [그래비티]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과의 끈이 끊겨 무한의 우주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 그런 것일까?

그리고 그 우주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과연 끝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 일까?


푸코는 이성이 광기를 누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성으로부터의 자유로운 광기를 말한다.

물론 그것이 사드의 문학에만 국환되는 것인지, 푸코의 사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푸코의 말처럼 우리가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고 광기의 무한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런 끈없이 심연의 바다 속으로 들어 간 후 그 바다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설사 무엇을 본다고 해도 그 무엇을 보는 나조차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

악마가 있어서 내 앞에 모든 허상을 만들어 놓고 이것을 실재하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데카르트는 미지의 영역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인간, 코키도 에르고 숨(라틴어: Cogito, ergo sum , 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이라는 끈을 잡았다.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문학을 하는 사람도 아니며, 그냥 책을 읽는 독자일 뿐이만 푸코나 니체, 사드의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가 광기의 영역을 탐험할 때는 끊어지지 않는 분명한 끈을 가지고 그 세계로 들어가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세계 속에서 영원히 헤매게 될 것이니까....

그 '끊어지지 않는 끈'이 무엇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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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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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논산훈련소에서 훈령병 때였다.

늦가을이었는데 그 해 가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하루는 군복 위에 판초우의라고 불리는 군용 비옷을 입고 비를 맞으며 훈련장에서 숙소로 돌아왔다.

논산훈련소는 훈련교장 간의 거리가 워낙 멀었기에 거이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늦가을이여서 주변의 논들의 볏잎은 누런색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젖은 몸을 이끌고 돌아가 봤자 아무도 반겨 줄 사람이 없는 숙소로 가고 있었다.

그때 옆의 무너져 갈 듯한 스레트지붕의 집에서 아궁이에서 밥짓는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창문에서는 갓 어둠이 깔려서 겨우 비치는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갑자기 그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 어머니와 가족이 있고, 나를 위한 따스한 밥상이 준비되어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나는 집에서 너무 멀리있는 느낌이었고, 어떻게 하든 꼭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란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나면 대부분은 어떤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느낌은 글로 적어두면 오랫 동안 그 책을 읽었던 감동이 남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느낌은 글로 적으려 할 때 한 참을 망설이게 되었다.

무언가 마음을 사로 잡는 느낌이 있는데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대신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의 논산훈련소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떠 올랐다.

늦가을의 추수 때의 누런 논들, 해질녁 무렵의 시골집들과 아궁이에서 피어나는 연기, 그리고 그 연기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소리....

잊고 있었던 색깔과 냄새, 그리고 소리들이 떠 올랐다.


이 소설은 훌륭한 스토리와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작가가 진정 원했던 것은 독자들이 그 스토리와 배경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토리와 배경의 뒤에 있는 색깔과 소리, 그리고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진인 1944년 8월 7일이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프랑스 서부해안에서 연합군의 폭격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장소는 연합군의 집중 포격 대상이 된 프랑스의 오래된 해안 도시인 '생말로'이다.

그 곳의 6층 다락방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가 혼자 폭격 속에서 견디고 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마리로르'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진 독일군이 방어진지로 사용하고 있는 꿀벌 호텔의 지하에서는 한 독일군 소년이 폭격에 대피하고 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베르너'이다.


소설은 다시 19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각각 파리의 마리로르의 삶과 그곳에서 500KM떨어진 독일의 알자즈 지역의 졸라페인이라는 광산 지역의 베르너라는 고아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으며, 어떻게 1944년 8월에 생말로에서 만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한다.


마리로르의 아버지는 파리의 자연사 박물관의 열쇠 장인이다.

그는 눈 먼 딸을 끔찍히 사랑한다.

그녀에게 파리의 모형을 만들어 모든 도시의 길을 익히게 해 준다.

생일이면 그가 손수 만든 퍼즐 상자 안에 선물을 담아서 준다.

그녀가 좋아하는 점자 소설 책들과 함께...

그러나 독일군이 몰려오고 아버지와 그녀는 파리 박물관의 가장 큰 배모양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작은 할아버지가 있는 생말로로 피신하게 된다.

그녀는 그 곳에서 전쟁으로 그녀의 빛과 색깔, 냄새들, 그리고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을 더 간절히 붙잡으려 한다.


베르너는 고아로서 여동생 유타와 함께 엘레나 아주머니가 돌보는 고아들과 생활한다.

그는 유타와 함께 라디오를 통해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와 그 소리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세계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독일제국과 히틀러가 만들어 놓은 환상의 세계를 쫓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가 동경하던 세계의 빛이 잿빛 어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어린 유타와 함께 있었던 그 세계, 그 빛, 그 소리로 돌아오려 한다.

베르너는 결국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지만 생말로에서 마리로르라는 소녀를 만난 잠시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세계를 맛보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다이아몬드나 히틀러의 제3제국이 비추는 영롱하고도 화려한 색깔을 가진 세계이다.

모두들 그 세계를 동경하고, 그 세계를 가지려 한다.

다른 하나는 눈 먼 마리로르가 느꼈던 파리나 생말로의 골목길의 작은 세계이다.

베르너가 동생 유타와 라디오를 통해 느꼈던 추억과 상상의 세계이다.

전쟁과 사람들은 마리로르와 베르너가 느꼈던 세계를 지워버리고...

세상을 화려한 빛의 세계로 만들려고 한다.

아니, 그런 세계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진정한 믿음은 마리로르와 베르너가 누렸던 그 작은 세계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소설에 대한 여러 개의 기사나 서평을 보았다.

대부분 이 소설을 반전소설이나 어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들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소설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영원한 시간 손에서 찰라의 순간에 비추는 그 빛과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영원 속에서의 잠시 누렸지만 곧 사려져 버리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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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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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킹 하면 독특한 세계관과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바이러스에 의한 아포칼립스적인 색체가 강한 스탠드나, 헨드폰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셀, 마을이 돔안에 갇힌다는 기발한 상상혁의 언더더 돔 등...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추리소설을 가지고 나왔다.

사실 책 표지와 인터넷 홍보에서는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추리소설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추리소설은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면, 이 책은 이미 범인이 초반에 등장하고 범인과 주인공의 시각으로 번갈아가며 소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스티븐킹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 같아 처음에 읽을 때는 조금은 염려스러웠다.

원래 유명한 영화배우가 드라마로 데뷔하다가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처럼 다른 분야를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초반부터 '역시 스티븐 킹이구나!'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초반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술이 너무나 노련한 대가와 같았다.

사건의 전개부터 주인공의 심리, 특히 범인인 파괴된 심리와 어두운 주변환경의 묘사가 거이 압권이었다.


소설은 한 직장을 잃은 암담한 사람들이 한 채용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 밤 중에 모여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밤새 기다란 줄을 서고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다.

그들에게 새벽녁에 벤츠 한 대가 그들에게 돌진한다.

그 벤츠로 인해 8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된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언론은 그를 '메르데스 살인마'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본격적인 시작은 이 사건이 일어난 일년 뒤 호지스라고 불리는 퇴직한 형사의 응접실에서 시작된다.

퇴직한 후 그는 이 응접실의 레이지보이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젼 시청을 하면서 아버지가 물려 준 총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일과이다.

그 총으로 무료한 삶을 끝낼 궁리를 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메르세데스 살인마'에게서 편지가 온다.

자신을 범죄를 자랑하고, 자신을 잡지 못한 그를 조롱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범인의 의도를 그에게 무력감을 주어서 그를 자살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그 편지를 읽은 호지스는 삶의 의욕을 느낀다.


이쯤에서 범인이 누구일까 궁금해지는데 작가는 바로 그 다음에 생뚱맞게 브래디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그는 컴퓨터 수리 회사 일을 하며, 아이스크림 판매원의 일을 한다.

집에는 알콜중독 어머니가 있고, 동생은 어린 시절에 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그의 집 지하실에는...

작가가 지하실을 묘사하면서 브래디의 실체가 드러난다.

브래디가 메르세데데스 살인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급해도 스포가 되지 않는 이유는 이 소설이 초반부에 이것을 모두 밝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호지스가 옆 집 흑인 청년인 제롬과 도난당한 벤츠의 주인이었지만 자살한 트롤로니부인의 여동생 제이니와 그의 사촌 홀리의 도움을 받아서 메그세데스 살이만을 잡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압권은 스티븐 킹이 창조해 낸 인물들에 있다.

정말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살인마 제이미...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심리와 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그의 과거까지...

어떻게 그렇게 섬뜩하면서도, 동시에 연민을 자아내는 사이코패스를 창조할 수 있을까?

그의 전작 [미저리]를 뛰어넘는 사이코패스이다.


스티븐킹의 소설은 암담한 상황으로 전개되다가...

끝은 꼭 희망이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 역시 그렇다.

호지스라는 인물로 시리즈가 전개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그의 예전의 작품 [언더 더 돔]을 구입하고 다 읽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금 그의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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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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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클럽 140번째 책이다.

내가 밀리언셀러클럽의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계 각국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소설들을 출판하기 때문이다.

세계대전Z, 나는 전설이다, 종말일기Z등과 같은 아포칼립스적인 소설부터 시작해서, 스티븐킹의 상상력의 극한을 보여주는 소설들,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의 섬뜩한 작품들까지...

장르와 상상력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또한 그렇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저자의 장르를 뛰어넘는 상상력에 조금은 멀미가 날 지경이다.


먼저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의 [스탠드]나 [셀]을 연상시키는 바이러스의 출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본 고후시의 류오대학병원에서 나중에 용뇌염, 혹은 드래곤 바이러스로 알려진 전염병이 발생된다.

이 사건을 취재하러 고후시로 내려갔던 주간지 기자 나카야 고스케는 우연히 료우대학 안에서 연결이 끊긴 약혼자를 찾는 오치아이 메구미를 만난다.

그런데 사실은 오치아이 메구미가 드래곤 바이러스의 최초의 감염자였고, 메구미는 이미 감염된 상태였다.

그리고 메구미를 매개체로 해서 드래곤바이러스는 고스케를 비롯한 여러 명을 전염시킨다.


이야기가 다른게 전개되는 것은 드래곤 바이러스에서 생존한 교스케, 메구미, 그리고 고바타라는 노인까지 세 명이 이상한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이다.

교스케는 과거와 미래를 보는 눈이, 메구미는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이, 고바타는 회춘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로 인해 방송출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다.

이 부분 부터는 마치 영화 [판타스틱4]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들의 능력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번지자 경찰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서는 갑자기 얼마전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마커스 세이키의 [블릴리언스] 분위기가 난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으로 인해 오해받고, 배척당한다.


그런데 진짜 반전은 그들이 쫓기면서 드래곤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 있다. 

드래곤 바이러스가 최초에 어떻게 발생했고, 그 드래곤 바이러스의 실체가 무엇인지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조금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책의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마치는 걸로...


아쉬운 것은...

이런 상상력의 극한까지 몰고 가는 소설이 그렇듯이 끝이 조금 허무하다.

펼쳐놓은 것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모든 것을 수습하다보면 끝이 조금 허무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작가가 드래곤 바이러스의 3번째 능력에 대해서 조금 더 치밀한 구성을 펼쳤다면 더 멋진 결말을 끌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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