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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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성 사업가의 지난 20여 년간의 기록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묵직한 책 한 권을 있다. 표지의 강렬한 만큼 강렬한 신념에 따라 산 어느 여성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표지의 강렬함,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라는 부제에 대한 호기심과 '블루 스웨터'라는 제목이 갖는 신선한 느낌이 어우러져 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이 계속 생각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그 말의 진정한 의미가 절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얼마전에 읽었던 '나쁜사마리아인들'이란 책이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되었다. 빈부격차!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나라간의 빈부격차 등을 생각할 때 과연 어떤 실천방안을 갖고 또한 어떠한 노력이 뒷받침되었는지 잔뜩 호기심과 기대감에 들떠 책을 읽었다. 요지는 간단했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주기'라고 할까? 기존의 기부형식의 자선사업이 아닌 새로운 형식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방법을 소개하면서, 그 일에 뛰어든 한 사람의 지난 기록이 있다. 그 한 사람이 바로 '재클린 노보그차르'이다.

 

'재클린 노보그차르'는 대학을 졸업하자 어느 은행에서 국제은행가로 활동하다가 더 좋은 자리을 거부하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일까? 역시 처음에는 쉽지가 않았다.

제목 '블루 스웨터'의 의미를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소중하게 입었던 선물받은 블루스웨터를 어느 한 계기를 통해 거들떠보지 않고 버리게된다. 그런데 그 자신의 블루 스웨터를 아프리카의 어느 한 소년이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돌고돌아 버려진 그 무엇인가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리고 르완다에서 소액융자은행 '두테림베레'과 블루 베이커리를 조직하고 운영하면서 작은 성과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가 다시 아프리카로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담고있다. 또한 '어큐먼펀드(Acumen Fund)'를 조직하고 여러 활동을 소개한다.

르완다의 인종대학살 그 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서 그 소식을 접했던 그녀가 다시 르완다로 돌아가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고, 다시 르완다가 '경제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 바로 그 숨어 있던 희망을 보게된다.

 

"...... 가난의 해결책들은 어설픈 감상이 아니라 철저한 훈련과 책임의식, 시장의 힘 같은 요소들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나는 가난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많은 답이 시장과 자선활동 사이에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거창한 이론과 계획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의 관점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아내고자 하는 양심적인 리더십이라는 것도 역시 알았다." (577쪽)

 

전통적인 원조와 기부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선과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어큐먼펀드(Acumen Fund)'!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튼실한 다리 놓기에 대한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과 함께 한 방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기도 하였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의 우여곡절과 희망의 메시지를 한 가득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시작하세요. 완벽한 것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그냥 시작하다 보면 그 일이 당신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겁니다. 댁이 초장부터 일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무튼 초기에는 성공보다 실수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서 골머리를 앓는 일은 그만 하고 최상의 투자 대상이 있나 살펴보고 있는 것 같으면 그냥 앞으로 나가세요." (4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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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 상인 김만덕
윤수민 지음 / 창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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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만덕'이란 인물은 접한 것은 KBS의 한국사傳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정조시대 제주도의 한 여인이 임금을 만나고 금강산을 여행했다는 것!, 그것이 지닌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를 접하면서 크게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는 '김만덕'이란 이름 석자가 내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던 중, 이렇게 그녀의 평생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조선의 여성상인 김만덕'이란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이 커다란 행운처럼 느껴진다.

 

제주도의 한 마을 김씨 성의 무역업자 김응열의 딸로 태어났다. 양반으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던 양인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배가 침몰되고 파산하게 되면서 돌아가시고, 어머니 또한 역병에 걸려 돌아가시게 되면서 갑작스레 고아가 된 만덕은 관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절도죄로 투옥되고, 많은 빚을 지고 풀러나서는 객주일을 시작으로 거상으로 성장한다. 흉년과 태풍피해로 80년만의 큰 재앙앞에 450석의 쌀을 내놓는 자선가로 변모한다. 그녀의 자선이 뒤늦게 왕에게 알려졌고, 왕은 그녀의 2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하나는 왕을 알현하는 것과 금강산을 여행하는 것!

 

제주도에서 태어난 여자는 제주도를 떠날 수 없는 법이 정해져있던 시절, 여자인 만덕은 공식적으로 제주도를 떠나 최초인 여인이었던 것이다. 또한 다른 마을로의 통행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던 그 시절에 금강산을 여행하였다. 역사에 기록이 남아 있던들, 얼마겠는가? 저자도 말했듯이 그녀의 기록 역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이야기로 엮고 있다.

크게 3부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관기가 되기 전의 어린 시절과 관기의 삶은 그녀에게 닥친 곤경만큼이나 뎌디게 느껴졌다. 제주방언을 살리려했던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면서 글을 읽는 속도는 뎌디고 뎌뎠다. 그녀의 고단한 삶의 무게감만큼이나! 어쩌면, 거상이 된 그녀의 삶과 정조를 만나는 등의 익히 알고 있는 그녀의 삶이 너무도 궁금하였기에 더욱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객주일을 시작하는 부분은 너무도 흥미로웠고 이제야 기대했던 김만덕의 삶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재미있고 빠른 속도감이 절로 느껴졌다. 그리고 자선가로 변모하게 되는 배경과 정조를 만나러 서울을 향하면서 보게되는 또다른 세계의 조선의 이야기 그리고 금강산을 여행하고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는 그녀의 연륜만큼이나 차분하게 전개되었다.

 

우연히 알게된 저댁(이환로)의 실체, 아버지 김응열에 대한 복수(?)와 일월연이라는 벼루이야기, 관기가 되기 전에 만났던 사랑했던 양반집 자제 '기' 그리고 피폐한 몰골로 돌아왔던 기, '조류매'와 '예화별곡',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처럼 뜨믄뜨문 등장했던 '오석호'와 만덕의 오른팔 '미녕'과 '시로미'업이의 죽음 그리고 그녀의 경쟁자였던 또다른 제주도의 갑부들 그리고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났던 어느 고관과의 인연 등등의 이야기가 제주도라는 한정된 공간의 특수성과 어우려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 저댁과의 악연과 기(조류매)와의 이야기는 가장 흥미진진했다.

 

조선시대의 여성의 삶은 너무도 가련했다. 그 가련함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그 가련함에 당당히 맞섰던 여성 '만덕'의 이야기지만 18세기 정조시대의 조선과 만날 수 있기에 또한 흥미로웠다. 그 시대의 또다른 모습을 만덕을 통해 면밀히 만날 수가 있었다. 소설에서 살짝 등장하는 연암 박지원, 정약용 등등을 만날 수도 있고 '객주'를 들러싼 상인들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빠르게 변모하는 역동성이 느낄 수 있었다.

 

소설로 만났던 '김만덕'의 삶은 그녀의 당당함과 용기만큼 너무도 고단하면서 처련했다. 하지만 그 고단함 속에서 순간의 꽃으로 피어나기 보다는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당당히 '김만덕'이란 열매을 맺었다. 정조시대 한 여인의 삶을 엿보면서, 지난 삶을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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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시미즈 요시노리 지음, 오유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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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진다. 나의 상상력의 벽을 느끼며, 저자의 상상력에 놀라며, 끝없이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단 여행의 피로는 전혀, 오히려 유쾌, 발랄함이 나를 휘감는다. 아빠와 내가 존 레논을 구하려 뉴욕으로 언제쯤 떠나는 것인지? 그 과정의 개연성이 아주 잘 어우러져 시간을 잊게 만는다. 주인공 '쇼고'의 과거로의 시간여행과 함께 나의 시간은 멈춘듯.......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 두꺼워(나는 물리량 자체가 가벼운 일본소설로 생각했다) 뭔 그리 할 말이 많을까? 싶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쇼고'의 이야기, 그리고 아빠 '다이스케'의 이야기를 차례로 읽다, 존 레논을 구하려 뉴욕으로 가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만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쇼고의 이야기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복잡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까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나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기에 여권발급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쇼고는 태어나기도 전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여권을 만들고 여행이 가능한 것일까? 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신권 화폐가 발행된 상황에서 무일푼이 되버린 상황 속, 아빠를 찾아 그 위기를 극복하면서 아빠와 어울리면서, 아빠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너무도 유쾌하고 솔하게 그려진다.

 

 권위적이며 이기적이고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쇼고의 무능을 탓하면서, 부자간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다. 그리고 쇼고는 아빠와의 갈등을 참지 못하고 2003년 봄에 독립하였다. 하지만 독립 후의 상황을 점점 더욱 꼬이고, 우연하게 타임 슬립을 하게 되어 23년전인 1980년으로 떨어지게 된다. 1980년 5개월간의 과거여행 속, 폴란드인 '알렉'을 통해 돈을 벌고, 사서 에미코, 보육사 이치에, 그리고 친구 류타의 아버지 나오키를 만나면서 두어달의 시간을 보내다, 죽은 존 레논이 아직 살아있는 시기라는 것을 알고 아버지가 존경하는 존 레논을 구하자며 부자가 함께 뉴욕을 간다.

 

아주 유쾌하고 발랄한 부자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제 존 레논을 구하려 떠나는지 계속 호기심을 갖고, 존과 다이스케의 훈훈한 이야기에 빠져버렸다. 나의 상상력을 조금씩 빗나가는 이야기는 나의 한계를 느끼게도 했지만, 그만큼 작가의 상상력에 매료되었다. 너무도 완벽하고, 성공한 아버지가 아닌, 허술하기 그지 없고 연애는 잰뱅인 아빠, 과거의 아빠를 만나며,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장면이 너무도 훈훈하면서 적잖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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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 하 - 김용상 역사소설
김용상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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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上'을 읽고 곧장 下권을 읽기 시작하였다. 은근히 상권에서 이야기하던 조 소용과 세자빈 강씨의 갈등의 내막이 드러날테고, 북경 생활과 영구 귀국하면서 소현세자가 두 달만에 숨지게 되는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감에 들떴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소현세자의 죽음과 그 후의 세자빈 강씨의 죽음)들에 대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갈지 궁금증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첫 차례로 '조 소용'과 인조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 속에서 조 소용과 세자빈 강씨가 사소한 계기로 깊어진 갈등의 원인을 이야기하면서 점점 옹골져 가는 그들의 갈등 양상이 전개된다. 조 소용의 간계로 인조의 무자비함과 무능함이 두각되면서 계속 인조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나에게 인조의 모습은 '남한산성(김훈)'을 통해 형성되었다. 남한산성 안에서 무기력한 임금의 모습과 함께 근엄하게 자리했던 그 후덕(?)한 모습은 사라지고, 여자의 치마폭 속에서 늙고 추레한 모습의 인조가 그려져서 당혹스러웠다. 그러면서 별궁의 노래 속 세자빈 강씨의 이야기에 인조는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이야기할까? 혼자서 상상하며 그려보았다.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귀기울여도 보았다.

 

 세자빈 강씨와 소현세자의 짧은 북경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북경에서의 생활과 그리고 서양 신부 '아담 샬'과의 교우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소현세자가 청이 북경을 삽 시간에 무혈입성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서양 신부와의 교우를 통해 좀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자빈 강씨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8여 년의 볼모생활이 끝나고, 영구 귀국하게 되는 과정과 함께 냉랭한 인조의 태도에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귀국 과정의 냉랭함, 귀국 후의 생활이 처참하다 싶게 그려진다.

구성 전개에 있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소현세자가 죽었다. 물론 귀국 후 2달의 시간 자체도 책의 구성상에서도 짧을 테지만, 갑작스런 죽음을 알면서도 새삼스레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어차피 세자빈 강씨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녀의 그 후의 삶의 이야기가 있기에 당연한 전개였지만 '허망한 그의 죽음'이 정말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불운한 삶이 전개되면서도 명성황후의 '나는 조선의 국모다'처럼 '난 조선의 세자빈이다!' 외치는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불거지고 왠지 모르게 내 속에서도 무언가가 샘솟는 듯하였다.

 

또한 환황녀의 또다른 삶, 수진에 의해 무사가 된 '정이'와 '보성댁'의 이야기, 그리고 귀국 과정에서 옥에 갇힌 '김상헌'과 '최명길'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개혁을 꿈꿨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의 삶이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 속에서 인조와 조 소용, 사대부(서인세력 김자점, 김류 등)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그들의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적극적인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 자기가 어쩔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나의 옹졸함과 비겁함을 반성하면서 그녀의 당차고 용기있는 모습을 내 삶 속으로 가져오고 싶다. 

 

 또다른 세자빈 강씨와 소현세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언제가 '세자빈 강씨'를 소재로 한 책을 본 기억이 있는데 한 번 찾아보았다. 그 중에 '강빈(박정애)' '소현세자(이정근)'란 책이 궁금해진다. 또 어떤 이야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은근히 그대된다.

 

조금 아쉬움이라면 몇개의 오타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그녀의 삶에서 어떤 오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녀의 삶을 대변하듯, 그렇게 당차게 그린 과정에서 왠지 모르게 내가 인지하지 못한 그녀의 오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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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 상 - 김용상 역사소설
김용상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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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훈민정음의 비밀'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세자빈 봉씨 살인사건'이란 부제가 있는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별궁의 노래' 표지를 보면서 바로 그 기억이 떠오름과 함께 '세자빈 강씨'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세자빈 강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책은 살짝 부정적으로 강씨를 해석하고 있었다. 물론 인조와 서인측의 입장과 소현세자, 강씨의 입장에서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다 보니, 내 입장에선 기존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는 느낌이 강했으리라~  내가 세자빈 강씨를 접한 것은 가장 최근의 일이다. 그녀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있으면서 소극적이기보다는 '아녀자'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농업, 무역에서 어느정도 활약을 하면서 인조에게는 못된 며느리, 불충한 신하로 낙인 찍혔다는 정도였다.

 

이 책 '별궁의 노래'를 세자빈 강씨의 회고록 같은 느낌을 가졌다.

'나는'이라는 주체가 바로 세자빈 강씨이면서 청나라 심양관의 생활, 조선으로의 일시 귀국, 무역업과 농사일, 소현세자와의 관계 등등에서 자기 스스로 자기의 입장을 대변하고, 주장하듯 전개되고 있다. 조선에 돌아와서, 소현세자가 귀국 후,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세자빈 강씨에게 찾은 불운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욱더 자신을 대변하듯 느껴진 것일까?

볼모생활의 어려움, 봉림대군과의 갈등 그리고 농사를 짓게 된 과정, 무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 수진과의 만남, 정부인 이윤선과의 만남, 그리고 그녀들의 이야기와 함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일시 귀국의 과정,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가 '별궁의 노래 上'에 펼쳐진다.

'친명배청'의 주류 속에서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들이 책 속에 녹아있다. 강씨의 어린 시절 성품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내재되어 있던 본성을 깨닫고, 진취적인 삶, 개방적이고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서 아내, 엄마로서의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다.

'조선 최초의 여성외교관'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가 않다. 세자빈 강씨와 소현세자가 볼모로 생활하였다지만 한편으로 오늘날의 '대사관'과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이후의 일반 백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환황녀'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도 노예가 된 조선인의 삶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한 '속환' 문제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가장 기억에 나는 것 중에 하나가 압록강을 건너 인삼을 훔치다 잡힌 조선인 서른여섯 명을 구출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전체적인 심양생활의 모습이 그려졌다.

 

조소용과의 갈등이 살짝 엿보이는데, 下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조소용과의 사소한 일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미워하고 대립하게 되는지 그리고 북경에서의 생활, 그리고 귀국 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뭇 기대되고 설렌다.

 

역사에 '만약?'을 얘기하는 것자체가 모순이지만 끊임없이 재해석하면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역사서, 역사소설를 읽는 남다른 재미가 아닐까 한다. 17세기 조선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더 소현세자의 죽음이 아쉬움만으로 가득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세자빈 강씨의 강인함과 함께 인조와 사대부와 맞서 싸우는 그녀의 모습, 그러면서도 한계를 느끼면 울부짓는 모습이 생생하다.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움츠리기보다는 거침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상황을 살피고 지혜를 짜내는 그녀의 용기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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