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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은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몽테스키외)"라는 이 명언이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였다. 솔직히 이 말을 이해하기까지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충분히 즐기며 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가슴 속 아픈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드러내기조차 힘든 그만의 아픔들을 책을 통해 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바로 그런 경험들이 녹아 있는 것이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였다. 독서치유 에세이라기에 처음 생각은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이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을 소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저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사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각각의 사례들은 나의 아픔인 것마냥 함께 공감하면서, 술술 읽히는 재미도 있었다.
상담자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마음을 열도록 어떻게 이끌어내야 하는지, 기술적 방법론도 살짝 소개하면서 심리학 용어나 대화 기술도 조금씩 알려준다.
"상담자는 …… 빙 돌아가는 먼 길을 손잡고 같이 가주는 사람이다. 함께 이정표를 찾아내고, 상대가 지칠 기색이면 함께 쉬면서 기다려주는 사람이다.(31)"
천천히 내담자의 마음이 스스로 열릴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서스럼없이 말하고 있어, 마치 내가 내담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하였다. 실제 내담자들과 읽은 책 16권 중에는 내가 읽은 것은 몇 권뿐이다. 읽은 책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었는지 생각하면서,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보고자 했다.
실제 독서치유 프로그램의 사례는 11가지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난 나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그 중에서 고부간의 갈등을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책을 통해 치유했던 달빛의 이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털어놓는 것이 화두였던 날, 민들레 이야기, 일기를 아버지에게 헌사했다는 물보라의 이야기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살한 아버지를 두었던 수선화, 그녀가 늦둥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갖게 된 두려움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며, 화해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4개의 사례는 아이들 논술 지도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분노를 품고 있던 아이가 마음을 치유하고, 바르게 성장한 것을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절로 흐뭇해졌다. 유년기의 아픔이 삶의 커다란 굴레가 될 수 있지만, 밝고 희망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의 에너지를 느꼈다. 공붓병(스뉴던트 애퍼시, student apathy)에 걸려 힘겨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직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정신건강에 크게 해가 될 수 있는 의학용어는 아이를 보는 마음을 새롭게 해준다.
이번에도 '치유에세이'에 깊이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림, 시에 이어 이번에 책을 통한 치유에세이라~ 왜일까? 계속 물어보았다. 그건 바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그들이 치유의 과정을 겪듯, 나 역시 책을 통해서나마, 그렇게 내 안의 문제와 만나면서, 절로 내 마음을 씻어내면서, 왠지 모를 후련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간다. 책을 매개체로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 속 이야기들을 한 번에 다양한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내 마음도 한 결 가볍고 유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