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 상인 김만덕
윤수민 지음 / 창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김만덕'이란 인물은 접한 것은 KBS의 한국사傳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정조시대 제주도의 한 여인이 임금을 만나고 금강산을 여행했다는 것!, 그것이 지닌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를 접하면서 크게 놀랐던 적이 있다. 그리고는 '김만덕'이란 이름 석자가 내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던 중, 이렇게 그녀의 평생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조선의 여성상인 김만덕'이란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이 커다란 행운처럼 느껴진다.

 

제주도의 한 마을 김씨 성의 무역업자 김응열의 딸로 태어났다. 양반으로의 신분 상승을 꿈꾸던 양인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배가 침몰되고 파산하게 되면서 돌아가시고, 어머니 또한 역병에 걸려 돌아가시게 되면서 갑작스레 고아가 된 만덕은 관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절도죄로 투옥되고, 많은 빚을 지고 풀러나서는 객주일을 시작으로 거상으로 성장한다. 흉년과 태풍피해로 80년만의 큰 재앙앞에 450석의 쌀을 내놓는 자선가로 변모한다. 그녀의 자선이 뒤늦게 왕에게 알려졌고, 왕은 그녀의 2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하나는 왕을 알현하는 것과 금강산을 여행하는 것!

 

제주도에서 태어난 여자는 제주도를 떠날 수 없는 법이 정해져있던 시절, 여자인 만덕은 공식적으로 제주도를 떠나 최초인 여인이었던 것이다. 또한 다른 마을로의 통행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던 그 시절에 금강산을 여행하였다. 역사에 기록이 남아 있던들, 얼마겠는가? 저자도 말했듯이 그녀의 기록 역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이야기로 엮고 있다.

크게 3부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관기가 되기 전의 어린 시절과 관기의 삶은 그녀에게 닥친 곤경만큼이나 뎌디게 느껴졌다. 제주방언을 살리려했던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면서 글을 읽는 속도는 뎌디고 뎌뎠다. 그녀의 고단한 삶의 무게감만큼이나! 어쩌면, 거상이 된 그녀의 삶과 정조를 만나는 등의 익히 알고 있는 그녀의 삶이 너무도 궁금하였기에 더욱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객주일을 시작하는 부분은 너무도 흥미로웠고 이제야 기대했던 김만덕의 삶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재미있고 빠른 속도감이 절로 느껴졌다. 그리고 자선가로 변모하게 되는 배경과 정조를 만나러 서울을 향하면서 보게되는 또다른 세계의 조선의 이야기 그리고 금강산을 여행하고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는 그녀의 연륜만큼이나 차분하게 전개되었다.

 

우연히 알게된 저댁(이환로)의 실체, 아버지 김응열에 대한 복수(?)와 일월연이라는 벼루이야기, 관기가 되기 전에 만났던 사랑했던 양반집 자제 '기' 그리고 피폐한 몰골로 돌아왔던 기, '조류매'와 '예화별곡',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처럼 뜨믄뜨문 등장했던 '오석호'와 만덕의 오른팔 '미녕'과 '시로미'업이의 죽음 그리고 그녀의 경쟁자였던 또다른 제주도의 갑부들 그리고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났던 어느 고관과의 인연 등등의 이야기가 제주도라는 한정된 공간의 특수성과 어우려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 저댁과의 악연과 기(조류매)와의 이야기는 가장 흥미진진했다.

 

조선시대의 여성의 삶은 너무도 가련했다. 그 가련함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그 가련함에 당당히 맞섰던 여성 '만덕'의 이야기지만 18세기 정조시대의 조선과 만날 수 있기에 또한 흥미로웠다. 그 시대의 또다른 모습을 만덕을 통해 면밀히 만날 수가 있었다. 소설에서 살짝 등장하는 연암 박지원, 정약용 등등을 만날 수도 있고 '객주'를 들러싼 상인들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빠르게 변모하는 역동성이 느낄 수 있었다.

 

소설로 만났던 '김만덕'의 삶은 그녀의 당당함과 용기만큼 너무도 고단하면서 처련했다. 하지만 그 고단함 속에서 순간의 꽃으로 피어나기 보다는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당당히 '김만덕'이란 열매을 맺었다. 정조시대 한 여인의 삶을 엿보면서, 지난 삶을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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