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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꼴찌들이 떴다! 꼴찌,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라 할까? 귀엽고 좌충우돌 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란다. 괜시리 호기심 발동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아련함이 밀려들면서~ 청소년소설이다. 부쩍 요즘 많이 접할 수 있어 너무도 기대되면서, 학교로부터는 이제 멀리 떨어진 느낌이지만, 간혹 읽어 나쁠 건 없지 않을까?
달밤의 탈주, 말 그대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온 녀석들, 재웅, 기준, 호철, 성민은 도망을 친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둠이 잔뜩 깔린 시골마을에서 한밤 중에 양 대리 몰래 탈출을 시도한다. 과연 어떤 고다한 일을 한 것일까? 시골마을이란 장소도 그렇고 감시자 몰래 도망치는 상황의 묘사가 생생하여 온갖 나쁜 것들을 상상해보았다. 호기심이 동하여 앉은 자리에서 곧장 읽게 되었다.
탈주를 시도했던 실업계 기계과 3학년인 네 명의 아이들은 외딴 산골 마을(추동리)라는 곳, 고압 송전 철탑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게 된다. 실습생으로 취직한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그리고 5일째, 더이상 참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하였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양 대리의 회유와 감시 속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한 달 월급날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3개월의 시간이 흐른다. 그 속에서 추동리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또한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으면서 어른들의 삶 속으로 서서히 들어오게 된다. 조립팀과 기초팀간의 다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추동리 마을사람들과 천마산업간의 갈등, 더덕 도난 사건, 음주운전 등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발칙하면서 유쾌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 3개월 동안의 이야기다. 아무 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졸업을 앞둔 아이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취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라진 좌절감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일, 그리고 산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굵직한 사회 문제들이 고루고루 양념이 잘 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유쾌하면서도 한 구석 가슴 시린 이야기가 있다. 이 네 명의 아이들의 눈은 통해 부조리한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또한 이들이 성숙하는 과정들을 통해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갈등과 화해, 죽음과 삶(주인집의 송아지 탄생, 희진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꽃상여의 등장), 도시와 농촌의 괴리감, 역사, 그리고 현실 속 사회와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유쾌하면서 발칙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반전과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있는 착한 소설이다. 69 sixty nine(무라카미 류)과도 닮은 듯 다른 이야기, 함께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인생엔 별별 난관이 다 있는 거야.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고. 그래도 이겨 내야 해! 저 벼며 콩이며 깨를 좀 봐라. 봄부터 모진 비바람에 가뭄, 땡볕, 폭우, 다 견뎌 내면서 여물어 가잖니?" (312쪽)
- 주인집 할아버지가 재웅과 성민이에게 이야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