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희망편지
매트 슬라이.재이 패트리키오스 엮음, 김인숙 옮김 / 스타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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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발상이 은근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편지들로 가득찬 책인 줄 몰랐다. 단순히 제목만 보고, 어떤 한 사람이 끊임없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생각했다. 하나의 일기장처럼. 지난 일기장을 들추는 기분과는 또다른 느낌을 갖게할까? 그리고 내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책을 들었다. 그리고는 책이 내게 포근하게 안겨버렸다. 푹신함 느낌이 손으로 전해지면서......

이 책의 편지들은 여러 사람들이 쓴 편지를 엮은 것이다.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면, 받기로 한 날짜에 다시 저장된 메일로 편지를 보내주는 사이트! 그것이 바로 FutureMe.org! 그곳에 쓰여진 편지들 중, 공개된 편지들을 여러 개 묶어놓은 책이 '미래의 나에게(Dear Future me)'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의 편지들은 총 6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에서 '실패와 이별하기, 사랑 더하기'가 가장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들이었다. 정말로 단순하면서 적나라하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써내려간 이야기여서 그럴까? 대부분의 편지들은 나의 고민들, 사소한 일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5월과 어울리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들로 있다.'가족의 힘'의 첫번째 편지를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한국'에서 할아버지가 오실 날만을 기다렸다는 이야기에 지난 밤 동공이 활짝 열리며, 나 역시 할아버지를 추억해보았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다른 이의 편지들을 통해 끊임없이 나와의 이야기에 귀기울게 된다는 점이다. 아주 가볍게, 그리고 스스럼없이 저절로 묻고 또 물어본다. 존재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할 수 없는 내 머리 속에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하여 나 역시 또다른 타자인가?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나일까? 아니면 또 다른 나들의 집합일까? 또 질문하고 또 질문하게 된다.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들 속에는 지금의 나와 미래의 너로 분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과거의 연속으로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면서, 생각은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물론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끊임없이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나는 내게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렇게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읽었는지 아니면 끊임없는 나와의 시간을 보낸 것인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소소한 일상들, 가슴 쓰라린 이별 이야기, 사랑의 설레임,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 속에서 기발함이 묻어나오기도 하면서 계속 책을 읽게 된다.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이 그렇게 다른 이들의 편지를 통해 웃고 울다보니, 그 속에서 여럿 나를 발견하였다. 하지만 책을 통해 늘 반성하는 나를 만나고, 그리고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또한 용기와 희망을 찾는다.

 

"....... 인터넷으로 시간을 허비하며 걱정을 잊으려 하지. 지금 보니, 컴퓨터가 꼭 tv같아. 아무 뜻없이 무심하게 화면만 깜빡거리는 게. 기운 내. 큰 꿈을 위해...... (167)"

 

무료한 시간을 tv로 달래던 시절을 지났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인터넷이 비집고 들어와 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이가 여기 또 있네...... 컴퓨터를 당분간 조금을 멀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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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2 - 사랑과 권력을 가슴에 품은 최초의 여왕
한소진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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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1>에서의 용춘, 용수 그리고 덕만과 천명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덕만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역사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이기에 덕만이 왕이 되는 과정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을 짐작하면서도 좀처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권력투쟁의 정치이야기인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애절한 사랑, 사랑이 넘치는 심리묘사들이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덕만과 천명의 엇갈린 운명이 이미 예고되었기에 그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며 읽었다. 천명은 왕이 되기위해 마지막 성골 남자 중 장자인 용수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차남이 용춘은 마음에 두었던 천명이기에 결혼생활을 삐그덕거리면서 용수와 천명의 그릇된 행동으로 결국 옥새를 빼앗기에 출궁하게된다. 그리고 진평왕(백정)은 덕만과 용춘을 결혼시켜 덕만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덕만에게는 시련이 끊이지 않는다. 덕만을 암살하려는 시도, 지귀의 죽음, 그리고 용춘과의 어쩔 수 없는 이혼(?) 그리고 친숙부 백반과의 결혼 등 실타래는 얽히고 얼힐 뿐이다.

 

대홍수 이후, 덕만은 왕위승계자로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지만 '여자'라는 것, 최초의 여왕이 된다는 것이 가진 한계와 맞부딪히며 극복하는 과정에서 용수와 미실, 보종(미실의 아들) 그리고 용수와 천명의 화해 등등 또다른 인간관계의 갈등와 용서, 화해가 이어진다. 그 중에서, 미실에 대한 복수, 그리고 미실의 개과천선(?) 그리고 용춘과 덕만의 애절한 사랑이 흥미로웠다. 골품제도 속 성골의 순수혈통 유지를 위한 근친상간에 대한 반감은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따지고 보면 용춘과 덕만의 관계도 근친이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에 빠져들었다. 여왕이기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마저 절제해야 했던 선덕, 그리고 그런 그에게 힘이 되주는 연인 용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충성(지귀, 두풍, 비형)은 그 문란함이라는 오늘날의 잣대를 말끔히 지워준다.

 

<선덕여왕1,2>를 통해 신라의 역사를 세세하게 만날 수가 있었다. <선덕여왕 1>이 미실을 중심으로 한 권력 암투 속 인물들간 갈등를 다루었다면 <선덕여왕 2>는 덕만을 중심으로 권력 속 화해와 사랑 이야기에 더한 무게감이 실린 듯하다. '사랑과 권력을 가슴에 품은 최초의 여왕, 선덕을 만나면서, 역사 속  인간의 애처로운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선과 악의 극명한 대립은 여전히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악은 없는 듯, 오히려 그런 선악은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졌다. 인물들간 갈등은 너무도 쉽게 용서하고 화해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용수와 용춘의 다른 태도(용춘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만, 용수는 그렇지 못한다.)도 많은 생각을 갖게하지만, 미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용수는 나약한 한 인간, 미실 앞에 금세 연민을 느끼고 용서하는 과정이 한편으론 맥없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다사로움으로 인간 하나하나를 안고자 했던 작가의 마음이라 여기며, 가우뚱 거리면서도 환하게 밝아지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용수와 천명의 화해, 미실과 덕만의 화해 등등의 과정 또한 그러하였다. <선덕여왕1,2> 속 많은 인물들은 권력이 아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애절한 사랑에 아파하는 모습들로 한 가득이었다. 

 

이번에 만난 <선덕여왕1 2(한소진)>을 통해 기존에 이미 '선덕여왕'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다른 선덕여왕의 이야기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다른 선덕여왕은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지 은근 기대된다. 또한 춘추와 유신의 이야기 그리고 진덕여왕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점점 삼국시대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터인데 나는 아직 모른다.

 

 

"....... 어차피 사람이란 각기 처한 상황에서 언제나 최대한의 이익을 보기 위해 사랑가는 동물이 아닌가. 어떤 일에서도 손해는 보지 않으려 애썼고, 비록 손해를 본다 해도 반드시 더 큰 것으로 보상받을 것이라 믿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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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1 - 사랑과 권력을 가슴에 품은 최초의 여왕
한소진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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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의 이름만 알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선덕여왕이 이룬 업적이나 선덕여왕 시대의 신라의 모습, 그리고 삼국의 관계등에 대해 그다지 떠올려보지 못했다. 뒤돌다보면, 단순히 어떻게 여왕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정도의 순간적 호기심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것이란,  최초의 여왕, 그리고 고려 몽고의 침입으로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 정도였다. 그런데 치열했던 삼국 시대, 온몸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선덕여왕의 그 쓸쓸한 최후을 만나게 될 즈음, 우연히 소설 <선덕여왕(한소진)>을 서점에서 만났다. 진열대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선덕여왕'이 왠지 낯설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책을 읽으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는 신라의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물론, 너무도 지금의 우리와 다른 것이 없지 않은가? 정말 이처럼 우리와 닮았을까? 이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생활했을까? 이처럼 의아스러운면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흥미로운 전개에 쉽게 매료되었다.

 

신라의 골품제도 그리고 그 속 성골의 순수혈통과 관련한 번잡한 근친상관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실타래가 엉키고 엉킨 듯 머리 속이 복잡하게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또한 1권을 가득 메운 '미실'이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작은 후회가 밀려왔다. 소설 <미실(김별아)>는 내 책꽂이에 꽂혀있다. 그런데 꽂혀만 있다. 너무도 복잡한 관계도로 인해 머리 속에서 살짝 거부한 것이 이내 방치되었다. <선덕여왕1>에 등장하는 미실이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절로 흥미롭게 하였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언능 <미실>을 읽어야겠다며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 가난한 백성들의 슬픔에 목이 메어온다는 것이 왕으로서의 갈 길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얼마 전부터 그는 말수가 적다는 것이 소심함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옹아리를 시작한 아이처럼 사람들과의 대화에 종종 끼어들기 시작했다. 풍류를 즐기는 취향도 방탕이라 여기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내면에서 솟아나던 흥도 멋도 억누르며 왕의 품격을 갖추어야 했다. 눈물로 감추고 동정심도 짓눌러야 했다. ....." (27)

 

화백에 의해 폐위된 왕 진지왕(금륜)의 모습은 너무도 낯설었다. 역사속 진지왕은 음탕, 방탕함으로 인해 회백회의에서 폐위시킨 최초의 왕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진흥왕의 뒤를 이었음에도 왕이 신하들에 의해 폐위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무력한 사람이라 생각되었는데 <선덕여왕1> 속 진지왕은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 사도와 미실에 의해 왕이 되었던 '금륜'은 왕이 되길 거부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그의 인간 됨됨이는 기존에 알고 있던 백성을 온몸으로 살아했던 '세종대왕'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절로 안타까운 마음들로 가득찼다.

 

미실과 사도의 권력욕에 의해 신라는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미실의 권력욕과 진평왕(백정) 그리고 왕후 마야의 이야기를 뒤로 한채, 나는 '두풍'이란 인물과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 '덕만'의 이야기에 빠졌다. 그리고 예쁘고 마음씨 고운 '천명'을 통해 부모님에 대한 나의 모자람을 여실히 느꼈다.

천하지만 갖은 재주를 갖은 '두풍' 그는 진지왕과 '덕만'을 연결시켜 주면서 '덕만'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후견인같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덕만'의 모습은 내 머릿 속 '세종대왕'과 또한 겹쳐졌다. 책 속에도 소개되지만 '천명'이란 언니가 있음에도 차녀로 왕이 되었다. 총명하고 배우기 좋아하는 덕만 그리고 천한 것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는 자비로움, 그리고 굳은 끈기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의지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어린 덕만에게 느껴지면서 왕이 될 필연성을 각인 시켜주었다. '준비된 자만이.....'란 말이 계속에서 내 마음 속에 떠다녔다.

 

작가의 말을 보면 "남자들의 뒷전에 묻혀 살아왔던 궁궐 여인들의 사랑과 욕망을 여자의 눈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라고 나와있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드는 생각들 또한 바로 그러했다. 사도와 미실을 시작으로 만호, 마야, 덕만, 천명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중심이 되어 글이 전개된다. 어미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자식, 힘없는 왕이 되어 어미의 말에 순종해야 하는 아들, 그리고 사랑이 아니 여자의 몸을 탐하게 그것에 노예가 된 남자을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기존의 권위적인 남성 위주의 전개와 다른 느낌이 더욱 여성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여성들간의 암투 속에서 '권력'의 노예처럼 보이는 미실도 한없이 처량한 한 여인으로 느껴진다. 덕만과 미실의 대립각을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선과 악의 대립이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느껴졌다. 더 나아가 모두 애처로운 인간의 모습들 뿐이란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네들의 속내는 너무도 인간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보인다.

 

 "덕만은 외롭게 남겨진 이 형제를 위해 자신이 무엇이라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명과 덕만,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생각은 훗날 그녀들의 운명을 뒤바꿔 놓기에 이르렀다." (233)

 

과연 덕만과 천명의 뒤바뀐 운명이 어떻게 그려질지 셀렌다. 천명이 사모하게 되는 진지왕의 아들 '용춘'이 소설 끝에 등장하면서, 어머니 '지도'와 할머니 '사도'가 비구니가 되어 궁을 떠나면서 용춘과 용수의 삶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용춘과 천명 그리고 덕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선덕여왕2>의 이야기가 사뭇 기대된다. 또한 화공 지귀와 덕만은 과연 어떻게 될지? 신라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울 뿐이다. 자연스레 역사를 만나고, 그 속에서 진정 인간냄새 가득했던 소설 <선덕여왕1>이었다.

 

 

"...... 저뿐 아니라 모두들 어마마마께 그런 말씀을 아뢰겠지요. 자신을 다스릴 사람은 오로조 자신밖에 없다고. 그러나 그 말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하든 함께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어 서로 아픔을 같이 나눌 때 그 응어리들이 풀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되옵니다. 저 역시 이제부터는 어마마마의 아품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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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화 순례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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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화 순례? 왠지 생소했다. 현대서울과 전통의 서울은 나에게 따로 국밥처럼 여겨졌다. '곁에 두고도 몰라본 세계적인 문화유산 서울'이라 소개하는 이 책은 너무도 많이 몰랐다는 전통 문화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다. '서울'이란 것 자체가 낯설다. 아주 어린 적 구경갔던 63빌딩에 대한 기억을 제외하면 아무런 추억거리가 없다. 그리고 지금도 일년에 한두번 정도 그것도 볼일있어 휑하니 갔다가 바로 돌아오기 일쑤니, 서울을 제대로 느껴본 적도 없다. 또한 매냥 지하철만 타고 다니니, 지상의 서울은 전혀 알지 못한다 해도 뭐~

그래서인지 책으로나마 서울의 전통을 느껴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낯설기만 한 서울 그 속, 우리 전통문화를 만날 수가 있었다. 풍수지리에 입각한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남산, 경복궁, 북촌, 창덕궁, 국사당, 종묘, 성균관, 조계사, 인사동 마지막 홍대앞으로 차례로  돌아볼 수가 있었다.

 

애국가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내겐 단순히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남산 위에 소나무 군락(?)이 있다! 그 남산 소나무가 한반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41)는 그것이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이리 비틀리고 저리 비틀리며,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실재한다는 것이 충격에 가까웠다. 그리고는 곧바로 일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어, 못 볼 걸 본 것마냥 짜증이 밀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제의 폐해뿐일까? 우리의 무분별한 개발과정 속, 생각없이 마구잡이 복원의 상처가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다.

 

 "...... 현대의 한국인들은 미의식이 하도 떨어져 무엇이 아름다운지 잘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곳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에 그다지 능하지 못하다."(289)

 

'경복궁'을 소개하면서 우리 문화에 깃든 정신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국과 비교하면서도 그 속에 우리만의 정신을 건축물에 투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더욱 멋지게 보기 위한 자리, 각도 같은 것을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옛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전에 어느 한옥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틀을 통해 산안개가 자욱한 앞산을 내려보는 풍경에 마냥 신선노름하듯 진귀하게 느껴졌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허공에 떠있는 것이 아닌, 자연을 우리들 삶 안으로 깊이 안으려했던 옛 조상들의 풍치가 절로 느껴졌다.

비대칭의 미학(비균제적asymmetrical) 속 자유분방한 기질의 모습, 한국적인 골목길의 모습을 '북촌, 창덕궁'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종묘'의 그 웅장함의 이유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조계사'를 통해 뉴스 속 중들의 폭력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스님의 생활 그 속에도 역시 일본의 잔재가 뿌리깊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식민시대의 청산을 우리가 얼마나 극악무도하게 대충했는지 그리고 그로인한 반목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내가 만난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사당'이었다. 무교, 무속인에 대한 편견, 종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끼면서도 나의 이중성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왜 한국적인 것을 대표하는 것에 이들의 사진이 빠지지 않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질문의 해답이 책 속이 고스란히 있다.

어린 적 향교에서 제사란 것을 드린 적이 있었다. 난 구경꾼도 아닌 방관자였다. 지루하기 그지 없는 것을 왜하는지도 모른채,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제사라는 것의 의미를 '성균관'을 소개하는 것을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기도 하였다. 유교에서의 교육이란 것인 단순한 경전암기에 그치는 것은 너무도 왜곡된 것이었다. 내가 역사서를 좋아하는 것과 같이 옛선배(?)를 통해 오늘의 지혜를 갈구했던 그들의 정신이 어쩌면 내 속에도 자리하고 있을지......

 

<서울문화순례> 말 그대로 책을 통해 전통의 서울을 이곳저곳 누볐다.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또한 어려운 숙제를 하나 남겨주었다. 조금씩 서울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요량으로 몇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직 미적미적인 상태였다. 책을 읽으면 으레 느끼게되고, 다짐하는 것! 또 해본다. 내 빠른 시일내 경복궁이랑 창덕궁 정도는 가봐야겠다. 그리고 좀더 올바르게 우리 문화, 전통의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너무 게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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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고려왕조실록 -하
한국인물사연구원 지음 / 타오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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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정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단순히 왕들의 실체만을 알고 싶었을까? 아니다. 왕이 중심이 되는 역사 속에서 그들의 긍정적인 면모를 아주 조금이라도 기대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을 텐데~. 하지만 <이야기 고려왕조실록 下>를 통해 만난 왕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무신 정권 속 유약한 왕들과 원간섭기의 무책임하고 방탕한 왕들만을 만나고 말았다. '정말 이 정도까지였을까?' 싶은 정도로 너무도 몰랐던 왕들의 실체는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은 것 일색이었다.

 

지금껏 무신정변기 고력의 역사는 무신들의 권력 투쟁이었다. 그런 반목 속에서 몽고의 침입 그리고 무참하게 폐허가 된 고려, 그리고 고단한 백성들의 삶이 전부였다. 이 책은 이런 역사 관점에서 살짝 고개를 돌리고, 왕 중심으로 왕의 입장에서 서술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허수아비 신세의 왕들은 너무도 유약하였다. 그러면서 권력의 쓴맛을 맛보야했다. 인간의 끝없는 야욕이 빚는 잔혹함과도 마주해야 했다.

 

권력에 맞써 응징하려는 흐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신 집권기 속 끊임없는 전란과 어느 정도 개선의 노력을 보인 왕들의 모습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 힘은 너무도 약했기에 무력했던 인간의 모습만이 가득하다. 무신 경대승이 병으로 죽자, 천민 출신의 이의민이 집권하는데, 명종의 유약함이 작용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폐위와 죽음의 두려움이란 철창에 스스로 갇힌 채, 명종의 선택은 왕권 회복이 아닌 무신집권의 연장이었다. 반대로, 최충헌을 제거하려 했던 왕 희종과 승려들의 음모는 짧지만 긴박감이 느껴지면서 흥미로웠다.

 

내게 있어 기존의 충렬왕은 긍정적 이미지였다. 그런데 "원복속화의 길을 앞당기다"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충렬왕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영토회복의 의미가 축소되면서, 몽고 풍속을 강요하는 충렬왕의 언행, 그리고 호복을 입지 않는 대신을 회초리로 때리는 모습 등은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의 왕들의 권력관계, 그리고 충선과 충렬의 갈등, 그리고 고려말을 하지 못하는 왕, 고려를 신하에게 일임하고 원에서 생활하는 왕들, 왕권을 둘러싼 갈등과 싸움 등은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좋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너무 적나라하게 왕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럴 것이란 기대감에 기분 좋게 책을 들었지만, 그 진실은 너무도 잔혹하였다. 고려 후반의 왕들은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물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왕의 모습도 있지만, 전체적인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인간적 좌절, 절망에 빠져, 끊임없이 퇴행, 방탕, 무기력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겠다며, 그들을 안타까워해야할까? 몰랐던 역사의 진실은 아주 무자비하고 잔인하였다. 그 속에서 한 자락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도 힘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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