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궁의 노래 - 상 - 김용상 역사소설
김용상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해 '훈민정음의 비밀'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세자빈 봉씨 살인사건'이란 부제가 있는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별궁의 노래' 표지를 보면서 바로 그 기억이 떠오름과 함께 '세자빈 강씨'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세자빈 강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책은 살짝 부정적으로 강씨를 해석하고 있었다. 물론 인조와 서인측의 입장과 소현세자, 강씨의 입장에서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다 보니, 내 입장에선 기존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는 느낌이 강했으리라~  내가 세자빈 강씨를 접한 것은 가장 최근의 일이다. 그녀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있으면서 소극적이기보다는 '아녀자'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농업, 무역에서 어느정도 활약을 하면서 인조에게는 못된 며느리, 불충한 신하로 낙인 찍혔다는 정도였다.

 

이 책 '별궁의 노래'를 세자빈 강씨의 회고록 같은 느낌을 가졌다.

'나는'이라는 주체가 바로 세자빈 강씨이면서 청나라 심양관의 생활, 조선으로의 일시 귀국, 무역업과 농사일, 소현세자와의 관계 등등에서 자기 스스로 자기의 입장을 대변하고, 주장하듯 전개되고 있다. 조선에 돌아와서, 소현세자가 귀국 후,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세자빈 강씨에게 찾은 불운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욱더 자신을 대변하듯 느껴진 것일까?

볼모생활의 어려움, 봉림대군과의 갈등 그리고 농사를 짓게 된 과정, 무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 수진과의 만남, 정부인 이윤선과의 만남, 그리고 그녀들의 이야기와 함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일시 귀국의 과정,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가 '별궁의 노래 上'에 펼쳐진다.

'친명배청'의 주류 속에서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들이 책 속에 녹아있다. 강씨의 어린 시절 성품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내재되어 있던 본성을 깨닫고, 진취적인 삶, 개방적이고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서 아내, 엄마로서의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다.

'조선 최초의 여성외교관'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가 않다. 세자빈 강씨와 소현세자가 볼모로 생활하였다지만 한편으로 오늘날의 '대사관'과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이후의 일반 백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환황녀'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도 노예가 된 조선인의 삶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한 '속환' 문제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가장 기억에 나는 것 중에 하나가 압록강을 건너 인삼을 훔치다 잡힌 조선인 서른여섯 명을 구출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전체적인 심양생활의 모습이 그려졌다.

 

조소용과의 갈등이 살짝 엿보이는데, 下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조소용과의 사소한 일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미워하고 대립하게 되는지 그리고 북경에서의 생활, 그리고 귀국 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뭇 기대되고 설렌다.

 

역사에 '만약?'을 얘기하는 것자체가 모순이지만 끊임없이 재해석하면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역사서, 역사소설를 읽는 남다른 재미가 아닐까 한다. 17세기 조선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더 소현세자의 죽음이 아쉬움만으로 가득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세자빈 강씨의 강인함과 함께 인조와 사대부와 맞서 싸우는 그녀의 모습, 그러면서도 한계를 느끼면 울부짓는 모습이 생생하다.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움츠리기보다는 거침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상황을 살피고 지혜를 짜내는 그녀의 용기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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