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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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황석영은 요즘 내게 사랑을 속삭인다. ‘사랑’하라고, 아프고 쓰라리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하라고 내게 강권하는 느낌이다. 그 어떤 연애소설보다 간절하게. 그러면서 그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풀어내며 질문을 한다. 우리가 봐야 하는 현실 그 자체를.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지? 요즘의 그의 글은 내게 그렇게 다가온다.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요. 왜 우리 애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요.” 누군가의 자살이 한 개인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너무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에 매달려왔던 세대와 또 너무도 많은 것을 포기하며, 그 한 가지조차 무엇인지 모르는 세대, 아니, 더 이상 포기할 것이 없는 세대의 언저리에 나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작은 돌파구를 찾았다고 안도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덧, 기성 세대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우리 애들인 동시에 다음의 우리 애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음의 우리 아이들을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명확한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흐트러지지 않고, 조금은 더 진솔하게, 거리낌 없이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 역시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책임지질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우 좀 사랑해주지그랬어.”라는 순아의 말에 온몸이 아려왔다. 울컥했다. 내 이기적 욕망과 현실에 급급해 ‘사랑’을 논할 여유가 없다며 자조하며 살고 있지만, 내 마음 속 심연 어딘가에서 사랑을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서툰 감정을 들킬 새라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그의 마음이 와 닿을까봐 밀어내기 바빴다. 그렇게 도망치며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웃고 마는 우희처럼 ‘사랑’ 그 앞에서 그저 웃고 만다.

 

오랜만에 책을 펼쳤다. 책을 펼쳐든 내 모습, 책 속의 활자들,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나의 시선, 그 하나하나가 어색했다. 그래서일까? 1과 2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는 완전 다른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그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리라 생각하다가, 당황하기도 하였다. 『해질 무렵』을 시작으로 2016년은 책과 사이좋게 친밀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려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책 속의 이야기들 속에서 즐겁고, 때로는 가슴 아리게 삶이 이모저모에 익숙해져 가야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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