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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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제목만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거지? 번쩍 눈에 띄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순간, 제목 하나만으로, '어라~ 디자인? 낚인 거 아녀?' 하며 불안감도 찾아왔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란 자괴감 비슷한 그것, 또는 유행에 둔감한 '촌뜨기'인 나를 보면서 슬슬 걱정이 되었다. 예술이 어쩌고, 미술이 어쩌고 그런 어려운 말들이 장악한 이론이야기를 하면 던져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뒷표지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그런 걱정들은 한 방에 날릴 수 있었다. 몇 글자 읽지도 않고 '어 이거 재밌네'하고 생각했다면 '뻥'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진짜 빵빵 터지는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한 가득이다. 읽다보면, '디자인'은 어디로 갔지? 순간 당황스러움에 괜시리 노심초사하게 된다. 디자인 이야기한다면서, 어느 땐 리어카로 이삿짐을 나르는 청춘의 이야기에서 부동산 이야기로 넘어가니, '혹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도 하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니, 저자의 화술에 놀라운 뿐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홍동원, 동녁> 똥구멍 같은 원초적 웃음은 아니지만, 가히 재밌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넘친다. '디자인'이란 걸 쉽고 아니,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 '디자인'에 대한 그럴듯한 무엇인가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의 '가치'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세뇌당했을까? 하지만 타당한 논리로, 자기의 일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니, 절로 수긍하게 된다. '우동 맛 같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이 아리송했지만, 그렇게 친숙하고 쉬운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디자인' 그 자체보다 세상 사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치, 그리고 그 세상에 숨겨진 뒷이야기가 아주 많아, 흥미로웠다. '광고'의 속성을 까발리는 이야기가 어려 있다. 짐짓, 여러번 들어본 '광고'의 이면이었지만 또 충격적이었다. 300원 아이스크림 뒤, 자상한 아버지를 대신하겠다는 숨겨진 전략에 다시 한 번 또 놀랐다. 그만큼 나 역시도 광고 속 노예로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한글에 대한 이야기, 파워포인트 속 한글이 아름답지 않다는 이야기(초등학생 아들도 알아보는 것은 나는?), 교과서의 로또 이야기, 자동차 번호판 이야기 등등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한 '디자인'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그 속에 숨은 뒷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독도'에 비견되는 독일의 '헬고란트'이야기, 에스컬레이터의 '두 줄 서기' 운동에 감춰진 비밀 또한 기억에 남는다.  물론 '디자인' 세계의 한계, 그 한계를 규정한 우리의 사고 속 부조리에 통감하게 되지만, 살짝 뒤로 미뤄본다.

 

우리의 캐릭터를 찾자는 취지의 프로젝트 이야기-우리나라 신화책 만들기-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 일본만화에 길들여진, 지극히 일본만화를 여전히 즐기고 있는 세대다. 하지만 얼마전, 사촌 동생과 함께 만화를 보다가, 만화 속 아이들이 '씨름'을 하자 하면서 두 줄을 긋는 것에 깜짝 놀랐다. 왜 씨름이 두 줄을 긋고 밀치는 게임이 되었단 말인가? 같은 논지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캐릭터를 찾으려 의기투합하는 이야기에 절로 '으쌰으쌰'해졌다. 그렇지만 이내, 바람 빠지는 소리에 실망스러웠지만, 과연 나는 진정 우리 문화를 얼마나 즐기고 있던가? 자문하다보면, 고개를 숙이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돈 없고, 돈이 있는 곳에 뜻 없다'라는 말이 담고 있는 지금의 우리 세태를 돌아보게 된다. I love NY, 지하철 노선도를 통해, 본 디자인의 위대함 - "디자인은 이데올로기나 종교의 한계도 넘는다."(65) -도 느끼며, 5000년 역사 속, 우리들의 이야기에 좀더 귀기울여야 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된다.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은 세계를 잘 보았다. 그것도 아주 흥미롭고 재밌게 보았다. 낯선 세계, 전혀 뜻밖의 세계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역사, 세계의 역사도 만나고, 우리의 세태에 대해서도 낯낯이 고발하는 듯해, 가슴 한 쪽이 아리기도 하였다. 제목이 주는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가볍게 '디자인'의 세계 아니 홍동원의 이야기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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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커피 2009-06-11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보고 갑니다. ^^
 
오렌지비치 - 꿈꾸던 삶이 이루어지는 곳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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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앤디 앤드루스'를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는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은 많이 들어보면서도 '자기계발서'계열의 책이란 이유로 천시하며, 스믈스믈 피어오르는 작은 호기심조차 스스로 적대시했다. 하지만 얼마전,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를 우연히 접하면서, 앤디 앤드루스 이야기에 빠진 사이에, <오렌지 비치>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단번에 손에 쥐었다. 여행 가는 버스 안에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읽었다. 이야기 하나하나의 호기심과 기대감이 드높아지면서, 내침걸음을 걷게 될 것이다.

 

'오렌지 비치'라는 어느 해변 마을, 앤디는 우연히 '존스'를 만나게 된다. 아니, 낡은 여행 가방을 든 '존스'가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해변 어는 작은 '동굴'같은 곳에서 노숙을 하며, 절망에 빠져 있던 앤디에게 '존스'가 찾아와 이야기를 하고, 책을 빌려준다. 알 수 없는, 거부할 수도 없는 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존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책에 빠지면서 스스로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된 앤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핸슨 부부, 워커, 월로, 리치, 헨리, 제이슨의 6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존스는 여행 가방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사라져버린다. 그 속에 다양한 종류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

 

'존스'는 '관점의 차이', '관점의 변화'를 줄곧 이야기한다. 물론 많이 들어본 말임에도 이처럼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은 <오렌지 비치> 속 이야기의 힘이다. 나이, 사랑, 이혼, 인생의 여러 화두들을 맛갈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혼의 위기에 처한 핸슨 부부(배리, 잰)의 이야기 그 첫번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통의 어려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언어, 몸짓의 표현들을 네 가지로 나눈 것이 흥미로웠다. '고양이, 강아지, 금붕어, 카나리아'라는 동물들을 비유하여, 사랑의 네 가지 표현법을 이야기하는데, '과연 나는 어떤 사랑의 표현을 선호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칭찬', '배려와 행동', 접촉'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와 같은 선호의 방식에 귀가 솔깃하였다.

 

"첫째, 힘든 시기에도 그런 시련이 삶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부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삶은 워낙 오르막과 내리막을 되풀이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힘든 시기가 닥쳐도 당화하고 놀란 건 없습니다. 누구나 위기를 맞고, 위기를 벗어자면 또 위기를 맞이하니까요. 결국, 위기는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112)

- 시련 앞에 당당히 맞설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작은 용기, 아닌 커다란 용기와 지혜를 한 가득 안겨준다. 어떤 삶이고, '작은 변화'가 아니라는 '나비효과'의 이야기도 새삼 흥미로웠다.

 

"우리는 남들은 행동으로 판단하면서, 자신은 의도만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있어. 하지만 행동하지 않은 의도는 모욕이네. '당신에게 꽃을 갖다 주고 싶었어. 그런데 못했어.' '시간에 맞워 끝내려 했는데,' '생일에 꼭 가려고 했는데.' 이런 말처럼 말이야." (176)

- 휴, 이 글을 읽는 순간 어찌나 뜨금하던지, 나역시 다른 이들은 행동을 통해 판단하면서, 전작 나 스스로는 무수한 의도들에 만족하면서, 늘 후회와 변명에 급급했던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행동하지 않은 의도들, 책을 통해 느꼈던 순간적 감동, 그리고 결심들이 얼마나 나 스스로에 대한 모욕이었던가? 아직까지도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지 않았으니, 할 말이 없지만, '의도'가 아닌 '행동'의 변화, 그 작은 실천의 힘을 다시 한 번 크게 느끼면, '아자자' 기운을 돋우어 본다.

 

예전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에서 읽었던 내용도 눈에 띄지만, 해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어울러지면서 더욱 호소력이 짙어졌다. 단 번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로 나를 변화시킨다. 훌쩍 떠난 여행 속, 나는 <오렌지 비치>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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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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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우리 옛말이 있다. 그리고 짧은 투병 생활 또한 흔히들 호상이라고도 한다. 우리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그러셨다. 자식들 복이라면, 내 기억 속 장례식장 분위기는 마냥 슬픔보다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애잖아 그 무엇가가 끔틀거리며, 아려오긴 하지만, '죽음'은 아직 나와 별개의 문제처럼 무관심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최근 나는 살짝 두려움에 몸서리친 적이 있다. 시간이 없다며 다급함과 초조함을 느꼈다. 또한 외할머지의 죽음에 문득, 엄마의 쓸쓸함(? 다른 표현이 더 적절할텐데 떠오르지 않는다)을 느끼며,  삶을 이어주는 하나의 끝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 허전함 같은 것을 연상하면서 엄마가 오히려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절로 가족의 소중함, 형제의 각별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책의 소개를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정도야 다르겠지만 어머니의 두려움은 나의 두려움과 다르지 않다. 우리 둘 모두 그 암흑이 두려운 것이다." (263)

- 두 모녀의 두려움의 또한 나의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아닐까?

 

이 책 <어머니를 돌보며>는 그렇게 스쳐갔던 지난 생각들은 곱씹게 해준다. '죽음'과 마주한 엄마의 투병생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담담한 어조가 낯설고 어색하여 처음에는 집중이 되지 않기도 하였다. 올해 초에 읽었던 <고향사진관, 김정현, 은행나무> 속 이야기가 선명하게 기억되어,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담담한 서술이 먹먹하게 가슴을 치고, 냉철함 속에서 나를 또렷하게 응시하게 된다. '과연 내 처지가 저자와 같다면?'을 시작으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질문하고 또 질문하였다. 또한 나는 '죽음'과 어떻게 마주해야할까? 무성의했던 일상을 뒤돌아보면서, 끊임없이 나의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또한 마지막에 있는 16가지 그녀의 충고를 귀담아들었다.

 

언제나 용기를 북돋아주던, 자기 의지적이고 독립적인 어머니가 병으로 쓰려져간다. 그 자체로도 커다란 시련일 것인데, 아버지의 수술, 자신의 눈의 이상, 그리고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의료계의 현실 또한 가중된 버거움이었다. 미국의 이야기임에도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우리보다 나은 현실인진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면서, 부모,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머니의 환상, 망각을 통해 육체적 고통 이상의 정신적 고통이 시사하는 바를 똑똑히 목격하기도 하였다. 담담한 어조로 써내린 어머니와의 이별 이야기 속, 더욱 절실한 가족의 사랑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잊으면 결과적인 고통도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서란 것은 노랫가락처럼 그 원천이 잊혀진 지 한참 후에도 머뭇거린다. 분노, 두려움, 후회는 뇌의 폐허더미에서 귀신처럼 서성거린다. 음악적인 비유를 하자면, 가사를 까먹은지 한참 후에도 머리에 희미하게 달라붙어 있는 곡조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감정이란 것은 그것을 일으킨 사건이 사라진 다음에도 오랫동안 우리에게 달라붙어 있다."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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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와 정글의 소리
프레데릭 르파주 지음, 이세진 옮김 / 끌레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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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성장을 아직도 꿈꾸는 것일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지만, 나는 여전히 흥미롭게 즐겨 읽고 있다), 출판사 '끌레마'(<머스크>란 소설을 통해 얼마전에 만난 적이 있다), 2008년 프랑스 청소년이 뽑은 최고의 책 등등이 '아~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하고 호기심을 끌었다. 열두 살 소년 '미카'를 중심으로 한 부아셀 가족의 '정글' 모험을 유쾌하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한 가득 넘친다. 

 

부아셀 가족의 특별한 소년 '미카'는 태국에서 태어나자 마자 입양되었다. 프랑스 백인 가족과 황색 아시아인 '미카'는 알게 모르게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도, 당당히 '프랑스인'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어느날, 긴급 가족모임이 열린다. 그리고 낯선 편지엔 '미카'의 삼촌이 태국의 어느 정글 땅이 물려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직한 아버지 '앙투안' 자존심 강한 누나 '샬리' 그리고 코찔찔이 동생 '바르'는 정글로 떠나기로 결정하지만, '미카'만이 자기를 버린 나라에 대한 적대감에 못마땅한 상황이다. 그리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정글, 그리고 코끼리 '시도르'와 조련사 '티엔차이'를 만나고, 렉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그곳에 정착하기롤 결정한다. 그러면서 정글에서의 모험, 그리고 새로운 도전(코끼리 캠프의 관광 명소 만들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그 도전 속에서, 미카와 렉 할아버지, 여수의사 '시티다', 그리고 5년 전의 살인 사건, 그리고 '미카'를 향한 교살 미수 사건, '바르'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혼란을 겪으며,  경찰 수사망에 '렉'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정글에서의 모험이 시작되면서, 정착을 하고, '정글  로지'라는 코끼리 캠프를 계획하는 과정이 너무도 활기차게 그려지고 있다. 새로운 도전, 모험에 대한 기대, 셀렘 때문인지 전개가 빠르면서도 경쾌해서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또한 '미카'의 정체성의 혼란,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 그리고 명상 수련 훈련의 이야기, '샬리'의 코끼리 조련 연습, '바르'와 아기원숭이(쥘)의 우정을 통해 아이들의 자아와 꿈이 성장하는 것을 확인하며, 자연, 동물과의 조화, 여러 사건, 사고의 시련 속에서 점점 커가는 '미카', '샬리' '바르'의 모습이 아주 사랑스럽다.  술꾼 원숭이 '막스'와 새끼 코끼리 '로터스'와 '바르'의 삼각관계, 동물들간의 심리전도 흥미로웠다. 괴한의 습격 사건으로 인한 아빠 '앙투안'의 불안, 남매간의 경쟁과 우애, 렉과 미카의 우정, 그리고 위와 미카의 우정도 무던하게 한 번쯤의 지난 경험들과 어우려지면서 읽는 내내 유쾌하였다.

 

"불교도이든 불교도가 아니든, 모든 사람은 자비심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고통받는 것들과 더불어 고통스러워할 수 있어야 해. 네가 방금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너는 저기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숲과 함께 괴로워했지. 바로 그게 네 재주의 '쓰임새'다." (195)

명상 수련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분노'를 잠재울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자꾸 의심에 휩쌓이게 되는 '미카'를 보고, 렉 할아버지는 뗏목 여행, 동굴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비밀의 강의 터널 속에서 듣었던 무자비한 아우성에 괴로워하면서 좀더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그 무엇과 점점 좁혀오는 '렉' 할아버지에 대한 수사망, 그 긴장감에 숨이 가파진다.

 

또한 정글의 풍경, 코끼리와 다른 동식물들의 신비와 살인 사건의 긴장감, 조금은 허술한 것 같은 두 명의 경찰관('무'=돼지와 '페드'=오리), 그리고 불교 국가인 '태국'의 모습, 불교적 사상(윤회, 자비), '마라의 동굴'의 이상한 생명체 등등의 여러 모습들, 판타지, 추리, 모험을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뜻밖의 결말, 그리고 '미카'의 숨겨진 재능의 비밀, '설마, 설마' 마음 조리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임에도 왜 내가 더 흥분되고 즐거운지 모르겠다. <미카와 정글의 소리>를 통해, 내 영혼이 한 자 쯤은 커지지 않았을까? 또한 생생한 이야기에 절로 머릿속에서 정글 생활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데, 아이들이 읽느다면, 그 상상의 폭, 깊이는 얼마나 넓고 깊을까? 아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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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
이대우 지음 / 도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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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도 아침이면, 새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머리를 참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물론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 아닌 도시다. 그러하기에 그 새소리는 언제나 반갑고 신선하다. 비 온 뒤 들리는 어미새의 소리는 분주함이 느껴지면서, 더없이 시원한 공기와 참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진정 새를 벗하며, 새의 보금자리를 예쁘고 정성스럽게 가꾸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대우', 이 책의 저자다. 그는 시골 생활을 하면서, 새집을 짓는, 아주 예술작품처럼 멋드러지게 새집을 짓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아 놓았다. <엄마의 공책, 서정옥, 시골생활>을 통해 먼저 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곤 이내 남편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아내의 이야기를 통한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랠 수 있었다.

 

<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이대우, 도솔오두막>의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새집(new house)가 아닌 새집(birdhouse)를 짓는 즐거움이 1부요, 산골로의 이주, 그 계기와 시골생활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2부, 마지막 3부는 소소한 시골생활의 풍광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 곳곳에서 전해지는 시골 생활의 정취는 부러움을 자아낸다. 또한 많은 새집들, 가히 상상하지 못했던 예쁘고 자그마한 집을 담은 사진과 집 주변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는 줄거움도 매우 크다. 또한 3개의 새집의 표본 그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나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10년간의 시골 생활을 한 번 정리하는 느낌도 들면서, 지난 자신의 과거의 추억, 현재의 생활, 그리고 미래의 소박한 꿈이 소박하게 담겨있다.

 

"공간과 시간을 이용하여 예술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노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우리 부부의 꿈이었다." (91쪽)

 

지극한 즐거움에서 비롯된 목수일은 어느새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정작, 자신은 아마추어라며, 겸손해 하지만, 내 눈에, 이미 전문 목수요, 새박사였다. 목수일의 즐거움, 그리고 새집을 만들게 되면서, 주변을 찾아드는 새를 관찰하고, 11종의 새들도 소개해주고 있다. 간단한 특색들과 새의 그림이 너무도 정겨웠다. 특히 '노랑할미새'는 뉴스(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602223309351&p=imbc)를 통해 만나지라, 더욱 반가웠다. 또한 일상의 사물들에서 삶을 꿰뚫는 지혜는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다사롭고, 포근하였다. 집 옆 낮은 바위틈에 둥지를 튼 '곤줄박이'로 인해 조마조마 가슴 조렸던 따스한 마음, 실수를 통한 경험의 지혜, 앞선 경험자(선배)로서의 충고(집짓는 이야기, 귀농, 시골 생활들에서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한 작은 충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들로 한 가득이다. 자연을 벗하면서 살기에, 마음의 여유는 태평양만큼이나 넓게 느껴진다.

 

"환갑을 넘긴 아이에 아직도 책을 사서 보느냐고 어느 분이 불쌍하다는 듯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새 책의 산뜻한 촉감과 신선한 잉크 냄새, 묵은 책의 묘한 향기에 취해 아직도 나는 책을 사고, 읽는다고 대답했다." (185쪽)

 

'랫시'와 '버피'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냉면이 원래 겨울 음식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술, 여행,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들도 엿보았다. 특히 책에 대한 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도외지를 벗어나, 시골 생활을 하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노후에도 끊임없이 열정과 정성을 쏟고 사는 행복한 삶을 볼 수 있어, 덩달아 나도 행복감에 젖었다.

 

진정으로 소박한 삶, 소소한 일상에서 자잘한 행복에 젖는 삶, 마음만큼은 한없이 부자인 삶, 다정다감한 그 삶이 책에서 손으로 자연스레 전해졌다. 즐거운 가운데, 뜨거운 열정 또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한 정성, 그 정성이 빚은 결실이 바로 이 책, <새들아, 집지어 줄게 놀러오렴>에 한 가득이다.

 

 

...... 한 우물파가 10년 만에 사업이 번창해 새 집을 짓고 자기 식당 건물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농원도 시작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대단한 성공을 거우고 있었다.

막국수 집과 농원, 우리가 그 긴 세월의 성장을 지켜본 장본인인 셈인데, 어느 날 처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우리는 그동안 뭘 했지?"

나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새집 5백 채 이상 지었잖아. 우리가 훨씬 더 성공한 셈이지. 모두 공짜로 지어 주고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그래서 우리 부부는 마음의 부자가 아닌가.

- 16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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