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 키우기 - 왕초보도 실패 없이, 아파트에서도 싱그럽게
산타벨라 성금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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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화초가꾸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실패하기 바쁜 나, 어떤 직접적인 조언이 절실히 필요했다. 책에 소개되는 많은 화초들은 지금껏 내가 실패했던 것이 대다수이며, 화초에 대한 많은 정보가 부족했기에 <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키우기> 이 책과의 만남이 너무도 즐거웠다.

 

 화초를 선택하는 방법, 가드닝 도구, 식물과 화초의 관계, 물주는 방법 등의 기초적인 원예상식을 맛깔나게 이야기하기에, 어렵지가 않다. 이 책이 착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가려운 곳을 제 때에 맞춰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마음을 다해 화초를 가꾸고 있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그 성실함에 놀랍기도 하였다.

 

나의 가려운 곳은 바로, 제라늄과 아프리킨 바이올렛 꺾꽂지였다. 올해 제라늄은 겨울은 잘못 나면서, 봄에 과습으로 하늘로 보냈고, 바이올렛 또한 과습과 열사병으로 하늘로 보냈다. 지난 해, 여러 다양한 꽃의 제라늄, 바이올렛을 분양받았지만, 올해 남겨진 것은 하나도 없다. 겨우 씨앗 발아로 크고 있는 제라늄에 만족하지만, 책을 통해 내가 소홀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단순한 과습만이 아닌, 햇별 관리의 잘못을 확인하였다. 특히 바이올렛은 햇빛과 바람이 직접 닿지 않는 반음지에 두어야 함에도, 나는 봄 땡볕에 방치했던 것이다.

 

가꾸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다육식물에 대한 정보가 너무도 유용했다. 무조건 건조하게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물 주는 시간과 방법에 있어, 많은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다양한 화초만큼 이름도 각양각색이고 틀리기 쉬운데, 책을 통해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흔하게 불리는 이름과 함께, 정확한 식물명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을 되새겨본다. 내게 가장 부족한 점 중에 하나가 화초를 더욱 멋지게 하는 화분의 선택이었다. 화분의 여러 종류를 소개하고, 그 특성들을 정리한 부분도 내겐 참으로 유용하였다. 실외에 방치하다시피 마구잡이로 키우는 내게, 예쁘게 꾸며지고 관리되는 사진 속 화초들은 눈부시게 빛나고, 한없이 아름답고 멋지게 보였다. 나도 이처럼 화초들을 가꾸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스스로 다독여야만 했다.

 

아기자기 예쁘게 관리되는 화초들, 그 어떤 화초들보다 사랑 듬뿍 받고 있다는 생각에, 나의 화초들이 불쌍하단 생각마저 들기도 하고 괜시리 욕심만 커지고 배도 아팠지만, 산타벨라만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시간, 좋은 배움의 장이 되는 <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키우기>였다. 더욱 화려하게 꽃피울 나의 화초들을 생각하면서, 더욱 분발해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도전의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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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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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 아니, 어떤 곳이길 바라왔는가? 이 책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에는 앞선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언제가 친구와, 불안, 걱정, 죽음 등등의 이 인간 세상이 지옥 아닐까? 하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이 혼란스럽고 답답했던 때의 일이다. 그런데 그 반대가 또한 한 가지다. 내가 마음의 평화와 사랑으로 충만하다면, 이 세상은 천국일테니 말이다. 귀동냥으로 정의내렸던 천국과 지옥, 그 중에서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화해하면서, 자신을 인정하게 되는 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여든세살의 삶을 정리하게 되면서 만났던 다섯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문제들를 해결하면서 평화를 얻게 되는 과정이 차분하게 전개된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처럼 '미치 앨봄'의 이야기에 열광하지 못하겠다. 몇해 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은 때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읽었다고 하기엔, 기억이 적고, 감동은 그다지 없었다. 그냥 '죽음'을 맞는 한 교수의 이야기가 내게 어려웠다. 그러하기에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이야기도 그렇게, 데면데면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꽤나 진지하게 마음을 잡으며, '애디'의 이야기에 빠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루비'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유년기의 상처로 그에게 아버지는 무관심, 폭력, 그리고 침묵으로 일관하신 분이다. 그러하기에 아버지는 그에게 삶의 버거운 짐이였으리라. 그리고 그는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지 못하고, 평소의 모습으로 단지 추측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가족을 그리워하셨다는 이야기, 친구를 구하고 의리를 지키셨던 아버지를 알게되고, 아버지를 용서하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쉽게 단정짓기 일쑤다. 때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끊임없이 미워하고 분노하게 된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에 당황할 때도 많았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오해와 불신 등을 떠오르고, 다른 이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헤아리려고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희생'을 이야기하는 대위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간혹 나의 '희생'의 대가를 운운하며, 분노했던 적이 많다. 또 한 번 반성하고 또 반성해본다.

 

"희생. 자네는 희생했고 나역시 희생했어. 우리 모두 희생을 한다네. 하지만 자네는 희생을 하고 나서 분노했지. 잃은 것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어. 자네는 그걸 몰랐어. 희생이 삶의 일부라는 것.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 희생은 후회할 것이 아니라 열망을 가질 만한 것이라네. 작은 희생 큰 희생. ……"

 ……

" …… 때로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 사실은 그걸 잃는 게 아니기도 해.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지." (117-118)

 

그가 천국에서 만났던 파란 사내, 대위, 루비, 아내 마거릿, 그리고 탈라 이렇게 다섯 사람들은 그의 삶 속에서 직접 마주했던 인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바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손익관계를 따져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얇팍한 계산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지, 그리고 스치고 지나는 많은 인연들 각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마음에 새겨보았다. 솔직히, 아직 '아~ 이런거야'라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지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죽음'이란 화두가 머릿속에서 맴을 돌면서, 차분하게 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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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책을 읽어라
박자숙 지음 / 창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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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이런 책'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적절한 책 처방이 내려진다면? 마음의 번잡함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기획이 남다르다. 그것은 바로 '아들'에게 쓴 '편지'라는 것이었다. 저자 '박자숙'은 아들과의 소통의 방법으로 편지를 선택했다. 마음 속 응원을 담아 직접 아들에게 쓴 수많은편지 중에서 책과 관련된 것을 추려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었고, 나는 새삼 어떤 응원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아들에게 어떤 말로 책을 권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실은 얼마전에 동생에게 몇 권의 책을 선물하였다. 그런데 그 중에 읽다가 포기한 책이 있다 말하는데 나는 말문이 막히고 답답했었다. 어떻게 조언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점이 좋으니, 어쩌고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말해 주고 싶었던 마음 뿐, 책을 권하면서, 책을 이야기할 수 없다니, 그런데 그런 조언들, 책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음엔, 책에 대해 명쾌하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갖게 되는 책이었다. 또한 나의 독서 급관을 뒤돌아보았다. 아들에게 책을 추천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 역시 더욱 집중하면서 책을 읽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아들에게 쓴 편지'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점이 있었다. 나의 부족했던 점을 채우기 위한 실용서로서 이 책을 받아드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배울 수가 있었다. 다양한 책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들을 풀어놓고 있는 책이었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오히러 또다른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 중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아침 잠과의 싸움에서 매번 패배하는 내게 꼭 필요한 조언이 담긴 이 책을 어서 빨리 읽어봐야 겠다.

 

크게 4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주제별로, 또한 상황을 예시하면서, 책을 추천하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이 여러 권에 속하지만, 내가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책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내게 점 어려운 책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이 책의 값어치를 평가절하했던 것일까?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 나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아들에게 쓴 편지이기에 참으로 따스하고 사랑이 넘친다. 아들이 처할 많은 난관들 속, 이렇게 편지를 통해, 책을 권하고,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다사로움이 너무도 좋았다. 책 속의 많은 책들의 이야기가 나에게도 시기적절하게 유용할 듯하다. 단지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감정들이 글로써 명쾌하게 내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일목요언하게 정리된 책 이야기는 또다른 감동을 전하고, 지혜를 전한다. 참 착한 책, <이럴 땐 이런 책을 읽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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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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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은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몽테스키외)"라는 이 명언이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였다. 솔직히 이 말을 이해하기까지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충분히 즐기며 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가슴 속 아픈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드러내기조차 힘든 그만의 아픔들을 책을 통해 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바로 그런 경험들이 녹아 있는 것이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였다. 독서치유 에세이라기에 처음 생각은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이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을 소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독서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저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사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각각의 사례들은 나의 아픔인 것마냥 함께 공감하면서, 술술 읽히는 재미도 있었다.

 

상담자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마음을 열도록 어떻게 이끌어내야 하는지, 기술적 방법론도 살짝 소개하면서 심리학 용어나 대화 기술도 조금씩 알려준다.

"상담자는  ……  빙 돌아가는 먼 길을 손잡고 같이 가주는 사람이다. 함께 이정표를 찾아내고, 상대가 지칠 기색이면 함께 쉬면서 기다려주는 사람이다.(31)"

천천히 내담자의 마음이 스스로 열릴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서스럼없이 말하고 있어, 마치 내가 내담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하였다. 실제 내담자들과 읽은 책 16권 중에는 내가 읽은 것은 몇 권뿐이다. 읽은 책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었는지 생각하면서,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보고자 했다.

 

실제 독서치유 프로그램의 사례는 11가지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난 나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그 중에서 고부간의 갈등을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책을 통해 치유했던 달빛의 이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털어놓는 것이 화두였던 날, 민들레 이야기, 일기를 아버지에게 헌사했다는 물보라의 이야기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살한 아버지를 두었던 수선화, 그녀가 늦둥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갖게 된 두려움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며, 화해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4개의 사례는 아이들 논술 지도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분노를 품고 있던 아이가 마음을 치유하고, 바르게 성장한 것을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절로 흐뭇해졌다. 유년기의 아픔이 삶의 커다란 굴레가 될 수 있지만, 밝고 희망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의 에너지를 느꼈다. 공붓병(스뉴던트 애퍼시, student apathy)에 걸려 힘겨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직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정신건강에 크게 해가 될 수 있는 의학용어는 아이를 보는 마음을 새롭게 해준다.

 

이번에도 '치유에세이'에 깊이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림, 시에 이어 이번에 책을 통한 치유에세이라~ 왜일까? 계속 물어보았다. 그건 바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그들이 치유의 과정을 겪듯, 나 역시 책을 통해서나마, 그렇게 내 안의 문제와 만나면서, 절로 내 마음을 씻어내면서, 왠지 모를 후련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간다. 책을 매개체로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 속 이야기들을 한 번에 다양한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내 마음도 한 결 가볍고 유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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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영아 2009-06-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족한 글에 과분한 서평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불로그에 한번 놀러오세요.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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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가들은 지상 통신선 단계를 건더뛰고 곧바로 무선통신 시대로 집입하고 있다. 그와 같은 개념은 환경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지만 우리가 지나왔던 가파른 산길을 헤쳐 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 넓고 편안하고 좋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 (470)

 

 

주홍 마코앵무새(아라 마카오 사이아놉테라)를 지키고자 했던 한 여인, 샤론 마톨라의 끈질긴 투쟁의 이야기가 이 책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속에 담겨 있다. 미국인 샤론은 남다른 이력(호랑이조련사, 서커스댄서 등등)의 소유자로 우연히 '벨리즈'라는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에 정착하게 된다. 벨리즈의 야생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벨리즈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힘겨운 과제가 떨어진다. 바로 200여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코 앵무새의 주서식지에 '차릴로댐(6메가와트 전력 생산)'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벨리즈 정부와 외국 투자 회사 '포티스'에 맞서 싸우는 샤론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은 1·2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는 '위기에 처한 낙원'으로 벨리즈, 동물원 아줌마 샤론, 마야문명, 강과 댐의 진실, 마코앵무새 이야기, 그리고 댐 건설 반대에 따른 정치적 보복성인 짙은 벨리즈 동물원 근처 '쓰레기 매립지' 건설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2부 '주홍 마코앵무새 소송'에선 차릴로댐 건설의 진실공방 그리고 소송과 추밀원 소송 그리고 차릴로댐 건설 그 이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가 방대하였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멸종위기종인 새를 보호하기 위해 댐건설을 반대하는 과정 속, '벨리즈'란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적 이해관계-'영국령 온두라스'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1981년에 비로소 독립하였지만 현재도 영국군의 주둔하고, 영국의 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 주변국 '과테말라'와는 분쟁이 있는 나라, 또한 부패한 정부와 PUP, UDP 양당의 역사 그리고 권력의 집중과 부패-, 마야문명, 멸종위기의 동물들과 '멸종'의 역사(다섯 차례의 대규모 멸종)와 의미(멸종의 속도), '종'에 대한 이야기(종의 개념과 함께 '종' 개념 정의의 모호성과 논란 소개), 캐나다의 역사(뉴펀들랜드와 퀘벡 주의 갈등의 역사는 포티스란 회사의 이력을 설명한다) 댐의 역사 -가장 오래된 댐의 흔적은 기원전 2600년경에 축조된 '사드 엘 카파라댐(파간스댐) 유적지'을 시작으로 로마인의 댐 축조,오늘날의 여러 나라 댐까지-와 댐의 폐해를 역설하기도 한다.

 

"바람이나 조류처럼 강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은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변화의 에너지라는 것이다."(139)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끝없이 반복되는 동그란 화살표의 연결고리를 그릴 수 있다. 말하자면 거침없이 흐르는 강 하나가 수백만 개이ㅡ 먹이사슬 속에서 에너지를 운반해주는 것이다."(140)

"2006년, UN의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댐 저수지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처음으로 온실가스로 인정하면서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에 포함시켰다"(144)

 

'차릴로 댐'건설 반대의 6년간의 투쟁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그간의 끈질긴 노력을 본 나로선 실패로 끝났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였다. 하지만 저자 '브루스 바콧'은 미국 헤치헤치 계곡의 댐 건설과 이에 반대한 '존 뮤어'의 이야기(결국 댐은 건설됨)를 들려주면서, 위로해준다.  그리고 좌절을 딛고 일어선 '샤론'의 또다른 이야기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젠 동물원 아줌마에서 '새 아줌마'로 변신한 그녀는 하피독수리 프로젝트를 추진하였고, '런어웨이크릭 생태보존지구' 등의 더 많은 환경 보전을 위해 힘쓴다.

 

"벨리즈 정부에서 하피 프로젝트를 막을 수도 있어요."

"아뇨. 그럴 리 없어요. 만약에 그런다고 해도 다른 무언가를 찾을 거예요. 난 절대 멈추지 않아요. 싸움에서 진다고 해서 멈추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싸우는 거죠. 다른 일을 찾으면 돼요. 남아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절대 작심하고 좌절하면 안 돼요. 멈출 수 없으면 옆으로 비켜서서 수레바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케 내버려둘 수밖에요."(463)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단연, 벨리즈 정부의 부패였다. 또한 소수 집권층의 탐욕의 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의 왜곡(1500페이지의 보고서는 정부측의 논리로 편집되어 요약되고, 그 요약본이 최종 보고서로 제출되는가 하면, 정책에 맞지 않은 보고서 자체가 은폐되기도 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살해 등의 정치적 보복이 일상처럼 행해진다)과 법 절차를 무시(외국 투자 회사는 벨리즈 법 위에 군림한다)한 채 강행되는 건설, 정부가 국민을 협박하는 상황 등등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파해쳐지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의 '벨리즈'의 이야기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차릴로댐 건설의 실체 역시 실패였다.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을 통해 환경보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개발과 보전의 갈등과 대립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는 우리들의 과제로 남겨주었다. 벨리즈란 작은 나라의 이야기는 바로 지금의 우리의 현재이기에, 많은 것을 두루두루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방대함으로 다소 어려웠던 이야기는 어느 한 순간,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긴장감있고 생생하게 전개되고, 감동까지 안겨 주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꿈꿔본다.

 

"고대 마야인들은 21세기의 우리에게 이 유적지를 통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 위대한 문명을 창조했다'라고.

우리 후손들은 차릴로댐을 보고 무어라고 말할 것인가? 이 계단식 건물에서 겹겹이 쌓인 먼지를 걷어내면서, 강아지 뒷다리 모양의 설계, 중국 계기판, 오래전에 멈춘 터빈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오래전에 멸종된 새들의 화석과 유골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이 과연 그 두 가지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을까?"(44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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