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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 하 - 김용상 역사소설
김용상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별궁의 노래 上'을 읽고 곧장 下권을 읽기 시작하였다. 은근히 상권에서 이야기하던 조 소용과 세자빈 강씨의 갈등의 내막이 드러날테고, 북경 생활과 영구 귀국하면서 소현세자가 두 달만에 숨지게 되는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감에 들떴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소현세자의 죽음과 그 후의 세자빈 강씨의 죽음)들에 대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갈지 궁금증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첫 차례로 '조 소용'과 인조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 속에서 조 소용과 세자빈 강씨가 사소한 계기로 깊어진 갈등의 원인을 이야기하면서 점점 옹골져 가는 그들의 갈등 양상이 전개된다. 조 소용의 간계로 인조의 무자비함과 무능함이 두각되면서 계속 인조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나에게 인조의 모습은 '남한산성(김훈)'을 통해 형성되었다. 남한산성 안에서 무기력한 임금의 모습과 함께 근엄하게 자리했던 그 후덕(?)한 모습은 사라지고, 여자의 치마폭 속에서 늙고 추레한 모습의 인조가 그려져서 당혹스러웠다. 그러면서 별궁의 노래 속 세자빈 강씨의 이야기에 인조는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이야기할까? 혼자서 상상하며 그려보았다.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귀기울여도 보았다.
세자빈 강씨와 소현세자의 짧은 북경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북경에서의 생활과 그리고 서양 신부 '아담 샬'과의 교우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소현세자가 청이 북경을 삽 시간에 무혈입성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서양 신부와의 교우를 통해 좀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자빈 강씨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8여 년의 볼모생활이 끝나고, 영구 귀국하게 되는 과정과 함께 냉랭한 인조의 태도에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귀국 과정의 냉랭함, 귀국 후의 생활이 처참하다 싶게 그려진다.
구성 전개에 있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소현세자가 죽었다. 물론 귀국 후 2달의 시간 자체도 책의 구성상에서도 짧을 테지만, 갑작스런 죽음을 알면서도 새삼스레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어차피 세자빈 강씨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녀의 그 후의 삶의 이야기가 있기에 당연한 전개였지만 '허망한 그의 죽음'이 정말 허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불운한 삶이 전개되면서도 명성황후의 '나는 조선의 국모다'처럼 '난 조선의 세자빈이다!' 외치는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불거지고 왠지 모르게 내 속에서도 무언가가 샘솟는 듯하였다.
또한 환황녀의 또다른 삶, 수진에 의해 무사가 된 '정이'와 '보성댁'의 이야기, 그리고 귀국 과정에서 옥에 갇힌 '김상헌'과 '최명길'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개혁을 꿈꿨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의 삶이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 속에서 인조와 조 소용, 사대부(서인세력 김자점, 김류 등)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그들의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적극적인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 자기가 어쩔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나의 옹졸함과 비겁함을 반성하면서 그녀의 당차고 용기있는 모습을 내 삶 속으로 가져오고 싶다.
또다른 세자빈 강씨와 소현세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언제가 '세자빈 강씨'를 소재로 한 책을 본 기억이 있는데 한 번 찾아보았다. 그 중에 '강빈(박정애)'과 '소현세자(이정근)'란 책이 궁금해진다. 또 어떤 이야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은근히 그대된다.
조금 아쉬움이라면 몇개의 오타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그녀의 삶에서 어떤 오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녀의 삶을 대변하듯, 그렇게 당차게 그린 과정에서 왠지 모르게 내가 인지하지 못한 그녀의 오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