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 The Lives Of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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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어 생각하는대로 살지않으면 머지않아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Il faut vivre comme on pense, sans quoi l'on finira par penser comme on a vécu)  

-Paul Bourget -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인연이 맞아 감상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폴 부르제의 저 말이다.  

용기를 내어, 용기를 내어, 용기를 내어. 용기란, 얼마나 힘든 마음의 결기인가. 영화 속 타인의 삶을 도청하는 남자의 행동은 자신의 양심을 최소한이나마 지키고자 했던 용기였을까, 아니면 그저 예술을 탐미하는 '당신의 관객'으로써 갖는 최소한의 권리 주장이었을까.  

글을 쓰는 작가의 양심이란 1984년 동독에서 어디까지 책무로 치환되어야 할까. 아니 1984년 동독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 지금 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침묵하는 작가들에게 이 영화 속 파울처럼 '당신이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는 한 나는 당신을 다시 볼 일이 없을 걸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백배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 있을까.  

자신이 하는 예술이 자신의 삶보다 절대적이라서, 그 예술을 지키기 위해서만큼은 몸을 팔 수도 있었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애인을 권력 앞에서 배신할 수 있었던 크리스타는, 그녀의 때늦은 후회는, 그저 용기 없음에 지나지 않는가. 그녀가 권력 앞에서 소신을 지켰다면, 그래서 예의 도청하는 남자가 그녀의 아름다운 연기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면, 우리는 그녀를 그리워 할 것인가 기억 속에서 잠깐 아름다웠던 한 여인으로 버릴 것인가.  

믿고 싶은 것이 사람에 의해 지켜지는 것을 역사 속에서 확인하면, 우리는 잠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언급된 음악이 그러하다. 레닌이 '내가 그 음악을 계속 들었다면 혁명은 성공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는 그 소나타. 그 소나타 때문에 한 상급 국가 공무원은 우체국 집배원이 되었고 그가 구해 준 작가는 베스트셀러이자 시대의 양심으로 거듭 났다. 이것은 믿고 싶은 것이 지켜진 예가 아니다, 내가 잘못 말했다. 나는 잠시 위안을 받기 보다 세상이 그저, 우연 속에 기대고 있다는 허망함을 맞이한다. 슬프다, 사람이여. 그래서 크리스타에게 예술이 그토록 중요했음을, 음악이 그토록 위대함을, 영원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것임을, 다시 깨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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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0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좋죠, 치니님!!
별 다섯개 이상을 마구 주고 싶은, 그런 영화에요. 드디어 보셨군요!

치니 2009-10-03 14:51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드디어!
블리저인가 블러저인가, 벌써 이름은 가물하지만, 그 도청하는 국가정보부 아저씨, 제이상형이에요. 으흐. 가만보면 제가 베니니를 비롯해서 대머리 외국 아저씨들 좋아하는 듯.

니나 2009-10-03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지금 제 앞에는 영국에 간 후배가 보낸 터너의 엽서가 있고
그런 말이 적혀있어요
<"이런 아름다운 예술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곤 해요
어쩌면 사람 구할려고 예술이 있는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볼려고(어떻게든)
예술을 하게 된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사람이 남는게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게 남는건가... 생각들었네요
문득, 저도 허망하기도 하고 영원도 부질없어 뵈기도 하고 ^^ 히.

치니 2009-10-03 14:53   좋아요 0 | URL
영국에 간 후배, 영국에 간 후배, 아아 이 영국이라는 글자만 왜 폰트 44로 보이죠.
얼마 전에 오키나와 갔다왔는데, 이눔의 유럽여행병 도졌나봐요. ㅋㅋ

사람이 살아볼려고, 예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겠죠, 아마도. 그나마 사람이 살아볼려고 한 것 중 예술이 제일 낫긴 하겠구요.
가을인데 허망, 허무, 이 쪽으로 가면 안되는데, 으 노력해도 잘 안되네요.

네꼬 2009-10-0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나는 영화를 너무 몰라서 이런 작품도 본다 본다 본다 본다 하면서 미루고 있었어요. 볼게요, 뭐, 치니님이 이러시면.

치니 2009-10-03 14:54   좋아요 0 | URL
액션영화를 즐기는 터프 네꼬님, 가끔은 이런 영화로 힘 좀 빼봐요 ~ ^-^
응응 야한 장면도 나온단 말여요. 히히.


2009-10-0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5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6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니 2009-10-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보셨네요! 남동생이 권해서 본 영화인데 별 수천개는 주고 싶더라고요... 근데 도청하는 아저씨 제 타입이기도한데 ㅋㅋ 저도 대머리 좋아하거든요.

치니 2009-10-14 11:50   좋아요 0 | URL
그 남동생, 차암, 알수록 멋진 청년입니다.^-^
흐흐, 그런 타입이란 말이죠, 오케 접수!

hanicare 2009-10-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죠?
그런데 예술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뭐고 간에
내 곁의 삶은 그냥 그대로라는 사실이 슬픕니다.가을탓을 할까요? 비겁하게......

치니 2009-10-16 14:08   좋아요 0 | URL
네, 볼 당시보다 지나고나서 더 생각이 많기도 합니다.
한번 더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거 같기도 하고요.

가을은 탓을 해도 잘 받아줄 겁니다. ^-^;
 
모짜르트와 고래
페테르 내스 감독, 조쉬 하트넷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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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뱃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과 같은 큰 소리로 그녀가 웃는다. 시니컬하고 차가운 그 웃음 뒤에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그녀의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하! 첫눈에 반해버린 그녀가 자신을 조롱하고 배척하는 척 하는데도 그가 그녀를 따라 웃는다. 그 웃음 뒤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그의 불안이 역시,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불안한데다가 천재들이다. 아니, 적어도 남들보다 똑똑하다. 아니, 똑똑해서 불안해졌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들은 불안한데다가 바보다. 아니, 적어도 남들에게 바보 소리를 들을 거다. 바보라서 불안해졌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불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모짜르트가 되거나 동물인 고래가 되어서야 겨우 약간이나마 잠잠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사랑, 씩이나 하겠다고? 오오, 노우. 영화는 덩달아 걱정이 잔뜩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시작된 사랑은 이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떼로 달려들어 말린대도 멈춰지지 않을 것을. 계속 지켜보는 수 밖에.

아니나 다를까, 일인칭으로 살던 이들에게 이인칭의 존재는 그 자체가 부담이다. 폭죽같이 눈이 부시던 소통은 이해보다는 오해 쪽으로 치닫기 십상이고, 죽도록 사랑한다고 해도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차라리 죽고 말지.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비정상인들은 그걸 모르는 비정상인들에 비하자면, 조금 더 불행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소위 정신과 같은데서 나누는 정상/비정상의 구분 기준에 따른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구분이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가능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이들이 그렇다. 어차피 비정상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자신들이 하는 사랑에, 단 1%의 미래도 걸 수 없다. 한 치 앞을 모르는게 인간사라는 점을, 이들보다 수없이 체득한 사람들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체념이다. 그러니 아무리 옆에서 사랑이 곧 미래인 것은 아니지 않겠냐고 말해주어도, 이들에겐 소용 없다. 나 아닌 누군가가 내 삶의 한 부분을 결정해주는 것 만큼은 견딜 수 없다. 이제껏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에 경기가 일어나도 잘 참아왔고 새들과 토끼만이 유일한 말동무여도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견뎌왔는데, 사람끼리 조금 눈이 맞았다고 나를 바꾸려 든다고? 안 될 말이다.  

이렇게 아마 안될거야,로 흘러가던 영화가 서둘러 그동안의 고민이 무색하게 두 사람의 해후 장면을 감동적으로 만들어내고 앞서의 불안요소들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 해피엔딩을 맺는 것이 내게는 조금 어리둥절한 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Love is all you need, 그렇게 믿고싶은 우리들을 위무해주려는 최소한의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는 편이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무더운 여름의 막바지. 

사족: 영화 디비디를 선물 받으면, 그 선물을 준 상대가 어떤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한 순간도 놓지 못한 채 눈을 부릅뜨고 보느라 전체를 조감하면서 보기가 살짝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다음에 만나서는 어떤 장면이 가장 좋았는지 꼭 말해주셔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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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1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 섹스한 모든 남자들의 공통점은 아침외 되고 나면 그들이 없다는 거야."
"난 아침에 여기 있을거야. 여기 살잖아."


이 부분이었어요, 치니님.

치니 2009-08-17 16:23   좋아요 0 | URL
아, 네...^-^ 그 대사가 나오는 부분에서 안도의 미소가 흘러나왔었는데.
그랬군요.
 
레인 - Let It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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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아네스 자우이의 <타인의 취향>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었는데, <룩앳미>는 그에 비하면 좀 귀엽다 싶을 정도의 재미만, 이번 <레인>은 그녀의 독특하고 예리한 감수성이 많이 퇴색되었나 싶은 심정이 들 정도로 반짝이는 감수성이 눈에 띄지는 않는 영화였다. 

게다가 이미 전작들에서도 써왔던 클래식, 그것도 중세 교회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클래식 음악이 묘하게 내용에 어우러지는 그 장점이, 이번에는 세번째 반복되자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연이어 세번을 보는 남주인공 (대머리 아저씨, 이름은 모르지만 타인의 취향에선 내 사랑을 듬뿍 받았었다)의 얼굴도 지겨워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각본,감독,여주인공을 겸하고 있는 아네스 자우이가 그냥 욕심꾸러기 같아 보일 뿐 멋져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본은 여타의 영화들에 비해서 여전히 빛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조금 안심되는 점이다. 특히, 영화 속 다큐멘터리 감독 2인조 중 하나인 카림(아랍계 프랑스인으로 나온다)의 대사들은 제3세계 출신으로써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애환과 그들에 대한 유럽 혹은 프랑스 인들의 이중적인 잣대와 무의식적으로 계급을 내려 보는 태도를 절묘하게 꼬집어내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프랑스 전역에서 페미니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언니에 비해 일개 주부로 살아가면서 만날 '키에르케고르'의 시나 읽어주고 밤이면 자기랑 안 놀고 책 읽는다고 징징대는 소심한 지식인 남편이랑 사는 동생이 비록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부모가 남긴 아름다운 정원과 넓직한 시골집에서 궁시렁 대는 사이, 이 두 철없는 여자를 아기 때부터 길러오면서 유모 역할을 하고 온 집안 살림을 보는 식모 역할까지 해 온 이방인, 카림의 어머니는 카림과는 달리 월급도 스르르 안주고 실컷 부려먹으면서 가족입네 하는 이 프랑스인들에 대하여 별 불만이 없다. 

그저 싸바 싸바 (불어로 괜찮아 라는 뜻)라고 하면서, 이 사회의 부조리함과 계급사회의 모순에 진저리 치는 아들을 오히려 딱하게 여기며 없는 처지에도 용돈을 쥐어줄 뿐. 

포스터를 보고 한여름 바캉스철 시골에서 우연찮게 일어나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에겐 몹시 지루할 영화, 그러나 나 같은 관객에게는 그래도 이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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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2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어찌 보면 아예 박진감까지도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오랜만에(몇 달 만인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였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아마도 연재물로는 첫번째 글이, 이 영화가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조금씩 내리는 그 비, 정말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지 않던가요?(케케묵은 표현!)

치니 2009-07-21 17:10   좋아요 0 | URL
이 감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어서 실망도 좀 했지만, 그래도 볼 만한 구석들이 꽤 있었죠. ^-^
연재물, 기대됩니다 ~
불어로는 제목이 "Parlez moi de la pluie" - 나에게 비에 대해 말해주세요 에요. 그래서 주드님 마음에 비가 스며든 거 아닐까요? ^-^

무해한모리군 2009-07-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악도 참 좋았고, 영화 보는 내내 설레면서 보았답니다.

저도 그 터키계에 대한 차별부분과 페미니스트지만 자신의 집안내에 착취당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눈이 어두운(우리가 흔히 우리 부모에게 그러하듯) 모습등이 참 잘 녹아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니 2009-07-21 17:11   좋아요 0 | URL
음악이, 그러게요. 참 좋은데도, 자꾸 써먹으니까 닳는다는 느낌? ㅋㅋ 그런게 있었어요.
휘모리님은 저보다 훨씬 따뜻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셨군요.(흑, 저도 그래야 하는데)

니나 2009-07-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세례받는 애기 얼굴위로 마이크 떨어질때 박장대소했을 뿐
어쨋든 보고 나올때 비가 왕창 내려서 기분이 좋았달까요 ㅋ.ㅋ

치니 2009-07-21 17:11   좋아요 0 | URL
크하하, 맞아요. 그 장면 웃겼죠. 전 처음에 마이크인 줄도 몰랐어서 깜딱 놀랐어요. 저러다 뺨 맞나 했더니 다행히 신부님이 참으시더군요. ㅋㅋㅋ

비로그인 2009-07-21 18:34   좋아요 0 | URL
끼어들기]아기 얼굴과 마이크 떨어뜨림, 아, 그 엄숙한 장면에 미셸의 그 표정이라니요! 저도 그 장면에서 웃음을 떠뜨렸는데 어쩐지 반가워요, 니나 님 호홋

치니 2009-07-22 08:2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 장면이 최고의 장면으로 뽑히고 있는 듯.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2 09: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두요~ 좀 서글프기도 하고..

니나 2009-07-22 11:51   좋아요 0 | URL
하하, 끼어들기 반가워요 주드님 휘모리님도 방가워요 ^.^
전 저 장면이 젤 웃겼고
아는 후배는 편집본에서 채찍질하는 장면을 압권으로 꼽더군요 클클

라로 2009-07-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일 하린군 보러 가기로 결심했어요~.^^

저에게도 비에 대해서 말해주세요~.헤헤
저 영화 하린군 보러 가기 전에 볼 수 있겠지요???서울서 하니까??

치니 2009-07-22 08:27   좋아요 0 | URL
오웃, 정말 오시는 건가요? 으 떨립니다 ~
이 영화 언제까지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보실 수 있기를 ~

라로 2009-07-24 11:51   좋아요 0 | URL
내일이에요!!!!!!!!!!!
연주는 하린군이 하는데 갑자기 제가 왜 떨릴까요???????????ㅎㅎㅎㅎ

비로그인 2009-07-2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머리 아저씨가 남편이라고 하는군요.
전작보다는 못하지만 프랑스를 알면 미묘하게 매우 웃겨요.

치니 2009-07-22 08:29   좋아요 0 | URL
으하 남편이었군요, 어쩐지...
프랑스를 알면 웃긴다, 맞는 말씀 같아요. ㅎㅎ

웽스북스 2009-07-23 11:00   좋아요 0 | URL
아. 대머리아저씨가 남편이었다니. 아.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7 09:40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ㅎㅎㅎ

2009-07-27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8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걸어도 걸어도 - Still Walking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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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가족의 훈훈함을 느끼기 위해 어머니 아버지 뫼시고 극장 찾지 마세요.  평소 사이가 안 좋다면 더욱 더 안됩니다. 안 좋았던 사이는 더 안 좋아지고, 좋았던 사이라도 영화 보고 나올 때 괜히 머쓱할 지도 몰라요. 아니면 묵묵히 서로 어떤 말도 못할 수도. 

비록 위에 저런 경고를 써두기는 했지만, 좀 대찬 가족들을 구성원으로 두고 계신다면 이 영화를 적극 보시라고 추천하고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어쩌면, 가족구성원도 남과 같이 대할 수 있는 배려심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끈끈함과 희생을 강요하고 무엇이든 내 말만 다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않는다면 좀 서늘하더라도 잘들 살아가지 않겠는가) 

영화는 시치미를 뚝 떼고 환한 햇살 아래 시종일관 있는 그대로의 가족관계와 15년 전에 죽어버린 장남의 기일 행사를 보여주는데만 골똘히 집중하고 있는데, 나는 서서히 뒷골이 땡기고 마음이 무겁고 어둡고 머리가 복잡하고 속이 안 좋고 이런 대사 하나에 가슴이 덜컹 하기 시작한다. 

료 - "여자는 무서워"  

아내 - "무섭죠, 사람이 무섭죠." 

사람은 원래 무서운 존재인데, 가족은 더하다는 걸 영화를 보며 내내 깨달아야 하니, 이렇게 잔인할 데가.  

전작 <아무도모른다>에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저 살아갈 뿐. 요란한 불평은 없다. 

다만, 걸어도 걸어도, 먹어도 먹어도 (누가 일본인이 소식한다고 했는지 찾으면 가서 혼내줄 거다. 그들은 하루종일 먹고, 하루종일 먹는 일에 신경 쓰고 살며, 그것도 끼니마다 많이 먹고 끼니마다 맥주 마시면서 먹는다고요.), 말해도 말해도,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없어진다고 느낄 뿐. 

사족 1: 영화 속 옥수수튀김은 귀찮아보이긴 해도 꽤 맛나보인다. 도전할 자신은 없고 누가 해주면 먹을텐데. 힝. 

사족 2: 씨네코드 선재에서 관람했는데, 이 영화랑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길이다. 되도록 이 극장을 이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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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7-1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도 살아도 힘들겠더라고요. 저 녕화 보니. 저도 선재에서 봤어요 :)

치니 2009-07-14 17:31   좋아요 0 | URL
니나님, 와락! 오랜만이에요. :)
솔직히 영화 진짜 웰메이드라고 생각하긴 했는데도, 괜히 봤나 싶기도 했어요.
말씀대로 살아도 살아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힘이 안나잖아요. -.-

니나 2009-07-21 12:56   좋아요 0 | URL
음, 그제 곰무료영화에서 <토니 타키타니> 라는 녕화를 봤는데, 치니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D

치니 2009-07-21 17:49   좋아요 0 | URL
토니 타키타니,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아직 못 봤네요. 언제 생각나면 빌려볼게요 ~ ^-^ (영화를 보면서 제 생각을 해주시다니, 히히 좋아라)

프레이야 2009-07-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군요.^^
일전에 놓쳤어요. 상영관도 적고 한 타임밖에 없었는데ㅜㅜ

치니 2009-07-15 09:19   좋아요 0 | URL
좋다는 분들이 더 많기는 한데, 사람에 따라서는 별로일 수도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은 좋아하실 것 같은데...^-^

웽스북스 2009-07-1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보고 옥수수맛 아이스크림 사먹었어요-
아이스크림도 먹고싶고 옥수수튀김도 먹고싶은걸 어떡해요. 힝.

알아도 알아도 못하는게 참 누구닮아서 이러나 싶고
(응? 이건 끝까지 부모님탓하는 모양새인가? ㄷㄷ)

치니 2009-07-15 09:20   좋아요 0 | URL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이 있군요! ㅋㅋㅋ 역시 귀여운 웬디양님.
개인적으로 애들이 옥수수 튀김을 입에 물고 어른들의 쓰레빠(슬리퍼보다는 이 말이 어울리죠? ㅋㅋ)를 끌고 동네어귀에서 하릴없이 나뭇잎을 뜯는 씬이 정말 리얼하다고 느꼈어요. 우리 어렸을 때 늘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것도 무슨무슨 날에는 특히 더.

다락방 2009-07-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코드 선재는 한번도 안가봤는데 또 거길 가봐야겠군요. 안그래도 이 영화 볼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말예요.

치니 2009-07-15 10:30   좋아요 0 | URL
^-^ 예전에 선재아트센터로 불리웠다가 지금은 갤러리랑 구분해서 씨네코드라고 이름을 바꿨더라구요.
선재아트가 더 외우기 쉬운뎅.
씨네코드에서 영화 보고 시간이 되시면 정독도서관에서 삼청동까지 걷는 길도 좋아요. :)

2009-07-2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0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더 - Moth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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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인 것 같다, 처음 <마더>에 대한 기사를 읽은 시점은. '봉준호'라는 세글자만 보고 무턱대고 기다렸다. 갈증이 일었던 참이었다. 많은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지만, 우리 영화 중에서 이것이 바로 영화 예술이다 라고 외쳐줄 것 같은 영화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김혜자란다. 김혜자는 이미 국민 어머니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데, 마더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쓴 영화에 나온단다. 호기심 제대로 발동.  

몇 달 후면 예고가 빵빵 터지고 김혜자가 언론에 나오고 입소문이 돌겠지,라고 기다렸던 나를 비웃듯 영화는 느긋하게 개봉되었다. 어차피 감독과 배우가 모두 거물이기 때문인지(거기다 꽃미남 원빈도 있고), 홍보는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살인자로 오해 받은 아들을 구하기 쯤의 내용으로 오인하기 딱 좋을 포스터와 예고 때문에 연세가 지극한 주부님들도 납시었고, <괴물>의 상업적인 성공 때문에 젊은이들도 우루루 몰린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없었다. 아니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봐야 하는데, 그게 잘 맞춰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제 <마더>를 보았다. 드디어.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예술이야 ~'라는 오래전 유행했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 내 표현력이 너무나 빈곤하기 때문이라 어찌 할 도리가 없고, 왠지 발을 동동 구르는 마음이 되었다. 이건 너무 좋은데, 지나치게 잘 만들었는데, 어떡하지, 저 비를 봐, 저 노을을 봐, 저 춤을 봐, 저 회색을 봐, 저 눈동자를 봐, 이 음악을 들어봐...이 모든 것의 완벽함을 봐! 라고 말하고싶은데 말하면 산통을 깰 것 같은, 그런 조바심. 

봉준호는 항상 그랬다, 그러고보니. 

<플란다스의 개>를 보았을 때, 극장에서는 초라하게 막을 내린 터라 나 역시 비디오를 빌려 보았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감독, 내용은 개와 배두나가 나오는 뭐 그렇고 그런 로맨스인 것 같고...라고 생각하면서 초반 10분을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어 이거 어떡하지, 이거 진짠데, 이 사람 장난 아닌데, 어 이거 이거...하면서, 나는 놀람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나서 무서운 것은 모두 다 훠이 훠이 피해가는 영화 취향인데도 <살인의 추억>을 보았고, 압도 당했고, SF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괴물>을 보았고 또 압도 당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 <마더>. 이전의 영화들이 - 옴니버스였던 <도쿄>의 히키코모리 영화까지 포함하여 - 모두 감독의 힘이 90이었다고 내 나름대로 틀린 정의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명실공히 '김혜자'라는 인간의 영화이기도 하다는 점을 흔쾌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던 것이다. 봉준호에게 힘을 실어줄, 90이나 쏟아내지 않아도 될 배우들은 곁에 늘 있었겠고, 그것이 그의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었고, 이제 '김혜자'가 그 클라이맥스를 이뤄냈다. 그리하여 한국 영화는 미치도록 아름다운 시퀀스들을 만들어 내었다.  

감사합니다.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어머니로써,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뱀발: 영화를 보고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무리의 어머니들이 (대략 60대로 보이신다) "에유 영화 참 그지같기도 하지, 이걸 보러 여기까지 오다니, 다음엔 정말 재미난 것 봅시다"라고 하신다. 흑, 감독님 다음번에 영화 하기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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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6-2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요? 우리엄마는 영락없는 조폭코미디취향이신데도, 이 영화는 참 좋아하시던데, 그래서 봉준호는 전방위 소통까지 해낼 수 있는 대감독이라고 했었는데, 아, 그게 아니군요, 아, 아, 그랬구나....

치니 2009-06-22 09:36   좋아요 0 | URL
웬디양 어머니는 웬디양 어머니니까 그러신 듯(? ㅋㅋ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으면서)해요.
사실 어머니들 뿐 아니라 젊은 분들 중에서도 이게 뭥미 라는 표정이신 분들 많던데요. ㅋㅋ

라로 2009-06-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댓글이지만 페넬로페 크루즈가 탐과 헤어진게 잘한거란는 생각,,,,,,,,,페넬로페,,,얼굴만 이쁜줄 알았었거든요~ㅎㅎㅎ이 영화 저도 참 인상깊게 봤어요,,,인물 설정도 넘 좋았고,,,더구나 잘난척 잘하는 제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도 했고,,,ㅎㅎ

치니 2009-06-22 09:37   좋아요 0 | URL
하하, 이런 엉뚱한 댓글 좋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페넬로페가 마이 아까웠죠.
얼마전 본 <비키 크리스티나...>에서는 얼마나 아름답던지, 숨이 막힐 지경.

저도 코가 납작, 마음이 디게 묵직해지더라구요.

2009-06-2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3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